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Chapter 1721 - Chapter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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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1화

나침반이 없으니 자꾸 불안했다.아주 정당한 명분 하나가 모자란 듯하니 말이다.나침반이 없다면 어떤 방법으로 대제사장이 되어야 한단 말인가?황후와 공주는 언급하지 않고 황제도 더는 대제사장을 선발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마치 그 자리가 필요 없어진 것처럼 말이다.우유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어야 할 듯했다.밤이 되고 우유는 방 안에서 어떻게 부진환을 구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그러다 갑자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낙정이 들어왔다.“시간이 많이 늦었는데 아직도 자지 않은 거니?”낙정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너도 아직 자지 않았으면서. 이렇게 늦은 시간에 날 찾아오다니, 무슨 일이냐?”낙정은 자리에 앉은 뒤 촛불을 향해 손을 뻗어 얼어서 뻣뻣해진 손을 녹였다.“이렇게 추운 날에 불을 피우지 않는다니, 여기엔 숯이 없는 것이냐?”낙정은 방구석에 있는 난로를 보았다. 그 옆에 숯 한 광주리가 놓여 있었다.우유는 덤덤히 말했다.“습관이 돼서 춥지 않다.”스승님이 계시지 않을 때 우유는 제사 일족에서 존재감이 없었고 누구도 그녀가 죽든살든 신경 쓰지 않았다.매년 겨울 나눠주는 숯은 도둑맞거나 빼앗기기 일쑤였다.그래서 그녀는 이런 겨울에 익숙해져 있었다.“무슨 일인지 말하거라. 얼른 말하고 얼른 돌아가. 내가 있는 이곳은 춥다.”낙정은 결국 입을 열었다.“사실 너에게 묻고 싶었다. 낙청연은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의 지지를 얻은 것이냐?”낙정은 낙청연보다 실력이 많이 뒤떨어진 건 아니었다.게다가 그녀는 원래 제사 일족이었고 당연히 낙청연보다 유명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낙청연을 지지하면서 그녀는 지지하지 않는 걸까?우유는 살짝 놀랐다.그녀의 눈빛이 순간 반짝였다.“낙청연은 처음 여국에 왔을 때 노예영에 있는 10대 악인을 복종시켰다.”“그때 낙청연의 이름이 도성 널리 퍼졌다.”“다들 낙청연의 실력에 탄복했지.”“만약 너도 도성 사람들에게 네 이름을 알리고 싶다면 따라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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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2화

말을 마친 뒤 낙정은 우유의 어깨를 두드렸다.“고맙다.”“내가 대제사장이 된다면 널 잘 챙겨주마.”말을 마친 뒤 낙정은 일어나서 부랴부랴 떠났다.우유는 낙정이 어떤 방법으로 고묘묘가 승낙하게 만들지 알지 못했지만 내심 흥분됐다. 만약 부진환이 정말 출궁하여 노예영에 가게 된다면 그를 구할 기회가 생길 수 있었다.낙정이 떠나자 우유는 곧바로 망토를 쓰고 몰래 궁을 떠나 객잔으로 향했다.우유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다급히 입을 열었다.“기회가 왔습니다!”“부진환이 노예영에 갇힐지도 모릅니다.”“사람은 충분합니까? 저희는 미리 매복한 뒤 방법을 생각해 노예영에 들어가야 합니다.”“때가 되면 안팎에서 서로 호응하여 부진환을 데리고 바로 떠나야 합니다. 그리고 전 제사 일족으로 잠시 돌아가야 합니다. 저는 노출되면 안 되니 여러분께 맡기겠습니다.”노출된다면 더는 낙정에게 접근할 수 없으니 낙청연의 복수를 할 수 없었다.구십칠은 고개를 끄덕인 뒤 생각에 잠겨 말했다.“노예영에 진법이 있는데 만약 우리가 그 진법을 파괴한다면 잠시 시간을 끌 수 있겠지?”우유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전 진법을 파괴할 수 있습니다.”“하지만 낙정도 있고 그녀도 진법에 관해 알고 있으니 시간을 그리 오래 끌지는 못할 겁니다.”