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의 모든 챕터: 챕터 631 - 챕터 640

3001 챕터

제631화

그 말에 낙청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너와 같이 입궁하도록 하마.”그 말이 진짜인지 거짓말인지는 몰랐다. 그녀는 류 태비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이다.하지만 궁에 있는 그분이 그녀를 괴롭히려 하니 언제가 됐든 입궁해 마주해야 했다.게다가 이번에 그녀를 찾은 건 태후가 아니었다.하지만 떠나기 전 낙청연은 지초에게 부진환이 돌아온다면 그녀가 류 태비를 만나기 위해 입궁했다고 그에게 알리라고 했다.곧이어 낙청연은 단희 고고를 따라 입궁했다.류 태비의 처소는 비교적 고요한 곳에 있었고 침궁 안도 아주 조용했다. 궁녀도 많지 않고 정원도 고즈넉했으며 침궁 내부는 단촐하고 소박하게 꾸며져 있었다.류 태비는 단아한 옷차림에 손에 염주를 들고 있었고 온몸에서 단향목 향기가 났다.그녀를 만나 보니 아주 너그럽고 다정하며 친절해 보였다.“왕비, 왔소?”낙청연이 예를 갖췄다.“태비 마마!”“내가 지내는 이곳에는 그렇게 많은 규칙이 필요치 않소. 앉으시오.”류 태비는 허세라고는 전혀 없이 부드러운 미소를 띠었다.류 태비는 태후보다 몇 살은 더 젊어 보였는데 기껏해야 서른 좀 넘는 나이인 듯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태비의 자리에 올랐다.서른이 좀 넘는 나이에 소박한 옷차림, 염주를 손에 들고 있고 부처를 믿는 사람이라고는 하나 자애로운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얼굴을 보면 온화해 보이나 눈빛에는 몰래 날을 숨기고 있었고 매섭게 올라간 눈썹이 그녀의 눈동자에 담긴 야심을 돋보이고 있었다.“때마침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어 먹을 것을 준비하라고 일렀소. 난 부처를 믿어 고기는 입에 대지 않으니 왕비도 조금 참아줘야 하겠소.”류 태비가 친절하게 웃어 보이며 말하자 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습니다.”궁녀가 차를 올리고 방 안에 낙청연과 류 태비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류 태비가 입을 뗐다.“왕비와 우리 7황자와는 어떤 사이인가?”우리 7황자?참으로 친근해 보이는 칭호였다.류 태비는 7황자를 돌봐준 은혜가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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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2화

류태비가 무릎을 꿇자 낙청연은 기겁하면서 얼른 그녀를 부축해 세웠다.“태비 마마, 이러시면 안 됩니다! 얼른 일어나세요!”류 태비는 그녀를 밀어내며 일어서지 않으려 했고 간절히 빌기 시작했다.“왕비, 내가 이렇게 부탁하오! 7황자가 저 모양이니 너무 걱정돼서 그러오! 7황자가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내가 마음 놓고 떠날 수 있을 것 같소!”그 말에 낙청연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마음 놓고 떠나다니요? 태비 마마께서는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류 태비는 고개를 숙이며 난감한 얼굴로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난 태비이지만 후궁에서 아무런 지위도 없소. 비록 나도 과거에는 태상황의 총애를 받는 비였으나 슬하에 자식이라고는 없으니 이 궁에서 생존하기는 어렵소. 난 부처를 믿소. 오랫동안 악몽에 시달렸는데 매일 경서를 읊어야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소. 그런데 요즘에는 점점 더 생기가 사라지는 듯하고, 언젠가는 잠에서 깨어나지 못할까 봐 두렵소. 난 7황자 때문에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소. 또 앞으로 7황자가 모비를 만나게 되면 고개를 들 수 없을까 걱정되오.”그 말에 낙청연은 흥미가 돋았다.그녀는 류 태비의 안색을 찬찬히 살폈다. 확실히 얼굴에 파란 기운이 덮여 있었는데 심각한 건 아니었다. 보통은 정신 상태가 양호하지 못하거나 몸이 좋지 못할 때 보이는 현상이었다.“어떤 악몽입니까?”류 태비는 고개를 저었다. 너무 괴로워 이야기를 꺼내기 싫은 듯 보였다.“그러면 제가 주위를 좀 둘러봐도 괜찮겠습니까?”낙청연이 물었다.“그러시오.”류 태비는 낙청연과 함께 침궁 주위를 맴돌았다.그곳에는 아주 큰 불당이 있었는데 침궁에서 가장 비싼 곳이기도 했다. 불상은 마치 금을 두른 듯 보였다.그외에도 침궁 전체가 썰렁한 것이 터는 넓고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나 안에 진열된 물건들은 아주 간소한 것들이었다.류 태비의 잠을 자는 방 안에도 불상과 향안(香案)이 있었고 방 안 내부에는 단향목 냄새가 가득했다.그 방안에서 낙청연은 아주 눈에 띄는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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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3화

