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원한을 품고 있지 않아서 그런지, 스스로 많은 열등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래서 고가령 앞에서 그녀는 솔직하게 아빠가 없다고 말할 수 있었다. 고가령은 그녀를 이해했다. 이제 두 사람은 정말 친한 친구가 됐으니 말이다. 고가령은 강개하게 말했다. “괜찮아, 진희야. 넌 비록 널 사랑해줄 아빠가 없지만 난 우리 아빠가 날 사랑해주거든. 우리 아빠뿐만이 아니라, 우리 이모랑 이모부도 날 엄청 아껴주셔. 우리 이모랑 이모부한테 마침 딸이 없으니, 이따 이모부한테 말해서 널 딸로 삼으라고 할게. 이모부가사람이 엄청 좋으시거든.” 둘은 이 얘기를 하면서 코너를 돌고 있었다. 코너를 돈 순간, 서진희는 거대한 ‘서가네’를 보았다. ‘서가네’! 우연인가? 서진희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마침 이때, 고가령이 웃으며 말했다. “사실 진희야, 우리 이모부 가족도 서씨 거든, 마침 너랑 성이 똑같으니까, 이모부가 네 아빠하면 딱이다. 너 앞으로 아빠 생긴 거야.” “어......” 진희는 갑자기 벽에 기대어 배를 부여잡았다. “왜 그래 진희야?” 고가령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나…가령아, 나… 화장실 가야할 거 같아. 우선 너희 집에 안 갈래, 아니면 이런 모습 보이기엔 좀 우습잖아. 나… 우선 화장실 좀 찾고, 내가… 여기가 네 집인 거 알았으니까, 이따가 다시 올게.” 서진희는 도망가듯이 뛰어갔다. “진희야, 잊지 마 여긴 우리 집이 아니라 이모랑 이모부네 집이야. 우리 이모부 성이 서씨 거든. 너 이따가 올 때, 내 이름 말하고 들어오면 돼…” 서진희는 울면서 뛰어갔다. 그녀는 세상이 자신과 장난을 치는 것 같았다. 그녀는 혼미한 상태에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고, 넋이 나간 모습을 보고 주희진이 물었다. “왜 그래 진희야? 친구 생일 파티 간다고 하지 않았어? 왜 돌아온 거야?” “엄마… 나 드디어 가령이가 누군지 생각났어. 자꾸 익숙한 느낌이었거든. 꼭 어디서 본 것 같았는데 지금 생각났어. 걘
“아빠......” 서진희는 대담하게 불렀다. 서씨 집안 어르신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서씨 집안 사모님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아… 네 이 계집년! 천한 것! 너였구나! 너였어!” 서진희는 놀라서 어디로 숨어야 할지 몰랐다. 그저 놀라서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서씨 집안 사모님의 날카로운 손가락은 이미 서진희의 이마를 찔렀다. “너 이 천한 것! 너… 여길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야! 네 그 천한 엄마가 여기 오라고 보낸 거지!” “순진한 우리 가령이, 너 대체 우리 가령이를 어떻게 속였길래 애가 널 들어오게 만든 거야?” 서씨 집안 어르신은 분노한 눈으로 서진희를 보았다. “너… 너 정말 교양이 없구나! 너 어떻게 들어왔어? 누구야! 누가 널 이 집에 들인 거야?” “아빠, 제가 진희예요. 진희라고요, 제가 아빠 딸이잖아요, 방금은 제가 피아노 잘 쳤다고 칭찬해 주시지 않았어요?” 