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은은한 약 냄새가 느껴졌다.침서는 남들이 알지 못하는 주검술을 할 줄 아는데 약재 등 물건을 사용한다는 말도 있었다.그러니 그것은 보통 팔찌가 아닐 것이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이 물건이 제 위치를 노출한 겁니까?”침서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광기 어린 미소를 지어 보였다.“하하하, 이제야 깨달은 것이냐?”“내가 말했다시피 그걸 차면 내 사람이 된다. 넌 평생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난 네가 섭정왕비여도 신경 쓰지 않는다. 섭정왕이 원한다면 앞으로 세 명이 사는 것도 난 받아들일 수 있다.”낙청연은 화가 나서 이를 악물었다.고개를 돌린 부진환은 창백한 안색으로 낙청연을 바라보았다. 살짝 의심하는 눈빛이었다.“이건 무엇이냐?”“저자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낙청연은 초조해졌다.“아닙니다! 절 믿어주세요! 저와 그사이에는 아무런 일도 없었습니다!”침서는 재밌다는 듯 기대에 찬 얼굴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부진환은 화를 냈다.“널 어떻게 믿으란 말이냐?”화가 난 낙청연은 팔찌를 빼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도저히 빠지지 않았다.분노에 찬 그녀는 비수를 빼 들어 손목을 찌르려 했다.“제가 스스로 손목을 자른다면 제가 이 팔찌를 하고 싶지 않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습니까?”낙청연은 분통이 터졌다. 그녀도 침서가 자신을 만나자마자 이걸 차게 할 줄은 몰랐다.이럴 줄 알았다면 당시 데어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것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그 순간 부진환과 침서 모두 안색이 달라졌다.부진환이 낙청연의 손을 덥석 잡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닌 척하지 말거라!”그는 날카로운 눈매로 낙청연을 보며 혐오 섞인 어조로 말했다.“널 구하러 온 것이 후회되는구나!”“전...”낙청연은 계속해 변명하려 했다.그런데 부진환이 뜬금없이 손바닥으로 그녀의 가슴팍을 밀쳤고 낙청연은 그대로 벼랑 쪽으로 날아갔다.낙청연은 대경실색했다.그런데 날아가는 그 순간, 낙청연은 부진환이 보내는 눈빛을 보았다.벼랑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낙청
어렵사리 벼랑을 타고 올라온 낙청연이 때마침 그 광경을 보게 됐다.그녀는 초조한 얼굴로 부진환에게 달려갔다.“왕야!”낙청연은 눈물을 흘리며 그의 얼굴을 받쳐 들고 그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주려 했다.“함께 하자고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왜 절 밀어낸 겁니까?”“침서는 미친놈입니다. 그의 말은 믿으면 안 됩니다!”부진환은 창백한 얼굴로 힘겹게 미소를 짜냈다.“난 그를 믿은 것이 아니다.”낙청연은 그의 모습에 가슴이 아렸다.고개를 숙이자 보이는 팔찌에 낙청연의 눈빛이 매섭게 돌변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쓰러진 침서를 향해 다가갔고 바닥에 떨어진 분사검을 주웠다.침서는 몸을 지탱해 앉았다. 그는 낙청연이 자신을 죽일 거로 생각했다.그런데 분사검을 든 낙청연은 본인의 팔목에 딱 붙은 팔찌에 검을 가져다 댔다. 검날이 팔찌를 꿰뚫었다.그녀가 뭘 하려는 건지 깨달은 침서는 깜짝 놀랐다.“그만! 죽고 싶은 것이냐! 손목을 잃게 될 것이다!”낙청연은 그를 싸늘하게 바라보았다.“전 다른 사람에게 통제당하는 걸 가장 싫어합니다!”“이 손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당신이 항상 제 행방을 장악하게 놔두지는 않을 겁니다!”말을 마친 뒤 낙청연은 이를 악물고 검날을 가로 방향으로 해서 힘껏 휘둘렀다.부진환은 긴장한 얼굴로 그 광경을 보았다.“안 된다!”그러나 이미 늦었다.팔찌가 부러지고 대량의 피가 바닥에 흩뿌려졌다.낙청연은 통증 때문에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 엄청난 통증에 손이 덜덜 떨렸고 새빨간 피가 손끝에서 뚝뚝 흘렀다.침서는 낙청연의 손목에 남겨진 길고 깊은 상처를 보자 등골이 서늘해졌다.낙청연은 참으로 지독했다. 마치 그녀처럼 말이다!낙청연은 살의에 찬 눈빛으로 분사검을 들고 침서를 향해 다가갔다.위기를 의식한 침서는 손바닥으로 바닥을 치며 벌떡 일어나더니 낙청연에게 바짝 다가갔다.낙청연은 검을 휘둘렀고 침서는 재빨리 움직여 그녀의 옆으로 간 뒤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고 낙청연이 들고 있던 분사검을 빼앗았다.그의 창백한 얼
