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소경은 차갑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9년 전, 당신 딸 임서아는 한 클럽에서 남자와 술을 마시고 있었죠. 술 취한 임서아의 곁에 40대 중년 남자가 다가오더니 임서아를 끌고 모텔로 들어갔어요.”임지강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빨갛게 물들었지만 부소경은 계속해서 말했다.“임서아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순결을 잃은 뒤였죠. 그날은 임서아의 첫날 밤이었어요. 화가 난 임서아의 눈에 비수가 들어왔죠.”“그 비수는 강간범이 임서아를 협박하려고 준비한 것이었어요. 그런데 임서아는 그 칼로 남자를 찔러 죽였죠.”“일을 다 저지른 뒤에야 임서아는 정신이 들었죠. 감옥에 가고 싶지도 않았고 사형 당할까 봐 두려웠겠죠.”“그래서 당신들은 임서아 대신 세희를 범인으로 몰기로 작정했죠.”“그 사건을 위해 당신들은 많은 돈을 썼어요. 모든 것을 완벽하기 위해! 하지만 임지강 씨, 거짓말은 진실이 될 수 없어요.”“이미 지나간 일이고 세희도 출소했으니 이 일을 다시 파헤치고 싶지 않았는데 당신들이 이렇게까지 세희를 괴롭힐 줄은 몰랐어요. 당신들은 서 씨 어르신과 짜고 세희를 압박해서 신장을 빼앗아가려 했잖아요!”“이 일을 준비하느라 나도 바빴고요. 그 해 임서아가 납치 되었던 모텔 사장, 그리고 클럽 사장, 임서아와 술을 마셨던 사람들과 CCTV 영상 모두 확보했어요! 그들이 그날 사건의 진실을 밝혀줄 겁니다!”임지강은 깊은 절망을 느꼈다.“또 있죠!”말을 마친 부소경은 신세희를 살인범이라고 지목했던 중년 여자에게 눈길을 돌렸다.중년 여자는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서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변명했다.“나… 난 아니야.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거기 멈춰!”신세희를 체포하려고 왔던 형사들이 수상함을 느끼고 여자를 불러세웠다.한 형사가 여자의 팔을 비틀어 제압하며 말했다.“어디서 왔는지 말해! 아줌마 피해자 가족 맞아? 피해자 가족이 아닌데 어떻게 피해자 신분증을 가지고 있지? 빨리 말해!”겁에 질린 여자가 울음을 터뜨렸다.“난 아무것도 몰라요….
서 씨 어르신은 떨리는 눈빛으로 부소경을 바라보았다.“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게냐?”부소경이 담담히 대꾸했다.“다 들으셨잖아요.”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돌려 임지강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임지강 씨, 세희가 어떻게 감옥에 갔는지 당신 처자식을 데리고 경찰서에 가서 곧이곧대로 진술하세요!”“안 돼….”부소경은 다시 고개를 돌려 서 씨 어르신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르신, 저는 어르신과의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임서아 일가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했던 약속 지켰어요. 하지만 저들이 범죄를 저질렀고 내 아내를 모함한 건 제 탓이 아닙니다. 그리고 어르신께서도 저들의 범죄에 동참하셨죠.”서준명도 어르신에게 다가오며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부 대표가 과거 사건의 인증, CCTV 전부 확보했다잖아요. 임지강 일가가 세희를 모함해서 감옥에 보낸 거예요. 진짜 살인범은 임서아고요! 세희가 아니라! 계속 정신을 못 차리실 거예요?”서 씨 어르신은 어둡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임지강을 쏘아보며 물었다.“이게… 사실인가?”임지강은 대답대신 눈을 피했다.이번에는 무슨 수를 써도 빠져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그도 느끼고 있었다.짝!서 씨 어르신은 손을 들어 임지강의 귀뺨을 때렸다.그러고는 형사들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저 인간을 차에 태워! 일단 돌아가서 얘기하지!”서 씨 어르신은 임지강의 과거에 대해 추궁할 기분이 아니었다. 지금 그의 온 정신은 신세희 모녀에게 집중되어 있었다.형사들이 임지강을 차에 태웠다.부소경은 노숙자에게 다가가서 공손하게 말했다.“장모님, 일단 집으로 가시죠. 세희가 장모님을 정말 애타게 찾아다녔어요. 집으로 가서 씻고 옷부터 갈아입어요.”노숙자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그럴 필요 없어….”“엄마!”신세희가 소리쳤다.“나도 엄마 따라서 거리로 나갈까?”노숙자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딸에게 말했다.“엄마는 네 지금 생활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너를 낳은 뒤로 한 번도 너
