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의 모든 챕터: 챕터 1081 - 챕터 1090

3007 챕터

제1081화

낙청연은 술을 단번에 들이켰다.낙랑랑은 웃었다.“가족이 있다면 중추(中秋)든 아니든 우리는 항상 모일 수 있습니다.”낙운희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 가족이 있다면 언제라든 중추를 보낼 수 있지요!”“넋 놓지 말고 얼른 음식을 집으세요.”낙운희가 젓가락을 움직이려던 때 부진환이 말했다.“기다리시오. 아직 손님 몇 분이 도착하지 않았소.”그 말에 세 사람은 살짝 놀랐다.“또 누가 있습니까?”낙청연이 궁금한 듯 물었고 부진환이 대답했다.“사람이 많을수록 떠들썩한 법이지.”“조금만 더 기다리거라. 이제 곧 올 것이다.”잠시 뒤 도착한 사람을 보자 낙청연은 무척 반가워했다.“천초!”송천초와 진소한이 함께 찾아왔고 7황자 부경리, 계양에서 온 손님인 범영현도 있었다.범영현의 출현에 낙랑랑은 살짝 놀랐다.낙운희는 그를 보자 다급히 범영현에게 자리를 내주었고 그로 인해 낙랑랑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갑자기 사람이 많아져 아주 떠들썩하긴 했다.낙청연은 복잡한 심경으로 부진환을 보았다.“미리 계획한 것입니까?”부진환이 웃었다.“마음에 들지 않느냐?”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술잔을 들었다.“신경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부진환은 씩 웃으며 낙청연에게 가까이 다가가더니 그녀의 잔에 담긴 술을 마셨다.바로 그때, 밖에서 ‘펑’ 소리가 들렸다.폭죽이 터지면서 환한 빛이 잠깐 반짝이더니 이내 폭죽들이 하나둘 터졌다.“우와, 참 아름답습니다.”거리가 더욱더 떠들썩해졌다.낙청연도 불꽃놀이에 매료되었다. 그녀는 그들이 있는 곳이 불꽃놀이를 감상할 최고의 장소라는 걸 깨달았다.심지어 위치마저 아주 적절했다.사실 낙청연은 궁중의 중추 연회에 참석하고 싶지 않았고, 그저 계양으로 와서 기분전환을 하고 싶었을 뿐 뭔가를 준비하려고 한 적은 없다.그런데 부진환이 이렇게 많이 준비했을 줄은 몰랐다.“자자자, 중추가 지났지만 이런 경치가 있으니 다들 한잔하시지요!”사람들은 저마다 술잔을 들고 고개를 젖혀 술을 마셨다.분위기는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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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2화

낙청연은 긴장했다.정신을 차린 송천초는 잠깐 넋을 놓고 있다가 해명했다.“저 말입니다. 저 신산과 꽤 오래 있었으니 저도 조금 배웠습니다!”말을 마친 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낙랑랑을 보며 말했다.“제가 믿음직스럽지 않다면 제가 대신 저 신산에게 물어보겠습니다. 저 신산은 점을 아주 잘 봅니다!”적절한 해명이었다.“다들 뭐 하십니까? 괜히 떠밀지 마시고 본인의 일은 본인이 알아서 결정하게 놔두세요.”“다들 술을 드시지요.”낙청연이 곧바로 화제를 돌렸고 낙랑랑은 그녀를 향해 감격의 눈빛을 보냈다.그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식사를 했고 배가 부르고 나서는 잡담을 나눴다.낙청연은 거리에서 당인(糖人)을 파는 점포를 보고 충동적으로 내려왔다. 그녀는 거리로 나가 바람을 쐬었고 부진환도 몸을 일으켜 그녀와 함께 내려갔다.깊은 밤이라 거리에는 사람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등불이 쭉 늘어져 여전히 환했다.“낭자, 당인을 사겠소? 어떤 걸 원하시오? 여기 다 있소.”때마침 부진환이 걸어왔고 낙청연이 웃었다.“이런 걸 사고 싶은데 만들 수 있겠습니까?”노인은 고개를 들어 부진환을 한 번 보고는 웃었다.“당연하오.”“두 사람은 선남선녀인 듯하니 한 쌍을 그려주겠소!”그렇게 노인은 서로 어깨를 맞닿은 채로 서 있는 남녀 한 쌍을 그렸다.낙청연은 당인을 손에 들었지만 어디서부터 먹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너무 예뻐서 먹기가 아깝군요.”“네가 먹지 않는다면 내가 먹겠다.”부진환이 그녀의 손에서 당인을 빼앗아 갔다.바로 그때, 공기 중에서 갑자기 살기가 느껴졌다.몸을 돌리자 날카로운 장검이 낙청연의 등을 향해 날아왔다.검을 든 자는 낯설지 않았다. 익숙한 눈빛과 기운,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랑심이었다!부진환은 곧바로 낙청연의 앞을 막아서면서 다급히 움직였다.긴박한 상황에서 두 사람이 들고 있던 당인이 바닥에 떨어져 실수로 밟혀 부서졌다.몇 번 공격을 주고받다가 낙청연은 부진환을 뒤로 당기며 그의 앞을 막아선 뒤 호통을 쳤다.“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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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3화

