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841 - 챕터 850

2452 챕터

제841화

“내가 맡긴 일만 얌전히 잘 처리한다면 네 몫은 톡톡히 챙겨 줄게!”윤설아가 차가운 말투로 말하면서 노형원을 힐긋 보았다.벽에 기대어 손에 쥐고 있던 볼펜을 굴리고 있는 노형원을 보더니 아까 있었던 일이 생각 났다.“아참, 윤소겸 그 자식 실종된 거 알아?”노형원이 고개를 들며 말한다.“응? 실종되었다고? 난 모르는 일인데. 정말 실종된 거 맞아? 당신 아버지가 어디에 숨겨 둔 건 아니고?”“집에만 있으라고 했는데 갑자기 실종되었대. 아빠는 내가 그런 줄 의심하고 있더라고.”윤설아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노형원이 그런 게 아니라면 윤소겸이 실종된 건 누구 짓이지?’“널 의심한다고? 니가 그 자식을 납치해서 뭐 해? 그 자식은 지금 경찰에게 찍힌 몸이야. 우리에겐 더 이상 이용할 가치도 없는 사람이라고!”“하지만 이런 일이 생겼으니 날 제일 먼저 의심했겠지.”그녀가 서류에 사인을 하며 노형원에게 지시한다.“네가 사람을 써서 그 자식 좀 찾아봐. 찾으면 바로 나한테 연락하고.”“그 자식은 왜 찾으려 하는 건데. 어차피 경찰들이 알아서 찾을 거 아냐.”노형원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찾으라면 찾아!”윤설아는 아무렇지 않다는 그의 태도가 못마땅했다.“이제 나가봐. 할 일이 산더미야!”노형원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사무실을 나갔다. 그의 입가에는 재미있다는 듯 웃음기가 서려 있었다.——같은 시각 경찰서에서.자기 앞에 쌓여 있는 사진을 보며 한소은은 침묵했다. 그녀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고작 이거 가지고 저를 의심하는 거예요?”“한소은 씨, 당신은 대윤 그룹 윤소겸 부장과 짜고서 대윤 그룹을 망하게 하려던 게 아닙니까?”경찰이 관례에 따라 물었다.“대윤 그룹을 무너뜨리는 게 저에게 무슨 좋은 점이라도 있나요?”한소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당신과 대윤 그룹은 사업에서 서로 경쟁인 관계가 아닙니까? 게다가 당신과 대윤 그룹 향수 프로젝트를 맡은 차장과 그렇고 그런 사이지 않습니까?”그녀는 자기 앞에 놓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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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2화

한소은 명의로 된 계좌는 적지 않았다. 경찰이 내민 증빙서류에 적힌 계좌 번호는 그녀가 자주 쓰는 계좌가 아니다. 그 계좌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그녀도 잘 몰랐다. 자주 쓰는 게 아니다 보니 돈이 들어와도 문자 메시지가 오지 않았다. 그래서 누가 그녀에게 돈을 보내도 그녀가 모를 수밖에 없었다.“이렇게 큰돈이 들어왔는데 몰랐다는 말입니까?”경찰은 그녀가 거짓말을 한다고 의심했다.“이 돈이 적진 않죠. 하지만 제겐 큰돈이 아니에요.”한소은은 경찰의 말이 우습다는 듯 말했다.“제가 조향 사업을 하는 몇 년간 이렇게 많이 벌지는 못했지만 적지 않게 벌었어요. 지금 제 능력으로 2억을 벌고 싶다면 어려운 것도 아니죠.”“어렵지 않겠지요. 입만 몇 번 놀리고 향수 레시피에 금지 성분 조금만 추가하면 쉽게 벌 수 있는데 누가 마다하겠어요?”현재 경찰이 내놓은 증거들은 모두 그녀에게 불리한 증거들이다. 그렇다 해도 의심이 가는 점이 하나도 없다는 건 아니다.경찰은 공식적인 질문만 던졌다. 대윤 그룹에서 압력을 가하고 있고 대중들도 이 사건에 관심이 많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결론을 내려야 했다.“경찰관님! 지금 증거로는 저와 윤소겸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없어요. 첫째, 저는 그 사람을 알지도 못해요. 사적으로 만난 적도 없고요. 둘째, 만약 제가 그 사람과 짜고 친 거라면 증거를 내놓을 수 있나요? 거래 기록은요? 이 돈이 증거라고 하지 마세요. 누구라도 제 계좌 번호만 안다면 얼마든지 돈을 보낼 수 있어요. 셋째......”“제가 백번 아니라고 해명해 봤자 믿지 않으실 테니 윤소겸을 불러오세요. 제가 직접 만나서 물어봐야겠어요.”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누군가가 그녀를 모함한 게 확실하지만 윤소겸은 아니었다.지금 그도 이 늪에 빠진 상황이다. 사건이 결론 나면 그에게도 이득 될 게 없다. 바보가 아닌 이상 자기까지 끌어들이면서 이런 죄를 덮어씌우려 했을 리가 없다.지금 유일하게 확인된 것은 이 판을 짠 누군가는 그와 그녀를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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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3화

