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환은 분명 질투하는 어투였다.낙청연은 귤을 까 부진환의 입에 한 조각 넣어주더니, 웃으며 말했다. “랑목은 정말 저를 누이로 생각합니다.”“랑목은 어려서부터 그의 누이와 사이가 매우 좋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누이가 랑목 때문에 죽은 뒤로부터 누이는 그의 일생의 집념과 한이 되었습니다.”“나중에 랑심이 그의 누이가 되었습니다. 그는 랑심의 말을 잘 따랐지만, 랑심은 결국 그를 죽이고 싶어 했습니다.”“그리고 또 나중에 제가 만족에 가니, 만왕은 내가 그의 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랑목은 저를 친 누이로 생각하고 있습니다.”이 말을 듣던 부진환은 매우 곤혹스러웠다. “그러고 보니. 본왕도 줄곧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왜 만왕은 너를 자기 딸이라고 굳게 믿는 것이냐?”낙청연은 속삭였다: “만왕과 낙해평은 생김새가 똑같습니다! 그들은 형제였습니다!”“저의 어머니는 수도에 와서 낙해평과 혼인하기 전에, 만족의 만왕과 과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실을 보지 못하고 어머니는 수도로 와서 낙해평과 혼인했습니다.”부진환은 듣더니 몹시 놀라 했다.“그러니까 너의 어머니는 사랑했지만 가질 수 없으니, 낙해평을 만왕으로 생각하고 그와 혼인한 것이었구나!”“그러니 너는 낙해평의 딸이 아니라, 만왕의 딸이었구나!”“어쩐지 만왕이 왕위를 너에게 물려주더라.” 부진환은 이제야 문득 깨달았다.낙청연은 몇 가지 일은 말하지 않았다. 필경 그런 비밀을 설명하기에는 너무 복잡했다.부진환은 말을 하더니, 또 중얼거렸다. “그러니 너와 랑목은 배다른 형제였구나.”“진짜 친남매였네……”이 점을 의식하고 나서 부진환의 어투는 많이 경쾌해졌다.낙청연은 턱을 괴고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럼, 아직도 그에게 일거리를 만들어 줄 생각입니까?”부진환은 담담하게 말했다. “찾아 줘야지!”“그가 정말 본왕의 처남인 것을 봐서, 그에게 좀 쉬운 일거리를 찾아 주겠다.”낙청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랑목이 허락할 것 같지 않습니다.”“
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랑목을 쳐다보았다.“랑목, 너 먼저 돌아가거라. 나는 갈 곳이 있다.” 낙청연은 뒤돌아 뛰어갔다.랑목은 탕후루(糖葫蘆) 두 개를 손에 들고 몇 걸음 뒤쫓아갔다. “누이, 어디 가는데 왜 나를 데리고 가지 않는 것이오?”낙청연은 그를 돌볼 겨를도 없이, 이미 거리에서 뛰쳐나갔다.낙청연은 부설루로 가서 옷을 갈아입고 조용히 가게로 갔다.후원에 들어서자, 마침 송천초가 등에 지는 광주리를 들고 정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송천초는 다급해서 말했다.“마침 잘 오셨습니다. 거리에 붙은 고시를 보았습니까? 황상께서 당신을 궁으로 들여 대국사에 봉한답니다!” 송천초는 고시 한 장을 건넸다.“이것은 우리 대문에 붙어있던 겁니다.”“요 며칠 제가 약초를 캐러 나간 사이 그들이 왔다 간 것 같습니다. 아무도 안 보이자 이 고시를 붙여 놓고 간 것 같습니다.”“어떡합니까?”송천초도 놀라서 어쩔 줄 몰라 했다.낙청연은 다시 고시를 한번 살펴보았다. 그 위에는 그를 궁에 들어가 천궐국의 미래 운세를 추산하라고 적혀 있었고, 그 뒤에, 대국사에 봉한다고 했다.송천초는 탄식하며 말했다. “이번에 당신의 이 신분은 더 이상 숨기지 못할 것 같습니다.”“좀 더 지켜보자 꾸나.” 낙청연은 어떻게 부진환에게 말해야 할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필경 부진환은 저낙을 형제로 생각하고 있다……낙청연은 저녁까지 있다가, 날이 어두워지자 왕부로 돌아가려고 했다.후문으로 나가자마자, 어두운 골목에서 어떤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이 앞길을 가로막았다.“저 신산, 당신을 정말 오래 기다렸습니다.”검은색 도포 아래에서, 익숙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낙정이였다.낙청연은 멍해 있더니 그녀를 경계하며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낙정은 웃으며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남긴 서신을 당신은 이미 보았을 거요.”그 서신은 뜻밖에도 낙정이 남긴 거였다.살다 별일을 다 보겠네. 낙정이 그녀와 협력하려고 하다니! 자기의 능력에 대해 자신이 없
