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만족 여인은 힘이 장사였다. 그녀는 낙청연을 긴 창이 있는 쪽으로 힘껏 밀었다.낙청연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눈앞의 여인을 보니 미치기라도 한 건지 증오에 가득 차서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낙청연의 눈동자에 빛이 번뜩였다.그녀는 일부러 밀려나는 척하다가 등 뒤의 긴 창에 가까워지자 왼쪽으로 몸을 피했다.등 뒤의 긴 창이 허리를 스쳐 지나가면서 피가 흘렀다.긴 창은 파죽지세로 앞에 있던 만족 여인의 복부를 세게 찔렀다.“아!”극심한 통증에 만족 여인은 힘이 빠졌다.낙청연은 기세를 몰아 그녀를 밀친 뒤 공중에서 몸을 회전하며 돌려차기했고 만족 여인은 바닥에 세게 부딪쳤다.“청회(清懷) 군주!”혼란스러운 전장에서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낙청연은 곁눈질로 힐끗 바라보았다. 청회 군주라고?백만 혼령 대군의 공격하에 만족인들은 완전히 제압당했다.비록 혼령이 들고 있는 무기들은 적의 몸을 꿰뚫을 수 없었지만 이 전장에서 가장 부족하지 않은 것이 검을 든 병사였다.허공으로 날아오른 수많은 적군은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받아 단숨에 죽임당했다.이 때문에 질서정연한 만족 군대는 혼란에 빠졌다.그들은 이런 사악한 힘이 어디서 온 건지 알지 못했다. 그들은 완전히 제압당해 반격할 힘조차 없었고 심지어 적이 어디 있는지조차 보지 못한 채로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낙청연은 사람들을 데리고 투석차 두 대를 빼앗은 뒤 곧바로 아군 쪽으로 운반했다.청회 군주라 불린 사람은 중상을 입은 듯했고 전장 또한 혼란스러웠기에 만족은 퇴각 명령을 내린 뒤 황급히 도망쳤다.이것은 그들이 성을 지킨 이래 처음으로 적을 호되게 쳐부순 것이었다.만족이 처음으로 이토록 초라하게 도망치자 사람들은 사기가 한껏 올랐다.그들은 환호를 내지르며 투석차를 성안으로 옮겼다.“이번에 만족을 물리칠 수 있었던 건 신의 도움 때문인 것 같소. 난 그들이 어쩌다 혼란에 빠졌는지 보지 못했소.”“나도 보지 못했소. 참으로 신기하오!”“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오. 우리가 진짜 투석차
그것은 낙운희였다.그리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따라 내린 사람은 진천리였다.사람들은 그 광경을 본 순간 매우 놀랐다.“진 장군!”진천리의 모습을 보니 많은 고통을 겪은 듯했다.숨이 간당간당한 것이 아주 초췌한 얼굴이었다.“류 부장은?”진천리는 말에서 내린 뒤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가 맨 처음 물은 것은 다름 아닌 류 부장이었다.낙청연은 의아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왜 그를 묻는 것입니까?”“류 부장이 중요합니까?”진천리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당연히 중요하지. 난 그와 중대한 일을 논의해야 하오.”그의 대답에 낙청연은 의아함을 느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류 부장에게 따져 물으려는 것이 아니고요? 그자는 믿을 수 없는 사람입니다. 전쟁 중에 군심을 어지럽혀 제가 죽였습니다.”그 말에 진천리는 깜짝 놀랐다.“뭐라고? 그를 죽였다고?”“당신은 누구시오? 무슨 자격으로 내 부장을 죽인 것이오?”질문하는 진천리의 낯선 눈빛에 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옆에 있던 낙운희 또한 미간을 좁혔다.낙청연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진천리를 보았다.