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Chapter 961 - Chapter 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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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1화

사람들의 증오에 찬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아군을 죽이는 게 무슨 재간이라고! 양식이 없다면 왜 만족의 양식을 뺏지 않고 아군의 것을 빼앗는단 말이오?”“양식이 없어서 백성들의 양식을 빼앗다니! 적군이 쳐들어온다면 우리 백성들을 잡아 죽이겠소!”그들의 말에 낙청연은 경악했다.평녕성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백성들의 원한이 이렇게 깊은 걸 보면 절대 갑자기 쌓인 울분이 아닌 것 같았다.향정 또한 놀랐다.“식량을 빼앗다니?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오?”“모르는 척하지 마시오!”낙청연이 곧바로 말했다.“다들 일단 진정하십시오. 우리는 수도에서 폐하의 명령을 받고 왔습니다. 조정에서는 평녕성의 소식을 모르고 있었다고 제가 보증할 수 있습니다.”“조정에서는 이곳의 주둔군이 백성들의 식량을 빼앗고 백성들을 징용해 전쟁에 내보내는 줄도 몰랐습니다.”“당신들의 불만을 저에게 얘기해주십시오. 제가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하지만 지금 당장 적들이 코앞까지 쳐들어왔습니다. 만족이 우리의 평안한 삶을 파괴했다는 걸 명심하길 바랍니다. 만약 당신들이 아군을 상대로 싸운다면 만족의 간계에 당하게 됩니다!”낙청연의 말에 백성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주저하기 시작했다.누군가 물었다.“정말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소?”“가능합니다!”낙청연은 결연한 어조로 말했다.“알겠소. 그렇다면 먼저 진천리를 잡아 와서 죽이시오! 백성들을 징병하고 백성들의 식량을 빼앗으라는 명령을 내린 건 모두 진천리이니 말이오!”그 말에 낙청연의 안색이 돌변했다.진천리가 그랬다고?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그가 그런 명령을 내렸을 리가 없다!“그가 명령을 내리는 모습을 직접 보았습니까?”낙청연은 믿을 수 없었다.“옳소! 다들 보았소! 명령을 내린 건 그였소!”낙청연의 미간이 잔뜩 좁혀졌다.이상한 일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백성들을 달래는 것이 급선무였다.“네. 알겠습니다. 만약 진짜 진천리가 그랬다면 조정에서는 절대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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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2화

낙청연이 대뜸 호통을 쳤다.“당신들이 죽지 않을 것이라 약속합니다.”“비록 이미 세상을 뜬 가족은 돌아올 수 없지만 당신들이 빼앗긴 식량과 손해 본 돈은 전부 이곳에 기재하십시오.”“전란이 끝나면 당신들에게 반드시 평안한 가정을 되돌려 주겠습니다!”“이번에 만족과 싸우게 되더라도 당신들이 전장에 나갈 리는 절대 없을 겁니다! 날이 저물면 이곳을 떠날 수 있게 장군에게 부탁해 당신들을 성 밖까지 호송하겠습니다.”이것은 낙청연이 지금 유일하게 떠올릴 수 있는 적당한 조치였다.백성들은 그녀의 말에 다시 멈췄다.“정말이오? 우리가 철수할 수 있게 호송해 줄 것이오? 설마 우리를 성 밖으로 보내 나가 죽으라는 건 아니겠지?”향정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다들 걱정하지 마시오. 나 향정은 절대 백성들을 방패 삼아 앞에 내세우지 않을 것이오.”“날이 저물면 이곳을 떠날 것이오. 그러니 다들 얼른 돌아가 물건을 정리하시오.”사람들은 결국 그의 말을 믿었고 짐을 정리하기 위해 곧바로 자리를 떴다.향정은 즉시 사람을 파견해 오늘 밤 그들을 성 밖으로 대피시킬 것이라고 집집이 소식을 알렸다.류 부장은 불만스러운 얼굴이었다.“향 장군, 사람들을 데리고 백성들을 성 밖으로 호송한다면 만족이 이곳을 침범할 수...”낙청연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흘겨봤다.