이번 사건은 그녀가 범인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 윤씨 가문에서 압력을 가했지만, 환아 그룹 또한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다. 김서진이 빠르게 보석 수속을 밟고 그녀를 경찰서에서 데리고 나왔다.집으로 가는 내내 김서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낯빛이 어두웠다.‘화가 많이 났구나.’한소은은 단번에 그가 화났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것도 화가 많이 나 보였다. 차라리 말로 화가 났다는 걸 표현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침묵만 하니 후폭풍이 얼마나 클지 내심 걱정되었다.한소은이 그의 손을 살짝 잡으며 말했다.“전 괜찮아요.”김서진은 그녀를 한번 바라보고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저 진짜 괜찮아요. 아무렇지도 않잖아요? 그저 조사 차원에서 불려 온 것뿐이에요. 경찰 쪽에는 확실한 증거도 없었고 모두 추측성의 질문들이었어요.”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읊조렸다.“확실히 판을 크게 짠 거 같아 보였어요. 아쉬운 게 있다면 진작에 저와 윤소겸이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어야 했어요. 그래야 윤소겸과 접촉했었다는 증거를 확보할 텐데.”한소은이 장난스런 말투로 이 사건을 얼버무렸다. 사실 경찰서에 불려 가서도 딱히 긴장되지는 않았다. 법정까지 가려면 증거가 필요했다. 한 적도 없는 일에 증거가 있을 리가 없다.그녀가 걱정되는 건 따로 있었다. 이번 일로 경찰서로 불려 온 거 때문에 리사와 약속했던 향수 컨셉을 정하는데 차질이 생겼다.“지금 웃음이 나와요?”김서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녀를 한번 슥 보았다. 웃는 그녀의 모습은 그의 마음속에 있던 화를 절반쯤 가라앉혔다.김서진은 확실히 화가 많이 났었다. 자기 여자에게까지 손을 뻗은 그 사람들을 당장이라도 처리하고 싶었다.‘감히 내 여자에게 손대다니. 내가 쉬워 보인다는 거야?’“그 사람들이 이렇게 빈틈이 많은 판을 짰는데 당신은 안 웃긴가요?”그의 화가 잦아든 걸 느낀 한소은이 살포시 그에게 기대었다.“윤소겸이 실종되었다는데 그것도 그들이 한 짓인지 모르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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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4화

