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의 모든 챕터: 챕터 1711 - 챕터 1720

3011 챕터

제1711화

그날은 태의가 직접 약을 먹었다.약을 두 모금 정도 마신 뒤 부진환은 다시 누웠다.태의는 자리를 뜬 뒤 다시 슬쩍 돌아왔고, 부진환이 남몰래 탕약을 뱉는 모습을 보았다.그는 이내 깨달았다.부진환은 죽고 싶은 생각뿐이라 그동안 약을 전혀 마시지 않았다.그렇게 태의는 부랴부랴 떠났고 그 일을 고묘묘에게 보고하러 갔다.문밖에 있던 그림자가 떠날 때, 부진환의 눈빛에 서늘한 빛이 번뜩였다.그는 이내 약그릇을 깨부수고 부서진 조각으로 손목을 그었다.고묘묘는 부진환이 탕약을 뱉은 걸 알고서는 황급히 그를 찾아갔다.방문을 연 순간, 부진환의 손목에 있는 상처와 피바다가 된 바닥이 고묘묘의 시야에 들어왔다.“태의! 어서!”고묘묘는 대경실색하더니 이내 화를 냈다.“부진환! 그렇게 죽고 싶은 것이오? 하지만 난 당신이 죽게 놔두지 않을 것이오! 낙청연을 따라갈 생각 따위는 하지 마시오!”“태의, 무슨 수를 쓰든 반드시 살려야 한다!”태의는 부진환의 상처를 싸매면서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았다.태의가 말했다.“공주마마, 지금은 황후 마마의 구정속혼환(九鼎續魂丸)만이 그를 살릴 수 있습니다.”“이자는 경맥이 여러 군데 끊어졌고 늑골도 다쳤으며 내상도 심각합니다.”“게다가 살고 싶은 의지가 없고 죽기만을 바라니 살리는 건 어렵습니다.”“반드시 아주 강한 약이 필요합니다.”그 말에 고묘묘는 눈살을 찌푸렸다.“구정속혼환? 그것은 한 알뿐이다. 모후께서 만일을 위해 준비해 둔 것이란 말이다.”그때까지 고묘묘는 망설였다.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고묘묘가 또 말했다.“하지만 어차피 모후는 황후이니 위험할 일은 없겠지. 누가 감히 모후를 위협할 수 있겠는가?”“구명속혼환이 있어도 쓸모가 없겠지.”고묘묘는 이미 결정을 내리고 태의에게 말했다.“이 일은 절대 외부에 알려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그렇지 않으면 네 피부를 벗겨낼 것이다!”태의는 겁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소신 절대 발설하지 않겠습니다.”고묘묘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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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2화

고묘묘는 고개를 끄덕였다.잠깐 대화를 나눈 뒤 황후는 이마를 어루만지며 머리를 짚고 눈을 감았다.“오늘은 시간도 이른데 피곤하구나.”고묘묘는 다급히 앞으로 나서서 황후를 부축했다.“그러면 제가 모후를 부축할 테니 쉬러 가시지요.”황후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상 위에 누웠다.고묘묘는 침상 곁을 지키다가 모후가 깊이 잠든 것을 보고 발을 내렸다.그녀는 구석에 있는 비밀 서랍을 슬쩍 열어 안에서 구정속혼환을 꺼낸 뒤 다른 알약을 안에 넣어뒀다.고묘묘는 곧바로 구정속혼환을 들고 다급히 떠났다.고묘묘는 돌아간 뒤 곧바로 사람을 시켜 부진환을 눌러놓고 그 알약을 부진환의 입안에 쑤셔 넣어 삼키도록 강요한 뒤에야 그를 놓아줬다.고묘묘는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이번에는 죽을 수 있는지 내가 지켜보겠소.”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아주 괴로워 보였다.고묘묘는 그의 모습에 우쭐해졌다.“여봐라, 이 방 안에 있는 날카로운 물건들을 전부 치우거라. 잔이나 그릇도 놓지 말거라.”“그리고 좀 굵은 사슬로 묶어 놓거라.”부진환은 저항할 힘도 없이 사지를 묶였고 심지어 목에도 쇠사슬을 채웠다. 아주 굴욕적인 족쇄들이었다.무거운 사슬은 걸핏하면 요란스럽게 소리를 냈다.부진환은 이 방을 떠날 수 없었다. 심지어 벽에 가까이 다가갈 수조차 없었다. 그가 벽에 머리를 박아 자결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인 듯했다.궁녀는 음식을 가져다줬고 호위는 그를 누르고 억지로 그에게 밥을 먹였다.국도 먹이고 약도 먹였다.매일 가져온 탕약은 모두 매우 귀한 약재로 만들어진 것이었고 태의는 매번 약을 가져올 때 항상 조심스러웠다.한 방울이라도 쏟으면 낭비하게 되니 말이다.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귀한 약재들인지 알 수 있었다.그 외에도 고묘묘는 매일 사람을 시켜 그에게 용삼탕 두 그릇을 억지로 먹였다.5, 6일 뒤 부진환의 몸이 조금 호전되었다.태의가 고묘묘에게 그 이야기를 전했을 때 고묘묘는 무척이나 기뻐했다.그녀는 허리를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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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3화

