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환은 생각에 잠기더니 무거운 어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청연, 섭정왕부가 널 너무 얽매는 게 아니냐?”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몸을 돌려보니 낙청연은 이미 상에 엎드려 잠들어 있었다.부진환은 미소를 지으며 낙청연을 안고 다른 방으로 데려가 신발을 벗기고 이불을 덮어줬다.이 긴 시간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을 테니 마음 편히 자게 하고 싶었다.그렇게 부진환은 방에서 나왔다.정원에서 소소가 약을 들고 다가왔다.“왕야, 약을 드실 시간입니다.” 소소는 약이 식을 때까지 왕야를 쭉 기다리고 있었다.부진환은 약사발을 들고 꿀꺽꿀꺽 마시더니 말했다: “가져온 약을 다 마시면 그만 먹겠다. 성에 약재가 많지 않으니 부상당한 병사들에게 남겨주어라.”“예.”부진환이 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가자 소소는 급히 앞으로 다가왔다: “왕야, 며칠을 길에서 보냈는데 쉬어야 하지 않습니까?”부진환은 앞으로 나아가며 덤덤하게 말했다: “시형은 병력을 쥐고 있으니 허튼수작을 부리지 않게 지켜야 한다.”“청연이 긴 시간동안 성을 지켰으니 이젠 본왕이 지킬 차례구나.”말을 마친 부진환은 성루로 향했다.-낙청연은 평녕성에 와서 처음으로 이렇게 깊은 잠을 잤다.다음 날 오후가 돼서야 깨어난 낙청연은 몸을 일으키자 눈앞이 캄캄해져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낙청연의 몸은 소령진을 과도하게 사용하여 너무 허약한 상태였다.전에는 성을 지키기 위해 억지로 버텼지만, 지금은 마치 모든 게 반사되듯이 한없이 허약했다.낙청연은 낙운희를 보러 갔으나, 낙운희의 상황도 좋지 않았다.낙청연은 다시 약재를 찾으러 떠났다.성에 중의관 약포가 많으니 창고에 약재가 있을지도 모른다.전에 전쟁을 피해 도망 온 난민들은 부진환이 모두 잘 안배했고, 성에도 순찰 인원을 늘려 만족의 침입을 감시했다.모든 게 질서정연하게 돌아가는 느낌이라 마음이 놓였다.낙청연은 이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길 기도하는 마음뿐이었다.텅 빈 성을 한 바퀴 돌았지만 아무런 발견도 없어 낙청연은
“그렇습니까?” 낙청연은 약재를 들고 재빨리 뒤를 따랐다.그 남자는 빠른 걸음으로 주위를 경계하며 옆 골목으로 향했다.낙청연도 재빨리 따라갔다.그러다 마침 반대 방향으로 걸어오는 소소를 만났다.“왕비, 왜 여기 계신 겁니까?” 소소도 약재를 찾으러 나온 것이었다.성에 자원이 모자라 왕야께서 약을 안 드시겠다며 약재를 다친 병사들에게 남겨주라고 하셨다.하지만 그렇게 심하게 다쳤는데 어찌 약을 안 쓸 수 있단 말인가!그래서 소소는 약재를 찾으러 밖으로 나온 것이었다.낙청연은 약재가 든 주머니를 소소에게 건넸다: “자, 약재를 가져가거라.”“그리고 시형에게 어미 양 몇 마리를 구해오라고 하거라. 어떤 여인이 먹을 게 없어 아이도 굶고 있다고 하니 양젖이 필요하다. 꼭 빨리 좀 부탁하마!”소소는 멈칫하며 이 약재를 어디서 구해왔는지 물으려 했으나 낙청연은 곧바로 떠났다.그렇게 한참을 쫓아서야 그 남자가 다시 보였다.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남자는 기밀 요지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성을 마구 돌아다니고 있었다.순찰을 피하면서 말이다.낙청연은 만족인 뒤를 따르며 무슨 짓을 꾸미는 것인지 알아내려 했다.그러다 저도 모르게 저녁이 되었다.남자는 외진 골목에 들어섰다.낙청연은 조심스럽게 따라가며 골목을 빠져나와 정원에 도착했다. 이 집은 창고 같아 보였다.남자는 멈춰서더니 정원의 문을 보며 살짝 흥분한 모습이었다.