“절 알아보지 못하는 것입니까?”진천리는 살짝 당황하더니 무언가를 눈치챈 듯 곧바로 눈빛을 피하며 주제를 돌렸다.“만족의 이번 공세는 아주 맹렬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오래 버텼고 지원군도 없을 듯하다. 그러니 내일 아침 일찍 성문을 열고 투항해 성안의 백성을 지킬 것이다.”“이건 유일한 방법이다. 나도 어쩔 수 없이 이런 명령을 내리는 것이니 다들 이해해 주길 바란다.”진천리는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병사들은 미처 설명하지 못했다. 지원군이 왔고 백성들은 이미 이곳을 벗어났다는 걸 말이다.바로 다음 순간, 낙청연의 장검이 진천리의 목에 닿았다.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진천리 또한 경악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뭐 하는 짓이오?”낙청연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눈앞의 사람을 살펴봤다.“여봐라. 이자를 잡거라!”진천리가 즉시 명령을 내렸지만 사람들은 서로 시선을
“허 장군, 허 장군은 죽지 않았습니까?”허 장군?낙청연은 곧바로 그를 잡아 일으키며 물었다.“만족인이 아니란 말이오?”거짓말을 들킨 허 장군은 당황한 얼굴로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낙청연은 눈빛이 차가워지면서 그의 목을 있는 힘껏 잡았다.“진천리는 어디 있소!”허역(許易)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난 모르오.”“난 진짜 모르오.”낙청연은 그를 세게 바닥에 내동댕이친 뒤 손에 든 장검으로 가차 없이 그의 발목을 푹 찌른 뒤 힘줄을 잘랐다.“아!”처참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허역은 다리를 끌어안고 바닥을 나뒹굴었다.낙청연은 날카로운 말투로 그를 위협했다.“말하지 않는다면 손목의 힘줄도 끊을 것이오. 그래도 얘기하지 않는다면 두 다리와 두 팔을 잘라 몸통만 남길 것이오!”“그런 고통을 겪고 싶지 않다면 솔직히 얘기해야 할 것이오.”허역은 아파서 얼굴이 해쓱해졌고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진천리는 만족인의 손에 있소.”낙청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어디에 갇혀있는 것이오?”허역은 고개를 저었다.“그건 정말 모르오.”“한 달 전이었소. 우리는 만족인 무리를 뒤쫓고 있었고 그때 그와 신분을 뒤바꿨소.”“그는 만족에게 잡혀갔고 그의 생사는 나도 알지 못하오.”그 말에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한 달 전에 잡혀갔다고?낙운희 또한 경악했다.“내가 경도에서 온 뒤로 줄곧 몰래 보호했던 사람이 당신이라니!”그녀는 자신이 몰래 보호하던 진천리가 가짜라는 것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당신이 진천리를 팔아넘긴 것이오? 당신은 언제부터 만족인과 내통한 것이오?”낙청연이 서늘한 목소리로 위협했다.허역은 망설였다.어떤 얘기는 입 밖으로 내뱉으면 살길이 없어진다.낙청연은 그 점을 보아냈다. 그는 아마 오래전부터 엄씨 가문의 개가 됐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엄씨 가문의 명령에 따르고 있을 것이고 변방의 모든 것은 아마 오래전부터 계획된 일일 것이다.낙청연은 그의 멱살을 잡아 그를 바닥에서 끌어 올린 뒤 낙운
