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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4화

김승엽의 말에 우해민은 화를 내지도 않고 오히려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뭔 큰 일이 있는 줄 알았는데 별거 아니네? 난 다 괜찮아. 네 마음속에 내가 있다면 말이야. 나한테 미안해할 것 전혀 없어.”

우해민은 이렇게 말하면서 그의 품에 폭 기댔다.

엄청난 미인이 자신의 품에 안겼지만, 김승엽은 하나도 두근거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김서진이 자신을 찾아올까 봐 걱정이 가득했다.

스스로 자기 집을 불태운다면 그건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김서진이 그의 손에 있던 자산을 전부 몰수한다면, 김승엽이 태운 건 그의 자산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우해민은 김승엽의 마음이 딴 데로 있는 것 같은 느낌에 기분이 언짢았지만 조금 전 그가 했던 말이 문득 궁금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근데 아까 왜 감옥에 갈지도 모른다고 한 거야?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그게…”

김승엽은 건조해진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모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어제 우리 집을 불태웠거든.”

“집을 불태웠다고?”

그의 말에 깜짝 놀란 우해민은 고개를 들고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김승엽을 빤히 쳐다봤다.

“왜 집을 불태운 거야? 혹시… 본가를 불태운 건 아니지?”

“아니.”

김승엽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는 우해민을 부축하고 나란히 소파에 붙어앉아 어제의 일을 그녀에게 전부 털어놓았다.

“난 우리 어머니가 우리 모자 관계를 한 번만 더 생각해주셨으면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수 있는 여지가 있었을 텐데… 저렇게까지 매정하게 구실 줄은 전혀 몰랐어. 그래서 화가 나서 그만… 충동적이었어.”

그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손바닥에 얼굴을 깊이 파묻었다. 그러면 마치 귀찮은 일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우해민은 그의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녀가 관심하는 건 오직 하나밖에 없었다.

“왜 또 거길 가려는 거야? 여기 싫어? 내가 어디 가지말고 내 옆에 있으라고 했잖아. 왜? 설마 나 몰래 도망치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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