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왕!”랑목은 침상에 누운 만왕을 보더니 깜짝 놀라 재빨리 앞으로 다가갔다. 만왕의 몸에 바늘이 가득 꽂혀있자 랑목은 어쩔 바를 몰랐다.“부왕,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 것입니까! 랑심입니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랑목이 부왕이라 부르지 않았다면 낙청연은 하마터면 자신의 아버지라고 착각할 뻔했다!눈앞의 남자는, 낙해평의 얼굴과 똑같았기 때문이다!“부왕, 조금만 참으십시오. 제가 바늘을 뽑아버리겠습니다!” 말을 마친 랑목은 곧바로 손을 쓰려고 했다.이 모습에 낙청연은 깜짝 놀라 다급히 말렸다: “그만!”“이 바늘들은 모두 혈위에 꽂혀 함부로 뽑으면 안 되오!”낙청연은 몸을 숙이고 바늘을 살펴보았다. 만왕은 중독된 것이었으며, 이 몸에 꽂힌 바늘들은 독의 확산을 빠르게 하고 있었다.“그럼 어떻게 해야 하오?” 랑목은 초조했다.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피를 뽑아 독소를 배출하면 바늘을 제거할 수 있소.”랑목은 미간을 찌푸린 채 대답했다: “피를 뽑는단 말이오?”낙청연은 머뭇거리는 랑목을 보며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만왕은 중독이오. 이 바늘은 독을 더 빨리 퍼지게 하고 있소. 폐까지 퍼지면 정말 방법이 없소.”“피를 뽑을지 말지 결정하시오.”랑목은 생각에 잠기더니 결정을 내렸다: “피를 뽑으시오!”곧바로 랑목은 커다란 사발을 가져왔다. 낙청연은 비수로 만왕의 손바닥을 긋더니 독을 배출하려 했다.독에 물든 피가 한 방울씩 사발에 흐르자 보는 사람마저 긴장했다.바로 이때, 심해가 급히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큰일입니다! 랑심이 왔습니다! 어서 도망쳐야 합니다!”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그러나 밖에서 곧바로 랑심의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딜 도망칩니까? 흥, 절대 못 갑니다!”랑심을 사람을 데리고 막사 안으로 쳐들어왔다.밖에 발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니 이곳은 완전히 포위된 것 같았다.조금 전의 그 노영이 그들의 목소리를 들은 게 틀림없었다. 그러니 랑심도 처음부터 그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낙청연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바로 이때, 허약한 만왕이 입을 열었다.“그만하거라…”이 말을 듣자 막사 안의 사람들은 모두 동작을 멈추었다.랑심은 미간을 찌푸린 채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다가가 손수건을 만왕의 손바닥을 감싸며 마음이 아프다는 듯 말했다: “부왕, 랑목을 걱정하는 건 알고 있지만 낙청연을 데리고 와서 부왕을 해치려는 건 정말 용서할 수 없습니다!”만왕은 미간을 찌푸렸다: “낙청연?”랑심이 답했다: “맞습니다! 천궐국 사람일 뿐만 아니라 평녕성의 수장이기도 합니다. 낙청연만 아니었다면 평녕성은 벌써 우리 손에 들어왔을 겁니다!”“수많은 만족인들도 낙청연 손에 죽었습니다!”“건곤도 이 여인 손에 죽은 것입니다!”랑심은 증오 섞인 눈빛으로 낙청연을 바라보았다.낙청연은 만왕의 말이 꽤 위엄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곳의 병사들은 만왕의 명령에 복종하니 말이다.심지어 랑심도 만왕을 걱정하는 효녀인 것처럼 위장하니 말이다.“만왕, 저는 평녕성의 수장이 아니라 그저 의원일 뿐입니다.”“마침 평녕성에 갇혀 죽고 싶지 않아 최선을 다해 성을 지키고 그저 무공을 조금 익히고 있을 뿐이지요.”“만족은 평녕성을 잘 알고 계실 텐데, 여장군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이 말을 들은 랑심은 분노하며 호통쳤다: “허튼소리 마십시오! 성을 지키고 있다고 인정하면서 왜 랑목을 살려준 겁니까? 같이 만족의 영지로 온 것도 만왕께 해를 끼치려는 게 아닙니까?!”낙청연은 만왕을 보며 진지하게 설명했다: “저는 정말 그저 의원일 뿐입니다. 랑목 왕자를 구한 건 사실 만왕의 병을 치료하여 전쟁을 멈추게 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랑목 왕자가 정말 천궐국에 귀순하였다면 저 혼자 만왕을 해치려고 왔겠습니까?”“지금 만족 영지에 나타난 건, 천궐국의 정예 부대였을 겁니다!”낙청연이 침착하게 설명하자 랑심은 화가 잔뜩 치밀어 올랐다.“거짓말 마십시오! 부왕, 절대 믿으시면 안 됩니다!”“부왕의 피도 뽑다니, 부왕을 해치려는 게 아니면 뭡니까?!”
