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머뭇거리던 주희진이 서 씨 어르신에게 말했다.“이렇게 됐으니 난 이제 갈 곳도 없어요. 그러니 나와 결혼해 줘요. 사랑까지는 바라지 않을게요. 난 그냥 살고 싶어요.”비굴하고 구슬픈 그녀의 목소리에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서 씨 어르신은 벼랑 끝에 몰린 기분이었다.결국 그는 여론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아내와 이혼한 뒤, 주희진과 식을 올렸다.주희진이 출산 동의서를 손에 넣자 두 사람은 이혼하고 서 씨 어르신은 전처에게 돌아갔다.그 뒤로 주희진은 그들의 저택 근처에 집을 마련했다.서 씨 어르신은 매달 그녀에게 생활비를 주기로 약속했다.많지 않은 돈이지만 주희진이 생활하기에는 충분했다. 주희진도 피아노나 그림을 가르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삶을 향한 갈망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아이를 임신하고 강해진 건지 주희진의 건강 상태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출산 과정이 너무 힘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녀는 임신 5개월 때부터 매일 산책을 했다. 출산하는 그날까지 주희진은 혼자였다.그녀는 혼자 여자 아이를 출산했다.아이가 생긴 뒤, 삶을 향한 주희진의 갈망은 더욱 커졌다. 그녀는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만 아이의 곁을 지키고 싶었다.주희진은 아이를 자신의 목숨처럼 아꼈다.반면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던 탓인지 서 씨 어르신의 아내가 출산한 여자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태어날 때부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인큐베이터에서 생활하던 아이였다.하지만 끝내는 하늘나라로 가버렸다.그 일로 주희진을 향한 서 씨 어르신 부부의 증오는 깊어져만 갔다.매달 주희진이 생활비를 요구할 때면 어르신의 아내는 욕을 퍼부었다.가끔 서 씨 어르신과 마주칠 때도 있었지만 그는 주희진을 철저히 무시했다.아이가 두 살이 되었을 때, 주희진이 서 씨 어르신을 찾아가서 아이의 이름을 알려주며 물었다.“내 아이도 서 씨 성을 가질 수 있을까요?”“마음대로 해!”서 씨 어르신은 차갑게 대답했다.주희진도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름은 서진희라고
“아이는 내가 매달마다 생활비 챙겨줄게. 근데 너도 엄마로써 육아의 의무를 다 해야지. 앞으로 아이가 잘 되든 말든, 나랑은 아무런 상관이 없어!” 그리고 서씨 집안 어르신은 돈을 남긴 뒤, 자리를 떠났다. 주희진은 혼나 남아서 소리 없이 울었다. 그녀는 얼마나 아빠가 보고싶을까? 얼마나 보고싶을까? 그러나 아이는 아빠를 보지 못 한다. 아빠가 바로 앞에 있는데, 서희진은 한 살이 되었어도 아빠가 누군지 알 수 없었다. 가끔 주희진은 이 한 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공원에 가서 놀 때, 한 살짜리 아이들이 말을 배우면서 ‘아빠’라는 단어를 뱉는 걸 보았다. 이 아이는 입에 침을 머금고 어눌하게 불렀었다. “아…빠, 아… 빠…” 이럴 때마다 주희진은 매우 속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희진은 계속 서가네 근처에서 지냈고,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갈 때까지 자신의 친 아빠를 만나보지 못 했다. 3살이 조금 넘은 진희는 말을 배웠고, 아이는 고개를 들어 진지하게 주희진을 보았다. “엄마, 유치원 친구들은 다 아빠가 있는데, 우리 아빠는 죽은 거야?” 주희진은 바로 진희의 입을 막았다. “그렇게 아빠를 저주하면 안돼!” 그녀는 꾸짖었다. 서진희는 눈시울을 붉히며 흐느꼈다. “우리 아빠 안 죽었어? 아빠가 안 죽었으면 왜 진희를 보러오지 않는 거야?” 주희진은 진희를 품에 안았다. “아가야 잘 들어, 아빠가 널 보러오지 않는 건 아빠 잘못이 아니라, 엄마 잘못이야.” 어린 희진은 이해할 수 없었다. “엄마는 날 이렇게 사랑하는데, 엄마가 무슨 잘못이 있어?” 주희진은 울면서 말했다. “널 향한 엄마의 사랑은 이기적인 거야, 네 아빠는 한번도 엄마를 사랑한 적이 없었어, 네 아빠는 한번의 실수로 엄마와의 관계가 생긴 거야. 아빠는 좋은 사람이니까, 진짜 아내한테 책임을 지는 게 맞아.” “만약 내가 그 아내였어도, 이런 남편이 있기에 위로가 되고 자랑스러웠을 거야.” “하지만 엄마는 달라. 엄마는 너무 외로웠어.
