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씨 어르신은 떨리는 눈빛으로 부소경을 바라보았다.“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게냐?”부소경이 담담히 대꾸했다.“다 들으셨잖아요.”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돌려 임지강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임지강 씨, 세희가 어떻게 감옥에 갔는지 당신 처자식을 데리고 경찰서에 가서 곧이곧대로 진술하세요!”“안 돼….”부소경은 다시 고개를 돌려 서 씨 어르신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르신, 저는 어르신과의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임서아 일가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했던 약속 지켰어요. 하지만 저들이 범죄를 저질렀고 내 아내를 모함한 건 제 탓이 아닙니다. 그리고 어르신께서도 저들의 범죄에 동참하셨죠.”서준명도 어르신에게 다가오며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부 대표가 과거 사건의 인증, CCTV 전부 확보했다잖아요. 임지강 일가가 세희를 모함해서 감옥에 보낸 거예요. 진짜 살인범은 임서아고요! 세희가 아니라! 계속 정신을 못 차리실 거예요?”서 씨 어르신은 어둡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임지강을 쏘아보며 물었다.“이게… 사실인가?”임지강은 대답대신 눈을 피했다.이번에는 무슨 수를 써도 빠져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그도 느끼고 있었다.짝!서 씨 어르신은 손을 들어 임지강의 귀뺨을 때렸다.그러고는 형사들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저 인간을 차에 태워! 일단 돌아가서 얘기하지!”서 씨 어르신은 임지강의 과거에 대해 추궁할 기분이 아니었다. 지금 그의 온 정신은 신세희 모녀에게 집중되어 있었다.형사들이 임지강을 차에 태웠다.부소경은 노숙자에게 다가가서 공손하게 말했다.“장모님, 일단 집으로 가시죠. 세희가 장모님을 정말 애타게 찾아다녔어요. 집으로 가서 씻고 옷부터 갈아입어요.”노숙자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그럴 필요 없어….”“엄마!”신세희가 소리쳤다.“나도 엄마 따라서 거리로 나갈까?”노숙자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딸에게 말했다.“엄마는 네 지금 생활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너를 낳은 뒤로 한 번도 너
부소경은 말을 하면서도 서 씨 가문과 그 집 사람들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신세희, 신유리의 신분 문제가 거론되자 노숙자는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는 서 씨 어르신과 서준명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하지만 난 저 사람들이랑은… 정말 아무 상관없어. 저 사람들이 내 딸의 삶을 방해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안 그러면 정말 용서하지 않을 거야.”“고모….”서준명이 애처롭게 그녀를 불렀다.삼십 대 정장차림의 카리스마 넘치는 남자가 구슬피 울고 있었다.“저는 고모가 좋아요. 고모가 나타나자마자 알아봤잖아요. 비록 머리카락이 얼굴 절반을 가렸지만 눈빛이 세희와 닮아서 알아볼 수 있었어요. 6년 전 세희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내가 아는 고모와 닮았다고 생각했어요.”서준명은 간절한 눈빛으로 노숙자에게 사정했다.서 씨 어르신도 할 말이 많은 표정으로 입을 뻐금거렸다.하지만 노숙자의 얼굴에는 한치의 흔들림도 없었다.“미안하지만 나와 내 딸의 가족 상봉을 방해하지 말아줄래? 자네 고모를 잃어버린 건 유감으로 생각할게. 하지만 이미 가족을 찾았잖아? 임지강 일가를 가족으로 인정한지 6년이나 지나지 않았니? 이미 가족이 있는데 왜 만족을 못하지?”“그건 거짓이잖아요! 고모!”서준명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고모를 바라보았다.서 씨 가문은 수많은 인력과 재력을 동원해서 고모의 행방을 수소문했다.그렇게 몇십 년이 지나 드디어 진짜 고모를 만났는데 고모는 그들을 모르는 척하고 있다.노숙자는 지친 목소리로 대꾸했다.“뭐가 거짓인데? 고작 가족 중 한 명이잖아?”서준명은 고개를 흔들었다.“가장 소중한 가족이죠!”“그렇게 소중한 가족인데 왜 집을 나가서 안 돌아왔을까?”서준명은 할아버지에게 고개를 돌렸다.서 씨 어르신은 고개를 떨어뜨리고 한숨만 쉬고 있었다.딸을 볼 면목이 없었다.“고작 열여덟 살 소녀가 집을 버리고 길거리 생활을 택했어. 그 소녀는 결국 가족의 정을 느끼지 못했던 거야.”“소녀가 집을 나간 뒤에 당신들이 소녀의 행방을