구십칠은 고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소. 남은 건 우리에게 맡기시오.”곧 우유는 객잔을 떠나 제사 일족으로 돌아갔다.구십칠과 주락 2인은 진지하게 계획을 짜기 시작했고 지도를 그렸다.그들은 날이 밝기 전에 노예영 근처에 사람을 보낼 생각이었다. 만약 부진환이 노예영에 가게 된다면 그들은 곧바로 행동을 취할 예정이었다.-고묘묘의 침궁.마당에서 괴로움에 울부짖는 백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그만! 그만하시오!”방 안에서 부진환은 의자에 묶인 채로 신발과 양말이 벗겨졌고, 발바닥에 액체를 발랐다.고묘묘는 주머니 안에서 뱀과 전갈을 풀어놓았다.그것들은 바닥을 기어다니다가 부진환에게 달려들어 그의 발을 물었다.부진환은 극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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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3화

”아직 끝나지 않았소.”“이것이 무엇인지 보시오.”고묘묘는 술주전자를 흔들더니 뚜껑을 열고 부진환에게 술주전자 안의 냄새를 맡게 했다.그것은 평범한 술이 아니었다.“이건 내가 직접 사람을 시켜 찾게 한 연정주(燃情酒)요. 한 잔만으로도 사람을 황홀경에 빠뜨린다고 하지.”“난 당신에게 한 주전자를 다 먹여 어떤 효과가 있을지 볼 것이오.”“미쳐버릴까, 아니면 발산하지 못해 괴로워하다가 죽을까?”이 술의 효과는 내일까지 지속될 것이오. 난 사람을 시켜 당신의 모든 반응을 시시각각 기록할 것이오.”“책자에 적어 당신이 정신을 차렸을 때 당신에게 보여줄 것이오.”“그러면 당신은 알게 되겠지. 본인이 존엄이라고는 없는 짐승 같았다는 걸.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것인지, 차라리 일찌감치 내게 복종하고 고생을 덜 하는 것이 낫지 않겠소?”그녀의 음산한 말에 문밖에 있던 백서는 온몸이 경직됐다.어떻게 이렇게 악랄할 수가!이럴 줄 알았다면 당시 부진환이 죽는 게 더 좋은 결과일지도 몰랐다.고묘묘는 손을 들어 부진환의 턱을 쥐고 그에게 약을 먹이려 했다.바로 그때 호위가 갑자기 문밖에 나타났다.“공주마마, 제사 일족의 낙정이 찾아왔습니다. 아주 중요한 일이 있어 공주마마를 뵙고 싶다고 합니다.”“무슨 일이길래 한밤중에 찾아온 것이지?”고묘묘는 술주전자를 내려놓고 낙정을 만나러 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전각 안, 고묘묘는 자리에 앉은 뒤 다리를 꼬았다.“이렇게 늦은 시각에 왜 날 찾아온 것이오?”낙정은 본론을 얘기했다.“공주마마와 거래를 하나 하고 싶습니다.”고묘묘는 코웃음을 쳤다.“대제사장의 자리를 위해서겠지.”낙정이 대제사장의 자리를 위해 찾아온 건 뻔한 일이었다.낙정은 부인하지 않고 곧바로 대답했다.“공주마마께서는 전에 서혼진과 어혼곡을 원하셨죠. 전 그것들을 공주마마께 드릴 수 있습니다. 공주마마께서 할 수 있을 때까지 말입니다.”고묘묘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녀는 그 조건이 마음에 들었다.만약 부진환이 정말 죽기 직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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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4화

다음 날, 고묘묘는 황제 앞에서 대제사장의 일을 언급하며 낙정을 추천했다.황제는 잠깐 고민했다.“낙정이라? 짐이 기억하길 그녀는 낙요의 사형제였다.”“당시 대제사장을 선발할 때 낙요가 뽑혔고 낙정은 후보에 오른 적도 없지. 실력이...”황제가 의심스러운 말투로 말했다.고묘묘가 말했다.“낙정의 실력은 낙요보다 못하지만 그래도 강합니다. 적어도 지금 제사 일족 중에서는 가장 강한 편이지요.”“낙청연이 죽은 뒤 만족 왕자는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만족 왕자는 여국을 떠났을 가능성이 큽니다.”“그가 자신의 누이를 위해 복수하려 한다면 저희에게 불리할 수 있습니다. 비록 저희 여국은 만족과 싸우는 것이 두렵지 않지만 대제사장이 있다면 조금 더 안전하고 확실할 듯합니다.”황제는 이미 그 일을 고려했다.하지만 그가 줄곧 대제사장의 일을 거론하지 않은 건, 대제사장이라는 자리가 무척이나 특별하고 수많은 사람이 그 자리를 탐냈기 때문이다.