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황상께서 소인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불러주십시오!”“이외의 일은 나중에 다시 의논하는 게 좋을 겁니다.”부경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대국사의 자리를 승임할 수 없다고 하지만 이 자리는 쭉 자네를 위해 남겨 두겠네! 자네 이외에는 누구도 승임할 수 없네!”낙청연은 더이상 대답하지 않았다.그렇게 사람들은 모두 이곳을 떠나고, 낙청연은 황상의 어서방으로 불려 갔다.황상은 낙청을 보며 다급히 물었다.“저 신산, 방금 재난이 남쪽에서 일어난다고 했는데… 설마 진주인가?”낙청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진주일 겁니다.”이 이야기는 전에 부진환과 얘기했던 것이다.마침 어서방으로 들어오던 부진환은 이 말을 듣더니 흠칫했다.낙청연도 부진환에게 진주 얘기를 꺼낸 적이 있었다.두 사람 모두 남쪽으로부터 재난이 일어난다고 했다…정말 우연의 일치일까?“엄가가 아직도 마음을 접지 못한 모양이구나! 저 신산, 이번 재난은 정녕 피할 방법이 없는 것인가?”낙청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예, 없는 것 같습니다.”벌써 두 번째로 점쳐보는 것이었다.살수를 보내 엄 태사를 죽이라고 했으니 엄가의 기운이 사라지지 않아도 조금은 사그라들어야 했다. 그러나 엄가의 기운은 저번보다 더 강력했다.“천궐국은 이번 재난을 피할 수 없는 모양이구나!”부경한은 근심이 가득했다.그러고는 부진환을 바라보며 물었다.“셋째 형, 어찌하는 게 좋겠소?”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답했다.“맞설 준비를 하는 게 좋을 것이오.”“진주에 무조건 엄가의 세력이 있을 테니 사람을 보내 진주의 병력을 조사하라고 했소. 진주에서 경도를 지나는 모든 도성의 방어를 강화해야 하오.”“오늘 저 신산이 점친 결과를 문무백관들이 모두 알았으니 엄가의 귀에 들어갈지도 모르오. 전쟁을 발발하려 한다면 곧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오.”이 말을 들은 부경한은 불안해했다.부진환은 부경한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하늘이 내리는 시련일지도 모르오!”“이제 스스로 계략을 세워야지,
이 말을 들은 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소.”“근데 저 신산은 왜 대국사를 하지 않으려는 것이오?”낙청연은 생각에 잠기더니 웃으며 말했다.“장사도 미처 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국사라는 신분에 얽매이면 돈을 많이 벌지 못하잖습니까.”부진환은 저도 모르게 소리 내 웃었다.“돈이 아주 궁한가 보오?”“왜 한 번도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이오?”낙청연이 답했다.“궁하지 않지만 돈을 좋아합니다.”“그렇구먼, 알겠소. 하지만 황상께서도 이 자리는 저 신산께 남겨준다고 했으니 돈을 다 벌었거나 마음이 바뀐다면 언제든지 돌아와서 대국사의 자리에 오르시오.”말을 마친 부진환은 낙청연을 궁 밖으로 배웅했다.가는 길에 낙청연은 결국 참지 못하고 한마디를 꺼냈다.“황상의 미간에 혼탁한 기운이 보였습니다. 왕야께서 주위의 사람들을 조심하라고 귀띔 좀 해주십시오.”부진환은 의문스러워하며 말했다.“그게 무슨 말이오? 누가 황상을 해친다는 말이오?”낙청연이 답했다.“황상의 겁은 천궐국의 재난과 같이 오게 됩니다.”이 말을 들은 부진환은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알려줘서 고맙소!”하지만 낙청연은 일월경에서 부경한이 피를 토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말하지 않았다.낙청연은 이런 방법으로 부진환을 알려주는 수밖에 없었다.출궁하고 낙청연은 곧바로 가게에 돌아갔다.마차에서 내리면서 낙청연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멀지 않은 모퉁이에 선 검은 옷의 여인, 낙정을 바라보았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낙청연의 눈에는 살기가 스쳐 지나갔다.그러나 곧바로 낙청연은 몸을 돌려 떠났다.낙정의 계획이 실패했으니 낙청연을 죽이려고 들것이다.마침 낙정이 낙청연을 노리고 있으니 이 기회를 틈타 낙정을 잡고 후환을 없애면 된다!낙청연은 가게 주위의 지형에 따라 지도를 그렸다.송천초를 이 모습을 보더니 농담 삼아 말했다.“보아하니 또 누구를 해하려는 모양입니다.”낙청연은 웃으며 말했다.“진작 처리했어야 하는 사람이지.”“숨어 있기만 하더니