서준명이 다가가서 어르신을 부축하며 물었다.“할아버지, 괜찮아요?”서 씨 어르신이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저 사람… 정말 네 고모 맞겠지?”“확실한 것 같아요.”“그 아이가 살아 있었다고?”서 씨 어르신의 질문에 서준명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임지강 일가가 할아버지를 속였어요!”서준명이 계속해서 말했다.“우리 부모님이 수소문한 바에 의하면 고모는 집을 나가고 얼마 되지 않아 임지강과 결혼했대요. 하지만 임지강이 말한 것처럼 아이를 낳고 난산으로 목숨을 잃은 게 아니라 두 사람이 이혼했대요.”서 씨 어르신이 말했다.“그… 그럼 빨리 쫓아가….”“고모를 쫓아가라고요?”서준명이 다시 한번 물었다.“당연하지!”그렇게 서 씨 어르신이 차에 오르고 서준명은 임지강을 태운 차로 향했다.“죄송하지만 이 인간은 조금 늦게 데려가 주실래요? 내 고모와 이 인간 사이에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많아요. 저 인간이 사실을 다 자백한 뒤에 다시 데려가는 게 좋겠습니다.”형사들도 같은 마음이었다.문제가 있다면 해결해야 한다.그들은 서준명의 차를 따라 부소경 부부를 뒤쫓았다.부소경과 신세희는 어머니를 모시고 근처의 호텔에 도착했다.너무 남루한 옷차림의 신세희 모친을 보고 호텔 프론트 직원은 그녀를 내쫓으려 일어서다가 부소경 부부가 정성스럽게 부축하는 것을 보고 다시 입을 다물었다.“스위트룸으로 부탁할게요. 그리고 사람 두 명만 올라오라고 하세요.”신세희의 말에 프론트 직원은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사모님.”신세희는 엘리베이터로 향하며 엄마에게 부드럽게 말했다.“엄마, 아직 해결하지 못한 일이 많아. 하지만 엄마 곁에는 내가 있잖아? 엄마가 서 씨 가문을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심정 이해해. 나도 그랬으니까. 나도 그 사람들 정말 싫어.”“하지만 엄마, 받아올 건 받아와야 해. 그들은 우리한테 빚진 게 많잖아. 지금 이 순간부터 엄마에게는 딸이 있고 사위가 있고 외손녀도 있어. 그리고 내 외할머니… 외할머니 무
“하지만 당신이 끝까지 싫다고 거절하니까 당신의 목숨을 노린 거야.”신세희는 저도 모르게 등 뒤에 소름이 돋았다.“당신이 죽어야 저들은 당당하게 당신의 장기를 가져갈 수 있겠지. 아버지는 그 말을 듣고 바로 협조하겠다고 했을 테고.”신세희는 갑자기 가슴이 무거워졌다.하지만 겉으로는 괜찮은 척, 오히려 부소경을 위로했다.“아버님 잘못이 아니에요. 영감이 감언이설로 아버님을 꼬드겼겠죠.”부소경이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지어졌다.이런 범행에 동조한 아버지를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더 급한 일이 있었다.“이제….”신세희가 고개를 들고 남편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무도 내 신장을 탐내지 않겠죠?”“아무도 당신을 해치지 못해.”말을 마친 부부는 호텔 입구를 바라보았다.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서준명과 서 씨 어르신이었다.그렇게 따라오지 말라고 했는데 참 고집불통이었다. 부소경도 그들이 장모님을 자꾸 자극하는 게 달갑지 않았다.어떻게든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해결해야 했다.부소경은 몰래 서준명의 부모에게 연락을 넣었다.서준명과 함께 안으로 들어온 서 씨 어르신은 로비에 앉아 있는 신세희 부부를 보자 비틀거리며 그들에게 다가왔다.“세희야….”자신을 부르는 서준명의 목소리에 신세희는 그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서 씨 어르신은 얼굴이 빨갛게 상기돼서 신세희를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떤 말을 먼저 해야 할까.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입만 뻐금거리던 서 씨 어르신의 입에서 처음 나온 말은 황당했다.“그때 네가 나한테 내 손녀라고….”“아니요! 그런 말 한 적 없는데요?”신세희가 웃으며 말했다.“저는 서 씨 가문과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에요. 우리 엄마도 마찬가지고요. 죄송하지만 이제 외손녀를 살리기 위해 나한테 신장을 내놓으라는 말은 하지 마세요.”잠시 뜸을 들이던 신세희는 담담한 얼굴로 먼곳을 바라보며 말했다.“어차피 진실이 밝혀지면 임서아는 사형 확정일 텐데 신장이 왜 필