한편 병원에서는 또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다시 병원에 찾아온 윤설아를 본 윤 부인은 하나도 놀란 기색이 없었다. 그녀가 한숨을 푹 쉬고는 입을 열었다.“설아야,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니?”“큰어머니, 그게 무슨 말이세요.”윤설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큰아버지, 지금 상태론 며칠 버티시지도 못할 거야. 며칠도 기다릴 수 없는 거니?”“제가 기다릴 수 없는 게 아니라 회사가 기다릴 수 없는 거예요. 지금 회사에 처리할 일이 산더미인데 아무런 명목도 없이 제가 손을 댈 수가 없어요.”그녀가 살짝 웃으며 이어서 말했다.“큰어머니와 큰아버지가 가지고 계시는 지분을 합치면 55퍼센트의 지분을 가지고 계세요. 이렇게 많은 지분을 가지고 계셔도 쓸모가 없을 테니 저에게 넘겨주시는 건 어때요? 제가 잘 이용해서 회사를 꼭 지켜 낼게요.”“회사 경영권뿐만 아니라 우리 손에 있는 지분까지 달라고? 설아야, 언제부터 이렇게 욕심이 많았니?”“큰어머니, 말씀이 너무 심하세요. 우린 한 가족이잖아요. 욕심이라뇨? 만약 설웅오빠가 살아있다면 당연히 제 몫은 없었겠죠! 하지만 지금 설웅오빠가 없잖아요. 큰어머니께서 그 많은 지분을 가지고 계셔봤자 쓸모가 없어요. 차라리 제게 주시면 큰어머니와 큰아버지의 노후는 책임져 드리죠!”지금 이 상황까지 온 이상 윤설아는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었다. 아무도 그녀의 발목을 잡을 수 없다. 그 누구도 그녀를 막을 수 없다! 윤씨 가문뿐만 아니라 정씨 가문, 심지어는 강성과 해성의 모든 사람이 우러러보는 존재가 되고 싶어 했다.“너 정말......”아들 얘기가 나오자, 윤 부인이 숨이 막혀 가슴을 부여잡았다.원래도 몸이 안 좋았는데 그동안 윤백건을 간호하느라 윤 부인은 더욱 초췌해졌다. 윤설아가 지금 윤설웅이 잘못됐다는 얘기를 꺼내는 건 정말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가려는 것이다.“큰어머니, 진정하세요. 몸 생각하셔야죠.”이렇게 말하며 윤설아가 서류를 들고 그녀를 지나쳐 병실로 들어갔다.“큰아버지, 병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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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5화

두 명의 대주주가 병실에서 버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설아는 강제적으로 화사 경영권을 달라고 할 수 없었다. 그러다 소문이 나빠지게 되면 자기에게 이득 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평소에 조용조용하던 큰어머니가 이렇게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쩌면 큰아버지가 이렇게 하라고 지시한 것일 수도.그녀는 병상에 누워있는 윤백건을 한번 슥 보았다. 겨우 목숨만 붙어 있는 듯한 사람이 이런 방법을 생각했을 리가 없다.“설아 아가씨, 오늘은 이만 가보세요. 변호사가 도착하면 우리가 공증인으로서 잘 진행하겠습니다.”정 이사가 입을 열었다.“우리를 못 믿는 건 아니겠지요?”이 이사도 뒤를 이어 말했다.“그럴 리가요. 두 분 모두 회사 원로신데 두 분을 못 믿으면 믿을 사람이 있겠어요? 그저 큰아버지가 지금 몸이 안 좋으셔서 정신이 들 때가 적다 보니 아무리 유서를 공증한다 해도 제정신인 상태에서 했다는 보장이......”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 이사가 말을 가로챘다.“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의사를 불러 자세히 검사한 후 진행할 예정입니다. 게다가 유서 공증은 만일을 대비해서 먼저 해두는 거지 확정된 게 아니에요. 회장님께서 쾌차하시면 그보다 기쁠 일이 없지요.”“그래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윤설아가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어설프게 웃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건 잘 알겠다.“그럼, 큰어머니 수고하세요!”그녀가 의미심장하게 말하자, 윤 부인이 차가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녀를 배웅하는 척도 하기 싫었다.병원을 떠나던 윤설아는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났다. 이제 곧 모든 게 손안에 들어올 줄 알았는데 이렇게 중요한 때에 문제가 생기다니. 오랫동안 회사 일에 관심도 없었던 이 두 영감탱이가 왜 하필이면 지금, 이 흙탕물을 밟으려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지금 와서 그 두 사람을 회유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회사에 사건들이 연달아 터짐에 따라 대중들의 시선도 대윤 그룹에 집중되었다. 이런 때에 문제가 생기는 건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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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6화