“태비 마마, 이 불상을 복원하실 생각이십니까?”류 태비는 고개를 끄덕였다.“이 물건은 여기서 사라지면 안 되오. 그렇지 않으면 더 일찍 죽을 것이오.”낙청연은 눈을 가느스름하게 떴다. 더 일찍 죽다니?류 태비가 이렇게 무서워하다니, 태상황의 비인 그녀를 신분에서 찍어 누를 수 있는 건 태후뿐이었다!게다가 그 인형은 예전에 낙청연이 만났던 것과 아주 비슷했다.똑같은 수법인 걸 보니 아마 모두 태후의 짓인 듯했다.바로 그때, 단희 고고가 왔다.“태비 마마, 7황자께서 오셨습니다.”그 말에 두 사람은 모두 깜짝 놀랐다. 이런 우연이 있다니.류 태비는 얼른 물건을 정리한 뒤 급히 낙청연에게 말했다.“이 일은 7황자에게 알리지 말아주시오. 난 7황자가 걱정하는 걸 원하지 않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뒤이어 두 사람은 밖으로 나갔고 7황자가 손에 특별히 챙긴 선물을 들고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태비 마마, 몸은 어떻습니까?”류 태비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건강하오. 난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이렇게 자주 찾아오지 않아도 되고. 괜히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될 것이오.”부경리는 억울한 얼굴로 대답했다.“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데 자주 찾아온다니요? 오히려 자주 찾아오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데 말입니다. 제가 태비 마마를 뵈러 와서 남의 일을 방해 하는 것도 아닌데 누가 이러쿵저러쿵 떠든답니까?”그 말과 함께 부경리는 친절하게 류 태비의 팔을 부축했다.그들은 함께 안으로 들어섰고 류 태비는 기쁜 얼굴로 하인에게 음식을 내오라고 했다. 그녀는 부경리와 함께 식사하고 싶은 듯했다.잠시 얘기를 나누면서 낙청연은 부경리와 류 태비가 사이가 좋다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그의 일거수일투족에서 류 태비를 관심하는 것이 보였고 평소 빈둥거리는 모습은 없이 황자의 풍모가 보였다.그렇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류 태비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7황자, 온 지 한참은 됐는데 왜 형수님이랑 인사도 나누지 않는 것이오? 알고 지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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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4화

