자리에서 일어선 신세희가 엄마를 부축했다.“가자, 엄마.”서진희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바닥에 주저앉은 임지강과 허영 모녀를 바라보았다.부소경이 그녀를 불렀다.“장모님.”“내 전남편은 나를 감금한 것도 부족해서 온갖 죄를 내 딸에게 뒤집어씌웠어. 악질적인 놈이야. 그리고 저놈의 딸 임서아도 마찬가지야. 9년 전 살인사건의 진짜 범인은 임서아잖아. 저들 일가족은 감옥에 보내야 해. 우리 딸 고생한 거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질 것 같아.”“걱정하지 마세요, 장모님.”부소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제 가자.”서진희는 부소경과 신세희와 함께 뒤돌아섰다.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애처롭게 바라보는 서 씨 어르신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서준명 일가도 마찬가지였다.“진희야….”서 씨 어르신의 지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아무리 뭐라고 해도 넌 내 딸이야. 네가 네 엄마가 낳은 딸이라고 해도, 준명이 할머니가 낳은 자식이 아니라고 해도 너는 내 딸이잖아.”서진희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어르신, 그게 가능할 것 같아요?”“내가 당신 딸이라고요? 내가 어디 유치원에 다녔는지 아세요?”“내가 어디 초등학교를 나오고 고등학교는 어디로 갔는지 아시냐고요?”“열여섯 살에 음대에 합격했는데 돈이 없어서 학교를 포기했던 거 아시나요?”“딸이라면서요? 내가 댁 사모님한테 몇 번이나 찾아가서 돈을 구걸했는지 알아요? 그때마다 사모님은 매몰차게 거절했죠. 그 여자가 나를 여우년이라고 욕한 건 아시나요?”“딸이라면서요? 엄마가 힘들게 2년 동안 모은 돈으로 인문계 대학에 합격했는데 그것마저 남이 가로챈 사실은 아셨어요?”서 씨 어르신은 말문이 막혔다.서진희는 고개를 흔들며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내가 왜 집을 나왔는지 알아요?”서 씨 어르신은 고개를 들고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몰랐어. 항상 그게 궁금했어. 그때 왜 집을 나갔니? 네 큰엄마는 너를 딸이라고 믿고 너에게 모든 것을 주겠다고 했는데 왜 집을 나갔어?”“큰엄마
과거의 일들을 회상하면 온통 아픔뿐이었다.50년도 더 지난 일이었다.그때 서 씨 어르신은 준수한 외모의 30대 청년이었다. 그는 한창 잘나가는 군인 장교였다.서 씨 어르신과 그의 아내는 어려서부터 같이 자란 소꿉친구이자 가문에서 맺어준 인연이었다.그들은 결혼할 나이가 되자 바로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하지만 행복한 날은 길지 않았다. 서 씨 어르신은 아내와 아들과 짧은 시간을 보낸 뒤, 다시 군으로 돌아갔다.그 해 서 씨 어르신은 중동지역으로 파견근무를 나갔다.그곳에서 그는 피아노와 회화를 가르치는 자원봉사자를 만났다.서울에서 온 그녀는 그곳 아이들에게 피아노와 회화를 가르치고 있었다. 중동 지역의 풍경에 매료된 그녀는 이곳에서 잠시 거주하기로 하고 장기 교사직을 신청했다.어느날 학교 앞을 지나가던 서 씨 어르신은 여교사가 치는 피아노 소리를 듣고 저도 모르게 이끌려 교실 앞까지 다가갔다. 서 씨 어르신을 발견한 그 여교사는 수업 시간이 끝난 뒤 그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날 어린 서 씨 어르신과 여교사는 통성명을 했다. 여교사의 이름은 주희진이었다.두 사람은 길게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하지만 그날 이후로 매번 어르신이 교실 앞을 지나갈 때면 서로 미소를 보내며 인사를 주고받았다.하지만 그것뿐이었다.그날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그날 벌어진 사건은 서 씨 어르신과 주희진의 관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동료의 배신으로 서 씨 어르신은 추격 당하는 신세가 되었고 갈 곳을 잃은 그는 저도 모르게 주희진의 집 근처까지 갔다.그때 잠을 자고 있던 주희진은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서 씨 어르신이 그녀의 집 마당에 몸을 웅크리고 숨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다급한 상황에서 어르신을 집으로 끌어들인 뒤, 욕실로 들어가서 옷을 벗었다. 바깥을 지나가던 추격자들은 남녀가 욕실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줄 알고 그 앞을 지나쳤다.그렇게 서 씨 어르신은 한 번의 위기를 모면했다.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잦아들자 서 씨 어르신도
