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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80화

주재상과 어머니의 독대

증조마님은 오늘 존귀하게 차려 입고 있었는데, 금은사를 엇갈리게 해서 자손 번성을 비는 박쥐 도안 구름무늬 비단 의상을 입고, 목에는 둥글고 광택이 좋은 귀한 진주목걸이를 걸었는데 이 진주는 궁중의 태후가 한 것보다 알이 굵고 둥글며 윤이 났다. 이는 증조마님의 위치가 태후 소씨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자만의 표시다.

증조마님의 앉은 품세는 여전히 단정하고 고귀하다. 허리를 곧추세우고 어깨는 뒤로 젖히고 목은 길게 늘인 채 두 손은 의자 팔걸이에 놓여 있는 것이, 그렇게 단아하고 장중한 자태로 흐릿한 문밖을 바라는데 눈빛이 막막하다.

그런데 주재상의 두 손은 소매속에 숨겨져 있어 길거리에 쭈그리고 앉아 장기 두는 사람을 지켜보는 동네 노인 같은데 등은 약간 굽었고, 어깨는 처졌는데 눈빛만은 형형해서 역시 바깥을 보고 있다. 바깥에 어떤 귀신이 있던지 감히 숨을 수 없는 그런 눈빛이다.

“너는 어째서 네 어미를 이리 대하느냐? 나는 너를 양육하고 길러냈는데 너는 어째서 이렇게 불효하는 것이냐?”

결국 증조마님이 먼저 입을 열었는데 원한이 가득하다.

“불효라?” 주재상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 증조마님에게, “지난 세월간 아들이 충분히 효도하지 않았습니까? 어머니가 말씀 하시는 대로 아들이 다 했습니다. 그동안 바람이 필요하면 바람을 얻고, 비가 필요하면 비를 얻으셨지요, 매일 왕래한 식객만도 열이 넘고 어머니의 존귀와 영예에 뭐 하라도 부족한 적이 있으셨습니까?”

증조마님이 냉소를 지으며, “하지만 그것들은 전부 네가 준 게 아니야.”

“제가 만들어 드린 게 아니면 누가 드렸습니까? 당신은 바깥사람이, 주부의 사람이 전부 당신을 나이가 많은 어르신이라고 생각하는 줄 아십니까?” 주재상이 담담하게 얘기했다.

“넌 어미에게 보복하고 있어, 세상에 너 같은 아들은 없어.” 증조마님이 열 받았다.

주재상이 고개를 저으며, “당신에게 보복하는 거라면 지금까지 기다릴 필요 없었어요.”

“그럼 왜 이러는 거냐?” 증조부인이 주재상을 보고 실망한 듯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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