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711 - 챕터 1720

2452 챕터

제1711화

보스가 아들을 언급하자 임상언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그는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아니요, 당연히 아니죠! 내게 약속했던 걸 잊지 마세요. 만약 내 아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당신의 이 실험을 망칠 거예요!”협박을 당했는데도 남자는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입을 벌리고 괴상한 웃음을 지었다.“좋아! 이런 각오가 있다니 다행이네. 임상언, 나 몰래 아들을 수십 번 이상 찾았었지? 그런데 아무런 소식도 얻지 못했을 거야.”인상언은 묵묵히 두 손을 주먹 쥐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그는 입술을 꼭 깨물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남자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물론, 남자는 그가 대답하든 하지 않든 신경 쓰지 않았다.그저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렇다면 내 실력과 이 조직의 실력을 잘 알겠지? 너 같은 작은 상인이 우리를 건드릴 수 없다는 것도. 너뿐만 아니라 그 김서진이라는 사람도 아무런 방법이 없어. 그래서 내 말을 잘 들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네 귀한 아들이 언제까지 무사할지 장담할 수 없어.”“내 인내심에 한계가 있다는 거 알았으면 해. 위의 사람들은 나보다 더 인내심이 없지.”남자는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임상언은 보스의 위에 다른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 적 있었다. 하지만 이건 보스가 처음으로 자기 위에 더 높은 신분의 사람이 있다는 걸 인정한 것이다.보스의 말을 듣고 임상언은 조금 의아해했다.“내가 너와 함께하겠다는 마음을 의심하지 마.”남자는 두 손을 의자 양옆의 팔걸이에 올려놓고 무심코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네가 알아야 하는 건 천천히 알려 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 이제 주효영이 죽었으니 넌 내 유일한 유능한 조력자야. 열심히 하기만 한다면 너와 네 아들 모두 무사할 테니 그렇게 알고 있어.”“이 세상의 사람이 절반 이상 죽어도 너와 네 아들은 무사할 거라고 약속하지.”“네!”임상언은 꼭 쥐었던 주먹을 풀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더 보기

제1712화

“알았어.”남자는 느릿하게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그러고는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학술 연구를 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얼마나 고고한 척한단 말이지. 이런 사소한 명예를 얻으려 서로 싸우다니! 난 달라. 내 목표는 이 세계란 말이야!’남자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창문 앞으로 걸어가 아래층을 내려다보았다.이렇게 큰 실험 기지 안의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며 그의 생각에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걷고 있다.그때가 되면 여기뿐만 아니라 제성 전체,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그의 발 밑에서 기어 다니게 될 것이다.……극히 드물게 김서진과 한소은 그리고 그들의 아들이 모여 행복을 누리고 있다.김서진이 아들을 품에 안고 방을 한 개 또 한 개 지나오며 아들의 까르르 거리는 웃음소리를 들으니, 한소은은 순간 한 세기가 지난 것 같았다.그동안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고 너무 많은 경험을 했다.한 실험기지에서 다른 한 실험에 이르기까지 각종 바이러스와 실험은 그녀의 생활을 가득 채웠다.비록 한소은이 원청현을 따라 의학을 오랜 시간 배웠다고 하지만, 이렇게 의학 실험과 바이러스와의 대결에 빠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지난 몇 년 동안 한소은은 방향을 바꾸고 향수를 만드는 데에 흥미를 느꼈었다.이것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 세상이 여전히 아름답다고 느끼게 하는 것들이다.하지만 최근에 접촉한 것은 이 세계의 어두운 면을 보이게 했다.전염병,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발생한 일들은 모두 좋지 않은 일이었고 인위적으로 조성된 재난이었다.일어난 모든 일들은 한시도 숨돌릴 수 없게 했다.한소은은 소파에 앉아 김서진과 김준의 조화로운 모습을 보며 벌써 볼록하게 올라온 배를 만져 보았다.지금, 이 순간의 평화와 안일함이 얼마나 어렵게 얻어진 것인지 느꼈다.“엄마, 엄마…… 우리 집에 예쁜 누나가 오시는 거예요?”아이의 어린 목소리가 생각에 잠긴 한소은을 깨웠다.한소은은 정신을 차리고 김준의 작은 얼굴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그래! 우리 준
더 보기

