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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571 - 챕터 580

3039 챕터

제 571화

주명취와 제왕의 싸움, 그리고 원용의“당신……”주명취가 목소리를 낮추어 눈물을 삼키며, “당신 일부러 사람을 괴롭히는 거 아녜요?”“그래!” 제왕이 주명취를 냉정하고도 분노에 찬 얼굴로 바라보며, 마음 속의 울화가 한꺼번에 터져 나와, “내가 널 괴롭히면 좀 어떠냐? 너희 주씨 집안이 어디 괴롭힘 당하는 걸 겁내기나 했어? 너희들이 하지 못하는 일이 있기나 해? 어디 내가 요패(腰牌) 꺼낼 필요도 없더군, 이 천하는 전부 너희 주씨 집안 것이지 않느냐.”주명취는 열 받아서 눈가가 벌게지고 입술이 떨리는데, “당신은 이렇게 외부 사람들 앞에서 나와 싸우는 모습을 꼭 보여야 하는 겁니까?”구사가 상당히 난처한 것이 진퇴는 고사하고 보아하니 이 술에 독이 들어 있는게 분명하다.잠시 생각하던 구사는 역시 잽싸게 나가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해, 급한 일이 있다고 얼버무리며 즉시 도망쳤다.제왕이 싸늘하게: “네 눈에는 나도 외부인 인데 외부인 앞에서 싸우는 게 뭐가 문제지? 난 체면 따위 전혀 필요 없어.”주명취는 화도 나도 억울하기도 해서 주먹을 주고 바르르 떨며: “정말 시집을 잘못 왔어요.”이 말은 철저하게 제왕의 역린을 건드리 고야 말았다.제왕이 벌떡 일어나서 눈에서 불꽃이 일며,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 구나, 처음부터 넌 날 좋아한 적 없이 시집을 왔지, 단지 내가 아바마마의 적자라는 이유로! 더욱이 주재상이 내 외조부시기도 하고 넌 태자비 혹은 황후란 지위를 탐했던 거야. 높으신 분께서 아랫것에게 머리를 숙이고 시집을 오셨지, 너희 주씨 집안의 큰딸 신분에 이 몸에게 시집을 와 주셨으니, 이제서야 후회가 되는가!”주명취는 가슴이 싸늘하게 식으면서 제왕이 감히 이런 말을 자신에게 할 줄이야,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주명취가 분개함을 참지 못하고, “당신에게 앞서라고 하고, 분투하라고 한 게 뭐가 잘못인가요? 당신은 왜 반드시 평범하기만 하려고 하죠? 당신은 분명히 더 나은 성취를 이룰 수 있는데, 왜 나를 위해 그럴 수 없어요,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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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72화

주대부인을 살리려 증조마님 등장주명취는 지치고 힘없는 발걸음으로 주부로 돌아오다가 증조모의 가마가 문 앞에 서있는 것을 보고, 억울했던 마음이 자혜로운 증조모의 얼굴을 대하는 순간 와르르 무너지면서 증조 마님 앞에 주저 앉아 울며: “증조 할머니, 억울함을 풀어 주시려고 돌아오셨군요. 만약 조금 더 늦으셨으면 큰일날 뻔 했습니다.”주부 저택 입구라 비록 일반인은 들어올 수 없다 해도 증조마님은 주명취가 이런 실태를 보이는 것이 싫어서 자혜로운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으며 위엄 있는 목소리로: “일어나거라, 안으로 들어가자.”말을 마치고 한 늙은 상궁이 부축하여 바로 들어갔다.주명취도 자신의 실태를 자각하고 일어나 눈물을 훔치고 쫓겨난 아버지가 뒤에 서 있는 것을 보고 낭패감이 들었다.주명취는 슬픔에 복받쳐 목이 매인 채: “아버지.”주씨 집안 가장이 작은 목소리로: “울지 말고 들어가자, 네 증조할머니가 우리 억울함을 풀어 주실 게다.”주재상은 증조마님이 오시길 기다리고 있었다.증조마님의 가마가 바깥에 도착하자 이미 누군가 와서 알린 것이다.주재상은 천천히 눈을 뜨고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는 방안의 사람들을 보고 지친 눈가를 풀며 차게 식어버린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집사가 나지막이: “어르신, 드시지 마세요, 뜨거운 차를 내오겠습니다.”“식은 차에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는 구나.” 주재상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느릿느릿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때 증조마님이 통상궁(佟嬤嬤)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주재상이 천천히 일어나 증조마님을 부축하러 나가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모시고 들어와 자리에 앉으시게 하고 자신도 자리에 앉았다.증조마님이 자리를 잡은 후 중후한 눈빛으로 주변의 사람들을 쓱 둘러 보고, “전부 꿇어 앉아 뭐하는 게야? 일어나!”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던 주대부인이, 증조마님이 돌아오신 것을 보고 그제서야 차분해지며 울며 무릎걸음으로 나와, “노마님, 손주 며느리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 시아버지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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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73화

