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41 - 챕터 1150

3113 챕터

제1141화

이제 곧 여국 경계에 도착한다. 낙청연은 더는 걸음을 옮기고 싶지 않았다.“힘듭니다. 더는 움직이지 못하겠습니다. 전 휴식해야겠습니다!”낙청연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뒤 꼼짝하지 않았다.침서는 두 손을 허리 위에 올리고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았다.“시간을 끈다고 해서 그들이 널 구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거라.”“나에게 걸린 사람 중 내 손에서 도망친 사람은 아무도 없다.”낙청연은 흠칫했다.그녀는 화가 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휴식하는 것도 안 됩니까? 그러면 차라리 죽이세요! 어차피 저는 더 이상 걷고 싶지 않습니다. 다리가 아픕니다.”침서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는 낙청연을 둘러업었고 낙청연은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쳤다.“내려주세요!”침서는 멈춰 서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웃었다.“움직이지 못하겠다면서? 내가 널 들고 가면 그만이다.”“이걸 핑계로 난리를 피울 생각이라면 네 두 다리를 잘라버리겠다. 그러면 아프지도 않겠지.”낙청연은 더는 발버둥 칠 수 없었다.침서는 정말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침서는 그렇게 그녀를 둘러메고 산 하나를 넘었고 두 사람은 여국 경계 안으로 들어섰다.소서 일행이 여국까지 쫓아오지 못할까 봐 낙청연이 걱정하고 있을 때 침서가 멈춰 섰다.산 위에서 침서는 다른 이들에게 잠깐 휴식하라고 했고 홀로 낙청연을 둘러메고 산꼭대기에 올라섰다.산꼭대기의 다른 한쪽은 마치 무릉도원처럼 보였다.죽림 뒤에는 고즈넉한 대나무 집과 졸졸 흐르는 시냇물이 있었고 마당에는 대량의 검이 있었는데 어떤 건 다 만들어진 것, 어떤 건 채 만들지 못한 것이었다. 그리고 철을 두드리는 데 쓰이는 헛간도 있었다.낙청연은 그곳에 내려졌고 내심 깜짝 놀랐다.이곳이 바로 침서가 검을 만드는 곳일까?침서가 들고 있는 분사검도 그가 만든 것이었다. 분사검은 손쉽게 철을 자를 수 있고 요사한 것들을 파괴할 수 있다.이런 미친놈이 뛰어난 실력을 갖춘 주검사(鑄劍師)라는 걸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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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2화

침서는 낙청연의 손목을 꽉 누르면서 말했다.“움직이지 말거라. 데지는 않을 거다.”“그럴 리가 있습니까? 이거 놓으세요! 제가 손목을 잃는다면 진법을 쓰지 못해 당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침서는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이런 상황에서도 날 도울 생각을 한다니,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 난 네 손에 그 어떤 흉터도 남기지 않을 생각이니 안심하거라.”그는 말하면서 낙청연의 손목을 감은 그 기관 위로 천천히 용융액을 들이부었다.뜨거운 기운에 낙청연은 바짝 긴장했다.그녀는 침서를 전혀 믿을 수 없었다.용융액 속 튀어 오르는 불길은 본 낙청연은 긴장한 얼굴로 피했다.뜨거운 용융액이 그녀의 피부에 닿을 듯했다. 펄펄 들끓는 느낌 때문에 낙청연은 기관이 당장이라도 녹아내려 그녀의 손목까지 녹을 것만 같아 저도 모르게 움찔 떨었다.때마침 침서가 기관을 돌려 낙청연의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게 했다. 그녀의 움직임 때문에 아래로 흐르던 용융액의 방향이 살짝 빗나갔다.침서는 곧바로 손을 뻗어 낙청연의 손등을 막았다.그 바람에 흘러내린 용융액 한 방울이 그의 손등 위로 떨어졌고 살이 타들어 가는 소리에 머리털이 쭈뼛 솟았다. 낙청연은 경악했다.침서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안색 하나 달라지지 않았다.그는 침착한 눈빛으로 그녀의 손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움직이지 말라니까. 난 널 다치게 하지 않을 것이다.”“미래의 여국 대제사장에게 어찌 흉터를 남길 수 있겠느냐? 대제사장은 반드시 완벽해야 한다!”그의 눈빛은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처럼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낙청연은 그 말을 듣고 흠칫했다.“뭐라고요? 여국 대제사장이요?”침서가 그녀를 알아본 걸까?아니, 그건 아닐 것이다.그렇다면 침서는 그녀를 통제하여 여국 대제사장으로 만든 뒤 자신이 여국을 장악할 셈인 걸까?여국인은 모두 대제사장의 명령에 따르니 말이다.“됐다.”침서가 위에 냉수를 뿌리자 ‘치지직’ 하는 소리가 들렸다.낙청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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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3화

