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이것저것 달라고 하셨고 왕야께서는 전부 주셨습니다.”“심지어 왕야께 왕비 마마를 내쫓고 엄벌을 내리라고 하셨습니다.”“왕야께서는 허락하지 않으셨고 화를 내신 뒤 방 안에 들어가셨습니다.”그 말에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낙월영이 왕야께 날 내쫓고 엄벌을 내리라고 했다고?”소유는 고개를 끄덕였다.낙청연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낙월영은 자신이 부진환을 조종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 듯했다.“넌 먼저 가보거라. 내가 왕야의 곁을 지키겠다. 안에는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소유는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피했다.낙청연은 처마 아래로 걸어갔을 뿐 문을 열지는 않았다.그녀는 벽에 기대선 채 안에서 들려오는 억눌린 신음을 들었다.순간 마음이 저려온 낙청연은 눈시울을 붉히며 벽에 등을 기대어 쪼그려 앉았다.두 사람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정적 속에서 부진환의 고통을 참는 소리가 귀에 또렷하게 들렸고, 낙청연은 주먹을 꽉 움켜쥔 채 감히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침상 아래로 몸을 숨긴 부진환은 고통스럽게 발버둥 치면서 피를 토했다. 통증은 한 시진 넘게 이어졌다.부진환은 밖에 나가지 않았고 낙청연은 문밖의 벽에 기대어 밤새 앉아있었다.날이 밝을 때쯤에야 낙청연은 그곳을 떠났다.지초가 때마침 낙청연을 찾으러 왔다.“왕비 마마, 알아냈습니다. 등 관사가 계집종들에게 물었는데 왕비 마마께서 계양으로 떠나기 이틀 전, 낙월영에게 밥을 가져다주는 계집종이 정신을 잃었다고 합니다.”“정신을 차려 보니 낙월영이 도망가지 않아서 큰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얘기하지 않았답니다.”“그리고 등 관사가 당직이던 호위에게 물었는데 그들도 두 번 정신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두 번 다 깨어나 보니 낙월영이 여전히 있었다고 합니다.”그 말에 낙청연의 안색이 달라졌다.“이렇게 큰일을 아무도 보고하지 않았다니.”“아무 이유 없이 정신을 잃었다는 건 분명 이상한 일이다! 낙월영은 그들이 정신을 잃은 틈을 타 몰래 빠져나갔을지도 모른다
보름 만에 보는 것 같은데 엄 태사는 사람이 완전히 달라진 것 같았다.엄 태사는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낙청연을 노려보았다.“섭정왕비는 본인이나 잘 챙기시지!”낙청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 엄 태사는 말을 하는 것도 기력이 없고 소모가 커 보였다. 최근 일어난 일들 때문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해도 이 정도일 리는 없었다.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터였다.“전 그저 좋은 마음에 얘기해드리는 겁니다. 그렇게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습니다.”“엄 태사의 모습을 보니 내부 소모가 큰 것 같고 또 중독된 증상도 보이는 듯합니다. 엄 태사께서는 의술 좋은 의원을 불러 치료를 받는 게 좋을 듯합니다.”“아직 승부가 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쓰러져서는 아니 되지요.”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싱긋 웃었다.엄 태사는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 차갑게 그녀를 노려보았다.“쓸데없이 참견하지 마시오!”말을 마친 뒤 그는 쌀쌀맞게 소매를 휘날리며 자리를 떴다.낙청연은 착잡한 심정으로 부랴부랴 떠나는 엄 태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엄 태사의 상황은 아주 갑작스러웠다.낙청연은 돌아간 뒤 천명 나침반을 꺼내 점을 보았고 엄씨 집안 근처에 가서 한 바퀴 둘러보았다.엄 태사는 병의 기운이 심했으나 엄씨 가문의 기운은 큰 타격을 입은 뒤 하락세가 지속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승세가 보였다.무엇 때문일까?또 천궐국은 은근히 혼란스러운 국면이 엿보였다. 구체적으로 무엇 때문에 이런 혼란이 야기되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았다.게다가 현재로서는 그 어떤 전환점도 찾을 수 없었기에 조용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천궐국의 혼란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섭정왕부의 혼란이 먼저 시작됐다.내원에 들어서자마자 낙월영의 호통 소리가 들렸다.“이런 것들로 날 속일 생각은 말거라. 내가 원한 건 운예각의 새 옷이다. 왕야께서 허락하신 일인데 감히 일을 이따위로 처리하는 것이냐?”낙월영은 턱을 쳐들고 거만하게 계집종을 혼냈다.계집종은 바닥에 꿇어앉아 빌었다.“낙 낭자, 운예각에서는 최근 새