제1713화

전화가 연결되었지만, 전화기 너머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한소은은 이상하다 생각되어 먼저 말을 걸었다.“여보세요?”그럼에도 답이 없자 한소은은 핸드폰의 문제라 생각되어 전화를 끊으려 했다.그 찰나, 전화기 너머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사람이 말하는 목소리가 아닌 난잡한 환경 소리였다.바람 소리와 은은하게 경적 소리가 뒤섞여 신경질이 날 정도로 시끄러웠다.한소은은 멍해져서 핸드폰을 가져와 다시 전화번호를 확인했다.확실히 그녀가 모르는 낯선 전화였다. 다시 전화를 귓가에 가져가 한 번 더 물었다.“여보세요? 말씀하세요!”전화기 너머에서는 여전히 답이 없었다.옆에 있던 김서진이 이상함을 눈치채고 한소은에게 물었다.“왜 그래요?”한소은은 핸드폰을 그대로 들고 김서진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그녀는 1분이 되어서도 대답을 듣지 못하면 그대로 전화를 끊을 생각이었다.한소은이 곧 인내심을 잃으려 할 때, 전화기 너머에서 마침내 여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소은 언니!”“가연이니?”여자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한소은은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곧 진가연이 지금 말하기 불편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 왜 그래? 지금 어디야? 말하기 불편한 거야? 이 번호, 네 번호가 맞아? 이따가 다시 전화 걸까?”“아, 아니…….”진가연은 급히 한소은의 말을 끊었다.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었는지 조심조심 말하고 있었다.“소은 언니, 나 지금 집에 있어. 이 핸드폰은 가시 도우미 아주머니 것인데 숨겨둔 거 내가 찾아낸 거야. 언니, 내 아빠가 정말 이상해진 거 같아. 내 사촌 언니에게 컨트롤 당하고 있는 거 같아.”“주효영이 컨트롤하고 있다고?”한소은은 이렇게 되물었지만 말하고 나서 주효영이 이미 죽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그녀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이어서 말했다.“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얘기해. 지금 어떤 상황이야? 위험한 거야? 네 아버지가 너에게 무슨 짓이라도 한 거야? 만약…….”“난 괜찮아. 요즘은 괜찮아졌어. 아빠가 날 신
더 보기

제1714화

한소은은 거절하지 않았다.확실히 김서진이 함께 간다면 많은 일이 편리해진다.두 사람은 이튿날 아침이 밝자 마자 바로 진정기의 집으로 향했다.하지만, 두 사람은 문전 박대를 당했다.“죄송합니다. 집주인께서 몸이 편치 않으십니다. 다음에 다시 오세요!”가사 도우미가 좋은 태도로 두 사람의 방문을 거절했다.김서진은 처음으로 진정기의 집에서 문전박대 당한 것이다. 많이 방문을 한 건 아니었지만, 항상 순조롭게 진정기를 만날 수 있었다.주현철네 식구 보다도 더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김서진과 한소은은 서로를 한번 바라보았다.사실 두 사람은 이렇게 문전박대 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오늘날의 진정기는 예전의 그들이 알던 진정기가 아니다.진정기가 그들의 방문을 거절하는 건 이상하지 않았다.“몸이 편치 않다면 더욱 만나 봐야죠. 제 아내는 유명한 한의사예요. 진 부장의 병을 치료할 수 있으니 들여보내 주세요.”김서진이 가사 도우미에게 말했다.“진 부장에게 전해주세요. 백신 프로젝트에 관해서 할 예기가 있으니 잠깐 시간을 내달라고.”가사 도우미는 잠시 머뭇거렸다.하지만 김서진은 아는 얼굴이었기에 머뭇거리다 말했다.“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집주인에게 물어보고 답변 드릴게요.”“네, 부탁합니다!”가사 도우미가 몸을 돌려 다시 들어가려 할 때 한소은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잠시만요. 제가 주효영 씨와 함께 일 했었다고도 말해주세요. 그 여자가 아는 건 나도 다 알고 그 여자가 할 줄 아는 것도 다 안다고.”한소은의 말에 가사 도우미는 어리둥절 해졌다.그러자 한소은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전해주시기만 하면 돼요.”의문이 가득했지만 가사 도우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전하러 갔다.가사 도우미가 한소은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김서진은 그녀의 말을 알아들었다.“진정기가 주효영의 약을 원하는 것을 이용하려는 거죠? 당신에게도 그 약이 있다고 믿게 하려고?”“지금의 진정기가 예전의 그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니 그가 원하는 것을 주려고
더 보기

