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했다. 요 몇 년 동안 만족은 줄곧 전투력을 비축하여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실력을 감추고 있었다.비록 그들은 만족의 병력을 많이 소모했지만, 만족에게는 그저 조족지혈에 불과했다.연이어 성을 공격하는 부락은 하나같이 강했다.그들은 이미 무기도 다 떨어지고 양식도 고갈될 지경에 이르러,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하지만 만족은, 사상자는 있지만 총체적으로 그다지 큰 편이 아니었다. 파성(破城)은 시간문제이다.--천계하.방금 만족이 또 퇴각했다는 소식을 들은 시형의 마음은 복잡했다.낙청연이란 이 여인은 정말 놀랍다. 생각밖에 이렇게 많은 날을 버티고 있디.바로 이때, 병사가 보고했다: “시 장군, 어떤 여인이 장군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시형은 깜짝 놀라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병사가 데리고 온 여인을 보고 그는 경계하며 주위를 살펴보았다.상대방을 맞이하여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랑심 공주, 어찌 친히 오셨소?”랑심은 검은색 두봉을 두르고 있었지만, 여전히 하얀 천으로 싸맨 귀가 훤히 보였다. 그녀의 안색은 몹시 창백했지만, 눈빛은 차갑고 날카로웠다.“언제까지 기다리고만 있을 것이오?”“낙청연이 이렇게 오랫동안 성을 지켜냈소, 만약 당신이 지금 당장 손을 쓰지 않으면, 우리는 이 평녕성을 함락시키지 못할 것이고, 아무리 멀리 있던 지원군도 도착할 수 있단 말이오.”“그때 되면, 당신이 제멋대로 평녕성을 지원했으니, 당신 주인은 결코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요.”랑심의 어투는 날카로웠으며, 다소 협박이 섞이었다.이 말과, 어투에 시형은 몹시 불쾌했다.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랑심 공주, 혼자 힘으로는 평녕성을 함락시키지 못하겠으니, 나더러 평녕성을 공격하라는 뜻이오?”“당신이 지금 제정신이오? 아니면 내가 미쳤소?”“나는 명령대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소. 하지만 당신을 도와 아군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오.”시형의 어투는 몹시 날카로웠으며, 그는 단칼에 거절했다.랑심은 불만이 가득한 어투로
이 말을 들은 교위는 잠깐 멍해 있더니 투덜거렸다: “누가 장군님을 아들로 받아준 답니까!”“꺼져!” 시형은 몹시 화가 나서 그를 한발로 걷어차 버렸다.--부진환은 이틀을 누워있더니, 마침내 깨어났다.깨어난 뒤, 그는 자신이 무진이 아니라 어떤 마을에 있는 것을 보더니, 몹시 분개했다.“소소, 감히 나의 명령을 어겼느냐!” 부진환은 진노했다.소소는 털썩 무릎을 꿇더니 말했다: “제가 왕야의 명을 어겼으니, 달게 벌을 받겠습니다!”부진환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더니, 노기등등해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만약 낙청연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본왕은 절대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지금, 당장 무진으로 가자!”두 사람은 밤낮 쉬지 않고 길을 재촉했다.마침내, 무진에 도착했다.검은 갑옷을 입은 군대가 황량한 광야에 조용히 서 있는 모습이 시선에 들어왔다.3만 대군은 이미 여러 갈래로 나뉘어 달려와, 이곳에 집결되었다.위풍당당했고, 살기 등등했다.부진환이 말을 타고 바위 언덕 위에 나타났을 때였다.몇 명 부장들이 신속하게 앞으로 달려왔다.“사람은 이미 모두 도착했으니, 왕야의 지시를 기다립니다!”“왕야, 성안에 있는 무진군의 말로는, 무진군은 이미 전부 평녕성을 지원하러 갔다고 합니다.”부진환은 실눈을 뜨고, 장검을 잡더니 말했다: “출발, 평녕성으로 간다!”--저녁 무렵.노을이 온통 하늘을 물들였다. 낙청연은 담벼락에 기대어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갑자기 누군가 소리쳤다: “사람이 오고 있습니다.”사람들은 깜짝 놀라 성 밖을 쳐다보았다.낙청연도 일어났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낙청연은 약간 놀랐다.한 무리의 백성들이었다.보아하니 도망쳐 온 것 같았는데, 족히 200명은 되었다.그중에 노약자와 부녀들이 많았다.“멈춰라! 누구냐!” 성루 위에서 경계하기 시작했다.병사들은 활을 들었다. 그러자 겁에 질린 백성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말했다: “관야(官爺), 제발 살려주시오! 우리는 마경촌(馬慶村)과 부근
