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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명의 왕비: Chapter 561 - Chapter 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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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61화

주수보는 편액에 걸린 글자의 뜻을 그들 스스로 깨달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집사! 저기 걸린 편액을 바꿔야 하겠어! 내가 새로 쓴 게 있으니 새 거로 가져오게.”주수보는 사람들 사이를 천천히 걸었다.집사가 허리를 굽히며“재상 나리께서 어떤 편액을 말씀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주수보는 몸을 돌려 집사를 바라보았다.“엊그제 내가 쓴 거 가져와.”그 말을 들은 집사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 편액을 말씀하시는 겁니까?”며칠 전 주명양이 초왕에게 시집을 가겠다고 규방에서 단식을 할 때, 이를 들은 주수보가 화가 나서 쓴 편액이다. “그래 그거!” 주수보가 화를 냈다.그의 위엄 있는 표정을 보고 집사는 온갖 의문을 애써 감추며 그의 명령에 따랐다.주씨 집안사람들은 주수보가 돌아왔다는 소리를 듣고 급히 나왔다.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나오라는 말에 말을 못하는 노부인까지 하인들의 부축을 받으며 나왔다.주수보는 정좌에 앉아서 처첩과 자손들이 본관으로 들어오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중에는 주명양도 있었는데 그녀의 싸늘한 눈빛으로 가장자리에 서있었다.주수보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근엄한 얼굴로 그들을 보았다.주수보가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기에 모두 놀라서 어안이 벙벙했다. 게다가 하룻밤 사이에 사람이 반쪽이 되고 머리가 하얗게 세다니, 다들 말은 안 했지만 속으로 이게 무슨일인지 너무 궁금하고 무서웠다.그의 아들은 급히 걸어 나왔다. “부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왜 이렇게 되셨어요?”이 말을 들은 주수보는 아무 말 없이 날카롭게 그의 아들 내외를 보았다.그 눈빛이 얼마나 차가운지 모두들 아무 소리도 못하고 서로 훔쳐보았다.그런데 집사가 편액을 가지고 나왔을 때 사람들은 거기에 쓰인 글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때마침 주명양도 도착했다. 제왕은 주명취 옆에서 조용히 주수보가 쓴 글자를 보고는 깜짝 놀라 멍하니 굳어있었다. “외조부, 도대체 왜 이러십니까?”“제왕! 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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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62화