주대부인에게 처분을 내리는 주재상주대부인은 오늘 어차피 시아버지에게 밉보인 김에, 노마님이 계실 때 이 일로 노마님이 명을 내리시면 다시는 누구도 주대부인을 괴롭힐 수 없도록 노마님이 다시 그녀에게 숨통을 틔워 주길, 그래서 희상궁을 죽여주면 제일 좋을 텐데 생각했다.희상궁이 죽지 않으면 언젠가는 화근이 된다.증조마님의 눈이 잔혹한 빛으로 방금 입구에서의 자애로운 눈매는 완전히 사라지고 음침하게: “이 일은 나도 알았네, 입을 함부로 놀린 것을 내가 직접 혼을 낼 것이야. 네가 여기서 이래저래 얘기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주재상이 그제서야 천천히 묻길, “어머님, 누구를 혼내신다는 말씀이십니까? 희상궁입니까?”증조마님이 이 말을 듣고 주재상을 보고 상당히 불만스런 안색으로, “왜? 내가 혼내면 안되는가?”주재상이 가볍게 고개를 흔들며 잠시 생각하더니: “무슨 자격으로? 죽을 날이 가까운 노인 자격으로? 지금 누가 감히 저를 넘어 혼을 내겠습니까?”증조마님이 거의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날카로운 목소리로: “뭐라고? 어디 한 번 다시 말해 보거라.”“좋습니다.” 주재상이 집안 사람들을 보고 분명하고 낮게 깔린 목소리로: “내 말 잘 들어, 만약 누구든 감히 희상궁의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건드리거나 희상궁 앞에서 무례한 말을 한 마디라도 뱉으면 상대가 누구든지 목이 떨어질 거라고 장담하지.”이 나지막한 목소리에 놀라 좌중의 심장이 오그라들고, 이제…… 노마님은 더이상 주재상을 통제하지 못하는 걸까?증조마님마저 잠시 정신이 아득해서 어안이 벙벙한 채로 주재상을 바라봤다.“집사, 준비하라고 분부한 독주는?” 주재상이 찻잔을 들고 느긋하게 말했다.집사는 놀라고 두려워하는 안색으로, “그게……”“목아(穆婭)!” 주재상이 노하여, “집사를 내보내라, 이 집에서 내 말을 듣지 않는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남겨두지 않을 것이다.”목아는 큰 몸짐으로 안쪽 대청으로 들어가 직접 집사를 달랑달랑 들고 나왔다.집사는 멍하니 넋을 놓고 있다가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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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74화