그녀의 공력을 크게 증진할 수 있는 그 사담을 낙정은 아직도 잊지 않았다.다만 안타깝게도 송천초의 곁에는 매우 무서운 놈이 그녀를 지켜주고 있다. 억지로 뺏으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저낙과 송천초의 관계를 이용하면 어쩌면 성공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저낙은 너무 고집스럽다!그녀를 위해 쓸 수 없다면, 그를 없앨 수밖에 없다!낙청연은 후원으로 돌아왔다.송천초는 의아해서 물었다. “들어가지 않으셨습니까? 왜 또 돌아오셨습니까?”낙청연은 쉿 하는 소리를 냈다.그는 송천초를 끌고 방 안으로 들어와, 그 일을 송천초에게 말했다.그 일을 듣고 난 송천초는 다급히 말했다. “이 여인은 당신을 가만둘 것 같지 않습니다. 아니면 궁에 들어가 대국사직을 맡으세요. 그 신분이면 함부로 못 할지도 모르니까요!”낙청연은 생각하더니 말했다. “대국사, 음…… 나중에 이야기하자.”낙청연은 한밤중까지 기다렸다가 낙정이 보이지 않자, 살그머니 섭정왕부로 돌아왔다.돌아가자마자 랑목이 길을 막았다. “누이, 어디 갔다 온 것이요? 부진환이 왔다 갔소.”“그래? 그럼, 넌 뭐라고 말했느냐?”“누이의 상처가 재발하여 약을 먹고 잠에 들었다고 했소.”낙청연은 웃으며 랑목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말했다. “아주 잘했다.”“다음에도 밤에 내가 없으면, 이렇게 부진환을 상대하면 된다!”랑목은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누이와 함께 가고 싶소. 우리를 다 속이고 누이 혼자 몰래 뭐 하는 거요?”“나중에 알게 될 거다!”아마 이 신분도 얼마 숨기지 못할 것 같다.--그 뒤로, 낙청연은 매일 가게에 가서 한참 있다 돌아왔다.이날, 과연 궁에서 사람이 와, 황상의 성지를 전달했다.그를 종묘에서 천궐국의 국운을 추산하라고 했다. 만약 잘 추산해내면 그녀를 대국사에 봉한다고 했다.환관은 매우 친절했다. “저 신산, 잘 준비하도록 하시오. 3일 뒤 제가 모시러 오겠소!”“앞으로 당신은 천궐국의 제일 대국사요. 소인은 미리 감축드리오!”낙청연은 은자를 하나 꺼내 주면
사람들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속세를 벗어난 듯한 기운에 위엄 섞인 모습을 한 자였다.낙청연은 그 도사의 옷깃에 있는 무늬와 각인을 보더니 깜짝 놀라며 말했다.“현산도사(懸山天師)!”현산도가(懸山道門)는 제자들의 계급에 따라 옷의 무늬와 각인이 정해진다.그러나 이 자의 옷깃에는 현산도사만 입을 수 있는 금빛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현산에서 자줏빛 무늬 이상의 계급은 모두 산림 고사로 하산하는 일이 드물다.대체 누가 현산도사까지 불러온 걸까?현산도사는 콧방귀를 뀌더니 입을 열었다.“보는 눈은 있구먼!”“비겁한 소인배는 아닌 것 같은데, 어찌 우리 현문의 제자로 속이고 천궐국 황궁에서까지 협잡질을 하는 것이오?!”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그제야 깨달았다.이 자는 낙정이 부른 것이었다.문무백관은 이 말을 듣자 모두 깜짝 놀랐다.“협잡질이라니? 그럴 리가 없소!”“저 신산의 재주가 거짓이란 말이오?”사람들은 의심이 생기고 말았다.그러자 황제가 입을 열었다.“자네는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가?”이 현산도사는 자신도 국운을 점칠 수 있다고 하여 자리에 참석하게 한 것인데, 보아하니 저낙을 헐뜯으러 온 것 같았다.도사는 예를 올리며 말했다.“황상, 이 일은 천궐국의 국운과 연관이 있어 소인이 나서는 겁니다! 이자는 자신을 현산의 제자로 속이고 허튼소리만 지껄이며 천하를 해하고 있습니다!”“천궐국의 국운이 번성하고 평화로울 거라는 건 다 허튼소리입니다!”“천궐국에 곧 큰 재난이 닥쳐 전쟁이 발발할 겁니다! 황상, 이 자의 말만 듣고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닙니다! 반드시 경계하셔야 하옵니다!”현산도사의 말에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부경한도 깜짝 놀라며 말했다.“곧 재난이 닥친다는 말이냐?”그러나 낙청연은 차분하고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도사, 말도 끝나지 않았는데 끊어버리면 어떡하란 말이오?”“지금 하는 말이 바로 내가 하려던 말이오. 천궐국은 대란을 겪고 백 년의 평화를 얻을 것이오.”현산