“외조부께서 어떤 소문을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바깥사람들이 하는 말은 상관하지 마세요. 그리고 방금 외조부께서 본왕에게 물으셨죠. 주씨 가문이 오만방자한지 아닌지, 본왕 생각엔 주씨 집안은 오만방자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제왕은 주씨 집안을 헐뜯는 소문이 하루 이틀 돈 것도 아니고 지금와서 유별나게 행동하는 외조부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제왕도 말을 저렇게 했지만 속으로 주씨 집안은 오만방자, 안하무인이라고 생각했다. 길거리에 모르는 사람을 붙잡고 ‘주수보’라고 말만해도 사람들은 벌벌 떨었다. 주수보를 중축으로 이루어진 막강한 집안사람들이 세상에 무서울 게 뭐가 있겠는가.주수보는 제왕의 말을 무시하고는 주대부인을 바라보았다.“너는 바깥사람들이 뭐라고 떠드는지 아느냐.”“부친, 항간에 떠도는 헛소문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넘기십시오.” 주대부인의 뻔뻔함에 주수보의 눈빛이 더욱 날카롭게 주대부인에게 꽂혔다.“그래, 네 말이 맞지. 허나 소문은 독화살과 같아서 잘 못하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어.”주대부인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주수보의 눈을 피해 고개를 떨구었다.“예…… 부친 말씀이 맞습니다.”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주수보가 말하는 소문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이번 소문은 여느 때와 달리 파급력이 어마어마해서 3일 만에 온 백성들이 다 알게 되었고 평민 양반 할 것 없이 이 소문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궁금해했다.소문의 주인공이 당대의 태상황을 모시는 상궁이라니…… 당연히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주씨 집안의 노부인이 몸을 덜덜 떨며 눈을 감았다.그녀는 주수보를 잘 알고 있었다. 주수보는 다른 일은 다 참아도 희상궁이 관련된 일은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그게 가족이든 벗이든 상관하지 않고 엄하게 다스렸다. 그래서 노부인은 누누이 주씨 집안사람들에게 희상궁은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주수보는 고개를 들어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너희들은 방우(方宇)가 누구인지 아느냐.”그의 눈빛은 말끝마다 주대부인에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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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63화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주대부인은 주수보가 식구가 아닌 희상궁보다 주씨 집안의 며느리인 자신의 편을 들어줄 것이라고 여겼다.“부친, 둘째 노부인께서 하신 말을 저도 들었습니다. 방우는 죽어 마땅하지요. 감히 태상황의 수석 궁녀와 내통하다니! 죽어서도 그 죄를 씻지 못할 겁니다!”방우도 죽은 마당에 이 소문의 근원을 어떻게 찾을 것이며 과거의 일을 누가 따지겠는가? 방우라는 금군이 처형당한 것은 태상황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태상황의 노여움을 사 처형을 당한 남자, 궁중에서 여러 해 동안 시중을 들었던 늙은 상궁의 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동원해서 사건을 파헤쳐야 할 가치가 있을까.주대부인의 당돌함에 주수보는 분노했지만 담담한 목소리로 주대부인을 쳐다보았다.“방우는 16살부터 태상황을 곁에서 모셨고, 태상황이 황제에 등극한 이후로는 그는 어전 시위대장으로 임명되어 임기 동안 맡은 직무를 열심히 하였다. 태상황과 방우가 이끈 어전부대는 수많은 전쟁에서 승리했으며 나와 소요공 그리고 방우는 생사를 함께한 사람들이다. 수많은 전투에서 북당이 승리를 하고 평화를 되찾은 날은 바로 28년 전의 어제이다.”사람들은 처음 듣는 얘기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수보를 보았다. 주수보가 참전해 큰 공을 세웠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 전쟁이 얼마나 힘겨웠는지 누구와 함께 참전을 했는지는 처음 듣는 소리였다.어전부대의 대장을 맡을 정도로 태상황의 총애를 받던 방우가 태상황의 손에 죽음을 맞이했다니, 그가 얼마나 큰 죄를 지었은지 알 수 있었다.“방우는 26살로 여기 있는 너희들보다 젊은 나이에 죽었다. 당시 태상황은 등극한지 얼마 안 되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로 했었어 태상황은 그 날짜보다 일찍 답사를 나섰는데 적들이 이를 알고 태상황을 시해하려고 한 것이야. 방우는 이 소식을 듣고 태상황을 보호하려다가 죽게 되었지. 태상황은 그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그를 호국후(護國侯)로 추서했다. 방우는 우리 북당의 첫 호국후이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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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64화

후작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는 아내와 사이가 좋았지만, 그녀를 위해 목숨을 내놓고 싶을 만큼은 아니었다.“태상황께서 제게 벌을 내리라고 하셨다고요? 저는 믿지 못하겠습니다. 이런 사사로운 일로 태상황께서 저를 죽일 리가 없다는 겁니다. 부친께서는 희상궁을 위해서 가족을 죽이는 것도 꺼리지 않고, 어머님의 목소리를 앗아가기도 했습니다. 부친의 그런 행동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습니까? 한 평생 당신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어머님께 미안하지도 않습니까?” 주대부인이 악에 받쳐 소리치자 어디선가 손이 날아와 그녀의 뺨에 꽂혔다. 뺨을 맞은 그녀는 놀란 눈으로 때린 사람을 보았다. 그 앞에는 자신의 시어머니가 서있었다.노기가 가득한 시어머니는 화가 어찌나 많이 났는지 눈 밑이 파르르 떨렸다.주대부인은 억울한 표정으로 맞은 뺨을 만지며 눈물을 흘렸다.“어머님 왜 그러십니까! 제가 어머님을 대변해 드리지 않았습니까! 근데 왜 저를 때리시는 겁니까? 어머님은 그렇게 사시는 거 답답하지 않습니까? 다른 여자의 그늘에 사는 거 지겹지도 않으시냐고요!”노부인이 아버지는 죄를 받기 전에 조정의 어사대부로 있었는데, 아첨하는 소인들의 꼬임에 넘어가 황제에게 무례를 범했고, 이를 알고 분노한 황제가 일가를 몰살하라는 명을 내렸다.당시 주수보가 황제를 설득하지 않았더라면 그녀의 일가 132명은 모두 목이 잘렸을 것이다.결국 노부인의 아버지만 죽고 어머니와 형제들 그리고 친척들은 모두 목숨을 구했다. 그래서 그녀는 은혜를 갚기 위해 자원하여 주수보에게 시집을 오게 되었다. 주수보와 혼인을 하기 전에도 그 후에도 그녀는 희상궁과 주수보 사이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주수보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그저 자신과 가족의 목숨을 살려준 은혜를 갚고 싶었다.그것도 몇 년. 그녀의 마음에 점점 욕심이 생겼다. 불평하지 않던 그녀가 희상궁이 미워졌다.그녀는 희상궁을 향한 주수보의 마음이 잠깐의 바람이겠지라고 여기며 희상궁이 채워주지 못하는 공허함을 다른 여인으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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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65화