그 날 오후는 3살짜리 애가 처음으로 자신의 아빠를 보는 날이었다. 남자는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다. 남자는 정장을 입었고, 여자는 원피스를 입어서 신사 숙녀처럼 고귀하게 차려 입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들의 옆에는 7-8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남자 아이가 있었다. 이 세 가족의 모습을 보니 정말 보는 사람마저 부럽게 만들었다. “봐봐, 진희야, 저 분이 네 아빠야.” 주희진은 딸에게 말했다. “아빠 엄청 잘생겼다.” 어린 진희가 말했다. “응, 네 아빠는 엄청 잘 생기고 권력도 있어. 아빠는 좋은 사람이고 정직한 남자야. 진희야, 엄마가 할 말이 있는데, 네 아빠가 널 못 알아보더라도, 나중에 네가 크면 꼭 아빠한테 효도해야 해. 왜냐면 너에게 생명을 주신 분이니까. 알겠지?” 주희진은 이렇게 딸을 교육했다. 그녀의 아이는 비록 한 부모 가정의 아이였지만, 그녀는 아이에게 이로 인한 원한을 심어주고 싶지 않았다. 아이 아빠가 평생 아이를 보러 오지 않는다고 해도, 아이를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해도, 주희진은 아이의 마음속에 좋은 아빠라는 인상을 남겨주고 싶었다. 어린 애는 말도 잘 듣고, 철도 들었다. 3살짜리 서진희는 엄마 앞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엄마, 나중에 크면 내가 꼭 아빠를 아껴줄게.” “가자 그럼.” 주희진이 말했다. “아니, 엄마, 나 아빠 더 보고싶어. 아빠 차도 아직 안 출발했잖아. 차 출발했을 때 우리도 가면 안될까?” 아이는 욕심을 부리며 엄마에게 부탁했다. 엄마의 마음은 씁쓸했다. 하지만 그녀는 동의했다. 모녀는 멀리 서서 서가네 문 앞을 보면서, 그들의 차가 서서히 출발하며 속력을 올렸을 때, 3살짜리 진희는 어디서 생겨난지 모르는 힘으로 엄마의 품속에서 벗어나 차를 향해 달려갔다. 아이는 뛰면서 작은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여린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아빠, 아빠… 진희는 아빠를 사랑해요…” 뒤에 있던 주희진은 놀라서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
“엄마 나 피아노 연습 좀 하고 싶어.” 3살짜리 아이는 아직 악보도 모르고, 어떻게 치는지는 더더욱 몰랐지만, 주희진은 평소에 아이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자주 아이를 안고 어떻게 치는지 알려주었다. 매번 아이에게 알려줄 때마다 그녀는 아이에게 말했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능력이 있어, 음악은 사람을 기쁘게 만들어줄 수도 있고.” 아이는 이 말을 대략적으로 이해했는지, 3살짜리 어린 진희는 잠재적으로 자신이 피아노를 칠수 있게 되면, 잘 치게 되면 아빠를 기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빠가 기쁘면 어린 진희를 좋아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날 저녁, 3살인 어린 진희이는 두 시간동안 피아노 연습을 했다. 그녀는 정말 그럴 듯했다. 3살밖에 안된 아이여도 재능이 있었다. 그 이후로, 아이는 매일 피아노를 연습하며, 엄마가 데리고 나가서 놀겠다고 해도 연습시간을 아까워했다. 반년도 안돼서, 4살인 어린 진희는 악보를 칠 수 있게 됐다. 그 악보명은 징글벨이었다. 잘 치진 못 했지만, 4살짜리 아이만의 어리숙함이 있었다. 4살 어린이의 마음속엔 한 가지의 소원이 있었다. 그건 바로 다시 아빠를 만나는 것이었다. 그녀는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었고, 아이도 이러면 아빠가 자신을 좋아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 소원이 생긴 뒤로 그녀는 희망이 생겼다. 어느 날 오후, 어린 진희의 유치원 선생님이 친구들을 다 똑바로 앉혀놓았고, 유니폼을 폼 나게 입히고, 작은 손도 깨끗히 씻게 했다. 왜냐면, 유치원에 많은 사람들에게 존중받는 아저씨가 그들을 보러온다고 했기 때문이다. 아무도 이 아저씨가 누군지 몰랐다. 유치원 친구들은 선생님의 말을 잘 들었다. 그 중 어린 진희가 제일 말을 잘 듣는 아이였다. 아이들의 하원시간이 다 될쯤 서씨 집안 어르신이 왔다. 그가 오늘 유치원에 온 건 방문을 하러 온 게 아니라, 아내의 부탁 때문에 아내의 언니의 아이를 데리러 온 거였다. 그 아이 역시
