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서는 낙청연의 손목을 꽉 누르면서 말했다.“움직이지 말거라. 데지는 않을 거다.”“그럴 리가 있습니까? 이거 놓으세요! 제가 손목을 잃는다면 진법을 쓰지 못해 당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침서는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이런 상황에서도 날 도울 생각을 한다니,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 난 네 손에 그 어떤 흉터도 남기지 않을 생각이니 안심하거라.”그는 말하면서 낙청연의 손목을 감은 그 기관 위로 천천히 용융액을 들이부었다.뜨거운 기운에 낙청연은 바짝 긴장했다.그녀는 침서를 전혀 믿을 수 없었다.용융액 속 튀어 오르는 불길은 본 낙청연은 긴장한 얼굴로 피했다.뜨거운 용융액이 그녀의 피부에 닿을 듯했다. 펄펄 들끓는 느낌 때문에 낙청연은 기관이 당장이라도 녹아내려 그녀의 손목까지 녹을 것만 같아 저도 모르게 움찔 떨었다.때마침 침서가 기관을 돌려 낙청연의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게 했다. 그녀의 움직임 때문에 아래로 흐르던 용융액의 방향이 살짝 빗나갔다.침서는 곧바로 손을 뻗어 낙청연의 손등을 막았다.그 바람에 흘러내린 용융액 한 방울이 그의 손등 위로 떨어졌고 살이 타들어 가는 소리에 머리털이 쭈뼛 솟았다. 낙청연은 경악했다.침서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안색 하나 달라지지 않았다.그는 침착한 눈빛으로 그녀의 손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움직이지 말라니까. 난 널 다치게 하지 않을 것이다.”“미래의 여국 대제사장에게 어찌 흉터를 남길 수 있겠느냐? 대제사장은 반드시 완벽해야 한다!”그의 눈빛은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처럼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낙청연은 그 말을 듣고 흠칫했다.“뭐라고요? 여국 대제사장이요?”침서가 그녀를 알아본 걸까?아니, 그건 아닐 것이다.그렇다면 침서는 그녀를 통제하여 여국 대제사장으로 만든 뒤 자신이 여국을 장악할 셈인 걸까?여국인은 모두 대제사장의 명령에 따르니 말이다.“됐다.”침서가 위에 냉수를 뿌리자 ‘치지직’ 하는 소리가 들렸다.낙청연
침서는 그녀가 도망치는 게 두렵지 않은 걸까?산 위에서 한 바퀴 뛰어서 수림 밖으로 나갔는데 세 면이 모두 절벽이었다. 낙청연은 그제야 침서가 왜 사람을 시켜 그녀를 지켜보게 하지 않은 건지 깨달았다.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낙청연은 재빨리 대나무 집으로 돌아왔다.막 집에 도착했는데 침서가 곧바로 들어와 먹을 것을 건넸다.“어떠냐? 산 위의 풍경이 좋지 않으냐?”침서가 웃으며 물었다.낙청연은 의자에 기대어 앉아 눈을 감고 휴식했다.“침 장군은 수단이 탁월하시군요. 제가 뭘 했는지도 다 아시니 말입니다.”침서는 뒷짐을 진 채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침 장군? 날 침 장군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오랜만이구나.”“넌 내가 아는 친우와 무척 닮았다.”낙청연은 흠칫 놀랐다. 그녀는 피식 웃었다.“침 장군 같은 사람에게도 친우가 있습니까?”침서는 웃으며 눈썹을 치켜올렸다.“없다.”“그러면... 아는 적이라고 할까?”낙청연은 그와 쓸데없는 얘기는 나누고 싶지 않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대체 제가 뭘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 겁니까? 제게 알려줄 수 없습니까?”“급하지 않다.”침서는 웃었다.그는 이내 몸을 돌린 뒤 방을 나섰고 나가기 전 한 마디를 남겼다.“산속의 밤은 추우니 옷을 두껍게 껴입거라. 옷은 궤 안에 있다.”발걸음 소리가 멀어지자 낙청연은 곧바로 몸을 일으켜 방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그녀는 종이와 붓을 찾아냈고 곧바로 오늘 기억해 둔 산의 지형과 오는 길을 그리기 시작했다. 낙청연은 노선을 전부 기억해뒀고 주위 지형까지 그렸다.밖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뒤 낙청연은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와 죽림을 벗어난 뒤 산림에 도착했다.이제 막 겨울에 들어설 때라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있었고 산속의 찬바람은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추웠다.낙청연이 휘파람을 불자 아신이 날아와 그녀의 팔 위에 앉았다.“자, 이것을 가져다주거라.”낙청연은 지도를 접어 아신에게 건넸고 아신은 지도를 가지고 떠났다.낙청연은 마음이 무거웠다.그녀는