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나온 지 꽤 됐으니 아주 바쁘겠지.”“참, 우리가 가보았던 그 풍경은 누가 찾은 것이냐?”낙청연이 궁금한 듯 물었다.소서가 대답했다.“모두 왕야께서 찾은 겁니다.”“사실 왕비 마마께서 계양으로 오겠다고 하기 전에 이미 준비하셨습니다.”“그동안 왕야께서는 정말 바삐 뛰어다니셨습니다.”그 말에 낙청연은 흠칫했다.부진환은 일찍 준비하고 있었다.이렇게 많은 일을 한 건 전부 그녀를 기쁘게 만들기 위해서였을까?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송천초가 방문 앞에 다다랐다.“청연, 아직 잠이 들지 않았군요.”송천초의 긴장한 기색에 낙청연은 살짝 놀라며 다급히 몸을 일으켰다.“왜 그러느냐?”낙청연은 밖을 내다보았다. 어쩐지 사군의 기운이 느껴졌다.“그가 또 온 것이냐? 내가 널 도와 그를 내쫓으마!”송천초가 낙청연의 손을 잡았다.“그러지 마십시오.”“조금 전 우리는 주루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많아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을 겁니다. 홀로 있었던 걸 생각하면 조금 불쌍하기도 하네요.”송천초는 당시 초경을 보았다.낙청연은 살짝 의아했다.“너...”송천초는 한숨을 쉬었다.“이미 그에게 사과했습니다. 전 예전에 그가 부도덕한 짓을 했다고 오해했습니다.”“제가 그에게 편견을 품고 있었던 것이지요.”“제가 술 두 병을 가져왔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면 저와 함께 정자에서 한잔하시렵니까?”송천초가 술병을 들고 말했고 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좋다.”낙청연은 하인에게 음식 몇 가지를 시켰다.송천초의 근심 가득한 모습을 보니 고민이 있는 듯했다.“고민이 있는 것이냐? 진소한 때문이냐?”낙청연이 떠보듯 물었고 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그가 몇 번이나 재촉했습니다. 사실 시간을 끄는 것은 그가 아니라 저입니다.”“제 상황은 조금 특별합니다. 저 뱀은 평생 절 따라다닐 겁니다. 게다가 그는 이미 인간의 형태를 갖추었으니...”“그건 앞으로 세 명이 함께 평생을 보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까?”“전 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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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4화