낙청연은 허리를 숙이고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서늘한 음성으로 말했다.“넌 그저 섭정왕부에서 기르고 있는 약 노예에 불과하다.”말을 마친 낙청연은 낙월영의 손목을 덥석 잡은 뒤 죽 그어서 피를 냈다.낙월영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낙청연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고 피를 한 그릇 받아낸 뒤에야 낙월영을 놓아주었다.그리고 계집종까지 챙겨서 떠났다.낙청연은 해독약을 연구하는 속도를 높일 생각이었다. 낙월영이 살아있다면 점점 더 선 넘는 요구를 할 것이고 그로 인해 왕부는 잠잠할 날이 단 하루도 없을 터였다.떠나는 길에 낙청연은 계집종에게 당부했다.“운예각에 가서 옷을 가져다주거라. 내가 원한 것이라고 한다면 운예각이 내줄 것이다.”“알겠습니다.”낙청연이 또 당부했다.“뭐든 낙월영의 뜻에 따라서 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고생하게 될 거다.”“네.”저녁이 되고 낙청연은 섭정왕부에서 멀지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곧 마차가 도착했고 낙청연은 부랴부랴 마중 나갔다.마차에 타고 있던 부진환은 그녀가 다가오자 다급히 마차에서 내렸다. 그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낙청연을 품에 안았다.“본왕이 보고 싶었느냐?”낙청연은 그를 밀어냈다.“돌아가지 말고 별원에서 지내라는 말을 전하러 왔습니다.”그 말에 부진환의 미소가 굳었다.“무엇 때문이냐? 내가 뭘 잘못했느냐? 내가 네 기분을 상하게 하였느냐?”낙청연이 해명했다.“지금 간다면 낙월영이 왕야를 찾아 또 난리를 피울 겁니다. 왕야께서 머리가 아플까 걱정됩니다.”부진환은 심각한 얼굴로 낙청연의 손을 잡았다.“괜찮다. 네가 말한 방법을 쓴다면 아프지 않다.”낙청연은 거짓말이란 걸 알면서도 속아줬다.저번에 그는 두통 때문에 바닥을 뒹군 적이 있었다.“제 말대로 별원에 머무르세요! 오늘 당장 옮기세요!”낙청연의 태도는 강경했고 부진환은 주저하다가 물었다.“며칠 동안 머물러야 하느냐?”“그건 다음에 얘기하시지요. 일단 옮기세요.”“왕부로 돌아오지 마세요. 소유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보내라고
그런데 오히려 손을 잡혀서 품속에 쏙 안겼다.낙청연은 그제야 정신을 조금 차릴 수 있었다. 익숙한 향기에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왜 여기에 계십니까?”부진환은 그녀를 꼭 끌어안고 말했다.“별원이 너무 춥다.”낙청연은 그를 억지로 밀어냈다.“그렇지요. 추울 뿐만 아니라 뱀도 있습니다.”낙청연도 한때 별원에서 지냈다.그때 그녀의 처지는 부진환보다 몇 배는 더 어려웠다.부진환도 과거 그녀가 겪었던 일을 떠올린 건지 마음 아픈 얼굴로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청연아, 그때 내가 널 매우 힘들게 했구나.”“내가 미안하다.”어둠 속에서 낙청연은 눈을 반짝이며 그를 바라보았다.“이미 지나간 일이니 다시 거론할 필요는 없습니다.”“별원의 추위를 견디지 못하겠습니까?”부진환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와 떨어져 있는 걸 견디지 못하겠다.”낙청연은 살짝 설레면서 마음이 약해졌다.“왕야가 별원에서 지내지 않는다면 왕부에서 괴로운 건 저와 왕야입니다.”“날이 밝으면 돌아가마. 오늘 밤은 이곳에서 묵어도 되겠느냐?”부진환은 밤새 경도로 돌아왔다.별원에 도착해 과거 그녀가 지냈던 곳을 바라보니 힘겹게 버텼어야 했을 그때 그 겨울밤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이곳까지 찾아와 그녀를 안아주고 싶었다.“알겠습니다.”낙청연은 결국 동의했다.그의 품에 안기니 안도감이 들었고 낙청연은 이내 쏟아지는 잠기운에 잠이 들었다.어두운 밤, 부진환은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살살 어루만졌다. 그의 얼굴에는 애틋함이 역력했다.-날이 밝고 낙청연이 깨어났을 때 그녀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이불 안에서 아직 온기가 느껴지는 걸 보니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했다.침상에서 일어난 낙청연은 문 앞으로 걸어가 기지개를 켰고 지초가 옷을 가져와 그녀에게 걸쳐줬다.“왕비 마마, 이제 가을이라 공기가 찹니다.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셔야 합니다.”낙청연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날이 좋으니 밖에 나가서 걸어야겠다.”이제 막 정원을 나섰는데 낙월영이