피를 한 사발 가득 채웠다.만왕의 안색은 이미 몹시 창백했다.그러나 낙청연은 또 빈 그릇을 가져와 계속하여 피를 뽑았다.모든 사람은 긴장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고 랑목 왕자도 가슴을 졸였다.설마 낙청연이 사람을 속이는 건 아니겠지? 피를 뽑는 치료법은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낙청연, 이건 분명 사람을 구하는 게 아닙니다, 부왕은 더 허약해졌습니다!” 진노한 랑심은 바로 검을 뽑아 낙청연을 겨누었다.낙청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독이 거의 배출되자, 낙청연은 만왕의 몸에서 바늘을 뽑았다.그 순간, 만왕은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었다.뭇사람은 깜짝 놀랐다.“부왕!” 랑목은 놀라서 외쳤다.랑심은 그 틈을 타 검을 들고 낙청연을 찌르려고 했다: “낙청연! 죽어라!”그런데 장검이 찌르려고 할 때, 어떤 목소리가 랑심을 제지했다.“멈춰라!”말을 한 사람은 바로 만왕이었다.그는 가슴을 움켜쥐고, 몸을 일으켰다.랑목은 다급히 그를 부축하며 몹시 놀라서 말했다: “부왕, 지금 몸을 움직였습니다.”만왕은 숨을 고르더니, 천천히 말했다: “몸이 매우 가볍게 느껴지는구나! 랑심, 그녀를 놔주거라.”랑심은 놀라서 멍 해있더니 말했다: “부왕!”만왕은 낙청연을 슬쩍 쳐다보더니, 곧 말했다: “괜찮으니, 모두 물러가거라. 이 여인에게 물어볼 게 있다.”“랑목만 남거라.”랑심은 불만이 가득했다. 그는 낙청연을 매섭게 노려보더니, 화가 나서 나갔다.다른 사람들도 모두 물러갔다. 심해가 막사 밖에서 지키고 있었다.막사 안에 그들 세 사람만 남았다.만왕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당신이 랑목을 죽이지 않는 건, 나에게 휴전을 권하기 위해서이요?”“그렇습니다. 지금 원군은 이미 도착했습니다. 당신들은 평녕성을 뚫을 수 없습니다. 계속 전쟁을 치르신다면 결국 쌍방이 모두 손상을 입게 될 뿐입니다.”“차라리 이대로 휴전하는 편이 낫습니다.”이 말을 하더니, 낙청연은 또 말했다: “당신 몸속에 독이 있습니다. 누군가 이미 당신이 죽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
그는 랑목에게 그의 고모라고 했다.랑목이 캐물었다.“고모라고요? 제게 언제 고모가 있었습니까? 그런 말씀 한 적 없지 않습니까?”만족 왕은 의미심장한 어조로 말했다.“내가 그녀를 알게 되었을 때 그녀는 고작 열몇 살이었다. 당시 그녀는 수련을 위해 만족 진영을 찾아왔다가 실수로 사냥을 위해 파놓았던 내 함정에 빠졌었다. 그녀는 내가 그녀를 잡으려 한다고 생각해 한바탕 싸웠다.”“그렇게 싸우면서 서로를 알게 된 우리는 어린 시절 서로의 단짝이 되었다.”“당시 만족 부족은 혼란스러웠고 각 부족은 서로 식량을 놓고 다투었다. 잔인한 부족은 심지어 동족을 잡아먹기도 했다.”“난 홀로 남동생을 데리고 다녀야 했고 아주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노예로 팔려 가 목숨을 잃을 뻔했었는데 다행히 낙영이 날 줄곧 도왔다.”“그리고 내가 응익(鷹翼)부족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게 도와줘 우리는 그나마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었다.”“그 뒤로는 영지를 넓히고 부족 실력을 키우기 위해 난 너의 어머니와 혼인을 올렸다. 네 어머니는 당시 등사(騰蛇)부족의 우두머리였다.”“낙영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그 말에 낙청연은 속으로 놀랐다.