그 말에 부진환이 미간을 구겼다.그는 그녀가 일부러 자신을 유인했음을 깨달았다.“난 관심 없소.”부진환은 몸을 돌려 떠나려 했고 낙정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진짜 관심 없습니까?”“오늘 낙정의 모습이 아주 익숙하지 않습니까?”부진환의 발걸음이 멈칫했다.낙정은 그가 걸음을 멈추자 그가 이 일에 관심이 없을 수 없다고 확신했다.“낙청연이 만족 진영에 한 번 갔다가 돌아온 뒤로 랑심이 저렇게 됐지요. 그래서 전 일부러 만족 진영에 가서 조사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발견했습니다.”“왕야의 모비가 여국 공주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왕야께서는 낙청연의 어머니가 여국 대제사장이라는 걸 알고 계셨습니까?”부진환은 그 말에 흠칫하면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낙정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낙청연이 그 사실을 왕야께 알리지 않은 모양이군요.”“두 분 겉보기에는 서로 은애하지만 서로에게 감추는 것이 아주 많은듯하군요.”“사람을 조종하는 물건은 낙청연의 어머니가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낙청연의 어머니와 만족 왕은 과거가 있습니다. 그들은 모든 비밀을 만족 진영에 숨겨두었지요.”“그래서 낙청연이 만족 왕이 될 수 있었던 겁니다.”“왕야, 이제 아시겠지요?”“낙청연이 천궐국으로 돌아온 건 왕야의 독을 해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직 완성되지 않은 독을 계속해 연구하기 위해서입니다.”“랑심은 그녀의 실험품입니다.”“그리고 왕야 또한 마찬가지지요.”“또 한 가지 있습니다. 낙청연의 어머니와 탁성은 아주 친한 사이입니다.”“한때 왕야의 모비와 낙청연의 어머니께서도 왕래가 잦았습니다. 동족이니까요.”“왕야께서는 낙청연의 어머니가 왕야의 모비를 해쳤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습니까?”“왕야께서 독에 조종당하는 것도 어쩌면 낙청연의 어머니가 한 짓일지 모릅니다.”일련의 말에 부진환은 머릿속이 터질 것 같았다.그는 두 주먹을 꽉 쥐고 노발대발했다.“닥치시오!”“내게 이런 것들을 알려주는 건 본왕과 낙청연의 사이를 이간질하기 위해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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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5화

부운주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낙청연에게서 멀리 떨어지는 게 좋을 것이오.”엄내심은 웃었다. 그녀는 갑자기 어떠한 생각이 들었다.“5황자는 낙청연을 아주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낙청연이 마음에 둔 사람은 섭정왕이군요.”“5황자가 이렇게 자신을 숨기는 건 뭔가 목적이 있는 거겠지요. 저와 연합하는 것이 어떻습니까?”“권력을 손에 넣게 된다면 전 제가 원하는 것을 얻고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어떻습니까?”그녀가 원하는 건 당연하게도 지고지상의 권력과 지위다.엄내심은 어릴 때부터 통제당하는 삶을 살았고 태어날 때부터 가문의 도구로 살았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이 전혀 달갑지 않았다.태후와 그녀의 아버지가 죽기를 기다린다면 그녀의 청춘이 다 지나갈 것이니 의미가 없었다.그동안 참았던 걸로 충분했다. 앞으로 그녀는 다른 이들에게 통제당하지 않고 반대로 다른 이들을 통제하는 삶을 살 생각이다.엄내심은 타인의 생명을 통제하는 감각을 즐겼다.부운주는 미간을 구기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난 관심 없소.”“아니, 관심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참아왔는데 억울하지 않습니까?”“분명 당신이 먼저 낙청연을 좋아하게 됐는데 왜 낙청연은 부진환과 함께 평생을 살아야 합니까? 그렇지 않습니까?”“낙청연이 부진환과 은애하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나지 않습니까? 저였으면 정말 힘들었을 겁니다!”“그리고 만약 부진환이 또 낙청연을 이용하는 거면 어찌합니까?”“다들 알다시피 부진환은 낙월영을 몹시 사랑합니다.”엄내심의 말은 부운주가 오랫동안 억누르고 있던 화를 불러일으켰다.“그만!”“경고하는데 낙청연에게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좋을 것이오.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한다면 죽여버리겠소!”말을 마친 뒤 부운주는 화를 내면서 떠났다.그러나 엄내심은 전혀 화가 나지 않았고 오히려 의기양양하게 입꼬리를 끌어당겼다.낙청연의 뒤를 밟으면서 뜻밖의 수확이 있을 줄은 몰랐다.그렇게 생각하면서 엄내심은 곧바로 그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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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6화