거친 목소리에 사람들이 고개를 들었다.2층 계단에 50대 여성이 서 있었다.그녀는 하얗고 고운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밖에서 생활하면서도 머리카락이 얼굴 대부분을 가리고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했다.여자의 이마에는 주름이 졌는데 전혀 미모에 영향주지 않았다.오히려 진중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아름다우면서도 어딘가 슬픈 분위기.그녀가 신세희를 부르지 않았더라면 아무도 그녀가 조금 전 들어온 노숙자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모두가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서준명의 부친이 가장 먼저 침묵을 깼다.“내 동생!”하지만 여인은 그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너 내 동생이잖아! 나 너 본 적 있어! 우리 어릴 때 만났었잖아! 한 눈에 알아보겠어!”서준명의 아버지는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소리쳤다.아버지의 명을 받들어 동생의 행방을 수소문한지 벌써 몇십 년이 흘렀다.다시는 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동생이 지금 눈앞에 있었다.서 씨 어르신도 감격에 겨운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진희….”진희는 서 씨 어르신이 오래도록 그리던 딸의 이름이었다.그 이름은 어르신이 별로 좋아하지 않던 첩이 지어준 이름이었다. 그때 아기 이름이 어떠냐고 묻던 그녀가 떠올랐다.그때도 서 씨 어르신은 못들은 척했었다.딸이 집을 나간 뒤에야 어르신은 딸의 이름이 서진희라는 것을 떠올렸다.그래서 지금도 이름을 부르는 것이 너무 어색했다.서준명의 부모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한 번도 서진희의 이름을 불러준 적 없었다.집을 나가기 전, 서진희는 가문에서 아무도 찾지 않는 존재였다.“죄송하지만 어르신, 저 그 이름으로 안 불린지 오래됐어요. 삼십 년은 넘었을걸요? 저는 원효진이라고 해요.”한참이 지난 뒤에야 어르신이 입을 열었다.“하지만 네가 진희 맞잖아. 사진보다 주름이 생겼지만 이목구비는 여전해. 네가 진희야.”원효진은 천천히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신세희가 엄마를 위해 골라준 옷은 적당한 길이의 베
마침 이때, 임지강의 핸드폰이 울렸다.사실 아까부터 울리고 있었는데 형사들이 지키고 있어서 받을 수 없었을 뿐이었다.서준명은 다가가서 임지강의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했다.아니나 다를까, 허영이었다.임지강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서준명은 서 씨 어르신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할아버지 때문에 생긴 일이니까 할아버지가 받아요.”서 씨 어르신은 바로 일어나서 통화 버튼을 눌렀다.서준명은 다가가서 스피커 버튼을 눌렀다.“허영이냐?”서 씨 어르신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수화기 너머로 허영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아버님….”옆에서 듣고 있던 원효진은 피식 비웃음을 터뜨렸다.서 씨 어르신은 분노에 피가 거꾸로 솟았지만 여전히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래. 무슨 일이냐?”허영이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아버님, 일은 어떻게 됐어요? 아주 순조롭죠? 신세희는 경찰에 잡혀갔나요?”“아버님, 빨리 방법을 생각해서 신세희가 사형을 집행할 수 있게 하셔야 해요.”“아시다시피 서아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이러다가 서아 잘못되기라도 하면….”허영은 말끝마다 서 씨 어르신을 아버님이라고 불렀다.신세희 모녀는 헛웃음만 나왔다.신세희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하지만 고집스럽게 눈물을 닦았다.서 씨 어르신이 여전히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서아 상태는 좀 어떠니?”“오늘은 좀 괜찮은 것 같아요, 아버님. 투석을 진행했는데 밖에 나가고 싶다고 해서 바람도 쐬러 나왔어요. 지금 부소경 집 근처에 왔는데 아버님은 어디 계세요? 왜 안 보이죠?”서 씨 어르신은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이때 수화기 너머로 임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전혀 환자 같지 않은 들뜬 목소리였다.“외할아버지, 신세희 집 근처에 왜 사람이 없어요? 벌써 경찰에 잡혀갔나요? 걔 이번이 두 번째네요!”“외할아버지, 신세희가 감옥에서 허튼 짓을 하지 못하게 잘 감시해야 해요. 절대 자해하지 못하게 해요!”“솔직히 오늘 당장 수술했으면 좋겠
