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한 사발 가득 채웠다.만왕의 안색은 이미 몹시 창백했다.그러나 낙청연은 또 빈 그릇을 가져와 계속하여 피를 뽑았다.모든 사람은 긴장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고 랑목 왕자도 가슴을 졸였다.설마 낙청연이 사람을 속이는 건 아니겠지? 피를 뽑는 치료법은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낙청연, 이건 분명 사람을 구하는 게 아닙니다, 부왕은 더 허약해졌습니다!” 진노한 랑심은 바로 검을 뽑아 낙청연을 겨누었다.낙청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독이 거의 배출되자, 낙청연은 만왕의 몸에서 바늘을 뽑았다.그 순간, 만왕은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었다.뭇사람은 깜짝 놀랐다.“부왕!” 랑목은 놀라서 외쳤다.랑심은 그 틈을 타 검을 들고 낙청연을 찌르려고 했다: “낙청연! 죽어라!”그런데 장검이 찌르려고 할 때, 어떤 목소리가 랑심을 제지했다.“멈춰라!”말을 한 사람은 바로 만왕이었다.그는 가슴을 움켜쥐고, 몸을 일으켰다.랑목은 다급히 그를 부축하며 몹시 놀라서 말했다: “부왕, 지금 몸을 움직였습니다.”만왕은 숨을 고르더니, 천천히 말했다: “몸이 매우 가볍게 느껴지는구나! 랑심, 그녀를 놔주거라.”랑심은 놀라서 멍 해있더니 말했다: “부왕!”만왕은 낙청연을 슬쩍 쳐다보더니, 곧 말했다: “괜찮으니, 모두 물러가거라. 이 여인에게 물어볼 게 있다.”“랑목만 남거라.”랑심은 불만이 가득했다. 그는 낙청연을 매섭게 노려보더니, 화가 나서 나갔다.다른 사람들도 모두 물러갔다. 심해가 막사 밖에서 지키고 있었다.막사 안에 그들 세 사람만 남았다.만왕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당신이 랑목을 죽이지 않는 건, 나에게 휴전을 권하기 위해서이요?”“그렇습니다. 지금 원군은 이미 도착했습니다. 당신들은 평녕성을 뚫을 수 없습니다. 계속 전쟁을 치르신다면 결국 쌍방이 모두 손상을 입게 될 뿐입니다.”“차라리 이대로 휴전하는 편이 낫습니다.”이 말을 하더니, 낙청연은 또 말했다: “당신 몸속에 독이 있습니다. 누군가 이미 당신이 죽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
그는 랑목에게 그의 고모라고 했다.랑목이 캐물었다.“고모라고요? 제게 언제 고모가 있었습니까? 그런 말씀 한 적 없지 않습니까?”만족 왕은 의미심장한 어조로 말했다.“내가 그녀를 알게 되었을 때 그녀는 고작 열몇 살이었다. 당시 그녀는 수련을 위해 만족 진영을 찾아왔다가 실수로 사냥을 위해 파놓았던 내 함정에 빠졌었다. 그녀는 내가 그녀를 잡으려 한다고 생각해 한바탕 싸웠다.”“그렇게 싸우면서 서로를 알게 된 우리는 어린 시절 서로의 단짝이 되었다.”“당시 만족 부족은 혼란스러웠고 각 부족은 서로 식량을 놓고 다투었다. 잔인한 부족은 심지어 동족을 잡아먹기도 했다.”“난 홀로 남동생을 데리고 다녀야 했고 아주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노예로 팔려 가 목숨을 잃을 뻔했었는데 다행히 낙영이 날 줄곧 도왔다.”“그리고 내가 응익(鷹翼)부족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게 도와줘 우리는 그나마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었다.”“그 뒤로는 영지를 넓히고 부족 실력을 키우기 위해 난 너의 어머니와 혼인을 올렸다. 네 어머니는 당시 등사(騰蛇)부족의 우두머리였다.”“낙영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그 말에 낙청연은 속으로 놀랐다.사부님에게 젊었을 적 이런 경험이 있을 줄은 몰랐다.사부님이 만족 왕과 의남매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그런데 그 뒤에 왜 천궐국에 갔답니까?”랑목은 궁금한 듯 물었다.왕은 탄식했다.“그녀는 내 남동생과 함께 갔다.”낙청연은 흠칫했다.그녀는 갑자기 대담한 추측이 떠올랐다.“낙해평이 남동생입니까?”눈앞의 왕은 보면 볼수록 낙해평과 달랐다.비록 생김새는 비슷했지만 왕의 얼굴 윤곽이 더 강직하고 눈썹도 날카로웠다. 비록 병을 앓고 있어 몸이 허약하지만 여전히 강자의 위엄이 느껴졌다.그것은 낙해평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었다.“낙해평?”왕은 그 세 글자가 낯설게 느껴졌다.낙청연이 말했다.“그는 당신과 거의 똑같게 생겼습니다.”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낙해평으로 개명했구나.”“그의 성도 낙씨
