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환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낙청연이 설명했다.“예전에 점을 쳐본 적이 있습니다. 천궐국에 혼란이 생기는데 그 시작이 남쪽이라고 했습니다.”“그리고 진주가 때마침 남쪽에 있지요!”“엄씨 가문은 진주에서 흥하기 시작해 그곳에서 신망이 두텁습니다. 엄 태사가 이렇게 단호히 관직에서 물러난 걸 보면 진주에 숨겨둔 세력이 엄청날지도 모릅니다.”그 말에 부진환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고 표정도 굳어졌다.“엄 태사는 무력을 쓸 생각인가 보구나.”부진환은 낙청연의 손을 잡았다.“청연아, 고맙다.”낙청연은 살짝 놀랐다.“뭐가 고맙습니까?”“이렇게 중요한 일을 내게 알려줘서 고맙다.”낙청연은 궁금한 듯 물었다.“뭘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잠깐 고민하던 부진환은 차가워진 눈빛으로 말했다.“그가 관직에서 물러나 경도를 떠난다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해야지!”낙청연 또한 그 방법에 동의했다.엄 태사가 죽어야만 모든 것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낙운희에게 도와달라고 전하겠습니다. 반드시 엄 태사를 죽여야 합니다!”낙청연은 이내 마차에서 내려 낙운희를 찾았고 엄 태사가 관직에서 물러난 소식을 그녀에게 알렸다.“네게 복수할 기회가 왔다.”“지금부터 엄 태사를 주시하거라. 일단 손을 쓰지는 말고 섭정왕이 보낸 사람과 협조해 그가 경도에서 멀리 떨어진 후 손을 쓰거라.”가면 아래 낙운희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증오가 불타오르고 있었다.“알겠습니다!”낙운희는 곧장 떠났다.드디어 복수할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반드시 엄 태사를 죽여 어머니의 복수를 할 것이다!그날 엄 태사의 마차가 경도를 떠났다.어두운 곳에서 몇 개의 대오가 조용히 경도를 떠났고, 경도의 성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엄 태사에 대한 추격이 시작되었다.같은 시각, 조정의 관원이 대폭 교체되었고 엄씨 일당의 세력은 거의 뿌리째 뽑혔으며 새로 발탁된 사람들이 많았다.하지만 이 때문에 관직이 많이 비워졌다. 그중 대부분은 무관직이었고 심지어 금군의 일부 직
”황명입니다. 이번 무술 대회에서 섭정왕이 직접 인재를 선발하여야 하니, 두 왕비와 함께 대회를 구경하도록 특별히 허락한다.”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렸다.부진환이 성지(聖旨)를 받아보니, 진짜 성지가 틀림없었다.금서는 주위를 보더니, 곧 웃으며 물었다 “이번에 황상께서 특별히 두 왕비와 동행하도록 허락했는데, 어찌 측왕비는 보이지 않으십니까?”무술 대회의 소식을 들은 낙월영은 자신도 참석하겠다고 대문 안에서 고함질렀다. “왕야, 왕야!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금서는 이 소리를 듣고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왕야께서 정녕 측왕비는 데려가지 않을 모양입니다.”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번 무술 대회는 낙월영과 상관없는 일이니,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그러나 금서는 웃으며 말했다. “설마 어명을 어기려는 겁니까?”이 한마디에 부진환은 어쩔 수 없이 낙월영을 데려가야 했다.어쨌든 그건 성지이다.엄 태사가 갓 관직에서 물러나 엄가는 권세를 잃었다. 만약 이때 그가 성지를 어기면 득의망형(得意忘形) 해보이고, 황제에 대해 너무 불경해 보인다.부진환과 낙청연은 서로 마주 보았다. 두 사람은 이번에 엄 태사가 분명 음모를 꾀할 거라는 것을 눈치챘다.“염려 마십시오. 괜찮을 겁니다.” 낙청연이 위로했다.곧이어, 낙월영이 나왔다. 그는 즉시 앞으로 다가가 부진환의 팔짱을 끼고 말했다. “왕야, 드디어 저를 데리고 나가는 겁니까? 너무 오랫동안 왕부에만 있어서 갑갑했습니다.”“무술 대회 같은 이런 떠들썩한 일에 어찌 저를 잊을 수 있겠습니까? 왕야는 정말 저를 제일 이뻐합니다..”부진환은 낙월영이 너무 싫었다. 그러나 반항할 생각만 하면, 그의 머리는 지끈지끈 아파졌다.그는 어쩔 수 없이 낙월영을 데리고 마차에 올라탔다.낙청연은 화는 나지 않았다. 그러나 낙월영의 그 역겨운 모습이 싫어서 혼자 다른 마차를 타고 무술 대회가 열리는 곳으로 갔다.무대 아래에는 사람들로 꽉 찼다.삼면 누각 위에는, 모두 황제의 친인척들이 앉아있었다.사람