침서는 그녀가 도망치는 게 두렵지 않은 걸까?산 위에서 한 바퀴 뛰어서 수림 밖으로 나갔는데 세 면이 모두 절벽이었다. 낙청연은 그제야 침서가 왜 사람을 시켜 그녀를 지켜보게 하지 않은 건지 깨달았다.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낙청연은 재빨리 대나무 집으로 돌아왔다.막 집에 도착했는데 침서가 곧바로 들어와 먹을 것을 건넸다.“어떠냐? 산 위의 풍경이 좋지 않으냐?”침서가 웃으며 물었다.낙청연은 의자에 기대어 앉아 눈을 감고 휴식했다.“침 장군은 수단이 탁월하시군요. 제가 뭘 했는지도 다 아시니 말입니다.”침서는 뒷짐을 진 채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침 장군? 날 침 장군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오랜만이구나.”“넌 내가 아는 친우와 무척 닮았다.”낙청연은 흠칫 놀랐다. 그녀는 피식 웃었다.“침 장군 같은 사람에게도 친우가 있습니까?”침서는 웃으며 눈썹을 치켜올렸다.“없다.”“그러면... 아는 적이라고 할까?”낙청연은 그와 쓸데없는 얘기는 나누고 싶지 않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대체 제가 뭘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 겁니까? 제게 알려줄 수 없습니까?”“급하지 않다.”침서는 웃었다.그는 이내 몸을 돌린 뒤 방을 나섰고 나가기 전 한 마디를 남겼다.“산속의 밤은 추우니 옷을 두껍게 껴입거라. 옷은 궤 안에 있다.”발걸음 소리가 멀어지자 낙청연은 곧바로 몸을 일으켜 방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그녀는 종이와 붓을 찾아냈고 곧바로 오늘 기억해 둔 산의 지형과 오는 길을 그리기 시작했다. 낙청연은 노선을 전부 기억해뒀고 주위 지형까지 그렸다.밖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뒤 낙청연은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와 죽림을 벗어난 뒤 산림에 도착했다.이제 막 겨울에 들어설 때라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있었고 산속의 찬바람은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추웠다.낙청연이 휘파람을 불자 아신이 날아와 그녀의 팔 위에 앉았다.“자, 이것을 가져다주거라.”낙청연은 지도를 접어 아신에게 건넸고 아신은 지도를 가지고 떠났다.낙청연은 마음이 무거웠다.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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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4화

