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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7화

과거의 일들을 회상하면 온통 아픔뿐이었다.

50년도 더 지난 일이었다.

그때 서 씨 어르신은 준수한 외모의 30대 청년이었다. 그는 한창 잘나가는 군인 장교였다.

서 씨 어르신과 그의 아내는 어려서부터 같이 자란 소꿉친구이자 가문에서 맺어준 인연이었다.

그들은 결혼할 나이가 되자 바로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행복한 날은 길지 않았다. 서 씨 어르신은 아내와 아들과 짧은 시간을 보낸 뒤, 다시 군으로 돌아갔다.

그 해 서 씨 어르신은 중동지역으로 파견근무를 나갔다.

그곳에서 그는 피아노와 회화를 가르치는 자원봉사자를 만났다.

서울에서 온 그녀는 그곳 아이들에게 피아노와 회화를 가르치고 있었다. 중동 지역의 풍경에 매료된 그녀는 이곳에서 잠시 거주하기로 하고 장기 교사직을 신청했다.

어느날 학교 앞을 지나가던 서 씨 어르신은 여교사가 치는 피아노 소리를 듣고 저도 모르게 이끌려 교실 앞까지 다가갔다. 서 씨 어르신을 발견한 그 여교사는 수업 시간이 끝난 뒤 그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날 어린 서 씨 어르신과 여교사는 통성명을 했다. 여교사의 이름은 주희진이었다.

두 사람은 길게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매번 어르신이 교실 앞을 지나갈 때면 서로 미소를 보내며 인사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그날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그날 벌어진 사건은 서 씨 어르신과 주희진의 관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동료의 배신으로 서 씨 어르신은 추격 당하는 신세가 되었고 갈 곳을 잃은 그는 저도 모르게 주희진의 집 근처까지 갔다.

그때 잠을 자고 있던 주희진은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서 씨 어르신이 그녀의 집 마당에 몸을 웅크리고 숨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다급한 상황에서 어르신을 집으로 끌어들인 뒤, 욕실로 들어가서 옷을 벗었다. 바깥을 지나가던 추격자들은 남녀가 욕실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줄 알고 그 앞을 지나쳤다.

그렇게 서 씨 어르신은 한 번의 위기를 모면했다.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잦아들자 서 씨 어르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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