부소경은 말을 하면서도 서 씨 가문과 그 집 사람들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신세희, 신유리의 신분 문제가 거론되자 노숙자는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는 서 씨 어르신과 서준명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하지만 난 저 사람들이랑은… 정말 아무 상관없어. 저 사람들이 내 딸의 삶을 방해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안 그러면 정말 용서하지 않을 거야.”“고모….”서준명이 애처롭게 그녀를 불렀다.삼십 대 정장차림의 카리스마 넘치는 남자가 구슬피 울고 있었다.“저는 고모가 좋아요. 고모가 나타나자마자 알아봤잖아요. 비록 머리카락이 얼굴 절반을 가렸지만 눈빛이 세희와 닮아서 알아볼 수 있었어요. 6년 전 세희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내가 아는 고모와 닮았다고 생각했어요.”서준명은 간절한 눈빛으로 노숙자에게 사정했다.서 씨 어르신도 할 말이 많은 표정으로 입을 뻐금거렸다.하지만 노숙자의 얼굴에는 한치의 흔들림도 없었다.“미안하지만 나와 내 딸의 가족 상봉을 방해하지 말아줄래? 자네 고모를 잃어버린 건 유감으로 생각할게. 하지만 이미 가족을 찾았잖아? 임지강 일가를 가족으로 인정한지 6년이나 지나지 않았니? 이미 가족이 있는데 왜 만족을 못하지?”“그건 거짓이잖아요! 고모!”서준명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고모를 바라보았다.서 씨 가문은 수많은 인력과 재력을 동원해서 고모의 행방을 수소문했다.그렇게 몇십 년이 지나 드디어 진짜 고모를 만났는데 고모는 그들을 모르는 척하고 있다.노숙자는 지친 목소리로 대꾸했다.“뭐가 거짓인데? 고작 가족 중 한 명이잖아?”서준명은 고개를 흔들었다.“가장 소중한 가족이죠!”“그렇게 소중한 가족인데 왜 집을 나가서 안 돌아왔을까?”서준명은 할아버지에게 고개를 돌렸다.서 씨 어르신은 고개를 떨어뜨리고 한숨만 쉬고 있었다.딸을 볼 면목이 없었다.“고작 열여덟 살 소녀가 집을 버리고 길거리 생활을 택했어. 그 소녀는 결국 가족의 정을 느끼지 못했던 거야.”“소녀가 집을 나간 뒤에 당신들이 소녀의 행방을
서준명이 다가가서 어르신을 부축하며 물었다.“할아버지, 괜찮아요?”서 씨 어르신이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저 사람… 정말 네 고모 맞겠지?”“확실한 것 같아요.”“그 아이가 살아 있었다고?”서 씨 어르신의 질문에 서준명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임지강 일가가 할아버지를 속였어요!”서준명이 계속해서 말했다.“우리 부모님이 수소문한 바에 의하면 고모는 집을 나가고 얼마 되지 않아 임지강과 결혼했대요. 하지만 임지강이 말한 것처럼 아이를 낳고 난산으로 목숨을 잃은 게 아니라 두 사람이 이혼했대요.”서 씨 어르신이 말했다.“그… 그럼 빨리 쫓아가….”“고모를 쫓아가라고요?”서준명이 다시 한번 물었다.“당연하지!”그렇게 서 씨 어르신이 차에 오르고 서준명은 임지강을 태운 차로 향했다.“죄송하지만 이 인간은 조금 늦게 데려가 주실래요? 내 고모와 이 인간 사이에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많아요. 저 인간이 사실을 다 자백한 뒤에 다시 데려가는 게 좋겠습니다.”형사들도 같은 마음이었다.문제가 있다면 해결해야 한다.그들은 서준명의 차를 따라 부소경 부부를 뒤쫓았다.부소경과 신세희는 어머니를 모시고 근처의 호텔에 도착했다.너무 남루한 옷차림의 신세희 모친을 보고 호텔 프론트 직원은 그녀를 내쫓으려 일어서다가 부소경 부부가 정성스럽게 부축하는 것을 보고 다시 입을 다물었다.“스위트룸으로 부탁할게요. 그리고 사람 두 명만 올라오라고 하세요.”신세희의 말에 프론트 직원은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사모님.”신세희는 엘리베이터로 향하며 엄마에게 부드럽게 말했다.“엄마, 아직 해결하지 못한 일이 많아. 하지만 엄마 곁에는 내가 있잖아? 엄마가 서 씨 가문을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심정 이해해. 나도 그랬으니까. 나도 그 사람들 정말 싫어.”“하지만 엄마, 받아올 건 받아와야 해. 그들은 우리한테 빚진 게 많잖아. 지금 이 순간부터 엄마에게는 딸이 있고 사위가 있고 외손녀도 있어. 그리고 내 외할머니… 외할머니 무