“뭘 두려워하는 것이오? 시 장군도 있소.”류 부장은 반박할 말이 없어 분통을 참으며 이를 악물었다.낙청연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향 장군은 저녁에 사람들을 데리고 철수해 남쪽으로 갈 것이오. 최소 반나절이 걸릴 것이고 백성들까지 데리고 가면 시간이 더욱 많이 걸릴 수 있소. 그렇다면 필시 만족의 습격을 받을 것이오.”“만족이 우리를 피해 향 장군을 공격할까 걱정되오.”“그들이 반드시 거쳐야 할 곳은 천계하(淺溪河)오. 시 장군, 시 장군은 사람들을 데리고 천계하 근처에 매복하시오. 만약 적군이 있다면 절대 한 명도 놓쳐서는 아니 되오!”“그리고 천 명은 성안의 각 곳에 배치하여 수비하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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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3화

“진천리가 잡혀갔으니 말이오.”“일단 기다려야겠소. 어쩌면 그를 구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오.”낙운희는 줄곧 이쪽에 있었다. 진천리에게 무슨 일이 있다면 낙운희가 그를 구하러 갔을 것이다. 낙운희가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걸 보면 무사할 것이다.낙운희의 곁에는 철추가 있고, 철추의 실력이라면 만족에게서 진천리를 구해내는 것쯤은 문제없을 것이다.“구한다고? 이미 움직인 것이오?”향정은 곤혹스러웠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이곳에 오기 전 이미 이상함을 느껴서 미리 사람을 보냈소.”향정은 깜짝 놀랐다.“낙 낭자는 참으로 비범하군.”“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이 변방으로 온 이유가 있었군.”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러한 중책을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몰랐다.“낙 낭자, 나와 시형은 오늘 밤 떠날 것인데 일이 순조롭게 풀릴지 모르겠소. 만약 우리가 제때 돌아오지 못한다면 평녕성은 정말 빈 성이 될 것이오.”“류 부장은 믿음직스러운 사람이 아닌 것 같던데 낭자 혼자서 되겠소?”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감히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확신이 있다는 뜻이니 말이오.”“내가 있다면 만족인은 평녕성에 한 발짝도 다가설 수 없을 것이오.”향정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우리 모두 순조롭길 바라오.”-저녁.백성들은 하나둘씩 짐을 챙겨 그곳에 모였다.그들은 전부 막연한 얼굴이었다. 미래에 대한 막연함과 두려움이었다.그러나 동시에 그들은 평안을 기대했고 희망이 넘쳤다.총 7, 800여 명의 사람이 모였다.사람이 워낙 많아 시형은 반드시 큰 부대를 이끌어 그들을 호송해야 했다.그들은 낙청연에게 3,000여 명의 병사를 남겨줘 성을 지키게 했다.시형은 이미 사람들을 데리고 천계하에 매복하러 갔다.향정이 떠나자 성 전체가 빈 성이 되어버렸다.몸을 돌린 낙청연은 류 부장이 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는 걸 보았다.“너희들은 남쪽의 전망대를 지키거라.”병사는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향 장군께서 저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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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4화

