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머뭇거리던 주희진이 서 씨 어르신에게 말했다.“이렇게 됐으니 난 이제 갈 곳도 없어요. 그러니 나와 결혼해 줘요. 사랑까지는 바라지 않을게요. 난 그냥 살고 싶어요.”비굴하고 구슬픈 그녀의 목소리에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서 씨 어르신은 벼랑 끝에 몰린 기분이었다.결국 그는 여론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아내와 이혼한 뒤, 주희진과 식을 올렸다.주희진이 출산 동의서를 손에 넣자 두 사람은 이혼하고 서 씨 어르신은 전처에게 돌아갔다.그 뒤로 주희진은 그들의 저택 근처에 집을 마련했다.서 씨 어르신은 매달 그녀에게 생활비를 주기로 약속했다.많지 않은 돈이지만 주희진이 생활하기에는 충분했다. 주희진도 피아노나 그림을 가르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삶을 향한 갈망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아이를 임신하고 강해진 건지 주희진의 건강 상태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출산 과정이 너무 힘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녀는 임신 5개월 때부터 매일 산책을 했다. 출산하는 그날까지 주희진은 혼자였다.그녀는 혼자 여자 아이를 출산했다.아이가 생긴 뒤, 삶을 향한 주희진의 갈망은 더욱 커졌다. 그녀는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만 아이의 곁을 지키고 싶었다.주희진은 아이를 자신의 목숨처럼 아꼈다.반면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던 탓인지 서 씨 어르신의 아내가 출산한 여자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태어날 때부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인큐베이터에서 생활하던 아이였다.하지만 끝내는 하늘나라로 가버렸다.그 일로 주희진을 향한 서 씨 어르신 부부의 증오는 깊어져만 갔다.매달 주희진이 생활비를 요구할 때면 어르신의 아내는 욕을 퍼부었다.가끔 서 씨 어르신과 마주칠 때도 있었지만 그는 주희진을 철저히 무시했다.아이가 두 살이 되었을 때, 주희진이 서 씨 어르신을 찾아가서 아이의 이름을 알려주며 물었다.“내 아이도 서 씨 성을 가질 수 있을까요?”“마음대로 해!”서 씨 어르신은 차갑게 대답했다.주희진도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름은 서진희라고
“아이는 내가 매달마다 생활비 챙겨줄게. 근데 너도 엄마로써 육아의 의무를 다 해야지. 앞으로 아이가 잘 되든 말든, 나랑은 아무런 상관이 없어!” 그리고 서씨 집안 어르신은 돈을 남긴 뒤, 자리를 떠났다. 주희진은 혼나 남아서 소리 없이 울었다. 그녀는 얼마나 아빠가 보고싶을까? 얼마나 보고싶을까? 그러나 아이는 아빠를 보지 못 한다. 아빠가 바로 앞에 있는데, 서희진은 한 살이 되었어도 아빠가 누군지 알 수 없었다. 가끔 주희진은 이 한 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공원에 가서 놀 때, 한 살짜리 아이들이 말을 배우면서 ‘아빠’라는 단어를 뱉는 걸 보았다. 이 아이는 입에 침을 머금고 어눌하게 불렀었다. “아…빠, 아… 빠…” 이럴 때마다 주희진은 매우 속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희진은 계속 서가네 근처에서 지냈고,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갈 때까지 자신의 친 아빠를 만나보지 못 했다. 3살이 조금 넘은 진희는 말을 배웠고, 아이는 고개를 들어 진지하게 주희진을 보았다. “엄마, 유치원 친구들은 다 아빠가 있는데, 우리 아빠는 죽은 거야?” 주희진은 바로 진희의 입을 막았다. “그렇게 아빠를 저주하면 안돼!” 그녀는 꾸짖었다. 서진희는 눈시울을 붉히며 흐느꼈다. “우리 아빠 안 죽었어? 아빠가 안 죽었으면 왜 진희를 보러오지 않는 거야?” 주희진은 진희를 품에 안았다. “아가야 잘 들어, 아빠가 널 보러오지 않는 건 아빠 잘못이 아니라, 엄마 잘못이야.” 어린 희진은 이해할 수 없었다. “엄마는 날 이렇게 사랑하는데, 엄마가 무슨 잘못이 있어?” 주희진은 울면서 말했다. “널 향한 엄마의 사랑은 이기적인 거야, 네 아빠는 한번도 엄마를 사랑한 적이 없었어, 네 아빠는 한번의 실수로 엄마와의 관계가 생긴 거야. 아빠는 좋은 사람이니까, 진짜 아내한테 책임을 지는 게 맞아.” “만약 내가 그 아내였어도, 이런 남편이 있기에 위로가 되고 자랑스러웠을 거야.” “하지만 엄마는 달라. 엄마는 너무 외로웠어.