“하지만 당신이 끝까지 싫다고 거절하니까 당신의 목숨을 노린 거야.”신세희는 저도 모르게 등 뒤에 소름이 돋았다.“당신이 죽어야 저들은 당당하게 당신의 장기를 가져갈 수 있겠지. 아버지는 그 말을 듣고 바로 협조하겠다고 했을 테고.”신세희는 갑자기 가슴이 무거워졌다.하지만 겉으로는 괜찮은 척, 오히려 부소경을 위로했다.“아버님 잘못이 아니에요. 영감이 감언이설로 아버님을 꼬드겼겠죠.”부소경이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지어졌다.이런 범행에 동조한 아버지를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더 급한 일이 있었다.“이제….”신세희가 고개를 들고 남편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무도 내 신장을 탐내지 않겠죠?”“아무도 당신을 해치지 못해.”말을 마친 부부는 호텔 입구를 바라보았다.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서준명과 서 씨 어르신이었다.그렇게 따라오지 말라고 했는데 참 고집불통이었다. 부소경도 그들이 장모님을 자꾸 자극하는 게 달갑지 않았다.어떻게든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해결해야 했다.부소경은 몰래 서준명의 부모에게 연락을 넣었다.서준명과 함께 안으로 들어온 서 씨 어르신은 로비에 앉아 있는 신세희 부부를 보자 비틀거리며 그들에게 다가왔다.“세희야….”자신을 부르는 서준명의 목소리에 신세희는 그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서 씨 어르신은 얼굴이 빨갛게 상기돼서 신세희를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떤 말을 먼저 해야 할까.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입만 뻐금거리던 서 씨 어르신의 입에서 처음 나온 말은 황당했다.“그때 네가 나한테 내 손녀라고….”“아니요! 그런 말 한 적 없는데요?”신세희가 웃으며 말했다.“저는 서 씨 가문과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에요. 우리 엄마도 마찬가지고요. 죄송하지만 이제 외손녀를 살리기 위해 나한테 신장을 내놓으라는 말은 하지 마세요.”잠시 뜸을 들이던 신세희는 담담한 얼굴로 먼곳을 바라보며 말했다.“어차피 진실이 밝혀지면 임서아는 사형 확정일 텐데 신장이 왜 필
거친 목소리에 사람들이 고개를 들었다.2층 계단에 50대 여성이 서 있었다.그녀는 하얗고 고운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밖에서 생활하면서도 머리카락이 얼굴 대부분을 가리고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했다.여자의 이마에는 주름이 졌는데 전혀 미모에 영향주지 않았다.오히려 진중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아름다우면서도 어딘가 슬픈 분위기.그녀가 신세희를 부르지 않았더라면 아무도 그녀가 조금 전 들어온 노숙자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모두가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서준명의 부친이 가장 먼저 침묵을 깼다.“내 동생!”하지만 여인은 그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너 내 동생이잖아! 나 너 본 적 있어! 우리 어릴 때 만났었잖아! 한 눈에 알아보겠어!”서준명의 아버지는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소리쳤다.아버지의 명을 받들어 동생의 행방을 수소문한지 벌써 몇십 년이 흘렀다.다시는 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동생이 지금 눈앞에 있었다.서 씨 어르신도 감격에 겨운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진희….”진희는 서 씨 어르신이 오래도록 그리던 딸의 이름이었다.그 이름은 어르신이 별로 좋아하지 않던 첩이 지어준 이름이었다. 그때 아기 이름이 어떠냐고 묻던 그녀가 떠올랐다.그때도 서 씨 어르신은 못들은 척했었다.딸이 집을 나간 뒤에야 어르신은 딸의 이름이 서진희라는 것을 떠올렸다.그래서 지금도 이름을 부르는 것이 너무 어색했다.서준명의 부모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한 번도 서진희의 이름을 불러준 적 없었다.집을 나가기 전, 서진희는 가문에서 아무도 찾지 않는 존재였다.“죄송하지만 어르신, 저 그 이름으로 안 불린지 오래됐어요. 삼십 년은 넘었을걸요? 저는 원효진이라고 해요.”한참이 지난 뒤에야 어르신이 입을 열었다.“하지만 네가 진희 맞잖아. 사진보다 주름이 생겼지만 이목구비는 여전해. 네가 진희야.”원효진은 천천히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신세희가 엄마를 위해 골라준 옷은 적당한 길이의 베