”아니면 왕비께서 직접 내려가서 한번 찾아보시겠습니까? 만일 연뿌리 두 개를 파내면, 제가 상을 푸짐히 드리겠습니다!”익살스럽고 오만한 이 어투는 누구 봐도 낙청연을 왕비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분명 노비로 대하고 있었다.주위의 사람들은 듣더니, 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낙청연이 섭정왕부에서의 위치가 이 정도로 미천한가?보다 못한 부지환은 냉랭하게 말했다: “이 계절에 어찌 연근이 있겠느냐? 괜한 짓 하지 말거라.”그러나 낙월영은 부진환의 팔을 잡아당기며 어리광을 부렸다.“아니, 왕야, 혹시 있으면요! 왕비에게 내려가 찾아보라고 하세요!”말을 하더니, 손목의 옥팔찌를 빼내 연못에 던졌다.그러고는 턱을 치켜들고 낙청연에게 말했다. “내려가십시오. 이 옥팔찌는 왕비에게 주는 상입니다!”그 모습은 마치 개를 부리는 것 같았다.부진환의 두 손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머리는 깨질 듯이 아팠다.낙청연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부진환의 표정을 보더니, 다시 매서운 눈빛으로 낙월영을 한번 쳐다보고는 돌아서, 연못에 훌쩍 뛰어내렸다.첨벙첨벙하는 물소리가 들리더니, 주위에서 놀라는 소리가 잇따라 전해왔다.“정말 뛰어내렸습니다.”“세상에!”부진환은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그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는 억지로 통증을 참고 있었으며,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낙월영은 이 모습을 보더니 득의양양해서 웃으며 부진환의 손을 잡더니 말했다. “왕야, 왕비가 정말 말을 잘 듣습니다.”그 어투는 마치 한 마리의 개를 형용하는 것 같았다.낙월영은 매우 득의양양했다. 그는 모든 사람 앞에서 낙청연의 자부심과 자존심을 모조리 짓밟고 말 것이다!정비면 또 어떠하고 공주면 또 어떠하냐! 낙청연은 어디까지나 그녀가 마음대로 부려먹을 수 있는 개에 불과하다!그녀는 낙청연에게 망신을 주어, 수도에서 몸 둘 곳이 없게 할 것이다!연못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 수군거리고 있었다.낙청연은 물속에 들어갔다가 곧 다시 뭍으로 올라왔다. 그녀는 온몸이 흠뻑 젖은 채로 물가에
곧이어, 무술 대회가 시작되었다.다행히 낙월영도 더 이상 이상한 짓을 꾸미지 않고, 조용히 무술 시합 과정을 보고 있었다.낙청연은 이번 무술 대회의 규칙을 알아보았다. 칼에는 눈이 없으므로 이번 시합에서 무기와 암기의 사용은 금지한다고 했다.그러나 고수들이 맞대결하는 과정에서 순간 손을 거두지 못할 때가 있고 모두가 거리낌 없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이번 시합 과정에서 생사는 하늘에 맡긴다고 했다.최종 승부는 결과를 결정하지 않는다.중요한 건 시합하는 과정에서의 표현이다. 부진환은 그중에서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선발할 것이다.부경한에게 이번 무술 대회는 단순히 실력이 뛰어난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경기를 관람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매우 자유로웠다.모든 사람은 도전할 수 있었다. 한 경기당 10명이고, 승자는 휴식을 취하다 두 번째 경기에 진입한다.따라서 각 경기의 승리자는 자신이 더 강하다고 생각하는 상대에게 도전할 수 있다.첫 경기는 아주 빨리 끝났다. 부진환은 진지하게 부경한과 이번 경기의 적합한 사람을 분석했다.부경한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곁에 있는 태감에게 이름을 적어 두게 했다.시합은 순조롭게 잘 진행되었는데, 세 번째 경기 때, 엄평소가 무술 시합에 참여했다.그는 연달아 3명에게 도전했는데, 모두 승리했다.맨 마지막에, 엄평소는 고개를 들더니, 낙청연을 쳐다보았다.“왕비의 무공실력이 대단하다고 들었습니다. 오늘 저에게 왕비와 겨루어 볼 수 있는 영광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이 말이 떨어지자, 주위의 시선은 모두 낙청연에게 옮겨졌다.엄평소가 그녀에게 도전하다니!낙청연은 약간 놀랐다.엄평소의 증오가 불타는 눈빛을 보고 낙청연은 문득 뭔가 알 것 같았다.이것이 바로 태후 성지의 목적이겠지!역시 낙월영이 곧 입을 열었다. “왕야, 왕비를 나가서 겨루게 해주세요. 저도 누가 이길지 보고 싶단 말입니다.”“왕비의 실력이면, 이번 시합은 더할 나위 없이 재밌을 겁니다.”“왕야, 승낙하십시오.”낙월영은 또
부진환은 긴장하여 손바닥에 땀이 났다.낙청연은 억지로 몸을 일으켰지만, 반격할 힘이 없었다.엄평소는 또다시 주먹으로 낙청연의 복부를 힘껏 쳤다. 낙청연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엄평소는 낙청연의 머리채를 덥석 잡더니 그녀의 귀가에 대고 매섭게 말했다. “너의 재주가 참 대단하더구나! 나를 관직에서 물러나 진주(秦州)로 돌아가게 하다니! 너는 섭전왕부의 대 공신이다!”“네가 한번 맞춰보거라, 부진환이 너를 구할 것 같으냐?”“그러나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나는 너를 죽일 테니까!”엄평소는 낙청연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가렸다.