서 씨 어르신은 그 말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그는 경멸에 찬 말투로 주희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이걸 노리고 그날 밤 날 받아준 건가? 어쩌면 내 동료가 날 배신한 것도 당신과 관련 있을 수도 있겠군!”주희진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반박했다.“그럴 리 없잖아요. 난 그냥 평범한 자원봉사자일 뿐이에요. 권력도 없고 돈도 없는 내가 무슨 수로 그런 엄청난 일을 버리겠어요?”서 씨 어르신은 그제야 날카롭던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애 지우는데 돈이 필요해서 온 거야?”주희진의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아… 아니에요.”“그럼 왜 왔지?”“난 가정이 있는 남자야. 난 내 아내를 사랑해! 우린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어. 대외적으로 난 책임감 있는 남편이고 좋은 아빠야! 이런 난잡한 사건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고!”“그러니까 아이 지워. 돈이 필요하면 필요한 만큼 줄게. 보상이 필요하면 그것도 해줄 수 있어. 원하는 숫자만 얘기해!”주희진은 울음을 터뜨렸다.“나 아파요!”“아픈 사람 같아 보이네!”“난 선천적으로 병을 가지고 태어났어요. 앞으로 10년밖에 더 살지 못해요. 아직 보고 싶은 것도 많은데… 아직 세계 일주도 이루지 못했단 말이에요. 연애도 못 해봤고….”“아직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데 의사가 그러더라고요. 난 앞으로 10년밖에 더 살지 못 한다고요.”“10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이를 지우면 아마 수술 과정을 견디지 못할 거예요.”주희진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어르신을 바라보았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서 씨 어르신이 물었다.“무슨 병이길래 그래?”“심장병이요.”주희진이 말했다.어르신이 오래도록 아무 말이 없자 주희진은 애처롭게 애원했다.“난 죽고 싶지 않아요. 아직 10년이나 남았어요. 부탁할게요. 아이를 낳게 해줘요. 아이는 죄가 없잖아요.”서 씨 어르신은 차갑게 거절했다.“안 돼!”“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매몰차요?”주희진이 울며 물었다.하지만 서 씨 어르신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
주희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한참 망설이던 그녀는 더 애절한 목소리로 애원했다.“한 번만 도와주세요. 명분 하나면 만족해요. 아이를 낳을 수 있게 해주세요. 아이만 낳고 바로 이혼할게요. 그때 당신이 사랑하는 아내 곁으로 돌아가세요!”“미친년이네!”서 씨 어르신은 혐오스럽게 한마디 하고는 주희진을 뿌리쳤다.그 일이 있고 3일 뒤, 서 씨 어르신은 임무를 마치고 귀국했다.하지만 그는 그 사이 한 번도 주희진을 찾아가지 않았다.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두 여자의 인생을 다 책임질 수는 없었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은 집에서 그를 애타게 기다리는 여자였다.그는 돌아가서 아내에게 어쩔 수 없었던 그날의 사실을 말하고 용서를 구할 생각이었다.집으로 돌아온 어르신은 아내와 달콤한 시간을 보낸 뒤, 즐겁게 뛰노는 아들을 바라보며 이 일을 이야기했다.그의 아내는 밤새 슬피 눈물을 흘렸고 그는 밤새 아내의 곁을 지켰다.아내가 울음을 그친 뒤에야 그가 말했다.“한 번도 그 여자한테 흔들린 적 없어.”그의 아내는 배려심 많고 사려 깊은 사람이었다. 울다 지친 그녀는 남편을 끌어안으며 말했다.“어떤 일이 있든 같이 해결해요. 그 여자가 찾아오면 같이 쫓아버려요! 어린 여자가 미혼모가 되기를 진심으로 원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 봐야 돈이겠죠! 주면 돼요!”하지만 그 일이 있고 한동안 주희진은 서 씨 어르신을 찾지 않았다.불러온 배 때문이었다. 아이를 지울까 생각도 했지만 현지인 친구도 없었기에 수술 동의서에 사인해 줄 사람도 없었다.주희진은 어쩔 수 없이 귀국을 선택했다.그녀가 귀국하고 이틀 째 되던 날, 서 씨 어르신의 아내가 그녀를 찾아왔다.“주희진 씨? 남성 근교에 사는 거 다 알고 왔어요. 해외로 자원봉사를 갔었다고요. 참 따뜻한 사람인데 왜 남의 남편을 탐냈을까요?”겁에 질린 주희진은 몸을 웅크리고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욕을 먹는 건 상관없었다. 하지만 소리가 너무 컸던 탓에 근처에 살던 주희진의 친척오빠들이 그 사실을 알아버렸
