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71 - 챕터 1180

2452 챕터

제1171화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콧끝은 그의 술냄새로 가득 찼지만 우해민은 불쾌하기는커녕 오히려 아주 특별하다고 느꼈다.여전히 술에 잔뜩 취한 김승엽은 몽롱한 눈빛으로 우해민의 얼굴을 쳐다보며 조용히 말했다.“해민아, 가지 마. 날 버리지 마. 난 너밖에 없어…”그러면서 김승엽은 고개를 숙여 우해민의 입술에 힘껏 키스했다.심장의 떨림에 우해민은 김승엽을 밀어내지 않고 순순히 두 눈을 꼭 감고 두 손으로 그의 목을 끌어안은 채 키스를 이어갔다.김승엽은 술기운 때문인지 거칠면서도 부드럽게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마치 그녀를 잡아먹을 기세로 달려들다가도 또 다시 평온함을 되찾고 행여 우해민을 아프게 한 건 아닌지 안절부절해했다.이런 일을 한 번도 겪은 적 없는 우해민은 그저 김승엽에게 몸을 맡겼다. 김승엽은 스킨십 방면에서 우해민에게 멘토같은 존재였다. 처음 손을 잡았을 때부터 첫 입맞춤, 그리고 지금… 그녀는 이 다음 번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우해민은 여기에서 멈추고 싶지 않았다. 심지어 마음속으로는 김승엽과 끝까지 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온도는 금세 후끈 달아올랐고, 주위에서는 빈 맥주 캔이 이따금씩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해민은 김승엽이 술에 만취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를 전혀 깨우려 하지 않았다. 깊은 밤, 우해민은 김승엽과 함께 어둠 속으로 영원히 빠져들고 싶었다.......오랜 시간이 흐른 후, 꿈에서 깨어난 우해민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온몸이 뻐근하고 아프긴 했지만 마음만은 즐거웠다. 이건 그녀가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한 선택이었다. 그녀의 몸, 그녀가 선택한 남자, 모두 그녀가 원한 것이었다.우해민은 잠들어 있는 김승엽을 바라보며 손으로 그의 얼굴을 살짝 만졌다. 우해민은 속으로 이제 자신이 바라고 바라던, 아름다운 미래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잠시 후, 우해민은 몸을 일으켜 쓰레기봉투에 쓸데없는 물건들을 전부 치우고 김승엽을 다시 침대로 옮기려고 했지만 그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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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2화

그들은 대표의 지시대로 김승엽에게 먼저 경고했다. 김승엽이 고분고분 그들의 뜻대로 그들과 함께 간다면 모든 것은 원만히 해결되겠지만 만약 김승엽이 반항한다면 그들은 사양하지 않고 바로 그를 끌고 갈 수 있다.“…”이 말에 수많은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던 김승엽은 흐트러진 정신을 애써 다잡았다. 그는 자신이 쏘아올린 불길과, 어머니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그래서 지금, 그들은 벌써 여기까지 찾아와 그를 끌고 가서 시비를 가리려는 것인가? 이런저런 생각으로 김승엽의 얼굴빛은 한순간에 굳어졌다. 그가 생각정리를 끝내기도 전에 우해민은 이미 문을 열어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그 남자는 초인종을 누르던 손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우해민은 품이 넓은 셔츠 하나를 걸치고 있었는데 그녀는 반들반들하고 긴 두 다리를 드러내고 태연하게 서 있었다.“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우해민은 한 손으로 문틀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문고리를 잡고 있었다. 그들에게 문을 완전히 열어줄 생각은 없어보였다.“…”남자는 문을 여는 사람이 여자일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지 어안이 벙벙해있었다. 게다가 이런 섹시한 옷차림의 여성이라니… 다시 고개를 돌려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보니 마룻바닥에 상의 탈의를 하고 앉아있는 김승엽이 눈에 들어왔다.“…”아찔한 상상을 자극하는 장면이었다.“뭘 봐? 또 이렇게 자꾸 초인종을 누르면 그땐 주택 칩입죄로 신고해 버릴꺼야. 그러니까 빨리 썩 꺼져.”우해민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호통을 치더니 문을 콱 닫으려고 했다.하지만 상대방은 손으로 문을 닫지 못하게 꽉 막았다.“도련님, 대표님께서 말씀하셨어요. 무슨 일이 있든지 먼저 집에 가서 천천히 얘기하자고 하셨습니다. 지금 이렇게 피하셔도 평생 피하고 사실 수는 없잖아요.”“평생 피하고 살면 안된다고 누가 그래?”우해문은 턱을 치켜들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하지만 잠시 생각해보니 이 말은 잘못을 인정하는 것 같았는지 바로 말을 바꾸었다.“누가 이 사람이 평생 회피할 거라고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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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3화