“셋째 형님이 가보라고 하셨습니다. 태후가 그대를 죽이려 하는데 태비 마마가 그대를 궁으로 불러들였으니 어쩌면 위험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형님께서 태비 마마를 찾아뵈려 했지만 태비 마마께서 놀라실까 봐 저더러 대신 오게 했습니다.”부경리는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낙청연은 살짝 놀랐다. 사실은 그였다니.“참, 예전에 7황자께서는 저에게 태비 마마에 관해 얘기한 적이 없습니다. 두 분은 대체 무슨 사이십니까?”낙청연이 화제를 전환했다.“그분은 제 어머니보다 많이 어리십니다. 제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태비 마마를 아주 많이 아꼈다고 합니다. 두 분은 자매와도 같은 사이셨다고 하더군요.”“제 어머니께서는 이궁의난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다른 이들은 모자가 함께 죽었는데 저희 집에서는 저희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저만 남았지요. 궁의 많은 사람이 저에게 불길하다고 손가락질했고 그로 인해 후궁의 비빈 중 저를 맡아서 기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아무도 없었지요.”부경리는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해주듯 가벼운 어투로 말했다. 그는 피식 소리 내어 웃었다.그 말에 낙청연은 깜짝 놀라더니 다급히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하며 주위에 누군가 그들의 대화를 들었는지 둘러봤다.“궁에서 이궁의난을 입 밖에 내다니, 살고 싶지 않은 것입니까?”낙청연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고 부경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씩 웃었다.“제가 말한 것은 제 신세이니, 의논하지 못할 건 없습니다.”“그렇게 두려우시다면 저와 함께 궁 밖에서 한잔하시렵니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출궁한 뒤 두 사람은 원래 부설루에 가려 했으나 가던 길에 취향거가 문을 열고 장사하자 낙청연은 부향거를 데리고 취향거로 향했다.취향거는 부진환이 사들인 곳이었고 사람들도 전부 믿음직스러운 사람들로 바꿨기에 그곳이 비교적 안전했다.음식이 나온 뒤 낙청연이 계속해 물었다.“아무도 7황자를 거두어들이려고 하지 않았는데 어쩌다가 태비 마마께서 당신을 도우신 겁니까?”부경리는 술을 마시면서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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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5화

“그래서 형님의 어머니도 나쁜 분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낙청연은 부경리의 위험한 발언을 듣자 머리가 지끈거렸다.“명군이라니요, 어찌 감히 그런 얘기를 하시는 겁니까?”누군가 들었다면 부진환이 불충하다고 소문이 났을 것이다.“그럼 아닙니까? 적어도 지금 그 용좌에 앉아있는 분보다는 훨씬 나았을 겁니다. 셋째 형님께서 계속 편의를 봐주지 않았다면 아마 오래전에 모후의 손에 꼭두각시처럼 놀아났을 겁니다.”태후의 얘기가 나오자 낙청연은 오늘 류 태비의 방에서 봤던 물건을 떠올렸다. 그녀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부경리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낙청연의 말을 듣자 부경리의 안색이 삽시에 달라졌고 술잔에 있던 술까지 흘러넘쳤다.“정말 해결된 겁니까?”부경리가 다급히 물었고 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해결됐습니다.”부경리는 무척이나 화가 나 보였다. 그는 주먹을 단단히 쥔 채로 탁자를 내리치며 말했다.“이번에는 해결해도 다음번에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요?”“태비 마마는 홀로 조용한 곳에서 지내고 계시고 그 누구의 앞길도 방해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왜 태비 마마를 죽이려 하는 걸까요?”한 번 화를 낸 부경리는 다시 침착해져서 말했다.“그러면 가끔 입궁해서 태비 마마를 살펴봐 주세요.”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사실 그 불상은 발각되지 않는다면 아무도 류 태비가 이미 그 일을 알아챘다는 걸 알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그녀를 죽이려는 시도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부경리는 술잔을 들어 단숨에 술을 삼키더니 말했다.“나온 지 꽤 된 것 같은데 제가 바래다드리겠습니다. 셋째 형님께서 걱정하실 것 같군요.”“저는 장락길로 가서 사람을 찾아 함께 술을 마셔야겠습니다.”낙청연이 대답하려던 순간 장락골목이라는 말이 나오자 그녀는 살짝 놀랐다.부경리는 그곳으로 가서 송천초를 찾으려는 것일까 아니면 저낙을 찾으려는 것일까?“장락길이요? 그곳에 신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낙청연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네, 다들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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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6화