잠시 머뭇거리던 주희진이 서 씨 어르신에게 말했다.“이렇게 됐으니 난 이제 갈 곳도 없어요. 그러니 나와 결혼해 줘요. 사랑까지는 바라지 않을게요. 난 그냥 살고 싶어요.”비굴하고 구슬픈 그녀의 목소리에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서 씨 어르신은 벼랑 끝에 몰린 기분이었다.결국 그는 여론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아내와 이혼한 뒤, 주희진과 식을 올렸다.주희진이 출산 동의서를 손에 넣자 두 사람은 이혼하고 서 씨 어르신은 전처에게 돌아갔다.그 뒤로 주희진은 그들의 저택 근처에 집을 마련했다.서 씨 어르신은 매달 그녀에게 생활비를 주기로 약속했다.많지 않은 돈이지만 주희진이 생활하기에는 충분했다. 주희진도 피아노나 그림을 가르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삶을 향한 갈망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아이를 임신하고 강해진 건지 주희진의 건강 상태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출산 과정이 너무 힘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녀는 임신 5개월 때부터 매일 산책을 했다. 출산하는 그날까지 주희진은 혼자였다.그녀는 혼자 여자 아이를 출산했다.아이가 생긴 뒤, 삶을 향한 주희진의 갈망은 더욱 커졌다. 그녀는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만 아이의 곁을 지키고 싶었다.주희진은 아이를 자신의 목숨처럼 아꼈다.반면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던 탓인지 서 씨 어르신의 아내가 출산한 여자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태어날 때부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인큐베이터에서 생활하던 아이였다.하지만 끝내는 하늘나라로 가버렸다.그 일로 주희진을 향한 서 씨 어르신 부부의 증오는 깊어져만 갔다.매달 주희진이 생활비를 요구할 때면 어르신의 아내는 욕을 퍼부었다.가끔 서 씨 어르신과 마주칠 때도 있었지만 그는 주희진을 철저히 무시했다.아이가 두 살이 되었을 때, 주희진이 서 씨 어르신을 찾아가서 아이의 이름을 알려주며 물었다.“내 아이도 서 씨 성을 가질 수 있을까요?”“마음대로 해!”서 씨 어르신은 차갑게 대답했다.주희진도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름은 서진희라고
“아이는 내가 매달마다 생활비 챙겨줄게. 근데 너도 엄마로써 육아의 의무를 다 해야지. 앞으로 아이가 잘 되든 말든, 나랑은 아무런 상관이 없어!” 그리고 서씨 집안 어르신은 돈을 남긴 뒤, 자리를 떠났다. 주희진은 혼나 남아서 소리 없이 울었다. 그녀는 얼마나 아빠가 보고싶을까? 얼마나 보고싶을까? 그러나 아이는 아빠를 보지 못 한다. 아빠가 바로 앞에 있는데, 서희진은 한 살이 되었어도 아빠가 누군지 알 수 없었다. 가끔 주희진은 이 한 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공원에 가서 놀 때, 한 살짜리 아이들이 말을 배우면서 ‘아빠’라는 단어를 뱉는 걸 보았다. 이 아이는 입에 침을 머금고 어눌하게 불렀었다. “아…빠, 아… 빠…” 이럴 때마다 주희진은 매우 속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희진은 계속 서가네 근처에서 지냈고,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갈 때까지 자신의 친 아빠를 만나보지 못 했다. 3살이 조금 넘은 진희는 말을 배웠고, 아이는 고개를 들어 진지하게 주희진을 보았다. “엄마, 유치원 친구들은 다 아빠가 있는데, 우리 아빠는 죽은 거야?” 주희진은 바로 진희의 입을 막았다. “그렇게 아빠를 저주하면 안돼!” 그녀는 꾸짖었다. 서진희는 눈시울을 붉히며 흐느꼈다. “우리 아빠 안 죽었어? 아빠가 안 죽었으면 왜 진희를 보러오지 않는 거야?” 주희진은 진희를 품에 안았다. “아가야 잘 들어, 아빠가 널 보러오지 않는 건 아빠 잘못이 아니라, 엄마 잘못이야.” 어린 희진은 이해할 수 없었다. “엄마는 날 이렇게 사랑하는데, 엄마가 무슨 잘못이 있어?” 주희진은 울면서 말했다. “널 향한 엄마의 사랑은 이기적인 거야, 네 아빠는 한번도 엄마를 사랑한 적이 없었어, 네 아빠는 한번의 실수로 엄마와의 관계가 생긴 거야. 아빠는 좋은 사람이니까, 진짜 아내한테 책임을 지는 게 맞아.” “만약 내가 그 아내였어도, 이런 남편이 있기에 위로가 되고 자랑스러웠을 거야.” “하지만 엄마는 달라. 엄마는 너무 외로웠어.