그제야 임서아는 등골이 오싹했다.고개를 돌리자 하얀 피부에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자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허영과 비슷한 나이로 보였는데 허영보다 키도 크고 분위기가 차분했다.임서아는 누군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6년 전, 임지강이 원효진을 감금했을 때, 노숙자 생활을 하다 끌려왔기에 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고 있어서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웠다.임서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여자에게 물었다.“당신은 누구죠?”서준명이 차갑게 대답했다.“이분이 내 고모야!”고모?임서아는 생각을 굴리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빠 고모면 나한테는 이모잖아. 우리 엄마보다 언니겠지? 이모, 안녕하세요. 저는 이모 동생의 딸이에요. 아… 그런데 외할아버지한테 또 다른 딸이 있다는 얘기는 못 들었는데요?”“이분은 내 엄마야!”신세희가 말했다.“악!”임서아는 그제야 원효진의 옆에 앉아 있는 신세희를 발견했다.“너….”임서아는 입을 크게 벌리고 신세희를 손가락질하며 횡설수설했다.“너 이… 살인자! 너… 경찰에 잡혀간 거 아니었어? 네가 왜 여기 있어? 내 이모가 어떻게 네 엄마야? 네 엄마는 시골 아줌마잖아? 너 미쳤어?”고개를 돌린 그녀는 서 씨 어르신에게 따지듯 물었다.“외할아버지, 신세희가 왜 여기 있어요? 분명….”임서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준명은 긴 다리를 들어 그녀를 걷어찼다.“아!”바닥에 쓰러진 임서아가 배를 끌어안고 고통스럽게 신음했다.“서아야….”허영은 다급히 임서아를 부축하며 서준명과 서씨 어르신을 번갈아보았다.그리고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구석진 곳에 얼굴이 흙빛이 된 임지강이 보였다.허영은 그제야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알아챘다.그녀는 임서아를 꽉 끌어안고 조심스럽게 사람들의 눈치를 살폈다.하지만 눈치 없는 임서아는 여전히 칭얼거렸다.“외할아버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이때 서진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목소리는 괴이할 정도로 거칠었다.그녀는 소름 끼치는 목소리로 임서아에게 말했다.
“넌 죽기를 두려워하면서 내 딸을 죽이려고 했니?”서진희가 서늘한 표정으로 물었다.“걔가 안 죽으면… 가짜 신분이 언젠가는 들통날 테니까요….”겁에 질린 임서아의 입에서 진심의 말이 흘러나왔다.“하! 정말 웃기는 애구나!”서진희가 웃음을 터뜨렸다.씁쓸한 미소였다.웃음을 멈춘 그녀가 서 씨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어르신, 보셨죠? 이게 당신이 사랑한 외손녀예요. 신분을 막론하고 당신이 선택한 아이가 이런 애라고요. 이런 애를 위해 내 딸을 6년이나 미워하셨죠. 어렵게 돌아온 아이를 끝까지 괴롭혔고요! 어르신, 제가 전생에 어르신께 무슨 죄를 지었나요?”서 씨 어르신은 눈물을 흘리며 딸을 바라보았다.“너 진희 맞구나. 네가 진희야. 그렇지?”서진희는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진희가 당신 딸 이름인가요?”“진희야….”서진희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죄송하지만 어르신, 난 정말 당신 딸이 아니에요. 사람 잘못 보셨어요.”“그… 그럴 수는 없어!”“우리 엄마가 죽기 전 한 말은 거짓말이에요. 엄마가 사모님 손을 잡고 그랬다면서요? 몰래 어르신과 사모님의 아이를 훔쳐갔다는 말. 그거 거짓말이라고요.”“엄마는 당신들 아이를 훔치지 않았어요.”“그냥 엄마가 죽으면 아무도 나를 돌봐줄 것 같지 않아서 내가 재벌가에 들어가서 편하게 살라고 거짓말한 거예요.”서 씨 어르신은 말문이 막혔다.서진희는 서준명을 돌아보며 말했다.“난 네 고모가 아니야. 네 막내고모는 태어나자마자 죽었어.”서준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우리 할머니의 딸이 아니라도 우리 할아버지의 핏줄이잖아요. 그러면 우리 아버지의 동생이고 저한테는 고모예요!”서진희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니. 네 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나를 딸로 인정하지 않으셨어. 네 할아버지는 나와 내 엄마가 알아서 죽기를 바랐을 거야. 그래야 네 할머니한테 덜 미안하니까.”“그래서 내 몸에 네 할아버지의 피가 흐른다고 해도 저 사람은 생물학적인 아빠일 뿐 사실상 남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