사부님에게 젊었을 적 이런 경험이 있을 줄은 몰랐다.사부님이 만족 왕과 의남매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그런데 그 뒤에 왜 천궐국에 갔답니까?”랑목은 궁금한 듯 물었다.왕은 탄식했다.“그녀는 내 남동생과 함께 갔다.”낙청연은 흠칫했다.그녀는 갑자기 대담한 추측이 떠올랐다.“낙해평이 남동생입니까?”눈앞의 왕은 보면 볼수록 낙해평과 달랐다.비록 생김새는 비슷했지만 왕의 얼굴 윤곽이 더 강직하고 눈썹도 날카로웠다. 비록 병을 앓고 있어 몸이 허약하지만 여전히 강자의 위엄이 느껴졌다.그것은 낙해평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었다.“낙해평?”왕은 그 세 글자가 낯설게 느껴졌다.낙청연이 말했다.“그는 당신과 거의 똑같게 생겼습니다.”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낙해평으로 개명했구나.”“그의 성도 낙씨
“제 어머니입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왕은 흠칫하면서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어머니라고? 낙영이... 내 동생과 혼인을 올렸구나.”왕은 목이 메었다. 대체 어떤 기분인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충격 속에 약간의 실망도 있었다.하지만 냉정을 되찾은 왕은 다시 고개를 들어 놀란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아니, 넌 내 동생의 딸이 아니라 내 딸이다!”그 말에 낙청연은 다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뭐라고요? 당신의 딸이라고요? 제 어머니는 당신과...”낙청연은 미간을 팍 찌푸렸다.그러나 그것에 그치지 않고 충격이 이어졌다.왕은 그녀의 팔을 잡으며 흥분해서 말했다.“넌 내 딸이다! 네가 내 첫 번째 딸이다!”“네가 원응(元凝)이야!”“그래. 내가 조금 전 제시한 두 가지 조건을 완성할 필요 없다!”“지금 당장 너에게 왕의 자리를 물려주겠다!”“네가 왕위를 물려받는다면 다른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계속해 평녕성을 공격할 것인지, 아니면 전쟁을 멈출 것인지 네가 결정하거라. 네 말에 따를 것이다!”왕은 광기가 보일 정도로 격앙됐다.낙청연은 머리털이 쭈뼛 섰다. 내가 낙영과 왕의 딸이라고? 낙해평의 딸이 아니라?그는 왜 이렇게 확신하는 것일까? 이렇게 과감히 왕의 자리를 그녀에게 물려주려 하다니?왕은 곧바로 손에 끼고 있던 은빛 독수리 반지를 빼더니 낙청연의 손을 잡고 그녀에게 끼워줬다.“원응아, 내 딸아. 드디어 돌아왔구나!”“죽기 전에 널 보다니, 이제 편히 눈을 감을 수 있겠다!”“지금 당장 계승 의식을 거행하라고 명령하겠다!”말하면서 왕은 곧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고 낙청연이 황급히 그를 제지했다.“안 됩니다!”“전 신분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제게 자리를 물려준다면 사람들은 제가 당신을 조종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아무도 인정하지 않겠지요.”“랑심은 저를 죽이려 할 수도 있습니다!”“게다가 어떻게 제가 당신과 낙영의 딸이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까? 그녀는 만족과 함께 있을 때 이미 임신했습니까?”사부님
