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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9화

주희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한참 망설이던 그녀는 더 애절한 목소리로 애원했다.

“한 번만 도와주세요. 명분 하나면 만족해요. 아이를 낳을 수 있게 해주세요. 아이만 낳고 바로 이혼할게요. 그때 당신이 사랑하는 아내 곁으로 돌아가세요!”

“미친년이네!”

서 씨 어르신은 혐오스럽게 한마디 하고는 주희진을 뿌리쳤다.

그 일이 있고 3일 뒤, 서 씨 어르신은 임무를 마치고 귀국했다.

하지만 그는 그 사이 한 번도 주희진을 찾아가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두 여자의 인생을 다 책임질 수는 없었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은 집에서 그를 애타게 기다리는 여자였다.

그는 돌아가서 아내에게 어쩔 수 없었던 그날의 사실을 말하고 용서를 구할 생각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어르신은 아내와 달콤한 시간을 보낸 뒤, 즐겁게 뛰노는 아들을 바라보며 이 일을 이야기했다.

그의 아내는 밤새 슬피 눈물을 흘렸고 그는 밤새 아내의 곁을 지켰다.

아내가 울음을 그친 뒤에야 그가 말했다.

“한 번도 그 여자한테 흔들린 적 없어.”

그의 아내는 배려심 많고 사려 깊은 사람이었다. 울다 지친 그녀는 남편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어떤 일이 있든 같이 해결해요. 그 여자가 찾아오면 같이 쫓아버려요! 어린 여자가 미혼모가 되기를 진심으로 원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 봐야 돈이겠죠! 주면 돼요!”

하지만 그 일이 있고 한동안 주희진은 서 씨 어르신을 찾지 않았다.

불러온 배 때문이었다. 아이를 지울까 생각도 했지만 현지인 친구도 없었기에 수술 동의서에 사인해 줄 사람도 없었다.

주희진은 어쩔 수 없이 귀국을 선택했다.

그녀가 귀국하고 이틀 째 되던 날, 서 씨 어르신의 아내가 그녀를 찾아왔다.

“주희진 씨? 남성 근교에 사는 거 다 알고 왔어요. 해외로 자원봉사를 갔었다고요. 참 따뜻한 사람인데 왜 남의 남편을 탐냈을까요?”

겁에 질린 주희진은 몸을 웅크리고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욕을 먹는 건 상관없었다. 하지만 소리가 너무 컸던 탓에 근처에 살던 주희진의 친척오빠들이 그 사실을 알아버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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