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용의가 주명취한테 얼마나 세게 맞았는지 약까지 처방 했다니까. 귀가 멍하니 울린다고 하더라.”“걔는 도대체 왜 그렇게 변한 거야?”우문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네가 거절했으니 그 여자가 또 무슨 짓을 할지 몰라.”“원용의랑 주명취 사이에서 벌어진 일을 알고 있다는 걸 주명취가 안다면 너한테 불똥이 튀는 거 아니야?”지금 우문호는 무슨 일이든 원경릉과 연관시켜 생각했다. 외부가 소란스러우면 그는 아내 원경릉을 먼저 걱정했다. 원경릉은 고개를 저었다.“그럴 가능성은 없어. 그 여자는 아주 냉정한 사람이야. 내 생각에는 그녀가 일부러 과격한 행동을 한 것 같아. 만약 초왕부가 주명취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걔도 제왕부를 나오지 않을 거야. 내 생각에는 자살 시도를 해서 제왕의 마음을 약하게 하려고 하는 걸걸?”“그럴 수도 있다. 일곱째가 마음이 진짜 약하거든.”“그래서 둘이 갈라서는 것은 불가능해.” 원경릉이 싱겁게 웃었다.“나는 일곱째가 그 여자를 쫓아내는 것에 찬성해. 이렇게 계속 가다가는 일곱째도 그 여자 꼬임에 시달리게 될 거야.”“너 나 잘해.” 원경릉은 그의 볼을 툭툭 쳤다.“맞다! 여덟째는 어때? 저번에 입궁했을 때 봤어?”우문호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저번에 입궁했을 때 마음에 걱정이 많아서 여덟째를 챙길 겨를이 없었어. 내일 입궁해서 볼 텐데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이튿날.원경릉은 기왕비의 수액을 갈아준 후에 요패(腰牌)를 들고 궁으로 들어갔다.팔황자는 전보다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 팔황자는 원경릉이 입궁하자 매우 기뻐하며 자기가 직접 그린 그림을 보여 주었다. 원경릉은 그의 그림에서 구황자를 보고 웃으며 “아홉 동생을 그렸네? 구황자가 좋습니까?”라고 물었다.“예. 구황자가 나를 구해줬다고 노태감께서 말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이 일은 모후께서 알면 안 됩니다. 모후는 구황자를 싫어해서 그를 쫓아낼 수 있습니다.” 팔황자가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그 말을 듣고 원경릉은 마음이 쓰렸다. 그녀는 손을
원경릉은 태상황에게 문안을 드리러 건곤전으로 갔다.태상황이 희상궁의 상태를 물으니 원경릉이 “희상궁님이 주수보가 그녀를 보러 방문하였습니다. 지금 상궁은 전보다 기운을 많이 차렸습니다. 이제 밖에 소문도 잠잠해졌습니다.”라고 말했다.“네가 기운이 없는 것 같은데, 넌 무슨 일이야?” 태상황이 원경릉을 보고 물었다.원경릉은 팔황자의 일이 떠올랐지만 애써 표정 관리를 했다. “괜찮습니다. 황조부 조만간 황후 쪽 사람이 팔황자에게 안경이 왜 있느냐고 묻는다면, 황조부께서 하사하신 것이라고 답하십시오”“말할 것도 없어. 황후가 짐에게 감히 묻겠느냐.”원경릉이 멍해져 있자 상선이 앞으로 나왔다.“황후도 주씨 집안사람입니다.”원경릉은 앉아서 태상황을 보며 “황조부, 주수보를 정말 믿으십니까?”라고 물었다.“무슨 할 말이 있어?”태상황은 그녀를 힐끗 보고 물었다.원경릉은 상심한 표정으로 “제 생각일 뿐인데, 저는 예전에 주수보가 그냥 야심가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전에 제 부친께서 주수보를 찾아갔는데 주부에 못 들어오게 하더니 제 부친 보고 다섯째와 혼인을 파하라고 했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태상황은 손가락을 까딱하며 문을 닫으라고 명령했다.