“제 어머니입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왕은 흠칫하면서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어머니라고? 낙영이... 내 동생과 혼인을 올렸구나.”왕은 목이 메었다. 대체 어떤 기분인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충격 속에 약간의 실망도 있었다.하지만 냉정을 되찾은 왕은 다시 고개를 들어 놀란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아니, 넌 내 동생의 딸이 아니라 내 딸이다!”그 말에 낙청연은 다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뭐라고요? 당신의 딸이라고요? 제 어머니는 당신과...”낙청연은 미간을 팍 찌푸렸다.그러나 그것에 그치지 않고 충격이 이어졌다.왕은 그녀의 팔을 잡으며 흥분해서 말했다.“넌 내 딸이다! 네가 내 첫 번째 딸이다!”“네가 원응(元凝)이야!”“그래. 내가 조금 전 제시한 두 가지 조건을 완성할 필요 없다!”“지금 당장 너에게 왕의 자리를 물려주겠다!”“네가 왕위를 물려받는다면 다른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계속해 평녕성을 공격할 것인지, 아니면 전쟁을 멈출 것인지 네가 결정하거라. 네 말에 따를 것이다!”왕은 광기가 보일 정도로 격앙됐다.낙청연은 머리털이 쭈뼛 섰다. 내가 낙영과 왕의 딸이라고? 낙해평의 딸이 아니라?그는 왜 이렇게 확신하는 것일까? 이렇게 과감히 왕의 자리를 그녀에게 물려주려 하다니?왕은 곧바로 손에 끼고 있던 은빛 독수리 반지를 빼더니 낙청연의 손을 잡고 그녀에게 끼워줬다.“원응아, 내 딸아. 드디어 돌아왔구나!”“죽기 전에 널 보다니, 이제 편히 눈을 감을 수 있겠다!”“지금 당장 계승 의식을 거행하라고 명령하겠다!”말하면서 왕은 곧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고 낙청연이 황급히 그를 제지했다.“안 됩니다!”“전 신분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제게 자리를 물려준다면 사람들은 제가 당신을 조종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아무도 인정하지 않겠지요.”“랑심은 저를 죽이려 할 수도 있습니다!”“게다가 어떻게 제가 당신과 낙영의 딸이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까? 그녀는 만족과 함께 있을 때 이미 임신했습니까?”사부님
“그것이 내가 평녕성을 공격한 이유다. 천궐국에 가서 그녀를 찾아 죽기 전에 마지막 결과를 알고 싶었거든.”“원응이 다시 태어나지 못한다고 해도 인정하려 했다. 난 그저 결과를 알고 싶었다.”말을 마친 뒤 왕은 싱긋 웃으며 낙청연을 바라보았다.“오늘에야 깨달았다. 낙영은 정말 하늘의 뜻을 점칠 수 있었구나. 이 모든 걸 계획하여 오늘 너를 내 앞에 보냈으니 말이다.”“이로써 죽기 전 마지막으로 네 얼굴을 볼 수 있게 됐구나.”낙청연은 그 말에 충격을 받았다.다시 태어났다고?그녀는 다시 태어난 것이 맞았다. 하지만 원응은 아니었다.그녀는 낙요였다!사혼검은 그녀도 들어본 적 있었다. 전해지는 것에 따르면 뱀의 혼이 그것에 깃들어 극한의 음기와 한기를 띠고 있는 물건이라 영혼을 수용하여 그 속에서 기거하게 할 수 있다.그리고 많은 여국인이 얻고 싶어 하는 보물이다.여국의 풍수사에게 있어 그것은 수많은 영혼을 수용할 수 있는 물건이라 아주 강력한 힘이 될 수 있었다.그녀는 불현듯 사부님이 아주 큰 판을 짜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낙영이 반드시 당신의 딸을 다시 태어나게 할 것이라고 왜 그렇게 확신하시는 겁니까?”왕은 한결 부드러워진 표정으로 결연히 말했다.“나와 약속한 일은 단 한 번도 어긴 적이 없기 때문이다.”낙청연은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어쩐지 사부님과 그 사이에 과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사부님이 그를 좋아한 건 아닐까?“넌 틀림없이 내 딸 원응이다!”왕은 다시 한번 단호히 말했다.낙청연은 착잡한 심정으로 잠자코 있었다.이 모든 걸 받아들이기엔 너무 어려웠다.왕은 낙청연이 여전히 주저하고 있자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왕위를 물려받는다면 널 데리고 갈 곳이 있다.”“오직 나와 네 어머니만 아는 곳이다.”“그곳에는 네 어머니의 물건이 아주 많이 남아있다.”그의 말에 낙청연은 눈을 반짝였다.사부님이 남기신 수수께끼가 아직 너무 많았다. 그곳에 사부님이 남긴 단서가 있다면 반드시 볼 생각이었