“보아하니 도사는 경도성에 금방 발을 디뎌 내 명성을 알아보지 못한 모양이오. 협잡질이었으면 지금까지 살아남지 못했소.”이 말을 들은 현산도사는 미간을 찌푸렸다.정말 이 자를 오해한 모양이었다.저낙의 당당하고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니 정녕 재주가 있는 것이지, 협잘질하는 사기꾼은 아닌 것 같았다.현산도사는 순간 저낙에 대해 알아보지 않은 게 후회됐다.“내가 오해한 모양이오. 그럼 나도 저 신산께 사죄드리겠소.”“저 신산은 확실히 재주가 있소. 어디 문파인지 알 수 있겠소? 왜 현산 제자의 명호로 사칭하는 것이오?”낙청연은 평온하게 웃으며 답했다.“문파는 없소.”현산도사는 미간을 찌푸린 채 놀라며 안타까워했다.“문파가 없으니 정통이 아닌 길을 걸은 것이오? 그럼 저 신산도 현산문의 제자로 들어오는 건 어떻소? 사죄의 의미로 내가 도를 몸소 전수해주겠소!”조금 전까지만 해도 헐뜯다가 이제와서 제자로 받아들이겠다니, 주위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그러나 낙청연은 승낙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도사, 마음은 고맙지만 난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이 좋소. 현산은 규칙이 많아 나와 어울리지 않소.”현산도사는 깜짝 놀랐다. 다른 사람은 앞다투어 자신을 스승으로 모시겠다고 하는데, 몸소 가르치려고 제자로 받아들이겠다는 데도 거절한 사람은 처음이었다!현산도사는 저낙이 아주 경망스러워 보여 경멸하듯 웃으며 답했다.“후배로서 이렇게 버릇이 없다니. 정통이 아닌 길을 오래 걸으면 잘못된 길이 될 수도 있소.”낙청연은 겸손하게 웃으며 말했다.“나를 제자로 삼기에는 도사의 역량이 부족하오.”현산도사는 마치 농담이라도 들은 듯 크게 웃었다.“하하하하… 그러면 말해보시오. 어떻게 역량이 부족하오?”낙청연은 실눈을 뜨고 심오한 눈빛으로 천명 나침반을 꺼냈다. 눈길 몇 번만 줬을 뿐인데 일월경에서 현산도사의 과거와 미래가 보였다.“도사는 15살에 현산도문의 제자로 들어와 20살에 도사의 자리까지 올랐소. 하지만 22살에 도문의 규칙을 어기고 한 여인과 부부의 연
“하지만 황상께서 소인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불러주십시오!”“이외의 일은 나중에 다시 의논하는 게 좋을 겁니다.”부경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대국사의 자리를 승임할 수 없다고 하지만 이 자리는 쭉 자네를 위해 남겨 두겠네! 자네 이외에는 누구도 승임할 수 없네!”낙청연은 더이상 대답하지 않았다.그렇게 사람들은 모두 이곳을 떠나고, 낙청연은 황상의 어서방으로 불려 갔다.황상은 낙청을 보며 다급히 물었다.“저 신산, 방금 재난이 남쪽에서 일어난다고 했는데… 설마 진주인가?”낙청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진주일 겁니다.”이 이야기는 전에 부진환과 얘기했던 것이다.마침 어서방으로 들어오던 부진환은 이 말을 듣더니 흠칫했다.낙청연도 부진환에게 진주 얘기를 꺼낸 적이 있었다.두 사람 모두 남쪽으로부터 재난이 일어난다고 했다…정말 우연의 일치일까?“엄가가 아직도 마음을 접지 못한 모양이구나! 저 신산, 이번 재난은 정녕 피할 방법이 없는 것인가?”낙청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예, 없는 것 같습니다.”벌써 두 번째로 점쳐보는 것이었다.살수를 보내 엄 태사를 죽이라고 했으니 엄가의 기운이 사라지지 않아도 조금은 사그라들어야 했다. 그러나 엄가의 기운은 저번보다 더 강력했다.“천궐국은 이번 재난을 피할 수 없는 모양이구나!”부경한은 근심이 가득했다.그러고는 부진환을 바라보며 물었다.“셋째 형, 어찌하는 게 좋겠소?”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답했다.“맞설 준비를 하는 게 좋을 것이오.”“진주에 무조건 엄가의 세력이 있을 테니 사람을 보내 진주의 병력을 조사하라고 했소. 진주에서 경도를 지나는 모든 도성의 방어를 강화해야 하오.”“오늘 저 신산이 점친 결과를 문무백관들이 모두 알았으니 엄가의 귀에 들어갈지도 모르오. 전쟁을 발발하려 한다면 곧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오.”이 말을 들은 부경한은 불안해했다.부진환은 부경한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하늘이 내리는 시련일지도 모르오!”“이제 스스로 계략을 세워야지,