송천초는 손을 닦은 뒤 궤를 열고 서신을 꺼냈다.낙청연은 서신을 열어보았고 내용을 확인한 뒤 안색이 달라졌다.송천초는 의아한 얼굴로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왜 그러십니까? 그대의 도움을 바라는 겁니까?”낙청연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협박 서신이다.”서신에는 낙청연이 현산 제자를 사칭한 사실을 알고 있으니 자신과 협력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만약 낙청연이 그와 협력하지 않는다면 진짜 현산 제자를 모셔 와서 진실을 밝히고 그녀의 명성이 떨어지게 할 것이라 했다.그리고 세상 사람들에게 그녀가 사기꾼이라는 걸 알릴 것이라 했다.송천초는 서신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구일까요? 오래전부터 그대를 노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낙청연은 미간을 좁힌 채로 잠시 사색에 잠겼다.“날 찾아올 때까지 기다려야겠다. 너도 당분간 조심하거라.”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였다.“전 괜찮습니다. 그대도 조심하세요. 오랫동안 그대를 지켜본 듯합니다. 그대가 현산 제자가 아니란 것도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낙청연이 막 점을 치기 시작했을 때 유명세가 필요해 현산 제자의 이름을 빌린 적이 있었다.서신을 쓴 사람은 적어도 그녀가 언제 경도에 나타났는지 알고 있었다.-밤이 되고 낙청연이 자려고 준비하는데 지초가 헐레벌떡 달려왔다.“왕비 마마, 후원에서 누군가 왕비 마마를 기다리고 있습니다.”낙청연은 송천초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후원에 가보니 부진환이 보였다.그는 흰색 옷을 입고 조용히 달빛을 받으며 서 있었다. 그의 어깨 위로 달빛이 쏟아졌고 부진환은 달빛 아래 그녀를 향해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왜 또 돌아왔습니까?”부진환은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잡은 뒤 그녀를 이끌고 후문으로 나갔다.“너랑 갈 곳이 있다.”낙청연은 그가 자신을 데리고 만복루로 올 줄은 예상치 못했다.평소라면 떠들썩했어야 할 만복루가 아주 조용했다.2층에 올라가니 만복루의 요리사가 오랫동안 그들을 기다린 듯했다.탁자 위에는 엄청난 양의 식재료가 놓여있어 2층 전체가 주방이
부진환은 조금 풀이 죽은 얼굴로 접시를 치우며 위로했다.“괜찮다. 요리사가 해줄 것이다.”낙청연의 입맛에는 맞지 않는 듯했다. 분명 요리사에게서 배운 것인데 그 맛을 내기는 어려웠다. 틈이 생긴다면 더 연습해볼 생각이었다.그의 실망한 기색에 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웃었다.“아주 달군요! 아주 맛있습니다!”부진환은 흠칫했다.그녀의 아름다운 미소에 부진환은 마음속이 간질거렸다. 그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얼굴을 받쳐 든 뒤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그를 위로하느라 한 말인 걸 알지만 그래도 그녀의 미소를 보면 기분이 좋았다.옆에 있던 요리사는 고개를 돌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지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잠시 뒤 음식들이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했고 두 사람은 밤늦게까지 맛있게 음식을 먹었다.만복루에서 나올 때 낙청연은 너무 많이 먹어 배가 터질 것 같았다.부진환은 그녀의 손을 잡고 앞으로 걸어갔다.“잠시 걷자꾸나. 이따가 본왕이 널 데려다주겠다.”낙청연은 트림을 했다.“절 살찌우려고 일부러 많이 먹인 겁니까? 제가 예전처럼 살찌면 왕야께서는 기뻐하실 겁니까?”부진환은 그녀를 품에 안고 나지막하게 웃었다.“눈치챘구나.”“왕야!”낙청연은 화가 난 얼굴로 손을 들었고 부진환은 그녀의 손을 잡은 뒤 손등에 입을 맞췄다. 부진환은 부드럽게 말했다.“본왕은 널 좋아한다. 네가 뚱뚱해도 날씬해도 상관없다.”“정말입니까?”낙청연은 그의 목에 팔을 건 뒤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제가 너무 무거우면 왕야께서 절 안아 들지 못할까 봐 겁이 납니다.”부진환은 가볍게 그녀를 안았다. 마치 아이를 안은 듯했다. 그는 그녀를 품에 안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안을 수 없으면 업으면 되지.”낙청연은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그의 어깨에 뺨을 기댔다.“업지 못하면 어찌합니까?”“업지 못하면... 너와 함께 누워 있으련다...”부진환은 낙청연을 안고 천천히 걸었고 두 사람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었다.조용한 거리에서 달빛이 그들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