거울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눈빛 하나에 사람을 홀릴 수 있는 요염한 모습이었다.엘리베이터가 멈추자, 손에 들었던 립스틱을 거두고 정하진이 묵고 있는 방으로 걸어갔다.초인종을 몇 번 더 누르고서야 방문이 열렸다. 금방 샤워를 했는지 가운을 걸치고 머리카락에 물방울이 맺힌 정하진이 문을 열었다.자욱한 습기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지그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남자의 검은 눈동자는 마치 먹이를 쫓는 표범의 눈동자 같았다. 윤설아는 조금 긴장이 되었다.사실 윤설아는 계략을 꾀하는 건 능숙했다. 마음속에 여러 가지 계략을 짜고 모든 준비가 다 끝났지만 실제로 겪어 본 적 없는 일이었기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당신이 왜 여기에?”정하진은 눈을 가늘게 떴다. 윤설아가 여기까지 찾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것도 이런 상황에.“그래요. 저에요!”윤설아가 눈웃음을 지으며 침을 꼴깍 삼켰다. 그러다 손을 뻗어 정하진을 방으로 밀며 따라 들어갔다.“왜요, 제가 반갑지 않나요?”그녀는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았다. 고개를 들어 멀뚱히 서 있는 정하진을 보다가 다리 라인이 도드라져 보이도록 다리를 꼬았다.“실망이네요. 난 당신이 놀랄 줄 알았거든요.”정하진이 웃으며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러고는 탁자 위에 있던 담배를 들어 입에 물고는 불을 지폈다.“설마, 날 유혹하려고 온 건가요?”“내 신분으로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나요?”윤설아의 목소리는 듣기 좋게 나긋나긋했다.“그리고, 정말로 당신을 유혹하러 온 거라 해도 충분히 가능할 거 같은데요?”정하진은 후 하고 담배 연기를 내뿜더니 허리를 굽히며 윤설아에게 다가갔다. 윤설아는 자기의 목선이 더욱 아름다워 보이도록 힘을 주었다. 이윽고 반짝거리는 눈으로 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하지만 정하진의 이어진 행동은 그녀의 예상을 벗어났다. 그가 손을 들어 그녀의 턱을 쥐고 들어 올렸다. 그의 눈빛은 마치 잘 만들어진 상품을 보는 듯 했다. 자세히 훑어보더니 얇은 입술을 달싹였다.“당신은 정말 이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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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7화

“당신이 주문한 건가요?”룸서비스를 받아 든 정하진이 걸어들어오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이렇게 좋은 날, 술 없이는 아쉽잖아요?”윤설아가 그의 손에서 와인을 받아 들고는 와인잔을 두 개 들고 와 잔에 가득 따랐다.“우리가 손을 잡은 것을 축하하기 위하여!”정하진이 와인잔을 들어 그녀의 잔을 톡 치고는 입으로 가져가지 않았다. 그저 담담히 그녀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내가 당신과 손을 잡겠다고 했었나요?”“장난해요? 전에 나하고 약속했잖아요! 잘 생각해 봐요. 내가 당신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막대한 이익을 생각해 보라고요.”윤설아가 잠시 멈칫하다 와인 한 모금을 마시고 이어서 말했다.“내가 알기론 당신은 정씨 가문에서 태어나 남부러운 것 없이 살았어도 가장 귀염받는 아들이 아니었죠? 게다가 조향 사업을 하겠다고 집안사람들과 많이 싸웠다고 들었어요. 정말 정씨 가문의 조력을 잃고 버려진 자식이 되길 바라요?”그녀를 바라보던 정하진의 눈빛이 더욱 짙어졌다.“솔직히 말해서 난 오래전부터 버려진 자식이었어요. 그래서 그 느낌이 어떤 건지 잘 알아요. 내가 아무리 올라가려고 노력해도 아무도 봐주지 않아요. 내가 여자란 이유로 모든 가능성을 짓밟아 버렸어요. 웃기지 않나요?”윤설아는 잔에 담긴 와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붉은색을 띠는 와인도 결국엔 누군가의 뱃속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다.“하지만 당신은 다르잖아요. 당신은 기회가 있고 능력도 있어요. 원래 자기 것 이어야 했던 거를 불평 없이 남에게 내주어야 한다는 건 억울하지 않나요? 내 것이어야 하는 건데 왜 양보해야 하죠?”그녀가 애써 담담한 듯 말한다. 어느새 와인 반병이 그녀의 입속으로 들어갔다.취기가 올라왔는지 그녀는 점점 두서없는 말들을 내뱉었다.정하진은 와인에 입을 대지 않고 그녀가 하는 말만 듣고 있었다. 오늘 본 그녀의 모습이 이전과 많이 달라 보였다.‘충격이 컸나?’윤씨 가문의 일은 소문으로 들었다. 사람을 시켜 윤설아라는 사람을 조사해 본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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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8화