만족 대군의 급습에 사람들은 모두 경계하기 시작했다.적군은 순식간에 성 앞까지 쳐들어왔고 전투는 일촉즉발이었다. 만족인들은 성을 공격하기 시작했다.“활을 쏴라!”낙청연의 명령이 떨어지자 무수히 많은 화살이 일제히 쏟아졌다.낙청연은 활을 당겼지만 만족의 우두머리를 찾지 못했다. 몇몇이 명령을 내리고 있었지만 통솔자는 아닌 듯했다.모르겠다. 일단 죽이고 보자!낙청연은 방향을 조준했고 날카로운 화살이 활을 벗어나며 ‘슉’하는 소리와 함께 적의 몸을 관통했다.화살이 하나씩 쏘아질 때마다 사람이 한 명씩 죽었다.낙청연은 백발백중이었다. 그녀는 예리한 관찰력으로 연이어 만족의 우두머리 몇 명을 죽였고 그로 인해 만족 내부에 잠깐 소란이 일었다.곧 적들이 그녀를 발견했다.“여봐라. 저 여자를 죽여라!”만족인은 명령에 따라 즉시 일제히 낙청연이 있는 성루를 공격했다. 개미 떼처럼 바글바글한 사람들이 성벽을 타기 시작했고 철제 발톱이 앞에 있는 벽에 박혀 들어갔다.류 부장은 멀지 않은 곳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냉소를 흘렸다. 그는 식견이 없는 여인이 죽음을 자초한다고 생각했다.병사들은 성벽을 타고 올라온 만족인을 막고 있었다.“낙 낭자, 먼저 내려가서 피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만족인들은 당신을 공격하러 온 겁니다.”낙청연은 한 번에 화살 세 개를 활에 올려놓더니 단숨에 세 명을 쏴 죽였다.“적이 코앞에 있는데 숨는 법이 어딨느냐?”“난 상관하지 말고 자리를 지켜라!”적은 많았고 많은 만족이 성루를 공격하며 서로 싸워 온통 피로 범벅이 되었다.낙청연은 눈빛이 싸늘해진 채로 성벽 위로 뛰어 올라가 가장 눈에 띄는 표적이 되었다.긴 검을 한 번 휘두르자 벽을 올라타던 적들이 우수수 떨어졌다.살기등등한 모습이었다.“화살을 쏴라!”만족이 명령을 내렸다.수많은 사람이 활을 들어 올려 성벽 위의 그녀를 향해 쏘았다.전방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살기에 낙청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녀는 내력을 손바닥에 집중한 뒤 몸을 날려 뛰어올랐고 단숨에 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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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5화

‘쿵’하는 소리와 함께 귓가에서 폭발 소리가 들리면서 자갈이 끝없이 터져나갔다.흙먼지 속에서 일어난 낙청연의 뺨에는 자갈에 베인 핏자국이 있었다.그녀는 몸을 일으킨 뒤 투석차의 지속적인 공격을 지켜봤다. 성루 곳곳이 강렬한 공격을 받아 시체가 날아오르며 핏방울이 여기저기 흩날렸다.그렇게 순식간에 많은 사람이 죽었다.그들은 원래도 만족을 상대하기에는 숫자가 적었다. 그런데 투석차의 위력까지 더해졌으니 성이 함락당하는 건 조만간이었다.류 부장은 곧바로 앞으로 나서면서 소리를 질렀다.“다들 피해라!”“이 투석차는 위력이 엄청나다. 우리의 성벽은 반각도 버티지 못한다!”“우리는 만족을 이길 수 없다!”“이렇게 된 바에 차라리 신속히 성안으로 숨어 지원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류 부장의 말에 사람들은 절망에 빠졌다.“성안으로 숨는다고? 차라리 투항한다고 하지!”낙청연은 매섭게 쏘아붙였다.류 부장은 화를 내며 윽박질렀다.“여인인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오. 당신이 적군을 화나게 만드는 바람에 그들이 투석차를 동원했잖소!”“오늘 밤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는 건 전부 당신 때문이오!”“내가 보기엔 당신을 산 채로 잡아 만족에게 보낸다면 우리 평녕성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소!”귓가에서 울려 퍼지는 그의 말에 낙청연의 속에서 화가 부글부글 끓었다.어두운 밤하늘 아래, 그녀의 눈동자에 살기가 일었다.손에 든 장검이 사정없이 단숨에 휘둘러졌다.류 부장의 목을 베니 사방으로 선혈이 튀었다.“군심을 흔드는 자는 죽음뿐이다!”낙청연의 두 눈동자가 사납게 번뜩이면서 이글이글 불타올랐다.“부상병은 당장 성루에서 철수하고 나머지 병사들은 내 명령에 따라 투석차를 탈취한다!”“우리의 물건이 적의 손에 떨어졌으니 빼앗아 와야 한다!”낙청연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검을 들고 날아올라 성루 아래로 몸을 던졌다.낙청연이 살기등등한 채로 착지하자 그녀의 몸에서 막강한 내력이 뿜어져 나와 주위의 적들이 날아갔고 성루 위의 병사들은 크게 놀랐다.여인이지만 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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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6화

