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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0화

방안에서는 여전히 대꾸가 없었다.

백서는 계속해 설득했다.

어두컴컴한 방 안, 부진환은 양반다리를 하고 침상 위에 앉아 있었다. 그의 두 눈동자는 마치 매처럼 날카로웠다.

설득하다 지친 백서는 밤이 되어 바람도 세도 눈도 많이 내리자 구석에 몸을 숨겨 바람을 피했다.

고묘묘는 차갑게 웃은 뒤 느긋하게 돌아서서 떠났다.

그녀는 일부러 백서를 문밖에 묶어두었다. 백서가 부진환의 투지를 다시 불타오르게 만들어 그가 위험을 무릅쓰고 이곳에서 도망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부진환은 여전히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낙청연이 죽으면서 부진환의 마음도 완전히 죽은 듯했다.

-

천궐국 섭정왕이 행진한 일은 도성 전체에 널리 퍼졌다.

우유도 바로 그 사실을 알고서 행진을 보러 갔는데 행진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벙어리였다.

그가 고묘묘의 손아귀에 들어갔을 줄이야.

벙어리와 낙청연은 위험을 무릅쓰고 그녀를 구하러 귀도로 향했었다. 우유는 그들에게 생명의 은혜를 입었고 어떻게든 그것에 보답해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고묘묘에게서 벙어리를 구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객잔으로 가서 구십칠을 찾아 그와 의논할 생각이었다.

며칠 뒤 구십칠과 주락이 돌아왔다.

랑목이 낙청연의 시체를 가지고 갔다는 걸 알게 된 우유는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리고 그들에게 천궐국 섭정왕의 행진에 관해 얘기해줬다.

그 말을 들은 구십칠은 깜짝 놀랐다.

“그가 고묘묘에게 잡혔단 말이오?”

“그날 낙청연의 시체를 가져온 것은 그였소. 난 그와 함께 떠날 생각이었는데 그가 홀로 사라졌소.”

우유가 말했다.

“벙어리는 절 구한 적이 있습니다. 그와 낙청연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예전에 목숨을 걸고 낙청연을 구한 적이 있지요. 그래서 전 그를 구하고 싶습니다.”

구십칠은 잠깐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게 된 것도 인연인데 구해야지.”

“난 물건을 훔치는 것에는 강하지만 입궁하여 산 사람을 훔치는 건 어려울 것 같소.”

“발각된다면 곤란해질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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