“정하진 씨......”윤설아가 술잔을 내려놓으며 비틀비틀 그의 품 안으로 넘어졌다.“더 이상 고민하지 말아요. 나보다 더 좋은 신붓감은 없어요! 당신에게 제일 어울리는 신부가 당신 품에 안겨 있다고요!”그녀가 손을 뻗어 정하진의 코를 톡 쳤다. 취기가 많이 올랐는지 배시시 웃고 있다.정하진은 그녀가 넘어지지 않을 만큼 느슨하게 부축하고 있었다. 그가 고개를 숙여 윤설아를 자세히 바라보았다.물론 그녀는 정말 아름답다. 하지만 이런 마음이 독한 여자를 집에 둔다면 하루도 안심할 날이 없을 것이다.장미처럼 붉은 입술이 그에게 다가온다. 곧 닿으려고 할 때 정하진이 고개를 획 돌려 피했다.예상치 못한 그의 행동에 윤설아는 그대로 멍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피할 남자가 정말 존재 한다고?’“당신 취했어요. 그만 돌아가요!”그가 입을 열었다.“왜요?”윤설아는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순간 정하진은 그녀가 귀엽기도 하고 가여워 보이기도 했다. 그가 한숨을 푹 쉬더니 잔을 들어 와인을 몇 모금 들이켰다.“당신은 나와 안 어울려요.”“왜요?”윤설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물었다.“설마...... 당신도 한소은을 좋아하는 거예요?”김서진은 윤설아가 가지지 못한 남자다. 한때는 정말 그를 좋아했고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한 사람이다.그렇게 멋진 남자를 두고 마음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꼼수를 써서 그를 얻으려 했지만, 그에게 들통나고 말았다. 그런 일이 있고 난 뒤부터 윤설아는 더 이상 나대지 않고 동일한 조건을 가진 다른 남자를 물색하기 바빴다.지금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그녀가 고르고 또 골라서 찾아낸 상대였다. 그런데 그마저도 자기를 밀어낸다. 윤설아는 뺨을 맞은 거처럼 얼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분노에 겨워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내가 한소은보다 못한 게 뭐가 있어? 왜 다들 그 여자만 못 가져서 안달인 거야? 왜 다들 그 여자만 좋아하는 거냐고!”정하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는 자기가 한소은을 좋아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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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9화