주대부인의 마지막이 말이 떨어지자 현장은 쥐 죽은 듯 적막하고, 울며 애원하는 소리마저 잠시 사라졌다.증조마님은 노해서 일어나 날카로운 목소리로: “그 말은 네 늙은 어미도 내 쫓겠다는 것이냐? 오늘 네가 감히 이 집안의 누구라도 해하는 날엔 내가 네 눈 앞에서 죽어주마, 너는 불효자란 죄명을 지고 살아야 할 것이다.”주재상이 노모를 보고 차갑게: “저는 사람을 시켜 어머니를 월미암에 바로 보내 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지켜 보시지요, 우리 주씨 집안 사람을 좀 보세요. 어머니가 눈감아 줘서 어떤 꼴이 됐는지, 이 사람들을 좀 보세요, 쓸 만한 사람이 있습니까? 어머니도 죽고, 나도 죽습니다. 이 사람들 너나 할 것 없이 전부 고깃덩어리에 불과해요, 하지만 그때까진 어머니도 저도 살아서 볼 수는 없지요.”증조마님이 화를 내며: “그래서 내가 늘 네게 권한 것이, 네가 아직 힘이 있을 때 집안 사람을 발탁하라는 것이야. 우리 주씨 가문이 큰 나무로 장성하면, 뿌리는 땅으로 뻗어 천리에 이어질 것이니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린다는 말이냐? 지금 아직 일이 터지지도 않았는데 먼저 자기 사람에게 칼을 대다니 무슨 약해 빠진 짓이냐? 너는 진정한 영웅이니 주씨 집안의 만고의 가업을 위해 필사적을 싸워야지 벌벌 떨어서야 되겠느냐.”주재상이 냉소를 지으며, “노모는 역모를 꾀하십니까? 나이만 많으면 뭐합니까, 옛 것을 배워 적용을 하질 못하니 조만간 우리 주씨 가문의 큰 우환이 될 것입니다. 만약 아버지께서 살아 계셨으면 죽기를 각오하고 어머니를 쫓아내시라고 간언해 주씨 가문 자손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막았을 텐데.”이 말에 모든 사람이 놀랐다, 이 말이 대역무도하다 뿐인가? 가히 인륜에 어긋난 말이다.증조마님은 눈을 깜박이고 거의 그 자리에서 까무러치기 직전이다.이 순간 주재상이 이미 목아에게 손짓을 하고 눈짓으로 독주를 가리켰다.목아는 큰 걸음으로 다가와 독주를 받쳐 들고 주대부인의 앞까지 갔다.주대부인이 절규하고 있는 힘을 다해 뒤로 숨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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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75화

주씨 집안을 살리는 길주재상도 사실 주대부인을 감싸는 쪽이었다. 예를 들어 혜정후 때도 여전히 혜정후에게 살길을 마련해 주고자 했던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그때도 혜정후가 저지른 짓거리를 일일이 알고 나서 주재상은 까무러치게 놀랐다.이게 주씨 집안 사람이 저지른 짓이란 말인가?누가 그들의 간이 배 밖으로 나오게 했지? 그들이 어찌 제멋대로 악행을 일삼으며 이 지경에 이르렀단 말인가.가장 중요한 건 혜정후가 그때 납치한 게 초왕비 였다는 점으로 혜정후도 뒤에 그 사실을 알았지만 여전히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는 점이다.그러니까 이들은 이미 황실이 안중에도 없다는 뜻이며, 그들 마음 속에 주씨 집안이 황실보다 높다는 뜻이다.오늘 이 대청에서 그들이 한 말도 전부 이 점을 증명한다. 그들은 심지어 제왕이 현장에 있다는 사실조차 신경 쓰지 않고 그런 역모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행동으로 옮겼다.주씨 집안은 기고만장한 게 아니라 신하로 조정에 반란을 일으키고 황제의 자리를 찬탈하려는 것이다.모든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 이런 속내가 감춰져 있고, 황위도 못 얻을 게 뭐 있냐, 가져오고자 하는지 아닌지 두고 볼 뿐이다.태상황이 성지를 내려 소문을 퍼트린 사람을 엄중히 징벌하라고 해서 사형을 받은 것은 주부 사람 하나지만 태상황은 이번 일로 주재상에게 삼엄한 경고를 한 것이다.“천한 년 하나때문에 아주 미쳤구나!” 증조마님이 분에 못 이겨 찻잔을 집어 던지자 큰소리가 나며 깨졌다. 나이든 군주의 반듯한 태도는 온데 간데 없고, “그때 내가 죽였 어야 했는데, 만약 네가 다시는 그리워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으면 내가 그년을 왜 살려 뒀겠느냐? 이 참사의 화근은 다 그년 때문이야, 늙고 죽어도 우리 주씨 가문을 해치려 들다니.”주재상이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그때 당신은 구름과 비를 마음대로 부릴 만한 권세였지요, 그녀를 죽이는 것쯤 이야 손바닥 뒤집기보다 쉬웠습니다. 만약 제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으면 희야는 벌써 죽었겠죠, 저는 쭉 봐왔습니다. 당신이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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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76화

