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 Bab 1061 - Bab 1070

2823 Bab

제1061화

그녀는 온 몸이 아프지 않는 곳이 없었고 제대로 일어설수조차 없었다.고윤희는 힘겹게 바닥을 기며 눈물로 얼굴을 적셨다.그녀는 자신이 왜 울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죽음 직전이라서 눈물이 흐르는 걸까?구경민은 단 한번도 둘 사이에 무언가를 약속한 적이 없었다.처음부터 그녀가 먼저 이 관계를 그에게 제안한 것이 아니던가?구경민이 더 이상 고윤희를 필요하지 않게 되면 어떠한 집착도 미련도 없이 떠나주겠다고 한 것도 그녀였지 않는가?그런데 도대체 왜 이렇게 눈물이 차오르는 걸까?고윤희!구경민은 너를 사랑하지 않아!칠팔 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 덕분에 사모님 대접을 받으며 사람들의 부러움과 존경을 받은 것만으로도, 그 누구 못지 않는 부귀영화를 누린 것만으로도 넌 이미 많은 것을 받았어. 그런데 뭘 더 바래?넌 진작 죽었어야 했어.어렸을 적 부모가 너를 원치 않았을 때,형제 자매가 너를 배척할 때,넌 진작에 옥상에서 뛰어내렸어야 했어.죽었어야 했다고!넌 그들에게 필요 없는 존재였으니까.지금,구경민과 최여진 사이에 낀 너는 또 다시 필요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어.넌 살 이유가 없어.하지만….갑자기 고윤희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신세희와 신유리의 모습.아이가 세상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그녀의 임신을 기원하며 줬던 선물, 그리고 또 신세희와의 우정.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은 두 모녀가 부소경의 보호 아래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었다.부유함을 떠나 그것이야말로 여자라면 응당 누려야 할 삶이 아닌가?고윤희도 그런 삶을 바랐다.‘죽고 싶지 않아.’그녀도 아이를 갖고 그들처럼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경민아… 나 좀… 살려줘.”“세희 씨… 세희 씨는 괜찮은 건가요? 열은 좀 내렸나요?저… 저 좀 데리러 와주면 안될까요?”인기척이라고는 느낄 수 없는 산 정상, 결국 고윤희의 구조 요청을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한편, 산중턱에 위치한 별장 안.방금 씻고 나온 구경민의 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렸다.“경민아, 얼른 엎드려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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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2화

신세희는 왜 이런 악몽이 찾아왔는지 알 수 없었다.꿈에서 깬 그녀는 자신이 절벽에서 떨어진 것보다 고윤희의 걱정이 앞섰다.간절하게 자신을 부르던 고윤희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귓가를 맴돌았다.신세희는 꼭 무슨 사고가 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마음이 뒤숭숭했다.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부리나케 침대머리에서 휴대폰을 찾아 고윤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핸드폰은 꺼져 있었다.시간을 확인한 신세희는 실소를 터뜨렸다. 지금은 아침 여섯 시, 출근을 하지 않는 고윤희가 이 시간에 잠에서 깼을 리 없었다. 아마 지금쯤 달게 자고 있겠지.자는데 방해하지 말자.신세희는 자신이 최근 들어 너무 예민해서 악몽을 꾼 거라고 스스로 위로했다.어차피 꿈이 현실이 된다고 해도 절벽에서 떨어진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고윤희였으니 고윤희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하게 씻은 뒤, 거실로 나갔다. 부소경과 신유리는 같이 베란다에서 꽃에 물을 주고 있었다.“아빠, 이 화분은 유리 거야.”신유리가 말했다.“아빠, 이 화분은 유리 거야.”“그래!”남자가 다정하게 말했다.“여기 있는 화분들 다 유리 거야. 이 집도 유리 집이고 여기 있는 모든 게 다 유리 거야. 앞으로 F그룹도 유리 거가 될 거야. 유리가 우리 가문의 여왕이고 수많은 사람들을 거느리게 될 거야.”그 말을 들은 신세희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가슴이 따뜻해졌다.“헤헤. 유리는 여왕이야.”잠시 머뭇거리던 아이가 말했다.“아빠, 모든 게 내 거라면 엄마는 어떡해?”그러자 남자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유리는 언제나 엄마밖에 모르지?”그러자 신유리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그럼, 당연하지!”“그룹도 유리 거고 유리가 우리 가문 여왕은 맞지만 너나 나나 다 네 엄마 거야. 네 엄마는 지존 같은 존재거든!”그제야 아이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응! 유리는 엄마가 제일 좋아!”아이는 고개를 들고 아빠를 바라보다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아빠, 요즘 SNS에 뭐가 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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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3화