그녀는 김승엽에게 몸을 한껏 기댔다. 그녀는 한 손으로 문을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 김승엽의 어깨를 잡고 다정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뭘 무서워하는 거야?”“뭐가 무섭다고 그래? 하… 하나도 무섭지 않아.”김승엽은 입술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그는 마음속으로 조금 두려웠지만 그래도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주눅이 들었다는 걸 티내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무서우면 무섭다고 해도 돼. 부끄러울 게 뭐가 있어? 하지만 너한텐 내가 있으니까 전혀 무서워할 필요 없어.”우해민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한껏 과장된 말투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눈빛… 지난번에 만났던 우해민과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정확히 말하자면 예전의 부드럽고 얌전했던 우해민과는 전혀 달랐다. 그는 갑자기 확 달라진 우해민을 보고 잠시 어리둥절해 했다. 그러다가 이내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아래 위로 훑어보았다. “너 정말 우해민 맞아? 아니면…”아니면 우해민인 척 하는 다른 사람인 건지…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분위기가 이렇게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단 말인가? 이런 김승엽의 말에 우해민의 얼굴은 금세 굳어졌다.“뭐라고? 다시 말해봐.”“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헛소리야, 헛소리.”그녀의 호통에 깜짝 놀란 김승엽은 서둘러 말을 바꾸고 손사래를 치며 해명했다. 조금 전 그 순간, 그녀는 정말 우해영과 똑같아서 김승엽은 깜짝 놀랐었다.그의 깜짝 놀라하는 모습을 보고 우해민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김승엽을 놀래키려는 것이 아니라 조금 전 그의 말은 정말로 그녀를 화나게 했었다.김승엽은 분명히 그녀를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와 우해영을 충분히 구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왜 지금은 자신을 자기 언니라고 의심하는 건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언니랑 내가 어디가 그렇게 닮았다고 그래? 분명 하나도 닮지 않았구만.’“나를 자세히 잘 봐. 내가 우리 언니랑 어디가 그렇게 닮았어? 잘 봐. 내가 누군지.”그녀의 목소리는 한껏 부드러워지고 눈빛도 평온해졌다.단호한 말투에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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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4화

김승엽의 말에 우해민은 화를 내지도 않고 오히려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뭔 큰 일이 있는 줄 알았는데 별거 아니네? 난 다 괜찮아. 네 마음속에 내가 있다면 말이야. 나한테 미안해할 것 전혀 없어.”우해민은 이렇게 말하면서 그의 품에 폭 기댔다.엄청난 미인이 자신의 품에 안겼지만, 김승엽은 하나도 두근거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김서진이 자신을 찾아올까 봐 걱정이 가득했다. 스스로 자기 집을 불태운다면 그건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김서진이 그의 손에 있던 자산을 전부 몰수한다면, 김승엽이 태운 건 그의 자산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우해민은 김승엽의 마음이 딴 데로 있는 것 같은 느낌에 기분이 언짢았지만 조금 전 그가 했던 말이 문득 궁금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근데 아까 왜 감옥에 갈지도 모른다고 한 거야?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그게…”김승엽은 건조해진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모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어제 우리 집을 불태웠거든.”“집을 불태웠다고?”그의 말에 깜짝 놀란 우해민은 고개를 들고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김승엽을 빤히 쳐다봤다.“왜 집을 불태운 거야? 혹시… 본가를 불태운 건 아니지?”“아니.”김승엽은 한숨을 푹 쉬었다.그는 우해민을 부축하고 나란히 소파에 붙어앉아 어제의 일을 그녀에게 전부 털어놓았다.“난 우리 어머니가 우리 모자 관계를 한 번만 더 생각해주셨으면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수 있는 여지가 있었을 텐데… 저렇게까지 매정하게 구실 줄은 전혀 몰랐어. 그래서 화가 나서 그만… 충동적이었어.”그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손바닥에 얼굴을 깊이 파묻었다. 그러면 마치 귀찮은 일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하지만 우해민은 그의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녀가 관심하는 건 오직 하나밖에 없었다.“왜 또 거길 가려는 거야? 여기 싫어? 내가 어디 가지말고 내 옆에 있으라고 했잖아. 왜? 설마 나 몰래 도망치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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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5화