그리고 그의 주먹을 꽉 쥔 다른 한 손은 예리한 쇳조각을 달고 낙청연의 복부를 공격하려고 했다.낙청연은 그 암기를 보고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부진환의 심장은 곧 튀어나올 것 같았으며, 강렬한 불안감이 엄습해왔다.반대편 누각 구석에 앉아 있던 부운주도 몹시 긴장하여 주먹을 움켜쥐었다.낙청연의 실력은 설사 엄평소를 이기지 못한다 해도 전혀 반격할 힘이 없을 정도는 아니다.이때 나서서 그녀를 도와줘야 하나?부운주는 망설이었다.이 위기일발의 순간에 난폭한 검은 그림자가 사람들 속에서 날아오더니, 온몸에 살기가 가득한 채로 무대 위로 뛰어 올라왔다. 그는 엄평소의 목덜미를 잡고 그를 땅에 때려눕혔다.“아!” 엄평소는 놀라서 소리쳤다.낙청연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랑목……”랑목의 두 눈은 독기로 가득했고 맹수처럼 노기 등등했다. 그는 엄평소의 옷깃을 잡더니 아주 세게 그를 내팽개쳤다.“감히 나의 누이를 다치게 해, 너의 천한 목숨을 거두겠다!”말을 하더니 또다시 달려가 그를 때렸다.엄평소는 정신을 차리고 급히 반격했지만, 힘은 현저히 랑목에게 미치지 못했다.특히 격노한 랑목에게는 더욱 미치지 못했다.랑목은 한 대 또 한 대, 엄평소의 몸을 내리쳤다. 그 소리는 사람의 가슴을 떨리게 했다.엄평소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의 손가락 사이에 날카로운 빛이 번뜩이었다.낙청연은 순간 안색이 변하더니 급히 소리쳤다.
부운주였다!랑목은 주먹을 쥐고 다시 달려들었다.사람들은 부운주를 위해 마음을 졸였다. 랑목은 만족 사람이다. 그의 실력은 모든 사람이 다 보았다.부운주의 그 병약한 몸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그러나 낙청연은 알고 있었다. 부운주는 때마침 잘 나타났다는 것을. 이것은 그의 재주를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이기 때문이다.랑목의 주먹을 부운주는 역시 생각대로 받아냈다.뒤이어 두 사람은 격렬하게 수십 번을 싸웠다.사람들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 사람은 5황자입니까?”“5황자의 실력이 언제 이렇게 강해졌습니까?”“그러게, 말입니다. 허약하고 병이 많다고 하지 않았습니까?”사람들의 의론이 분분한 가운데, 부운주는 이미 랑목의 허점을 찾아냈다. 부운주는 갑자기 랑목을 넘어뜨리더니, 매섭게 랑목의 얼굴을 가격했다.낙청연은 즉각 앞으로 달려가 말했다. “멈추십시오!”부운주는 흠칫 놀라더니, 손을 멈췄다.랑목은 훌쩍 일어나 반격하려 했지만, 낙청연이 그를 잡아당겼다.“랑목이 졌습니다.” 낙청연은 바로 결과를 발표했다.낙청연은 복잡한 눈빛으로 부운주를 쳐다보며 말했다. “5황자, 축하드립니다.”부운주는 결국 자유로운 생활을 택하지 않았고 수도에 남아있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이제 더는 자신의 실력을 숨기려고 하지도 않았다.지금 부운주의 야심은 아주 명백했다.부운주는 속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했다. 그는 읍하여 예를 행하며 말했다. “양보해줘서 고맙소!”곧이어 그는 바닥에 쓰러져있는 엄평소를 보며 말했다. “엄평소는 암기를 소지했기 때문에 규칙을 위반했소. 이미 중상을 입었으니, 죽일 필요는 없소.”“랑목 왕자는 만족으로서 무술 시합에 개입한 것도 규칙에 어긋난 행동이오. 무술 시합이 이미 끝났으니 이 일은 이로써 종결하고 더 이상 추궁하지 않겠소.”부운주는 침착하게 말했으며, 기가 충만했다.이런 처리 방식은, 엄평소의 목숨을 살려준 셈이고, 또한 랑목의 체면도 봐준 셈이다.어쨌든 그는 만족 사람이다. 무모하게 이번
부경한은 이 일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그 성지 때문에 낙청연을 다치게 해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무방하오. 이번 무술 대회는 우호국이 참여하면 안 된다는 규칙은 없었소.”“섭정왕비께서 만족 왕자를 의제(義弟)로 두다니, 짐은 정말 탄복하오!”“왕비는 많이 다쳤으니, 왕비와 랑목 왕자는 먼저 돌아가 쉬어도 좋소.”낙청연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표했다. “황상, 감사합니다.”바로 뒤에 랑목은 낙청연을 부축하여 돌아갔다.마침 부설루가 근처에 있었고, 3층에서는 무술 대회의 상황을 지켜볼 수도 있었기 때문에 낙청연은 일단 랑목과 함께 부설루로 돌아가 휴식하기로 했다.행우가 약을 달여왔다.낙청연은 창가에 앉아 무술 대회의 진행을 주시해보고 있었다. 부운주의 적수가 한 명도 없는 걸 보고 낙청연은 부운주가 곧 조정에 들어가게 될 거라는 것을 알았다.“누이, 아직도 아프오?” 랑목은 차 한잔을 들고 왔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괜찮다. 그리 심하게 다친 편이 아니니, 며칠만 휴식하면 나을 거다.”“랑목, 네가 갑자기 왜 수도에 온 것이냐? 만족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 급한 거냐?”