제1715화

두 사람은 서로 한 번 마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이건 확실히 두 사람의 예상을 벗어났다.솔직히 말해서 지금 진정기가 가장 필요한 건 주효영이 그를 컨트롤하는 약이다.하지만 주효영이 죽은 지금, 다른 사람이 그 약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당연하게 그들을 찾을 것이다.그런데 오히려 그들을 쫓다니. 이건 조금 말이 안되었다.“죄송하지만 다시 한번 물어봐 주세요. 김서진이 왔다고 알려 준 거 맞나요?”한소은은 잠시 생각하다 다시 한번 당부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사 도우미는 안에서 문을 닫아 버렸다.사실 당부하지 않아도 김서진은 그들에게 있어서 낯선 사람은 아니었다.그럼에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 건 일부러 열어주지 않는 것이다.“어휴…….”한소은이 손을 들어 문을 두드리려 할 때 김서진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는 고개를 살짝 흔들며 옆을 보라고 눈짓했다.이상하다 느낀 한소은은 김서진의 시선이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주택 이층 서쪽에서 진가연이 옷을 흔들며 그들에게 손짓을 하고 있었다.입 모양을 보면 이쪽으로 오라는 것 같았다.한소은과 김서진은 진가연이 손짓하는 곳을 따라 뒷문 방향으로 갔다.정원 뒤에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 듯한 작은 문이 하나 있었다.진가연은 그곳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그들이 도착하자마자 문을 열어주었다.그러고는 한소은의 목을 확 끌어안았다.“소은 언니! 드디어 왔네요!”그녀의 열정에 한소은도 마지못해 그녀를 안아주었다.“여기서 말하지 말고 일단 들어가자!”“응, 언니 말이 맞아!”진가연은 주위를 한번 둘러 보고는 한소은에게 말했다.“일단 내 방으로 가자.”한소은은 아무런 의심 없이 진가연을 따라 그녀의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뒤에 서 있던 김서진은 난감한 표정을 지은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뭐해요? 빨리 들어오지 않고? 그러다 아빠에게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요?”진가연이 작은 목소리로 김서진에게 말했다.“그게…….”김서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
더 보기

제1716화

누가 봐도 이런 상황은 정상적이지 않았다.자기의 집에서 마치 도둑이라도 된 듯 말소리를 낮춰야 한다니.“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야?”한소은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바로 물었다.“주효영이 죽은 거 알아?”그녀의 말에 진가연 얼굴에 걸렸던 웃음이 굳어져 버렸다.“응, 들었어.”“이 소식을 들었을 때, 네 아버지는 어떤 반응이었어?”“그날 밖에서 돌아오시고 부터 계속 분노에 가득 찬 거처럼 보였어. 아무도 방에 들이지 않고 물건은 부수는 소리만 들렸고, 나중에는…….”진가연은 어깨를 살짝 움츠리며 그날의 소리가 얼마나 무서운지 한소은에게 알려주는 것 같았다.“나중에는 가사 도우미가 들어가서 한참이나 부서진 물건들을 정리했어. 아빠는 이렇게 한바탕 물건을 부수고 나니 조금 진정이 되었고. 나중에는 그렇게 이상한 거 같지도 않던데.”“물건을 부수는 거 외에 다른 일은 없었어?”한소은이 잠시 생각하다 물었다.“네가 말한 대로면 주효영이 약으로 네 아버지를 컨트롤하고 있다고 했잖아. 그런데 주효영은 죽었고 이제 약이 없으니 네 아버지가 회복되었거나 그럴 기미가 보인다 거나 하지 않았어?”진가연은 한참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아니! 예전과 다를게 없었어.”“그럼, 너 한테는? 전에 널 방에 가두었다고 했었잖아. 밖의 사람들과 연락도 하지 못하게 하면서.”“내 핸드폰을 압수하고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지만 그때처럼 엄격하게 날 가두지는 않아. 어딘가 이상하다면…….”진가연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머뭇거렸다.“어디가 이상한데요?”옆에서 듣고 있던 김서진이 문득 물었다.그러자 진가연은 김서진을 한번 쓱 보고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아빠의 반응 속도가 조금 느려진 거 같아요.”“반응 속도가 느려졌다고?”이런 증상이 있을 거라 예상하지 못한 한소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예를 들면 어떤 방면에서?”“나 하고 말 할 때 가끔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것 같아. 그러다 한참 지나서 방금 뭘 말했냐고 묻기도 하고. 방금 가
더 보기