“왜? 못 믿겠어? 못 믿겠으면 지금 당장 나랑 같이 우리 집에 가자.”말을 마치고, 우해민은 그의 팔을 끌어당겨 자리에서 일으켰다.“잠… 잠깐만.”김승엽은 우해민의 손목을 잡아당기며 서둘러 그녀를 말렸다.“왜? 나를 그렇게 못 믿겠어? ”우해민은 화가 났다.“옷은 갈아입고 가야지.”김승엽은 두 사람의 몸을 번갈아 가리키며 말했다.현재 이 상태로 어떻게 밖을 나갈 수 있단 말인가?잠시 후, 김승엽은 우해민을 따라 우씨 가문 별장으로 갔다. 가는 길 내내 그는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그는 우씨 가문 별장에 와본적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매번 올때마다 우해영이 그를 안으로 들여보내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비굴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우씨 가문 전용 차에 앉아, 옆에는 우씨 가문 자녀를 앉힌 채 우씨 가문 별장으로 가고 있다.잠시 후, 그는 우해민을 따라 별장 안으로 당당하게 들어갔다. 그가 안으로 들어가자 고용인이 그들의 외투를 받아주었다.우씨 가문 별장 한가운데 서 있는 그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거 같았다. 사실 이 별장은 김승엽 가문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발 디딜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만족했다.“해민아, 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지?”김승엽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듯 두 눈을 비볐다.그러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우해민에게 다가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네 언니는…”“우리 언니?”그러자 우해민은 헛웃음을 지으며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이제부터 언니는 더 이상 내 삶을 제한할 수 없어. 언니가 앞으로 살아갈 나날은 내가 예전에 살던 날들, 아니. 아마 그것보다 더 나빠질 거니까.”“하지만, 해영 씨 무술은…”김승엽은 생각만 해도 아찔해났다. 우해영의 무술 실력은 말할 것도 없었다. 김승엽과 우해민 두 사람. 아니, 스무 명이 한 번에 덤빈다고 해도 우해영은 손쉽게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하하, 무술…”아무리 무술 실력이 뛰어난다고 해도 독극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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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6화

방문이 열리자 이내 안에서 축축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김승엽은 자기도 모르게 코를 막았다. 잠시 후, 그의 눈앞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희미한 불빛만 나풀거리는 어두운 방안에는 작은 침대 하나만 놓여져 있었다. 침대 위에는 한 사람이 누워 있었는데 빛이 그다지 좋지 않아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김승엽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지 짐작할 수 있었다.“언니야?”그는 고개를 돌려 우해민을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그의 목소리는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우해영은 바로 알아차리고 미간을 찌푸렸다.“누구야?”우해민은 김승엽을 힐끗 쳐다보고는 피식 웃으며 두 발짝 안으로 들어갔다.“언니, 당연히 나지 누구겠어? 지금 언니 꼴이 이런데 설마 누가 언니를 보러 올 줄 알았어?”“혹시 네가 이겼다고 생각하는 거야?”우해영은 냉소했다. “이겼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가 이긴 거야. 맞잖아? 언니, 설마 지금 언니가 다시 일어설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 바보같이 굴지 마. 언니가 이제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지는 나한테 달렸어.”“그럼 차라리 날 죽여. 그게 낫지 않아? 왜? 못하겠어?”우해영은 막다른 길에 놓여도 전혀 굴복하거나 자세를 낮추지 않고 계속 비아냥거렸다.“내가 어떻게 언니를 이렇게 쉽게 죽이겠어? 아직 제대로 괴롭히지도 못했는데 말이야. 내가 몇 년 동안 겪었던 고통을 언니도 똑같이 충분히 겪어봤으면 좋겠어. 언니도 내가 그동안 이런 나날을 어떻게 견뎌 왔는지 알아야지.”우해민이 말했다.그녀의 말에 우해영은 마른 기침을 두 번 했다. 그러더니 이내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네가 스스로 그렇게 약해빠진 걸 지금 누굴 탓하는 거야? 내가 네 목숨을 지켜줬는데 넌 감히 이렇게 갚아줘?”“내 목숨을 지켜줬다고?”우해민은 그녀의 말에 크게 분노하여 그녀의 머리채를 확 잡아당기고 머리를 위로 치켜올렸다. “언니가 어떻게 뻔뻔하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다 같은 엄마 아빠의 자식인데 왜 나만 죽어야 하냐고.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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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7화