그 날 오후는 3살짜리 애가 처음으로 자신의 아빠를 보는 날이었다. 남자는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다. 남자는 정장을 입었고, 여자는 원피스를 입어서 신사 숙녀처럼 고귀하게 차려 입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들의 옆에는 7-8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남자 아이가 있었다. 이 세 가족의 모습을 보니 정말 보는 사람마저 부럽게 만들었다. “봐봐, 진희야, 저 분이 네 아빠야.” 주희진은 딸에게 말했다. “아빠 엄청 잘생겼다.” 어린 진희가 말했다. “응, 네 아빠는 엄청 잘 생기고 권력도 있어. 아빠는 좋은 사람이고 정직한 남자야. 진희야, 엄마가 할 말이 있는데, 네 아빠가 널 못 알아보더라도, 나중에 네가 크면 꼭 아빠한테 효도해야 해. 왜냐면 너에게 생명을 주신 분이니까. 알겠지?” 주희진은 이렇게 딸을 교육했다. 그녀의 아이는 비록 한 부모 가정의 아이였지만, 그녀는 아이에게 이로 인한 원한을 심어주고 싶지 않았다. 아이 아빠가 평생 아이를 보러 오지 않는다고 해도, 아이를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해도, 주희진은 아이의 마음속에 좋은 아빠라는 인상을 남겨주고 싶었다. 어린 애는 말도 잘 듣고, 철도 들었다. 3살짜리 서진희는 엄마 앞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엄마, 나중에 크면 내가 꼭 아빠를 아껴줄게.” “가자 그럼.” 주희진이 말했다. “아니, 엄마, 나 아빠 더 보고싶어. 아빠 차도 아직 안 출발했잖아. 차 출발했을 때 우리도 가면 안될까?” 아이는 욕심을 부리며 엄마에게 부탁했다. 엄마의 마음은 씁쓸했다. 하지만 그녀는 동의했다. 모녀는 멀리 서서 서가네 문 앞을 보면서, 그들의 차가 서서히 출발하며 속력을 올렸을 때, 3살짜리 진희는 어디서 생겨난지 모르는 힘으로 엄마의 품속에서 벗어나 차를 향해 달려갔다. 아이는 뛰면서 작은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여린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아빠, 아빠… 진희는 아빠를 사랑해요…” 뒤에 있던 주희진은 놀라서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
“엄마 나 피아노 연습 좀 하고 싶어.” 3살짜리 아이는 아직 악보도 모르고, 어떻게 치는지는 더더욱 몰랐지만, 주희진은 평소에 아이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자주 아이를 안고 어떻게 치는지 알려주었다. 매번 아이에게 알려줄 때마다 그녀는 아이에게 말했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능력이 있어, 음악은 사람을 기쁘게 만들어줄 수도 있고.” 아이는 이 말을 대략적으로 이해했는지, 3살짜리 어린 진희는 잠재적으로 자신이 피아노를 칠수 있게 되면, 잘 치게 되면 아빠를 기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빠가 기쁘면 어린 진희를 좋아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날 저녁, 3살인 어린 진희이는 두 시간동안 피아노 연습을 했다. 그녀는 정말 그럴 듯했다. 3살밖에 안된 아이여도 재능이 있었다. 그 이후로, 아이는 매일 피아노를 연습하며, 엄마가 데리고 나가서 놀겠다고 해도 연습시간을 아까워했다. 반년도 안돼서, 4살인 어린 진희는 악보를 칠 수 있게 됐다. 그 악보명은 징글벨이었다. 잘 치진 못 했지만, 4살짜리 아이만의 어리숙함이 있었다. 4살 어린이의 마음속엔 한 가지의 소원이 있었다. 그건 바로 다시 아빠를 만나는 것이었다. 그녀는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었고, 아이도 이러면 아빠가 자신을 좋아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 소원이 생긴 뒤로 그녀는 희망이 생겼다. 어느 날 오후, 어린 진희의 유치원 선생님이 친구들을 다 똑바로 앉혀놓았고, 유니폼을 폼 나게 입히고, 작은 손도 깨끗히 씻게 했다. 왜냐면, 유치원에 많은 사람들에게 존중받는 아저씨가 그들을 보러온다고 했기 때문이다. 아무도 이 아저씨가 누군지 몰랐다. 유치원 친구들은 선생님의 말을 잘 들었다. 그 중 어린 진희가 제일 말을 잘 듣는 아이였다. 아이들의 하원시간이 다 될쯤 서씨 집안 어르신이 왔다. 그가 오늘 유치원에 온 건 방문을 하러 온 게 아니라, 아내의 부탁 때문에 아내의 언니의 아이를 데리러 온 거였다. 그 아이 역시
