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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0화

잠시 머뭇거리던 주희진이 서 씨 어르신에게 말했다.

“이렇게 됐으니 난 이제 갈 곳도 없어요. 그러니 나와 결혼해 줘요. 사랑까지는 바라지 않을게요. 난 그냥 살고 싶어요.”

비굴하고 구슬픈 그녀의 목소리에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서 씨 어르신은 벼랑 끝에 몰린 기분이었다.

결국 그는 여론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아내와 이혼한 뒤, 주희진과 식을 올렸다.

주희진이 출산 동의서를 손에 넣자 두 사람은 이혼하고 서 씨 어르신은 전처에게 돌아갔다.

그 뒤로 주희진은 그들의 저택 근처에 집을 마련했다.

서 씨 어르신은 매달 그녀에게 생활비를 주기로 약속했다.

많지 않은 돈이지만 주희진이 생활하기에는 충분했다. 주희진도 피아노나 그림을 가르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삶을 향한 갈망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아이를 임신하고 강해진 건지 주희진의 건강 상태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출산 과정이 너무 힘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녀는 임신 5개월 때부터 매일 산책을 했다. 출산하는 그날까지 주희진은 혼자였다.

그녀는 혼자 여자 아이를 출산했다.

아이가 생긴 뒤, 삶을 향한 주희진의 갈망은 더욱 커졌다. 그녀는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만 아이의 곁을 지키고 싶었다.

주희진은 아이를 자신의 목숨처럼 아꼈다.

반면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던 탓인지 서 씨 어르신의 아내가 출산한 여자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태어날 때부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인큐베이터에서 생활하던 아이였다.

하지만 끝내는 하늘나라로 가버렸다.

그 일로 주희진을 향한 서 씨 어르신 부부의 증오는 깊어져만 갔다.

매달 주희진이 생활비를 요구할 때면 어르신의 아내는 욕을 퍼부었다.

가끔 서 씨 어르신과 마주칠 때도 있었지만 그는 주희진을 철저히 무시했다.

아이가 두 살이 되었을 때, 주희진이 서 씨 어르신을 찾아가서 아이의 이름을 알려주며 물었다.

“내 아이도 서 씨 성을 가질 수 있을까요?”

“마음대로 해!”

서 씨 어르신은 차갑게 대답했다.

주희진도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름은 서진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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