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리에게 목이 졸린 채로 끌려가게 되자 두 사람의 몸이 빠른 속도로 추락했다.낙청연은 심장이 철렁했다. 이런 높이에서 떨어진다면 낙운희는 필시 죽을 것이다.낙청연은 다급히 소리를 질렀다.“철추!”낙운희가 막 땅에 떨어지려 할 때, 철추가 황급히 땅을 쳤다. 매우 강한 바람이 일면서 먼지가 엄청나게 휘몰아쳤다.그 힘으로 낙운희는 몸을 돌리며 바닥을 굴렀고 땅을 짚은 뒤 피를 토했다.낙운희는 입가에 묻은 피를 닦고는 고개를 들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진천리를 보았다. 진천리는 팔과 목에 아주 굵은 붉은 핏줄이 솟아 있었고 두 눈도 붉게 물들어 괴물처럼 변했다.“성을 공격하라!”랑심이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만족인은 우르르 몰려왔고 전투는 일촉즉발이었다.낙청연은 긴장한 얼굴로 성루를 지키고 있었고 아래에 있는 낙운희를 살필 겨를이 없었다.진천리는 실력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향상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는데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지 흉악한 얼굴로 낙운희를 향해 걸어갔다.철추가 손을 쓰려고 했지만 낙운희가 그를 말렸다.“그를 죽일 수는 없습니다!”그래서 그들은 피해야 했다.“진천리, 정신을 차리세요!”“당신은 평녕성 수비군의 통솔자입니다. 당신이 죽여야 할 사람은 적입니다. 아군에게 무기를 겨누지 마세요! 얼른 정신 차리세요!”낙운희는 진천리를 깨우려 했다.진천리가 다시 한번 공격하려 할 때, 그의 손이 멈췄고 잠깐 눈동자가 맑아졌다.진천리는 괴로운 얼굴로 머리를 부여잡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손을 보았다.“이럴 수가, 내가 왜 이러는...”“깨어나셨군요. 다행입니다. 저와 함께 가시지요. 낙청연에게 당신을 치료할 방법이 있을 겁니다.”낙운희는 기쁜 얼굴로 말했다.하지만 낙운희가 다가가 그를 데려가려 하자 진천리는 긴장한 얼굴로 뒤로 한 발 물러섰다.그는 경계하며 말했다.“아니, 오지 마시오.”조금 전 완전히 통제를 잃은 감각 때문에 그는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적의 손아귀에 들어가 고문당하는 것도, 죽임당하는 것도 두렵
난투 속에서 랑심이 귀 한쪽을 잃었다.선혈이 삽시에 랑심의 반쪽 얼굴을 물들였다.랑심은 놀란 눈으로 사내를 보았다. 그는 온몸이 상처투성인데도 막강한 폭발력을 갖추고 있었다.그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듯한 매서운 눈빛은 황홀하면서도 두려웠다.“공주님!”수많은 사람이 랑심을 에워싸며 무기를 들어 진천리를 공격했다.“그만. 목숨은 남겨두거라. 저자를 데려갈 것이다!”극심한 통증을 참으며 랑심이 다급히 명령을 내렸다.하지만 미처 손을 멈추지 못한 자의 날카로운 칼날이 진천리의 등을 찔렀고 선혈이 튀었다.낙청연은 흐릿한 시야 속에서 진천리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았다.그는 그렇게 인파에 파묻혔다.낙청연은 흠칫했고 이내 비통함을 느꼈다.그녀는 결국 진천리의 목숨을 구하지 못했다.랑심은 중상을 입었고 만족은 즉시 퇴각했다.성루 위의 사람들은 다들 피투성이에 상처투성이라 볼품없는 모습이었다. 그들은 만족이 철수하는 모습을 보면서 슬픔을 느꼈다.그들은 진 장군을 잃었다.낙운희는 성으로 돌아와 성루에 올랐다. 잠긴 목소리를 들어 보니 목이 메는 듯했다.“죄송합니다. 또 임무를 완성하지 못했습니다.”낙청연은 손을 들어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전장에서 죽는 것이 어쩌면 그의 귀착점일지도 모른다.”낙운희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그가 랑심에게 조종당한 것이 맞습니까?”낙청연이 대답했다.“고(蠱)일 것이다.”그 호루라기 소리는 고충을 통제하는 것이다.진천리는 랑심의 손아귀에 들어간 뒤 갖은 고충을 겪었을 것이고 그래서 자신이 고에 당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그는 정신을 차렸는데 왜 저와 함께 돌아오는 걸 원치 않은 겁니까?”낙운희는 곤혹스러웠다.분명히 살 기회가 있었는데 왜 죽으려고 한 것일까?낙청연은 그녀의 질문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녀는 천천히 대답했다.“그런 종류의 고는 웬만하면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잠깐이라도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그는 모든 힘을 다 썼을 것이다.”“그는 마지막 남은 힘을 적을 죽이는
