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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0화

여자의 악에 받친 고함에 모두가 놀랐다.

거칠고 증오에 찬 목소리는 야수가 울부짖는 느낌도 들었다.

한 여자가 사람들 틈을 비집고 앞으로 나왔다.

여자라고 표현했지만 귀신처럼 산발에 색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남루한 옷차림을 한 노숙자였다.

그녀는 커다란 나뭇가지를 들고 신세희의 앞을 막아섰다.

거리가 가까워서 상대의 얼굴이 똑똑히 보였다.

머리는 군데군데 떡 지고 흙도 묻어 있었다.

그녀는 혼탁한 두 눈으로 서 씨 어르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영감! 내 딸 털끝이라도 건드려 봐! 당신 외손녀를 갈가리 찢어버릴 테니까!”

서 씨 어르신은 인상을 찌푸리고 이 불청객을 쏘아보며 말했다.

“넌 또 누구야? 누군데 우리 집안 일에 끼어들어?”

등 뒤에서 신세희가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엄마… 엄마야? 엄마 맞아?”

신세희에게 등을 돌리고 온몸으로 그녀를 가로막고 있던 노숙자는 엄마라는 소리에 어깨를 움찔했다.

“엄마지? 엄마 맞잖아!”

신세희는 떨리는 목소리로 여자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여자는 흠칫하면서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떨어뜨렸다.

신세희는 여자의 앞으로 다가가서 여자의 얼굴을 자세히 훑어 보았다. 먼지를 가득 뒤집어써서 이목구비가 보이지도 않았지만 신세희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엄마, 우리 엄마 맞지?”

여자의 혼탁한 두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엄마….”

신세희는 목놓아 울며 여자의 품에 안겼다.

여자의 손에 들렸던 나뭇가지가 바닥에 떨어졌다.

“엄마… 미안해. 미안해, 엄마!”

신세희가 울며 말했다.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엄마!”

“나… 학교 다닐 때 공부 열심히 하고 착하게 살았어. 건축학과에 지원하려고. 그러면 나중에 우리도 돈 걱정 안하고 살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런데 대학교 2학년이 되자마자….”

“엄마,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나 믿어줘, 엄마. 임지강이랑 허영이 나를 모함한 거야.”

“난 임지강이 내 아빠인 줄도 몰랐어. 엄마도, 임지강 본인도 나한테 아무 말 안 했잖아. 내가 그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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