약간의 위협이 담겨 있는 말에 낙청연은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역시나 왕다웠다. 그는 딸을 만난 기쁨에 이성을 잃지 않았다.그렇다. 그녀는 진천리를 구할 생각이었다!“그래요. 약속하겠습니다.”“당신의 계획대로 왕위를 이어받은 뒤 만족과 천궐국을 완전히 휴전시키겠습니다!”’“하지만 당신은 진천리를 놓아주어야 합니다.”왕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웃었다.“약속하마.”말을 마친 뒤 왕은 다시 침상에 누우며 말했다.“넌 의술을 잘 알고 있구나. 내 몸이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 다시 날 치료하거라.”낙청연은 그에게 다가가 침을 놓은 뒤 약을 처방했다.그녀는 랑목에게 약재를 가져오라고 했다.약을 달여 왕에게 먹이니 확실히 상태가 호전되었다.그날 밤, 왕은 각 부족의 우두머리를 소집했다.왕이 위엄있는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있는 걸 보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왕상, 몸이...”랑심도 놀랐다. 그녀의 아버지는 생각보다 많이 좋아진 것 같았다. 예전에는 일어설 힘조차 없었는데 말이다.낙청연의 의술이 정말 뛰어난 듯했다.“내 몸은 많이 좋아졌다. 며칠만 더 몸조리한다면 병사들을 이끌고 전쟁터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기세 넘치는 목소리는 위엄으로 가득 차 있었다.“잘 됐습니다! 왕상께서 나서신다면 반드시 평녕성을 함락할 수 있으실 겁니다! 지금처럼 막무가내인 지휘 때문에 각 부족이 큰 피해를 보지는 않을 겁니다!”여인은 말하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랑심을 보았다.의미심장한 말을 들어보면 랑심에게 큰 불만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낙청연은 그 여인이 눈에 익었다. 전쟁터에서 낙청연은 그녀를 본 적이 있었다.청회 군주라고 불렸던 것 같다.그녀의 큰 오라버니는 전쟁터에서 죽었다.당시 그들 일족을 이끌고 성을 공격한 건 랑심의 명령인 듯했다.“그러게 말입니다. 오직 왕상만이 저희를 이끌고 적을 이길 수 있습니다!”“만족 각 부족 신의 보호를 받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패배하게 돼 있지요!”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한두 마디씩 보탰고 그들은 모두 랑심
그 말에 사람들은 랑심을 의심하기 시작했다.청회 군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랑심, 당신이 엄씨 가문과 연락해 연합했는데 왜 아직 엄씨 가문에서 소식이 없는 것이오?”“우리한테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니오?”“맞소. 무진군은 엄씨 가문의 명령을 듣지 않소? 그런데 왜 우리를 도와 성을 공격하지 않는 것이오?”한차례 쏟아진 질문에 랑심은 강렬한 증오심이 피어올라 매서운 눈초리로 낙청연을 바라보았다.“엄씨 가문은 아무런 소식도 보내지 않았소. 난 숨기는 것이 없소!”“부왕, 낙청연의 헛소리를 믿지 마십시오!”왕은 결국 입을 열었다.“그만 싸우거라.”“오늘 너희들을 부른 건 낙청연을 이곳에 남겨두겠다는 걸 너희에게 알리기 위해서다.”“내 몸이 다 낫기 전까지 아무도 성을 공격하지 말거라.”“실력을 유지하고 적의 간계에 넘어가지 말아라.”마지막 말에 랑심은 깜짝 놀랐고 낙청연도 놀랐다.그 말은 어쩐지 랑심에게 하는 말 같았다.“네!”사람들은 일제히 예를 갖춘 뒤 모두 물러났다.왕은 쉬어야 했고 낙청연도 막사를 떠났다.그녀는 약초를 캔다는 명목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녔다.계획대로라면 그녀는 방어 전력 배치도를 부진환에게 전달해야 했다.어떻게 해야 나갈 수 있을지 기회를 찾아야 했다.랑목의 도움을 받지 않는 이유는 랑목이 그녀와 왕의 계획을 모르기 때문이다.만약 왕이 왕위를 그녀에게 물려주려 한다는 걸 랑목이 알게 된다면 아마 그녀를 도와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아주 중대한 일이었기에 말할 수 없었다.랑목은 낙청연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낙청연이 왕을 치료할 약을 찾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녀가 길을 잃지 않도록 지도도 주었다.낙청연은 하루 종일 이곳저곳 다녔고 심지어 각 부족이 있는 곳을 누비기까지 했다.그렇게 날이 저물었고 낙청연은 돌아가려 했다.어두운 숲속으로 들어가자 등 뒤에서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낙청연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힐끗 쳐다보고는 계속 걸음을 옮겼다.그녀는 저도