두 사람은 숲속을 나와 절벽 끝에 다다랐다.일출 시각이었다.“이곳은 절벽입니다. 이곳에서 올라온 겁니까?”낙청연이 고개를 내밀고 아래를 바라보려 하자 부진환이 그녀를 잡아당겼다.“조심하거라.”그는 낙청연을 끌고 바위 위에 앉아 말했다.“이곳은 타고 올라오기는 쉽지만 내려가기는 어렵다.”“이곳에 잠시 숨어 있자꾸나. 여국인들이 네가 사라진 걸 발견한다면 널 뒤쫓으려 할 것이다. 그들이 전부 떠난 뒤에 다시 나가자꾸나.”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인 뒤 부진환에게 몸을 기댔다.두 사람은 깍지를 꼈다. 단 한순간도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이렇게 높은 절벽을 타고 오르는데 두렵지 않으셨습니까?”“네가 위에 있는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느냐?”날이 밝았고 두 사람은 밖의 인기척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여국인이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향하기를 기다렸다.그러나 뜻밖에도 그들의 뒤편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두 사람은 깜짝 놀랐고 낙청연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그리고 우연히 검을 들고 그곳으로 오고 있는 침서를 보게 되었다. 그는 심지어 발걸음 소리마저 숨기지 않았다.“여기 있는 걸 알고 있으니 그냥 나오거라. 알아서 나온다면 한 사람 덜 죽일 수 있으니 말이다.”침서는 재밌다는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마치 사냥을 하고 있는 듯했다.낙청연은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침서가 어떻게 이곳까지 따라온 것일까?낙청연은 바짝 긴장한 얼굴로 부진환을 바라본 뒤 고개를 저어 보였다. 두 사람은 침서의 상대가 되지 못하기에 정면에서 부딪쳐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부진환은 이미 소서와 랑목에게서 침서의 실력을 전해 들었기에 그를 만만하게 볼 수 없었다.대답을 얻지 못한 침서가 검을 휘두르자 날카로운 검기가 느껴지면서 돌멩이가 부서졌고 부진환은 어쩔 수 없이 모습을 드러내야 했다.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낙청연은 다른 건 고려할 새도 없이 어깨의 우묵한 곳을 퍽 쳐서 금침을 빼냈고 피를 왈칵 토했다.낙청연은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었고 극심한 통증 때문
동시에 은은한 약 냄새가 느껴졌다.침서는 남들이 알지 못하는 주검술을 할 줄 아는데 약재 등 물건을 사용한다는 말도 있었다.그러니 그것은 보통 팔찌가 아닐 것이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이 물건이 제 위치를 노출한 겁니까?”침서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광기 어린 미소를 지어 보였다.“하하하, 이제야 깨달은 것이냐?”“내가 말했다시피 그걸 차면 내 사람이 된다. 넌 평생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난 네가 섭정왕비여도 신경 쓰지 않는다. 섭정왕이 원한다면 앞으로 세 명이 사는 것도 난 받아들일 수 있다.”낙청연은 화가 나서 이를 악물었다.고개를 돌린 부진환은 창백한 안색으로 낙청연을 바라보았다. 살짝 의심하는 눈빛이었다.“이건 무엇이냐?”“저자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낙청연은 초조해졌다.“아닙니다! 절 믿어주세요! 저와 그사이에는 아무런 일도 없었습니다!”침서는 재밌다는 듯 기대에 찬 얼굴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부진환은 화를 냈다.“널 어떻게 믿으란 말이냐?”화가 난 낙청연은 팔찌를 빼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도저히 빠지지 않았다.분노에 찬 그녀는 비수를 빼 들어 손목을 찌르려 했다.“제가 스스로 손목을 자른다면 제가 이 팔찌를 하고 싶지 않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습니까?”낙청연은 분통이 터졌다. 그녀도 침서가 자신을 만나자마자 이걸 차게 할 줄은 몰랐다.이럴 줄 알았다면 당시 데어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것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그 순간 부진환과 침서 모두 안색이 달라졌다.부진환이 낙청연의 손을 덥석 잡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닌 척하지 말거라!”그는 날카로운 눈매로 낙청연을 보며 혐오 섞인 어조로 말했다.“널 구하러 온 것이 후회되는구나!”“전...”낙청연은 계속해 변명하려 했다.그런데 부진환이 뜬금없이 손바닥으로 그녀의 가슴팍을 밀쳤고 낙청연은 그대로 벼랑 쪽으로 날아갔다.낙청연은 대경실색했다.그런데 날아가는 그 순간, 낙청연은 부진환이 보내는 눈빛을 보았다.벼랑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낙청
