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제왕과 원용의, 이를 본 주명취제왕부.제왕은 이미 이틀째 돌아오지 않고 있다.주명취는 매일 엄마 생각에 울고, 제왕이 자신을 홀로 둔 박정함에 울고 내 운명이 어쩌다 이렇게 어긋나게 되었나 한탄하며 울었다.각종 달갑지 않던 것이 한방에 폭발한 것이다.그래서 제왕이 마침내 돌아왔을 때 주명취는 뛰쳐나가 제왕을 가로 막았다.그녀는 눈두덩이가 빨갛게 부어올라 눈은 실처럼 가늘다. 주명취 입장에선 요 며칠간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 제왕이 가장 필요한 순간, 그는 자리에 없었다.이런 원망과 슬픔 때문에 제왕이 그녀 앞에 무표정하게 서 있는 것을 보고, 분노가 끓어올라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제왕의 따귀를 때리며 일갈하길: “당신은 어떻게 저를 이렇게 대하실 수가 있나요?”제왕은 그녀의 거의 흉악하기까지 한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마친 모든 추악함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 순간 제왕은 주명취의 따귀를 때리고 픈 참을 수 없는 충동마저 느꼈다.하지만 제왕은 여자를 때리지 않으며, 더욱이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은 때릴 수 없다. 그래서 제왕은 아무 말없이 차갑게 그녀를 바라봤다.주명취가 제일 먼저 터트린 말은, “제가 당신에게 아직 더 잘해야 하나요? 제 온 마음은 당신 하나였기에 당신에게 시집왔어요, 제가 뭘 희생했는지 알죠? 제가 뒤에서 당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알고 있어요? 당신은 은혜를 고마워할 줄 몰라요, 당신은 정말로 은혜를 몰라요, 우문경, 제가 사람을 잘못 봤어요.”제왕 뒤에서 천천히 머리 하나가 나왔는데 그 동그란 얼굴은 입장이 매우 난처한 모양이다. 난감하네.왜 요즘 계속 이러지? 다른 사람 싸우는 거 듣지 싫은데 왜 그런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 걸까?오늘 제왕이 초왕부에 갔다가 원용의가 초왕부에 있으며 희상궁이 치료하는 것에 폐를 끼치는 것 같다는 말에, 바로 데려오려고 하니 원용의가 초왕비 언니 앞에서 싸우고 싶지 않다고 짐을 챙겨 제왕과 함께 돌아온 것이다.원래 같이 들어오
주명취를 단단히 혼내는 원용의주명취는 맞아서 정신이 없고 뭐가 뭔지 어리둥절한 가운데 원용의 손에 자수 꽃신을 보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말투로: “너 신발바닥으로 날 때린 거야?”주명취는 정신이 확 들면서 비통하고 실망스럽게 제왕을 보고 떨리는 목소리로 하소연하며, “쟤가 날 때리는 걸 당신은 그렇게 보고만 있을 거예요?”원용의는 제왕이 입을 열 기회도 주지 않고, 불붙은 대포처럼 분노해서: “왜? 네 얼굴에만 금칠 했냐? 너는 날 때려도 되고 난 너 때리면 안돼? 무슨 근거로 모든 사람이 너한테 져줘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넌 너 자신 좋아하고, 네가 꼴리는 길 가, 그런데 너한테 맞고, 널 위해서 목숨도 버릴 수 있는 개새끼가 나는 아니야. 네가 어떤 사림인지 똑똑히 봐주지, 자존심은 하늘보다 높은데 팔자는 백지장보다 얇고 조금도 억울한 걸 못 참으니 원. 진짜 이렇게 야심이 가득하다니 기왕비한테 좀 배운 모양인데, 기왕비는 어쨌든 수년간 계획하고 일을 꾸미는데 엄청난 은자를 지불하고 심혈을 기울였어, 기왕비가 지금 절반이상의 세력과 인맥을 확보한 건 그녀가 쟁취한 거라고, 그런데 넌 뭘 했는데? 제왕전하에게 태자 지위를 쟁취해 오라고 요구만 해댔지 그를 위해 뭘 계획하고 준비한 게 있어?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제왕전하를 위하고 그를 위해 희생했다고 지껄이는데 초왕비 자리 희생한 게 다잖아? 내뱉는 대로 희생했다고 하면 그게 귀한 줄 몰라, 너 초왕비 자리 안중에도 없었으면서 희생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주명취는 원용의에게 통렬하게 혼이 나더니 열 받아 거의 넘어갈 지경으로 제왕을 노려보며, “쟤가 있으면 난 없을 줄 알아요, 이 자리에서 얘기해 봐요.”제왕이 원용의를 제지하고 화를 내며: “됐어, 입 다물어!”원용의는 한 팔로 제왕의 손에서 벗어나며, “저 막지 마세요, 당신이 오늘 저 여자를 편애해서 싸고 돌면 당신도 때릴 거야.”제왕은 본래 원용의가 초왕비 얘기를 꺼내는 탓에 열 받아 막은 것인데, 원용의가 악귀처럼 제왕도 때리겠