그리고 진씨 가문은 이 일에 연루되어 가문 전체가 몰살당할 것이다.“엄씨 가문이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것이오? 평녕성에 엄씨 가문의 첩자가 몇이나 있소?”허역은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낙청연이 그것까지 알아냈을 줄은 몰랐다.허역은 이를 악물었다.“당신이 죽인 류 부장.”“그리고 무진군의 시형.”“난 그 둘만 알고 있소. 나머지는 모르오.”낙청연은 덤덤히 말했다.“그 둘은 나도 알고 있소. 당신이 자백한 내용은 내게 아무런 가치도 없소.”“당신의 다른 쪽 발목의 힘줄을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군.”허역은 순간 식은땀이 흐르며 바짝 긴장했다.그는 다급히 말했다.“진천리는 살아있을 것이오! 당시 랑심 공주가 그를 잡았을 때 애틋한 말을 했었소. 진천리를 죽이는 것이 아까운 듯했소.”낙청연은 깜짝 놀랐다.랑심?“난 만족의 계획을 조금 알고 있소. 그들은 일부러 날 잡아 고문했소. 당신들이 날 구하길 바란 것이지. 그리고 나더러 류 부장과 협력해 성문을 열어 투항하게 만들라고 했소.”“날이 밝은 뒤 성문 위에 백기가 걸린 것을 보게 되면 그들은 평녕성을 점령하러 올 것이라고 했소.”“그런 뒤 무진군을 공격해 무진을 삼킨 뒤 파죽지세로 계산(稽山)까지 쳐들어갈 것이라고 했소. 그리고 계산까지 함락한다면 곧바로 경도까지 쳐들어갈 수 있다고 했소.”낙청연은 사색에 잠긴 얼굴로 유유히 말했다.“그러니 만족이 계산을 함락한다면 엄 태사는 섭정왕에게 병권을 내놓으라고 협박하겠군. 그런 뒤 직접 군대를 이끌고 만족의 침입을 막아내겠지.”“그때가 되면 만족은 군대를 철수할 것이고 엄 태사는 혁혁한 공로를 세워 병권을 내놓지 않아도 되겠군.”“그렇다면 엄씨 가문은 세력을 등에 업고 사람을 기만하고 온 천하를 제멋대로 주무르겠군!”게다가 낙청연은 진씨 가문과 사이가 좋았다. 진 태위가 줄곧 그녀를 며느리로 삼고 싶어 하며 그녀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한다는 건 다들 알고 있는 일이었다.그러니 진천리가 적과 내통해 나라를 배신했다는 누명을 쓰게 되
날이 밝자 성루에 백기 걸렸고 곧 만족의 군대가 도착했다.낙청연은 어두운 곳에 숨어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 군대를 이끄는 사람은 랑심과 랑목 두 사람이었다.“평녕성을 지휘하는 자는? 투항한다면 나와서 참배해야지 않느냐?”랑목이 우렁찬 목소리로 도도하게 말했다.성루의 병사가 말했다.“저희 류 부장은 이미 전사했습니다.”“저희가 성문을 열고 무기를 버린다면 저희를 죽이지 않겠다고 보장할 수 있습니까?”랑목은 웃었다.“당연하지. 성문을 열고 무기를 버린다면 죽이지 않겠다!”뒤이어 병사가 명령을 내렸다.“성문을 열거라!”성문이 천천히 열렸다.싸늘한 미소를 띤 랑목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데리고 말을 채찍질하며 성문으로 돌진했다.만족인들은 흥분한 목소리로 함성을 내질렀다.그들은 깃발을 흔들며 파죽지세로 평녕성 안으로 뛰어들었다.성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다들 검을 뽑아 들고 평녕성의 사람들을 전부 도살할 셈이었다.그런데 안으로 들어와 보니 거리에 사람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말을 멈춰 세운 랑목은 의심이 들었다.“이 성의 백성들은 전부 철수했고 병사들은 한 명도 남지 않은 것인가?”텅 빈 거리는 너무 괴상했고 성은 마치 죽음의 성 같았다.성안으로 쳐들어온 사람이 적지 않아 많은 인파가 몰렸다.대오가 줄줄이 멈췄고 누군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바닥의 이 축축한 것은 무엇입니까?”“술 냄새가 진동하는군요.”바로 그때 골목의 어두운 곳에서 술독 하나가 깨져 산산조각이 났고 그 소리에 말이 놀라 울부짖었다.곧이어 술독이 하나둘씩 던져져 소란스러워지며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바로 그때 낙청연이 몸을 일으키며 불화살을 쏘았다.불똥이 땅에 떨어지자 ‘화륵’하는 소리와 함께 주위가 삽시에 불바다로 변했다.“쏴라!”낙청연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량의 불화살이 쏘아졌고 순식간에 불이 크게 번졌다.“아! 매복이다! 매복이야!”만족인은 혼란에 빠졌고 불에 탄 사람들의 비명이 끊임없이 들려왔다.활활 타오르는 거센 불길에 말