그러나 이때, 군대를 거느리고 돌격해 온 랑심은, 낙청연을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만족의 돌격 소리와 함께, 밧줄 하나가 날아와, 낙청연의 목을 휘감았다.그 순간, 낙청연은 목이 갑자기 조여와, 질식감을 느꼈다. 그러더니 강력한 힘에 의해 낙청연은 날아갔다.낙청연은 힘껏 목에 감긴 밧줄을 잡아당겼지만, 풀 수가 없었다.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낙청연은 반격할 틈이 없었다.“청연!” 낙운희가 그 장면을 보고 놀라서 소리치더니, 즉시 달려와 낙청연을 구하려고 했다.하지만 낙청연은 다급하게 소리쳤다: “성문을 닫거라! 어서 성문을 닫거라!”낙운희는 이를 악물더니, 즉시 성루에서 내려가 사람들을 데리고 성문을 닫으러 갔다.하지만 만족은 이미 성문 밖까지 돌격해왔다.낙운희는 죽을힘을 다해 성문을 막았고, 철추도 전력을 다했기 때문에 간신히 그 강력한 추력을 당해낼 수 있었다.그렇지만, 여전히 몹시 힘겨웠다.낙운희는 이를 악물고,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었다.만일 성문이 열리면, 파성을 의미한다.더 이상 만족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아!!” 낙운희는 목이 찢어질 듯 소리쳤고, 이마의 파란 핏대가 불끈 솟아났다.낙운희의 주위에 짙은 검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지금, 이 순간, 모든 힘은 남김없이 발휘되었다.낙청연은 밧줄에 목이 감긴 채로 공중에서 날아갔다.말에 타고 있던 랑심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명령했다: “낙청연은 내가 필요한 사람이다. 누구도 건드리면 안 된다!”주위의 사람들은 커다란 공지를 비켜 주었다.낙청연은 그 공지에 호되게 떨어져, 입가에 피가 흘러내렸다.랑심은 말에서 훌쩍 뛰어내려 착지했다.그녀는 살기가 충만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쳐다보며 말했다: “결국 내 손에 잡히었군!”“그동안 너를 죽이지 못했는데, 네가 정말 죽지 않는지 내가 좀 봐야겠다!”랑심은 손목에 밧줄을 휘감고 있었다. 힘껏 밧줄을 잡아당기자, 낙청연의 몸은 앞으로 몇 걸음 끌려갔다.낙청연은 밧줄을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벗어날 수
그 순간, 낙청연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줄 알았다.“부진환?”부진환이 어떻게 이곳에 왔을까?살기 등등한 부진환은 장검을 손에 쥐고 랑심과 싸우기 시작했다.낙청연은 곧바로 밧줄을 풀고, 일어나려고 했지만, 갑자기 통증이 느껴져 가슴을 움켜잡았다.낙청연이 고개를 들자, 현갑군들이 만족 대군 속으로 쳐들어가는 것이 보였다.성루 위에서 필사적으로 적군과 싸우고 있던 병사들은 감동한 나머지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원군이 도착했다! 우리 원군이 도착했다!”낙청연의 가슴을 누르던 큰 돌덩어리도 그제야 내려놓을 수 있었다.소소가 달려와, 즉시 랑심과 맞붙자, 부진환은 그제야 전투에서 물러났다.낙청연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자, 갑자기 두 손이 그녀를 와락 품속으로 끌어당겼다.순간 낙청연은 부진환의 품속에 꼭 안겼다.낙청연은 순간 멍해 있더니, 손을 들어 그를 꼭 껴안았다.“상처는 괜찮습니까? 언제 오셨습니까?”낙청연은 마음속으로 매우 기뻤다. 역시 꿈과 현실은 반대였다. 부진환은 혼수상태에 빠져 침상에 누워있지 않았다.부진환은 낙청연을 안았던 두 손을 내려놓고, 눈앞의 초라하기 그지없는 이 여인을 바라보았다. 얼굴은 온통 더러움과 핏자국으로 물들었지만, 그녀 미간의 영기를 감출 수 없었고, 청량한 기개와 온몸 가득한 오기를 감출 수 없었다.다만 낙청연 목에 난 붉은 자국과 핏자국을 보고, 부진환은 여전히 몹시 마음이 아팠다.“혼자서 어떻게 이렇게 많은 날을 지켜냈느냐?” 부진환은 가슴 아파하며 손을 들어 그녀의 뺨에 닿은 머리카락을 스쳐주었다.낙청연의 창백한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더니, 등 뒤를 바라보았다.“저는 혼자가 아닙니다. 저의 등 뒤에는 천군만마가 있습니다.”그 순간, 부진환은 낙청연 눈동자 속의 뜨거운 열정을 보았다. 부진환은 가슴이 뜨끔했다.부진환은 마치 또 새로운 낙청연을 알게 된 것 같았다.……줄곧 성문을 막고 있던 낙운희는, 원군이 달려온 그 순간, 마침내 힘없이 주저앉더니