낙청연은 전혀 피하지 않고 매서운 눈초리로 그녀를 보았다.“당신 오라버니를 해친 것은 랑심이오!”“그녀가 정말 단지 성을 공격하기 위해 당신들을 파견했다고 생각하오? 그녀는 성을 공격하는 것을 핑계 삼아 당신들을 제거하려 한 것이오!”비수는 내리꽂히지 않고 낙청연의 가슴께에 멈추었다.청회는 낙청연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뭐라고 했소?”낙청연은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말했다.“랑목은 하마터면 죽을 뻔했소. 랑심이 그를 속여 앞장서게 했고 그는 성안의 함정에 당했소.”“랑목이 곤경에 빠지자 랑심은 과감히 철퇴했소. 랑목을 구할 수 있는 최고의 시기를 놓쳤지.”낙청연은 눈썹을 까딱였다.“랑목까지 죽이려는데 당연히 당신들도 죽이려 하겠지. 그렇지 않으면 엄씨 가문과의 거래를 완성할 수 없으니 말이오.”청회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뭐라고 했소? 엄씨 가문과의 거래라니? 뭘 알고 있는 것이오?”“얼른 말하시오!”낙청연은 대답하는 대신 몸을 버둥거리며 말했다.“우선 날 놓아주시오.”청회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몸을 일으켜 옆에 있는 사람에게 눈짓했고 이내 누군가 낙청연의 쇠사슬을 풀어주었다.낙청연은 손목을 주무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그녀는 덤덤한 얼굴로 대답했다.“난 당신들을 속인 적 없소. 엄씨 가문의 계획은 당신들을 천궐국에 들여보내고 천군만마를 이끌고 당신들을 토벌해 큰 공을 세우는 것이오. 그렇게 하면 천궐국의 병권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오.”“그리고 랑심은 당신들이 평녕성을 공격할 때 각 부족의 우두머리를 하나하나 제거했소. 그래야 앞으로 엄씨 가문과 싸울 때 엄씨 가문이 더욱 순조롭게 당신들을 섬멸할 수 있기 때문이오.”낙청연은 진지한 얼굴로 헛소리했고 청회는 깜짝 놀랐다.“뭐라고 했소?”“랑심이 완전히 엄씨 가문에게 넘어갔다는 말이오?”낙청연은 웃음을 터뜨렸다.“그렇지 않으면 뭐겠소?”“부귀영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소?”“엄씨 가문이 병권을 장악하게 된다면 엄씨 가문은 랑심이 원하는 걸 모두
원래 평녕성으로 곧장 향할 생각이었지만 갑자기 전방 숲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깜짝 놀란 낙청연은 발걸음 소리를 죽이며 몰래 접근했다.수풀에 들어가자 갑자기 살기가 엄습하며 검 하나가 낙청연의 목에 닿았다.“움직이지 마시오!”상대는 차가운 목소리로 위협하면서 물었다.“랑목 왕자의 진영은 어디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린 낙청연은 천궐국의 병사를 보게 되었다.“난 낙청연이오.”낙청연은 곧바로 입을 열었고 상대는 깜짝 놀랐다.“왕비 마마?”“탈출하신 겁니까? 잘 됐습니다! 바로 저쪽에 왕야가 계십니다!”낙청연은 부진환이 왔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그녀는 곧바로 병사를 따라 언덕 뒤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달빛을 받으며 뒷짐을 지고 서 있는 사내를 보았다.“왕야!”낙청연은 감격을 감추지 못하고 외쳤다.부진환은 몸을 흠칫 떨었다. 낙청연의 무사한 모습에 그는 얼굴에 화색을 띠었다.“너...”바로 그때 한쪽에서 갑자기 발소리가 들렸고 심지어 수가 아주 많은 것 같았다.“순찰대가 왔습니다. 왕야, 제가 그들을 유인하겠습니다.”소서는 곧바로 사람을 데리고 다른 방향으로 달려갔다.낙청연이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부진환이 그녀의 앞으로 달려와 그녀를 끌고 수풀 뒤로 몸을 숨겼다.“사람이 있다! 쫓거라!”순찰하던 만족인들이 낙청연의 앞을 달려가 소서 일행을 잡으러 갔다.주위가 잠잠해진 뒤에야 두 사람은 수풀에서 나왔다.부진환은 긴장한 기색을 드러내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본왕과 함께 돌아가자.”낙청연이 갑자기 그를 붙잡았다.“전 돌아갈 수 없습니다.”“낙청연, 네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느냐? 랑목이 죽지 않았다고 해서 그를 따라 만족 진영으로 오다니, 그가 너를 속이는 것이라면 어찌할 것이냐?”부진환은 화가 났는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낙청연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그가 절 속였든 아니든 상관없습니다. 전 그와 협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우선 제 계획부터 들어보세요.”낙청연은 그에게 방어 병력