주재상의 명령과 깨어난 희상궁증조마님이 깨어나 성지 내용을 듣고 오랫동안 입술을 떨고 공포로 눈동자가 오그라들며, “어찌 이럴 수가 있다는 말이냐? 주씨 집안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른 게야?”“군주마마,” 친정에서부터 따라와 그녀를 오랫동안 모신 통상궁이, “아마도 어르신도 잘못하신 것 같지 않습니다. 주씨 집안이 몇 년간 참으로 지나친 점이 있었지요.”“그건 우리에겐 당연한 것이야.” 증조마님이 여전히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망연자실하게 애간장이 타는듯: “우리는 주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야, 내 딸이 궁중에 시집가 황후가 되었고, 내 손녀도 궁중에 시집가 황후가 되었으니 우리 주씨 집안이 이 북당에서 제일 큰 가문이란 말이다. 태후의 소씨 집안(蘇家)은 우리집 신발을 들 자격도 못 되는데,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어? 태상황은 고작 죽은 호국공 한 명때문에, 천한 년 하나 때문에, 성지를 내려 우리 주씨 집안의 안방마님을 죽여? 나는 모르겠네, 나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어, 넌…… 넌 어서 날 부축해서 나가자, 입궁해서 태상황을 만나야겠다.“군주마마, 그러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이 일은 여기서 끝내시지요, 대부인도 죄로 돌아가셨으니 저흰 월미암으로 돌아가요.” 통상궁이 권했다.“쫓아내는게 마땅해, 그것을 쫓아내는 것이 마땅해.” 증조마님이 천천히 이어나 후들거리는 걸음으로, “그것을 쫓아내라, 그 아이는 우리 주씨 집안 사람이 아니니 우리 주씨 집안이 어전에서 만조백관들 앞에서 황제의 훈계를 들을 필요 없어. 이 무슨 체면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야.”증조마님은 눈앞이 캄캄해 지더니 ‘꽈당’ 소리가 나고 다시 바닥에 쓰러지셨다.주재상은 결코 이렇게 끝낼 생각이 없으므로, 밀어붙이며 일제 정리에 들어갔다. 주씨 집안 자제가 소유한 산업과 재산을 조사한 뒤 일률적으로 전부 회수하고, 모든 사람을 공개적으로 선포한 월례 은자만으로 살게 했다.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주재상은 특명을 내려 수많은 사복 시위를 양성해 몰래 주씨 집안 자제의 일거수일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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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77화

주재상과 희상궁의 재회원경릉이 예를 취했다.주재상이 들어가 문을 닫았다.희상궁이 침대에 앉아 주재상 머리의 백발을 보고 흠칫하다가 마음이 아려 와서, “당신……”주재상이 옷자락을 날리며 침대 옆 걸상에 앉아 조용히 그녀와 마주 보고 있다.주재상이 웃으며 손을 뻗어 희상궁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기 앉아서 당신을 볼 수 있다니 이거 기분 진짜 좋은데.”희상궁이 낮게 쉰 목소리로, “그러게요, 살아있어 정말 좋네요.”“당신도 나도 늙었어, 살 날도 얼마 없는데 이렇게 낭비하면 안돼.” 주재상이 말을 하며 품에서 물건을 하나 꺼내더니 희상궁 앞에 슬쩍 놓는다.희상궁이 뭔가 들여다보니, 뜻밖에도 곰팡이 슨 흔적이 있는 자수 쌈지다.그녀가 웃으며, “당신 아직 가지고 있었어요?”“그럼, 실이 빠지고 곰팡이도 좀 폈어, 빨아도 안 지워지더라고. 어쨌든 소년 시절의 물건은 특별하니까 몸에 간직하고 있었지. 생각해보니 나중에 순장품으로 관에 들어갈 때도 같이 가져 가게 될 것 같은데.”희상궁이 웃는데 눈가가 발그레하게 풋풋해졌다.“날 미워했어요?” 희상궁이 물었다.주재상이 잠시 생각하더니, “미워해? 당신 마음을 짓밟아 죽이기까지 했지만 난 억지로 강행할 수 없었어, 나중에 당신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알았지, 이렇게 한 것도 나쁘지 않구나 하고. 만약 당신이 시집을 왔으면 1년이 못 돼서 죽었을 게 틀림없어. 이 세상엔 그렇게 모질고 독한 사람이 있더군.”희상궁이 고개를 끄덕이며, “전 그때 죽는 게 두려웠어요.”주재상이: “죽는 걸 무서워해 주길 잘 했어. 너와 결혼하지 못했지만 하여튼 난 네가 궁에 있다는 것을 알고, 네가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 봐, 이생도 다 끝나가잖아, 우리 둘이 각자 잘 지내온 것만으로도 행운이었어.”주재상은 넋을 놓고 희상궁을 쳐다보다가 살살 고개를 흔들며, “있잖아, 당신은 이렇게 늙었는데 내가 당신을 보면 왜 항상 예전 얼굴로 보이지?” “그래요, 못 봐줄 거예요. 내 한창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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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78화