이 말을 들은 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소.”“근데 저 신산은 왜 대국사를 하지 않으려는 것이오?”낙청연은 생각에 잠기더니 웃으며 말했다.“장사도 미처 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국사라는 신분에 얽매이면 돈을 많이 벌지 못하잖습니까.”부진환은 저도 모르게 소리 내 웃었다.“돈이 아주 궁한가 보오?”“왜 한 번도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이오?”낙청연이 답했다.“궁하지 않지만 돈을 좋아합니다.”“그렇구먼, 알겠소. 하지만 황상께서도 이 자리는 저 신산께 남겨준다고 했으니 돈을 다 벌었거나 마음이 바뀐다면 언제든지 돌아와서 대국사의 자리에 오르시오.”말을 마친 부진환은 낙청연을 궁 밖으로 배웅했다.가는 길에 낙청연은 결국 참지 못하고 한마디를 꺼냈다.“황상의 미간에 혼탁한 기운이 보였습니다. 왕야께서 주위의 사람들을 조심하라고 귀띔 좀 해주십시오.”부진환은 의문스러워하며 말했다.“그게 무슨 말이오? 누가 황상을 해친다는 말이오?”낙청연이 답했다.“황상의 겁은 천궐국의 재난과 같이 오게 됩니다.”이 말을 들은 부진환은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알려줘서 고맙소!”하지만 낙청연은 일월경에서 부경한이 피를 토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말하지 않았다.낙청연은 이런 방법으로 부진환을 알려주는 수밖에 없었다.출궁하고 낙청연은 곧바로 가게에 돌아갔다.마차에서 내리면서 낙청연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멀지 않은 모퉁이에 선 검은 옷의 여인, 낙정을 바라보았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낙청연의 눈에는 살기가 스쳐 지나갔다.그러나 곧바로 낙청연은 몸을 돌려 떠났다.낙정의 계획이 실패했으니 낙청연을 죽이려고 들것이다.마침 낙정이 낙청연을 노리고 있으니 이 기회를 틈타 낙정을 잡고 후환을 없애면 된다!낙청연은 가게 주위의 지형에 따라 지도를 그렸다.송천초를 이 모습을 보더니 농담 삼아 말했다.“보아하니 또 누구를 해하려는 모양입니다.”낙청연은 웃으며 말했다.“진작 처리했어야 하는 사람이지.”“숨어 있기만 하더니
부진환은 멍해 있더니, 곤혹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왜 그러는 거요? 술을 마시는데 무슨 물음이 이렇게 많소?”“여인처럼……”“설마 본왕과 술을 마시기 싫어서 일부러 회피하는 거요?”낙청연은 음식을 먹으면서 말했다. “그저 궁금해서 물어보는 겁니다.”“왜 그리 반응이 큽니까?”“게다가 당신은 저와 잡담하려고 저를 찾아온 거잖습니까?”부진환은 눈썹을 들썩이더니, 할 말을 잃었다. “그렇긴 하네.”부진환이 술잔을 들자, 낙청연은 살짝 그의 술잔과 부딪친 후, 머리를 젖히고 한숨에 마셔버렸다.두 사람은 밤늦기까지 술을 마시며 밤새워 한담했다.하지만 오늘 부진환은 공무가 있으므로 그곳에서 묵지 않고 돌아갔다.밤바람이 불어와, 부진환의 취기를 깨웠다.골목에서 나오자, 그는 예리하게 이상한 점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보았다.어두운 그림자가 신속하게 숨었다.부진환은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누군가 저낙을 지켜보고 있는 건가?부진환은 성큼성큼 걸어갔다.--새벽.낙정이 다시 장락 골목에 도착했을 때, 그는 벽 틈에 꽂혀 있는 쪽지를 보았다.낙정은 열어보았다.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오늘 밤 자시에 협력에 관해 이야기합시다.낙정은 깜짝 놀랐다. 저낙이 협력에 동의하다니!이날 밤, 송천초는 먼저 가게에서 나왔다. 가기 전 그는 신신당부했다. 절대 가게 안에서 싸우면 안 된다고. 필경 이 안에는 송천초의 진귀한 약재들이 많기 때문이다.낙청연은 정원에 앉아, 조용히 손님을 기다렸다.자시가 되었다.낙정은 정각에 나타났다.“저 신산, 드디어 이해된 거요? 다시 나와 협력할 의향이 있는 거요?” 낙정은 후문으로 걸어 들어오면서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당신이 엄씨 집안을 위해 일을 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소?” 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낙정을 쳐다보았다.낙정은 그의 물음에 전혀 의아해하지 않고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내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소.”“당신이 섭정왕을 위해 일을 해도 당신이 원하는 걸 얻을 수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