열덕주점에서 만난 주명취와 우문호주명취는 울면 울수록 마음이 아파 점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결국 시녀에게 화장과 옷시중을 들게 하고 두껍게 화장을 해서 부은 눈두덩이를 가리더니 외출 할 것이라며 가마를 대령하게 했다.그때 우문호는 퇴근하고 바로 말을 달려 초왕부로 돌아왔다.막 입구에 들어서는데 누군가 붙잡는다.우문호는 말을 멈추고 그 사람을 보니 행수 복장에 얼굴이 약간 낯이 익은지라 아마도 열덕주점(悅德酒館) 행수 같아 묻길: “무슨 일이지?”행수가 예를 취하며 앞으로 나와, “소인 초왕 전하를 뵌 적이 있습니다. 구사라는 작은 나리께서 소인에게 여기서 전하를 기다리라고 하시며, 구사 나으리께서 전하를 모셔 오라고 긴한 말씀이 있다고 하셨습니다.”“구사가?” 우문호는 인상을 찌푸렸다. 구사 이 자식 낯에 당직 아닌가? 아직 해도 안 떨어졌는데 출궁 했다고? 출궁 하자마자 술을 마시러 가? 썩었 구만, 썩어빠졌어.“예, 구사 나으리께서 전하께 꼭 오시라고 청하셨습니다.” 행수는 계속 예를 취하며, “중요한 일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가서 내가 일이 있어 가지 않는다고 알려라.” 초왕이 말했다.행수가 서둘러: “전하, 구사 나으리께서 전하를 위해 20년된 여아홍(女兒紅)을 가져오셨으니 꼭 가셨으면 합니다.”우문호는 얼굴에 불쾌함을 드러내며 자신이 말 잘 듣고 착한 남편으로 일찍 돌아와 아내와 같이 있고 싶어하는 걸 잘 알면서 술을 마시자고 불러 내다니, 이런 나쁜 친구는 따끔하게 한마디 하고 하는 김에 술도 몰수해야 한다.못 된 녀석, 20년된 여아홍을 입수했으면 진작에 알렸어 야지, 어쩐지 출궁 하자마자 마신다 했다. 이렇게 좋은 술을 구했으면 당직이 아닐 때 마시면 되는데 구사의 인내력에 탄복했다.우문호는 발로 말의 배를 차며 호기롭게: “길을 안내해라.”행수가 우문호를 모시고 열덕주점으로 가자 입구에서 누가 우문호의 말을 대신 끌고 가고 우문호를 사랑으로 안내했다.우문호가 들어가자 문이 잠겼다.방안에는 술냄새가 코를 찌르고
우문호에게 애원하는 주명취주명취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오로지 우문호를 바라보며, “이미 제왕에게 이혼하자고 했어요, 계속 당신을 잊을 수가 없어요, 알아요 당신은 이미 날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하지만 포기할 수가 없는 걸요. 아무리 제왕이 나에게 잘해 줘도, 나도 우리의 옛날을 잊을 수가……”우문호는 그녀의 말을 끊고, “우리 옛날은 얘기하지 마, 우리 옛날이 뭐, 그리고 네 입으로 말하는 옛날은 내 생각에 맛이 변했어.”우문호는 여기 더 머물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집에 질투쟁이가 한 분 계신데, 들쑤셔 놓은 뒤 앞날이 어떨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이 말을 마치고 발을 빼서 나가려고 했다.그런데 주명취가 우문호에게 확 안기더니 얼굴을 그의 가슴에 묻고 울며: “아니, 아니, 이렇게 나한테 하지 말아요, 난 당신을 잊을 수가 없어요, 당신을 따르겠어요, 첩이면 어떻고 노비면 어때요,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 아무것도 따지지 않아요, 명분도 필요 없어요.”우문호는 펄쩍 뛰며 그녀를 떼어놓고 화를 내며: “앞으로 다시는 날 찾지 마라, 난 원선생이 오해하는 걸 원하지 않아, 나와 넌 각자 혼인했을 때 이미 아무런 상관도 없어졌어.”주명취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주먹을 쥐고 비분강개한 말투로: “초왕비가 오해할 까봐 겁난다고? 그녀가 힘들까 겁나요? 그녀한테만 떳떳하면 되나요, 나한테는 떳떳한 가요? 나한테 뭐라고 약속했어요? 말했잖아요, 내가 원하기만 하면 날 도울 거라고. 내가 태자비가 되게 도울 것이고, 내가 황후가 되게 도울 거라고, 고작 일년 남짓 지났는데 당신은 완전 변했어요, 황족은 정을 저버린다더니.”우문호는 차갑게 주명취에게, “이 말은 분명히 해둬야 할 것 같아. 당시 나와 너는 비록 약혼을 하진 않았지만 아바마마와 네 친정이 모두 우리 둘을 맺어 주실 뜻이 있으셨어. 그런데 공주부의 일이 터지고 내 스스로도 부끄러움을 감당하기 힘든데, 네가 내 앞에서 상심해서 죽고 싶다고 하니 내가 순간 사리분별을 못하고 앞으로 네
우문호는 밖으로 나가면서 술집 주인을 밀치고 의자를 집어 들어 입구를 부숴 버렸다. 그는 급히 말에 올라타 왕부로 돌아와서는 원경릉도 보지 않고 온천으로 가서 목욕을 했다. 그는 오늘 입었던 옷을 갖다 버리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주워다가 사람을 시켜 끓는 물에 반복해 끓이라고 했다.그는 이 일을 원경릉에게 숨길 수도 숨기고 싶지도 않았다.목욕을 한 후 그는 소월각으로 돌아가 월경릉 옆에 누웠다. “오늘 주명취가 찾아왔어.”원경릉은 그가 왕부로 돌아오자마자 옷을 벗어던지고 목욕을 한 것을 이상하게 여겼지만 화는 내지 않았다.“그래서?”“제왕하고 헤어지겠다고 하더라……”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고 그녀가 한 말을 그대로 알려주었다.“주명취 말을 듣고 난 거들떠보지도 않았어. 정말이야.”“그래 난 널 믿어.” 원경릉이 웃었다.우문호는 의외라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좋은 말은 하나도 안 했어. 질책과 경고만 했지. 아! 다시 찾아오면 주수보에게 말하겠다고도 했다.”“알겠어. 믿는다니까.”원경릉은 옆에 있는 천을 집어 들더니 아기 옷에 수를 놓기 시작했다. 우문호는 그녀의 평온한 표정을 보고 당황했다.“아니 경릉아 내 말 들어봐. 그녀가 나를 안으려고 할 때 내가 걔를 바로 밀어냈어. 