낙청연은 하늘에서 맴도는 그 응익도 보았다.아신도 함께 왔다.랑목은 다급히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만족은 아무 일 없소. 누이에 관한 일 때문에 급히 달려온 것이오.”“나? 무슨 일인데?” 낙청연은 곤혹스러웠다.랑목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며칠 전에 어떤 사람이 우리 부족 사람으로 가장하고, 누이에 대해 수소문하고 다녔소.”“나까지 가장하여 연라까지 속였소.”“비록 연라는 그녀에게 기밀을 많이 털어놓지 않았지만, 그녀는 산 위의 그 궁전의 존재를 알게 되었소. 그리고 그곳까지 다녀온 모양이오.”“내가 알게 된 후, 사람을 시켜 그녀를 잡으려고 했지만, 그녀는 도망갔소.”“여인이었소.”“아, 그 여인의 초상화가 있소.”랑목은 말을 하면서 품속에서 초상화를 꺼내 낙청연에게 건넸다. 낙청연은 그 초상화를 펼쳐보고 저도 몰래
랑목은 거침없이 부진환의 얼굴을 주먹으로 한 방 먹였다. 부진환은 연신 뒤로 물러났다.랑목은 독한 표정을 드러내며 말했다. “경고하는데 다시 한번 누이를 이런 식으로 대하면 당신을 죽여버리겠소!”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입가의 피를 닦으며 물었다. “낙청연은? 낙청연을 만나야겠소.”“누이가 어디에 있던 당신이 무슨 상관이란 말이오?” 랑목은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랑목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황제의 생신이던 그날, 이 섭정왕이 서슴없이 낙청연을 그에게 내주었던 그 일을.이 역겨운 놈!랑목은 누이가 왜 이 사람과 함께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오늘도 다른 사람이 누이를 죽이려는 것을 보고도 그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랑목은 불만이 많았다.두 사람의 두 눈이 서로 마주치는 순간, 적의가 폭발했다.분위기는 매우 긴장하였고 곧 싸울 것 같았다.낙청연이 정원에 들어서자, 바로 이 장면을 보았다. 그는 다급히 앞으로 달려가 그들 앞을 가로막았다.“당신들 뭐 하자는 겁니까?”“콜록, 콜록, 콜록……” 급한 낙청연은 또 기침하며 아픈 가슴을 움켜쥐었다.두 사람은 매우 놀라더니, 동시에 앞으로 달려가 낙청연을 부축했다.낙청연은 두 사람의 손을 밀쳐내더니, 고개를 돌려 랑목을 보며 말했다. “내가 너보고 뭐라고 했느냐?”랑목의 방금 전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이내 찔려 말했다. “잘못했소.”“사죄드려!” 낙청연의 표정은 엄숙했다.랑목은 내키지 않았지만 부진환을 보며 말했다. “그…… 미안하게 됐소.”부진환은 낙청연의 손을 잡더니 말했다. “됐어, 화내지 마. 본왕이 너무 급했다.”“오해일 뿐이야.”낙청연은 그의 손을 밀쳐내더니 말했다. “그리고 당신!”“내가 죽는 것도 아닌데 뭐가 그리 급합니까?”“그리고 랑목은 한동안 수도에 남을 겁니다. 앞으로 자주 볼 테니, 과거의 원한은 씻어버리세요.”부진환은 이런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다 네 말대로 하마!”“일단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거라. 본왕이 지금 사람을 시켜
결국 다들 시선을 부소에게로 옮겼다.부소는 멍하니 자기를 가리키며 물었다.“나한테 가라는 것이오?”“그것도 아니지 않소?”부진환이 말했다.“주락과 계진 둘 다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미인계에 넘어가게 생겼소?”“자네의 연기가 비슷할 것 같소.”부소가 다급히 말했다.“다른 사람을 찾으면 되지 않소?”“다른 사람은 마음이 놓이지 않소.”부소는 한참 고민하다 잔에 담긴 차를 단숨에 다 마셨다.“가면 될 것 아니오!”“좋은 소식 기다리시오!”부소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부진환이 그를 불러 세웠다.“오늘 이미 심문을 받았으니, 지금 가는 것은 너무 티가 날 것이오. 급할 것 없이, 내일 다시 가시오.”-다음 날 저녁.부소는 부진환이 말한 대로 고옥서를 심문하러 갔다.부 태사가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고옥서는 전쟁 때문에 그가 오지 못했다고 생각했다.역시 부진환의 추측대로 고옥서의 계략 중 하나가 바로 미인계였다.부 태사에게는 통하지 않았지만, 부소는 다르다.한바탕 유혹하고 난 후, 고옥서는 기회를 잡아 부소와 단둘이 있게 되었다. 그녀는 고옥언이 갇힌 위치를 알아내고 부소가 방심한 틈을 타서 독 가루를 뿌려 그를 쓰러트렸고 감옥 문 열쇠를 훔쳐냈다.그리고 그녀는 독으로 감옥을 지키고 있던 옥졸을 쓰러트리고 고옥언이 갇힏 곳을 찾아 고옥언을 구출했다.“누나!”고옥언은 감격에 겨웠다.“어찌 온 것입니까? 동하국이 청주성을 뚫은 것입니까?”고옥서는 사방을 경계하며 말했다.“아니다. 홀로 너를 구하려 들어온 것이다.”“일단 이곳을 떠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두 사람은 조용히 감옥을 떠나려 했다. 하지만 감옥 끝에 있는 철문을 보고 고옥언이 발걸음을 멈추었다.“누나. 고강해가 저곳에 갇혀 있는 것 같습니다.”“데리고 가실 겁니까?”고옥서는 바로 거절했다.“안 된다. 너무 위험한 상황이라, 우리도 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누나. 저는 그저 고강해가 지니고 있는 열쇠를 말한 것입니다.”그 말을 듣고