부진환은 멍해 있더니, 곤혹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왜 그러는 거요? 술을 마시는데 무슨 물음이 이렇게 많소?”“여인처럼……”“설마 본왕과 술을 마시기 싫어서 일부러 회피하는 거요?”낙청연은 음식을 먹으면서 말했다. “그저 궁금해서 물어보는 겁니다.”“왜 그리 반응이 큽니까?”“게다가 당신은 저와 잡담하려고 저를 찾아온 거잖습니까?”부진환은 눈썹을 들썩이더니, 할 말을 잃었다. “그렇긴 하네.”부진환이 술잔을 들자, 낙청연은 살짝 그의 술잔과 부딪친 후, 머리를 젖히고 한숨에 마셔버렸다.두 사람은 밤늦기까지 술을 마시며 밤새워 한담했다.하지만 오늘 부진환은 공무가 있으므로 그곳에서 묵지 않고 돌아갔다.밤바람이 불어와, 부진환의 취기를 깨웠다.골목에서 나오자, 그는 예리하게 이상한 점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보았다.어두운 그림자가 신속하게 숨었다.부진환은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누군가 저낙을 지켜보고 있는 건가?부진환은 성큼성큼 걸어갔다.--새벽.낙정이 다시 장락 골목에 도착했을 때, 그는 벽 틈에 꽂혀 있는 쪽지를 보았다.낙정은 열어보았다.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오늘 밤 자시에 협력에 관해 이야기합시다.낙정은 깜짝 놀랐다. 저낙이 협력에 동의하다니!이날 밤, 송천초는 먼저 가게에서 나왔다. 가기 전 그는 신신당부했다. 절대 가게 안에서 싸우면 안 된다고. 필경 이 안에는 송천초의 진귀한 약재들이 많기 때문이다.낙청연은 정원에 앉아, 조용히 손님을 기다렸다.자시가 되었다.낙정은 정각에 나타났다.“저 신산, 드디어 이해된 거요? 다시 나와 협력할 의향이 있는 거요?” 낙정은 후문으로 걸어 들어오면서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당신이 엄씨 집안을 위해 일을 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소?” 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낙정을 쳐다보았다.낙정은 그의 물음에 전혀 의아해하지 않고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내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소.”“당신이 섭정왕을 위해 일을 해도 당신이 원하는 걸 얻을 수
오직 죽은 사람이어야만 진법이 파괴된다.두 사람은 도망치려고 몇 걸음 내디뎠지만 나갈 수 없었다. 낙청연이 다시 뒤쫓았다.낙정은 고개를 돌리더니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녀는 곧바로 엄평소의 어깨를 붙잡고 그를 낙청연에게 밀었다.“정아야!”엄평소는 깜짝 놀랐다.몸을 통제할 수 없어 연신 뒷걸음질 쳐야 했다.낙정의 눈동자에 한기가 감돌았다.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낙청연이 손에 든 비수가 엄평소의 몸을 찔렀다.엄평소는 죽기 직전까지 눈을 부릅뜨고 낙정을 바라보았다. 그는 납득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그는 아마도 죽을 때까지 그가 사랑하는 여자가 왜 그가 죽도록 등 떠밀었는지 몰랐을 것이다.낙정은 엄평소가 죽는 걸 보면서도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았다.낙청연은 전혀 놀랍지 않았다. 낙정이 낙정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그녀가 정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이라, 냉혈하고 무자비한 사람이라 정이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름에 정자를 넣은 것이다.뒤이어 낙정은 그 틈을 타서 낙청연을 맹렬히 기습했다.두 사람이 뒤엉킨 채로 싸우게 되면서 낙청연이 쓰고 있던 가면이 발차기에 벗겨졌다.가면이 떨어지는 순간, 낙청연의 얼굴을 본 낙정은 크게 놀랐다.“역시나 당신이었군요!”낙정은 분한 듯 이를 악물었다.어쩐지 저낙의 무공이 낙청연과 아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낙청연은 그녀와 협력하지 않고 고집스레 부진환을 도우려 했다.물론 부진환이 줄 수 있는 걸 낙정은 줄 수 없었다.이렇게 뚜렷한 허점을 발견하지 못하다니, 너무 방심했다!낙청연은 눈빛이 차가워져 그녀를 뒤쫓았다.낙정은 갑자기 쇠구슬 두 개를 던졌고 쇠구슬이 불꽃을 터뜨려 낙청연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다음 순간, 낙정은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불꽃이 사라졌을 때 낙청연은 바닥에서 핏자국을 보았다.낙정이 피를 토한 것이다.낙정은 비록 중상을 입었지만 결국 도망쳤다.낙청연이 뒤쫓아가려고 할 때 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고개를 돌린 순간, 하필 부진환과 시선이 마주쳤다.낙청