달빛 아래에서 낙청연은 그제야 바닥에 뱀 한 마리가 정원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이 작은 뱀이 길을 알려주고 있던 것이었다.그래서 이 남자는 성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던 것이다.낙청연은 짙은 약재 냄새를 맡았다. 아마도 약재를 저장하는 창고 같았다.설마 약재를 찾고 있는 건가?남자는 방으로 들어갔고, 낙청연도 슬며시 정원으로 들어갔다.방을 헤집는 소리가 들려올 것이라 예상했으나,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그러다 갑자기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해(沈海)!”“왕자님!”낙청연은 깜짝 놀랐다.랑목이
낙청연은 그제야 만족의 형세를 대충 알게 되었다.낙청연은 실눈을 뜬 채 랑목을 바라보며 말했다: “랑심과 사이가 돈독할 줄 알았더니, 이 기회에 당신을 처리해 버리려고 할 줄은 몰랐소.”랑목은 주먹을 꽉 쥐며 분노했다.“놓아줄 순 있지만, 조건이 있소.”낙청연은 진지하게 랑목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만왕이 되게 해주겠소. 그러나 만왕이 되는 순간, 즉시 퇴각하고 천궐국에 다시는 발을 내딛지 마시오!”만족의 실력은 확실히 강했다. 진천리는 부족의 습격을 받았을 뿐인데도 위협을 느껴 황상께 방어를 공고히 해달라고 간청했다.이제 이런 부족들이 모였으니 실력은 더 강해진 게 분명했다.그러니 전쟁을 하루빨리 끝내야 했다.만왕의 자리도 절대 랑심 손에 들어가면 안 된다.랑심의 증오 섞인 눈빛을 보면 앞으로 시도 때도 없이 시비를 걸게 분명했다.제일 중요한 건, 진천리를 위해 복수해야 한다!랑목과 심해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그러다 랑목은 서늘한 어투로 입을 열었다: “도와준다고? 대체 어떻게 도와준단 말이오? 평녕성을 내주겠단 말이오?”“아니면 어떻게 랑심과 경쟁할 수 있겠소?”사실 랑목은 랑심이 만왕이 되든 말든 상관없었다. 그래서 줄곧 랑심에게 잘 맞춰주었다.그러나 이번에 랑심은 랑목을 죽이려 했다.위급한 상황에서 랑목은 랑심이 병사를 이끌고 성으로 쳐들어와 자신을 구해주길 기다리고 있었으나, 랑심은 퇴각하며 랑목이 죽든 살든 신경 쓰지 않았다.여기에서 나갈 수만 있다면 절대 랑목의 바람대로 되게 해선 안 된다!낙청연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랑심이 죽으면, 경쟁자가 없는 게 아니겠소.”랑목은 온몸에 소름이 끼쳐 깜짝 놀라 낙청연을 바라보았다.정말 예상 밖의 대답이었다.“좋소, 내가 만왕이 된다면 즉시 퇴각하겠소!” 랑목은 곧바로 승낙했다.“그럼 앞장서시오.”랑심을 죽이려면 만족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아예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었다.곧바로 낙청연은 랑목과 심해를 데리고 성에서 가장 외진 성벽으로 향했다. 이곳은
“부왕!”랑목은 침상에 누운 만왕을 보더니 깜짝 놀라 재빨리 앞으로 다가갔다. 만왕의 몸에 바늘이 가득 꽂혀있자 랑목은 어쩔 바를 몰랐다.“부왕,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 것입니까! 랑심입니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랑목이 부왕이라 부르지 않았다면 낙청연은 하마터면 자신의 아버지라고 착각할 뻔했다!눈앞의 남자는, 낙해평의 얼굴과 똑같았기 때문이다!“부왕, 조금만 참으십시오. 제가 바늘을 뽑아버리겠습니다!” 말을 마친 랑목은 곧바로 손을 쓰려고 했다.이 모습에 낙청연은 깜짝 놀라 다급히 말렸다: “그만!”“이 바늘들은 모두 혈위에 꽂혀 함부로 뽑으면 안 되오!”낙청연은 몸을 숙이고 바늘을 살펴보았다. 만왕은 중독된 것이었으며, 이 몸에 꽂힌 바늘들은 독의 확산을 빠르게 하고 있었다.