“정말인 것이냐? 동하국에는 나를 거절할 수 있는 남자가 없다.”그 말을 듣고 부진환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동하국 사람들이 워낙 적으니, 그럴만하다.”고옥서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정말 단호하구나.”말을 마치고 고옥서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옷을 입었다.부 태사에게 미인계가 통하지 않을 줄 생각지도 못했다.“인내심이 없으니,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거라.”부진환이 천천히 몸을 돌려 불쾌한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고옥서는 어쩔 수 없이 답했다.“내 동생을 구하러 왔다.”“동하국 왕자, 고강해.”“너에게 잡힌 지 오래되었는데, 아직 살아 있는 것이냐?”부진환은 놀라지 않았다.“얼마 전에 그를 구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다들 실패했는데, 너라고 성공할 거라 생각한 것이냐?”고옥서가 가볍게 웃었다.“확신이 없다면 어찌 왔겠느냐? 청주성에서 순찰하는 청주군도 많지 않은 듯한데, 다들 바닷가로 갔나 보구나.”“동하국의 배가 부담을 준 것이냐?”부진환이 담담하게 그녀를 힐긋 보고 답했다.“쓸데없는 걱정이구나.”말을 마치고 부진환은 몸을 돌려 떠났다.부진환의 반응을 본 고옥서는 전쟁의 상황이 부 태사에게 큰 부담이 되었고 막사마저 사라졌을 것이라 추측했다.그렇지 않으면 부 태사가 어찌 안색을 바꾸었겠는가?그렇게 생각한 고옥서는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으며 철문을 바라보았다.감옥에서 나간 부진환은 눈살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부소가 와서 그를 부른 것도 듣지 못할 정도였다.부소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왜 그리 넋을 놓고 있소? 여러 번 불러도 도통 반응이 없었소.”“심문하러 간 동하국 여인은 어떻게 되었소? 안색이 좋지 않소.”부진환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청주성에 들어와 동하국 왕자이자 그녀의 동생 고강해를 구하러 왔다고 순순히 말했소.”부소가 깜짝 놀랐다.“고강해 말이오?”“그런 뜻으로 말했소. 하지만 고옥서라는 이름을 들으니, 고옥언과의 관계가 궁금해졌소.”“나이를 보니
“모든 것이 예전처럼 회복될 것입니다.”차강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황량한 이한도의 모습을 바라보며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다 잘될 것이다.”그는 이한도를 예전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 시간문제일 것이라 믿는다.마음만 먹으면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것이다.-저녁이 되자 바닷가의 막사는 고요함을 되찾았다. 전쟁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깨끗이 청소되었다.옥에 갇힌 고옥서는 아직도 동하국의 병사들이 매복을 당해 전쟁에서 지고 도망친 것을 모르고 있다.그녀는 옥에 끌려간 후 동생의 모습을 보고 싶어 두리번거렸지만 계속 그를 찾지 못했다.지하 감옥의 가장 깊은 곳에는 철문이 하나 있었다. 엄격하게 지키는 것으로 보아 중요한 죄수를 수감하는 곳 같았다.그녀는 철문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옥에 갇혀 있었다.위치가 적합하니, 기회만 생기면 동생을 구출할 수 있을 것이다.그녀는 늦게까지 누군가 오기를 기다렸다.하지만 감옥에 온 사람은 부진환이었다.고옥서는 입꼬리를 올렸다.“부 태사?”부진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네가 바로 동하국의 공주구나.”“몇 번 교전할 때, 네가 지휘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용기에 비해 계략이 부족하더구나.”“홀로 청주성에 들어오다니. 정말 청주군의 눈이 멀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옥서는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나 문 앞까지 걸어가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는 역시 대단하구먼.”“중독된 사람들과 달리 아직도 멀쩡하게 기운이 남아도는구먼.”“바깥 상황은 어떠하냐? 부 태사의 막사는 지켜낸 것이냐?”고옥서는 일부러 그를 비웃으려 득의양양하게 비꼬았다.하지만 부진환은 표정 변화 없이 그냥 싸늘하게 그녀를 보고 있었다.하지만 고옥서는 그의 뜻을 지키지 못했다고 이해했다.하지만 청주성은 아직 뚫리지 않은듯하다.“이름이 무엇이냐? 동하국에 내세울 사람이 없는 것이냐? 어찌 여인을 보내 전쟁을 지휘하게 하는 것이냐?”부진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고옥서는 입꼬리를 올렸