어렵사리 벼랑을 타고 올라온 낙청연이 때마침 그 광경을 보게 됐다.그녀는 초조한 얼굴로 부진환에게 달려갔다.“왕야!”낙청연은 눈물을 흘리며 그의 얼굴을 받쳐 들고 그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주려 했다.“함께 하자고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왜 절 밀어낸 겁니까?”“침서는 미친놈입니다. 그의 말은 믿으면 안 됩니다!”부진환은 창백한 얼굴로 힘겹게 미소를 짜냈다.“난 그를 믿은 것이 아니다.”낙청연은 그의 모습에 가슴이 아렸다.고개를 숙이자 보이는 팔찌에 낙청연의 눈빛이 매섭게 돌변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쓰러진 침서를 향해 다가갔고 바닥에 떨어진 분사검을 주웠다.침서는 몸을 지탱해 앉았다. 그는 낙청연이 자신을 죽일 거로 생각했다.그런데 분사검을 든 낙청연은 본인의 팔목에 딱 붙은 팔찌에 검을 가져다 댔다. 검날이 팔찌를 꿰뚫었다.그녀가 뭘 하려는 건지 깨달은 침서는 깜짝 놀랐다.“그만! 죽고 싶은 것이냐! 손목을 잃게 될 것이다!”낙청연은 그를 싸늘하게 바라보았다.“전 다른 사람에게 통제당하는 걸 가장 싫어합니다!”“이 손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당신이 항상 제 행방을 장악하게 놔두지는 않을 겁니다!”말을 마친 뒤 낙청연은 이를 악물고 검날을 가로 방향으로 해서 힘껏 휘둘렀다.부진환은 긴장한 얼굴로 그 광경을 보았다.“안 된다!”그러나 이미 늦었다.팔찌가 부러지고 대량의 피가 바닥에 흩뿌려졌다.낙청연은 통증 때문에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 엄청난 통증에 손이 덜덜 떨렸고 새빨간 피가 손끝에서 뚝뚝 흘렀다.침서는 낙청연의 손목에 남겨진 길고 깊은 상처를 보자 등골이 서늘해졌다.낙청연은 참으로 지독했다. 마치 그녀처럼 말이다!낙청연은 살의에 찬 눈빛으로 분사검을 들고 침서를 향해 다가갔다.위기를 의식한 침서는 손바닥으로 바닥을 치며 벌떡 일어나더니 낙청연에게 바짝 다가갔다.낙청연은 검을 휘둘렀고 침서는 재빨리 움직여 그녀의 옆으로 간 뒤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고 낙청연이 들고 있던 분사검을 빼앗았다.그의 창백한 얼
낙청연은 부진환의 품에 기대어 모닥불 앞에 비몽사몽 잠들었다.부진환이 그녀의 이마를 어루만졌는데 조금 뜨거웠다.“청연아, 조금만 더 버티거라. 이제 곧 나갈 수 있을 거다.”낙청연은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부진환의 목소리가 들려 대답했다.“네.”랑목과 소서는 옆에서 모닥불을 더욱 크게 피웠다.하필 이 산에는 약재가 없어 낙청연의 손을 치료할 수 없었다.그렇게 며칠 동안 길을 재촉했고 그들은 다시 끊어진 다리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그곳은 이미 진영이 주둔해 있었는데 송천초는 멀리서 그들이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감격에 겨워 그들을 맞이했다.“청연!”그러나 낙청연의 창백한 안색과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모습을 본 순간 송천초의 안색이 확연히 달라졌다.“얼른 막사로 옮기세요!”낙청연은 막사 안의 침상 위에 눕혀졌다. 송천초는 그녀의 손목을 감싸고 있던 천을 풀었고 상처를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왜 이렇게 심하게 다친 겁니까?”“안 됩니다. 약재가 부족합니다.”송천초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더니 진소한과 랑목을 불러 산장에 가서 약을 받아오라고 했다.부진환이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어떤 상황이오? 손을 지킬 수 있겠소?”송천초는 걱정스럽게 대답했다.“최선을 다하겠습니다!”부진환의 창백한 안색을 보니 그도 상황이 썩 좋지 않은 듯했다. 그의 맥을 짚어 보니 더욱 조바심이 났다.“두 사람 모두 죽을 뻔했군요.”“우선 왕야에게 침을 놓겠습니다.”부진환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막사 안을 바라보았다. 송천초는 그의 뜻을 이해하고 말했다.“왕비의 목숨은 위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왕야의 상황이 더욱더 심각합니다! 우선 왕야께 침을 놓겠습니다!”부진환에게 침을 놓은 뒤 송천초는 그의 몸에 구멍이 난 걸 보고 또 골정이 줄어들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이제 몇 개 남았습니까?”“아직 많소.”부진환이 덤덤히 말했다.“왕야가 골정의 위력을 빌려 적에게 반격한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골정이 하
