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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1화

그날은 태의가 직접 약을 먹었다.

약을 두 모금 정도 마신 뒤 부진환은 다시 누웠다.

태의는 자리를 뜬 뒤 다시 슬쩍 돌아왔고, 부진환이 남몰래 탕약을 뱉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이내 깨달았다.

부진환은 죽고 싶은 생각뿐이라 그동안 약을 전혀 마시지 않았다.

그렇게 태의는 부랴부랴 떠났고 그 일을 고묘묘에게 보고하러 갔다.

문밖에 있던 그림자가 떠날 때, 부진환의 눈빛에 서늘한 빛이 번뜩였다.

그는 이내 약그릇을 깨부수고 부서진 조각으로 손목을 그었다.

고묘묘는 부진환이 탕약을 뱉은 걸 알고서는 황급히 그를 찾아갔다.

방문을 연 순간, 부진환의 손목에 있는 상처와 피바다가 된 바닥이 고묘묘의 시야에 들어왔다.

“태의! 어서!”

고묘묘는 대경실색하더니 이내 화를 냈다.

“부진환! 그렇게 죽고 싶은 것이오? 하지만 난 당신이 죽게 놔두지 않을 것이오! 낙청연을 따라갈 생각 따위는 하지 마시오!”

“태의, 무슨 수를 쓰든 반드시 살려야 한다!”

태의는 부진환의 상처를 싸매면서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았다.

태의가 말했다.

“공주마마, 지금은 황후 마마의 구정속혼환(九鼎續魂丸)만이 그를 살릴 수 있습니다.”

“이자는 경맥이 여러 군데 끊어졌고 늑골도 다쳤으며 내상도 심각합니다.”

“게다가 살고 싶은 의지가 없고 죽기만을 바라니 살리는 건 어렵습니다.”

“반드시 아주 강한 약이 필요합니다.”

그 말에 고묘묘는 눈살을 찌푸렸다.

“구정속혼환? 그것은 한 알뿐이다. 모후께서 만일을 위해 준비해 둔 것이란 말이다.”

그때까지 고묘묘는 망설였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고묘묘가 또 말했다.

“하지만 어차피 모후는 황후이니 위험할 일은 없겠지. 누가 감히 모후를 위협할 수 있겠는가?”

“구명속혼환이 있어도 쓸모가 없겠지.”

고묘묘는 이미 결정을 내리고 태의에게 말했다.

“이 일은 절대 외부에 알려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그렇지 않으면 네 피부를 벗겨낼 것이다!”

태의는 겁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소신 절대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고묘묘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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