“그것이 내가 평녕성을 공격한 이유다. 천궐국에 가서 그녀를 찾아 죽기 전에 마지막 결과를 알고 싶었거든.”“원응이 다시 태어나지 못한다고 해도 인정하려 했다. 난 그저 결과를 알고 싶었다.”말을 마친 뒤 왕은 싱긋 웃으며 낙청연을 바라보았다.“오늘에야 깨달았다. 낙영은 정말 하늘의 뜻을 점칠 수 있었구나. 이 모든 걸 계획하여 오늘 너를 내 앞에 보냈으니 말이다.”“이로써 죽기 전 마지막으로 네 얼굴을 볼 수 있게 됐구나.”낙청연은 그 말에 충격을 받았다.다시 태어났다고?그녀는 다시 태어난 것이 맞았다. 하지만 원응은 아니었다.그녀는 낙요였다!사혼검은 그녀도 들어본 적 있었다. 전해지는 것에 따르면 뱀의 혼이 그것에 깃들어 극한의 음기와 한기를 띠고 있는 물건이라 영혼을 수용하여 그 속에서 기거하게 할 수 있다.그리고 많은 여국인이 얻고 싶어 하는 보물이다.여국의 풍수사에게 있어 그것은 수많은 영혼을 수용할 수 있는 물건이라 아주 강력한 힘이 될 수 있었다.그녀는 불현듯 사부님이 아주 큰 판을 짜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낙영이 반드시 당신의 딸을 다시 태어나게 할 것이라고 왜 그렇게 확신하시는 겁니까?”왕은 한결 부드러워진 표정으로 결연히 말했다.“나와 약속한 일은 단 한 번도 어긴 적이 없기 때문이다.”낙청연은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어쩐지 사부님과 그 사이에 과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사부님이 그를 좋아한 건 아닐까?“넌 틀림없이 내 딸 원응이다!”왕은 다시 한번 단호히 말했다.낙청연은 착잡한 심정으로 잠자코 있었다.이 모든 걸 받아들이기엔 너무 어려웠다.왕은 낙청연이 여전히 주저하고 있자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왕위를 물려받는다면 널 데리고 갈 곳이 있다.”“오직 나와 네 어머니만 아는 곳이다.”“그곳에는 네 어머니의 물건이 아주 많이 남아있다.”그의 말에 낙청연은 눈을 반짝였다.사부님이 남기신 수수께끼가 아직 너무 많았다. 그곳에 사부님이 남긴 단서가 있다면 반드시 볼 생각이었
약간의 위협이 담겨 있는 말에 낙청연은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역시나 왕다웠다. 그는 딸을 만난 기쁨에 이성을 잃지 않았다.그렇다. 그녀는 진천리를 구할 생각이었다!“그래요. 약속하겠습니다.”“당신의 계획대로 왕위를 이어받은 뒤 만족과 천궐국을 완전히 휴전시키겠습니다!”’“하지만 당신은 진천리를 놓아주어야 합니다.”왕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웃었다.“약속하마.”말을 마친 뒤 왕은 다시 침상에 누우며 말했다.“넌 의술을 잘 알고 있구나. 내 몸이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 다시 날 치료하거라.”낙청연은 그에게 다가가 침을 놓은 뒤 약을 처방했다.그녀는 랑목에게 약재를 가져오라고 했다.약을 달여 왕에게 먹이니 확실히 상태가 호전되었다.그날 밤, 왕은 각 부족의 우두머리를 소집했다.왕이 위엄있는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있는 걸 보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왕상, 몸이...”랑심도 놀랐다. 그녀의 아버지는 생각보다 많이 좋아진 것 같았다. 예전에는 일어설 힘조차 없었는데 말이다.낙청연의 의술이 정말 뛰어난 듯했다.“내 몸은 많이 좋아졌다. 며칠만 더 몸조리한다면 병사들을 이끌고 전쟁터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기세 넘치는 목소리는 위엄으로 가득 차 있었다.