낙청연은 부진환의 품에 기대어 모닥불 앞에 비몽사몽 잠들었다.부진환이 그녀의 이마를 어루만졌는데 조금 뜨거웠다.“청연아, 조금만 더 버티거라. 이제 곧 나갈 수 있을 거다.”낙청연은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부진환의 목소리가 들려 대답했다.“네.”랑목과 소서는 옆에서 모닥불을 더욱 크게 피웠다.하필 이 산에는 약재가 없어 낙청연의 손을 치료할 수 없었다.그렇게 며칠 동안 길을 재촉했고 그들은 다시 끊어진 다리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그곳은 이미 진영이 주둔해 있었는데 송천초는 멀리서 그들이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감격에 겨워 그들을 맞이했다.“청연!”그러나 낙청연의 창백한 안색과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모습을 본 순간 송천초의 안색이 확연히 달라졌다.“얼른 막사로 옮기세요!”낙청연은 막사 안의 침상 위에 눕혀졌다. 송천초는 그녀의 손목을 감싸고 있던 천을 풀었고 상처를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왜 이렇게 심하게 다친 겁니까?”“안 됩니다. 약재가 부족합니다.”송천초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더니 진소한과 랑목을 불러 산장에 가서 약을 받아오라고 했다.부진환이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어떤 상황이오? 손을 지킬 수 있겠소?”송천초는 걱정스럽게 대답했다.“최선을 다하겠습니다!”부진환의 창백한 안색을 보니 그도 상황이 썩 좋지 않은 듯했다. 그의 맥을 짚어 보니 더욱 조바심이 났다.“두 사람 모두 죽을 뻔했군요.”“우선 왕야에게 침을 놓겠습니다.”부진환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막사 안을 바라보았다. 송천초는 그의 뜻을 이해하고 말했다.“왕비의 목숨은 위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왕야의 상황이 더욱더 심각합니다! 우선 왕야께 침을 놓겠습니다!”부진환에게 침을 놓은 뒤 송천초는 그의 몸에 구멍이 난 걸 보고 또 골정이 줄어들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이제 몇 개 남았습니까?”“아직 많소.”부진환이 덤덤히 말했다.“왕야가 골정의 위력을 빌려 적에게 반격한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골정이 하
송천초가 말했다.“당분간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다친 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탓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겁니다.”랑목이 초조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렇다면 언제쯤 깰 수 있소?”송천초는 고개를 저었다.“저도 모르겠습니다.”그들은 서릉에 들어선 뒤 낙청연을 의관 2층에 두었고 송천초와 송우도 의관에서 묵었다.서릉에는 현재 역병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었기에 약재가 그리 많지 않았다.송우의 허락을 받은 뒤 부진환은 산장에 사람을 보내 남은 약재를 전부 옮겨왔다.그는 역병을 방지하기 위해 매일 사람을 시켜 약재를 각 마을에 보냈다.여국인이 몇 번이나 그들에게 시비를 걸어왔지만 부진환은 사람들을 데리고 소위 떠돌이 도둑이라고 불리는 그들을 쫓아냈다. 그 덕분에 모든 난민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같은 시각, 천궐국 곳곳에서 소규모 폭동과 전란이 일었다.다행히 송천초가 미리 역병을 막을 처방을 연구해낸 덕에 이 처방을 전한다면 각지의 백성들을 역병에서 구할 수 있었다.비록 각 지역 모두 혼란스러운 것 같지만 승전보가 잇따라 전해지고 있었다.부진환은 서릉에 주둔하면서 서릉을 안전하게 통제했고 각 지역의 전란도 줄어들기 시작했다.낙청연은 보름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녀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겨울이 되었다.“청연아, 드디어 깼구나.”부진환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몸을 지탱해 일어나 앉은 낙청연은 마차 안의 찬 바람 때문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너무 춥습니다.”부진환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앉더니 그녀를 품에 안고 그녀에게 담요를 둘러주었다.“네가 얼마나 오래 잤는지 알고 있느냐?”부진환은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습니다. 제가 뭘 놓친 겁니까?”낙청연이 의뭉스레 물었다.“아니, 놓친 건 없다. 서릉은 안정되었고 천궐국 곳곳의 전란 또한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진주의 정세도 호전되고 있다.”“아마 내년이 되기 전에 전쟁이 끝날 것 같다.”낙청연은 그의 품에 기댄 채로 입꼬리를