송천초가 말했다.“당분간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다친 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탓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겁니다.”랑목이 초조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렇다면 언제쯤 깰 수 있소?”송천초는 고개를 저었다.“저도 모르겠습니다.”그들은 서릉에 들어선 뒤 낙청연을 의관 2층에 두었고 송천초와 송우도 의관에서 묵었다.서릉에는 현재 역병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었기에 약재가 그리 많지 않았다.송우의 허락을 받은 뒤 부진환은 산장에 사람을 보내 남은 약재를 전부 옮겨왔다.그는 역병을 방지하기 위해 매일 사람을 시켜 약재를 각 마을에 보냈다.여국인이 몇 번이나 그들에게 시비를 걸어왔지만 부진환은 사람들을 데리고 소위 떠돌이 도둑이라고 불리는 그들을 쫓아냈다. 그 덕분에 모든 난민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같은 시각, 천궐국 곳곳에서 소규모 폭동과 전란이 일었다.다행히 송천초가 미리 역병을 막을 처방을 연구해낸 덕에 이 처방을 전한다면 각지의 백성들을 역병에서 구할 수 있었다.비록 각 지역 모두 혼란스러운 것 같지만 승전보가 잇따라 전해지고 있었다.부진환은 서릉에 주둔하면서 서릉을 안전하게 통제했고 각 지역의 전란도 줄어들기 시작했다.낙청연은 보름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녀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겨울이 되었다.“청연아, 드디어 깼구나.”부진환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몸을 지탱해 일어나 앉은 낙청연은 마차 안의 찬 바람 때문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너무 춥습니다.”부진환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앉더니 그녀를 품에 안고 그녀에게 담요를 둘러주었다.“네가 얼마나 오래 잤는지 알고 있느냐?”부진환은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습니다. 제가 뭘 놓친 겁니까?”낙청연이 의뭉스레 물었다.“아니, 놓친 건 없다. 서릉은 안정되었고 천궐국 곳곳의 전란 또한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진주의 정세도 호전되고 있다.”“아마 내년이 되기 전에 전쟁이 끝날 것 같다.”낙청연은 그의 품에 기댄 채로 입꼬리를
낙청연은 웃었다.“너무 오래 자서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구나.”“네 아버지는? 너와 함께 경도로 돌아가느냐?”송천초는 고개를 저었다.“제월산장이 불에 탔지만 저희 집안은 대대로 그곳에서 살았습니다. 제 아버지는 그곳에 남아 제월산장을 다시 지을 생각입니다.”그 말에 낙청연은 살짝 놀랐다.“그러면 약재는...”송천초는 웃었다.“약재는 사람들에게 쓰려고 있는 겁니다. 사람들을 구하는 데 쓰여야 약이라고 할 수 있지요.”“이번에 백 년 동안 모았던 것들을 전부 잃게 되었지만 백 년 뒤면 다시 모을 수 있을 겁니다.”그 말에 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풍도 상회의 상대는 서릉에 갈 수 있으니 우리가 산장을 재건하는 걸 돕겠다.”“그런데 왜 넌 서릉에 남아 아버지를 돕지 않은 것이냐?”송천초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이번에 저희 집 일 때문에 그대가 이렇게 다치지 않았습니까? 그대의 손이 다 낫는 걸 직접 봐야겠습니다.”“게다가... 그도 최근 제게 살갑지 않아서...”송천초는 미간을 구겼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걱정스러움이 보였다.“초경 말이냐?”낙청연은 놀랐고 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였다.“산에 있을 때부터 그랬습니다. 산에서 내려온 뒤로는 본 적도 없고요.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 데 최근 들어 그의 상태가 점점 악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경도로 돌아간 뒤 그를 보러 갈 생각입니다.”“그대의 상처가 다 낫는다면 진소한이 저와 함께 서릉으로 돌아가 산장을 재건하는 걸 도울 것입니다.”“청연, 그때가 되면 우리는 아마도 오랫동안 보지 못할 겁니다.”송천초는 미련 가득한 얼굴로 낙청연을 붙잡았다.낙청연은 웃었다.“괜찮다. 때가 되면 내가 널 찾으러 서릉으로 가겠다.”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였다.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밖에서 말을 채찍질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마차까지 가까워졌다.갑자기 랑목의 목소리가 들렸다.“누이!”낙청연이 창문을 열자 납매향이 확 풍겼다.랑목이 팔을 뻗어 그녀에게 납매를 건넸다.노란색의 납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