“그럼 어떻게 해야 하오?” 랑목은 초조했다.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피를 뽑아 독소를 배출하면 바늘을 제거할 수 있소.”랑목은 미간을 찌푸린 채 대답했다: “피를 뽑는단 말이오?”낙청연은 머뭇거리는 랑목을 보며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만왕은 중독이오. 이 바늘은 독을 더 빨리 퍼지게 하고 있소. 폐까지 퍼지면 정말 방법이 없소.”“피를 뽑을지 말지 결정하시오.”랑목은 생각에 잠기더니 결정을 내렸다: “피를 뽑으시오!”곧바로 랑목은 커다란 사발을 가져왔다. 낙청연은 비수로 만왕의 손바닥을 긋더니 독을 배출하려 했다.독에 물든 피가 한 방울씩 사발에 흐르자 보는 사람마저 긴장했다.바로 이때, 심해가 급히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큰일입니다! 랑심이 왔습니다! 어서 도망쳐야 합니다!”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그러나 밖에서 곧바로 랑심의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딜 도망칩니까? 흥, 절대 못 갑니다!”랑심을 사람을 데리고 막사 안으로 쳐들어왔다.밖에 발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니 이곳은 완전히 포위된 것 같았다.조금 전의 그 노영이 그들의 목소리를 들은 게 틀림없었다. 그러니 랑심도 처음부터 그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낙청연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바로 이때, 허약한 만왕이 입을 열었다.“그만하거라…”이 말을 듣자 막사 안의 사람들은 모두 동작을 멈추었다.랑심은 미간을 찌푸린 채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다가가 손수건을 만왕의 손바닥을 감싸며 마음이 아프다는 듯 말했다: “부왕, 랑목을 걱정하는 건 알고 있지만 낙청연을 데리고 와서 부왕을 해치려는 건 정말 용서할 수 없습니다!”만왕은 미간을 찌푸렸다: “낙청연?”랑심이 답했다: “맞습니다! 천궐국 사람일 뿐만 아니라 평녕성의 수장이기도 합니다. 낙청연만 아니었다면 평녕성은 벌써 우리 손에 들어왔을 겁니다!”“수많은 만족인들도 낙청연 손에 죽었습니다!”“건곤도 이 여인 손에 죽은 것입니다!”랑심은 증오 섞인 눈빛으로 낙청연을 바라보았다.낙청연은 만왕의 말이 꽤 위엄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곳의 병사들은 만왕의 명령에 복종하니 말이다.심지어 랑심도 만왕을 걱정하는 효녀인 것처럼 위장하니 말이다.“만왕, 저는 평녕성의 수장이 아니라 그저 의원일 뿐입니다.”“마침 평녕성에 갇혀 죽고 싶지 않아 최선을 다해 성을 지키고 그저 무공을 조금 익히고 있을 뿐이지요.”“만족은 평녕성을 잘 알고 계실 텐데, 여장군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이 말을 들은 랑심은 분노하며 호통쳤다: “허튼소리 마십시오! 성을 지키고 있다고 인정하면서 왜 랑목을 살려준 겁니까? 같이 만족의 영지로 온 것도 만왕께 해를 끼치려는 게 아닙니까?!”낙청연은 만왕을 보며 진지하게 설명했다: “저는 정말 그저 의원일 뿐입니다. 랑목 왕자를 구한 건 사실 만왕의 병을 치료하여 전쟁을 멈추게 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랑목 왕자가 정말 천궐국에 귀순하였다면 저 혼자 만왕을 해치려고 왔겠습니까?”“지금 만족 영지에 나타난 건, 천궐국의 정예 부대였을 겁니다!”낙청연이 침착하게 설명하자 랑심은 화가 잔뜩 치밀어 올랐다.“거짓말 마십시오! 부왕, 절대 믿으시면 안 됩니다!”“부왕의 피도 뽑다니, 부왕을 해치려는 게 아니면 뭡니까?!”
