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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7화

“당신이 주문한 건가요?”

룸서비스를 받아 든 정하진이 걸어들어오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좋은 날, 술 없이는 아쉽잖아요?”

윤설아가 그의 손에서 와인을 받아 들고는 와인잔을 두 개 들고 와 잔에 가득 따랐다.

“우리가 손을 잡은 것을 축하하기 위하여!”

정하진이 와인잔을 들어 그녀의 잔을 톡 치고는 입으로 가져가지 않았다. 그저 담담히 그녀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내가 당신과 손을 잡겠다고 했었나요?”

“장난해요? 전에 나하고 약속했잖아요! 잘 생각해 봐요. 내가 당신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막대한 이익을 생각해 보라고요.”

윤설아가 잠시 멈칫하다 와인 한 모금을 마시고 이어서 말했다.

“내가 알기론 당신은 정씨 가문에서 태어나 남부러운 것 없이 살았어도 가장 귀염받는 아들이 아니었죠? 게다가 조향 사업을 하겠다고 집안사람들과 많이 싸웠다고 들었어요. 정말 정씨 가문의 조력을 잃고 버려진 자식이 되길 바라요?”

그녀를 바라보던 정하진의 눈빛이 더욱 짙어졌다.

“솔직히 말해서 난 오래전부터 버려진 자식이었어요. 그래서 그 느낌이 어떤 건지 잘 알아요. 내가 아무리 올라가려고 노력해도 아무도 봐주지 않아요. 내가 여자란 이유로 모든 가능성을 짓밟아 버렸어요. 웃기지 않나요?”

윤설아는 잔에 담긴 와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붉은색을 띠는 와인도 결국엔 누군가의 뱃속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다.

“하지만 당신은 다르잖아요. 당신은 기회가 있고 능력도 있어요. 원래 자기 것 이어야 했던 거를 불평 없이 남에게 내주어야 한다는 건 억울하지 않나요? 내 것이어야 하는 건데 왜 양보해야 하죠?”

그녀가 애써 담담한 듯 말한다. 어느새 와인 반병이 그녀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취기가 올라왔는지 그녀는 점점 두서없는 말들을 내뱉었다.

정하진은 와인에 입을 대지 않고 그녀가 하는 말만 듣고 있었다. 오늘 본 그녀의 모습이 이전과 많이 달라 보였다.

‘충격이 컸나?’

윤씨 가문의 일은 소문으로 들었다. 사람을 시켜 윤설아라는 사람을 조사해 본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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