낙청연은 손을 들어 그를 안으며 그의 가슴에 뺨을 붙였다.“도망갈까 두렵습니다.”부진환은 작게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본왕이 어디로 도망가겠느냐?”낙청연은 고개를 들어 가볍게 웃었다.“그건 그렇습니다. 뛰어봤자 벼룩이지요.”아름다운 미소에 부진환은 애정 가득한 손길로 그녀의 콧잔등을 긁었다.하지만 머릿속에 문득 어머니를 죽인 원수의 딸이라는 말이 떠올랐다.“계양에 며칠 더 머무르고 싶으냐?”낙청연이 대답했다.“왕야께서는 할 일이 많으시겠지요. 며칠 시간을 지체했으니 내일 바로 돌아가는 건 어떻습니까?”부진환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연등회를 보러 이렇게 먼 곳까지 왔는데 벌써 돌아간다는 말이냐?”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살짝 웃었다.“아름다웠던 건 연등회가 아니라 길가의 풍경이었습니다.”“그래. 그러면 내일 떠나자꾸나.”부진환은 말하면서 낙청연을 품에 꼭 안았다.다음 날 아침 일찍 그들은 낙랑랑에게 작별 인사를 한 뒤 경도로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가는 길 내내 사람이 많아 떠들썩했고, 그들은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며 경도로 돌아갔다.그래서 속도가 아주 늦었다.낙청연은 기회를 찾아 단둘이 초경을 만났다. 그는 멀지 않은 곳에서 혼자 말없이 따라다니며 송천초를 보호하고 있었다.그를 만나러 갈 때 낙청연은 술 두 병을 그에게 가져다주었다.나무 아래 기대앉아 있던 초경은 술병을 건네받은 뒤 술을 한 모금 마셨다.“천초를 따라다니지 말라고 날 설득하러 온 것이냐?”낙청연은 한숨을 쉬면서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그래. 천초가 진소한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괴롭지 않으냐?”초경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또 한 번 술을 마셨다.“술은 고맙다. 다음번에는 더 잘 숨으마.”“최대한 자제하겠다.”초경은 씁쓸했다.낙청연도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그를 설득했다.“어젯밤 너도 들었겠지만 천초와 진소한은 이제 곧 혼인할지도 모른다.”“앞으로 셋이 함께 지낼 수는 없지 않으냐?”“그중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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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7화

점심이 되고 낙청연은 섭정왕부로 돌아왔다.막 돌아왔는데 소유가 부랴부랴 달려와 보고해야 할 게 많다면서 부진환과 함께 서방으로 향했다.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낙청연은 목욕한 뒤 옷을 갈아입고 휴식할 생각이었다.그러나 이제 막 옷을 갈아입고 나왔는데 지초가 헐레벌떡 달려왔다.“큰일입니다, 왕비 마마. 지초가 목을 매달았습니다.”그 말에 낙청연은 살짝 놀랐다.“우리가 없던 사이 목을 매달았던 적이 있느냐?”지초는 고개를 저었다.낙청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낙월영은 그들이 돌아오길 기다렸다가 목을 매단 것이다.“내가 가보겠다.”낙청연이 빠른 걸음으로 정원을 나섰다.도착했을 때 낙월영은 사람들에게 구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안색이 아주 파리한 것이 죽은 사람의 것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낙월영은 허약하지만 화가 난 얼굴로 낙청연을 기다리고 있었다.“제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더는 이용당하지 않을 겁니다!”낙월영은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키더니 벽을 향해 돌진했다.낙청연은 그 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서 있으면서 덤덤히 말했다.“누구에게 보여주려고 그러는 것이냐?”“난 네가 죽을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낙월영은 벽에 부딪히지 않았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분노한 얼굴로 원망스레 낙청연을 노려보았다. 낙월영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인과응보가 무섭지도 않습니까?”“언니가 제게 한 일을 왕야는 아십니까? 왕야는 언니가 이렇게 지독한 사람인 걸 알고 계십니까?”낙청연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알면 어떻고 모르면 어떠냐? 너랑은 상관없는 일일 텐데 말이다.”“죽고 싶으면 죽어라. 네 시체를 거두어줄 사람은 없을 거다.”말을 마친 뒤 낙청연은 몸을 돌려 자리를 뜨려 했다. 그녀는 호위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만약 다음번에 또 자결하려 한다면 구하지 않아도 된다.”호위가 대답했다.“네!”낙청연이 걸음을 옮겼고 낙월영은 분한 듯 이를 악물더니 낙청연을 향해 덤벼들었다.그녀는 두 손으로 낙청연의 목을 졸랐고 낙청연은 그에 반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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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8화