부진환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낙청연이 설명했다.“예전에 점을 쳐본 적이 있습니다. 천궐국에 혼란이 생기는데 그 시작이 남쪽이라고 했습니다.”“그리고 진주가 때마침 남쪽에 있지요!”“엄씨 가문은 진주에서 흥하기 시작해 그곳에서 신망이 두텁습니다. 엄 태사가 이렇게 단호히 관직에서 물러난 걸 보면 진주에 숨겨둔 세력이 엄청날지도 모릅니다.”그 말에 부진환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고 표정도 굳어졌다.“엄 태사는 무력을 쓸 생각인가 보구나.”부진환은 낙청연의 손을 잡았다.“청연아, 고맙다.”낙청연은 살짝 놀랐다.“뭐가 고맙습니까?”“이렇게 중요한 일을 내게 알려줘서 고맙다.”낙청연은 궁금한 듯 물었다.“뭘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잠깐 고민하던 부진환은 차가워진 눈빛으로 말했다.“그가 관직에서 물러나 경도를 떠난다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해야지!”낙청연 또한 그 방법에 동의했다.엄 태사가 죽어야만 모든 것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낙운희에게 도와달라고 전하겠습니다. 반드시 엄 태사를 죽여야 합니다!”낙청연은 이내 마차에서 내려 낙운희를 찾았고 엄 태사가 관직에서 물러난 소식을 그녀에게 알렸다.“네게 복수할 기회가 왔다.”“지금부터 엄 태사를 주시하거라. 일단 손을 쓰지는 말고 섭정왕이 보낸 사람과 협조해 그가 경도에서 멀리 떨어진 후 손을 쓰거라.”가면 아래 낙운희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증오가 불타오르고 있었다.“알겠습니다!”낙운희는 곧장 떠났다.드디어 복수할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반드시 엄 태사를 죽여 어머니의 복수를 할 것이다!그날 엄 태사의 마차가 경도를 떠났다.어두운 곳에서 몇 개의 대오가 조용히 경도를 떠났고, 경도의 성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엄 태사에 대한 추격이 시작되었다.같은 시각, 조정의 관원이 대폭 교체되었고 엄씨 일당의 세력은 거의 뿌리째 뽑혔으며 새로 발탁된 사람들이 많았다.하지만 이 때문에 관직이 많이 비워졌다. 그중 대부분은 무관직이었고 심지어 금군의 일부 직
”황명입니다. 이번 무술 대회에서 섭정왕이 직접 인재를 선발하여야 하니, 두 왕비와 함께 대회를 구경하도록 특별히 허락한다.”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렸다.부진환이 성지(聖旨)를 받아보니, 진짜 성지가 틀림없었다.금서는 주위를 보더니, 곧 웃으며 물었다 “이번에 황상께서 특별히 두 왕비와 동행하도록 허락했는데, 어찌 측왕비는 보이지 않으십니까?”무술 대회의 소식을 들은 낙월영은 자신도 참석하겠다고 대문 안에서 고함질렀다. “왕야, 왕야!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금서는 이 소리를 듣고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왕야께서 정녕 측왕비는 데려가지 않을 모양입니다.”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번 무술 대회는 낙월영과 상관없는 일이니,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그러나 금서는 웃으며 말했다. “설마 어명을 어기려는 겁니까?”이 한마디에 부진환은 어쩔 수 없이 낙월영을 데려가야 했다.어쨌든 그건 성지이다.엄 태사가 갓 관직에서 물러나 엄가는 권세를 잃었다. 만약 이때 그가 성지를 어기면 득의망형(得意忘形) 해보이고, 황제에 대해 너무 불경해 보인다.부진환과 낙청연은 서로 마주 보았다. 두 사람은 이번에 엄 태사가 분명 음모를 꾀할 거라는 것을 눈치챘다.“염려 마십시오. 괜찮을 겁니다.” 낙청연이 위로했다.곧이어, 낙월영이 나왔다. 그는 즉시 앞으로 다가가 부진환의 팔짱을 끼고 말했다. “왕야, 드디어 저를 데리고 나가는 겁니까? 너무 오랫동안 왕부에만 있어서 갑갑했습니다.”“무술 대회 같은 이런 떠들썩한 일에 어찌 저를 잊을 수 있겠습니까? 왕야는 정말 저를 제일 이뻐합니다..”부진환은 낙월영이 너무 싫었다. 그러나 반항할 생각만 하면, 그의 머리는 지끈지끈 아파졌다.그는 어쩔 수 없이 낙월영을 데리고 마차에 올라탔다.낙청연은 화는 나지 않았다. 그러나 낙월영의 그 역겨운 모습이 싫어서 혼자 다른 마차를 타고 무술 대회가 열리는 곳으로 갔다.무대 아래에는 사람들로 꽉 찼다.삼면 누각 위에는, 모두 황제의 친인척들이 앉아있었다.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