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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0화

날이 밝자 성루에 백기 걸렸고 곧 만족의 군대가 도착했다.

낙청연은 어두운 곳에 숨어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 군대를 이끄는 사람은 랑심과 랑목 두 사람이었다.

“평녕성을 지휘하는 자는? 투항한다면 나와서 참배해야지 않느냐?”

랑목이 우렁찬 목소리로 도도하게 말했다.

성루의 병사가 말했다.

“저희 류 부장은 이미 전사했습니다.”

“저희가 성문을 열고 무기를 버린다면 저희를 죽이지 않겠다고 보장할 수 있습니까?”

랑목은 웃었다.

“당연하지. 성문을 열고 무기를 버린다면 죽이지 않겠다!”

뒤이어 병사가 명령을 내렸다.

“성문을 열거라!”

성문이 천천히 열렸다.

싸늘한 미소를 띤 랑목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데리고 말을 채찍질하며 성문으로 돌진했다.

만족인들은 흥분한 목소리로 함성을 내질렀다.

그들은 깃발을 흔들며 파죽지세로 평녕성 안으로 뛰어들었다.

성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다들 검을 뽑아 들고 평녕성의 사람들을 전부 도살할 셈이었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와 보니 거리에 사람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말을 멈춰 세운 랑목은 의심이 들었다.

“이 성의 백성들은 전부 철수했고 병사들은 한 명도 남지 않은 것인가?”

텅 빈 거리는 너무 괴상했고 성은 마치 죽음의 성 같았다.

성안으로 쳐들어온 사람이 적지 않아 많은 인파가 몰렸다.

대오가 줄줄이 멈췄고 누군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바닥의 이 축축한 것은 무엇입니까?”

“술 냄새가 진동하는군요.”

바로 그때 골목의 어두운 곳에서 술독 하나가 깨져 산산조각이 났고 그 소리에 말이 놀라 울부짖었다.

곧이어 술독이 하나둘씩 던져져 소란스러워지며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바로 그때 낙청연이 몸을 일으키며 불화살을 쏘았다.

불똥이 땅에 떨어지자 ‘화륵’하는 소리와 함께 주위가 삽시에 불바다로 변했다.

“쏴라!”

낙청연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량의 불화살이 쏘아졌고 순식간에 불이 크게 번졌다.

“아! 매복이다! 매복이야!”

만족인은 혼란에 빠졌고 불에 탄 사람들의 비명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활활 타오르는 거센 불길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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