“여봐라, 이 자를 처형하라!”부진환은 위엄 넘치게 명령을 내렸다.그러자 시형의 가슴은 덜컥 내려앉았다: “왕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적을 처리하는 게 급선무이니 소인이 공을 세워 속죄하겠습니다! 부디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그러나 부진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꿈쩍도 하지 않으며 서늘한 어투로 말했다: “소소, 시작하거라.”소소는 시형 옆으로 다가가더니 사정없이 검을 뽑았다.시형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사정하려 했다. 부진환이 이렇게나 악독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이때, 낙청연이 앞으로 다가와 부진환의 팔을 잡았다.“목숨은 살려주십시오.”부진환은 사정하는 낙청연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소인배를 남겨둬서 뭐 하느냐!”낙청연은 부진환의 옷소매를 잡고 힘없이 흔들었다.“쓸모가 있습니다.”부진환은 낙청연의 응석을 부리는 듯한 행동에 마음이 약해져 승낙하고 말았다.“그럼 오늘은 살려주겠다.” 부진환은 서늘한 눈빛으로 시형을 바라보았다.시형은 손을 벌벌 떨며 이마의 땀을 닦더니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은혜를 베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부진환은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왕비가 사정하지 않았으면 넌 오늘 죽을 목숨이었다.”시형은 다급히 입을 열었다: “예! 왕비, 정말 감사합니다!”낙청연이 대답했다: “일어나시오.”“만족 대군이 언제 다시 쳐들어올지 모르니 평녕성의 방어는 시 장군께 맡기겠소.”시형은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예! 왕비, 걱정하지 마십시오!”곧바로 시형은 사람을 보내 성을 지켰다.힘겹게 전투하며 억지로 십여 일을 버티던 병사들은 마침내 쉴 수 있었다. 어떤 병사는 아예 바닥에 쓰러져버렸다.낙청연과 부진환은 성으로 돌아오자 바닥에 주저앉은 낙운희를 보았다.“왜 그러느냐?”낙운희는 멈칫하더니 대답했다: “괜찮습니다.”낙청연은 허리를 숙여 낙운희의 맥을 짚더니 깜짝 놀랐다. 경맥이 손상되어 터질 것만 같았다.낙운희는 손을 벌벌 떨며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그러니 조금 전에도 목숨을 내걸며
“약을 발라야겠구나.”부진환은 약을 꺼내더니 손가락으로 약을 묻혀 낙청연의 목에 발라줬다.낙청연은 그제야 목의 통증을 느꼈다.그러나 고약은 아주 빨리 통증을 완화했으며, 차가운 느낌이 들어 아주 상쾌했다.낙청연은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준수한 얼굴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왕야, 상처는 어떻습니까?” 낙청연은 무의식적으로 부진환의 손목을 잡았다.그러자 부진환은 저도 모르게 피하며 낙청연의 목에 약을 발라주었다.“괜찮다, 일단 네 몸부터 챙기거라.”부진환의 말을 듣자 낙청연은 더이상 의심하지 않았다.“저도 괜찮습니다. 껍질이 벗겨졌을 뿐입니다.”부진환은 행동을 멈추고 진지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바라보았다: “껍질이 벗겨졌을 뿐이냐? 근데 왜 얼굴이 이렇게 창백한 것이냐?”“그게… 어쨌든 다치진 않았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낙청연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그러자 낙청연은 급히 몸을 일으키더니 지도를 훑어보기 시작했다.부진환은 어쩔 수 없이 약을 치우며 물었다: “시형이 엄가네 사람인 건 알고 있느냐?”낙청연이 대답했다: “알고 있습니다.”“그런데 왜 목숨을 살려두는 것이냐? 그리고, 어떻게 무진에서 여기까지 데려온 것이냐?”낙청연은 품에서 엄 태사의 영패를 꺼내 부진환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엄내심이 준 것입니다.”부진환은 영패를 부더니 깜짝 놀랐다. 이 영패는 진짜였다.“엄내심?”부진환은 엄내심이라는 사람을 하마터면 잊을 뻔했다.“엄내심이 어떻게…”낙청연은 웃으며 말했다: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엄내심은, 야망이 아주 큽니다.”“위로 올라가려고는 하는데 엄가의 바둑알이 되긴 싫어합니다. 그러니 엄가의 계획을 막아야 엄가에서 벗어날 기회가 생기는 겁니다.”“그러고 보면 부경한과 아주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엄내심은 야망이 있으나 부경한은 야망이 없습니다. 만약 엄내심이 황후 자리에 앉게 된다면, 부경한을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하지만 엄내심은 부경한의 황후