그래서 취혼산 시합 때 전멸하게 되며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그래서 황제는 대제사장의 자리 때문에 다툼이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그 자리를 잠시 비워둘 생각이었다.고묘묘가 다시 설득했다.“부황, 부황께서는 모르시겠지만 지금 궁 밖에서 많은 백성들이 의논이 분분합니다. 여국에 오랫동안 새로운 대제사장이 없어 대흉의 징조라고 추측하고 있지요.”“만약 소문이 퍼진다면 사람들은 공황에 빠질 것입니다.”황제는 그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더니 곧바로 물었다.“낙정이 다른 이들보다 뛰어난 점이 뭐가 있느냐?”고묘묘가 말했다.“낙정을 노예영에 보내는 건 어떻습니까? 제가 마침 적국의 왕야를 잡았는데 아주 강골입니다.”“만약 낙정이 그를 길들일 수 있다면 낙정의 실력으로 대제사장이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그 말에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것도 괜찮구나.”“그러면 허락하겠다.”“천궐국 섭정왕을 길들일 수 있다면 짐은 낙정을 대제사장으로 봉하겠다!”고묘묘는 곧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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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5화

낙정과 고묘묘는 부진환이 갇힌 마당 밖에 도착했다.고묘묘가 덤덤히 말했다.“내가 잠시 뒤 그에게 약을 먹여 반항할 힘이 없게 만들 것이오. 그 뒤에 그를 데리고 나가면 일이 성사될 것이오.”고묘묘는 그렇게 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낙정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제겐 저만의 방법이 있습니다.”고묘묘는 약간 의아해하며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너무 자만하지 마시오. 나조차 그를 길들이지 못했소.”“오늘 안에 그를 길들일 생각은 맞소?”낙정은 너무 거만했다.그러나 낙정은 자신만만하게 대꾸했다.“걱정하지 마시지요.”“저 혼자 들어가면 됩니다.”말을 마친 뒤 낙정은 마당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부진환은 사슬에 두 손과 두 발이 묶인 채 시체처럼 바닥에 누워있었다.낙정은 천천히 다가가 허리를 숙이고 그를 바라봤다.“왕야, 오랜만입니다.”부진환의 눈빛은 고인 물처럼 파문 하나 없었다. 그러나 눈앞의 사람을 보았을 때 그의 눈동자에 마침내 파문이 일었다.낙정이 죽지 않았다니?“제가 왜 죽지 않은 건지 놀라운가 봅니다.”“제가 어떻게 그렇게 쉽게 죽겠습니까?”“그러고 보면 왕야께서 기회를 주신 덕입니다. 전 죽은 척하여 도망쳤지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어떻게 당신들이 무방비한 틈을 타서 낙청연을 해칠 수 있었겠습니까?”“지금 왕야께서는 이 꼴이 되었으니 제가 왕야를 도와 이 고난에서 벗어나게 해줄까요?”“하지만 그 전에 왕야께서는 협조를 해주셔야겠습니다.”“비록 왕야의 협조가 없어도 되지만 전 저희의 마지막 만남이 피를 보지 않는 평온한 만남이길 바랍니다.”“왕야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바로 그때 밖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곧이어 문이 열리고 제사 일족 사람들이 도착했다.많은 사람이 마당 안으로 들어왔다. 제사 일족 사람을 제외하고 황제 곁의 태감, 조정의 일부 대신들도 있었다. 그들의 기세에 낙정은 의아해졌다.고묘묘 또한 곤혹스러웠다. 그녀는 우유를 잡고 물었다.“제사 일족을 부른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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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6화