하지만 오늘 호위는 들어오지 않았다.궁녀는 부진환의 손에 그릇을 쥐여줬다.그릇을 받아 든 부진환은 그릇을 깨뜨리려 했는데 방문 밖에서 갑자기 채찍 소리와 비명이 들렸다.부진환은 멈칫하며 문밖을 바라봤다.방문이 살짝 열려 있어 문틈으로 문밖에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바닥에 누군가 무릎을 꿇고 있었고 고묘묘가 옆에서 채찍을 들고 있었다.“부진환, 감히 그릇을 깨뜨린다면 백서의 살을 자를 것이오!”“만약 당신이 끼니마다 그릇을 깨뜨린다면 매번 백서의 살을 자르겠소!”“백서가 죽을 때까지 말이오.”부진환은 살짝 당황했다. 문밖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초점이 없고 공허했으며 파문이라고는 없었다.곧이어 방문이 열렸다.부진환은 고묘묘가 백서의 얼굴에 칼을 가져다 대는 걸 보았다.백서는 겁에 질린 얼굴이었지만 감히 소리를 내지 못했다.그녀는 다만 두 눈이 빨개져서 간절한 눈빛으로 부진환을 바라볼 뿐이었다.부진환은 한참을 넋 놓고 있었다. 그는 그릇을 깨뜨리지 않았다.고묘묘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좋군. 이 세상에 당신이 신경 쓰는 사람과 일이 있었군.”“이자가 죽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얌전히 밥과 약을 먹고, 의원의 치료에 협조하시오!”“당신이 완전히 나을 때 이자를 풀어주겠소!”부진환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고묘묘는 비수를 들어 백서의 얼굴을 그었고 천천히 힘을 주자 백서의 얼굴에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백서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부진환을 바라보며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했다.“살아야 하오!”“당신은 살아야 하오!”부진환은 결국 젓가락과 그릇을 들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부진환은 비참한 모습이었다. 개처럼 묶여있고 활력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으며, 마치 꼭두각시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밥을 먹고 있었다.백서는 가슴이 미어졌다.하지만 동시에 살았다는 생각에 내심 감동했다.고묘묘는 부진환의 협조적인 모습에 기분이 무척 좋았다.“여봐라, 이자를 마당에 묶어놓거라.”백서는 몇 번 저항했지만 반항하지 못하고 결국 똑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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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4화