같은 시각, 대다수 사람은 성을 지키고 있었고 낙운희는 자주적으로 성을 나가 약재와 식량을 찾았다.밤이 되고 불어오는 찬 바람에 낙청연은 잠이 깼다.낙운희가 면을 들고 그녀에게 다가왔다.“다 먹으면 쉬세요. 제가 지키고 있겠습니다. 저희가 번갈아 보초를 선다면 체력을 아낄 수 있습니다.”“당신이 쓰러진다면 전 지휘 못 합니다.”낙청연은 그릇을 건네받은 뒤 바닥에 앉아 그것을 먹기 시작했다.배불리 먹은 뒤 그녀는 벽에 기대어 눈을 감고 휴식했다.환경이 이렇다 보니 깊게 잠들 수 없었고 얕은 잠을 자면 보통 꿈을 꾸지 않았다.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이번에는 꿈에서 부진환을 보았다.꿈속에서 그는 중상을 입고 침상 위에 누워있었고 태의들이 끊임없이 방 안으로 들어가 그를 치료하려 했으나 다들 속수무책이었다.꿈속에서 낙청연은 조바심이 났다. 그녀는 직접 부진환을 진맥하고 싶었지만 누군가 그녀를 막고 있어 들어갈 수 없었다.꿈에서 깬 낙청연은 마음이 무거웠다.확실히 들어갈 수 없었다. 천 리 밖에 있는 그녀가 어떻게 경도에 제때 도착할 수 있겠는가?“악몽을 꾸셨습니까?”낙운희가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이마를 닦은 낙청연은 그제야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은 것을 발견했다.낙청연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시선을 내리뜨리며 말했다.“꿈은 현실과 반대라고 했었지.”낙운희는 그녀의 모습에 호기심이 들어 물었다.“평소에는 이렇게 감상적인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요.”“고민거리가 있습니까? 괜찮다면 저에게 얘기하시지요.”낙청연은 복잡한 눈빛이었다. 감옥에서 낙월영이 고문당할 때 부진환의 고통스러워하던 모습을 떠올리면 마음이 점점 더 무거워졌다.“이런 처지에 고민거리를 안고 있을 자격은 없지.”“지금 가장 중요한 건 성을 지키는 것이다. 다른 걸 신경 쓸 새가 없다.”그래서 낙청연도 한가할 때 틈틈이 그를 떠올렸다.부디 하늘이 그를 굽어살펴 부진환이 목숨을 부지하길 바랐다.“만족의 각 부족은 분열되고 있습니다. 랑심을 잡는다면 어쩌면 전환점이
아니나 다를까 이날 만족은 또 공격했다.그들은 다시 공세를 취하여, 파죽지세의 기세로 성을 무너뜨리려고 했다.낙청연이 사람들과 만든 암기가 이때 작용을 발휘하여 적의 상당 부분을 막았다.그러나 만족인은 너무 많았다. 어찌나 많은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각종 방법으로 성안으로 쳐들어오려고 시도하니, 사람들은 쉴 틈이 없었다.또 결사적인 투쟁을 마친 하루였다. 만족인도 많은 사상자를 내고 다시 퇴군하였다.하지만 밤에 그들은 또다시 들이닥쳤다.게다가 이번에 들이닥친 적군들은 힘이 넘쳤고, 전투력 또한 매우 강했기 때문에 낙청연과 그들에게 큰 위협이 됐다.성벽 위에서 암벽을 등반하고 벽을 달리며, 마치 도마뱀처럼 민첩하고 신속하게 성루로 돌진했다.성을 지키던 병사들은 하나둘 줄줄이 쓰러졌다.낙운희와 철추의 강력한 실력으로도 적군을 모두 상대할 수 없었다.낙청연의 마음은 몹시 무거웠다. 밤에 공격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아마 몇 개 부족 사람들을 거느리고 돌아가면서 전투를 진행하는 것 같았다.그리고 매개 부락의 강점도 제각각이고, 실력도 다소 차이가 있어 보였다. 지금, 이 암벽등반 하는 적들은 정말 당해 내기 어려웠다.성벽 전체에 사람들이 빼곡하게 기어오르고 있었다.어쩔 수 없이 낙청연은 다시 나침반을 꺼냈다.피를 제물로 삼아, 소령진을 사용했다.헤아릴 수 없는 무수한 혼령들이 공중에서 응집되어, 천군만마의 대오를 형성한다.밤하늘의 기운마저 음산하고 몹시 매섭게 변했다.밤바람은 마치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칼처럼 날카로웠다.낙운희는 이 강력한 힘을 느꼈다.만족인들이 하나둘씩 연이어 성벽에서 날려가는 모습을 보니, 마치 콩을 바닥에 뿌리듯, 촘촘하게 땅에 떨어졌다.아군의 사기가 크게 진작되었다. 그들은 하늘까지 자신들을 돕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낙운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낙청연을 쳐다보았다.마침 만족인이 낙청연을 기습하려고 하자, 낙운희는 즉시 달려갔다. 장검으로 그의 몸을 꿰뚫고, 한 발로 걷어차서 성루