두 사람은 숲속을 나와 절벽 끝에 다다랐다.일출 시각이었다.“이곳은 절벽입니다. 이곳에서 올라온 겁니까?”낙청연이 고개를 내밀고 아래를 바라보려 하자 부진환이 그녀를 잡아당겼다.“조심하거라.”그는 낙청연을 끌고 바위 위에 앉아 말했다.“이곳은 타고 올라오기는 쉽지만 내려가기는 어렵다.”“이곳에 잠시 숨어 있자꾸나. 여국인들이 네가 사라진 걸 발견한다면 널 뒤쫓으려 할 것이다. 그들이 전부 떠난 뒤에 다시 나가자꾸나.”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인 뒤 부진환에게 몸을 기댔다.두 사람은 깍지를 꼈다. 단 한순간도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이렇게 높은 절벽을 타고 오르는데 두렵지 않으셨습니까?”“네가 위에 있는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느냐?”날이 밝았고 두 사람은 밖의 인기척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여국인이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향하기를 기다렸다.그러나 뜻밖에도 그들의 뒤편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두 사람은 깜짝 놀랐고 낙청연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그리고 우연히 검을 들고 그곳으로 오고 있는 침서를 보게 되었다. 그는 심지어 발걸음 소리마저 숨기지 않았다.“여기 있는 걸 알고 있으니 그냥 나오거라. 알아서 나온다면 한 사람 덜 죽일 수 있으니 말이다.”침서는 재밌다는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마치 사냥을 하고 있는 듯했다.낙청연은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침서가 어떻게 이곳까지 따라온 것일까?낙청연은 바짝 긴장한 얼굴로 부진환을 바라본 뒤 고개를 저어 보였다. 두 사람은 침서의 상대가 되지 못하기에 정면에서 부딪쳐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부진환은 이미 소서와 랑목에게서 침서의 실력을 전해 들었기에 그를 만만하게 볼 수 없었다.대답을 얻지 못한 침서가 검을 휘두르자 날카로운 검기가 느껴지면서 돌멩이가 부서졌고 부진환은 어쩔 수 없이 모습을 드러내야 했다.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낙청연은 다른 건 고려할 새도 없이 어깨의 우묵한 곳을 퍽 쳐서 금침을 빼냈고 피를 왈칵 토했다.낙청연은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었고 극심한 통증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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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5화

동시에 은은한 약 냄새가 느껴졌다.침서는 남들이 알지 못하는 주검술을 할 줄 아는데 약재 등 물건을 사용한다는 말도 있었다.그러니 그것은 보통 팔찌가 아닐 것이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이 물건이 제 위치를 노출한 겁니까?”침서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광기 어린 미소를 지어 보였다.“하하하, 이제야 깨달은 것이냐?”“내가 말했다시피 그걸 차면 내 사람이 된다. 넌 평생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난 네가 섭정왕비여도 신경 쓰지 않는다. 섭정왕이 원한다면 앞으로 세 명이 사는 것도 난 받아들일 수 있다.”낙청연은 화가 나서 이를 악물었다.고개를 돌린 부진환은 창백한 안색으로 낙청연을 바라보았다. 살짝 의심하는 눈빛이었다.“이건 무엇이냐?”“저자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낙청연은 초조해졌다.“아닙니다! 절 믿어주세요! 저와 그사이에는 아무런 일도 없었습니다!”침서는 재밌다는 듯 기대에 찬 얼굴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부진환은 화를 냈다.“널 어떻게 믿으란 말이냐?”화가 난 낙청연은 팔찌를 빼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도저히 빠지지 않았다.분노에 찬 그녀는 비수를 빼 들어 손목을 찌르려 했다.“제가 스스로 손목을 자른다면 제가 이 팔찌를 하고 싶지 않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습니까?”낙청연은 분통이 터졌다. 그녀도 침서가 자신을 만나자마자 이걸 차게 할 줄은 몰랐다.이럴 줄 알았다면 당시 데어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것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그 순간 부진환과 침서 모두 안색이 달라졌다.부진환이 낙청연의 손을 덥석 잡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닌 척하지 말거라!”그는 날카로운 눈매로 낙청연을 보며 혐오 섞인 어조로 말했다.“널 구하러 온 것이 후회되는구나!”“전...”낙청연은 계속해 변명하려 했다.그런데 부진환이 뜬금없이 손바닥으로 그녀의 가슴팍을 밀쳤고 낙청연은 그대로 벼랑 쪽으로 날아갔다.낙청연은 대경실색했다.그런데 날아가는 그 순간, 낙청연은 부진환이 보내는 눈빛을 보았다.벼랑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낙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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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6화