그 광경을 본 낙청연은 마음이 아팠다.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이렇게 해야만 부진환이 죽고 싶어질 정도로 괴롭지 않을 수 있었다.부진환의 품에 안긴 낙월영은 마침내 속으로 기뻐했다.낙월영은 부진환을 끌어안고 눈물을 글썽이며 하소연했다.“왕야, 드디어 왕야를 뵙습니다.”“왕야께서는 제가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도 모르시겠지요.”“왕비께서 매일 제 피를 뽑고 있습니다. 전 평생 왕야를 만나지 못하는 줄 알았습니다...”부진환은 그녀의 울음소리에 짜증이 나고 머리가 아팠다.“왕야, 제 편을 들어주세요.”낙월영은 끊임없이 울었다.“먼저 의원을 불러주마.”부진환은 그 힘에 반항하지 않고 최대한 낙월영의 뜻에 따르려고 노력했다.“네.”낙월영은 만족스럽게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속으로 기뻐했다.엄내심의 말은 사실이었다.-낙청연은 방 안에 앉아 있었고 지초가 약을 들고 낙청연의 뺨에 약을 살살 발라주었다.지초는 마음 아픈 얼굴로 말했다.“왕야와 왕비 마마께서는 화해하지 않으셨습니까? 왜 갑자기 또 왕비 마마를 때리셨답니까?”“왕야도 고충이 있다.”낙청연은 한숨을 쉬었다.부진환은 낙월영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자신을 통제하지 못한다.낙청연은 문득 낙월영의 손목에 있는 상처가 떠올랐다. 생각할수록 어딘가 이상했다.일부러 그렇게 많은 상처를 내다니, 설마 낙월영이 무언가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지초야, 최근 저택에 별일 없었느냐?”낙청연이 고개를 돌리며 물었고 지초는 고개를 저었다.“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왕비 마마께서는 무엇이 궁금하십니까?”낙청연은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우리가 떠나있는 동안 낙월영 쪽에 이상은 없었는지 등 관사에게 조사해보라고 하거라.”“네.”약을 바른 뒤 낙청연은 부진환에게 가볼 생각이었으나 잠시 망설였다.그녀가 찾아간다면 부진환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었다.부진환이 낙월영의 말에 따른다면 두통이 발작하지 않을 것이다.그는 이미 대응 방법을 장악하고 있었다.-의원을 불러 치료한 뒤 낙월영은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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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9화