“윤설아 씨, 지금 저를 가르치려는 겁니까?”정하진은 기분이 썩 좋지 않다는 듯 그녀를 한번 보더니 입을 열었다.“아니요. 그저 알려주는 것뿐이에요.”정하진이 묵고 있던 호텔에서 나온 윤설아는 더욱 불안해졌다. 모든 게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며칠 사이에 일이 많이 틀어졌다.마치 큰 그물을 짜고 물고기가 걸리길 기다리다 문득 자기 자신도 사실은 다른 사람이 짜둔 그물에 걸린 먹잇감이 된 느낌이다.‘아니, 이럴 수 없어. 분명 어디에 문제가 생긴거야!’——며칠간 한소은은 확실히 운이 좋지 않았다. 대윤 그룹 쪽에서 그녀가 회사 내부 인원이 짜고 쳐 새 프로젝트로 내놓은 향수에 금지 성분을 추가 했다고 고소했다. 하필이면 이때 조향 협회에서도 그녀가 자격증 없이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고 지목했다.양쪽에서 난리를 피우니 원래 그녀를 지지하던 팬들도 점점 의심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대중 앞에 섰던 그녀가 가면을 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누어졌다. 그녀를 믿는다는 사람도 많았다. 매번 고비를 잘 넘기던 그녀였기에 이번에도 반전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인격과 조향 실력을 믿는다는 반응이다.그녀를 믿는 사람이 있다면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국내에서 인정받는 최고의 협회가 왜 하필 그녀만 콕 집어서 말하는지, 자격증에 대해 단 한 번도 해명하지 않은 그녀가 정말로 조향 자격이 없는 것이 아닌지 등등 여러 가지 의심을 제기했다. 대윤 그룹에서 처음으로 출시 한 향수에서 금지 성분이 검출된 거에 대해서는 얼마 전 그녀가 기자회견에서 다른 성분을 얼마든지 첨가할 수 있다는 말을 갖다 대며 그녀가 했다는 가능성도 있다고 제기했다.이렇게 많은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한소은은 그 어느 것도 해명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틀간 매우 바빴다. 작업실을 드나들며 전화도 수도 없이 받았다.이날, 그녀의 작업실에 불청객이 찾아왔다.한소은의 작업실 문이 활짝 열린 것을 보고 정하진은 문도 두드리지 않고 안으로 걸어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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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0화

인터넷에 떠도는 말들을 그녀가 모를 리가 없다. 다만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이고 결론도 나지 않았으니 지금 나서서 뭐라 해명해 봤자 물의만 일으키는 것 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당장 그녀가 해야 하는 건 조용히 몸을 사리며 자기 할 일을 하는 것이다.“당신이 웃음거리가 된 건 알고 있나 보네요.”정하진은 탁자에 놓인 자사 찻잔을 슥 보았다. 한가하게 차를 마실 기분이 있는 걸 보니 그녀가 태연한 척하는 건 아닌가 보다.“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어요. 누가 웃음거리가 될지는 두고 볼 일이에요.”한소은은 마지막 한 줄기의 잡초를 뽑아 버리고는 도구들을 바구니로 모두 정리해 넣었다. 그제야 몸을 일으켜 방안 쪽으로 향했다.그녀가 시선에서 사라지자, 정하진도 급히 일어나 따라 들어갔다.방 안은 생각보다 시원했다. 한소은은 바구니를 내려놓고 느릿느릿한 움직임으로 화초를 정리하고 깨끗이 물로 씻어냈다.정하진은 이런 그녀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조향사로서 이런 일은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자질구레한 거 같아 보이지만 모든 걸 직접 해야 했다. 각종 재료의 재질의 차이를 직접 느껴야 더 잘 사용할 수 있고 더 좋은 향을 추출할 수 있다. 그가 조향 협회로 들어간 몇 년 동안 이런 일들은 모두 조수들이 대신 해 주었다. 그저 조향하는 그 단계만 그가 직접 했다.“지금 대윤 그룹에서 당신이 그들의 새 향수에 금지 성분을 추가했다고 고소하고 있어요. 게다가 조향 자격증이 없다는 죄목까지 추가되면 감옥을 피해 갈 수 없을 거예요.”그녀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정하진이 입을 열었다.“정말 하나도 걱정되지 않는 거예요? 아니면 환아의 김서진 대표를 온전히 믿고 그가 당신을 지켜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요?”“그가 날 지켜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몰라요. 하지만 분명 최선을 다할 거예요.”손을 깨끗이 씻은 후에야 한소은이 뒤로 돌아 정하진을 바라보았다.“감옥에 가건 말건 정하진 씨가 걱정할 일은 아닌 거 같은데요. 여기에 정하진 씨도 한몫했다는 건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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