“전...”물끄러미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낙청연은 거짓말을 지어낼 수 없었다.“왜? 어떻게 거짓말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것이냐?”부진환은 두 손으로 문을 짚은 채로 더 가까이 다가갔다.그윽하면서도 위험한 눈빛, 가까운 거리에 분위기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낙청연은 침을 꿀꺽 삼킨 뒤 어쩔 수 없이 인정했다.“맞습니다. 제가 바로 저낙입니다!”“제가 속였다고 뭐라고 하지 마십시오. 왕야께서 절 별원으로 내쫓아 죽게 놔둔 겁니다. 만약 제가 왕야 몰래 돈 벌 방법을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전 이미 별원에서 굶어 죽거나 추워 죽었을 겁니다...”그 말에 부진환은 미간을 팍 구기더니 그녀를 덥석 끌어안았다.낙청연은 살짝 놀랐다.귓가에서 부진환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미안하다. 전부 내 잘못이다.”낙청연은 놀랐다. 자책하는 그의 모습에 괜히 마음이 약해진 그녀는 그의 등을 토닥였다.“괜찮습니다. 이제 왕야를 탓하지 않습니다.”“제가 사람 보는 눈이 없어 이용당한 탓에 왕야가 절 엄씨 가문의 첩자라고 여긴 것 아닙니까?”부진환은 그녀를 놓아준 뒤 다시 눈을 가늘게 뜨면서 위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예전에 내가 취했을 때 나한테 뭘 한 것이냐?”“당시 정신을 차렸을 때 뭔가 이상했다. 하지만 네가 사내라고 생각해 의심하지는 않았다.”“낙청연, 본왕은 널 친우라고 생각했는데 넌 날 술에 취하게 만든 뒤 나한테 손을 댔지. 무슨 속셈이었느냐?”부진환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고 낙청연은 다시금 뒷걸음질 쳐서 문에 등이 닿았다.피할 길이 없었다.“그때는 왕야의 손수건을 보고 싶었습니다. 이상한 속셈이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낙청연이 불만스러운 어조로 말했다.“그래?”부진환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그는 낙청연의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뜨거운 숨결이 낙청연의 뺨에 닿았다.“본왕은 그런 속셈이 있는데...”낙청연은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 당장이라도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그녀는 경악한
“넌 옷부터 입거라. 급한 것 없다. 본왕이 나가보마.”부진환은 그녀를 놓아준 뒤 태연하게 밖으로 나갔다.낙청연은 황급히 옷을 입었고 침상 위에서 가면을 발견해 썼다. 정리를 마친 뒤 그녀는 침착한 걸음으로 천천히 나갔다.밖으로 나가니 하 대인과 관차 여럿이 있었고 엄평소의 시체는 보이지 않았다.하 대인이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어젯밤 저 신산은 어디에 있었소? 저녁에 문을 두드렸는데 아무런 반응도 없더군. 저 신산은 어젯밤 누군가 저 신산의 저택 앞에 죽었다는 걸 알고 있소?”낙청연은 속으로 놀랐다. 하 대인이 어젯밤 벌써 왔었다니, 시체도 그들이 옮겼을 것이다.문을 두드렸는데 반응이 없었다고?어제 그녀는 정말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그녀는 부진환과 서로 시선을 주고받은 뒤 곧바로 대답했다.“어젯밤 저는 섭정왕과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뒷짐을 진 부진환은 웃음기 어린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본왕이 말했다시피 본왕은 저 신산과 부설루에서 술을 마시다가 새벽에야 돌아왔소. 하 대인은 본왕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이오?”하 대인이 황급히 사과했다.“그런 뜻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죽은 자는 엄씨 가문의 장자인 엄평소이지 않습니까? 왕야께서도 그의 신분이 조금 특별하다는 걸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 사람이 저 신산의 문 앞에 죽은 채로 발견되었으니 당연히 진실을 밝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저 신산도 억울한 일을 겪지 않을 것입니다.”부진환이 덤덤히 말했다.“하 대인은 당연히 조사해야지. 저 신산도 최선을 다해 협조할 것이고 본왕 또한 그럴 것이오.”“조사가 필요하다면 편히 하시오.”하 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 왕야.”“그러면 사람들을 데리고 저 신산의 집안을 수색하겠습니다. 그래야 상부에서 물을 때 제가 대답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말을 마친 뒤 하 대인은 사람을 데리고 수색하러 갔다.낙청연은 살짝 놀랐고 구해달라는 눈빛으로 부진환을 보았다.방 안은 아직 엉망이었다...부진환이 나지막하게 말