주재상 공개재판을 연 증조마님주씨 집안은 여전히 뒤흔들리고 있었다.주재상의 정실부인인 주 노마님은 스스로 월미암으로 가길 원해서 옮기셨으나, 증조마님은 오히려 돌아가려고 하지 않았다.증조마님은 주씨 집안이 정돈되는 것에 화가 치밀어 그녀가 이 저택에서 이런 식으로 권력을 뺏긴다고 생각하니 용납할 수 없었다.그래서 증조마님은 주씨 집안 연장자를 소집하기에 이르렀고, 주씨 집안 어른들이 모여 다같이 주재상을 ‘공개재판’하게 되었다.주씨 가족 모두는 증조마님을 존경과 숭앙해 마지 않는다.그녀는 젊었을 때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 전 집안의 안 살림을 손에 쥐고 어느 집에 문제가 생기면 나타나서 한 방에 평정하곤 했다.경성에서 정실 황후의 큰 딸인 공주도 감히 증조마님의 위세를 따라올 수 없었다.그런 증조마님은 잘못을 감쌌다.주씨 집안 사람이면 증조마님의 직계든 아니든 무조건 감싸줬다.주씨 집안이 무슨 일을 일으키든지 그녀가 전부 싸고 돌았다.몇 년 전에 인간이 덜 된 손자가 있었는데 밖에서 사람을 때려죽여 상대가 관가에 고발하려고 한 일이 있었다. 증조마님이 나서서 제압하더니 한 푼도 배상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맞아 죽은 사람의 가족이 주씨 집안의 체면을 상하게 했다며 와서 사죄까지 하게 만들었다.이 사건은 관가에 가지 않고 피해를 입은 사람 가족은 죽은 사람이 재수없게 자기가 넘어져서 죽었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으며, 야반도주로 경성을 떠났다. 주씨 집안의 보복이 두려워서 였다. 이 일은 철저하게 이루어져 밖에는 당연히 한마디 소문도 새어 나가지 않았다.증조마님은 영예를 즐기는 사람이다. 집안 자식과 조카에게 절을 받고, 매년 생일 주부로 돌아와 바닥에 무릎 꿇은 시커먼 사람들의 무리와 그들의 입술이 모두 한결같이 증조마님의 만수무강을 비는 것을 듣고, 기쁨과 희열을 느꼈다. 증조마님의 한창때는 영화로웠고, 시끌벅적하게 사람들에 둘러 쌓여 지내는 게 익숙해서 비록 월미암에 있었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문전성시를 이뤘다. 경성의 귀부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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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79화