그녀는 눈에 눈물을 머금고 용감하게 자신의 아빠를 보았다. 그녀는 아빠가 매우 보고 싶었다. “아빠......” “꺼져!” 15-16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는 서진희를 바닥으로 발로 차버렸다. “누가 네 아빠야? 어디서 굴러 들어 온지도 모르는 이 잡종아! 당장 꺼져! 우리 집에서 꺼지라고!” 15-16살짜리 남자아이는 이미 어른만큼 키가 컸고, 그가 서진희를 발로 차니 진희는 아파서 한참동안 일어나지 못 했다. 그녀는 놀라고 겁먹은 채로 모든 사람들을 보았다. 마지막엔 고가령에게 시선이 고정되었다. 그러나 고가령은 눈물을 머금고 서진희를 보았다. “서진희! 너 진짜 뻔뻔하다, 다 계획된 거였구나! 너 나 이용한 거지?” “가령아, 넌 내 베프잖아.” “바람난 엄마를 둔 너 같은 사람이랑 베프를 어떻게 해! 너 나랑 사실 오래전부터 친구하고 싶었지? 서진희 너 진짜 계산적이다! 너 꺼져, 지금 당장 우리 이모 집에서 나가! 이 뻔뻔한 애야!” 말을 하면서 고가령은 울었다. “내 생일인데! 내 생일도 다
하마터면 앞니도 빠질 뻔했다.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집에 돌아갔는지 모르겠지만, 엄마를 미워하는 자신의 마음만은 알았다. 너무 너무 미웠다. 집에 돌아온 뒤, 서진희는 얼굴도 안 씻고, 엄마에게 달려가 화를 냈다. “왜! 엄마는 나를 왜 낳았어! 나 낳아서 뭐하려고!” “왜 그래 우리 딸, 무슨 일 있었어?” 주희진은 마음이 아파서 아이를 보았다. “넘어진 거야? 팔에 멍도 들고, 살도 까지고, 누가 너 때렸어? 엄마한테 말해, 엄마가 다 혼내줄게!” “그 남자야! 내가 아빠라고 부르는 그 남자가 이렇게 만들었어!” 서진희는 차갑게 자신의 엄마를 보았다. 멈칫하다가 주희진은 맑은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엄마!” “엄마 왜 그래, 엄마, 내가 미안해, 미안해!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미안해 엄마…” 12살짜리 어린 아가씨는 무력하게 울었고, 그녀는 엄마의 머리를 안고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누가 저희 엄마 좀 살려주세요…” 그때는 핸드폰도 없을 시절이었다. 12살짜리 아가씨는 울면서 소리치다가, 이렇게 하면 엄마의 목숨을 못 구할 걸 알고, 밖으로 뛰쳐나온 뒤 편의점에 가서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10분 뒤, 병원에서 구급차가 왔다. 주희진의 운이 좋았어서 그녀가 병원에 입원한 그 기간에 심장을 기증하는 사람이 있었다. 마침 주희진 것과 딱 맞았다. 그래서, 주희진은 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 이 일 때문에, 서진희는 1년동안 휴학을 하고 엄마를 보살피는데 전념했다. 1년 후, 엄마가 회복을 한 뒤, 그녀들은 서씨 집안 어르신의 쫓아냄 하에 이사를 갔다. 서진희는 다른 학교에 가서 공부를 했고, 영원히 서가네 대문에 들어오지 말라는 명을 받았다. 어느 날, 서진희는 밖에서 우연히 서씨 집안 사모님을 마주쳤고, 사모님은 그녀를 보자마자 욕을 했다. “계집년, 천한 것, 뻔뻔한 것, 왜 아직까지 살아있는 거야.” 듣기 힘든 저 단어들을 15-16살짜리 소녀는 견딜 수가 없었다.