어렵사리 벼랑을 타고 올라온 낙청연이 때마침 그 광경을 보게 됐다.그녀는 초조한 얼굴로 부진환에게 달려갔다.“왕야!”낙청연은 눈물을 흘리며 그의 얼굴을 받쳐 들고 그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주려 했다.“함께 하자고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왜 절 밀어낸 겁니까?”“침서는 미친놈입니다. 그의 말은 믿으면 안 됩니다!”부진환은 창백한 얼굴로 힘겹게 미소를 짜냈다.“난 그를 믿은 것이 아니다.”낙청연은 그의 모습에 가슴이 아렸다.고개를 숙이자 보이는 팔찌에 낙청연의 눈빛이 매섭게 돌변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쓰러진 침서를 향해 다가갔고 바닥에 떨어진 분사검을 주웠다.침서는 몸을 지탱해 앉았다. 그는 낙청연이 자신을 죽일 거로 생각했다.그런데 분사검을 든 낙청연은 본인의 팔목에 딱 붙은 팔찌에 검을 가져다 댔다. 검날이 팔찌를 꿰뚫었다.그녀가 뭘 하려는 건지 깨달은 침서는 깜짝 놀랐다.“그만! 죽고 싶은 것이냐! 손목을 잃게 될 것이다!”낙청연은 그를 싸늘하게 바라보았다.“전 다른 사람에게 통제당하는 걸 가장 싫어합니다!”“이 손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당신이 항상 제 행방을 장악하게 놔두지는 않을 겁니다!”말을 마친 뒤 낙청연은 이를 악물고 검날을 가로 방향으로 해서 힘껏 휘둘렀다.부진환은 긴장한 얼굴로 그 광경을 보았다.“안 된다!”그러나 이미 늦었다.팔찌가 부러지고 대량의 피가 바닥에 흩뿌려졌다.낙청연은 통증 때문에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 엄청난 통증에 손이 덜덜 떨렸고 새빨간 피가 손끝에서 뚝뚝 흘렀다.침서는 낙청연의 손목에 남겨진 길고 깊은 상처를 보자 등골이 서늘해졌다.낙청연은 참으로 지독했다. 마치 그녀처럼 말이다!낙청연은 살의에 찬 눈빛으로 분사검을 들고 침서를 향해 다가갔다.위기를 의식한 침서는 손바닥으로 바닥을 치며 벌떡 일어나더니 낙청연에게 바짝 다가갔다.낙청연은 검을 휘둘렀고 침서는 재빨리 움직여 그녀의 옆으로 간 뒤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고 낙청연이 들고 있던 분사검을 빼앗았다.그의 창백한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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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7화

낙청연은 부진환의 품에 기대어 모닥불 앞에 비몽사몽 잠들었다.부진환이 그녀의 이마를 어루만졌는데 조금 뜨거웠다.“청연아, 조금만 더 버티거라. 이제 곧 나갈 수 있을 거다.”낙청연은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부진환의 목소리가 들려 대답했다.“네.”랑목과 소서는 옆에서 모닥불을 더욱 크게 피웠다.하필 이 산에는 약재가 없어 낙청연의 손을 치료할 수 없었다.그렇게 며칠 동안 길을 재촉했고 그들은 다시 끊어진 다리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그곳은 이미 진영이 주둔해 있었는데 송천초는 멀리서 그들이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감격에 겨워 그들을 맞이했다.“청연!”그러나 낙청연의 창백한 안색과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모습을 본 순간 송천초의 안색이 확연히 달라졌다.“얼른 막사로 옮기세요!”낙청연은 막사 안의 침상 위에 눕혀졌다. 송천초는 그녀의 손목을 감싸고 있던 천을 풀었고 상처를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왜 이렇게 심하게 다친 겁니까?”“안 됩니다. 약재가 부족합니다.”송천초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더니 진소한과 랑목을 불러 산장에 가서 약을 받아오라고 했다.부진환이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어떤 상황이오? 손을 지킬 수 있겠소?”송천초는 걱정스럽게 대답했다.“최선을 다하겠습니다!”부진환의 창백한 안색을 보니 그도 상황이 썩 좋지 않은 듯했다. 그의 맥을 짚어 보니 더욱 조바심이 났다.“두 사람 모두 죽을 뻔했군요.”“우선 왕야에게 침을 놓겠습니다.”부진환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막사 안을 바라보았다. 송천초는 그의 뜻을 이해하고 말했다.“왕비의 목숨은 위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왕야의 상황이 더욱더 심각합니다! 우선 왕야께 침을 놓겠습니다!”부진환에게 침을 놓은 뒤 송천초는 그의 몸에 구멍이 난 걸 보고 또 골정이 줄어들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이제 몇 개 남았습니까?”“아직 많소.”부진환이 덤덤히 말했다.“왕야가 골정의 위력을 빌려 적에게 반격한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골정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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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8화