서씨 집안 어르신의 얼굴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살기가 보였다. 그는 이 아이의 얼굴이 자신과 비슷하다는 게 보였다. 특히 자신의 어렸을 적과 비슷했다. 단지 여기 있는 사람들은 그의 어렸을 적 얼굴을 몰랐을 뿐이지, 아니면 이 아이가 그의 딸이라는 걸 단번에 눈치챘을 테다. 얼굴의 불쾌함은 누가봐도 보였다. 선생님도 보였다. 그녀는 힘껏 어린 진희를 끌어당겼다. 서씨 집안 어르신이 이 자리에 없었다면, 이 선생님은 당장이라도 서진희를 때렸을 테다. 어린 애가 왜 이러는 거지? 서씨 집안 어르신은 차갑게 말했다. “놓아주세요, 저도 애가 뭐하고 싶은 건지 궁금하네요.” 그 순간, 서씨 집안 어르신은 결심했다. 만약 이 어린 아이가 자신을 감히 아빠라고 부른다면, 당장이라도 주희진 모녀를 먼 곳으로 보내버릴 생각이었다. 그들이 영원히 돌아오지 못 하게 할 셈이었다. 그러나, 선생님이 서진희를 놓아줬을 때 어린 진희는 아빠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달콤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 피아노 칠 줄 알아요. 제 피아노 소리는 사람들이 들었을 때 기쁘게 만들어 줄 수 있어서, 아저씨께 한 번 들려드리고 싶은데, 어떠세요?” 그 순간, 그는 마음이 흔들린 건가? 서씨 집안 어르신은 알 수 없었다. 그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거절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꼬마 아가씨는 총총총 피아노 앞으로 가서 의자 위로 올라간 뒤, 작은 두 다리를 들고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그녀가 피아노 치는 모습은 꽤나 귀여워 보였다. 자신의 피아노 소리에 본인도 취해 있었고, 그러면서 또 진지했다. 왜냐면 엄마는 그녀에게 본인이 열심히 쳐서 진짜 몰두했을 때, 관중을 매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곡 내내 꼬마 아가씨는 몰두해 있었다. 한 곡이 끝났다. 꼬마 아가씨는 기쁘게 의자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자랑스럽게 아빠에게 묻고싶었다. “저 잘치죠?” 그리고 그녀는 너무 자랑스럽게 아빠에게 말하고 싶었다. “
아니면 모녀를 제일 먼 곳으로 보내버릴 생각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지? 주희진은 바로 마음이 급해졌다. 먼 곳으로 가 버리면 아이가 교육을 따라가지도 못할뿐더러, 그녀의 병은 작은 도시에서 치료하기엔 어려웠다. 그녀는 바로 서씨 집안 어르신에게 내일부터 유치원에 보내지 않겠다고 한 뒤, 아이를 새로운 유치원에 보내겠다고 했다. 그래서 어린 진희는 나중에 또 아빠를 볼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었지만, 전학을 가게 되었다. 그 이후 한참 동안, 그녀는 아빠를 만나지 못 했다. 그녀는 많은 친구들의 아빠가 데리러 오는 모습을 종종 보았고, 여자 아이나 남자 아이들이 다 아빠의 목마를 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나 어린 진희는 그러지 못 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부러움은 부러움이었고, 어린 희진은 아무도 원망하지 않았다. 왜냐면 그녀의 엄마는 넘치는 사랑을 줬기 때문이다. 아빠는 좋은 사람이었다. 아빠는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었다. 아빠는 신용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아빠는 대장부였다. 어린 진희는 아빠가 자랑스러웠다. 서진희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서씨 집안 어르신은 예전만큼의 생활비를 주었다. 하지만 주희진은 아이가 더 좋은 교육을 받길 바랐다. 그동안 그녀는 아이에게 모든걸 다 사주지 못해서 만약 학교라도 더 좋은 곳에 보내주지 못 한다면 더욱 아이에게 미안해지는 것 같았다.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 주희진은 피아노 과외도 하고, 한가할 때는 갤러리에서 가서 일을 하면서 그림도 팔았다. 그녀의 그림 실력은 엄청 뛰어난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배운 게 있었고, 특히 그녀가 매화를 그릴 때는 독보적인 풍격이 느껴졌다. 초등학교 6년동안, 서진희는 남성에서 제일 좋은 초등학교에 다녔다. 그 뿐만이 아니라, 그녀는 피아노 연습도 열심히 해서 이제는 제대로 연주를 할 수 있는 정도였다. 6년동안, 서진희는 성적도 우수했고, 말도