낙청연은 긴장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심장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다.그녀와 부설은 같은 사람이었으니 당연히 닮은 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부경리가 눈치챈 건 아닐까?“어떤 점이 닮았습니까?”낙청연이 물었다.그러나 부경리의 이어진 말에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모두 가면을 쓰길 좋아하오.”낙청연은 살짝 놀라더니 이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전 얼굴에 흉터가 있어서 가면을 쓰는 겁니다.”“그렇군.”부경리는 그녀를 데리고 부설루로 향했다. 진 어멈의 대접 아래 그들은 좋은 자리를 차지했다.“자네는 아직 모르겠군. 이 부설루의 부설 낭자는 섭정왕의 왕비이오! 아쉽게도 자네는 그녀의 춤을 볼 기회가 없군. 셋째 형님은 내가 마치 도둑놈이라도 되는 것처럼 날 경계하니 자네는 더더욱 기회가 없겠소.”부경리는 그 말과 함께 술을 마셨다.낙청연은 작게 고개만 끄덕일 뿐, 대답하지는 않았다.부경리는 그녀에게 볼일이 있지 않은가? 왜 자꾸 질질 끄는지 알 수 없었다.“진짜 생각도 못 했소. 부설이 낙청연이었다니. 그녀는 이미 셋째 형님의 사람인데 말이오. 한때는 셋째 형님이 그녀와 혼인을 올리지 않으면 내가 그녀와 혼인을 올릴 것이라 마음먹었었는데 말이오. 쯧쯧, 두 부부가 얼마나 교활한지, 날 완전히 속였지 뭐요? 그래도 저 신산은 공정한 사람이오. 자, 한 잔 받으시오.”부경리는 그 말과 함께 술잔을 들었고 낙청연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전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괜찮소. 내가 마시는 걸 보기만 하시오.”부경리는 그 말과 함께 고개를 젖혀 술을 단번에 들이마셨다.낙청연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만약 부경리가 낙청연의 앞에서 그녀의 험담을 늘어놓았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랐다.하지만 그의 험담은 끝나지 않았다.그는 술을 마시며 말을 이어갔고 낙청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그녀의 동의하는 듯한 모습에 부경리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저 신산은 수도의 백성들에게 큰 명망을 얻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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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7화

송천초는 약재를 가지러 갔고 낙청연도 그녀를 따라갔다.그렇게 형제 두 사람은 정원에 남아 얘기를 나눴다.낙청연은 주방으로 향한 뒤 송천초의 옆에 앉아 그녀가 약을 달이는 걸 도와주며 말했다.“진소한이 많이 다친 것 같더구나.”송천초는 마음이 아픈 얼굴로 말했다.“여러 군데는 뼈가 보일 정도로 상처가 깊었습니다. 저에게 진귀한 약재가 많지 않았더라면 아마 이번에 그의 목숨을 구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당시 상황을 되돌이켜보면 등허리가 서늘했다.낙청연은 미간을 잔뜩 구긴 채로 말했다.“사군은 널 보호하는데 진소한을 보호하지는 않는구나. 진소한을 돌려보내는 건 어떻겠느냐? 그는 세자이니 굳이 그를 쫓아가 죽이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너도 왕부로 이사해 나와 같이 지내면 사군을 두려워할 일도 없고 말이다.”진소한이 처음부터 존재한 건 송천초가 사군을 두려워하기 때문이었다.진소한이 없다면 사군은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송천초에게 가까이하려 할 것이나 그러면 송천초가 아주 큰 두려움을 겪을 게 분명했다.그러나 송천초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고 웃으며 말했다.“그는 가지 않을 것입니다. 어려움 속에서 진짜 정을 보아낼 수 있다고 하지요. 전 이미 그를 떠날 수 없습니다.”송천초의 미소는 달았다.낙청연은 살짝 놀랐다. 그녀는 송천초가 진짜 진소한에게 마음이 있음을 보아냈다. 송천초는 그를 아주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왕부에서 그대의 처지가 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낙월영이 아직 살아있습니다. 그녀의 존재는 그대와 왕야 사이의 가시가 될 겁니다. 제가 필요하다고 하면 주저하지 않고 도울 것입니다. 하지만 평소에는 굳이 폐를 끼치고 싶지 않습니다. 저와 사군은 묶여있고 이것은 제 운명입니다. 저 스스로 두려움을 극복해야지요. 아무도 절 평생 도울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그가 가르쳐준 것입니다.”송천초는 그 말을 하면서 상처를 입었음에도 정원에서 미소 띤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내를 보았다.낙청연은 송천초의 눈빛에 빛이 가득한 걸 보아냈다.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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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8화