부소경의 냉랭한 말투에 조금 전까지 웃고 떠들던 신유리 모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어린 신유리는 저도 모르게 숟가락을 잡은 손에 힘을 꽉 주었다. 마치 또 누가 엄마를 건드리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태세였다.신세희가 물었다.“누군데 그래요?”부소경은 신유리를 힐끗 보고는 신세희에게 입 모양으로 말했다.“애 할아버지.”신세희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녀의 예상이 맞다면 부성웅은 아마 서 씨 어르신을 대신해 부소경을 설득하려고 전화했을 것이다.신세희는 저도 모르게 그들의 통화에 귀를 기울였다.수화기 너머로 부성웅이 말했다.“아무리 그래도 내가 아빤데 말투가 그게 뭐야? 너 신세희 그 여자랑 결혼한 뒤로 점점 매정해지는 거 알아? 서 씨 어르신 말이 맞아. 그 여자는 요물이야!”부소경의 목소리가 급격하게 차가워졌다.“용건을 얘기하세요!”“용건 없으면 너한테 전화도 못하니? 넌 이 아비를 기억이나 하고 있었어? 너 우리 집안 핏줄 맞아? 이제 네 눈에는 신세희밖에 안 보이지?”부소경은 화를 내는 대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요즘 제가 좀 바빠서요! 바쁜 일 마무리하면 아버지가 찾지 않아도 제가 찾아뵐 생각이었어요!”“본가로 갈 필요 없다! 네가 바쁘니 내가 와야지!”부소경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문 열어!”부성웅이 말했다.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자리에서 일어선 그가 문을 열자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부성웅과 그의 큰어머니.신세희는 아침부터 들었던 불안한 예감이 사실이 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서 씨 어르신을 대신해서 그들을 설득하러 온 것이라면 신세희는 벼랑끝에 몰린 기분이었다.안으로 들어온 부성웅은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했다.“예전에 임서아가 세희 동생이라는 걸 몰랐을 때는 그러려니 했어. 이제 자매라는 걸 알았는데 어떻게 동생이 죽는다는데 모른 척할 수 있어!”잠시 숨을 고른 부성웅은 신세희를 돌아보며 명령했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네가 임서아 살려. 사람 목숨이 달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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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4화

신세희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말을 좀 심하게 하기는 했지만 부성웅이 충격을 받고 쓰러지는 걸 바라지는 않았다.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부소경을 바라보았다.부소경은 바닥에 쭈그려 앉아 부성웅을 부축했다.“아버지….”줄곧 한 마디도 하지 않던 진문옥이 눈물을 글썽이며 부성웅을 불렀다.“여보, 왜 그래요? 무슨 일이에요, 여보! 빨리 정신 좀 차려봐요!”하지만 부성웅에게서는 대답이 없었다.부소경은 곧장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10분 안에 당장 구급차 보내세요!”10분도 채 되지 않아 구급대원들이 도착했다. 그들은 다급히 부성웅을 구급차에 실었다.신세희와 신유리, 부소경도 구급차에 올랐다.신세희는 부소경의 팔을 붙잡고 울먹이며 말했다.“소경 씨, 미안해요….”부소경은 그녀를 품에 앉으며 다정하게 말했다.“당신 잘못한 거 없어. 우리가 서 씨 어르신한테 진 빚, 그거 다 아버지가 잘못해서 생긴 빚이야! 그런데 우리한테 그 빚을 갚으라니 말도 안 돼! 죽어도 마땅해!”그의 말투에서 부성웅을 향한 증오를 느낄 수 있었다.“당신은 유리 데리고 올라가. 나는 병원까지 따라가야겠어. 엄선우가 유리 데리러 올 거야. 유리 유치원은 보내야지.”부소경은 부드럽게 신세희를 달랬다.신세희도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유리 유치원 보내고 나도 병원으로 바로 갈게요.”아무리 사이가 소원하고 시아버지가 싫어도 그는 부소경의 아버지였다.병원에 안 갈 수는 없었다.구급차가 떠나자 엄선우가 도착했다.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신세희에게 물었다.“사모님, 무슨 일 생겼어요? 대표님은요?”신세희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요즘은 사고가 끊이지 않네요. 소경 씨 아버님이 오셔서 저한테 신장을 기증하라고 강요하시기에 제가 몇 마디 반박했거든요. 그러다가….”엄선우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피를 토하며 쓰러지셨어요.”“그럴 리 없어요! 그분 아주 건강하세요. 젊으셨을 때 운동도 하셔서 아주 건강해요. 젊으셨을 때는 몸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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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5화