이걸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 나는 오늘 있었던 일은 다 솔직하게 말했어. 못 믿겠으면 주명취를 불러다가 삼자대면해도 좋아.”“알겠다고. 믿겠다고.”원경릉은 바느질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정말? 나는 네가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우문호의 말을 듣고 원경릉은 바늘과 실을 한쪽으로 치웠다.“전에는 네가 나한테 거짓말을 해서 화를 낸 거고, 네가 나한테 진실을 말해주는데 내가 왜 화를 내겠어?”“아… 정말이야?”“내가 너를 속일 이유가 뭐 있겠어.”우문호는 멋쩍은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그럼 전에는 내가 너한테 진실을 말하지 않아서 화가 난 거야? 여자들이 나를 안거나 입을 맞추려고 해서 화가 난 게 아니라?”“여자들
“원용의가 주명취한테 얼마나 세게 맞았는지 약까지 처방 했다니까. 귀가 멍하니 울린다고 하더라.”“걔는 도대체 왜 그렇게 변한 거야?”우문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네가 거절했으니 그 여자가 또 무슨 짓을 할지 몰라.”“원용의랑 주명취 사이에서 벌어진 일을 알고 있다는 걸 주명취가 안다면 너한테 불똥이 튀는 거 아니야?”지금 우문호는 무슨 일이든 원경릉과 연관시켜 생각했다. 외부가 소란스러우면 그는 아내 원경릉을 먼저 걱정했다. 원경릉은 고개를 저었다.“그럴 가능성은 없어. 그 여자는 아주 냉정한 사람이야. 내 생각에는 그녀가 일부러 과격한 행동을 한 것 같아. 만약 초왕부가 주명취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걔도 제왕부를 나오지 않을 거야. 내 생각에는 자살 시도를 해서 제왕의 마음을 약하게 하려고 하는 걸걸?”“그럴 수도 있다. 일곱째가 마음이 진짜 약하거든.”“그래서 둘이 갈라서는 것은 불가능해.” 원경릉이 싱겁게 웃었다.“나는 일곱째가 그 여자를 쫓아내는 것에 찬성해. 이렇게 계속 가다가는 일곱째도 그 여자 꼬임에 시달리게 될 거야.”“너 나 잘해.” 원경릉은 그의 볼을 툭툭 쳤다.“맞다! 여덟째는 어때? 저번에 입궁했을 때 봤어?”우문호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저번에 입궁했을 때 마음에 걱정이 많아서 여덟째를 챙길 겨를이 없었어. 내일 입궁해서 볼 텐데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이튿날.원경릉은 기왕비의 수액을 갈아준 후에 요패(腰牌)를 들고 궁으로 들어갔다.팔황자는 전보다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 팔황자는 원경릉이 입궁하자 매우 기뻐하며 자기가 직접 그린 그림을 보여 주었다. 원경릉은 그의 그림에서 구황자를 보고 웃으며 “아홉 동생을 그렸네? 구황자가 좋습니까?”라고 물었다.“예. 구황자가 나를 구해줬다고 노태감께서 말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이 일은 모후께서 알면 안 됩니다. 모후는 구황자를 싫어해서 그를 쫓아낼 수 있습니다.” 팔황자가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그 말을 듣고 원경릉은 마음이 쓰렸다. 그녀는 손을
원경릉은 태상황에게 문안을 드리러 건곤전으로 갔다.태상황이 희상궁의 상태를 물으니 원경릉이 “희상궁님이 주수보가 그녀를 보러 방문하였습니다. 지금 상궁은 전보다 기운을 많이 차렸습니다. 이제 밖에 소문도 잠잠해졌습니다.”라고 말했다.“네가 기운이 없는 것 같은데, 넌 무슨 일이야?” 태상황이 원경릉을 보고 물었다.원경릉은 팔황자의 일이 떠올랐지만 애써 표정 관리를 했다. “괜찮습니다. 황조부 조만간 황후 쪽 사람이 팔황자에게 안경이 왜 있느냐고 묻는다면, 황조부께서 하사하신 것이라고 답하십시오”“말할 것도 없어. 황후가 짐에게 감히 묻겠느냐.”원경릉이 멍해져 있자 상선이 앞으로 나왔다.“황후도 주씨 집안사람입니다.”원경릉은 앉아서 태상황을 보며 “황조부, 주수보를 정말 믿으십니까?”라고 물었다.“무슨 할 말이 있어?”태상황은 그녀를 힐끗 보고 물었다.원경릉은 상심한 표정으로 “제 생각일 뿐인데, 저는 예전에 주수보가 그냥 야심가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전에 제 부친께서 주수보를 찾아갔는데 주부에 못 들어오게 하더니 제 부친 보고 다섯째와 혼인을 파하라고 했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태상황은 손가락을 까딱하며 문을 닫으라고 명령했다.상선은 그대로 밖으로 나가 문 앞을 지켰다.태상황은 그제야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원경릉을 보았다.“주수보가 너네 집안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분명해. 너도 네 아버지인 정후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겠지. 네가 어떻게 초왕비가 됐는지도 말이야. 주수보는 다섯째를 늘 사윗감으로 염두해 두고 있었어. 그런 사윗감을 정후가 낚아챘는데 당연히 싫지.”원경은 속으로 태상황은 이 몸의 원래 주인인 원경릉을 말한 것이지 자신을 말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정신승리했다.“황조부님의 말대로 주수보가 다섯째를 사윗감으로 좋게 생각했는지는…… 그는 두 번이나 주명양을 다섯째에게 시집보내려고 했습니다. 혜정후(惠鼎侯) 일도 그는 공정하게 판결하지 않고 있어요.”이 말을 들은 태상황은 웃었다.“공정한 판결? 그 사람이 꼭 좋은