주명취가 벌떡 일어나 제왕을 끌어당기면서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조부를 설득해 주지도 못할 거면서 불난 집에 부채질해? 당신은 그냥 왕부로 돌아가.”제왕은 주명취가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너도 네 어머니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느냐. 주부가 황실을 견줄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럼 넌 왜 본왕에게 시집을 왔느냐? 데릴사위를 데려와 주부에 살면 되지.”“왜 말에 본질을 흐려? 그만 좀 해.” 주명취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제왕은 본관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고 말다툼을 멈추었다. “재상의 말이 맞아. 너희 집안사람들은 오만방자해.”말을 마친 제왕은 화가 나서 왕부로 돌아가버렸다.주명취는 제왕에게 크게 실망했다. 제왕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주명취는 화가 나서 눈에 눈물이 고였다. 주명양은 언니가 우는 모습을 보고 은근 고소했다. 하지만 자신 때문에 어머니가 위기에 빠진 이 순간 그녀는 쉽게 나설 수 없었다.제왕이 떠나면서 한 마지막 말이 주씨 집안사람들을 화나게 했다.“빨리 이혼 서류를 써라!”주수보도 이 상황이 수치스럽다는 듯 더욱 큰 소리로 후작에게 소리쳤다.“아버지!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저 사람은 딱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서방님, 쓰라고 하면 쓰세요. 전 상관없습니다.” 주대부인이 콧방귀를 꼈다.‘저 늙은이가 나를 겁주려고 으름장을 놓네?’그녀는 여전히 이 일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다. 반성의 기미 하나 없는 부인을 보고 후작이 깜짝 놀랐다.“부인, 지금 제정신입니까?”“쓰라는데 써야죠. 부친께서 제가 잘 못했다고 우기지 않습니까.” 주대부인이 어이없다는 말투로 웃었다.후작은 주수보를 보고 한숨을 내쉬더니 본관 밖으로 나갔다.하인이 차를 한 잔 더 따르자 주수보의 얼굴에 있던 노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방금 제왕이 나가면서 한 말을 들은 후 주수보의 눈에는 결연함이 보였다.‘화내지 말고 진정하자……’그는 찻잔을 받치고 천천히 차를 마셨다.펄펄 끓는 물을 부어 우려낸 차라서 아주 뜨거웠지만 목구멍을 넘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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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66화

증조 마님은 주수보의 생모이다. 증조 마님은 친왕의 딸인 군주(郡主) 신분으로 주수보의 부친와 혼인을 했다.그녀는 당시 아들이었던 주수보가 궁녀를 정비로 맞이하겠다고 하자 엄하게 반대하였다. 그녀는 온갖 치맛바람을 휘날리며 혼인을 반대했고, 궁에 들어가 희상궁에게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군주였던 증조 마님은 궁 안의 명부(命婦), 후궁들과 왕래하는 일이 많았으며 이 일로 궁 안의 여인들이 희상궁을 못살게 굴기도 했다.황실의 남자들이 언제든 첩으로 들일 수 있는 궁녀라니? 증조 마님은 집안에 천한 신분이 들어오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결국 후에 주수보가 죄를 지은 어사의 딸과 결혼을 하겠다고 하자 그녀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아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어쨌든 증조모는 그 궁녀만 아니면 됐다. 증조모는 일찍이 암자에 들어가 마음을 수련하고 매일 아침 자손들에게 복이 깃들기를 기원했다. 그녀가 주부에서 나가 암자에 들어간 이후 주씨 집안의 세력은 점점 강해졌고 아들은 재상이 되었다.주후작은 부친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은 증조모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월미암이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는 이혼서를 쓰면서 일부러 글자를 틀리게 적어 시간을 끌었다.주수보는 급할 건 없다는 듯 차를 마시며 주전부리를 먹었다.그의 여유로운 모습과 상반되게 집안사람들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주대부인이 무릎을 꿇고 있어도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대부인도 부잣집의 아씨로 그녀의 친정에서는 아끼는 자식이다. 이런 모욕을 당하러 온 것이 아니다. 사실 처음부터 주대부인이 희상궁을 찾아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시어머니께서 늘 희상궁은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고 하기에 그녀도 희상궁을 찾아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주명양을 위해 어미 된 도리로서 어쩔 수 없었다. 주대부인은 이 일이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흘러갈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거부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은화를 찔러주면 희상궁이 금방 넘어올 것이라고 생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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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67화