“죽어!”만족 여인은 힘이 장사였다. 그녀는 낙청연을 긴 창이 있는 쪽으로 힘껏 밀었다.낙청연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눈앞의 여인을 보니 미치기라도 한 건지 증오에 가득 차서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낙청연의 눈동자에 빛이 번뜩였다.그녀는 일부러 밀려나는 척하다가 등 뒤의 긴 창에 가까워지자 왼쪽으로 몸을 피했다.등 뒤의 긴 창이 허리를 스쳐 지나가면서 피가 흘렀다.긴 창은 파죽지세로 앞에 있던 만족 여인의 복부를 세게 찔렀다.“아!”극심한 통증에 만족 여인은 힘이 빠졌다.낙청연은 기세를 몰아 그녀를 밀친 뒤 공중에서 몸을 회전하며 돌려차기했고 만족 여인은 바닥에 세게 부딪쳤다.“청회(清懷) 군주!”혼란스러운 전장에서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낙청연은 곁눈질로 힐끗 바라보았다. 청회 군주라고?백만 혼령 대군의 공격하에 만족인들은 완전히 제압당했다.비록 혼령이 들고 있는 무기들은 적의 몸을 꿰뚫을 수 없었지만 이 전장에서 가장 부족하지 않은 것이 검을 든 병사였다.허공으로 날아오른 수많은 적군은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받아 단숨에 죽임당했다.이 때문에 질서정연한 만족 군대는 혼란에 빠졌다.그들은 이런 사악한 힘이 어디서 온 건지 알지 못했다. 그들은 완전히 제압당해 반격할 힘조차 없었고 심지어 적이 어디 있는지조차 보지 못한 채로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낙청연은 사람들을 데리고 투석차 두 대를 빼앗은 뒤 곧바로 아군 쪽으로 운반했다.청회 군주라 불린 사람은 중상을 입은 듯했고 전장 또한 혼란스러웠기에 만족은 퇴각 명령을 내린 뒤 황급히 도망쳤다.이것은 그들이 성을 지킨 이래 처음으로 적을 호되게 쳐부순 것이었다.만족이 처음으로 이토록 초라하게 도망치자 사람들은 사기가 한껏 올랐다.그들은 환호를 내지르며 투석차를 성안으로 옮겼다.“이번에 만족을 물리칠 수 있었던 건 신의 도움 때문인 것 같소. 난 그들이 어쩌다 혼란에 빠졌는지 보지 못했소.”“나도 보지 못했소. 참으로 신기하오!”“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오. 우리가 진짜 투석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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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7화

그것은 낙운희였다.그리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따라 내린 사람은 진천리였다.사람들은 그 광경을 본 순간 매우 놀랐다.“진 장군!”진천리의 모습을 보니 많은 고통을 겪은 듯했다.숨이 간당간당한 것이 아주 초췌한 얼굴이었다.“류 부장은?”진천리는 말에서 내린 뒤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가 맨 처음 물은 것은 다름 아닌 류 부장이었다.낙청연은 의아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왜 그를 묻는 것입니까?”“류 부장이 중요합니까?”진천리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당연히 중요하지. 난 그와 중대한 일을 논의해야 하오.”그의 대답에 낙청연은 의아함을 느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류 부장에게 따져 물으려는 것이 아니고요? 그자는 믿을 수 없는 사람입니다. 전쟁 중에 군심을 어지럽혀 제가 죽였습니다.”그 말에 진천리는 깜짝 놀랐다.“뭐라고? 그를 죽였다고?”“당신은 누구시오? 무슨 자격으로 내 부장을 죽인 것이오?”질문하는 진천리의 낯선 눈빛에 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옆에 있던 낙운희 또한 미간을 좁혔다.낙청연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진천리를 보았다.“절 알아보지 못하는 것입니까?”진천리는 살짝 당황하더니 무언가를 눈치챈 듯 곧바로 눈빛을 피하며 주제를 돌렸다.“만족의 이번 공세는 아주 맹렬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오래 버텼고 지원군도 없을 듯하다. 