송천초가 말했다.“당분간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다친 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탓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겁니다.”랑목이 초조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렇다면 언제쯤 깰 수 있소?”송천초는 고개를 저었다.“저도 모르겠습니다.”그들은 서릉에 들어선 뒤 낙청연을 의관 2층에 두었고 송천초와 송우도 의관에서 묵었다.서릉에는 현재 역병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었기에 약재가 그리 많지 않았다.송우의 허락을 받은 뒤 부진환은 산장에 사람을 보내 남은 약재를 전부 옮겨왔다.그는 역병을 방지하기 위해 매일 사람을 시켜 약재를 각 마을에 보냈다.여국인이 몇 번이나 그들에게 시비를 걸어왔지만 부진환은 사람들을 데리고 소위 떠돌이 도둑이라고 불리는 그들을 쫓아냈다. 그 덕분에 모든 난민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같은 시각, 천궐국 곳곳에서 소규모 폭동과 전란이 일었다.다행히 송천초가 미리 역병을 막을 처방을 연구해낸 덕에 이 처방을 전한다면 각지의 백성들을 역병에서 구할 수 있었다.비록 각 지역 모두 혼란스러운 것 같지만 승전보가 잇따라 전해지고 있었다.부진환은 서릉에 주둔하면서 서릉을 안전하게 통제했고 각 지역의 전란도 줄어들기 시작했다.낙청연은 보름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녀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겨울이 되었다.“청연아, 드디어 깼구나.”부진환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몸을 지탱해 일어나 앉은 낙청연은 마차 안의 찬 바람 때문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너무 춥습니다.”부진환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앉더니 그녀를 품에 안고 그녀에게 담요를 둘러주었다.“네가 얼마나 오래 잤는지 알고 있느냐?”부진환은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습니다. 제가 뭘 놓친 겁니까?”낙청연이 의뭉스레 물었다.“아니, 놓친 건 없다. 서릉은 안정되었고 천궐국 곳곳의 전란 또한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진주의 정세도 호전되고 있다.”“아마 내년이 되기 전에 전쟁이 끝날 것 같다.”낙청연은 그의 품에 기댄 채로 입꼬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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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9화