”약재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닭장은 하나 찾았습니다. 그래서 달걀 열 몇 개를 꺼내 왔으니, 일단 드세요. 만약 부족하면 내가 가서 두 개 더 삶아오겠습니다.”낙청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너는 먹었느냐?”낙운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먹었습니다.”낙청연은 그제야 먹기 시작했다.다 먹고 나니, 달빛이 마침 딱 좋았다. 낙청연은 바로 나침반을 꺼내더니, 달빛 아래 앉아, 천지의 힘을 흡수하였다.낙청연은 이런 방법으로라도 최대한 힘을 회복해야 했다.--천계하.“보고! 만족이 퇴각했습니다!”이 말을 들은 시형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또 퇴각하였느냐? 그들 몇 사람이 어떻게 만족의 수만에 달하는 대군을 막아냈단 말이냐?”병사는 대답했다: “구체적인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만족은 확실히 이기지 못했습니다. 몇 시간 동안 싸웠지만 성안으로 쳐들어가지 못했다고 합니다.”“게다가 오늘 밤 성을 공격한 만족 부락은 암벽등반에 가장 능한 부락이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공략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합니다.”시형은 듣더니 저도 몰래 웃으며 말했다: “낙청연은 과연 재주가 뛰어나구나, 그러니 엄 태사의 영패까지 위조할 수 있지.”옆에 있던 교위가 물었다: “장군, 평녕 성은 우리에게 지원 요청을 보냈습니다. 가능한 빨리 돌아오라고 하는데, 장군께서 돌아갈 계획이 있습니까?”시형은 실눈을 뜨더니 말했다: “일단 기다려보자꾸나. 낙청연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지 두고 보자.”엄가도 이미 변경 쪽의 소식을 전해 들었을 것이다. 그는 이미 군대를 이동하여 무진을 떠났으니, 지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만일 낙청연이 만족을 이기면, 그는 낙청연을 지원한 적이 있으므로바로 공신이 되는 것이다.그러나 낙청연이 실패하면, 그가 낙청연을 지원했기 때문에 엄가는 필히 그의 죄를 물을 것이다.지금 모든 결정은 온전히 낙청연의 능력에 달려있다.--날이 밝자, 만족은 또 공격하기 시작했다.낙청연은 어쩔 수 없이
부진환은 몸을 옆으로 비켜 공격을 피하고, 손바닥에 몸속의 힘을 응집시켰다. 그리고 이를 악물자 온몸이 흠칫 떨렸다.순간 체내의 쇄골정 한 개가 발사됐다.쇄골정은 강한 힘에 의해 튀어나와, 바로 낙정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거리가 너무 가까웠던 탓에 낙정은 피할 겨를이 없었다.비명과 함께 사람은 날려 가버렸다.쇄골정은 바로 가슴 한가운데를 맞췄다. 낙정은 세게 땅에 넘어지더니, 피를 마구 토했다.낙정은 언젠가 자신의 쇄골정에 상처를 입을 줄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다.부진환은 천천히 일어났다. 그의 짙은 눈동자 속에 한기가 가득 서려 있었다.그 음침한 눈빛은, 사람이 마치 빙고 속에 몸을 담근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낙정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거짓이었습니까?”부진환은 어깨의 통증을 참으며, 천천히 낙정에게 걸어갔다.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너에게 중상을 입힐 수 있었겠느냐?”부진환의 눈가에 한줄기 한기가 감돌더니, 허리를 굽혀 낙정의 검을 주었다.상황을 보고 당황한 낙정은 갑자기 수중에서 표장 한 줄을 내던졌다.부진환은 몸을 옆으로 피했다.낙정은 이 틈을 타 벌떡 일어나 도망가 버렸다.부진환이 고개를 돌렸을 때, 낙정은 이미 멀리 도망간 뒤였다. 그는 뒤쫓아 가지 않았다.낙정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자, 그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갑자기 뒷걸음치더니 힘없이 나뭇가지에 몸을 기대었다. 순간 그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그는 입가의 피를 닦았다.소소가 다급히 돌아왔다. “왕야!”피범벅이 된 왕야의 모습을 본 소소는 몹시 걱정됐다: “왕야, 왜 이렇게 험악한 방법을 쓰십니까?”부진환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어떻게 이 골칫덩어리들을 떨쳐내겠느냐?”그들은 가는 길 내내 추격당했다. 자객들을 피하느라, 그들은 이미 많은 시간을 지체했다.하루를 더 지체하면, 낙청연에 대한 걱정도 더 커진다.그래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소소는 즉시 부진환을 업고 숲속에서 달려 나왔다.부진환은 의식이 혼