그러니 내일 아침 일찍 성문을 열고 투항해 성안의 백성을 지킬 것이다.”“이건 유일한 방법이다. 나도 어쩔 수 없이 이런 명령을 내리는 것이니 다들 이해해 주길 바란다.”진천리는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병사들은 미처 설명하지 못했다. 지원군이 왔고 백성들은 이미 이곳을 벗어났다는 걸 말이다.바로 다음 순간, 낙청연의 장검이 진천리의 목에 닿았다.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진천리 또한 경악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뭐 하는 짓이오?”낙청연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눈앞의 사람을 살펴봤다.“여봐라. 이자를 잡거라!”진천리가 즉시 명령을 내렸지만 사람들은 서로 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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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8화

“허 장군, 허 장군은 죽지 않았습니까?”허 장군?낙청연은 곧바로 그를 잡아 일으키며 물었다.“만족인이 아니란 말이오?”거짓말을 들킨 허 장군은 당황한 얼굴로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낙청연은 눈빛이 차가워지면서 그의 목을 있는 힘껏 잡았다.“진천리는 어디 있소!”허역(許易)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난 모르오.”“난 진짜 모르오.”낙청연은 그를 세게 바닥에 내동댕이친 뒤 손에 든 장검으로 가차 없이 그의 발목을 푹 찌른 뒤 힘줄을 잘랐다.“아!”처참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허역은 다리를 끌어안고 바닥을 나뒹굴었다.낙청연은 날카로운 말투로 그를 위협했다.“말하지 않는다면 손목의 힘줄도 끊을 것이오. 그래도 얘기하지 않는다면 두 다리와 두 팔을 잘라 몸통만 남길 것이오!”“그런 고통을 겪고 싶지 않다면 솔직히 얘기해야 할 것이오.”허역은 아파서 얼굴이 해쓱해졌고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진천리는 만족인의 손에 있소.”낙청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어디에 갇혀있는 것이오?”허역은 고개를 저었다.“그건 정말 모르오.”“한 달 전이었소. 우리는 만족인 무리를 뒤쫓고 있었고 그때 그와 신분을 뒤바꿨소.”“그는 만족에게 잡혀갔고 그의 생사는 나도 알지 못하오.”그 말에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한 달 전에 잡혀갔다고?낙운희 또한 경악했다.“내가 경도에서 온 뒤로 줄곧 몰래 보호했던 사람이 당신이라니!”그녀는 자신이 몰래 보호하던 진천리가 가짜라는 것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당신이 진천리를 팔아넘긴 것이오? 당신은 언제부터 만족인과 내통한 것이오?”낙청연이 서늘한 목소리로 위협했다.허역은 망설였다.어떤 얘기는 입 밖으로 내뱉으면 살길이 없어진다.낙청연은 그 점을 보아냈다. 그는 아마 오래전부터 엄씨 가문의 개가 됐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엄씨 가문의 명령에 따르고 있을 것이고 변방의 모든 것은 아마 오래전부터 계획된 일일 것이다.낙청연은 그의 멱살을 잡아 그를 바닥에서 끌어 올린 뒤 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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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9화