“내 초라함은 한순간일 뿐이야. 하지만 너희 둘은 처음부터 계속 패배자였어. 아니, 영원히 패배자야.”우해영은 그들을 조롱하듯 쳐다봤다. 그녀의 눈빛은 매섭기 그지없었다. 우해영은 지금 이렇게 초라한 모습이어도 사람들 앞에서 조금도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그녀의 말에 김승엽은 마음이 동요했다.그렇다, 그의 인생은 처음부터 실패였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총애를 받아왔지만 그의 아버지는 그를 그렇게 좋게 봐주지 않았다. 예전에는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에야 완전히 깨닫게 되었다. 사실 김승엽은 그의 아버지의 친아들이 아니었으며 김씨 가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것을 일찍부터 알고 그에게 가문을 넘겨줄 생각조차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이다.처음부터 그는 가문의 다른 사람들과 경쟁할 자격조차 없었지만, 몇 년 동안 그는 끊임없이 이익을 쟁취하려 애썼다. 김승엽의 이런 행동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얼마나 우스웠을까? 결국, 그를 가장 총애하던 어머니마저 그에게 등을 돌렸고, 그는 이제 가진 것 없이 빈털털이가 된 채 남의 집 신세를 지고 있다. 아마 김승엽보다 실패한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김승엽은 안색이 한껏 어두워진채로 밖으로 나갔다. 그런 김승엽을 보고 우해민은 바로 그를 따랐다. “승엽아, 승엽아.”“보아하니 내가 당신 아픈 곳을 찌른 모양이군. 한 번 패배자는 영원한 패배자일 뿐이야. 아무리 비열한 수단을 써도 그저 일시적인 득에 지나지 않지. 조만간 큰 코를 다칠 거야. 하하하, 하하.”우해영의 웃음소리가 온 방안에 울려퍼졌다. 하지만 우해민은 그녀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겨우 김승엽을 따라잡았다. “왜 그래?”우해민은 그의 팔을 덥석 잡아당기며 물었다. “설마 언니가 이런 꼴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아픈 거야?”그녀는 불안했다. 이런 불안은 자신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어쨌든 어릴 적부터 남들이 지켜봤던 사람은 전부 우해영, 그녀의 언니였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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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8화

김승엽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뻐, 아주 기쁘지. 근데… 난 그저 우해영 씨 말이 맞다고 생각할 뿐이야. 난 정말 확실한 패배자야. 내 인생은 태어날 때부터 실패했어.”김승엽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주먹을 꽉 쥐었다. 이렇게 무기력한 느낌은 처음이었다.“헛소리. 언니 허튼소리는 한 귀로 흘려.”우해민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언니는 지금 입으로만 잘난 척 하고 있어. 네가 왜 패배자야? 적어도 지금은 여기 이렇게 멀쩡하게 앉아있는 너와 비교하면 그저 방안에 누워만 있는 언니가 인생의 패배자 아니겠어?”“난 지금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 이런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 너를 빼고 다른 사람들은 다 나를 싫어해. 이런 내가 패배자가 아니고 뭐란 말이야?”김승엽이 말했다.“누가 네가 가진 게 없다고 했어? 너한텐 내가 있잖아.”우해민은 김승엽에게 사과를 내밀었다. 그가 얼굴을 찡그리며 사과를 한 입 베어물고 나서야 그녀는 비로소 웃음을 터뜨렸다. 우해민은 사과를 계속 뜯어먹으며 말했다.“나는 태어나서부터 내 목숨조차 내 것이 아니었어. 하지만 지금의 나를 봐. 그러니까 너도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내가 반드시 너를 도와 네가 마땅히 받아야 할 모든 것을 되찾아 줄 거니까.”우해민은 진심으로 그를 위로했다.“그래, 그래. 역시 우리 해민이가 최고야.”순간, 김승엽은 문득 궁금했다. 그는 무술 실력이 만만치 않던 우해영이 갑자기 무력을 잃어버린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아, 맞다. 보니까 네 언니는 무력이 아예 없어진 것 같던데…”김승엽은 슬쩍 우해민을 떠봤다.그러자 우해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예 잃어버린 건 아니야. 언니는 지금 독에 중독됐어. 지금 언니 몸은 극도로 쇠약하고 나약한 상태지. 아마 얼마 버티지 못할 걸?”“뭐? 중독?”김승엽은 깜짝 놀라 몸을 꼿꼿이 세웠다.“왜? 그런 것 같지 않아?”우해민은 김승엽을 쳐다보며 태연하게 말했다.“그런데 독을 넣었는데, 어떻게 눈치채지 못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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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9화