늦은 밤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소식을 누설한 지 3일이 지나자 동하국에서 다시 대거 공격을 퍼부었다.그들은 배를 타고 해안가로 접근해 막사가 텅 비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제야 소식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단숨에 청주를 공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명을 따르라. 청주군의 주의를 끌면, 내가 작은 배를 타고 사람을 구하러 갈 것이다!”고옥서는 매서운 눈빛으로 막사를 바라보았다.“예!”얼마 지나지 않아 동하국의 배는 점점 해안가에 가까워졌고 청주를 단번에 공격하려는 기세로 다가왔다.적군이 가까이 오자 몰래 숨어있는 청주군은 저도 몰래 손에 든 무기를 꽉 틀어잡고 장군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다.부진환은 조급해 하지 않고 암암리에서 관찰하고 있었다.이내 적군이 폭발을 일으켰고 막사에 이따금 굉음이 울려 퍼졌다. 막사는 공격을 받아 폭파되었고 허공에는 날아가는 돌멩이와 먼지가 자욱했다.막사에 남아 있던 일부 병사들이 황급히 도망쳤다. 그들은 적군의 배가 해안가에 곧 도착한 것을 보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돌려 도망쳤다.청주군이 사방으로 뿔뿔이 도망치는 것을 보고 고옥서는 싸늘하게 웃었다. 그녀는 줄곧 이 독이 여국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라고 말했었다.곧 막사는 텅 비었고 동하국 사람도 배를 세운 후 잇달아 배에서 내렸다.고옥서는 작은 배를 타고 아무도 없는 바닷가로 향해 조용히 뭍으로 올라갔다.그녀의 계획에 따라 7일 후 누군가 이곳에 데리러 올 것이다. 오늘 청주를 공격하지 못하더라도 먼저 사람을 구해야 한다.그녀는 배도 암초 뒤에 숨기고 조심스레 육지로 올라왔다. 하지만 모든 것이 감시되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고옥서는 육지로 올라온 뒤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일반 백성 차림으로 가장해 청주성으로 들어갔다.청주성에 들어가는 순간 그녀는 잡히고 말았다.많은 동하국 사람이 배에서 내리자,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던 청주군은 부진환의 명에 따라 어두운 곳에서 뛰쳐나와 살기를 내뿜으며 적을 찔렀다.이미 7~8척의
“청주로 가는 동안 풍경을 구경할 수도 있으니, 급해하지 마시오.”“어쩌다 여국으로 왔는데 여국의 여제로서 잘 챙겨줘야지 않겠소? 어찌 오자부터 전쟁터로 내민다는 말이오?”“일단 궁에 며칠 묵으시오.”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저희도 오랜만에 얘기를 나누어야지 않겠습니까? 하고 싶은 재밌는 이야기들이 아주 많습니다.”-청주.병사들은 모두 해독하였지만 동하국은 또 바다에 새로운 독을 넣기 시작했다.바다에 갑작스레 떠다니는 시체가 늘어났고 해안가로 떠밀려와 악취를 풍겼다.시체 주위의 바닷물은 검은색을 띠고 있었고 끈적끈적한 액체도 묻어 있었다.그 냄새만 맡아도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바다 위의 참혹한 광경에 다들 마음이 무겁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들은 바로 동하국을 없애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태사, 공격합시다! 저 자식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더 비열한 짓을 할 것입니다!”부진환은 사색에 잠겨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며칠 동안 맑던 하늘에도 이날 밤 폭우가 쏟아지고 번개가 쳤다.방 안의 촛불이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부진환은 문과 창문을 굳게 닫고 다시 촛불을 켜서 탁자 위에 놓인 지도를 비추었다.“하늘이 노하고 백성들이 노하니, 동하국은 분명 죽음을 자초할 것이오.”부진환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이번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계속 독을 쓰는 것으로 보아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 분명하오.”“이미 해독한 일을 오랫동안 숨겼으니, 이젠 이 점을 이용해야 할 때오.”“다시 독을 썼으니, 중독으로 인해 전투력을 잃었다고 상대를 속여 전력을 다해 공격하도록 유도해야 하오.”“박가는 기관선을 이끌고 인근 해역에 기관을 설치하시오. 일단 그들이 오기만 하면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게 해야 하오.”“그와 동시에 부소는 천궁도와 제사장족 제자를 데리고 여국 대진을 찾아 대진을 복구할수 있는지 확인하시오.”“부 대인은 향 장군과 함께 사람을 데리고 지도의 길에 따라 동하국의 구체적인 위치를 찾으십시오.”“주로 적