서씨 집안 어르신의 얼굴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살기가 보였다. 그는 이 아이의 얼굴이 자신과 비슷하다는 게 보였다. 특히 자신의 어렸을 적과 비슷했다. 단지 여기 있는 사람들은 그의 어렸을 적 얼굴을 몰랐을 뿐이지, 아니면 이 아이가 그의 딸이라는 걸 단번에 눈치챘을 테다. 얼굴의 불쾌함은 누가봐도 보였다. 선생님도 보였다. 그녀는 힘껏 어린 진희를 끌어당겼다. 서씨 집안 어르신이 이 자리에 없었다면, 이 선생님은 당장이라도 서진희를 때렸을 테다. 어린 애가 왜 이러는 거지? 서씨 집안 어르신은 차갑게 말했다. “놓아주세요, 저도 애가 뭐하고 싶은 건지 궁금하네요.” 그 순간, 서씨 집안 어르신은 결심했다. 만약 이 어린 아이가 자신을 감히 아빠라고 부른다면, 당장이라도 주희진 모녀를 먼 곳으로 보내버릴 생각이었다. 그들이 영원히 돌아오지 못 하게 할 셈이었다. 그러나, 선생님이 서진희를 놓아줬을 때 어린 진희는 아빠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달콤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 피아노 칠 줄 알아요. 제 피아노 소리는 사람들이 들었을 때 기쁘게 만들어 줄 수 있어서, 아저씨께 한 번 들려드리고 싶은데, 어떠세요?” 그 순간, 그는 마음이 흔들린 건가? 서씨 집안 어르신은 알 수 없었다. 그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거절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꼬마 아가씨는 총총총 피아노 앞으로 가서 의자 위로 올라간 뒤, 작은 두 다리를 들고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그녀가 피아노 치는 모습은 꽤나 귀여워 보였다. 자신의 피아노 소리에 본인도 취해 있었고, 그러면서 또 진지했다. 왜냐면 엄마는 그녀에게 본인이 열심히 쳐서 진짜 몰두했을 때, 관중을 매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곡 내내 꼬마 아가씨는 몰두해 있었다. 한 곡이 끝났다. 꼬마 아가씨는 기쁘게 의자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자랑스럽게 아빠에게 묻고싶었다. “저 잘치죠?” 그리고 그녀는 너무 자랑스럽게 아빠에게 말하고 싶었다. “
아니면 모녀를 제일 먼 곳으로 보내버릴 생각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지? 주희진은 바로 마음이 급해졌다. 먼 곳으로 가 버리면 아이가 교육을 따라가지도 못할뿐더러, 그녀의 병은 작은 도시에서 치료하기엔 어려웠다. 그녀는 바로 서씨 집안 어르신에게 내일부터 유치원에 보내지 않겠다고 한 뒤, 아이를 새로운 유치원에 보내겠다고 했다. 그래서 어린 진희는 나중에 또 아빠를 볼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었지만, 전학을 가게 되었다. 그 이후 한참 동안, 그녀는 아빠를 만나지 못 했다. 그녀는 많은 친구들의 아빠가 데리러 오는 모습을 종종 보았고, 여자 아이나 남자 아이들이 다 아빠의 목마를 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나 어린 진희는 그러지 못 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부러움은 부러움이었고, 어린 희진은 아무도 원망하지 않았다. 왜냐면 그녀의 엄마는 넘치는 사랑을 줬기 때문이다. 아빠는 좋은 사람이었다. 아빠는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었다. 아빠는 신용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아빠는 대장부였다. 어린 진희는 아빠가 자랑스러웠다. 서진희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서씨 집안 어르신은 예전만큼의 생활비를 주었다. 하지만 주희진은 아이가 더 좋은 교육을 받길 바랐다. 그동안 그녀는 아이에게 모든걸 다 사주지 못해서 만약 학교라도 더 좋은 곳에 보내주지 못 한다면 더욱 아이에게 미안해지는 것 같았다.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 주희진은 피아노 과외도 하고, 한가할 때는 갤러리에서 가서 일을 하면서 그림도 팔았다. 그녀의 그림 실력은 엄청 뛰어난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배운 게 있었고, 특히 그녀가 매화를 그릴 때는 독보적인 풍격이 느껴졌다. 초등학교 6년동안, 서진희는 남성에서 제일 좋은 초등학교에 다녔다. 그 뿐만이 아니라, 그녀는 피아노 연습도 열심히 해서 이제는 제대로 연주를 할 수 있는 정도였다. 6년동안, 서진희는 성적도 우수했고, 말도