그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신세희에게 말했다.“사모님, 6년 전 저한테 핫팩을 주셨던 거 기억나요?”신세희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그게 언제적 일이라고요. 핫팩 하나가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지금도 기억하고 있었어요?”엄선우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아니요! 사모님이 선물한 핫팩은 제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주었어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서 씨 어르신이 계속 사모님을 괴롭힌다면 저도 가만히 지켜만 보지 않을 거예요!”한참이 지난 뒤에야 신세희는 입을 열었다.“고마워요, 선우 씨.”“타세요. 공주님을 유치원에 모셔다드려야죠.”엄선우가 말했다.“그래요.”신유리를 유치원에 데려간 뒤, 신세희는 바로 부소경에게 전화를 걸었다.“소경 씨, 아버님은… 괜찮으신 거죠?”수화기 너머로 부소경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괜찮아.”“그럼… 내가 그쪽으로 갈까요?”신세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부소경은 자상한 목소리로 그녀를 위로했다.“안 와도 괜찮아. 오고 싶으면 와도 돼.”“알았어요. 바로 갈게요.”아무리 그래도 부소경의 아버지였다. 시아버님이 자신 때문에 피를 토하며 쓰러졌는데 병원에 안 가보는 게 말이 안 된다.전화를 끊은 신세희는 고개를 돌려 엄선우에게 말했다.“선우 씨, 병원에 좀 데려다주세요.”“네, 사모님.”엄선우는 고개를 끄덕인 뒤, 병원 방향으로 차를 돌렸다.신호등을 금방 지났는데 신세희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는 부소경인 줄 알고 다급히 핸드폰을 꺼냈다.아파트 경비실 팀장에게서 온 전화였다.“네, 조 팀장님. 문 앞에 기자들이 또 찾아왔나요?”신세희는 이번에 기자들이 또 찾아오면 정면 돌파해야겠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기자들 앞에서 임 씨 가문에 살면서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전부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한편, 경비실 팀장의 머뭇거리며 말을 꺼냈다.“사모님, 빨리 집으로 오셔야겠는데요. 그러니까….”신세희는 대답도 듣지 않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경비실 직원들 난감하게 할 생각 없어요. 바로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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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6화

신세희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저… 제가 뭘 잘못했나요?”불안한 예감에 고개를 숙였다.9년 전, 그녀가 대학생 2학년일 때 이런 식으로 경찰서에 끌려간 적 있었다.“9년 전 사건 때문에 왔습니다. 피해자 가족들이 다시 신세희 씨를 기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서요.”“저 여자야! 저기 있어! 이 망할 년, 너 때문에 우리 가정이 망했어! 여우 같은 년, 파렴치한 년이 이런 좋은 집에서 살고 있었다니!”한 중년 여자가 신세희를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신세희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보았다.어제 그녀의 차를 힐끔거리던 그 중년 여성이었다.“당신….”신세희는 어이가 없어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9년 전에 우리 남편이 널 추행했다고 고발했잖아. 우리 남편 같이 착한 사람이, 네 아비뻘 되는 사람이 그런 짓을 했을 리 없잖아! 우리 사이에 아이도 두 명이나 있다고!”9년 전 사건을 얘기하자 신세희는 살인 충동이 일었다.9년 전, 그녀는 고작 대학생이었다!한 번도 그녀에게 관심을 준 적 없던 임지강과 허영이 갑자기 그녀를 찾아오더니 새 옷을 사주며 생일 파티를 하자고 했다.임지강과 허영은 신세희를 사건 현장으로 끌고 간 뒤, 그녀에게 약을 탄 음료수를 먹였다. 음료수를 마신 신세희는 얼마 지나지 않아 깊은 잠에 빠졌다.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살인자가 되어 있었다.살인 미수가 아닌 과실치사.현장에 남은 족적과 지문, 흉기에 남은 지문까지 신세희의 것과 일치했다.CCTV에 찍힌 범인도 신세희와 흡사했다.옷, 머리 스타일 전부 신세희였다.확실한 증거 앞에 신세희에게는 반박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그제야 신세희는 갑자기 찾아와서 옷을 사주고 생일 파티를 하자던 것이 전부 함정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건 치밀하게 계획된 함정이었다.그들은 임서아의 죄를 신세희에게 뒤집어씌웠다.완벽한 범죄였고 다른 단서는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어린 신세희는 자신을 위해 변호하는 방법도 몰랐고 이미 모든 걸 체념한 상태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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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7화