“조부 아버지와 어머니께서는 20년 동안 함께 셨습니다. 그 부부의 정을 어찌 그리 쉽게 끊어내겠습니까. 아버지께서 어머니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세월으 정이 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조부께서는 한 평생 주씨 집안을 지켜온 우리 어머니를 내치셔야겠습니까?”주명취가 달려와 무릎을 꿇고 주수보에게 빌었다.“이것은 태상황님의 뜻이니 어쩔 수 없다. 억울하거든 직접 가서 청하거라.” 주수보가 주명취를 차갑게 노려보았다.주대부인은 몸은 덜덜 떨었지만 눈에는 노기가 가득했다. “좋아요, 그럼 제가 직접 가서 태상황님께 억울함을 호소하겠어요.”부인의 큰 아들이 허둥지둥 주대부인을 막아섰다.“모친! 조부와 대적해서는 안 됩니다.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세요!”“이거 놓아라! 아들아 넌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것이냐? 너희 모두 내 자식이고 재상의 손주인데 지금 재상께서 네 아비를 호적에서 파 버린다고 하지 않느냐! 재상은 너희들을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내가 직접 태상황님께 억울함을 호소할 것이야. 태상황님께서 나를 죽이라고 했을 리 없다!”주대부인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주수보는 가증스럽다는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는 주대부인을 바라보았다. 주수보는 이미 누군가 증조 마님을 모시러 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증조 마님이 이곳으로 온다면 일이 복잡해질 것이 뻔하기에 주수보는 빨리 일 처리를 끝내고 싶었다.저쪽에서 목아가 시위들을 데려와 후작을 끌어내려고 하자 후작이 발악했다.“이거 놓아라! 네 이놈들! 후환이 두렵지 않은 것이야!”그러자 주대부인이 달려와 목아의 뺨을 내리쳤다. “감히 상전의 몸에 손을 대? 네가 미쳤구나!”목아는 한 손으로 그녀를 밀치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 주인은 재상 어른이지 당신이 아니오.”“감히! 네가……!” 주대부인은 충격으로 비틀거렸고 그 와중에 목아는 후작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주명양은 참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녀는 아픈 몸을 이끌며 이를 악 물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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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68화

주수보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집사를 불렀다.“저 아이를 방으로 데리고 가거라.”주명양은 울면서 빌었다.“아닙니다! 손녀는 여기 있을 겁니다. 제발 어머니를 살려주세요!”“듣자 하니 내가 희상궁의 말은 듣는다고 희상궁에게 부탁하러 갔다는데, 지금 너도 희상궁에게 네 어미를 살려달라고 부탁이라도 하지 그래?”“아니, 아니…… 저는 그 노비에게 부탁하러 갈 수 없습니다.”주명양은 덜덜 떨었다.하지만 그 말을 듣고 주명취는 벌떡 일어났다. “그게 정말입니까? 제가 희상궁을 찾으러 가겠습니다. 희상궁이 오기 전에 모친을 죽이시면 안됩니다!”“내가 딱 두 시간을 줄게, 두 시간이면 증조 마님도 오시겠지.” 주수보가 대청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여기 있는 사람들은 잘 들어라! 지금부터 아무도 나가서는 안된다! 나가는 사람은 모두 호적에서 파 버릴 것이니 그렇게 알거라!”말을 마친 주수보는 피곤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그는 몸도 마음도 너무 피로했다. 지긋한 나이에 밤새 희상궁 옆을 지키느라 밤을 꼴딱 새우고 사람들을 불러 이 난리를 피우니 피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집안사람들은 이런 주수보를 잔인하다고 여길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나서서 집안의 기강을 잡아야 했다. 오늘 기강을 잡지 않으면 멀지 않은 미래에 주씨 집안은 분명 화를 당할 것이다.*주명취는 마차를 타고 초왕부에 도착했다.그녀는 조부가 뱉은 말은 꼭 지키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조부가 어머니를 죽일 것도, 희상궁이 설득하면 모친을 살려줄 것도 진심이라는 것을 알았다.조모도 조부의 말 한마디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부부의 정도 가볍게 무시하는 조부인데 며느리에게 자비란 없을 것이다. 주명취는 지금까지도 조모가 어쩌다 조부의 미움을 사서 벙어리가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우문호는 희상궁이 안정된 것을 보고 관아로 돌아갔다.원경릉은 잠깐 눈을 붙였다가 일어나서 희상궁의 수액을 갈아주었다. 그녀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지만 전보다 안색도 좋아지고 상태도 좋아졌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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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69화