“모든 것이 예전처럼 회복될 것입니다.”차강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황량한 이한도의 모습을 바라보며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다 잘될 것이다.”그는 이한도를 예전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 시간문제일 것이라 믿는다.마음만 먹으면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것이다.-저녁이 되자 바닷가의 막사는 고요함을 되찾았다. 전쟁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깨끗이 청소되었다.옥에 갇힌 고옥서는 아직도 동하국의 병사들이 매복을 당해 전쟁에서 지고 도망친 것을 모르고 있다.그녀는 옥에 끌려간 후 동생의 모습을 보고 싶어 두리번거렸지만 계속 그를 찾지 못했다.지하 감옥의 가장 깊은 곳에는 철문이 하나 있었다. 엄격하게 지키는 것으로 보아 중요한 죄수를 수감하는 곳 같았다.그녀는 철문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옥에 갇혀 있었다.위치가 적합하니, 기회만 생기면 동생을 구출할 수 있을 것이다.그녀는 늦게까지 누군가 오기를 기다렸다.하지만 감옥에 온 사람은 부진환이었다.고옥서는 입꼬리를 올렸다.“부 태사?”부진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네가 바로 동하국의 공주구나.”“몇 번 교전할 때, 네가 지휘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용기에 비해 계략이 부족하더구나.”“홀로 청주성에 들어오다니. 정말 청주군의 눈이 멀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옥서는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나 문 앞까지 걸어가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는 역시 대단하구먼.”“중독된 사람들과 달리 아직도 멀쩡하게 기운이 남아도는구먼.”“바깥 상황은 어떠하냐? 부 태사의 막사는 지켜낸 것이냐?”고옥서는 일부러 그를 비웃으려 득의양양하게 비꼬았다.하지만 부진환은 표정 변화 없이 그냥 싸늘하게 그녀를 보고 있었다.하지만 고옥서는 그의 뜻을 지키지 못했다고 이해했다.하지만 청주성은 아직 뚫리지 않은듯하다.“이름이 무엇이냐? 동하국에 내세울 사람이 없는 것이냐? 어찌 여인을 보내 전쟁을 지휘하게 하는 것이냐?”부진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고옥서는 입꼬리를 올렸
늦은 밤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소식을 누설한 지 3일이 지나자 동하국에서 다시 대거 공격을 퍼부었다.그들은 배를 타고 해안가로 접근해 막사가 텅 비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제야 소식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단숨에 청주를 공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명을 따르라. 청주군의 주의를 끌면, 내가 작은 배를 타고 사람을 구하러 갈 것이다!”고옥서는 매서운 눈빛으로 막사를 바라보았다.“예!”얼마 지나지 않아 동하국의 배는 점점 해안가에 가까워졌고 청주를 단번에 공격하려는 기세로 다가왔다.적군이 가까이 오자 몰래 숨어있는 청주군은 저도 몰래 손에 든 무기를 꽉 틀어잡고 장군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다.부진환은 조급해 하지 않고 암암리에서 관찰하고 있었다.이내 적군이 폭발을 일으켰고 막사에 이따금 굉음이 울려 퍼졌다. 막사는 공격을 받아 폭파되었고 허공에는 날아가는 돌멩이와 먼지가 자욱했다.막사에 남아 있던 일부 병사들이 황급히 도망쳤다. 그들은 적군의 배가 해안가에 곧 도착한 것을 보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돌려 도망쳤다.청주군이 사방으로 뿔뿔이 도망치는 것을 보고 고옥서는 싸늘하게 웃었다. 그녀는 줄곧 이 독이 여국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라고 말했었다.곧 막사는 텅 비었고 동하국 사람도 배를 세운 후 잇달아 배에서 내렸다.고옥서는 작은 배를 타고 아무도 없는 바닷가로 향해 조용히 뭍으로 올라갔다.그녀의 계획에 따라 7일 후 누군가 이곳에 데리러 올 것이다. 오늘 청주를 공격하지 못하더라도 먼저 사람을 구해야 한다.그녀는 배도 암초 뒤에 숨기고 조심스레 육지로 올라왔다. 하지만 모든 것이 감시되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고옥서는 육지로 올라온 뒤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일반 백성 차림으로 가장해 청주성으로 들어갔다.청주성에 들어가는 순간 그녀는 잡히고 말았다.많은 동하국 사람이 배에서 내리자,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던 청주군은 부진환의 명에 따라 어두운 곳에서 뛰쳐나와 살기를 내뿜으며 적을 찔렀다.이미 7~8척의