또 한 달의 시간이 지나고 서월 일행은 독약과 해독약을 만들어 바닷가 막사에 있던 청주군이 먼저 복용하게 했다. 그리고 이 소식은 바로 궁으로 전해졌다.하지만 중요한 일이니, 절대 누설될 수 없기에 낙요에게만 편지를 전했다.겨울이 추워지자, 낙요는 푹신푹신한 의자에 웅크리고 앉아 뜨거운 차를 마시며 편지를 보고 입꼬리를 올렸다.우유가 상황을 보고 궁금한 듯 물었다.“부 태사의 편지냐?”“청주에서 좋은 소식이 온 것이냐?”낙요가 고개를 끄덕였다.“바다의 독을 억제할 법을 찾았다.”“다만 동하국에서 알게 되면 대응을 할 수도 있으니, 일단 이 소식은 발설하지 않았다.”그 말을 듣고 우유는 기쁜 표정을 지었다.“정말 다행이구나.”“지난번 동하국에서 전쟁에서 패한 후, 여태껏 잠잠한 것으로 보아 제사장족의 술법을 두려워하는 것 같구나. 보아하니 동하국은 겨울이 지난 후 다시 공격하려는 것 같구나.”낙요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겨울에 전쟁하는 것은 본디 우리의 열세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우세가 되었다.”우유가 웃으며 말했다.“그 아이들이 이번에 큰 공을 세웠구나.”낙요가 웃으며 답했다.“아이들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나 의외였다.”“그들이 돌아오면 상을 줘야겠구나.”-시간이 흘러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더니 어느덧 봄이 찾아왔다.날씨가 따뜻해지자, 낙요도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옛 벗을 만났다.송천초와 초경이 여국에 찾아왔다.게다가 특별히 많은 약재를 갖고 왔다.“동하국과 싸운다고 들었습니다. 얼마 전 아버지께서 아프셔서 산장의 일로 바빠 줄곧 올 수 없었습니다.”“요즘 한가해지자마자 이렇게 약재를 주러 왔습니다. 이 약재는 제가 오랫동안 모은 약재로, 전부 해독에 좋고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약재들입니다. 아주 넉넉히 준비했습니다!”송천초가 흥미진진하게 말했다.낙요가 관심 어리게 물었다.“아버지의 건강은 어떻소? 무슨 병인 것이오? 심각하오?”송천초가 어쩔 수 없다는 말투로 말했다.“오래된 병입니다.”
책자에는 이미 그녀가 복용한 수백 가지가 넘는 해독 약재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부진환은 못내 그 내용을 보고 감탄했다.“백여 종의 독이 있는 것이냐?”서월이 설명했다.“짧은 시일 내에 만들어낸 독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독인 듯하옵니다.”“독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잔여물들을 모아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독은 흔히 볼 수 있는 경증을 동반하고 있고 치명적이지 않지만, 전투력을 잃게 만들 수 있습니다.”“게다가 해독에 필요한 시일도 오래 걸려 완쾌하기 어렵습니다. 보아하니 동하국에 독을 쓰는 고수가 있는 듯합니다.”“하지만 독에 강한 고수가 있는 데에 불과하고 왜 치명적인 독을 쓰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게 독을 섞은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부진환이 미간을 찌푸렸다.“이 일은 동하국을 공격한 후에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정신을 차린 후 부진환이 물었다.“그러면 지금 얼마나 걸려야 해독약을 만들 수 있는 것이냐?”서월은 대답할 수 없었다.“이미 수백 가지가 되는 해독약을 복용했지만, 여전히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해독법으로는 해독약을 만들어낼 가망이 없을 것입니다.”“저에게 위험한 생각이 있습니다.”“바로 독으로 독을 물리치는 것입니다.”“저는 항상 독을 만들며 독을 다루기 때문에 이미 저에게 효능을 잃은 독도 많습니다. 그런 독은 저에게 영향을 그다지 미치지 않고 증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만약 더 강한 독을 복용한 후 일정량의 해독약으로 통제한다면 동하국의 독을 제압할 수 있을 것입니다.”서월이 자세히 설명했다.담 신의는 옆에서 그 말을 듣고 다소 의아했다.“그렇습니다. 독으로 독을 물리치는 방법은 저도 생각한 적 있지만 독에 정통하지 않으니,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아가씨의 방법은 아마 효과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담 신의도 그 말에 동의하는 것을 듣고 부진환이 답했다.“좋다. 일단 네가 말한 대로 작은 범위에서 시도해 보거라.”서월은