흰색 두봉을 몸에 걸치고, 면사포로 얼굴을 가린 여인이 서서히 걸어왔다.그 위풍당당한 기세는, 보기만 해도 사람을 두렵게 했다.뭇사람은 이 여인의 정체가 몹시 궁금했다.낙정은 미간을 찡그리고, 가까이 다가온 사람을 훑어보았다. “누구신데, 제사 일족 일에, 끼어드는 거요?”낙요는 서늘하게 웃더니 다소 위압감 있게 말했다. “나도 제사 일족 사람인데, 어찌 말을 못 한단 말이냐?”뭇사람은 깜짝 놀랐다. 이 사람이 제사 일족이라고?누구인가?사람들은 왠지 이 여인에게 낯설고도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제사 일족 사람이라고? 그런데 나는 왜 당신을 본 적이 없을까?” 낙정은 냉소했다. 이젠 아무나 감히 제사 일족이라고 사칭한다.하지만 낙요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냉랭하게 말했다. “제사 일족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데, 네가 나를 몰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본론으로 돌아가서, 제사 일족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있지만, 죄인은 단 한 명뿐이다. 만약 너의 가혹한 형벌에 굴복한다면, 그건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닌가?”“제사 일족 사람이라면, 당연히 대뢰에서 쓰는 그런 형벌을 쓰면 안 된다. 그럼, 제사가 왜 필요 하겠느냐? 차라리 대뢰에서 고문에 능한 사람에게 죄인을 길들이는 임무를 주어, 목적을 이루게 하면 그만이다.”낙요의 태도는 다소 도도했고, 어투는 날카로웠으며, 듣기에 매우 불쾌했다.그러나 그녀가 한 모든 말은 모두 정확했기에, 부인할 수 없었다.이때, 이 공공이 입을 열었다. “이 말은 일리가 있소. 제사 일족은, 당연히 제사 일족의 방법을 사용해야 마땅하오.”“가혹한 형벌을 사용하지 않고 이 사람을 길들이는 자가, 승자요!”“어떠하오?”이 말을 들은, 낙정은 저도 몰래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몹시 걱정됐다. 이 신비한 여인은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틀림없이 그녀와 대제사장 자리를 뺏으러 온 것일 것이다!낙정은 즉시 반박했다. “동의합니다. 하지만 이 여인은 신분이 불명확하니, 참석할 자격이 없습니다!”낙요는 담담하게 웃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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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7화

낙요?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 분명 낙요 두 글자였다!청연이 예전에 그에게 말한 적 있다. 그녀는 낙요이고, 여국의 대제사장 낙요라고 했다!그녀가 돌아온 건가? 청연이 돌아온 건가?부진환은 눈 속의 격한 감정을 억누르고 면사포를 쓴 그 여인을 바라보았다.바로 그 순간, 낙요도 그를 쳐다보았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마음속에 왠지 모를 이상한 느낌이 몰려왔다.낙요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그 사내의 시선과 마주했다. 마치 사납고, 영원히 굴복을 모르는 도도한 맹수의 눈빛을 보는 것 같았다.그 순간, 낙요는 그를 굴복시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거라는 걸 느꼈다.낙요는 부진환을 굴복시킬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이때, 낙정이 기어 일어나 천천히 걸어오더니, 흉악한 눈빛으로 낙요를 째려보며 말했다. “당신은 제사 일족 사람이 아니오!”“감히 제사 일족을 사칭하고, 나를 다치게 하다니! 여봐라, 저 여인을 잡아라!”제사 일족 사람들이 분분히 움직이려고 했다.바로 이때, 줄곧 땅에 누워 죽기를 기다리던 부진환이 기어 일어났다.그의 사지는 묵직한 쇠사슬을 끌고 있었고, 온통 피범벅이 된 발바닥으로 눈밭을 밟고 있었으며, 그저 보고만 있어도 그의 통증이 느껴졌다.하지만 그는 등을 꼿꼿이 펴고, 이토록 초라한 순간에도 여전히 기개가 도도했으며, 감히 경시할 수 없었다.그의 움직임 소리는 뭇사람의 주목을 끌었다.이어서, 뭇사람을 놀라게 한 광경이 벌어졌다.기개가 도도하고, 영원히 굴복을 모르는 사내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그는 낙요를 향해, 무겁게 무릎을 꿇었다.