방안은 시종일관 고요했다.백서는 홀로 문 앞에 앉아 말을 이어갔다. 비록 아무런 반응도 없었지만 그녀는 부진환이 들을 수 있다는 걸, 자신의 말을 들어주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이런 지경이 되어 옆에 대화할 수 있는 사람 한 명 없고 죽기만을 바란다니, 백서는 부진환이 조금이라도 힘을 내길 바랐다.그 후 한동안 부진환은 여전히 매일 죽상이었다. 하지만 밥을 먹고 약을 마시며 태의의 치료에 협조했고 몸이 조금씩 호전되기 시작했다.-랑목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도성에서 백 리 밖에 떨어진 객잔에 있었다.방 안에는 낙청연의 시체가 놓여 있었다.구십칠과 주락은 낙청연이 죽었다는 사실을 암시장에 알리지 말지 의논하고 있었다.어쨌든 우홍은 낙청연의 의붓오라버니였으니 말이다.정신을 차린 랑목은 또다시 괴로운 얼굴로 낙청연의 시체 옆에 무릎을 꿇었다.구십칠이 그를 설득했다.“랑목 왕자, 우리는 이미 도성을 떠났소. 여국에 있으면 세력이 너무 약하니 말이오.”“그들과 억지로 싸운다면 당신의 목숨이 위험할 뿐만 아니라 벙어리가 어렵사리 되찾아 온 시체마저 빼앗길 수 있소.”“우리가 의논해 봤는데 우선은 낙청연의 시체를 안장하는 것이 좋겠소.”다행히 늦가을이라 날씨가 나날이 추워지는 탓에 시체는 며칠이 지나도 부패하지 않았다.그렇다고 해서 계속 이렇게 둘 수도 없었다.주락이 계속해 말했다.“우리는 낙청연의 시체를 암시장으로 보내야 할지, 아니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의논하고 있었소.”랑목은 우홍의 일을 구십칠의 입에서 진작에 전해 들었었다.랑목은 이상할 정도로 냉정하게 말했다.“내 누이의 죽음은 당분간 얘기하지 않는 게 좋겠소.”“그들은 내 누이에게 아주 잘해줬고 누이 또한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오. 게다가 그들은 여국인이지. 나처럼 떠나고 싶으면 떠날 수 있는 게 아니잖소.”“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암시장 전체가 혼란에 빠질 것이오.”“내 누이는 미래 성주이니 암시장에 무슨 일이 생기면 아니 되오.”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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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5화

침상 위 사람이 천천히 눈을 떴다.그녀의 두 눈동자는 아이의 것처럼 맑았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앉은 뒤 망연함과 궁금함이 담긴 눈빛으로 방안을 둘러봤다. 그녀는 일어나서 창가로 향한 뒤 나침반을 들었다. 그 순간 나침반은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가느다랗고 흰 손가락이 나침반 위 갈라진 틈을 어루만졌다. 갈라졌던 곳은 이미 복구되었지만 여전히 흔적이 남아있었다.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곧이어 방문이 열렸고 탕약을 들고 온 사람은 침상 위에 사람이 없자 안색이 돌변했다.그러나 그는 이내 창가 앞에 그녀가 서 있는 걸 보았다.그 순간 깜짝 놀란 침서는 손목이 떨렸다.그는 흥분을 가라앉히려 노력하며 입을 열었다.“아요!”아요?머릿속이 텅 비어있었는데 불현듯 수많은 기억이 밀려와 머리가 지끈거렸다.그러나 그녀는 저도 모르게 말을 내뱉었다.“낙요?”들뜬 침서는 두세 걸음 앞으로 나서며 그녀의 팔을 잡았다.“머리가 아프면 생각하지 말거라. 이제 막 깨어나서 몸이 아주 허약할 것이다.”“자, 약을 마시거라.”그 말에 낙요는 약그릇을 받아 들고 탕약을 마셨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안에 피가 있습니까?”침서는 살짝 당황하더니 이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싫어하지 말거라. 그것은 내 피다.”“내 피는 보약이다. 널 깨우기 위해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그 말을 듣자 낙요는 살짝 놀랐다. 그녀는 이내 침서의 손을 잡아당겼고 그의 손목이 면사로 두껍게 감싸져 있는 걸 보았다.침서?낙요의 머릿속에 갑자기 그 두 글자가 떠올랐다.하지만 그녀는 자신과 침서가 어떤 사이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침서는 누구인가? 아주 익숙한 건 확실하지만 많은 일들이 떠오르지 않았다.“왜 저한테 이렇게 잘해주시는 겁니까?”낙요가 궁금한 듯 물었다.침서는 그녀의 반응을 보고 살짝 놀랐고 이내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았다.“난 네 부군인데 네게 잘해주는 건 당연하지 않으냐?”“부군이요?”낙요는 의아했다.그녀는 이렇게 다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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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6화