서진희는 고가령이라는 아이가 익숙해서 이 새 친구의 생일파티에 참여하고 싶었던 거였다. 왠지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12살짜리 아이는 어디서 만났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아이는 집에 돌아와서 특별히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학교에 어떤 친구가 생일 파티 와달라는데, 나 친구한테 성의 있는 선물 하나 주고 싶어.” 주희진은 듣고 기뻐했다. 자신은 이미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이가 12살인데 자신이 아직까지 죽지 않은 이유는, 매달 몇 천만원이 넘는 약을 먹으면서 명을 연장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루라도 더 살 수 있으면 더 사는 거였다. 최대한 아이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버티고 싶었다. 아직 6년이 남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6년은 버텨야 했다. 아이는 지금 친구 사귀는 법도 알고, 친구들이랑도 잘 지내고 있었다. 이건 주희진이 바라던 거였다. 적어도 자신이 이 세상에 없을 때, 아이 혼자 외롭지 않을 테니 말이다. 딸이 이 얘기를 꺼낸 뒤로, 주희진은 딸을 위해 선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딸을 위해서 엄청 예쁜 드레스까지 준비하며, 딸이 친구들 앞에서 망신당하지 않길 바랐다. 주희진은 해외에서 살았던 사람이라, 그녀가 딸에게 골라준 옷은 우아하면서도 어리숙한 느낌이 있었고, 생일 선물도 매우 특별했다. 그건 그녀가 그린 매화였다. 그 그림에는, 꽃사슴도 몇 마리 있었다. 꽃사슴이 눈 위에서 뛰고 있는 그 모습은 참으로 귀여웠다. 그림의 오른쪽 상단에는, 주희진이 남긴 멘트가 있었다. ‘친구야, 꼭 아름답고 건강해야해.’ 12살 진희는 친구에게 줄 선물을 매우 좋아했고, 엄마가 골라준 자신의 드레스도 매우 마음에 들어 했다. 엄마는 그녀에게 차를 불러주었고, 그녀는 택시를 타고 친구 집 근처에 갔더니 친구가 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희진아, 무슨 선물이길래 포장이 이렇게 예뻐?” 12살인 고가령은 호기심에 물
너무 많은 원한을 품고 있지 않아서 그런지, 스스로 많은 열등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래서 고가령 앞에서 그녀는 솔직하게 아빠가 없다고 말할 수 있었다. 고가령은 그녀를 이해했다. 이제 두 사람은 정말 친한 친구가 됐으니 말이다. 고가령은 강개하게 말했다. “괜찮아, 진희야. 넌 비록 널 사랑해줄 아빠가 없지만 난 우리 아빠가 날 사랑해주거든. 우리 아빠뿐만이 아니라, 우리 이모랑 이모부도 날 엄청 아껴주셔. 우리 이모랑 이모부한테 마침 딸이 없으니, 이따 이모부한테 말해서 널 딸로 삼으라고 할게. 이모부가사람이 엄청 좋으시거든.” 둘은 이 얘기를 하면서 코너를 돌고 있었다. 코너를 돈 순간, 서진희는 거대한 ‘서가네’를 보았다. ‘서가네’! 우연인가? 서진희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마침 이때, 고가령이 웃으며 말했다. “사실 진희야, 우리 이모부 가족도 서씨 거든, 마침 너랑 성이 똑같으니까, 이모부가 네 아빠하면 딱이다. 너 앞으로 아빠 생긴 거야.” “어......” 진희는 갑자기 벽에 기대어 배를 부여잡았다. “왜 그래 진희야?” 고가령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나…가령아, 나… 화장실 가야할 거 같아. 우선 너희 집에 안 갈래, 아니면 이런 모습 보이기엔 좀 우습잖아. 나… 우선 화장실 좀 찾고, 내가… 여기가 네 집인 거 알았으니까, 이따가 다시 올게.” 서진희는 도망가듯이 뛰어갔다. “진희야, 잊지 마 여긴 우리 집이 아니라 이모랑 이모부네 집이야. 우리 이모부 성이 서씨 거든. 너 이따가 올 때, 내 이름 말하고 들어오면 돼…” 서진희는 울면서 뛰어갔다. 그녀는 세상이 자신과 장난을 치는 것 같았다. 그녀는 혼미한 상태에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고, 넋이 나간 모습을 보고 주희진이 물었다. “왜 그래 진희야? 친구 생일 파티 간다고 하지 않았어? 왜 돌아온 거야?” “엄마… 나 드디어 가령이가 누군지 생각났어. 자꾸 익숙한 느낌이었거든. 꼭 어디서 본 것 같았는데 지금 생각났어. 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