“청주로 가는 동안 풍경을 구경할 수도 있으니, 급해하지 마시오.”“어쩌다 여국으로 왔는데 여국의 여제로서 잘 챙겨줘야지 않겠소? 어찌 오자부터 전쟁터로 내민다는 말이오?”“일단 궁에 며칠 묵으시오.”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저희도 오랜만에 얘기를 나누어야지 않겠습니까? 하고 싶은 재밌는 이야기들이 아주 많습니다.”-청주.병사들은 모두 해독하였지만 동하국은 또 바다에 새로운 독을 넣기 시작했다.바다에 갑작스레 떠다니는 시체가 늘어났고 해안가로 떠밀려와 악취를 풍겼다.시체 주위의 바닷물은 검은색을 띠고 있었고 끈적끈적한 액체도 묻어 있었다.그 냄새만 맡아도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바다 위의 참혹한 광경에 다들 마음이 무겁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들은 바로 동하국을 없애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태사, 공격합시다! 저 자식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더 비열한 짓을 할 것입니다!”부진환은 사색에 잠겨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며칠 동안 맑던 하늘에도 이날 밤 폭우가 쏟아지고 번개가 쳤다.방 안의 촛불이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부진환은 문과 창문을 굳게 닫고 다시 촛불을 켜서 탁자 위에 놓인 지도를 비추었다.“하늘이 노하고 백성들이 노하니, 동하국은 분명 죽음을 자초할 것이오.”부진환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이번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계속 독을 쓰는 것으로 보아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 분명하오.”“이미 해독한 일을 오랫동안 숨겼으니, 이젠 이 점을 이용해야 할 때오.”“다시 독을 썼으니, 중독으로 인해 전투력을 잃었다고 상대를 속여 전력을 다해 공격하도록 유도해야 하오.”“박가는 기관선을 이끌고 인근 해역에 기관을 설치하시오. 일단 그들이 오기만 하면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게 해야 하오.”“그와 동시에 부소는 천궁도와 제사장족 제자를 데리고 여국 대진을 찾아 대진을 복구할수 있는지 확인하시오.”“부 대인은 향 장군과 함께 사람을 데리고 지도의 길에 따라 동하국의 구체적인 위치를 찾으십시오.”“주로 적
또 한 달의 시간이 지나고 서월 일행은 독약과 해독약을 만들어 바닷가 막사에 있던 청주군이 먼저 복용하게 했다. 그리고 이 소식은 바로 궁으로 전해졌다.하지만 중요한 일이니, 절대 누설될 수 없기에 낙요에게만 편지를 전했다.겨울이 추워지자, 낙요는 푹신푹신한 의자에 웅크리고 앉아 뜨거운 차를 마시며 편지를 보고 입꼬리를 올렸다.우유가 상황을 보고 궁금한 듯 물었다.“부 태사의 편지냐?”“청주에서 좋은 소식이 온 것이냐?”낙요가 고개를 끄덕였다.“바다의 독을 억제할 법을 찾았다.”“다만 동하국에서 알게 되면 대응을 할 수도 있으니, 일단 이 소식은 발설하지 않았다.”그 말을 듣고 우유는 기쁜 표정을 지었다.“정말 다행이구나.”“지난번 동하국에서 전쟁에서 패한 후, 여태껏 잠잠한 것으로 보아 제사장족의 술법을 두려워하는 것 같구나. 보아하니 동하국은 겨울이 지난 후 다시 공격하려는 것 같구나.”낙요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겨울에 전쟁하는 것은 본디 우리의 열세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우세가 되었다.”우유가 웃으며 말했다.“그 아이들이 이번에 큰 공을 세웠구나.”낙요가 웃으며 답했다.“아이들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나 의외였다.”“그들이 돌아오면 상을 줘야겠구나.”-시간이 흘러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더니 어느덧 봄이 찾아왔다.날씨가 따뜻해지자, 낙요도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옛 벗을 만났다.송천초와 초경이 여국에 찾아왔다.게다가 특별히 많은 약재를 갖고 왔다.“동하국과 싸운다고 들었습니다. 얼마 전 아버지께서 아프셔서 산장의 일로 바빠 줄곧 올 수 없었습니다.”“요즘 한가해지자마자 이렇게 약재를 주러 왔습니다. 이 약재는 제가 오랫동안 모은 약재로, 전부 해독에 좋고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약재들입니다. 아주 넉넉히 준비했습니다!”송천초가 흥미진진하게 말했다.낙요가 관심 어리게 물었다.“아버지의 건강은 어떻소? 무슨 병인 것이오? 심각하오?”송천초가 어쩔 수 없다는 말투로 말했다.“오래된 병입니다.”