부진환이 위엄 넘치는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있었다.그의 차가운 표정과 눈빛은 마치 칼을 품은 듯했다.낙청연은 방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만 개의 화살이 그녀의 심장을 찔러 차가운 바람이 그녀의 몸에 난 구멍을 뚫고 지나간 듯이 몸 전체가 오싹해졌다.“왕... 왕야가 왜 여기 앉아 계시는 겁니까? 깜짝 놀랐습니다.”낙청연은 확실히 깜짝 놀랐다.부진환은 살짝 화가 난 듯한 얼굴로 표정을 굳힌 채로 그녀를 추궁했다.“어디서 뭘 하고 있었던 것이냐? 부경리가 널 왕부까지 데려다줬는데 그새 또 몰래 나가다니? 왕부에서 널 찾으려고 출동한 사람이 얼마인지 아느냐?”오늘 낙청연이 궁에서 돌아왔을 때 그는 서방에 있었다. 그는 일을 마친 뒤 류 태비가 그녀를 왜 찾았는지를 물으려고 했는데 그녀를 찾아가 보니 왕부에 없었다.하인에게 물어보니 혼자 나갔다는 말에 부진환은 화가 나서 저녁도 먹지 못하고 그곳에 앉아 계속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절 찾았다고요?”예전에는 그녀에게 관심이 없었으면서 말이다.며칠 동안 왕부에 오지 않아도 어디에 갔었는지 묻는 사람이 없었고 돌아올 때마다 그녀의 몸을 걱정하고, 혹시나 밖에서 무슨 일을 당한 건 아닌지 걱정하는 건 지초와 등 어멈뿐이었다. 그녀는 몰래 왕부를 빠져나가는 게 습관이 되었고 혼자 나가는 것도 익숙했다. 그런데 오늘 부진환이 이렇게 큰 소동을 일으키며 그녀를 찾으려 할 줄은 몰랐다.“전...”낙청연이 해명하려 했으나 부진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널 죽이려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모르는 것이냐? 그런데 밖에 몰래 나가다니? 왕비가 갖춰야 할 모습은 전혀 없구나!”낙청연은 불만스레 대꾸했다.“지금 저한테 제대로 된 왕비의 모습을 갖추라는 것은 좀 늦지 않았습니까? 전 줄곧 이랬습니다. 그건 왕야께서 제일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그 말에 부진환은 말문이 막혀 반박할 수 없었다.“낙청연, 넌 아직 금족 중이다. 지금부터 넌 처소에서 반 발짝도 못 나간다. 그렇지 않으면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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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9화