소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이것저것 달라고 하셨고 왕야께서는 전부 주셨습니다.”“심지어 왕야께 왕비 마마를 내쫓고 엄벌을 내리라고 하셨습니다.”“왕야께서는 허락하지 않으셨고 화를 내신 뒤 방 안에 들어가셨습니다.”그 말에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낙월영이 왕야께 날 내쫓고 엄벌을 내리라고 했다고?”소유는 고개를 끄덕였다.낙청연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낙월영은 자신이 부진환을 조종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 듯했다.“넌 먼저 가보거라. 내가 왕야의 곁을 지키겠다. 안에는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소유는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피했다.낙청연은 처마 아래로 걸어갔을 뿐 문을 열지는 않았다.그녀는 벽에 기대선 채 안에서 들려오는 억눌린 신음을 들었다.순간 마음이 저려온 낙청연은 눈시울을 붉히며 벽에 등을 기대어 쪼그려 앉았다.두 사람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정적 속에서 부진환의 고통을 참는 소리가 귀에 또렷하게 들렸고, 낙청연은 주먹을 꽉 움켜쥔 채 감히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침상 아래로 몸을 숨긴 부진환은 고통스럽게 발버둥 치면서 피를 토했다. 통증은 한 시진 넘게 이어졌다.부진환은 밖에 나가지 않았고 낙청연은 문밖의 벽에 기대어 밤새 앉아있었다.날이 밝을 때쯤에야 낙청연은 그곳을 떠났다.지초가 때마침 낙청연을 찾으러 왔다.“왕비 마마, 알아냈습니다. 등 관사가 계집종들에게 물었는데 왕비 마마께서 계양으로 떠나기 이틀 전, 낙월영에게 밥을 가져다주는 계집종이 정신을 잃었다고 합니다.”“정신을 차려 보니 낙월영이 도망가지 않아서 큰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얘기하지 않았답니다.”“그리고 등 관사가 당직이던 호위에게 물었는데 그들도 두 번 정신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두 번 다 깨어나 보니 낙월영이 여전히 있었다고 합니다.”그 말에 낙청연의 안색이 달라졌다.“이렇게 큰일을 아무도 보고하지 않았다니.”“아무 이유 없이 정신을 잃었다는 건 분명 이상한 일이다! 낙월영은 그들이 정신을 잃은 틈을 타 몰래 빠져나갔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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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0화

보름 만에 보는 것 같은데 엄 태사는 사람이 완전히 달라진 것 같았다.엄 태사는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낙청연을 노려보았다.“섭정왕비는 본인이나 잘 챙기시지!”낙청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 엄 태사는 말을 하는 것도 기력이 없고 소모가 커 보였다. 최근 일어난 일들 때문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해도 이 정도일 리는 없었다.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터였다.“전 그저 좋은 마음에 얘기해드리는 겁니다. 그렇게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습니다.”“엄 태사의 모습을 보니 내부 소모가 큰 것 같고 또 중독된 증상도 보이는 듯합니다. 엄 태사께서는 의술 좋은 의원을 불러 치료를 받는 게 좋을 듯합니다.”“아직 승부가 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쓰러져서는 아니 되지요.”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싱긋 웃었다.엄 태사는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 차갑게 그녀를 노려보았다.“쓸데없이 참견하지 마시오!”말을 마친 뒤 그는 쌀쌀맞게 소매를 휘날리며 자리를 떴다.낙청연은 착잡한 심정으로 부랴부랴 떠나는 엄 태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엄 태사의 상황은 아주 갑작스러웠다.낙청연은 돌아간 뒤 천명 나침반을 꺼내 점을 보았고 엄씨 집안 근처에 가서 한 바퀴 둘러보았다.엄 태사는 병의 기운이 심했으나 엄씨 가문의 기운은 큰 타격을 입은 뒤 하락세가 지속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승세가 보였다.무엇 때문일까?또 천궐국은 은근히 혼란스러운 국면이 엿보였다. 구체적으로 무엇 때문에 이런 혼란이 야기되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았다.게다가 현재로서는 그 어떤 전환점도 찾을 수 없었기에 조용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천궐국의 혼란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섭정왕부의 혼란이 먼저 시작됐다.내원에 들어서자마자 낙월영의 호통 소리가 들렸다.“이런 것들로 날 속일 생각은 말거라. 내가 원한 건 운예각의 새 옷이다. 왕야께서 허락하신 일인데 감히 일을 이따위로 처리하는 것이냐?”낙월영은 턱을 쳐들고 거만하게 계집종을 혼냈다.계집종은 바닥에 꿇어앉아 빌었다.“낙 낭자, 운예각에서는 최근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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