제1717화

“그런데 아빠는 지금 아무도 만나려 하지 않아!”진가연이 다급하게 말했다.“아빠는 지금 나조차도 만나주지 않는걸. 그래서 내가 언니하고 형부 몰래 데리고 들어온 거잖아.”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더욱더 만나 봐야지.”“가능한 빨리 네 아버지를 낫게 하고 싶다면, 내가 얼굴을 봐야 해. 그래야 그가 도대체 어떤 약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지 알 수 있지.”한소은의 말에 진가연은 잠시 생각해 보았다.결국은 한소은의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그러면 조용히 날 따라와!”진가연이 방문을 열자 텅 빈 복도가 보였다.집 전체가 유난히 고요하고 괴이하게 느껴졌다.그들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곧바로 서재 입구에서 멈추었다.진가연은 몸을 돌려 작은 손짓을 한 다음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요즘 우리 아빠가 한번 서재에 들어가면 도통 나오지 않으셔. 한 번 들어갔다 하면 반나절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고 아무도 방해하지 못하게 지시했어. 때로는 밥도 먹지 않고…….”진가연이 자기의 아버지를 매우 걱정하는 것이 눈에 보였지만 현재로서는 한소은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한소은은 고개를 살짝 들어 무슨 말을 하려고 할 때 방안에서 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밖에 누구야!?”순간 진가연은 깜짝 놀라서 흠칫했지만 이내 진정하고 입을 열었다.“아빠, 나야!”“꺼져!”하지만 방안의 진정기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이전의 진정기는 단 한 번도 진가연에게 이렇게 꺼지라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엄숙한 얼굴을 하고 딱딱한 말투로 말했지만 진가연을 아낀다는 건 누구나 다 보았던 것들이다.오늘처럼 그가 거친 말로 딸을 쫓아내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다.하도 진정기에게 거친 말을 많이 들어서인지 진가연은 화를 내거나 움츠러들지 않았다.그저 집요하게 진정기에게 말했다.“아빠, 내 친구들이 아빠를 만나고 싶어 해. 잠깐 들어가도 될까?”“꺼지라고 해!”진정기는 여전히 허락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손님을 문밖에 세워두고 거친 말로 내쫓는 건 그들의
더 보기

제1718화

“최근, 진 부장님은 신체적 고통을 겪고 있었고 매번 발작할 때마다 고통스러웠죠? 그런데 지금, 이런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축하할 일이 아닌가요?”한소은이 웃으며 천천히 말했다.그녀는 표정은 침착했고 농담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그렇게 진지하고 긍정적으로 말하니 옆에서 보는 사람이 의아해했다.진정기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한소은을 바라보았다.“누가 그래요? 내가 지금 육체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내 몸은 아무런 문제도 없어요!”문 앞을 막아선 진정기는 좀 야위어 보이고 얼굴도 초췌해졌지만, 사실 어디가 이상하다는 걸 콕 집어 말할 수 없었다.특히 그의 눈은 더욱 그러하였다.한소은은 줄곧 그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진정기의 눈에는 짜증이 가득했고 자기를 훑어보고 있었지만 눈빛은 흐릿하지 않았다.만약 그가 약물에 의해 정신을 통제받았다고 한다면, 지금 이 눈빛은 확실히 특별하다.“그래요?”한소은은 살짝 웃으며 갑자기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 했다.진정기는 흠칫 놀라며 빠르게 옆으로 몸을 돌려 한소은의 손을 뿌리치려 했다.하지만 한소은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지 않고 그대로 다시 거두며 다른 한 손으로 진정기의 갈비뼈 쪽을 타격했다.모든 것이 너무 갑작스러웠다.게다가 한소은은 아무런 징조도 없이 타격한 것이기에 진정기는 피하지도 못했다.순간 진정기의 안색이 검게 바뀌더니 버럭 소리를 질렀다.“당신!”진정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색이 다시 퍼렇게 변하면서 맞은 부위를 움켜쥐고 고통으로 인해 허리를 숙으렷다.“억…….”“아빠!”진가연은 깜짝 놀라서 얼른 앞으로 나가 진정기를 부축했다.“왜 그래?”“너…….”진정기는 덜덜 떨리는 몸을 겨우 진정시키고 한소은을 쳐다보았다.그의 이마에는 벌써 땀방울이 스며 나왔다.너무 아파서 욕도 나오지 않았다.“소은 언니…….”아버지의 이런 모습을 보고 진가연도 조급해하며 한소은을 바라보았다.“진정해요!”반면, 김서진은 오히려 침착했다.“가연 씨, 지금 당신
더 보기

