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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4화

방안은 시종일관 고요했다.

백서는 홀로 문 앞에 앉아 말을 이어갔다. 비록 아무런 반응도 없었지만 그녀는 부진환이 들을 수 있다는 걸, 자신의 말을 들어주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런 지경이 되어 옆에 대화할 수 있는 사람 한 명 없고 죽기만을 바란다니, 백서는 부진환이 조금이라도 힘을 내길 바랐다.

그 후 한동안 부진환은 여전히 매일 죽상이었다. 하지만 밥을 먹고 약을 마시며 태의의 치료에 협조했고 몸이 조금씩 호전되기 시작했다.

-

랑목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도성에서 백 리 밖에 떨어진 객잔에 있었다.

방 안에는 낙청연의 시체가 놓여 있었다.

구십칠과 주락은 낙청연이 죽었다는 사실을 암시장에 알리지 말지 의논하고 있었다.

어쨌든 우홍은 낙청연의 의붓오라버니였으니 말이다.

정신을 차린 랑목은 또다시 괴로운 얼굴로 낙청연의 시체 옆에 무릎을 꿇었다.

구십칠이 그를 설득했다.

“랑목 왕자, 우리는 이미 도성을 떠났소. 여국에 있으면 세력이 너무 약하니 말이오.”

“그들과 억지로 싸운다면 당신의 목숨이 위험할 뿐만 아니라 벙어리가 어렵사리 되찾아 온 시체마저 빼앗길 수 있소.”

“우리가 의논해 봤는데 우선은 낙청연의 시체를 안장하는 것이 좋겠소.”

다행히 늦가을이라 날씨가 나날이 추워지는 탓에 시체는 며칠이 지나도 부패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계속 이렇게 둘 수도 없었다.

주락이 계속해 말했다.

“우리는 낙청연의 시체를 암시장으로 보내야 할지, 아니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의논하고 있었소.”

랑목은 우홍의 일을 구십칠의 입에서 진작에 전해 들었었다.

랑목은 이상할 정도로 냉정하게 말했다.

“내 누이의 죽음은 당분간 얘기하지 않는 게 좋겠소.”

“그들은 내 누이에게 아주 잘해줬고 누이 또한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오. 게다가 그들은 여국인이지. 나처럼 떠나고 싶으면 떠날 수 있는 게 아니잖소.”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암시장 전체가 혼란에 빠질 것이오.”

“내 누이는 미래 성주이니 암시장에 무슨 일이 생기면 아니 되오.”

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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