낙요는 이상하게 쳐다보는 하인들의 눈빛을 눈치채지 못하고 진지하게 침서가 한 말을 들었다.그녀는 원래 여국 대제사장이었다.대화를 나누다 보니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 가져왔고 침서는 낙요를 대청에 앉히고 식사했다.탁자 위 가득 놓인 음식을 보고 낙요는 당황했다.침서는 다소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왜? 어디 불편한 것이냐?”낙요는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이것들 전부 제가 좋아하는 음식들인 것 같습니다.”침서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네가 좋아하는 건 전부 기억하고 있다.”낙요는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중얼거렸다.“정말 제 부군인 겁니까?”침서는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날 제외하고 누가 우리 여국 대제사장에게 어울리겠느냐?”낙요는 음식의 향기를 맡았다. 확실히 배가 고팠던지라 낙요는 곧바로 그릇과 젓가락을 들고 먹기 시작했다.난희는 주방에서 음식을 아주 많이 했다는 얘기를 듣고 나왔는데 하인들이 몰래 수군거리는 걸 들었다.그녀는 무척 곤혹스러웠다.미인? 저택에 미인이 왔다고?설마 낙청연이 죽어서 장군이 또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찾은 걸까?그런 생각이 들자 난희는 헐레벌떡 앞마당으로 향했다.그러나 대청 밖에 도착했을 때, 난희는 단번에 탁자 앞에 앉아 밥을 먹는 낙요를 발견했다.비록 안색이 창백하고 다소 여위어 보였지만 요염하고 아름다운 얼굴은 한 번 보면 잊기 어려울 정도였다.그 순간 난희는 심장이 조여왔다.그녀는 드디어 하인들의 눈빛에서 두려움이 보였던 이유를 알게 됐다.저 사람은 낙요일까?낙요일 리가 없는데!낙요는 죽지 않았는가?언제 돌아온 것일까? 언제 장군 저택에 온 것일까? 왜 아무런 기척도 없었던 것일까?아주 잠깐이지만 난희의 마음속에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바로 그때, 낙요는 자신을 향한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침서 또한 낙요를 따라 시선을 옮기다가 갑자기 안색이 달라졌다.낙요가 입을 열기도 전에 침서가 벌떡 일어나 난희에게 다가갔고 그녀를 차갑게 바라봤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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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7화

낙요는 호기심에 물었다.“그들은 왜 저를 죽이려 하는 겁니까?”“너의 대제사장 자리를 빼앗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다.”“넌 몸조리를 잘해야 한다. 그리고 상처가 다 낫는다면 최대한 빨리 그 자리를 되찾아야 한다.”“다른 사람에게 대제사장의 자리를 빼앗긴다면 되찾기 힘들 테니 말이다.”낙요는 생각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그 뒤로 침서는 그녀를 위해 가면을 준비했다.하지만 낙요는 외출하지 않고 매일 저택에서 몸조리를 했다. 그녀의 기억은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다.낙요는 자신이 여국 대제사장이라는 걸 떠올렸다.그리고 스승님과 황족 사람들, 그리고 예전에 침서를 오라버니라고 불렀던 것도 떠올렸다.어렸을 때 그들은 사이가 아주 좋았다.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아주 오래전의 기억처럼 느껴졌다.낙요는 저택에서 두 달 동안 요양했다.마당에서 침서와 잠깐 비무를 하고 나니 침서가 감탄하며 말했다.“네 실력은 내 상상보다 더 빨리 회복했다!”“이미 7, 8할 정도 회복한 듯하구나.”침서는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어려서부터 정성을 다해 키운 몸이니 일반인과는 달랐다.근골이나 경맥도 일반인보다 훨씬 더 강했고 십여 년의 공력이 없었다면 이 정도 경지에 이르기 힘들었을 것이다.게다가 낙요는 강한 사람들 중에서도 유독 뛰어났다.하지만 낙요는 만족하지 못했다.“7, 8할로는 부족합니다.”“저와 조금 더 대련해 주세요.”침서는 못 말린다는 듯이 웃더니 다가가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연습은 그만하자. 시간은 많으니 말이다.”“지금 당장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몸이 중요하지.”“날씨를 보니 며칠 더 지나면 눈이 내릴 듯하다. 나와 같이 눈을 보러 가는 건 어떠냐?”낙요는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눈이 내렸다.부진환은 창밖의 흩날리는 눈을 바라보며 작년 이맘때쯤의 기억을 떠올렸다.그는 속으로 수만 번을 생각했다. 만약 당시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면, 낙청연에게 상처 주지 않고 그녀를 가둬두지 않았다면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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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8화