책자에는 이미 그녀가 복용한 수백 가지가 넘는 해독 약재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부진환은 못내 그 내용을 보고 감탄했다.“백여 종의 독이 있는 것이냐?”서월이 설명했다.“짧은 시일 내에 만들어낸 독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독인 듯하옵니다.”“독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잔여물들을 모아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독은 흔히 볼 수 있는 경증을 동반하고 있고 치명적이지 않지만, 전투력을 잃게 만들 수 있습니다.”“게다가 해독에 필요한 시일도 오래 걸려 완쾌하기 어렵습니다. 보아하니 동하국에 독을 쓰는 고수가 있는 듯합니다.”“하지만 독에 강한 고수가 있는 데에 불과하고 왜 치명적인 독을 쓰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게 독을 섞은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부진환이 미간을 찌푸렸다.“이 일은 동하국을 공격한 후에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정신을 차린 후 부진환이 물었다.“그러면 지금 얼마나 걸려야 해독약을 만들 수 있는 것이냐?”서월은 대답할 수 없었다.“이미 수백 가지가 되는 해독약을 복용했지만, 여전히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해독법으로는 해독약을 만들어낼 가망이 없을 것입니다.”“저에게 위험한 생각이 있습니다.”“바로 독으로 독을 물리치는 것입니다.”“저는 항상 독을 만들며 독을 다루기 때문에 이미 저에게 효능을 잃은 독도 많습니다. 그런 독은 저에게 영향을 그다지 미치지 않고 증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만약 더 강한 독을 복용한 후 일정량의 해독약으로 통제한다면 동하국의 독을 제압할 수 있을 것입니다.”서월이 자세히 설명했다.담 신의는 옆에서 그 말을 듣고 다소 의아했다.“그렇습니다. 독으로 독을 물리치는 방법은 저도 생각한 적 있지만 독에 정통하지 않으니,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아가씨의 방법은 아마 효과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담 신의도 그 말에 동의하는 것을 듣고 부진환이 답했다.“좋다. 일단 네가 말한 대로 작은 범위에서 시도해 보거라.”서월은
앞으로 며칠 동안 동하국은 아주 잠잠했다.차강남은 의관에서 거의 한 달을 머물렀다. 이한도 제자 박소의 상처도 이미 대부분 회복되었다. 지금 사람도 깨어났고 통증도 많이 감소하여 부상 회복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차강남은 그동안 고통을 겪으며 많이 초췌해졌다.강여는 특별히 그를 위해 삼계탕을 끓여주었다.삼계탕을 마신 후 차강남이 말했다.“동하국에서 공격을 했다고 들었다. 나도 도우러 가겠다.”강여는 단번에 차강남을 의자에 앉히고 말했다.“적은 이미 지고 물러갔습니다. 지금 도우러 가도 죽일 적이 없습니다.”“그냥 박소와 함께 치료하십시오.”“제사장족과 현학서원에서 도우러 왔으니, 일손은 부족하지 않습니다.”“담 신의를 찾으러 가야 하니, 이만 먼저 가보겠습니다.”그리고 강여는 담 신의가 지내는 곳으로 향했다. 그들은 아주 큰 진전이 있었다.서월은 독을 복용한 후 책자에 수십종의 독을 적었다. 그리고 수십종의 해독약을 복용해 보았고 모두 효과가 있었다.담 신의가 감탄했다.“아가씨, 그렇게 약을 마시니 몸이 걱정되오.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해독약을 먹으면 몸이 견딜 수 없을 것이오. 천천히 하시오.”서월은 몸이 불편한 것을 애써 참으며 독약과 해독약을 적는 붓을 내려놓지 않았다.“이 독은 강한 독은 아니지만 종류가 다양합니다. 증상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 제때 기록하지 않으면 해독약 약재를 놓쳐 해독약의 연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줄곧 독을 쓰던 터라 이미 습관 되었습니다. 괜찮습니다.”강여도 그 말을 듣고 감탄하며 방해하지 않으려 옆에서 조용히 바라보았다.-막사에서 부진환은 낙요의 서신을 받았다.편지에는 일상적인 문안도 있었고 대제사장이 알아낸 동하국의 위치와 지도도 첨부되어 있었다.편지를 다 읽자마자 강소풍이 빠르게 달려왔다.“태사! 방금 서신을 전하는 비둘기 한 마리를 쐈습니다!”강소풍은 감격에 겨워 전서를 들고 왔다.부진환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비둘기를 건네받았다. 역시 편지 하나가 있었다.편지
상황을 보고 고옥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바로 명을 내렸다.“공격하거라!”“어서 광풍이 몰아친 곳에서 벗어나거라!”고옥서는 비록 술법을 쓸 줄 모르지만, 알아본 적 있었다. 사람의 힘은 어디까지나 제한이 있으니, 비바람을 잠시 조종할 순 있어도 오랫동안 술법을 쓸 수 없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공격은 멈출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그다지 중시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이번에 배에 탄 사람이 두 배로 늘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동하국 배가 애써 광풍이 몰아치는 구역을 벗어나면 청주 배들이 다시 맹렬한 공격을 퍼부어 그들을 광풍 구역으로 들어가도록 통제했다.폭탄과 화살의 공격으로 여러 척의 배가 빠르게 파괴되었다.배가 부서지자 다들 저도 몰래 바다로 뛰어들어 살길을 도모하려 했다.하지만 바닥에 뛰어들자마자 바다가 빠르게 얼어붙기 시작했다.바다에 뛰어든 동하국 사람은 수면 위로 떠올라 숨을 쉬지 못해 바다에 빠져 죽고 말았다.