“잘 됐습니다! 왕상께서 나서신다면 반드시 평녕성을 함락할 수 있으실 겁니다! 지금처럼 막무가내인 지휘 때문에 각 부족이 큰 피해를 보지는 않을 겁니다!”여인은 말하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랑심을 보았다.의미심장한 말을 들어보면 랑심에게 큰 불만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낙청연은 그 여인이 눈에 익었다. 전쟁터에서 낙청연은 그녀를 본 적이 있었다.청회 군주라고 불렸던 것 같다.그녀의 큰 오라버니는 전쟁터에서 죽었다.당시 그들 일족을 이끌고 성을 공격한 건 랑심의 명령인 듯했다.“그러게 말입니다. 오직 왕상만이 저희를 이끌고 적을 이길 수 있습니다!”“만족 각 부족 신의 보호를 받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패배하게 돼 있지요!”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한두 마디씩 보탰고 그들은 모두 랑심
그 말에 사람들은 랑심을 의심하기 시작했다.청회 군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랑심, 당신이 엄씨 가문과 연락해 연합했는데 왜 아직 엄씨 가문에서 소식이 없는 것이오?”“우리한테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니오?”“맞소. 무진군은 엄씨 가문의 명령을 듣지 않소? 그런데 왜 우리를 도와 성을 공격하지 않는 것이오?”한차례 쏟아진 질문에 랑심은 강렬한 증오심이 피어올라 매서운 눈초리로 낙청연을 바라보았다.“엄씨 가문은 아무런 소식도 보내지 않았소. 난 숨기는 것이 없소!”“부왕, 낙청연의 헛소리를 믿지 마십시오!”왕은 결국 입을 열었다.“그만 싸우거라.”“오늘 너희들을 부른 건 낙청연을 이곳에 남겨두겠다는 걸 너희에게 알리기 위해서다.”“내 몸이 다 낫기 전까지 아무도 성을 공격하지 말거라.”“실력을 유지하고 적의 간계에 넘어가지 말아라.”마지막 말에 랑심은 깜짝 놀랐고 낙청연도 놀랐다.그 말은 어쩐지 랑심에게 하는 말 같았다.“네!”사람들은 일제히 예를 갖춘 뒤 모두 물러났다.왕은 쉬어야 했고 낙청연도 막사를 떠났다.그녀는 약초를 캔다는 명목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녔다.계획대로라면 그녀는 방어 전력 배치도를 부진환에게 전달해야 했다.어떻게 해야 나갈 수 있을지 기회를 찾아야 했다.랑목의 도움을 받지 않는 이유는 랑목이 그녀와 왕의 계획을 모르기 때문이다.만약 왕이 왕위를 그녀에게 물려주려 한다는 걸 랑목이 알게 된다면 아마 그녀를 도와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아주 중대한 일이었기에 말할 수 없었다.랑목은 낙청연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낙청연이 왕을 치료할 약을 찾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녀가 길을 잃지 않도록 지도도 주었다.낙청연은 하루 종일 이곳저곳 다녔고 심지어 각 부족이 있는 곳을 누비기까지 했다.그렇게 날이 저물었고 낙청연은 돌아가려 했다.어두운 숲속으로 들어가자 등 뒤에서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낙청연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힐끗 쳐다보고는 계속 걸음을 옮겼다.그녀는 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