낙청연은 웃었다.“너무 오래 자서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구나.”“네 아버지는? 너와 함께 경도로 돌아가느냐?”송천초는 고개를 저었다.“제월산장이 불에 탔지만 저희 집안은 대대로 그곳에서 살았습니다. 제 아버지는 그곳에 남아 제월산장을 다시 지을 생각입니다.”그 말에 낙청연은 살짝 놀랐다.“그러면 약재는...”송천초는 웃었다.“약재는 사람들에게 쓰려고 있는 겁니다. 사람들을 구하는 데 쓰여야 약이라고 할 수 있지요.”“이번에 백 년 동안 모았던 것들을 전부 잃게 되었지만 백 년 뒤면 다시 모을 수 있을 겁니다.”그 말에 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풍도 상회의 상대는 서릉에 갈 수 있으니 우리가 산장을 재건하는 걸 돕겠다.”“그런데 왜 넌 서릉에 남아 아버지를 돕지 않은 것이냐?”송천초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이번에 저희 집 일 때문에 그대가 이렇게 다치지 않았습니까? 그대의 손이 다 낫는 걸 직접 봐야겠습니다.”“게다가... 그도 최근 제게 살갑지 않아서...”송천초는 미간을 구겼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걱정스러움이 보였다.“초경 말이냐?”낙청연은 놀랐고 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였다.“산에 있을 때부터 그랬습니다. 산에서 내려온 뒤로는 본 적도 없고요.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 데 최근 들어 그의 상태가 점점 악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경도로 돌아간 뒤 그를 보러 갈 생각입니다.”“그대의 상처가 다 낫는다면 진소한이 저와 함께 서릉으로 돌아가 산장을 재건하는 걸 도울 것입니다.”“청연, 그때가 되면 우리는 아마도 오랫동안 보지 못할 겁니다.”송천초는 미련 가득한 얼굴로 낙청연을 붙잡았다.낙청연은 웃었다.“괜찮다. 때가 되면 내가 널 찾으러 서릉으로 가겠다.”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였다.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밖에서 말을 채찍질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마차까지 가까워졌다.갑자기 랑목의 목소리가 들렸다.“누이!”낙청연이 창문을 열자 납매향이 확 풍겼다.랑목이 팔을 뻗어 그녀에게 납매를 건넸다.노란색의 납
그 말에 낙청연과 부진환의 안색이 삽시에 달라졌다.“뭐라고?”두 사람은 곧장 입궁했다.조정의 백관들이 초조한 얼굴로 황제의 침궁 밖을 둘러싸고 있었다.부진환과 낙청연 두 사람은 급한 나머지 옷을 갈아입을 새도 없이 그곳에 도착했고 밖에 가로막혔다.“왕야, 왕비 마마. 폐하께서 목숨이 위태로우셔서 목 태의가 아무도 들일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한기와 함께 들어가면 폐하를 자극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부진환과 낙청연은 감히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침궁 밖에 서 있어야 했다.낙청연은 잠깐 고민하다가 창문 밖에 서서 소리쳤다.“목 장원! 폐하께서 어떤 병에 걸리셨는가?”낙청연의 목소리가 들리자 목 장원은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본 것만 같았다.“폐하께서는 중독된 듯하오. 하지만 급성 중독은 아니오. 꽤 오래 축적되었다가 이제야 발병한 듯하오. 얼굴에 자줏빛이 돌고 호흡이 어려우며 조금이라도 이상한 기운이 있으면 폐하를 자극할 수 있소.”“온몸의 혈맥이 확연히 불거졌는데 질식 때문인 듯하오. 침을 놓아 경맥을 통하게 했고 폐하의 등을 여러 차례 두들기니 각혈했소. 게다가 피에 핏덩이 같은 것이 섞여 있는데 무엇인지는 모르겠소.”그 말에 낙청연의 미간이 구겨졌다.그녀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목 장원, 폐하께서 의식이 있으시오?”목 장원이 대답했다.“없소. 정신을 잃었소.”낙청연이 곧바로 대꾸했다.“목 장원, 폐하를 당장 일으켜 앉히고 무릎으로 폐하의 등을 누르시오.”그 소리에 대신 여럿이 창밖에 우르르 모여들었다.목 장원은 곧바로 낙청연의 분부에 따라 움직였고 이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폐하께서 피를 아주 많이 토하셨소! 질척거리는 점액 같은 것도 토하셨소!”낙청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것은 피가 아니라 식물의 붉은색 진액이오. 열을 만나면 머리카락처럼 얇은 것을 만들어내고 진액이 끈적끈적해지면서 목구멍이 막혀 질식해 죽게 되오.”목 장원은 깨달은 얼굴이었다.“그렇군.”“폐하께서 많이 나아지셨소!”주위 대신들