주재상의 선포주재상은 차가운 눈빛으로 사람들을 훑어봤다. 방금 들어 올 때 그렇게 열렬하게 비난을 퍼붓더니 지금 그가 자리에 앉자 아무도 말이 없다.주재상이 증조마님을 향해, “어머님 이 일 참 잘 하셨습니다. 모두를 오라 하셔서 제가 사람을 시켜 통지하는 수고를 덜었으니 말입니다. 마침 여러분들 앞에서 몇 마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증조마님은 여전히 노한 얼굴로 주재상의 말을 듣고 언짢은 기분이 들어 날카로운 목소리로: “서둘지 마라, 여기 계신 분들은 다 너보다 연장자이니, 저분들의 말씀부터 들어라.”주재상은 두 손을 소매 속에 넣고 냉정하게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며: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제가 드릴 말씀은 몇 마디 안되고 오늘 여러분 모두 무슨 노소와 귀천 따위 따지지 않으실 겁니다. 앉아서 말씀하시는,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도 저보다 백발이 많지는 않군요. 누가 편히 지내고 누가 용을 쓰고 일하는지 일목요연 합니다. 오늘부터 주씨 성을 가진 자손이면 조정에서 직임을 맡을 시 반드시 다른 관원들과 같이 이부의 심사를 받을 것이며,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일률적으로 걸러내 사직서를 받고 쫓아낼 것으로 절대 사정을 봐주지 않을 것입니다.”이 말이 떨어지자 대청 사람들이 전부 냄비에서 물이 끓어 넘치듯 했다.주씨 집안의 분가마다 조정에 직임을 맡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 중에는 나라를 짊어질 만한 대들보, 즉 진정 재능이 있는 자도 적지 않다. 당연히 이 사람들은 모두 주재상이 선발한 것으로 주씨 가문이란 나무의 큰 몸통이 그래서 이렇게 뿌리를 깊이 박을 수 있는 것이다. 노마님의 좋은 게 좋은 거란 싸고돌기 때문이 아니고 주재상의 실력 때문에 지금의 주씨 가문이 번성한 것이다.하지만 주씨 집안의 일부 관원은 자리만 차지라고 국록을 받아 먹고 있는데, 커다란 각 관아에 공무를 핑계로 약간의 명성과 권력에 기대 봉록은 도리어 적지 않게 받아 먹는다.주재상 밑에도 진짜 능력 있는 사람은 몇 안된다. 이 모든 것은 증조부인이 제멋대로 원칙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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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80화

주재상과 어머니의 독대증조마님은 오늘 존귀하게 차려 입고 있었는데, 금은사를 엇갈리게 해서 자손 번성을 비는 박쥐 도안 구름무늬 비단 의상을 입고, 목에는 둥글고 광택이 좋은 귀한 진주목걸이를 걸었는데 이 진주는 궁중의 태후가 한 것보다 알이 굵고 둥글며 윤이 났다. 이는 증조마님의 위치가 태후 소씨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자만의 표시다.증조마님의 앉은 품세는 여전히 단정하고 고귀하다. 허리를 곧추세우고 어깨는 뒤로 젖히고 목은 길게 늘인 채 두 손은 의자 팔걸이에 놓여 있는 것이, 그렇게 단아하고 장중한 자태로 흐릿한 문밖을 바라는데 눈빛이 막막하다.그런데 주재상의 두 손은 소매속에 숨겨져 있어 길거리에 쭈그리고 앉아 장기 두는 사람을 지켜보는 동네 노인 같은데 등은 약간 굽었고, 어깨는 처졌는데 눈빛만은 형형해서 역시 바깥을 보고 있다. 바깥에 어떤 귀신이 있던지 감히 숨을 수 없는 그런 눈빛이다.“너는 어째서 네 어미를 이리 대하느냐? 나는 너를 양육하고 길러냈는데 너는 어째서 이렇게 불효하는 것이냐?”결국 증조마님이 먼저 입을 열었는데 원한이 가득하다.“불효라?” 주재상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 증조마님에게, “지난 세월간 아들이 충분히 효도하지 않았습니까? 어머니가 말씀 하시는 대로 아들이 다 했습니다. 그동안 바람이 필요하면 바람을 얻고, 비가 필요하면 비를 얻으셨지요, 매일 왕래한 식객만도 열이 넘고 어머니의 존귀와 영예에 뭐 하라도 부족한 적이 있으셨습니까?”증조마님이 냉소를 지으며, “하지만 그것들은 전부 네가 준 게 아니야.”“제가 만들어 드린 게 아니면 누가 드렸습니까? 당신은 바깥사람이, 주부의 사람이 전부 당신을 나이가 많은 어르신이라고 생각하는 줄 아십니까?” 주재상이 담담하게 얘기했다.“넌 어미에게 보복하고 있어, 세상에 너 같은 아들은 없어.” 증조마님이 열 받았다.주재상이 고개를 저으며, “당신에게 보복하는 거라면 지금까지 기다릴 필요 없었어요.”“그럼 왜 이러는 거냐?” 증조부인이 주재상을 보고 실망한 듯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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