평소였다면 아침부터 이곳을 방문할 부성웅이 아니었다.게다가 요즘 따라 부쩍 아들 눈치를 많이 살피는 모습을 보였다.하지만 오늘의 태도는 평소보다 사뭇 달랐다. 왜 갑자기 저러시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제 이해가 갔다.피를 토하며 쓰러진 것도 가짜가 아닐까?그들의 목적은 부소경과 그녀를 떨어뜨리는 것이었다.유인책!신세희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토록 그녀를 괴롭히는 걸까?그녀는 어려서부터 착하게 살아왔다.그녀의 부모님 역시 본분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하지만 아빠가 병사하고 엄마는 감옥에 간 뒤로 여태 생사조차 확인할 길이 없었다.그녀도 정교하게 짜인 함정에 빠져 감옥에 들어가고 그 안에서조차 누군가에게 이용을 당하면서 미혼모가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생부는 6년 동안 그녀를 죽이려고 쫓아다녔다.신유리와 안락한 생활을 한지 고작 반년이었다.신세희는 손에 칼이라도 들고 있었다면 자신을 모함하는 모두를 찔러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그녀는 가쁜 숨을 내쉬며 주먹을 움켜쥐었다.신세희에게 시비를 걸었던 중년 여자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다들 와서 이것 좀 보세요. 이 여자 이렇게 악랄한 여자에요. 전에 살인죄를 저질렀는데 출소해서 또 사람을 죽였어요. 피해자 중에는 곽세건이라는 노인도 있어요. 70세나 되신 노인을 따라다니면서 괴롭혔다니까요. 이 여자는 태어날 때부터 사이코패스였어요.”50대의 시골 여인은 확신에 찬 말투로 신세희의 죄명을 하나하나 읊었다.구경꾼들이 점점 모여들고 있었다.신세희의 옆을 지키던 엄선우는 재빨리 부소경에게 전화를 걸었다.“무슨 일이야?”엄선우가 다급히 말했다.“대표님, 사모님께서….”엄선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로 다급한 부름 소리와 잡음이 들렸다.“대표님, 아버님 상태가 갑자기….”엄선우는 조용히 핸드폰을 내려놓았다.지금 부소경 쪽도 무척 정신이 없어 보였다. 비록 부소경과 부성웅이 화목한 부자 사이는 아니었지만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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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8화

서 씨 어르신은 냉랭한 미소를 지었다.그러더니 확신에 찬 어조로 신세희에게 말했다.“빌미를 제공한 사람은 너야. 옛말 그른 거 하나 없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피어 오르지 않아. 너한테 파고들 구멍이 많았을 뿐이지.”신세희는 고개를 돌려 임지강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이… 내 아빠 맞아요? 내가 진짜 당신 핏줄이긴 한 건가요?”임지강은 냉랭한 눈빛으로 신세희를 쏘아보며 말했다.“난 너 같은 망나니 딸을 둔 적 없어!”신세희는 실소를 터뜨리며 중얼거리듯 말했다.“병원에 누워 있는 당신 딸을 구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 건가요?”임지강이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핏줄인데 구해주는 건 당연하잖아? 그런데 너는 그 애가 죽어간다는 것을 알고도 모른 척했지! 매정한 년! 나한테 어찌 너 같은 쓰레기가 딸로 태어났는지 의문이야!”“쓰레기라고요!”신세희는 헛웃음을 지었다.그녀는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억지로 눈물을 집어삼켰다.고개를 돌린 신세희는 서 씨 어르신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르신 말씀대로 옛날 말 그른 거 하나 없네요.”“그게 무슨 소리야?”노인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감출 생각도 없어 보였다.“제가 졌어요. 어르신은 참 대단한 분이세요.”신세희가 말했다.“칭찬 고맙구나.”신세희가 다시 물었다.“저를 죽음으로 내몰면서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하셨나요?”“양심의 가책? 내가 무슨 잘못을 했지?”서 씨 어르신은 당당하게 되물었다.“서시언은 너 때문에 두 다리를 잃었어. 그 아이 부모한테 내가 죄책감을 가져야 하나? 아니면 너 때문에 죽을뻔한 조의찬? 그리고 가성섬에 있는 내 외손녀의 약혼자였던 반호경은 어떻고? 그게 다 내 잘못이니? 내가 너한테 미안함을 느껴야 해?”“그렇지 않나요?”“그 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이익을 위해 너한테 좀 잘못을 한다고 해도 그게 뭐 어때서?”서 씨 어르신이 말했다.“게다가 내가 너한테 미안할 일은 없다. 그때 처벌이 너무 가벼웠던 건 사실이잖니. 출소한 뒤에도 너는 잘못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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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9화