서진희는 서가네 문 앞에 섰다. 두 명의 집사는 문지기처럼 서서 16살짜리 어린 아가씨를 보았다. “누구 찾아!” “사모님 찾으러 왔습니다.” 진희은 입술을 깨물며 굴욕스럽게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의지로 서가네에 오기 싫었지만, 엄마가 곧 죽을 테니 안 올 수가 없었다. “사모님은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야! 얼른 꺼져!” 집사는 아예 서진희를 더 보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서진희는 처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돌아가면, 엄마의 그 절망적인 눈빛을 봐야하는 거 아닌가? 16살짜리 진희는 문 앞에 쭈그려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저녁까지 기다리면, 어쩌면 혈연관계인 자신의 아빠인 남자가 돌아올 테니, 오늘까지 기다렸다가 안 오면, 내일 아침엔 적어도 누군가 나타나지 않을까? 진희는 문 앞에서 저녁 내내 기다렸다. 저녁 식사 시간, 서가네 차 한 대가 섰다. 차에서 서씨 집안 어르신과 사모님, 그리고 이 집 도련님과 진희의 친구 고가령이 내렸다. 고가령은 바로 서진희를 보았다. “너 이 천한 것! 왜 또 우리 이모랑 이모부 집 앞까지 찾아온 거야?” 서씨 집안 어르신은 서진희를 노려본 뒤 뒤돌아 집사에게 되물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집사는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 “선생님, 제가 쫓아냈어서 간 줄 알았는데, 여기 이렇게 숨어있을 줄은 몰랐어요.” 서씨 집안 어르신은 서진희 앞으로 걸어왔다. “너가 여기 하루종일 있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내가 너 집으로 돌려보낼 거야! 니네한테 필요한 생활비도 다 줬어! 너 다시 우리 집 앞에 나타나면 네 목숨까지 가져갈 거야!” 서진희는 눈물을 머금고 친 아빠를 보았다. 그녀는 아빠라고 부르고 싶었지만, 부르지 않았다. 그녀는 매우 굴욕적이었다. 엄마가 말했던 것처럼 될까? 나중에 엄마가 죽으면, 그녀가 당당하게 서가네에 들어올 수 있을까? 서가네 아가씨가 될 수 있을까? 아니! 그녀
그녀는 자신이 피를 토할까 봐 무서웠다. 그녀는 아직 보살펴야 할 엄마가 있어서 죽을 수 없었다. 그녀가 죽으면 엄마는 어떡하란 말인가? 16짜리 아이는 그렇게 비릿한 피를 생으로 삼켰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나약하게 말했다. “우리 엄마… 우리 엄마가 곧 죽어요, 그래서 죽기 전에…. 사모님을 꼭 만나고 싶다고 하셨어요. 엄마가… 사모님의 일찍 돌아가신 딸과 관련된 일이라고, 엄마가 한번 오시래요.” 서씨 집안 사모님은 듣자마자 굳었다. “너… 방금 뭐라고 했어?” “저희 엄마가 사모님께 직접 오시라고 했어요.” 그리고 서진희는 바로 달려갔다. 그녀는 달려가지 않으면 피를 토할 것 같았다. 그녀는 서씨 집안 사람들 앞에서 토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그들이 자신을 비웃을까 봐 두려웠고, 그녀의 나약함을 건드려서 더 괴롭힐 것만 같았다. 그 날 저녁, 그녀는 집에 가지 않았다. 왜냐면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까지 맞은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 날 저녁, 서진희는 춥고 또 아프고, 자신의 명치가 불에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어딜 가야 할지 몰랐다. 그저 어둠속에서 풀더미 하나가 보였다. 그녀는 푹신해 보이길래 그 풀더미 위에 엎드렸다. 서서히 그녀는 자신이 기절했는지 잠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의식을 되찾았을 땐 이미 날이 밝아 있었다. 그녀의 눈 앞엔 중년부부가 있었다. “얘야, 일어났니?” 여자가 물었다. 서진희는 자신이 어딨는지 몰라서 고개를 들고 사방을 둘러봤다. 여긴 흙으로 만들어진 집이었고, 집안은 매우 낡아 있어 자신과 엄마가 사는 집보다 더 낡았다. “혹시… 여기가 어딘가요?” 서진희가 물었다. 이때, 남자가 입을 열었다. “여긴 교외야, 우리는 여기 농사 짓는 사람들이고. 얘야, 다친 거 같은데, 누구한테 맞았니? 엄마 아빠는? 신고는 했어? 우리가 집까지 데려다줄까?” 서진희는 고개를 끄덕였다가 또 고개를 저었다. “아… 괜찮아요, 저 혼자서도 갈 수 있어요.”