오늘 큰 눈이 내려 눈이 두껍게 쌓였지만 거리는 유난히 떠들썩했다.많은 이들이 거리에서 눈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차가운 공기는 왠지 모르게 청량하고 맑게 느껴졌다.침서는 낙요에게 두꺼운 망토를 입히고 면사를 씌워 얼굴을 가리게 한 뒤 우산을 쓰고 그녀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아요, 어렸을 때를 기억하느냐? 우리는 돈이 별로 없어 동가 두이낭(東街杜二娘) 가게의 양고기국을 먹고 싶어도 먹지 못했었다.”“그래서 눈이 내릴 때면 같이 가서 먹자고 약속했었지.”“그런데 어느 해는 보름 동안 눈이 내려 너 때문에 가난해졌었다.”“하지만 난 그때 너에게 돈이 없다는 걸 얘기할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눈이 내릴 때면 또 너를 데리고 양고기국을 먹으러 갔지.”“매번 다 먹고 난 뒤 너를 보내고 나면 두이낭 가게로 돌아가 설거지하고 주방을 청소해야 했다.”“거의 보름 가까이 일을 해야 했지.”그 말을 들은 낙요는 살짝 놀랐다. 확실히 기억이 별로 없었다.그러나 그녀는 조금 미안한 듯 말했다.“예전에는 제게 얘기해준 적이 없습니까?”“양고기국 한 그릇뿐인데, 그걸 먹지 않는다고 굶어 죽는 것도 아닌데요.”침서는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네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널 위해 구해다 줄 것이다.”“네가 하고 싶은 것이라면 뭐든 너와 함께할 것이다.”낙요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구겼다.“제가 당신에게 그렇게 중요합니까?”낙요는 왠지 모르게 침서와 그렇게 깊은 감정이 없다고 느꼈다.기억이 없어서 침서와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일까?“당연히 중요하지. 네가 내 목숨이니까.”침서는 진지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유난히 온화하고 다정했다.낙요는 더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침서가 그녀에게 이토록 마음을 쓰는데 그를 의심해서는 안 됐다.그에게 큰 상처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낙요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웃었다.“오늘 너에게 양고기국을 사주마. 배부르게 먹어 보겠느냐?”낙요의 미소를 보는 순간, 침서는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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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9화