낙청연은 살짝 놀랐다. 퇴각한다고?누군가 소리를 질렀다.“하지만 랑목 왕자가 아직 안에 있습니다.”그러나 랑심은 신경 쓰지 않고 사람들을 데리고 퇴각했다.랑심이 퇴각하면서 성안에 여유가 생겨 신속히 모든 적을 섬멸했다.“낙 낭자, 낭자의 거짓 투항은 정말 훌륭합니다!”“이번에 또 많은 무기를 수확할 수 있겠습니다.”낙청연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만족이 철수한 방향을 바라봤다. 불안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만족이 이리 쉽게 퇴각할 리 없다. 이렇게 그들을 함정에 빠뜨렸으니 분통을 참고 있을 것이다.”“명령을 내리겠다. 당장 무기들을 수집한 뒤 성루에 올라가 수비하라.”“알겠습니다.”곧이어 낙운희가 몸을 날려 성루에 올랐다.“랑목을 찾지 못했습니다.”“안에서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시체가 너무 많습니다.”낙청연은 덤덤히 말했다.“괜찮다. 잠시 뒤에 검사해도 늦지 않다.”“그것보다 랑심은... 일부러 랑목을 보내 죽게 만든 것 같구나.”돌격할 때 랑목이 병사들을 데리고 제일 먼저 성안으로 돌진했지만 랑심은 들어오지 않았다.분명 이상한 점을 눈치채고 함정일까 걱정되어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그녀는 랑목을 말리지 않았다.게다가 랑목이 성안에 갇혔을 때 병사들을 데리고 철수했다.사실 조금 전은 그들이 성을 공격하기에 좋은 시기였다.낙청연은 한바탕 싸울 준비를 했는데 랑심이 철수했다.“랑심과 랑목이 이복형제일 수도 있습니다.”낙운희가 사색에 잠겨 대답했다.“제가 진천리를 구하는 동안 만족은 비록 통일된 듯 보였지만 완벽히 같은 마음은 아닌 듯했습니다.”“한 부족의 왕이었던 자들이 랑씨 일족에 귀속되었으니 불만이 많고 각자 마음도 다를 것입니다.”낙청연은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가늘게 떴다.“만족 내부에도 싸움이 많은 듯하구나. 그것이 돌파구가 될 수도 있겠다.”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앞에서 만족 대군의 모습이 다시 나타났다.“역시나 다시 왔군요.”낙운희는 긴장한 얼굴로 재빨리 검을 움켜쥐었다.모두가 경계 태세
진천리!진천리였다!진천리가 얼마나 오래 끌려다녔는지는 알 수 없었다. 빠른 속도로 달리다 보니 몸이 위로 붕 떴다가 바닥에 심하게 부딪히기를 반복했다.그는 마치 나뭇잎처럼 이리저리 치이고 있었다.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성루에 있던 병사들은 깜짝 놀랐다.“저건 진 장군이 아닙니까?”말을 채찍질하며 달리던 사람은 랑심의 앞에 멈춰 섰고 말에서 내려 바닥에 있는 진천리를 잡아 일으키더니 그들을 도발했다.“보았소? 당신들의 통솔자요!”“당장 성문을 열어 투항하시오. 우리가 쳐들어가 성을 무너뜨린다면 당신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될 것이오!”랑심은 득의양양한 얼굴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낙청연을 보았다.“어떻소? 투항하겠소?”낙청연은 속으로 분개하며 이를 악물었다.랑심이 진천리를 남겨둔 건 이 순간을 위해서일 것이다.랑심은 낙청연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말에서 내려와 진천리의 등을 걷어차서 그를 바닥에 엎드리게 한 뒤 그의 어깨를 짓밟았다.