낙청연은 웃었다.“너무 오래 자서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구나.”“네 아버지는? 너와 함께 경도로 돌아가느냐?”송천초는 고개를 저었다.“제월산장이 불에 탔지만 저희 집안은 대대로 그곳에서 살았습니다. 제 아버지는 그곳에 남아 제월산장을 다시 지을 생각입니다.”그 말에 낙청연은 살짝 놀랐다.“그러면 약재는...”송천초는 웃었다.“약재는 사람들에게 쓰려고 있는 겁니다. 사람들을 구하는 데 쓰여야 약이라고 할 수 있지요.”“이번에 백 년 동안 모았던 것들을 전부 잃게 되었지만 백 년 뒤면 다시 모을 수 있을 겁니다.”그 말에 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풍도 상회의 상대는 서릉에 갈 수 있으니 우리가 산장을 재건하는 걸 돕겠다.”“그런데 왜 넌 서릉에 남아 아버지를 돕지 않은 것이냐?”송천초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이번에 저희 집 일 때문에 그대가 이렇게 다치지 않았습니까? 그대의 손이 다 낫는 걸 직접 봐야겠습니다.”“게다가... 그도 최근 제게 살갑지 않아서...”송천초는 미간을 구겼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걱정스러움이 보였다.“초경 말이냐?”낙청연은 놀랐고 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였다.“산에 있을 때부터 그랬습니다. 산에서 내려온 뒤로는 본 적도 없고요.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 데 최근 들어 그의 상태가 점점 악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경도로 돌아간 뒤 그를 보러 갈 생각입니다.”“그대의 상처가 다 낫는다면 진소한이 저와 함께 서릉으로 돌아가 산장을 재건하는 걸 도울 것입니다.”“청연, 그때가 되면 우리는 아마도 오랫동안 보지 못할 겁니다.”송천초는 미련 가득한 얼굴로 낙청연을 붙잡았다.낙청연은 웃었다.“괜찮다. 때가 되면 내가 널 찾으러 서릉으로 가겠다.”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였다.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밖에서 말을 채찍질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마차까지 가까워졌다.갑자기 랑목의 목소리가 들렸다.“누이!”낙청연이 창문을 열자 납매향이 확 풍겼다.랑목이 팔을 뻗어 그녀에게 납매를 건넸다.노란색의 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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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0화

그 말에 낙청연과 부진환의 안색이 삽시에 달라졌다.“뭐라고?”두 사람은 곧장 입궁했다.조정의 백관들이 초조한 얼굴로 황제의 침궁 밖을 둘러싸고 있었다.부진환과 낙청연 두 사람은 급한 나머지 옷을 갈아입을 새도 없이 그곳에 도착했고 밖에 가로막혔다.“왕야, 왕비 마마. 폐하께서 목숨이 위태로우셔서 목 태의가 아무도 들일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한기와 함께 들어가면 폐하를 자극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부진환과 낙청연은 감히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침궁 밖에 서 있어야 했다.낙청연은 잠깐 고민하다가 창문 밖에 서서 소리쳤다.“목 장원! 폐하께서 어떤 병에 걸리셨는가?”낙청연의 목소리가 들리자 목 장원은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본 것만 같았다.“폐하께서는 중독된 듯하오. 하지만 급성 중독은 아니오. 꽤 오래 축적되었다가 이제야 발병한 듯하오. 얼굴에 자줏빛이 돌고 호흡이 어려우며 조금이라도 이상한 기운이 있으면 폐하를 자극할 수 있소.”“온몸의 혈맥이 확연히 불거졌는데 질식 때문인 듯하오. 침을 놓아 경맥을 통하게 했고 폐하의 등을 여러 차례 두들기니 각혈했소. 게다가 피에 핏덩이 같은 것이 섞여 있는데 무엇인지는 모르겠소.”그 말에 낙청연의 미간이 구겨졌다.그녀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목 장원, 폐하께서 의식이 있으시오?”목 장원이 대답했다.“없소. 정신을 잃었소.”낙청연이 곧바로 대꾸했다.“목 장원, 폐하를 당장 일으켜 앉히고 무릎으로 폐하의 등을 누르시오.”그 소리에 대신 여럿이 창밖에 우르르 모여들었다.목 장원은 곧바로 낙청연의 분부에 따라 움직였고 이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폐하께서 피를 아주 많이 토하셨소! 질척거리는 점액 같은 것도 토하셨소!”낙청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것은 피가 아니라 식물의 붉은색 진액이오. 열을 만나면 머리카락처럼 얇은 것을 만들어내고 진액이 끈적끈적해지면서 목구멍이 막혀 질식해 죽게 되오.”목 장원은 깨달은 얼굴이었다.“그렇군.”“폐하께서 많이 나아지셨소!”주위 대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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