낙청연은 마음이 무거워져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사실 그녀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정해진 운명이니 최종적으로 결과를 바꿀 수 없으리라는 걸 말이다.모든 이들의 운명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누군가의 운명을 바꾼다면 다른 이들의 운명 또한 달라진다.낙청연이 부경한에게 재앙이 찾아올 거라 예견해 그를 구하려 했는데 그 와중에 제월산장에 사건이 터졌다.그리고 돌아와 보니 부경한은 결국 사고를 당했다. 비록 목숨은 구했지만 말이다.-연이어 며칠 동안 부경한은 병상에 누워있었고 몇 번 깨어난 적이 있지만 이내 잠이 들었다.조정 대신들은 몇 번이나 사석에서 의논했다.황제가 병상에 누워있어 조정의 업무를 처리할 수 없었기에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막론하고 모두 부진환이 결정을 내렸다.이미 적지 않은 대신들이 태상황을 찾아가 5황자 부운주가 조정 정무를 대신 관리하게 해달라고 청했다.낙청연은 태상황의 병을 고치기 위해 그를 자주 찾아뵀으니 당연히 들은 얘기가 많았다.역시나 이런 때가 되니 부진환을 추천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다들 5황자 부운주를 추천했다.낙청연은 그 이유를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첫째로는 부진환의 생모가 이궁의난 범인이고 요비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들 중 대부분이 당시 여비를 죽여야 한다고 의견을 냈었기에 부진환이 황제가 된다면 그들에게 복수를 할까 봐 두려워했다.부진환이 그들에게 무슨 짓을 한 적은 없지만 말이다. 게다가 그들은 겉으로는 부진환을 살갑게 대했다.그리고 부진환에게 여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것도 그들에게는 위험 요소였다.둘째로는 부운주가 용감하게 계략으로 진주를 평정했기 때문이다. 예전에 태후와 부진환에게 장악당해 아무런 세력도 없고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기 때문에 천궐국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다.그는 엄씨 가문이나 섭정왕의 편이 되지 않을 것이기에 세력 균형을 맞추기에 적합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태상황은 매일 대신들의 추천을 들었지만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낙청연도 그가 어떤 생각을
부운주가 경도로 돌아오고 나서 조정에 나간 첫째 날 태상황이 명령을 하나 내렸다.부운주가 대신 조정의 정무를 관리하고 부진환이 그를 보좌하라는 명령이었다.그것은 태상황이 직접 말하고 낙청연이 대신 쓴 것이었다.낙청연은 태상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부진환은 천궐국을 위해 아주 많은 일을 했고 혁혁한 공로도 세웠는데 태상황은 그의 공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았다.부진환은 그것에 아무런 불만이 없었지만 이 명령을 듣는 순간 약간 허탈함이 들었다.부운주가 조정의 정무를 대신 맡아 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오히려 다들 반기는 듯했다.다들 흩어진 뒤 부운주는 부진환의 앞에 서서 말했다.“앞으로 형님께서 많이 도와주십시오. 제가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다 보니 아낌없이 가르쳐 주셨으면 합니다.”부진환은 덤덤하게 대꾸했다.“그러면 어서방에 가서 자세히 얘기하자꾸나.”어서방에 도착하니 둘 뿐이었다.부운주는 정무가 아니라 다른 것을 물었다.“형님께서는 정말 진심으로 낙청연을 대하는 것입니까?”부진환이 날카로운 눈매로 그를 보았다.“그렇게 아득바득 이 자리에 앉으려 하는 건 낙청연을 위해서냐?”“그동안 참 잘 감추었구나. 나까지도 속았으니 말이다.”“난 너와 그 자리를 다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네가 만약 권력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거나 낙청연에게 무슨 짓이라도 한다면 각오해야 할 것이다.”“난 널 그 자리에 앉힐 수도 있지만 끌어내릴 수도 있다.”부운주는 강렬한 위협을 느꼈다. 그는 싱긋 웃었다.“전 당연히 형님의 실력을 믿습니다. 고작 몇 년 사이에 엄씨 가문을 쓰러뜨리셨으니 말입니다. 형님은 줄곧 제 본보기였습니다.”“전 낙청연을 어떻게 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녀가 형님을 좋아한다면 그것도 그녀의 선택입니다. 저 또한 그녀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형님, 부디 그녀의 뜻과 결정을 존중하고 그녀를 잘 대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녀를 저버리지 마세요.”“그렇지 않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