원경릉은 태상황의 말에 완전히 동의할 수는 없었지만 태상황이 우문호를 얼마나 아꼈는지 알기 때문에 태상황 앞에서 크게 내색하지 않았다. 현재 황제의 자리에 오를 유력한 후보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우문호다.황실에서 우문호에게 조금만 힘을 실어 준다면 그는 태자로, 황제로 우뚝 솟아날 수 있다.이런 생각이 들자 그녀는 갑자기 태상황에게 서운해지기 시작했다. 태상황이 말하는 폭풍우는 도대체 언제 오는 것이며 무엇일까?정세가 바뀌려는 조짐이 보이자 황실에서 우문호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이런 사사로운 감정이 들자 그녀는 문득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태상황의 눈을 쳐다보지 못했다.*이틀 후, 손왕비가 찾아왔다. 그녀의 손에 들린 손왕의 생일 차림표를 보고, 원경릉은 전에 손왕이 생일 준비를 한다며 황제의 요리사에게 요리를 주문해 시식을 하던 것이 생각났다.“손왕비, 손왕 생신은 이미 지났잖아요? 분명 몇 달 전에 오셔서 생일 준비한다고 요리사에게 요리를 부탁해 시식 했는데…”“초왕비는 손왕의 말을 믿습니까? 그냥 배고파서 그런 거겠죠.” 손왕비가 심술궂게 말했다.“아…… 그렇군요.” 원경릉이 웃음을 터뜨렸다.“맞다! 초왕비는 지금 제왕부 상황 알고 있습니까?” “원비가 지금 초왕부에 있어서 그녀에게 들었습니다.”“이혼? 말도 안 되는 얘기입니다.”손왕비는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예?” 원경릉이 물었다.“주명취가 바보도 아니고, 일곱째는 황상의 적자에다가, 성격도 온화하고 됨됨이도 좋잖아요. 제왕같은 남자가 열에 하나 있을까 말까 한데 주명취가 제왕을 포기한다고요? 그 똑똑하고 영악한 여자가 그렇게는 절대 못 할 겁니다.”“너무 단정 짓지는 마세요.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원경릉은 진지한 표정으로 열번을 토하는 손왕비를 보고 웃었다.“초왕부가 그녀를 받아준다면 몰라도, 주명취는 절대 제 발로 제왕부를 나오지 않을 겁니다.”원경릉은 꺼림칙한 표정으로 “왜 주명취를 초왕부랑 관련을 지으십니까?”라고 물었다.손왕비는 의미
“우선 박원이랑 소홍천 의사부터 물어보자. 억지로 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동안 그들이 날 많이 도와줬으니 전부 원하는 대로 하자고.” 우문호가 말했다.“그러자!” 원경릉이 일어서며 말했다. “오늘 저녁 애들 데리고 어머님께 가서 수라를 들려면 빨리움직여야 해. 꾸물대면 늦을거야.”그러자 우문호도 계란이를 안고 일어섰다. “그래, 우리 황조모한테 가서 맘마 먹자.”우문호가 나가서 부르자 아이들이 달려와, 같이 왁자지껄하게 수라를 들러 황태후 전으로 갔다.황태후는 원래 우문호에게 할 말이 있었지만, 식사 자리에 아이들이 있어서 기다렸다가 저녁을 다 먹은 뒤 우문호와 아이들이 나가서 놀고, 원경릉이 황태후와 얘기를 나눌 때 말을 꺼냈다.“천행이가 태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부마를 풍도성으로 보낼 수가 있지.. 공주가 얼마나 괴로웠을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공주는 사정을 훤히 알고 있어서, 이리 나리께서 풍도성에 가는 걸 지지하셨는걸요.”“말은 그렇게 해도, 출산 후에 여자 곁엔 남편이 있어야 하는 법이야. 하지만 이것도 단지 우리 가족끼리 하는 얘기일 뿐이고, 조정 일을 내가 함부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는 노릇이지.”황태후는 이리 나리가 풍도성으로 간 진정한 목적을 전혀 몰랐으며, 단순히 어지러운 형국을 정리하러 갔다고만 알았기 때문에 순수하게 공주를 아끼는 마음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어마마마, 걱정하지 마세요. 이리 나리는 이미 돌아오는 중이래요.” 원경릉이 위로하자 황태후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거 잘됐네!”온 가족이 별빛을 받으며 천천히 소월궁을 거닐었다.계란이는 아빠 품에서 잠이 들었고, 아이들은 놀다 지쳐서 아빠 엄마를 따라 천천히 걷고 있었으며, 목여 태감이 궁인 둘을 데리고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는 가운데, 궁 안은 인적이 드물어 밤이 되자 상당히 고요했다.“어마마마께서 공주를 아끼셔서, 이리 나리가 하필 이때 풍도성에 보냈냐고 하셨어.” 원경릉이 말했다.“날 원망하셨어?” 우문호는 품에 있는 아이가 깰