마침 이때, 임지강의 핸드폰이 울렸다.사실 아까부터 울리고 있었는데 형사들이 지키고 있어서 받을 수 없었을 뿐이었다.서준명은 다가가서 임지강의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했다.아니나 다를까, 허영이었다.임지강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서준명은 서 씨 어르신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할아버지 때문에 생긴 일이니까 할아버지가 받아요.”서 씨 어르신은 바로 일어나서 통화 버튼을 눌렀다.서준명은 다가가서 스피커 버튼을 눌렀다.“허영이냐?”서 씨 어르신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수화기 너머로 허영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아버님….”옆에서 듣고 있던 원효진은 피식 비웃음을 터뜨렸다.서 씨 어르신은 분노에 피가 거꾸로 솟았지만 여전히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래. 무슨 일이냐?”허영이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아버님, 일은 어떻게 됐어요? 아주 순조롭죠? 신세희는 경찰에 잡혀갔나요?”“아버님, 빨리 방법을 생각해서 신세희가 사형을 집행할 수 있게 하셔야 해요.”“아시다시피 서아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이러다가 서아 잘못되기라도 하면….”허영은 말끝마다 서 씨 어르신을 아버님이라고 불렀다.신세희 모녀는 헛웃음만 나왔다.신세희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하지만 고집스럽게 눈물을 닦았다.서 씨 어르신이 여전히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서아 상태는 좀 어떠니?”“오늘은 좀 괜찮은 것 같아요, 아버님. 투석을 진행했는데 밖에 나가고 싶다고 해서 바람도 쐬러 나왔어요. 지금 부소경 집 근처에 왔는데 아버님은 어디 계세요? 왜 안 보이죠?”서 씨 어르신은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이때 수화기 너머로 임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전혀 환자 같지 않은 들뜬 목소리였다.“외할아버지, 신세희 집 근처에 왜 사람이 없어요? 벌써 경찰에 잡혀갔나요? 걔 이번이 두 번째네요!”“외할아버지, 신세희가 감옥에서 허튼 짓을 하지 못하게 잘 감시해야 해요. 절대 자해하지 못하게 해요!”“솔직히 오늘 당장 수술했으면 좋겠
그제야 임서아는 등골이 오싹했다.고개를 돌리자 하얀 피부에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자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허영과 비슷한 나이로 보였는데 허영보다 키도 크고 분위기가 차분했다.임서아는 누군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6년 전, 임지강이 원효진을 감금했을 때, 노숙자 생활을 하다 끌려왔기에 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고 있어서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웠다.임서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여자에게 물었다.“당신은 누구죠?”서준명이 차갑게 대답했다.“이분이 내 고모야!”고모?임서아는 생각을 굴리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빠 고모면 나한테는 이모잖아. 우리 엄마보다 언니겠지? 이모, 안녕하세요. 저는 이모 동생의 딸이에요. 아… 그런데 외할아버지한테 또 다른 딸이 있다는 얘기는 못 들었는데요?”“이분은 내 엄마야!”신세희가 말했다.“악!”임서아는 그제야 원효진의 옆에 앉아 있는 신세희를 발견했다.“너….”임서아는 입을 크게 벌리고 신세희를 손가락질하며 횡설수설했다.“너 이… 살인자! 너… 경찰에 잡혀간 거 아니었어? 네가 왜 여기 있어? 내 이모가 어떻게 네 엄마야? 네 엄마는 시골 아줌마잖아? 너 미쳤어?”고개를 돌린 그녀는 서 씨 어르신에게 따지듯 물었다.“외할아버지, 신세희가 왜 여기 있어요? 분명….”임서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준명은 긴 다리를 들어 그녀를 걷어찼다.“아!”바닥에 쓰러진 임서아가 배를 끌어안고 고통스럽게 신음했다.“서아야….”허영은 다급히 임서아를 부축하며 서준명과 서씨 어르신을 번갈아보았다.그리고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구석진 곳에 얼굴이 흙빛이 된 임지강이 보였다.허영은 그제야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알아챘다.그녀는 임서아를 꽉 끌어안고 조심스럽게 사람들의 눈치를 살폈다.하지만 눈치 없는 임서아는 여전히 칭얼거렸다.“외할아버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이때 서진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목소리는 괴이할 정도로 거칠었다.그녀는 소름 끼치는 목소리로 임서아에게 말했다.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