낙청연은 말문이 막혔다.그곳을 떠난 뒤 낙청연은 옷을 갈아입고 왕부로 돌아갔다.돌아갈 때 부진환이 화원 정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게 보였다.그녀는 그에게 다가간 뒤 자리에 앉았다. 그녀의 앞에 있는 찻잔에는 이미 차가 따라져 있었다.“엄평소의 죽음이 여기에서 끝날 것 같습니까?”부진환이 대답했다.“별문제는 없을 것이다. 본왕이 부설루의 사람에게 어젯밤 우리가 부설루에서 술을 마셨다는 증언을 시키겠다고 하 대인에게 말했다.”“지금 엄씨 가문에는 엄평소의 뒤를 봐줄 사람이 없다. 아마 조사를 계속하지는 않을 것이다.”“게다가 엄평소는 저번에 랑목에게 심하게 맞았으니 원래도 얼마 살지 못했을 것이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들어보니 별문제 없는 것 같았지만 자꾸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어젯밤 낙정이 제 얼굴을 보았습니다. 비록 낙정에게 중상을 입히긴 했지만 절대 쉽게 포기하진 않을 겁니다.”낙청연이 착잡한 심정으로 대답했다.부진환이 미간을 구겼다.“뭐라고? 낙정이 누구냐?”“그 정체불명의 여인 말이냐? 그녀의 이름이 낙정이란 말이냐? 넌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이냐?”부진환이 의아한 듯 물었다.낙청연은 살짝 놀랐다. 그녀는 뒤늦게 자신이 말실수를 인지했다.현재 엄씨 가문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낙정이 이름을 아는 자가 없었기 때문이다.낙청연은 재빨리 머리를 굴려 말했다.“어젯밤 그녀가 엄평소를 밀어 칼을 막았을 때 엄평소가 그렇게 불렀습니다.”부진환은 의심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구나.”“하지만 그 이름은 너의 이름과 비슷하구나.”낙청연은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다.당연히 비슷했다.그들은 같은 사부님을 두었기 때문이다.그러고 보면 낙청연은 낙정을 사매라고 불러야 했다.하지만 그들은 사이가 좋지 않았고 생판 남과 다름없었다.낙정은 천성적으로 냉혈한 사람이었고 그녀의 이름은 사부님이 지어준 것이었다.당시 사부님은 낙정을 많이 아꼈고 그래서 딸의 이름을 낙청연이라고 지었을 것이다.“본왕이 다시 사람을 보내 그녀
“쯧쯧, 순애보인 엄평소만 불쌍하게 됐군요...”낙청연은 입가에 미소가 걸린 채로 덤덤히 말했다.“엄평소가 불쌍하다고?”“그도 똑같이 낙월영을 속이고 그녀의 감정을 이용해 날 해치려 했다. 엄평소도 결국에는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속아 비참하게 죽었으니 인과응보라고 할 수 있지.”송천초가 탄식했다.“정말 인과응보입니다.”“하지만 이번에 낙정이 도망쳤으니 쉽게 잡히지 않을 겁니다.”“게다가 그녀는 그대의 진짜 얼굴을 보게 되었고 그대의 신분도 알게 되었으니 그 점을 이용할 겁니다!”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나와 같은 생각이구나.”“낙정은 날 놔주지 않을 것이다. 내가 찾지 않는다고 해도 낙정이 날 찾아오겠지.”송천초가 걱정스레 물었다.“그러면 방법이 있습니까?”낙청연이 고민하다가 대답했다.“낙정이 날 상대하는 방식이 내 신분으로 말을 꾸며내는 것이라면 낙정의 신분으로 꾸며낼 수 있는 말은 더더욱 많다.”“풍도 상회의 상대는 여국과 인접한 변방으로 직통할 수 있다. 그곳에서 유용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그 말에 송천초의 눈이 반짝였다.“제가 돕겠습니다.”“저희 집이 그곳과 가깝습니다. 제가 가서 조사할 수 있습니다.”“어차피 저도 집에 한 번 돌아가야 했습니다. 계속 진소한의 시간을 끌 수는 없으니깐요. 이참에 그와 함께 아버지를 뵈러 가야겠습니다.”낙청연은 의아한 얼굴이었다.“드디어 그와 함께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구나.”“아쉽게도 난 이번에 너와 함께 갈 수 없다. 나 대신 아버지께 안부를 전해주거라.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직접 방문하겠다!”송천초는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좋습니다. 이제 함께 제 고향의 산에 갑시다. 그 산은 아주 높은데 아침에는 구름이, 저녁에는 별이 손에 닿을 듯합니다. 평생 본 적 없는 광경일 겁니다.”“그러면 전 짐을 정리하러 가겠습니다.”송천초는 아주 신난 얼굴이었다.낙청연 또한 그녀의 말을 들으니 아주 기대됐고 재빨리 송천초를 도와 짐을 정리했다.“일이 끝난다면 꼭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