시선을 든 침서는 순간 안색이 돌변했다.“저자는 아주 흉포하고 잔인한 사람이라고 들었소. 그런데 붙잡혔을 줄이야. 때려죽여야지! 때려죽여야 하오!”사람들은 떠들썩했다.그들은 잇달아 수레를 향해 물건을 던졌다.너무 혼란스러웠던 탓에 풀떼기가 낙요의 그릇 안에 떨어졌다.낙요는 흠칫하더니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수레 안에 갇혀 있는 사람은 옷차림이 얇았고 맨발이었으며 수레는 얼어 있었다. 이렇게 추운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안에 갇혀 있는 사람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천궐국 섭정왕?”낙요는 호기심 어린 어조로 말했다.침서는 그녀가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한 것 같자 살짝 안도하며 그녀를 잡아당겨 자리에 앉혔고 사람을 시켜 양고기국을 바꿨다.“괜찮다. 적국의 장군이 붙잡혀으니 행진은 정상이지.”낙요는 고개를 끄덕인 뒤 계속해 국을 마셨다.수레가 멀어진 뒤에야 부진환은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그는 무슨 소리를 들은 듯했지만 잘못 들은 것 같기도 했다.고개를 돌린 그는 눈빛이 평온했다. 역시나 환각이었다.양고기국을 마신 뒤 낙요는 배를 어루만지며 무척이나 만족스러워했다. 그녀가 물었다.“저녁에는 뭘 먹습니까?”침서는 웃음을 터뜨렸다.“예전과 똑같구나. 먹는 걸 좋아하는 걸 보니 말이다.”“자, 내가 널 데리고 먹으러 가마.”“어차피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다. 너를 데리고 도성 전체를 누비며 맛있는 걸 먹여주마.”-행진은 하루 종일 이어졌다.다시 고묘묘의 침궁으로 돌아왔을 때 부진환의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그의 맨발은 이미 동상 때문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고묘묘는 눈썹을 치켜세웠다.“천궐국의 섭정왕이라고 말해주지 않는다면 천궐국의 섭정왕이 이런 꼴일지 누가 상상이나 하겠나? ““쯧쯧...”하지만 고묘묘가 어떤 말로 부진환을 자극하든 부진환은 한결같이 죽상이었다.마음이 죽어버린 그는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꼭두각시 같았다.고묘묘는 조급해하지 않고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상관없지. 겨우 하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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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0화

방안에서는 여전히 대꾸가 없었다.백서는 계속해 설득했다.어두컴컴한 방 안, 부진환은 양반다리를 하고 침상 위에 앉아 있었다. 그의 두 눈동자는 마치 매처럼 날카로웠다.설득하다 지친 백서는 밤이 되어 바람도 세도 눈도 많이 내리자 구석에 몸을 숨겨 바람을 피했다.고묘묘는 차갑게 웃은 뒤 느긋하게 돌아서서 떠났다.그녀는 일부러 백서를 문밖에 묶어두었다. 백서가 부진환의 투지를 다시 불타오르게 만들어 그가 위험을 무릅쓰고 이곳에서 도망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하지만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부진환은 여전히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낙청연이 죽으면서 부진환의 마음도 완전히 죽은 듯했다.-천궐국 섭정왕이 행진한 일은 도성 전체에 널리 퍼졌다.우유도 바로 그 사실을 알고서 행진을 보러 갔는데 행진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벙어리였다.그가 고묘묘의 손아귀에 들어갔을 줄이야.벙어리와 낙청연은 위험을 무릅쓰고 그녀를 구하러 귀도로 향했었다. 우유는 그들에게 생명의 은혜를 입었고 어떻게든 그것에 보답해야 했다.그러나 그녀는 고묘묘에게서 벙어리를 구할 방법이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객잔으로 가서 구십칠을 찾아 그와 의논할 생각이었다.며칠 뒤 구십칠과 주락이 돌아왔다.랑목이 낙청연의 시체를 가지고 갔다는 걸 알게 된 우유는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그리고 그들에게 천궐국 섭정왕의 행진에 관해 얘기해줬다.그 말을 들은 구십칠은 깜짝 놀랐다.“그가 고묘묘에게 잡혔단 말이오?”“그날 낙청연의 시체를 가져온 것은 그였소. 난 그와 함께 떠날 생각이었는데 그가 홀로 사라졌소.”우유가 말했다.“벙어리는 절 구한 적이 있습니다. 그와 낙청연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예전에 목숨을 걸고 낙청연을 구한 적이 있지요. 그래서 전 그를 구하고 싶습니다.”구십칠은 잠깐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알게 된 것도 인연인데 구해야지.”“난 물건을 훔치는 것에는 강하지만 입궁하여 산 사람을 훔치는 건 어려울 것 같소.”“발각된다면 곤란해질 것이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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