부진환도 그곳에 있었기에 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그의 뜻을 물었다.금서는 웃어 보였다.“왕야께서 동행하고 싶으시다면 그래도 됩니다.”부진환은 덤덤히 대꾸했다.“그럼 가지.”그렇게 부진환과 낙청연은 금서를 따라 궁으로 향했고 수희궁에 도착했다.전각 안에는 차와 간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태후는 오늘 소탈한 차림이었는데 일거수일투족에서 위엄이 흘러넘쳤다.“부부 두 사람이 함께 이곳에 오는 건 드문 일이구나. 다들 편히 있거라.”두 사람이 자리에 앉았다.태후는 곧장 낙청연에게 물었다.“청연아, 내가 저번에 너에게 주었던 약을 왕야에게 먹였느냐?”부진환은 어두워진 눈빛으로 시선을 들어 낙청연을 바라보았다.낙청연은 미간을 구긴 채로 태후를 보고 있었는데 태후의 자애로운 미소를 보니 다른 속셈이 있는 듯했다.“약이라니요? 무슨 말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낙청연은 정중하게 대답했다.“너도 참, 이렇게 중요한 일을 잊다니. 그럼 한 가지 물으마. 두 사람 요즘에...”태후는 그 말과 함께 부진환을 힐끗 쳐다보고는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환아, 넌 밖에 나가서 좀 걷고 있거라. 여인들끼리 나눠야 할 이야기가 있다.”부진환은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몸을 일으켜 자리를 떴고 낙청연은 깜짝 놀라며 저도 모르게 부진환을 불러 세우려 했다.부진환이 떠난다면 이 능구렁이의 구역에서 전혀 안전감이 없었다.부진환이 막 밖으로 나가자 태후는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청연아, 아직 손을 쓰지 않은 것이냐?”손힘이 얼마나 억센지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었다. 심지어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에서는 살기가 느껴졌다.낙청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다.“전 태후 마마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태후는 그녀를 놓아주는 대신에 몸을 기울이며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더없이 날카로운 눈빛과 그녀의 얼굴이 천천히 낙청연에게 가까워졌고 두 사람은 거의 붙을 듯했다.“청연아, 내가 약조했던 일은 꼭 지키마! 네가 손을 쓴다면 네가 뭘 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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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0화

낙청연은 있는 힘껏 반항하며 두 궁녀에게서 벗어나더니 손을 들어 금서를 힘껏 밀쳤다.낙청연은 현재 상처가 다 나은 상태라 궁녀들은 그녀를 말릴 수 없었다.약 그릇이 바닥에 떨어졌고 낙청연은 입 안의 탕약을 뱉어냈다.약에는 독이 없었으나 아주 자극적이었고 탕약이 코안으로 들어가서 코안이 뜨거웠다. 그리고 뜨거운 무언가가 천천히 흘러내렸다.금서는 다시 일어나 낙청연을 잡으려 했다.바로 그때, 누군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금서의 손을 덥석 잡더니 그녀를 힘껏 밀쳤다.금서는 눈앞의 사람을 보고는 당황한 표정으로 물러섰다.살기가 가득한 부진환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태후를 직시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질문했다.“태후 마마께서는 일부러 절 밖에 나가게 하셨지요. 이번에는 또 낙청연에게 무슨 짓을 하려 한 겁니까?”태후는 당황한 기색은 전혀 없이 태연한 얼굴로 덤덤히 대꾸했다.“난 그저 왕비가 하루빨리 아이를 가지길 바랄 뿐이다. 왕비가 얌전히 약을 마시려 하지 않으니 이런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부진환은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이건 저희 부부의 일이니 태후 마마께서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태후의 표정이 순식간에 심각해졌다.“너희의 일이라니? 너희는 황가의 사람이다. 그러니 이것은 황족의 일이지! 혼인을 올린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아직 아이를 낳지 않았으니 이는 황실 선조에 대한 불효다!”부진환의 미간에 서늘한 기색이 어렸다. 그는 약간의 위협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어떤 이유에서든 다음번에 태후 마마께서 다시 한번 낙청연에게 약을 들이붓거나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것을 먹이려 한다면 절대 가만있지 않겠습니다!”말을 마친 뒤 부진환은 곧장 낙청연의 손을 잡고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낙청연은 그에게 끌려 밖으로 달려 나가면서 다른 한 손으로 끝없이 코피를 닦았다.수희궁을 나온 뒤 부진환이 고개를 돌려봤을 때 낙청연의 반쪽 얼굴은 피범벅이었고 그는 깜짝 놀랐다.“왜 그런 것이냐?”그는 다급히 손수건을 꺼내 낙청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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