그리고 진씨 가문은 이 일에 연루되어 가문 전체가 몰살당할 것이다.“엄씨 가문이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것이오? 평녕성에 엄씨 가문의 첩자가 몇이나 있소?”허역은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낙청연이 그것까지 알아냈을 줄은 몰랐다.허역은 이를 악물었다.“당신이 죽인 류 부장.”“그리고 무진군의 시형.”“난 그 둘만 알고 있소. 나머지는 모르오.”낙청연은 덤덤히 말했다.“그 둘은 나도 알고 있소. 당신이 자백한 내용은 내게 아무런 가치도 없소.”“당신의 다른 쪽 발목의 힘줄을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군.”허역은 순간 식은땀이 흐르며 바짝 긴장했다.그는 다급히 말했다.“진천리는 살아있을 것이오! 당시 랑심 공주가 그를 잡았을 때 애틋한 말을 했었소. 진천리를 죽이는 것이 아까운 듯했소.”낙청연은 깜짝 놀랐다.랑심?“난 만족의 계획을 조금 알고 있소. 그들은 일부러 날 잡아 고문했소. 당신들이 날 구하길 바란 것이지. 그리고 나더러 류 부장과 협력해 성문을 열어 투항하게 만들라고 했소.”“날이 밝은 뒤 성문 위에 백기가 걸린 것을 보게 되면 그들은 평녕성을 점령하러 올 것이라고 했소.”“그런 뒤 무진군을 공격해 무진을 삼킨 뒤 파죽지세로 계산(稽山)까지 쳐들어갈 것이라고 했소. 그리고 계산까지 함락한다면 곧바로 경도까지 쳐들어갈 수 있다고 했소.”낙청연은 사색에 잠긴 얼굴로 유유히 말했다.“그러니 만족이 계산을 함락한다면 엄 태사는 섭정왕에게 병권을 내놓으라고 협박하겠군. 그런 뒤 직접 군대를 이끌고 만족의 침입을 막아내겠지.”“그때가 되면 만족은 군대를 철수할 것이고 엄 태사는 혁혁한 공로를 세워 병권을 내놓지 않아도 되겠군.”“그렇다면 엄씨 가문은 세력을 등에 업고 사람을 기만하고 온 천하를 제멋대로 주무르겠군!”게다가 낙청연은 진씨 가문과 사이가 좋았다. 진 태위가 줄곧 그녀를 며느리로 삼고 싶어 하며 그녀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한다는 건 다들 알고 있는 일이었다.그러니 진천리가 적과 내통해 나라를 배신했다는 누명을 쓰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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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0화

날이 밝자 성루에 백기 걸렸고 곧 만족의 군대가 도착했다.낙청연은 어두운 곳에 숨어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 군대를 이끄는 사람은 랑심과 랑목 두 사람이었다.“평녕성을 지휘하는 자는? 투항한다면 나와서 참배해야지 않느냐?”랑목이 우렁찬 목소리로 도도하게 말했다.성루의 병사가 말했다.“저희 류 부장은 이미 전사했습니다.”“저희가 성문을 열고 무기를 버린다면 저희를 죽이지 않겠다고 보장할 수 있습니까?”랑목은 웃었다.“당연하지. 성문을 열고 무기를 버린다면 죽이지 않겠다!”뒤이어 병사가 명령을 내렸다.“성문을 열거라!”성문이 천천히 열렸다.싸늘한 미소를 띤 랑목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데리고 말을 채찍질하며 성문으로 돌진했다.만족인들은 흥분한 목소리로 함성을 내질렀다.그들은 깃발을 흔들며 파죽지세로 평녕성 안으로 뛰어들었다.성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다들 검을 뽑아 들고 평녕성의 사람들을 전부 도살할 셈이었다.그런데 안으로 들어와 보니 거리에 사람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말을 멈춰 세운 랑목은 의심이 들었다.“이 성의 백성들은 전부 철수했고 병사들은 한 명도 남지 않은 것인가?”텅 빈 거리는 너무 괴상했고 성은 마치 죽음의 성 같았다.성안으로 쳐들어온 사람이 적지 않아 많은 인파가 몰렸다.대오가 줄줄이 멈췄고 누군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바닥의 이 축축한 것은 무엇입니까?”“술 냄새가 진동하는군요.”바로 그때 골목의 어두운 곳에서 술독 하나가 깨져 산산조각이 났고 그 소리에 말이 놀라 울부짖었다.곧이어 술독이 하나둘씩 던져져 소란스러워지며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바로 그때 낙청연이 몸을 일으키며 불화살을 쏘았다.불똥이 땅에 떨어지자 ‘화륵’하는 소리와 함께 주위가 삽시에 불바다로 변했다.“쏴라!”낙청연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량의 불화살이 쏘아졌고 순식간에 불이 크게 번졌다.“아! 매복이다! 매복이야!”만족인은 혼란에 빠졌고 불에 탄 사람들의 비명이 끊임없이 들려왔다.활활 타오르는 거센 불길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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