늑대파 사람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질질 끌고 나가는데, 소여쌍은 여전히 미친사람처럼 웃어대기만 했다.이리봉청은 그들이 끌려 나가는 것을 보자, 눈앞에 안지여가 자신을 데리고 소여쌍의 침대 앞으로 가서 소여쌍의 그 악랄한 말을 듣던 순간이 떠올랐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여리여리하고 아름답던 그녀가 이렇게 변해 버린 게 꿈처럼 느껴졌다.풍도성을 접수한 뒤 안풍 친왕은 관리들을 새롭게 임명했고, 더 이상 성주 같은 것을 두지 않고 조정과 이부에 적합한 인사를 선발해 풍도성 지부로 앉힐 것을 요청했다. 풍도성은 더 이상 이전의 독립 자치 지역이 아닌, 다른 주나 현과 마찬가지로 조정에 귀속되어 통일서 있게 다스리게 되었다.더불어 안풍 친왕은 별도로 서신을 써서 황제인 우문호에게 보냈는데, 풍도성을 추천하지만, 이건어디까지나 건의와 추천이니 황제가 생각하는 마땅한 사람이 있으면 안풍 친왕의 추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동시에 안지여의 잔당들이 계속 나타났다.안풍 친왕이 이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려오고, 호랑이와 눈 늑대, 회색 늑대까지 출동시킨 건 바로 모든 세력을 강화하고, 신속하게 진압해 풍도성을 조정에 복귀시키고 보름 만에 비적을 토벌하며 기본적인 숙청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박원은 잔당의 남은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안풍 친왕의 영패를 가지고 부근에 5천 명의 군사를 파견시켜 풍도성을 지켰다. 이리 나리는 자금을 지원해 천문 세가의 묘를 이장하였는데, 이전 무덤은 안지여가 고른 곳으로 폐허에 가까워, 그는 천문 세가 사람들이 그런 곳에서 안식을 취하기를 원하지 않았다.풍도성에 온지 거의 한 달가량 될 때쯤, 대군은 경성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돌아가기 전에 미색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보러 갔다가, 돼지우리에서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사는 것을 보고 그제야 비로소 맺혀 있던 한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미색은 이리 나리와 어머님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두 사람은 이미 안지여가 누군지 잊은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리봉청에게 있어 모든 건 지나가지 않았고, 36년 전 일은 여전히 어제 일 같이 느껴졌다.“어머니, 그를 어떻게 처분하시겠어요?” 이리 나리는 이리봉청의 마음을 넘겨짚을 수 없어 함께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은 어떠니?” 이리봉청이 다시 되묻자 이리 나리가 원한에 사무친 눈빛으로 말했다. “제게 처분하라고 하면 전 그를 죽여 버릴 겁니다.”이리봉청은 알았다며 대답만 했다가, 다시 30분쯤 걷다가 정자에 앉아 을 때 말을 덧붙였다. “난 안 죽일 거야.”이리 나리가 약간 놀라서 물었다. “어머니, 또 마음이 약해지신 겁니까?”이리봉청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반대야. 그 인간을 죽이는 게 마음이 약해진 거지. 사실 며칠 동안 이전의 원한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 인간을 백번이라도 죽이겠지만, 난 그럴 수 없더구나. 아들아, 게다가 오늘 천문 세가 대문을 들어서는 그 순간, 더욱 마음을 굳혔단다.”이리봉청이 일어나 집안을 둘러봤다. 이곳은 그녀의 가족들이 살아 원래 온통 사람 소리로 가득한 곳이였다. 그들의 웃던 광경이 눈앞에 비치는가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천문 세가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없는데 멸문지화를 당했고, 가엾게도 그 중엔 아이들이 많아서 제일 어린아이는 이제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었다.이리봉청의 얼굴에 눈물이 타고 흐르며 가슴이 미어졌다. “그자와 소여쌍을 밖에 내버리고 사람을 시켜 지켜보도록 해. 죽게 두지 말고 계속 살려둬. 36년은 더 살면서 이 세상의 고생을 모두 겪어야, 내 마음에 맺힌 한이 풀리고 억울한 망자들도 안식에 들지!”이리 나리는 온몸으로 그 마음이 느껴져, 어머니가 눈물 흘리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다. “네, 전부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안지여와 소여쌍은 버려졌다. 짧은 며칠 사이에 안지여는 의기양양하던 성주에서 시궁창 쥐로 변해, 사람들이