주희진은 딸을 보고 애써 몸을 일으켰다. “얼른! 얼른 서가네로 돌아가. 사람들이 내 말을 믿었어. 왜냐면 엄마가 곧 죽을 거니까, 엄마 말을 믿은 거야. 진희야, 기억해, 서가네에 가서 몰래 네 오빠 머리카락을 찾아서 갖고 있어. 아니면 그 집 사모님 머리카락도 좋아.” 진희는 울면서 엄마에게 물었다. “머리카락은 왜?” “그 사람들이 유전자 검사하는 걸 방지하려는 거야. 넌 네 아빠의 딸인 건 맞지만, 사모님 딸은 아니잖아. 네가 사모님 딸이어야만 서가네에 들어갈 수 있어. 아니면 그 사람들은 널 인정해주지 않을 테니까.” “엄마, 나 서가네 가기 싫어…” “엄마 말 들어 진희야. 이제 그 사람들이 널 싫어하지 않을 거야. 다들 네가 죽은 줄 알았던 딸인 줄 알아서, 사모님도 널 싫어하지 않을 거야.” “아니, 엄마. 나 안 갈래.” “이런 멍청한 것, 왜 이렇게 고집을 부려? 엄마는, 엄마는 이제 더 이상 널 챙겨줄 수 없어. 엄마는 곧 죽을 목숨인데, 넌 아직 대학도 가야하고, 널 챙겨줘야 할 사람이 필요한데, 엄마는 널 더 이상 보살펴 줄 수 없어!” 서진희는 울면서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그 사람들은 날 인정해주지 않을 거야. 우리는 영원히 서가네에 들어갈 수 없어. 왜냐면 내 아빠라고 하는 그 사람은 정자만 제공해줬잖아, 딱 그 뿐이었다고!” “사람들은 날 영원히 남 취급할 거야, 엄마가 알기나 해?” 엄마는 그저 울면서 그녀를 쫓아내려 했다. “난 신경쓰지 말고, 얼른 서가네로 돌아가!” 엄마가 이렇게까지 고집을 부리자 서진희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이렇게 하자. 만약 조만간 그 사람들이 다시 여기로 날 찾으러 온다면, 그땐 내가 같이 갈게. 근데 여기로 날 찾으러 오지 않는다면, 내가 돌아가고 싶어도 난 못 가.” 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주희진은 눈이 흐릿해질 때까지 눈물을 흘렸다. 어쩌면 마음 속에 딸에 대한 무한한 죄책감이 이미 정점을 찍은 것 같기도 하다. 그 이후로 일주일 뒤, 주희
원래 아이를 입양하면 부부는 노후에도 의존할 곳이 있다고 생각했으나, 넓고 관대한 법망 아래서 결국엔 잡히게 될 줄은 몰랐다. 부부가 잡혀간 뒤로 효진은 또 다시 고아가 되었다. 원래 공장에서 출근을 할 수 있었던 효진은, 서씨 집안 사람들의 수색을 피하느라 공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돌아갈 집이 없었다. 호텔에 살 수도 없었고, 월세집을 얻을 수도 없었다. 제일 가난하고 초라할 때는 육교에서 밤을 지샌 적도 있었다. 육교 아래서 그녀에게 무례한 짓을 하려던 나쁜 사람도 만났었다. 그녀가 나쁜 사람들에게 맞서고 있을 때, 임지강을 만났다. 그때의 임지강은 공장에서 일하는 나름의 직장인이었다. 임지강은 이 아이의 이름이 원효진이라는 걸 들었고, 그녀를 구하고, 그녀를 데려가서 일자리도 찾아주었다. 이렇게 또 1년이 지나서, 효진은 자연스럽게 임지강과 연애를 했다. 2년 후, 서진희가 21살이 되던 그 해에 서진희와 임지강은 결혼했다. 둘의 결혼식은 심플했다. 임지강은 늘 서진희가 타지에서 온 아가씨인 줄 알아서 결혼 전까지만 해도 이 여자에게 잘 해주었다. 하지만 결혼한 후에는 불 같은 성질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특히 임지강이 부공장장으로 승진됐을 땐 더욱 심했다. 