피를 한 사발 가득 채웠다.만왕의 안색은 이미 몹시 창백했다.그러나 낙청연은 또 빈 그릇을 가져와 계속하여 피를 뽑았다.모든 사람은 긴장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고 랑목 왕자도 가슴을 졸였다.설마 낙청연이 사람을 속이는 건 아니겠지? 피를 뽑는 치료법은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낙청연, 이건 분명 사람을 구하는 게 아닙니다, 부왕은 더 허약해졌습니다!” 진노한 랑심은 바로 검을 뽑아 낙청연을 겨누었다.낙청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독이 거의 배출되자, 낙청연은 만왕의 몸에서 바늘을 뽑았다.그 순간, 만왕은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었다.뭇사람은 깜짝 놀랐다.“부왕!” 랑목은 놀라서 외쳤다.랑심은 그 틈을 타 검을 들고 낙청연을 찌르려고 했다: “낙청연! 죽어라!”그런데 장검이 찌르려고 할 때, 어떤 목소리가 랑심을 제지했다.“멈춰라!”말을 한 사람은 바로 만왕이었다.그는 가슴을 움켜쥐고, 몸을 일으켰다.랑목은 다급히 그를 부축하며 몹시 놀라서 말했다: “부왕, 지금 몸을 움직였습니다.”만왕은 숨을 고르더니, 천천히 말했다: “몸이 매우 가볍게 느껴지는구나! 랑심, 그녀를 놔주거라.”랑심은 놀라서 멍 해있더니 말했다: “부왕!”만왕은 낙청연을 슬쩍 쳐다보더니, 곧 말했다: “괜찮으니, 모두 물러가거라. 이 여인에게 물어볼 게 있다.”“랑목만 남거라.”랑심은 불만이 가득했다. 그는 낙청연을 매섭게 노려보더니, 화가 나서 나갔다.다른 사람들도 모두 물러갔다. 심해가 막사 밖에서 지키고 있었다.막사 안에 그들 세 사람만 남았다.만왕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당신이 랑목을 죽이지 않는 건, 나에게 휴전을 권하기 위해서이요?”“그렇습니다. 지금 원군은 이미 도착했습니다. 당신들은 평녕성을 뚫을 수 없습니다. 계속 전쟁을 치르신다면 결국 쌍방이 모두 손상을 입게 될 뿐입니다.”“차라리 이대로 휴전하는 편이 낫습니다.”이 말을 하더니, 낙청연은 또 말했다: “당신 몸속에 독이 있습니다. 누군가 이미 당신이 죽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
그는 랑목에게 그의 고모라고 했다.랑목이 캐물었다.“고모라고요? 제게 언제 고모가 있었습니까? 그런 말씀 한 적 없지 않습니까?”만족 왕은 의미심장한 어조로 말했다.“내가 그녀를 알게 되었을 때 그녀는 고작 열몇 살이었다. 당시 그녀는 수련을 위해 만족 진영을 찾아왔다가 실수로 사냥을 위해 파놓았던 내 함정에 빠졌었다. 그녀는 내가 그녀를 잡으려 한다고 생각해 한바탕 싸웠다.”“그렇게 싸우면서 서로를 알게 된 우리는 어린 시절 서로의 단짝이 되었다.”“당시 만족 부족은 혼란스러웠고 각 부족은 서로 식량을 놓고 다투었다. 잔인한 부족은 심지어 동족을 잡아먹기도 했다.”“난 홀로 남동생을 데리고 다녀야 했고 아주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노예로 팔려 가 목숨을 잃을 뻔했었는데 다행히 낙영이 날 줄곧 도왔다.”“그리고 내가 응익(鷹翼)부족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게 도와줘 우리는 그나마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었다.”“그 뒤로는 영지를 넓히고 부족 실력을 키우기 위해 난 너의 어머니와 혼인을 올렸다. 네 어머니는 당시 등사(騰蛇)부족의 우두머리였다.”“낙영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그 말에 낙청연은 속으로 놀랐다.