부진환은 생각에 잠기더니 무거운 어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청연, 섭정왕부가 널 너무 얽매는 게 아니냐?”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몸을 돌려보니 낙청연은 이미 상에 엎드려 잠들어 있었다.부진환은 미소를 지으며 낙청연을 안고 다른 방으로 데려가 신발을 벗기고 이불을 덮어줬다.이 긴 시간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을 테니 마음 편히 자게 하고 싶었다.그렇게 부진환은 방에서 나왔다.정원에서 소소가 약을 들고 다가왔다.“왕야, 약을 드실 시간입니다.” 소소는 약이 식을 때까지 왕야를 쭉 기다리고 있었다.부진환은 약사발을 들고 꿀꺽꿀꺽 마시더니 말했다: “가져온 약을 다 마시면 그만 먹겠다. 성에 약재가 많지 않으니 부상당한 병사들에게 남겨주어라.”“예.”부진환이 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가자 소소는 급히 앞으로 다가왔다: “왕야, 며칠을 길에서 보냈는데 쉬어야 하지 않습니까?”부진환은 앞으로 나아가며 덤덤하게 말했다: “시형은 병력을 쥐고 있으니 허튼수작을 부리지 않게 지켜야 한다.”“청연이 긴 시간동안 성을 지켰으니 이젠 본왕이 지킬 차례구나.”말을 마친 부진환은 성루로 향했다.-낙청연은 평녕성에 와서 처음으로 이렇게 깊은 잠을 잤다.다음 날 오후가 돼서야 깨어난 낙청연은 몸을 일으키자 눈앞이 캄캄해져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낙청연의 몸은 소령진을 과도하게 사용하여 너무 허약한 상태였다.전에는 성을 지키기 위해 억지로 버텼지만, 지금은 마치 모든 게 반사되듯이 한없이 허약했다.낙청연은 낙운희를 보러 갔으나, 낙운희의 상황도 좋지 않았다.낙청연은 다시 약재를 찾으러 떠났다.성에 중의관 약포가 많으니 창고에 약재가 있을지도 모른다.전에 전쟁을 피해 도망 온 난민들은 부진환이 모두 잘 안배했고, 성에도 순찰 인원을 늘려 만족의 침입을 감시했다.모든 게 질서정연하게 돌아가는 느낌이라 마음이 놓였다.낙청연은 이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길 기도하는 마음뿐이었다.텅 빈 성을 한 바퀴 돌았지만 아무런 발견도 없어 낙청연은
“그렇습니까?” 낙청연은 약재를 들고 재빨리 뒤를 따랐다.그 남자는 빠른 걸음으로 주위를 경계하며 옆 골목으로 향했다.낙청연도 재빨리 따라갔다.그러다 마침 반대 방향으로 걸어오는 소소를 만났다.“왕비, 왜 여기 계신 겁니까?” 소소도 약재를 찾으러 나온 것이었다.성에 자원이 모자라 왕야께서 약을 안 드시겠다며 약재를 다친 병사들에게 남겨주라고 하셨다.하지만 그렇게 심하게 다쳤는데 어찌 약을 안 쓸 수 있단 말인가!그래서 소소는 약재를 찾으러 밖으로 나온 것이었다.낙청연은 약재가 든 주머니를 소소에게 건넸다: “자, 약재를 가져가거라.”“그리고 시형에게 어미 양 몇 마리를 구해오라고 하거라. 어떤 여인이 먹을 게 없어 아이도 굶고 있다고 하니 양젖이 필요하다. 꼭 빨리 좀 부탁하마!”소소는 멈칫하며 이 약재를 어디서 구해왔는지 물으려 했으나 낙청연은 곧바로 떠났다.그렇게 한참을 쫓아서야 그 남자가 다시 보였다.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남자는 기밀 요지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성을 마구 돌아다니고 있었다.순찰을 피하면서 말이다.낙청연은 만족인 뒤를 따르며 무슨 짓을 꾸미는 것인지 알아내려 했다.그러다 저도 모르게 저녁이 되었다.남자는 외진 골목에 들어섰다.낙청연은 조심스럽게 따라가며 골목을 빠져나와 정원에 도착했다. 이 집은 창고 같아 보였다.남자는 멈춰서더니 정원의 문을 보며 살짝 흥분한 모습이었다.달빛 아래에서 낙청연은 그제야 바닥에 뱀 한 마리가 정원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이 작은 뱀이 길을 알려주고 있던 것이었다.그래서 이 남자는 성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던 것이다.낙청연은 짙은 약재 냄새를 맡았다. 아마도 약재를 저장하는 창고 같았다.설마 약재를 찾고 있는 건가?남자는 방으로 들어갔고, 낙청연도 슬며시 정원으로 들어갔다.방을 헤집는 소리가 들려올 것이라 예상했으나,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그러다 갑자기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해(沈海)!”“왕자님!”낙청연은 깜짝 놀랐다.랑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