그때, 서진희는 막 임신을 했었고, 승진한 임지강은 갈수록 성질이 안 좋아졌고 , 얼마 안 지나 공장에 실습을 하러 온 실습생과 바람을 피웠다. 그 실습생은 여대생인 허영이었다. 서진희가 자신의 남편과 공장에 새로 온 여대생이 부적절한 관계인 걸 알았을 때 서진희도 소란을 피웠었다. 하지만, 그녀가 상간녀를 어떻게 하기도 전에 서진희는 임지강에게 세게 뺨을 두대나 맞았다. “넌 네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거야? 어디서 온 줄도 모르고, 신분도 가짜고! 문화도 없고, 학력도 없고, 게다가 살인범의 딸이잖아!” “에휴, 궁금한 게 있는데. 네 양부모가 살인을 해서 감옥에 들어갔잖아, 설마 그때 그 안 좋은 일을 당한 딸이 너는 아니
아무런 목적지도 없던 서진희는 큰 길을 걸으면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그녀의 배는 점점 아파왔고, 그녀는 깊은 절망감을 느꼈다. 자신이 앞으로 더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뱃속의 아이도 낳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 순간, 서진희는 갑자기 엄마의 죽음을 앞뒀을 때의 고심이 이해가 됐다. 엄마가 죽고, 자신이 이 세상에 혼자 남아서 살아가기엔 너무 고달펐다. 그녀는 엄마가 당시에 자신을 낳으려고 했던 이유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이상 엄마를 원망하지 않는 서진희는 엄마의 무덤 앞으로 가서 오후 내내 울었다. 저녁이 거의 다 되어가자 그녀는 갑자기 배에 더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고, 그 무덤에서 걸어나올 수가 없었다. 바닥에서 포복을 하던 그녀는 나약하게 소리쳤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먼저 그녀를 구하러 온 건, 한 절름발이 장애인이었다. 장애인은 힘겹게 서진희를 리어카 위로 부축한 뒤, 리어카로 서진희를 끌고 산부인과에 데려다 주었다. 병원에 도착했지만, 장애인은 서진희를 위해 내줄 돈이 없었다. 그는 그저 계속해서 서진희에게 물었다. “가족은요? 가족 없어요?” 서진희는 고통스럽게 말했다. “저 가족 없어요…” 한 몸 안에 두 생명이 있는 모습을 보며, 장애인은 어쩔 수 없이 무덤으로 돌아가 상사에게 급한 일이 생겨서 돈이 필요하다고, 그의 월급을 먼저 땡겨 줄 수 없냐고 부탁했다. 묘지의 상사는 말했다. “퇴직할 거면 그렇게 해줄게! 저번 달 월급도 당장 줄 수 있고, 이번 달에 네가 일한 10일치 급여까지 같이 계산해서 보내줄 수 있어!” 장애인은 바로 일을 그만 뒀다. 한 달 반 어치의 월급은 받았는데도 겨우 40만원 정도였다. 하지만, 서진희의 입원비로는 충분했다. 서진희에게 입원비를 주고 나니 장애인에겐 남은 게 없었다. 그는 혼자 이렇게 큰 도시에서 지낼 곳도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산부인과 복도에서 서진희가 출산할 때까지 기다렸다. 하루 뒤, 서진희는 딸을 낳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