“네!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아요! 조건 없이 기증할게요!”신세희가 단호하게 말했다.“아쉽지만 이미 늦었어!”어르신의 매정한 말에 신세희는 숨이 막혔다.노인은 점점 더 음산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신장 두 쪽을 다 가져갈 수 있는데 내가 왜 하나만 가져가겠니?”신세희는 눈물을 삼키며 처연하게 물었다.“꼭 이러셔야겠어요?”“미안하지만 난 이미 결정했단다! 너한테는 나와 협상할 자격이 없어!”신세희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지만 눈물은 주체할 수 없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갈라터진 입술에서 피가 스며 나왔다.매정하고 이기적인 노인 앞에 그녀는 또다시 깊은 절망을 느꼈다.신세희는 고개를 들고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그래요! 그냥 나를 죽여요! 임지강, 죽어서도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야! 나를 이 세상에 데려왔으면서 왜 나한테 이런 못된 짓을 한 거야? 우리 엄마한테는 왜 그랬어? 당신 우리 모녀에게 관심이나 준 적 있어? 당신 우리 엄마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임지강, 내가 죽게 되면 당신을 지옥으로 끌고 갈 거야!”“그리고 영감, 잘 들어! 지금 당장 당신들한테 끌려가지는 않을 거야! 온갖 질병에 걸려서 장기가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나 자신을 학대할 거야! 그렇게 해서 당신 외손녀가 내 장기를 탐내지 않도록 만들 거야!”“너….”“하하!”신세희는 분노에 찬 시선으로 모두를 바라보며 말했다.“마음껏 해봐! 내 목숨 너희들한테 줄게! 나를 죽여! 당장 이 자리에서 나를 죽이라고!”그녀를 바라보는 엄선우의 눈에도 눈물이 흘렀다.“할아버지!”사람들 틈에서 누군가가 비집고 들어왔다.“할아버지, 정말 너무하세요! 이러다가 천벌 받아요!”서 씨 어르신은 고개를 돌리고 서준명을 바라보며 짜증스럽게 말했다.“서준명 넌 또 왜 왔어? 내가 왜 천벌을 받아? 저 여자는 죗값을 치르는 거야. 6년 전에 출소하고 얼마 되지도 않아 곽세건을 평생 사람 구실하지 못하게 만들었잖아! 이건 사실이야!”“임 씨 가문에서 곽세건을 이용해서 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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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0화

여자의 악에 받친 고함에 모두가 놀랐다.거칠고 증오에 찬 목소리는 야수가 울부짖는 느낌도 들었다.한 여자가 사람들 틈을 비집고 앞으로 나왔다.여자라고 표현했지만 귀신처럼 산발에 색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남루한 옷차림을 한 노숙자였다.그녀는 커다란 나뭇가지를 들고 신세희의 앞을 막아섰다.거리가 가까워서 상대의 얼굴이 똑똑히 보였다.머리는 군데군데 떡 지고 흙도 묻어 있었다.그녀는 혼탁한 두 눈으로 서 씨 어르신을 노려보고 있었다.“영감! 내 딸 털끝이라도 건드려 봐! 당신 외손녀를 갈가리 찢어버릴 테니까!”서 씨 어르신은 인상을 찌푸리고 이 불청객을 쏘아보며 말했다.“넌 또 누구야? 누군데 우리 집안 일에 끼어들어?”등 뒤에서 신세희가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엄마… 엄마야? 엄마 맞아?”신세희에게 등을 돌리고 온몸으로 그녀를 가로막고 있던 노숙자는 엄마라는 소리에 어깨를 움찔했다.“엄마지? 엄마 맞잖아!”신세희는 떨리는 목소리로 여자의 어깨를 움켜쥐었다.여자는 흠칫하면서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떨어뜨렸다.신세희는 여자의 앞으로 다가가서 여자의 얼굴을 자세히 훑어 보았다. 먼지를 가득 뒤집어써서 이목구비가 보이지도 않았지만 신세희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엄마, 우리 엄마 맞지?”여자의 혼탁한 두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엄마….”신세희는 목놓아 울며 여자의 품에 안겼다.여자의 손에 들렸던 나뭇가지가 바닥에 떨어졌다.“엄마… 미안해. 미안해, 엄마!”신세희가 울며 말했다.“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엄마!”“나… 학교 다닐 때 공부 열심히 하고 착하게 살았어. 건축학과에 지원하려고. 그러면 나중에 우리도 돈 걱정 안하고 살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런데 대학교 2학년이 되자마자….”“엄마,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나 믿어줘, 엄마. 임지강이랑 허영이 나를 모함한 거야.”“난 임지강이 내 아빠인 줄도 몰랐어. 엄마도, 임지강 본인도 나한테 아무 말 안 했잖아. 내가 그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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