김승엽은 오랜만에 깊이 푹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우씨 가문은 김서진이 보낸 사람들이 들어오고 싶다고 해서 들어오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는 계속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다가 한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는 곤히 잠든 우해민을 빤히 바라보았다.아름다운 얼굴에, 잠자는 자태마저 달콤한 우해민은 더 이상 한때 그가 생각했던 순하고 어린 여자가 아니었다. 그는 오늘 우해영의 모습을 보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예상하기 어려운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김승엽은 자신이 우해영을 꿰뚫어 볼 수 없는 것처럼 우해민조차도 쉽게 꿰뚫어 볼 수 없다고 생각했다. 두 자매의 얼굴이 그의 머릿속에 번갈아 떠올라 그는 한동안 골머리를 앓았다.자리에서 일어나 베란다로 가서 담배를 피우는데, 그는 순간 우해민과 함께라면 어쩌면, 자신이 다시 재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슬금슬금 피워올랐다. 어쨌든 우씨 가문의 재산은 전부 우해민 것이고, 그런 우해민이 김승엽의 여자였기 때문이다.——밤잠을 설친 김승엽은 아침 늦게까지 잠을 잤다. 아래층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에 몸을 일으켜보니 우해민은 어디로 갔는지 방에 없었다.대충 옷을 걸쳐 입은 김승엽은 계단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계단 입구에 이르자 아래층에서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우해민 씨도 제가 이번에 온 의도를 알고 있을 것입니다.”김서진의 목소리였다. 깜짝 놀란 김승엽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숨겼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여기는 우씨 가문이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두려운 것이 없었다. 그는 다시 고개를 내밀고 아래층을 내려다보았다.거실에는 편한 옷차림의 우해민이 소파에 앉아있었고, 그녀의 맞은편에는 김서진이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마치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는 듯 보이지만 왠지 모르게 표정에서 긴장이 역력하다.우해민은 김서진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서슴없이 말을 이어갔다.“이왕 이렇게 된 거,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낫겠네요. 승엽이는 지금 저한테 있어요. 어떻게 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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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0화

“물론이죠.”우해민이 자신있게 소리쳤다.“전 약속을 정말 잘 지키는 사람입니다. 또한 감정에도 충실한 편이죠. 누구와는 달리, 가족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상처주는 짓은 하지 않아요.”그녀는 차갑게 김서진을 한 번 쳐다보고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이미 승엽이를 김씨 가문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은 거 아닌가요? 그럼 저와 승엽이 혼사도 당신들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니까 앞으로 이런 일로 다시는 저를 귀찮게 하지 마세요. 전 아주 바쁜 사람이니까요.”우해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손님을 배웅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김서진은 가만히 앉아서 입꼬리를 치켜올렸다.“그 일은 당사자가 얘기하는 게 더 적절한 일 아닌가요?”“그이는 당신들과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해요. 그러니까 당신들도 그와 이야기할 자격 없어요. 얼른 돌아가세요.”“에이, 그럴 마음이 없었으면 이렇게 오래 숨어서 대화를 엿듣고 있지 않겠죠, 안 그래요? 삼촌?”김서진은 고개를 들고 계단을 향해 소리쳤다.김서진의 말에 김승엽은 식은땀을 흘렸다. 그와 꽤 멀리 떨어져있고 들키지 않게 잘 숨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도 들킬 줄이야…김승엽은 지금 바로 내려갈지, 아니면 계속 없는 척할지 망설였다.우해민도 어안이 벙벙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김승엽이 이미 깨어났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 고개를 돌려 계단을 바라보았지만 텅 비어 있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눈썹을 찡그렸다.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그는 당신을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숨결이 이렇게 뚜렷한데, 바로 알아차리지 못한다니… 무력이 많이 떨어졌나봐요?”그의 한마디에 우해민은 숨을 죽였다.우해민은 우해영처럼 무술을 할 줄 모르니 당연히 사람의 숨결을 그렇게 예리하게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예전에 우해민이 집 구석에 숨어 있을 때도 우해영은 한 번에 눈치채곤 했는데 이게 바로 무술을 연마하는 사람들의 특이점인 건가?바로 그때, 김승엽이 천천히 계단에서 내려왔다.그는 눈을 내리깔고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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