만족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했다. 요 몇 년 동안 만족은 줄곧 전투력을 비축하여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실력을 감추고 있었다.비록 그들은 만족의 병력을 많이 소모했지만, 만족에게는 그저 조족지혈에 불과했다.연이어 성을 공격하는 부락은 하나같이 강했다.그들은 이미 무기도 다 떨어지고 양식도 고갈될 지경에 이르러,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하지만 만족은, 사상자는 있지만 총체적으로 그다지 큰 편이 아니었다. 파성(破城)은 시간문제이다.--천계하.방금 만족이 또 퇴각했다는 소식을 들은 시형의 마음은 복잡했다.낙청연이란 이 여인은 정말 놀랍다. 생각밖에 이렇게 많은 날을 버티고 있디.바로 이때, 병사가 보고했다: “시 장군, 어떤 여인이 장군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시형은 깜짝 놀라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병사가 데리고 온 여인을 보고 그는 경계하며 주위를 살펴보았다.상대방을 맞이하여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랑심 공주, 어찌 친히 오셨소?”랑심은 검은색 두봉을 두르고 있었지만, 여전히 하얀 천으로 싸맨 귀가 훤히 보였다. 그녀의 안색은 몹시 창백했지만, 눈빛은 차갑고 날카로웠다.“언제까지 기다리고만 있을 것이오?”“낙청연이 이렇게 오랫동안 성을 지켜냈소, 만약 당신이 지금 당장 손을 쓰지 않으면, 우리는 이 평녕성을 함락시키지 못할 것이고, 아무리 멀리 있던 지원군도 도착할 수 있단 말이오.”“그때 되면, 당신이 제멋대로 평녕성을 지원했으니, 당신 주인은 결코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요.”랑심의 어투는 날카로웠으며, 다소 협박이 섞이었다.이 말과, 어투에 시형은 몹시 불쾌했다.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랑심 공주, 혼자 힘으로는 평녕성을 함락시키지 못하겠으니, 나더러 평녕성을 공격하라는 뜻이오?”“당신이 지금 제정신이오? 아니면 내가 미쳤소?”“나는 명령대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소. 하지만 당신을 도와 아군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오.”시형의 어투는 몹시 날카로웠으며, 그는 단칼에 거절했다.랑심은 불만이 가득한 어투로
이 말을 들은 교위는 잠깐 멍해 있더니 투덜거렸다: “누가 장군님을 아들로 받아준 답니까!”“꺼져!” 시형은 몹시 화가 나서 그를 한발로 걷어차 버렸다.--부진환은 이틀을 누워있더니, 마침내 깨어났다.깨어난 뒤, 그는 자신이 무진이 아니라 어떤 마을에 있는 것을 보더니, 몹시 분개했다.“소소, 감히 나의 명령을 어겼느냐!” 부진환은 진노했다.소소는 털썩 무릎을 꿇더니 말했다: “제가 왕야의 명을 어겼으니, 달게 벌을 받겠습니다!”부진환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더니, 노기등등해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만약 낙청연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본왕은 절대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지금, 당장 무진으로 가자!”두 사람은 밤낮 쉬지 않고 길을 재촉했다.마침내, 무진에 도착했다.검은 갑옷을 입은 군대가 황량한 광야에 조용히 서 있는 모습이 시선에 들어왔다.3만 대군은 이미 여러 갈래로 나뉘어 달려와, 이곳에 집결되었다.위풍당당했고, 살기 등등했다.부진환이 말을 타고 바위 언덕 위에 나타났을 때였다.몇 명 부장들이 신속하게 앞으로 달려왔다.“사람은 이미 모두 도착했으니, 왕야의 지시를 기다립니다!”“왕야, 성안에 있는 무진군의 말로는, 무진군은 이미 전부 평녕성을 지원하러 갔다고 합니다.”부진환은 실눈을 뜨고, 장검을 잡더니 말했다: “출발, 평녕성으로 간다!”--저녁 무렵.노을이 온통 하늘을 물들였다. 낙청연은 담벼락에 기대어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갑자기 누군가 소리쳤다: “사람이 오고 있습니다.”사람들은 깜짝 놀라 성 밖을 쳐다보았다.낙청연도 일어났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낙청연은 약간 놀랐다.한 무리의 백성들이었다.보아하니 도망쳐 온 것 같았는데, 족히 200명은 되었다.그중에 노약자와 부녀들이 많았다.“멈춰라! 누구냐!” 성루 위에서 경계하기 시작했다.병사들은 활을 들었다. 그러자 겁에 질린 백성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말했다: “관야(官爺), 제발 살려주시오! 우리는 마경촌(馬慶村)과 부근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