그 모습을 보고 고옥서의 안색이 변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았다.“어찌...”제사장족 제자와 천궁도 제자의 호흡은 아주 잘 맞았다. 그들이 함께 힘을 쓰니, 그만큼 공격도 어마어마했다.다른 배들도 최선을 다해 그들이 타고 있는 기관선을 지켜주었다. 비록 적군의 공격을 받았지만 다치거나 죽은 자는 없었다. 그들은 빠르게 전술을 바꾸고 상황을 역전시켰다.부진환은 해안에 가까운 배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수시로 진형과 전술을 바꾸게 지휘했다.날이 어슴푸레 밝았을 때 동하국은 이미 공격을 버텨내지 못했다.바다 위에 울부짖는 소리가 가득했다.고옥서는 이렇게 지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부하가 철수해야 한다고 거듭 제안했지만, 고옥서는 주먹을 꽉 쥐고 이를 악물었다.“조금 더 버티거라. 그들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시간을 끌면 분명 우리가 이길 것이다!”하지만 날이 밝을 때까지 시간을 끌다 보니 동하국은 십여 척의 배를 잃었다. 배에 탄 사람들은 바다에 빠진 후 한 명
박가에서 사람을 데리고 기관선을 운전했다. 바닷가에 있던 투석차도 신속하게 반격을 시작했고 바다는 순식간에 포화가 끊이질 않았다.그러나 적군도 충분한 준비를 하고 기습했고 해상의 우세를 차지하여 공격과 동시에 물러설 수도 있어 전쟁은 한밤중까지 지속되었다.그들의 공격이 격하다 싶으면 적군은 빠르게 후퇴하고, 그들이 쫓아가지 않으면 적군은 신속하게 돌아와 그들을 공격했다.그렇게 끈질기게 공격을 반복했다.부진환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독이 이미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오. 대부분 병사는 중독된 상황이라 체력이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힘을 소진할 것이오.”부소는 고개를 끄덕이고 무거운 말투로 답했다.“이렇게 시간을 끌면 사상자만 늘어날 것이오.”지금 비와 함께 작은 눈까지 내리고 있어 뼛속까지 시리게 추웠다. 부진환은 눈을 가늘게 뜨고 곰곰이 생각하다 방법을 떠올렸다.“제사장족 제자들을 데리고 오시오.”곧 유생이 제자들을 데리고 왔다.“부 태사, 저희에게 임무를 내주려 하는 것입니까?”유생은 매우 흥분하여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부진환은 그들을 보았다. 다들 기대에 찬 눈빛을 하고 있었다.부진환이 물었다.“만약 바다로 가서 싸우게 한다면 할 수 있겠느냐?”다들 앞다투어 대답했다.“물론입니다!”“그럼요!”유생이 다급히 말했다.“얼마든지 명을 내려 주십시오!”부진환이 바다를 바라보며 말했다.“바다의 독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적군도 그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체력과 정력을 소진하려 하고 있다.”“천궁도 제자들과 함께 바다의 풍향을 조절하거라.”그 말을 듣고 유생이 바로 답했다.“문제없습니다. 어렵지 않습니다!”부진환이 고개를 끄덕였다.“좋다. 부소와 함께 배에 오르거라. 안전에 유의하거라. 박가의 기관선이 너희들을 지켜줄 것이다.”“될수록 적군의 배에 가까이했을 때 손을 쓰거라.”“예!”이내 유생과 낙현책 등이 부소를 따라 배에 올랐다.지금도 적들은 여유롭게 청주 병사들의
서월은 늘 이 점을 염려해 왔기에 단호하게 심면을 거절했고 청주에 남아 독을 없애는 것을 도우려 하지 않았다.그녀는 독을 없앤 후 심면이 여전히 그들을 죽이려 할까 봐 걱정되었다.하지만 오늘 부 태사를 만나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부 태사는 말을 번복하지 않을 것이다. 부 태사의 약속을 듣고 나니 그들은 마음이 놓였다.부모님 얘기를 꺼내니 심면의 눈빛이 어두워졌고 띠고 있던 미소도 점점 사라졌다.하지만 그녀는 화를 내지 않았다.“물론 원망스럽습니다. 당신들이 우리 부모님을 죽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두 사람을 산산조각 내고 싶었습니다.”“하지만 침착하게 생각해 보니 정말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은 당신들이 아닙니다.”“당신들이 우리 부모님을 죽이지 않았다면, 또 다른 자객이 그들을 죽이려 했을 것입니다.”“내가 미워해야 할 사람은 부모님을 죽이려 한 사람이지, 칼을 들고 앞장선 망나니가 아닙니다.”“두 사람의 실력이 뛰어난 것을 알고 있기에 이번 전쟁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죽이는 것보다 공을 세워 죄를 갚게 하는 것도 좋은 일 아닙니까?”“만약 나한테 빚진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최선을 다해 도와주십시오.”이 말을 듣고 심면의 심성에 서월과 엽순은 자괴감을 느꼈다.심지어 심면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았다.서월이 단호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꼭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맙구나.”이내 서월과 엽순은 방으로 돌아갔다.다음날 제사장족 제자들과 현학서원 학생들은 함께 바다로 향했다.엽순과 서월도 찾아왔다.바다의 상황을 알아내기 위해 각자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서월은 신의가 지내는 곳에 가서 함께 해독약을 만들었다.신의가 적은 기록을 본 후 서월은 어느 정도 마음속으로 추측하는 점이 생겼다.그녀는 주동적으로 제안을 했다.“중독돼 보려 합니다.”“독의 증상을 알아봐야 합니다.”신의는 의아했다.“직접 독을 시험하려는 것이오?”서월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해야지 무슨 독인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