뭇사람은 대경실색했다.낙정은 놀라더니 다급히 입을 열었다. “부진환, 방향이 틀렸소!”분명 부진환을 통제하는 건 그녀인데, 왜 부진환은 이 여인에게 무릎을 꿇었을까?낙요의 동공이 흔들리더니, 순간 흠칫 놀랐다.자기 앞에 무릎 꿇은 이 사내를 보며, 저도 몰래 미간을 찌푸렸다.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고묘묘의 두 눈은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온갖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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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8화

낙요는 두 걸음 뒤로 물러나, 몸을 가누었다.면사포가 벗겨지는 그 순간, 얼굴이 사람들의 시선에 드러났다.어둡고 서릿발이 흩날리는 천지에, 갑자기 일말의 색채가 더해졌다.뭇사람은 순간 두 눈을 번쩍 떴다.요염하고 매혹적인 얼굴, 혼을 쏙 빼먹는 아름다운 눈동자, 귀밑머리가 찬바람에 날리는 것마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그런데 모든 사람은 한기를 들이마셨다. 그 얼굴, 결코 낯설지 않았다.“낙요?” 우유가 놀라서 소리를 냈다.오직 우유가 소리쳤을 뿐, 다른 사람들은 놀라서 멍해졌다.부진환은 눈앞의 그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두 눈엔 온통 감동과 설렘으로 가득했다.정말 낙요인가?청연인가! 그녀가 돌아온 것인가!면사포도 이미 벗겨졌고, 신분도 이미 사람들에게 들키자, 낙요는 입꼬리를 올리며 매혹적인 웃음을 지었다.“낙요? 오랫동안 보지 못했더니, 호칭까지 바뀐 것이냐?”그녀의 웃음은 약간 위압감을 지녔다.제사 일족 사람들은 즉시 일제히 무릎을 꿇으며,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대제사장님!”그 사람을 소름 돋게 하는 위압감을 그들은 더없이 익숙했다.일빈일소, 눈짓 하나, 말하는 어투까지, 모두 똑같았다.문득 무수한 사람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기억을 끌어올렸다!정말 낙요가 돌아왔다!낙정과 고묘묘는 석상처럼 제자리에 굳어버렸다.낙정은 긴장해서 침을 꿀꺽 삼키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제발 이 모든 것이 꿈이길 바랄 뿐이었다.심지어 누군가 계략으로 그를 모함하고 있는 거로 의심했다.그렇지 않으면, 죽은 사람이 어떻게 부활할 수 있단 말인가?이 공공도 한참 동안 멍해 있더니, 제사 일족 사람들의 대제사장을 부리는 소리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다급히 입을 열었다. “정말 대제사장께서 돌아왔단 말이오?”“대제사장께선 그때……”이 공공의 어투는 단번에 확 변했다.더없이 공손하게 변했다.“말하자면 길지만, 이미 다 지나간 일이오. 내가 지금 예전의 신분을 믿고 특권을 얻은 건 같지 않은데? 이 공공의 말대로,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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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9화

고묘묘가 방심했다!그녀는 몹시 후회됐다.낙청연이 죽었으니, 시간이 지나면 침서는 자연스럽게 낙청연을 잊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가 뒤에서 남몰래 다른 짓을 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리고 오늘, 정정당당하게 대제사장 자리까지 빼앗아 갔다.이 여인은 낙요와 똑같게 생겼고, 오늘 또한 부진환까지 길들였다. 그러니 그녀가 대제사장이 되는 건, 그 누구도 의견이 없다.이 일은 이미 만회할 여지가 없다.찰싹-뺨을 때리는 우렁찬 소리가 바람 소리를 잠재웠다.뺨을 한 대 맞은 고묘묘는 입가에 핏자국이 배어 나왔다.낙요의 눈빛은 날카로웠다. “한 번만 더 천박한 계집이라고 해보거라?”“네 입을 찢어 확 버리고 말 테다.”낙요는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그 말은 그토록 섬뜩했으며, 등골이 오싹했다.