원경릉은 제왕비를 정실로 오라고 하고는 사식이에게 제왕비가 왔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분부했다. 그녀는 빠르게 다과를 먹어 배를 채우고는 원용의를 보았다.“같이 가시지요?”“당연하죠. 제가 왕비님 옆을 지키겠습니다. 제왕비는 연기를 잘하니 불쌍한 척에 절대 속으면 안 됩니다.”고만아의 일로 원경릉은 이전에 없던 동정심과 자애로움을 되찾았지만, 그런 감정은 이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치스러운 감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차갑고 단단한 마음이 있어야 이곳에서 살 수 있다.주명취는 정실에서 초조하게 원경릉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원경릉과 원용의가 들어오자 제왕비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네가 여길 왜…?”“초왕비님을 뵈러 왔습니다.”원용의는 허리를 굽혀 예의를 갖춰 인사를 했다.주명취는 원용의를 거들떠보지 않고 원경릉을 보았다.“미안한데 초왕비. 오늘은 내가 부탁을 드리러 왔어요. 희상궁을 만나야 하는데 지금 여기 있습니까?”원경릉은 그녀의 말을 듣고 “안돼!”라고 버럭 했다.그러자 주명취는 다급한 듯 “원경릉, 지금 이럴 시간이 없으니 희상궁을 빨리 만나게 해줘요! 오늘 빚진 것은 내가 나중에 곱절로 갚을 테니!”라고 소리쳤다.“빚을 져? 무슨 빚?”주명취는 지금 주씨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함구했다.“지금 희상궁이 필요한 사항이니 반드시 희상궁을 만나야 한다고!”“무슨 일인지 말도 안 하면서 내가 왜 희상궁을 만나게 해줘야 하는데?”주명취는 원경릉의 태도에 화가 났다.“자비로운 척, 착한 척을 다 하더니 지금은 왜 이렇게 깐깐해? 전에 했던 행동은 다 위선인 거지?”주명취는 눈을 잔뜩 찌푸리고 화가 난 듯 말했다.“너 같은 종자들이 내 자비의 한계를 들추는 거야! 그래서 무슨 일인지 말 안 해? 안 할 거면 썩 꺼져 초왕부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원경릉, 너무 득의양양하지 마. 더러운 꾀로 초왕비가 됐으면서 어디서 초왕부의 안주인 행세를 해?”원경릉은 빈정거리며 말하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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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70화

원경릉이 생각보다 쉽게 부탁을 들어주자 주명취는 의심이 들었다.“희상궁을 초왕부 밖으로 못 나가게 명을 내릴 것이지?”원경릉은 이 상황에서도 의심을 하는 주명취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네 모친이 죽는다는데 여기서도 나를 의심하는 거냐?”주명취는 차가운 얼굴로 사식이에게 “앞장서.”라고 말했다.사식이는 코웃음을 치며 “나를 하인으로 부리지 마, 어디서 감히 명령을 해?”라고 말했다.주명취는 몹시 화가 났지만 화를 누르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길을 안내해 주시지요. 고맙습니다.”사식이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주명취를 희상궁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희상궁이 있는 방 안에서 약 냄새가 진동을 했으며 하얀 얼굴의 희상궁이 침상에 누워있었다.“아니… 희상궁?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주명취는 당황해서 말을 버벅거렸다. 주명취는 문득 하루 사이에 머리가 하얗게 새어버린 조부가 생각이 났다.‘그래… 조부가 이상했어. 아무리 화가 나도 그토록 화를 낸 적은 오늘이 처음이다.’주명취는 누워있는 희상궁을 보고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원래 희상궁에게 울며불며 감정으로 호소해 희상궁을 주수보 앞에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 “희상궁을 데리고 갈 수 있다면 가세요. 희상궁이 깨어난다면 우리 초왕부에서 쌍수 들고 희상궁을 주씨 집안으로 보내줄 수 있으니.” 사식이가 말했다.“이 일은 나의 모친과 관련이 없다. 그저 희상궁이 스스로 납득할 수 없어서 내 모친을 걸고넘어지는 것이지.”“제왕비,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만 돌아가세요.” 사식이가 말했다.주명취의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이를 어떻게 해야 좋을까? 의식도 없는 상궁을……’주명취는 순간 황후가 생각났지만 이미 영패를 회수당했기에 궁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리고 조부가 두 시간밖에 주지 않는다고 하였기에 그 안에 입궁을 했다 나올 수는 없을 것이다.*제왕은 주씨 집안에서 나온 뒤 착잡한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구사를 불러 술을 마셨다.구사는 원래 초왕부로 가려고 했는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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