서진희는 고가령이라는 아이가 익숙해서 이 새 친구의 생일파티에 참여하고 싶었던 거였다. 왠지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12살짜리 아이는 어디서 만났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아이는 집에 돌아와서 특별히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학교에 어떤 친구가 생일 파티 와달라는데, 나 친구한테 성의 있는 선물 하나 주고 싶어.” 주희진은 듣고 기뻐했다. 자신은 이미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이가 12살인데 자신이 아직까지 죽지 않은 이유는, 매달 몇 천만원이 넘는 약을 먹으면서 명을 연장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루라도 더 살 수 있으면 더 사는 거였다. 최대한 아이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버티고 싶었다. 아직 6년이 남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6년은 버텨야 했다. 아이는 지금 친구 사귀는 법도 알고, 친구들이랑도 잘 지내고 있었다. 이건 주희진이 바라던 거였다. 적어도 자신이 이 세상에 없을 때, 아이 혼자 외롭지 않을 테니 말이다. 딸이 이 얘기를 꺼낸 뒤로, 주희진은 딸을 위해 선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딸을 위해서 엄청 예쁜 드레스까지 준비하며, 딸이 친구들 앞에서 망신당하지 않길 바랐다. 주희진은 해외에서 살았던 사람이라, 그녀가 딸에게 골라준 옷은 우아하면서도 어리숙한 느낌이 있었고, 생일 선물도 매우 특별했다. 그건 그녀가 그린 매화였다. 그 그림에는, 꽃사슴도 몇 마리 있었다. 꽃사슴이 눈 위에서 뛰고 있는 그 모습은 참으로 귀여웠다. 그림의 오른쪽 상단에는, 주희진이 남긴 멘트가 있었다. ‘친구야, 꼭 아름답고 건강해야해.’ 12살 진희는 친구에게 줄 선물을 매우 좋아했고, 엄마가 골라준 자신의 드레스도 매우 마음에 들어 했다. 엄마는 그녀에게 차를 불러주었고, 그녀는 택시를 타고 친구 집 근처에 갔더니 친구가 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희진아, 무슨 선물이길래 포장이 이렇게 예뻐?” 12살인 고가령은 호기심에 물
너무 많은 원한을 품고 있지 않아서 그런지, 스스로 많은 열등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래서 고가령 앞에서 그녀는 솔직하게 아빠가 없다고 말할 수 있었다. 고가령은 그녀를 이해했다. 이제 두 사람은 정말 친한 친구가 됐으니 말이다. 고가령은 강개하게 말했다. “괜찮아, 진희야. 넌 비록 널 사랑해줄 아빠가 없지만 난 우리 아빠가 날 사랑해주거든. 우리 아빠뿐만이 아니라, 우리 이모랑 이모부도 날 엄청 아껴주셔. 우리 이모랑 이모부한테 마침 딸이 없으니, 이따 이모부한테 말해서 널 딸로 삼으라고 할게. 이모부가사람이 엄청 좋으시거든.” 둘은 이 얘기를 하면서 코너를 돌고 있었다. 코너를 돈 순간, 서진희는 거대한 ‘서가네’를 보았다. ‘서가네’! 우연인가? 서진희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마침 이때, 고가령이 웃으며 말했다. “사실 진희야, 우리 이모부 가족도 서씨 거든, 마침 너랑 성이 똑같으니까, 이모부가 네 아빠하면 딱이다. 너 앞으로 아빠 생긴 거야.” “어......” 진희는 갑자기 벽에 기대어 배를 부여잡았다. “왜 그래 진희야?” 고가령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나…가령아, 나… 화장실 가야할 거 같아. 우선 너희 집에 안 갈래, 아니면 이런 모습 보이기엔 좀 우습잖아. 나… 우선 화장실 좀 찾고, 내가… 여기가 네 집인 거 알았으니까, 이따가 다시 올게.” 서진희는 도망가듯이 뛰어갔다. “진희야, 잊지 마 여긴 우리 집이 아니라 이모랑 이모부네 집이야. 우리 이모부 성이 서씨 거든. 너 이따가 올 때, 내 이름 말하고 들어오면 돼…” 서진희는 울면서 뛰어갔다. 그녀는 세상이 자신과 장난을 치는 것 같았다. 그녀는 혼미한 상태에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고, 넋이 나간 모습을 보고 주희진이 물었다. “왜 그래 진희야? 친구 생일 파티 간다고 하지 않았어? 왜 돌아온 거야?” “엄마… 나 드디어 가령이가 누군지 생각났어. 자꾸 익숙한 느낌이었거든. 꼭 어디서 본 것 같았는데 지금 생각났어. 걘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