안지여는 풍도성 지하감옥에 갇혔다. 빛 한 줄기 없는 지하감옥에서 사방에 끝없는 어둠과 절망만이 안지여를 삼키고 있었다.훼천의 형벌은 12 시진 후면 사라져서, 앞으로 안지여는 그저 한 명의 폐인일 뿐이었다.안지여의 결사대가 성으로 공격해 들어오기 전에, 이리봉청은 오 선생을 찾아내 안지여가 저지른 모든 죄를 고백하게 하고 안풍 친왕이 친필로 받아 적었다. 안지여가 당시 천문 세가를 해친 경위를 소상히 써 내려간 뒤, 오 선생과 안풍 친왕의 직인을 찍고 인쇄해서 대중에게 공개했다.안지여의 죄악은 하늘을 찔러 백성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안지여의 결사대의 옛 부하들이 본래 성을 공격해 들어가 안지여를 구출할 계획을 세워놓았으나, 안지여의 죄상이 공포된 뒤로 많은 사람들이 해산하였다. 유일하게 무대장군만이 수천 명을 데리고 성으로 쳐들어왔지만, 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가 이미 대비해둔 덕분에, 경성에서 굴러온 돌이 무대장군의 박힌 돌을 빼내는 전투를 벌였다.풍도성에 온 지 7일째, 안풍 친왕은 풍도성을 접수하고 성에 살던 사람을 쫓아내며 서민으로 강등시켰다.안지여와 소여쌍에 대한 처분은 이리봉청에게 넘겼다.안지여는 캄캄한 지하감옥에서 6일을 지내는 동안, 처음엔 침착한 척 가장했으나 사흘째가 되자 울부짖으며 악독한 저주의 말을 내뱉더니, 나흘째가 되자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며 참회했다.손발의 힘줄이 끊어진 안지여는 일어나 걸을 수도 없고 심지어 스스로 몫숨을 끊을 힘도 없었다.그 와중에 매일 누군가가 먹고 마시도록 해주고, 상처도 치료해 주어 살 수 있다는 부질없는 희망을 품게 했다.훼천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절망은 살아도 죽느니만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것으로, 온 마음으로 죽기를 바라지만 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가, 안간힘을 쓴 뒤 다시 절망에 빠지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사람을 한없이 죽였다 살렸다 괴롭힌다고 했다.결국 안지여를 죽일지 말지 여부는 이리봉청에게 달렸는데, 그녀는 안지여를 단번에 죽여 천문 세가
안지여의 이마에 파란 힘줄이 불끈불끈했으나 냉정을 가장했다. “내가 두려워할 줄 알았나 보지? 죽음도 두렵지 않은데 뭘 더 두려워하겠어?”“넌 두려울 것이야!” 이리봉청이 고개를 돌려 이리 나리를 보고 살짝 그의 팔을 잡았다. “내가 오는 길에 늑대파 사람이 그러던데, 천하에서 제일 잔혹한 형벌을 아는 사람이 늑대파에 있다고. 그게 사실인 것이냐?”이리 나리가 가볍게 답했다. “물론 사실이죠. 훼천이라고 합니다. 늑대골 출신이에요.”“안지여가 버틸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보고 싶구나.” 이리봉청이 말했다.이리 나리가 엄숙한 태도로 명을 내렸다. “훼천!”그러자 훼천이 급히 나왔다. “이리 나리, 분부하시지요!”이리 나리는 그가 짐짓 냉정한 척하고 있으나 눈빛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몸까지 부들부들 떠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워 훼천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시작해!”안지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욕했다. “난 네 아버지거늘, 감히 나에게 손을 대다니, 천벌을 받아 마땅한 놈 같으니라고!”이리봉청이 이 말을 듣고 잠시 주저하는 눈빛으로 이리 나리를 바라봤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제 아버지는 오직 저를 키워주신 안풍 친왕뿐이십니다.”이리봉청이 살짝 안도했다. “저 인간이 단지 나만 해쳤으면 네 체면을 봐서 놔줬겠지만 천문 세가의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니 난 용서할 수 없구나.”“이리봉청, 너 언제 이렇게 악랄하게 변했어? 죽이려거든 그냥 죽여. 난 천문 세가 사람을 죽이긴 했어도 그들을 괴롭히진 않았어. 네가 날 죽이려거든 깨끗하게 단번에 죽여!”안지여가 크게 노해 몇 번 몸부림을 치다가 상처가 벌어지는 바람에 배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훼천이 가까이 다가가자, 눈에 두려움이 깊어졌는데, 늑대골 출신 훼천은 온몸에서 피비린내가 뿜어져 나와 안지여를 덜덜 떨게 했다.“이리율!” 안풍 친왕비는 시ㅈ가하기 전에 이리 나리를 불렀다. “내가 여기서 네 엄마와 같이 있을 테니 넌 먼저 나가 있거라!”이리 나리가 안풍 친왕비에게