사부님에게 젊었을 적 이런 경험이 있을 줄은 몰랐다.사부님이 만족 왕과 의남매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그런데 그 뒤에 왜 천궐국에 갔답니까?”랑목은 궁금한 듯 물었다.왕은 탄식했다.“그녀는 내 남동생과 함께 갔다.”낙청연은 흠칫했다.그녀는 갑자기 대담한 추측이 떠올랐다.“낙해평이 남동생입니까?”눈앞의 왕은 보면 볼수록 낙해평과 달랐다.비록 생김새는 비슷했지만 왕의 얼굴 윤곽이 더 강직하고 눈썹도 날카로웠다. 비록 병을 앓고 있어 몸이 허약하지만 여전히 강자의 위엄이 느껴졌다.그것은 낙해평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었다.“낙해평?”왕은 그 세 글자가 낯설게 느껴졌다.낙청연이 말했다.“그는 당신과 거의 똑같게 생겼습니다.”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낙해평으로 개명했구나.”“그의 성도 낙씨
“제 어머니입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왕은 흠칫하면서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어머니라고? 낙영이... 내 동생과 혼인을 올렸구나.”왕은 목이 메었다. 대체 어떤 기분인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충격 속에 약간의 실망도 있었다.하지만 냉정을 되찾은 왕은 다시 고개를 들어 놀란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아니, 넌 내 동생의 딸이 아니라 내 딸이다!”그 말에 낙청연은 다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뭐라고요? 당신의 딸이라고요? 제 어머니는 당신과...”낙청연은 미간을 팍 찌푸렸다.그러나 그것에 그치지 않고 충격이 이어졌다.왕은 그녀의 팔을 잡으며 흥분해서 말했다.“넌 내 딸이다! 네가 내 첫 번째 딸이다!”“네가 원응(元凝)이야!”“그래. 내가 조금 전 제시한 두 가지 조건을 완성할 필요 없다!”“지금 당장 너에게 왕의 자리를 물려주겠다!”“네가 왕위를 물려받는다면 다른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계속해 평녕성을 공격할 것인지, 아니면 전쟁을 멈출 것인지 네가 결정하거라. 네 말에 따를 것이다!”왕은 광기가 보일 정도로 격앙됐다.낙청연은 머리털이 쭈뼛 섰다. 내가 낙영과 왕의 딸이라고? 낙해평의 딸이 아니라?그는 왜 이렇게 확신하는 것일까? 이렇게 과감히 왕의 자리를 그녀에게 물려주려 하다니?왕은 곧바로 손에 끼고 있던 은빛 독수리 반지를 빼더니 낙청연의 손을 잡고 그녀에게 끼워줬다.“원응아, 내 딸아. 드디어 돌아왔구나!”“죽기 전에 널 보다니, 이제 편히 눈을 감을 수 있겠다!”“지금 당장 계승 의식을 거행하라고 명령하겠다!”말하면서 왕은 곧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고 낙청연이 황급히 그를 제지했다.“안 됩니다!”“전 신분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제게 자리를 물려준다면 사람들은 제가 당신을 조종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아무도 인정하지 않겠지요.”“랑심은 저를 죽이려 할 수도 있습니다!”“게다가 어떻게 제가 당신과 낙영의 딸이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까? 그녀는 만족과 함께 있을 때 이미 임신했습니까?”사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