앞으로 며칠 동안 동하국은 아주 잠잠했다.차강남은 의관에서 거의 한 달을 머물렀다. 이한도 제자 박소의 상처도 이미 대부분 회복되었다. 지금 사람도 깨어났고 통증도 많이 감소하여 부상 회복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차강남은 그동안 고통을 겪으며 많이 초췌해졌다.강여는 특별히 그를 위해 삼계탕을 끓여주었다.삼계탕을 마신 후 차강남이 말했다.“동하국에서 공격을 했다고 들었다. 나도 도우러 가겠다.”강여는 단번에 차강남을 의자에 앉히고 말했다.“적은 이미 지고 물러갔습니다. 지금 도우러 가도 죽일 적이 없습니다.”“그냥 박소와 함께 치료하십시오.”“제사장족과 현학서원에서 도우러 왔으니, 일손은 부족하지 않습니다.”“담 신의를 찾으러 가야 하니, 이만 먼저 가보겠습니다.”그리고 강여는 담 신의가 지내는 곳으로 향했다. 그들은 아주 큰 진전이 있었다.서월은 독을 복용한 후 책자에 수십종의 독을 적었다. 그리고 수십종의 해독약을 복용해 보았고 모두 효과가 있었다.담 신의가 감탄했다.“아가씨, 그렇게 약을 마시니 몸이 걱정되오.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해독약을 먹으면 몸이 견딜 수 없을 것이오. 천천히 하시오.”서월은 몸이 불편한 것을 애써 참으며 독약과 해독약을 적는 붓을 내려놓지 않았다.“이 독은 강한 독은 아니지만 종류가 다양합니다. 증상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 제때 기록하지 않으면 해독약 약재를 놓쳐 해독약의 연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줄곧 독을 쓰던 터라 이미 습관 되었습니다. 괜찮습니다.”강여도 그 말을 듣고 감탄하며 방해하지 않으려 옆에서 조용히 바라보았다.-막사에서 부진환은 낙요의 서신을 받았다.편지에는 일상적인 문안도 있었고 대제사장이 알아낸 동하국의 위치와 지도도 첨부되어 있었다.편지를 다 읽자마자 강소풍이 빠르게 달려왔다.“태사! 방금 서신을 전하는 비둘기 한 마리를 쐈습니다!”강소풍은 감격에 겨워 전서를 들고 왔다.부진환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비둘기를 건네받았다. 역시 편지 하나가 있었다.편지
상황을 보고 고옥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바로 명을 내렸다.“공격하거라!”“어서 광풍이 몰아친 곳에서 벗어나거라!”고옥서는 비록 술법을 쓸 줄 모르지만, 알아본 적 있었다. 사람의 힘은 어디까지나 제한이 있으니, 비바람을 잠시 조종할 순 있어도 오랫동안 술법을 쓸 수 없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공격은 멈출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그다지 중시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이번에 배에 탄 사람이 두 배로 늘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동하국 배가 애써 광풍이 몰아치는 구역을 벗어나면 청주 배들이 다시 맹렬한 공격을 퍼부어 그들을 광풍 구역으로 들어가도록 통제했다.폭탄과 화살의 공격으로 여러 척의 배가 빠르게 파괴되었다.배가 부서지자 다들 저도 몰래 바다로 뛰어들어 살길을 도모하려 했다.하지만 바닥에 뛰어들자마자 바다가 빠르게 얼어붙기 시작했다.바다에 뛰어든 동하국 사람은 수면 위로 떠올라 숨을 쉬지 못해 바다에 빠져 죽고 말았다.그 모습을 보고 고옥서의 안색이 변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았다.“어찌...”제사장족 제자와 천궁도 제자의 호흡은 아주 잘 맞았다. 그들이 함께 힘을 쓰니, 그만큼 공격도 어마어마했다.다른 배들도 최선을 다해 그들이 타고 있는 기관선을 지켜주었다. 비록 적군의 공격을 받았지만 다치거나 죽은 자는 없었다. 그들은 빠르게 전술을 바꾸고 상황을 역전시켰다.부진환은 해안에 가까운 배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수시로 진형과 전술을 바꾸게 지휘했다.날이 어슴푸레 밝았을 때 동하국은 이미 공격을 버텨내지 못했다.바다 위에 울부짖는 소리가 가득했다.고옥서는 이렇게 지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부하가 철수해야 한다고 거듭 제안했지만, 고옥서는 주먹을 꽉 쥐고 이를 악물었다.“조금 더 버티거라. 그들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시간을 끌면 분명 우리가 이길 것이다!”하지만 날이 밝을 때까지 시간을 끌다 보니 동하국은 십여 척의 배를 잃었다. 배에 탄 사람들은 바다에 빠진 후 한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