안지여에게 구원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리 나리 일행이 성을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대오가 경성에서 출발하기 전에, 안풍 친왕비가 미리 사람을 풍도성으로 보내 각처, 특히 성 수비군과 군대에 잠입시켜, 음식에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독을 풀어, 오늘 중독 증상이 나타나도록 독의 분량을 조절했다.적어도 내일까지는 안지여를 도우러 올 사람은 없었다. 독성은 적어도 이틀이 지나야 깨끗해지기 때문에 이틀 동안 그들은 설사와 전신 무기력으로 성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아도 와서 도울 수 없었다.그리고 그들이 기력을 회복할 때쯤이면, 안지여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는 성을 통제하고, 안지여 부부를 제압해 두 사람을 줄로 묶고 지혈시켜 주었다.안지여는 요 몇 년 동안 자신이 상당히 대단하다고 여겼다. 이는 풍도성이 부유하기 때문으로, 돈으로 많은 사람을 살 수 있었으며, 여러 곳에서 추켜세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절하게 패배한 적이 없었던 이유는 진정한 적이 없기 때문으로, 주변의 떠돌이 비적은 작은 마을 규모로 너무 작아서 소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코 그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적이 너무 약해서였다.조정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는 제대로 훈련받은 적 없는 비적었기에 일격도 감당할 깜냥이 못됐다.이리 나리는 둘을 중정에 묶어 두었다. 온 바닥에 남은 음식과 깨진 기와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본 안지여는 마음속 깊이 분노가 일었다. 자신의 생일날, 그를 다치게 한 것이 바로 그의 친자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오늘 이렇게 많은 고수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런 결말을 맞다니 너무 불쾌했다. 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을 부축하고 안지여 부부 앞으로 가서, 그녀가 안지여 부부를 내려다보자, 그들은 낭패에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으로, 이리봉청은 분노하는 마음과 함께 서글픈 마음도 들었다. 그들을 죽이면 커다란 복수는 이뤄 천문 세가 망자의 원혼은 달랠 수 있었다.하지만 저들을 이렇게 쉽게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이리 나리가 검을 휘두르며 안지여를 겨누자, 안지여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후퇴했다.공자들은 돕고 싶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에게 바로 제압당했다. 안지여는 이리율 것으로 그들은 주변 사람을 제압하기만 할 뿐 옆에 서서 전투를 관전하고 있었다.이리율의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를 가르친 안풍 친왕 부부를 제외하고,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이리율의 검법은 신속하고 맹렬해서 안지여는 상대하느라 쩔쩔매고 구석으로 몰리고 있었다. 성안의 호위들은 늑대 무리와 늑대파, 홍매문 사람들에게 막히는 바람에 안지여는 홀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버틸 수 있었다.하지만 30분을 못 가서 안지여는 질게 틀림없었다.놀란 나머지 계속 실성해 있던 소여쌍이 갑자기 이리봉청을 향해 바싹 마른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조르며 광적인 집착과 분노에 사로잡혀 성질을 부렸다. “멈춰, 다들 멈추라고. 안 그러면 내가 이년을 죽여버릴 것이니까!”소여쌍은 무공을 할 줄 알았지만 잘하지 못한 것이 어릴 때부터 계속 중병을 앓아 무공 연습에 소홀했고 성주 부인이 된 뒤로는 더욱 병기에 가까이할 일이 없었지만, 공력만큼은 아직 약간 있었다.소여쌍은 증오의 힘으로 이리봉청의 목을 졸랐는데, 소여쌍이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리봉청의 목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안풍 친왕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서려 하자, 안풍 친왕비가 말리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뜻으로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참으라는 눈짓을 하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모두가 이리봉청이 제압당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손가락으로 뭔가를 쥐고 있어 소여쌍의 어깨 위를 휘감고 팔을 눌러 소여쌍이 머리를 돌리게 했다. 이리봉청 손에 쥔 것은 바늘로, 그대로 소여쌍의 오른쪽 눈을 찌르고 들어갔다.소여쌍이 절규하며 이리봉청을 놔주고 선혈이 흐르는 눈을 움켜쥔 채 비틀거리다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구르며 새된 소리를 지르는데, 원망과 저주의 말을 끊임없이 쏟아