그녀는 장검을 들어 진천리의 손가락을 겨누면서 가볍게 웃었다.“당신은 저자들의 통솔이오. 이럴 때 그들이 덜 고생하도록 날 도와 그들을 설득해야 하지 않겠소?”진천리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의 냉담한 눈빛을 보니 죽음이 전혀 두렵지 않은 듯했다.랑심은 살짝 화가 났는지 고개를 들어 낙청연을 쳐다보았다.“낙청연, 투항할 것이오?’“투항하지 않는다면 당신들의 통솔자를 평녕성 앞에서 갈기갈기 찢어 죽일 것이오!”그 말에 성루에 있던 병사들은 안절부절못했다.“진 장군!”낙청연은 몰래 낙운희가 건네준 활을 손에 꽉 쥐었고 낙운희와 시선을 주고받았다.그녀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진 장군은 굳센 기개를 가진 사람이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투항할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 때문에 투항하는 것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투항한다면 그는 자신이 천궐국의 죄인이 되었다고 미안함을 느낄 것이다.”진천리는 성루 위에 서 있는 낙청연을 쳐다보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다행히 왕비는
진천리에게 목이 졸린 채로 끌려가게 되자 두 사람의 몸이 빠른 속도로 추락했다.낙청연은 심장이 철렁했다. 이런 높이에서 떨어진다면 낙운희는 필시 죽을 것이다.낙청연은 다급히 소리를 질렀다.“철추!”낙운희가 막 땅에 떨어지려 할 때, 철추가 황급히 땅을 쳤다. 매우 강한 바람이 일면서 먼지가 엄청나게 휘몰아쳤다.그 힘으로 낙운희는 몸을 돌리며 바닥을 굴렀고 땅을 짚은 뒤 피를 토했다.낙운희는 입가에 묻은 피를 닦고는 고개를 들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진천리를 보았다. 진천리는 팔과 목에 아주 굵은 붉은 핏줄이 솟아 있었고 두 눈도 붉게 물들어 괴물처럼 변했다.“성을 공격하라!”랑심이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만족인은 우르르 몰려왔고 전투는 일촉즉발이었다.낙청연은 긴장한 얼굴로 성루를 지키고 있었고 아래에 있는 낙운희를 살필 겨를이 없었다.진천리는 실력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향상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는데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지 흉악한 얼굴로 낙운희를 향해 걸어갔다.철추가 손을 쓰려고 했지만 낙운희가 그를 말렸다.“그를 죽일 수는 없습니다!”그래서 그들은 피해야 했다.“진천리, 정신을 차리세요!”“당신은 평녕성 수비군의 통솔자입니다. 당신이 죽여야 할 사람은 적입니다. 아군에게 무기를 겨누지 마세요! 얼른 정신 차리세요!”낙운희는 진천리를 깨우려 했다.진천리가 다시 한번 공격하려 할 때, 그의 손이 멈췄고 잠깐 눈동자가 맑아졌다.진천리는 괴로운 얼굴로 머리를 부여잡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손을 보았다.“이럴 수가, 내가 왜 이러는...”“깨어나셨군요. 다행입니다. 저와 함께 가시지요. 낙청연에게 당신을 치료할 방법이 있을 겁니다.”낙운희는 기쁜 얼굴로 말했다.하지만 낙운희가 다가가 그를 데려가려 하자 진천리는 긴장한 얼굴로 뒤로 한 발 물러섰다.그는 경계하며 말했다.“아니, 오지 마시오.”조금 전 완전히 통제를 잃은 감각 때문에 그는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적의 손아귀에 들어가 고문당하는 것도, 죽임당하는 것도 두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