다른 사람들도 모두 경악했다.이처럼 박력 있고, 담력 있는 사람이 낙요가 아니면 누구겠는가!누구도 감히 이러지 못한다!고묘묘는 뺨을 감싸고,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녀를 더욱 화나고 억장이 무너지게 하는 건, 그녀가 깊이 사랑하고 있는 그 남자가, 그녀가 맞고 있는 걸 보면서도, 옆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는 거였다.그는 웃음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때린 그 천박한 계집을 바라보고 있었다.두 눈엔 온통 애틋함과 부드러움으로 가득했고, 좋아하는 마음도 전혀 숨기지 않았으며, 눈빛은 정열로 끓어올랐다.침서는 심지어 이 여인이 그녀를 때리는 것도 매우 즐겼다!고묘묘는 화가 나서 오장육부가 곧 터질 것만 같았다.갑자기, 선혈을 한 모금 내뿜더니, 땅바닥에 무릎을 털썩 꿇고 주저앉았다.선혈은 눈밭에 뿜어져, 매우 선명하고 눈부셨다.낙정이 앞으로 다가가, 고묘묘를 부축했지만, 고묘묘는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뒤이어, 낙정은 어쩔 수 없이 고묘묘를 데리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대제사장 자리는 뺏겼지만, 낙정 혼자 힘으로선 결과를 바꿀 수 없었다. 그러니 공주와 황후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고묘묘에게 일이 생긴 걸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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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0화

우유 등 사람들이 노예영을 떠나자, 구십칠은 즉시 그 정원에 접근했다.수위 두 명을 해결하고 바로 정원으로 쳐들어갔다.“벙어리!”구십칠이 쳐들어갔을 때, 부진환은 눈밭에 책상다리하고 앉아, 손에 막대기를 들고 땅바닥에 뭔가를 그리고 있었다.구십칠은 약간 놀라더니, 참지 못하고 진지하게 땅바닥을 쳐다보았다.놀랍게도 지도였다.구십칠은 깜짝 놀랐다. 부진환의 표정과 눈빛을 보아하니, 모든 의욕을 다 상실한 모습이 아니었다.“시간이 많지 않소. 어서 나와 함께 가자고!” 구십칠은 다른 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장검을 뽑아 들더니, 그의 수족에 묶은 쇠사슬을 끊으려고 했다.하지만 부진환이 입을 열었다. “나는 가지 않을 것이오.”“아직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은 틈을 타서 빨리 가시오.”이 말을 들은, 구십칠은 깜짝 놀랐다.몸을 쭈그리고 앉아, 부진환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은 좌절하여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소?”“일부러 그런 것이오?”여기까지 말을 하더니, 구십칠은 더욱 놀라웠다. “그럼, 일부러 고묘묘에게 잡힌 것이오?”부진환의 눈빛은 평온했다. “청연의 원수를 아직 갚지 못했는데, 내가 어찌 주저앉을 수 있단 말이오?”“이것은 황궁 지도요. 기억할 수 있으면, 기억해 두시오.”“나중에 쓸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부진환은 원래 혼자 그려보며 잘 기억해 두려고 했다.필경 궁에 갇혀 있을 때, 종이와 붓이 없으니, 매일 끊임없이 자신이 걸었던 길을 머릿속에서 되새겨야 했다.지금 그려보니, 노선은 더욱 선명하고 명랑해졌다.구십칠은 깜짝 놀랐다. 진지하게 땅바닥에 그려진 지도를 보더니 즉시 고개를 끄덕이었다. “낙청연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 당신은 고묘묘 쪽에서 치욕을 참으며 기회를 찾고 있었소? 낙청연에게 당신 같은 친구가 있어서 참 다행이오.”“하나 정말 나와 가지 않을 것이오? 당신이 고묘묘 손에 하루라도 더 있으면, 목숨을 잃을 위험이 있소.”“오늘을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없소!”부진환의 창백한 얼굴에 연한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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