풍도성 중정에는 안지여의 아들들과 사위가 그의 곁에 남았는데,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점점 공포에 질려가고 있었다.‘이 사람들, 아주 대단하구나!’안지여는 이리봉청을 보고 비록 조금 냉정해 보였지만, 여전히 놀라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갑자기 소여쌍이 큰 소리로 웃으며, 몸을 앞뒤로 흔들며 눈물을 찔끔거리더니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이리봉청을 가리키며 원망했다. “뜻밖에 네가 안 죽었단 말이지? 게다가 아들까지 있고. 참으로 황당하구나. 정말 너무 황당해. 원래 죽어야 했을 인간은 죽지 않고, 잘 살아야 할 사람은 36년간 괴로움을 당했어. 이리봉청 네가 날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넌 이제 지옥에 떨어져야 해.”이리봉청은 소여쌍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했는데, 그녀 눈에는 지금 안지여만 들어왔다.안지여는 36년을 살아왔지만, 이리봉청에게 있어 36년은 마치 사라진 시간처럼 멸문지화의 원한이 어제 일 같았다.안지여도 이리봉청의 눈에서 분노와 악랄함을 보고, 처음으로 마음속에 두려움을 느꼈다.안지여는 억지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네 사람을 데리고 가. 지난 일을 묻지 않을 테니. 그렇지 않으면 풍도성에서 곧바로 10만 대군이 올 것으로, 살아서 도망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아.”이리봉청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 “우리는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바로 네 성으로 쳐들어갈 수 있어. 넌 이미 졌어.”안지여가 웃었다. “졌다고? 그래?”안지여는 수하의 대장군이 믿음직해서, 그들을 당하게 놔줄 수도 있다고 여겼다. 대장군의 부대는 분명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을 것으로, 아마 지금쯤이면 궁수들이 이미 배치를 마치고 그들을 전부 쏴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어머니, 저자와 말 섞으실 필요 없어요. 앉아서 지켜보시기만 하면 됩니다!”말을 마치고 의자를 올리더니 이리봉청을 부축해서 앉혔다.안지여가 이리 나리를 보는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안지여가 퍼뜩 눈을 돌려 이리 나리를 보았다.‘이리봉청이 저자를 아들이라고 불렀다는 건러니까?이리 나리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찬찬히 훑어보더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안 성주와 좀 오래된 원한을 따져야 하는데, 관련되기 싫으신 분은 자리를 피해 주시지요!”그때 한 사람이 검을 짚고 일어나 호통을 쳤다. “넌 도대체 어떤 놈이냐? 무슨 자격으로 자리를 피해라 마라야? 안 성주를 귀찮게 할 생각이면 일단 나부터 통과해 보시지!”그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장검을 뽑아 파죽지세로 이리 나리를 향해 휘둘렀다.이리 나리는 손을 살짝 움직여 손바닥으로 칼자루를 밀자, 검이 날아가며 그 사람의 귀를 베어 한 줄기 피가 공중에 뿌려지더니, 방금까지 기고만장하던 자가 비명을 지르고 귀는 바닥에 떨어졌다.검이 다시 이리 나리 수중으로 정확히 돌아왔다.이 모든 게 3초 안에 벌어진 일이었다.“회선검?” 검법을 아는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외쳤다.현장은, 숨소리마저도 들리지 않았다.회선검은 검마의 검법으로, 그렇다는 건 저 사람이 검마의 계승자?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무리에서 검마를 찾았다. 과연 두 손으로 검을 안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도 차가운 안광이 느껴졌다.과연 진짜 검마구나, 사람들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검마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리 나리를 흘끔 보더니 속으로 의아해했다. ‘이 자식, 언제 내 비장의 검법을 배운 거야?’이리 나리의 검 끝에선 아직 선혈이 떨어지는데, 여전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말했다. “이 아수라장에 끼고 싶은 거라면, 제가 무례하다고 원망할 생각 마세요.”“무엄하도다!” 안지여가 몹시 놀랐다가 천천히 정신을 차리고 눈을 치켜뜨며 이리 나리를 노려봤다. “너는 내가 누구인 줄 아느냐? 내가 네 아버지다!”이리 나리가 코웃음을 쳤다!안지여의 몇몇 아들이 달려 나와 소리쳤다. “아버지, 저희가 지켜드리겠습니다.”안풍 친왕이 젓가락을 던지고 일어나 차갑게 명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