제1719화

한소은은 손을 들어 진정기의 뒤통수를 만져보다 문득 멈추었다.이윽고 그녀의 손이 점차 진정기의 뒤통수에서 멀어지더니 두 손가락 사이에 길고 반짝이는 무언가 딸려 나왔다.서재의 빛에 반사되지 않았다면 무슨 물건인지 한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가늘었다.“이게 뭐야?”진가연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두 눈으로 직접 한소은이 자기 아버지의 머리에서 이런 걸 빼내는 모습을 보니 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한소은이 대답하기도 전에 진정기가 갑자기 몸을 곧게 펴더니 두 눈을 크게 뜨고 무슨 자극을 받은 사람처럼 무슨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그러더니 순간 몸에 힘이 빠지면서 그대로 넘어지려 했다.옆에 서 있던 진가연이 그를 부축하지 않았다면 몸이 중심을 잃고 의자에서 바닥으로 넘어졌을 것이다.“아빠, 아빠!”진가연은 다급하게 진정기를 불렀지만, 그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눈꺼풀은 힘없이 내려있고 머리도 툭 늘어뜨린 상태에서 진가연이 아무리 불러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대답하지 않았다.“소은 언니, 우리 아빠 왜 이래?”아무리 불러도 진정기의 응답이 없자, 진가연은 한쪽에 있는 한소은에게 얼른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김서진은 그녀의 손에 있는 가늘고 긴 은침을 쳐다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이건 침술용 은침이죠?”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맞아요.”“은침?!”이 두 글자를 듣고 진가연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하지만 우리 아빠는 최근에 침을 놓아본 적이 없잖아. 침을 맞는 습관도 없는데 어떻게 은침이 아빠의 머리에 있을 수 있지? 설마?!”무언가 생각한 듯 진가연은 한 손으로 입술을 가리고 얼굴에 매우 놀란 기색을 드러냈다.그런 진가연을 바라보던 한소은은 작은 수건을 꺼내어 은침을 조심스럽게 싸서 챙겼다.“네 아버지의 정기가 많이 손실되었어. 숨도 고르지 않고. 하지만 이 은침을 뽑아냈으니 적어도 그의 뇌의 기혈에는 더 이상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야. 우선 그를 방으로 데려가 푹 쉬게 하고, 다른 것들은 차
더 보기

제1720화

“그럼 저 은침…….”자기 아버지의 머리 뒤에서 그 은침이 꺼져 나오는 것을 지켜보는 시각적 충격은 너무나 강해서 진가연은 그 모습을 잊지 못했다.“그건 침술용 침이야. 이 은침이 네 아버지 머리 뒤의 혈에 박힌 거지. 만약 내 추측이 맞는다면 주효영은 이 은침에 독을 발라 네 아버지를 컨트롤했을 거야. 이런 사술은 예전에 고서에도 기록되어 있었어. 당시에는 은침으로 혈을 봉한 후 사람을 조종했지. 조종당한 사람은 마치 인형이 된 것처럼 자기의 의식은 없게 돼.”한소은은 대충 간단하게 설명하면서 생각에 잠겼다.“하지만 네 아버지처럼 자기 주관이 있고, 정상인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독은 본 적 없어. 고서에도 언급된 적이 없고. 내 생각에 그들이 약을 융합하고 개선한 거 같아.”“그러면 우리 아빠,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진가연에게 있어서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이것이었다.어떤 침이든 어떤 독이 든 아버지가 예전의 아버지로 돌아가 그녀의 곁에 있어 준다면 상관없다.한소은이 시키는 대로 다 할 기색이었다.“그건…… 나도 확답을 줄 수 없어.”진가연의 초조한 눈빛을 보며 한소은은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감히 확답을 내놓지 못했다.현재 상황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독인지도 밝혀지지 않았고, 어떤 부작용과 후유증이 있는지 말하기 어려웠다.한소은의 말에 진가연의 눈빛이 점차 어두워지고 눈시울이 붉어졌다.“아빠…….”그녀는 고개를 돌려 침대에 누워 있는 진정기를 바라보았는데, 마음이 괴로워 견딜 수가 없었다.“나는 최선을 다해 치료할게. 적어도 현재로서는 그의 생명에 지장은 없어.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마.”한소은이 진가연을 위로하며 말했다.“응.”진가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그런데 지금 진정기가 이런 모습인데 누가 찾아온다면…….”옆에 서 있던 김서진이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우리 아빠가 아프셔서 안정을 취해야 하니 대외적으로 아무도 찾아
더 보기
이전
1
...
170171172173174
...
246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