그 날 오후는 3살짜리 애가 처음으로 자신의 아빠를 보는 날이었다. 남자는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다. 남자는 정장을 입었고, 여자는 원피스를 입어서 신사 숙녀처럼 고귀하게 차려 입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들의 옆에는 7-8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남자 아이가 있었다. 이 세 가족의 모습을 보니 정말 보는 사람마저 부럽게 만들었다. “봐봐, 진희야, 저 분이 네 아빠야.” 주희진은 딸에게 말했다. “아빠 엄청 잘생겼다.” 어린 진희가 말했다. “응, 네 아빠는 엄청 잘 생기고 권력도 있어. 아빠는 좋은 사람이고 정직한 남자야. 진희야, 엄마가 할 말이 있는데, 네 아빠가 널 못 알아보더라도, 나중에 네가 크면 꼭 아빠한테 효도해야 해. 왜냐면 너에게 생명을 주신 분이니까. 알겠지?” 주희진은 이렇게 딸을 교육했다. 그녀의 아이는 비록 한 부모 가정의 아이였지만, 그녀는 아이에게 이로 인한 원한을 심어주고 싶지 않았다. 아이 아빠가 평생 아이를 보러 오지 않는다고 해도, 아이를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해도, 주희진은 아이의 마음속에 좋은 아빠라는 인상을 남겨주고 싶었다. 어린 애는 말도 잘 듣고, 철도 들었다. 3살짜리 서진희는 엄마 앞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엄마, 나중에 크면 내가 꼭 아빠를 아껴줄게.” “가자 그럼.” 주희진이 말했다. “아니, 엄마, 나 아빠 더 보고싶어. 아빠 차도 아직 안 출발했잖아. 차 출발했을 때 우리도 가면 안될까?” 아이는 욕심을 부리며 엄마에게 부탁했다. 엄마의 마음은 씁쓸했다. 하지만 그녀는 동의했다. 모녀는 멀리 서서 서가네 문 앞을 보면서, 그들의 차가 서서히 출발하며 속력을 올렸을 때, 3살짜리 진희는 어디서 생겨난지 모르는 힘으로 엄마의 품속에서 벗어나 차를 향해 달려갔다. 아이는 뛰면서 작은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여린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아빠, 아빠… 진희는 아빠를 사랑해요…” 뒤에 있던 주희진은 놀라서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
“엄마 나 피아노 연습 좀 하고 싶어.” 3살짜리 아이는 아직 악보도 모르고, 어떻게 치는지는 더더욱 몰랐지만, 주희진은 평소에 아이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자주 아이를 안고 어떻게 치는지 알려주었다. 매번 아이에게 알려줄 때마다 그녀는 아이에게 말했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능력이 있어, 음악은 사람을 기쁘게 만들어줄 수도 있고.” 아이는 이 말을 대략적으로 이해했는지, 3살짜리 어린 진희는 잠재적으로 자신이 피아노를 칠수 있게 되면, 잘 치게 되면 아빠를 기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빠가 기쁘면 어린 진희를 좋아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날 저녁, 3살인 어린 진희이는 두 시간동안 피아노 연습을 했다. 그녀는 정말 그럴 듯했다. 3살밖에 안된 아이여도 재능이 있었다. 그 이후로, 아이는 매일 피아노를 연습하며, 엄마가 데리고 나가서 놀겠다고 해도 연습시간을 아까워했다. 반년도 안돼서, 4살인 어린 진희는 악보를 칠 수 있게 됐다. 그 악보명은 징글벨이었다. 잘 치진 못 했지만, 4살짜리 아이만의 어리숙함이 있었다. 4살 어린이의 마음속엔 한 가지의 소원이 있었다. 그건 바로 다시 아빠를 만나는 것이었다. 그녀는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었고, 아이도 이러면 아빠가 자신을 좋아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 소원이 생긴 뒤로 그녀는 희망이 생겼다. 어느 날 오후, 어린 진희의 유치원 선생님이 친구들을 다 똑바로 앉혀놓았고, 유니폼을 폼 나게 입히고, 작은 손도 깨끗히 씻게 했다. 왜냐면, 유치원에 많은 사람들에게 존중받는 아저씨가 그들을 보러온다고 했기 때문이다. 아무도 이 아저씨가 누군지 몰랐다. 유치원 친구들은 선생님의 말을 잘 들었다. 그 중 어린 진희가 제일 말을 잘 듣는 아이였다. 아이들의 하원시간이 다 될쯤 서씨 집안 어르신이 왔다. 그가 오늘 유치원에 온 건 방문을 하러 온 게 아니라, 아내의 부탁 때문에 아내의 언니의 아이를 데리러 온 거였다. 그 아이 역시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