상선은 그대로 밖으로 나가 문 앞을 지켰다.태상황은 그제야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원경릉을 보았다.“주수보가 너네 집안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분명해. 너도 네 아버지인 정후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겠지. 네가 어떻게 초왕비가 됐는지도 말이야. 주수보는 다섯째를 늘 사윗감으로 염두해 두고 있었어. 그런 사윗감을 정후가 낚아챘는데 당연히 싫지.”원경은 속으로 태상황은 이 몸의 원래 주인인 원경릉을 말한 것이지 자신을 말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정신승리했다.“황조부님의 말대로 주수보가 다섯째를 사윗감으로 좋게 생각했는지는…… 그는 두 번이나 주명양을 다섯째에게 시집보내려고 했습니다. 혜정후(惠鼎侯) 일도 그는 공정하게 판결하지 않고 있어요.”이 말을 들은 태상황은 웃었다.“공정한 판결? 그 사람이 꼭 좋은
원경릉은 태상황의 말에 완전히 동의할 수는 없었지만 태상황이 우문호를 얼마나 아꼈는지 알기 때문에 태상황 앞에서 크게 내색하지 않았다. 현재 황제의 자리에 오를 유력한 후보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우문호다.황실에서 우문호에게 조금만 힘을 실어 준다면 그는 태자로, 황제로 우뚝 솟아날 수 있다.이런 생각이 들자 그녀는 갑자기 태상황에게 서운해지기 시작했다. 태상황이 말하는 폭풍우는 도대체 언제 오는 것이며 무엇일까?정세가 바뀌려는 조짐이 보이자 황실에서 우문호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이런 사사로운 감정이 들자 그녀는 문득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태상황의 눈을 쳐다보지 못했다.*이틀 후, 손왕비가 찾아왔다. 그녀의 손에 들린 손왕의 생일 차림표를 보고, 원경릉은 전에 손왕이 생일 준비를 한다며 황제의 요리사에게 요리를 주문해 시식을 하던 것이 생각났다.“손왕비, 손왕 생신은 이미 지났잖아요? 분명 몇 달 전에 오셔서 생일 준비한다고 요리사에게 요리를 부탁해 시식 했는데…”“초왕비는 손왕의 말을 믿습니까? 그냥 배고파서 그런 거겠죠.” 손왕비가 심술궂게 말했다.“아…… 그렇군요.” 원경릉이 웃음을 터뜨렸다.“맞다! 초왕비는 지금 제왕부 상황 알고 있습니까?” “원비가 지금 초왕부에 있어서 그녀에게 들었습니다.”“이혼? 말도 안 되는 얘기입니다.”손왕비는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예?” 원경릉이 물었다.“주명취가 바보도 아니고, 일곱째는 황상의 적자에다가, 성격도 온화하고 됨됨이도 좋잖아요. 제왕같은 남자가 열에 하나 있을까 말까 한데 주명취가 제왕을 포기한다고요? 그 똑똑하고 영악한 여자가 그렇게는 절대 못 할 겁니다.”“너무 단정 짓지는 마세요.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원경릉은 진지한 표정으로 열번을 토하는 손왕비를 보고 웃었다.“초왕부가 그녀를 받아준다면 몰라도, 주명취는 절대 제 발로 제왕부를 나오지 않을 겁니다.”원경릉은 꺼림칙한 표정으로 “왜 주명취를 초왕부랑 관련을 지으십니까?”라고 물었다.손왕비는 의미
원경릉은 손왕비의 말이 이해가지 않았다.“왕부의 여인이 어떻게 임신을 한 거죠? 누구 씨랍니까?”“셋째 씨래요. 어휴… 그 여자가 위왕비가 구해준 은혜를 원수로 갚은 거지”손왕비가 한숨을 내쉬었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형님 자세하게 얘기 좀 해주세요.” 원경릉이 물었다.원경릉은 위왕비 최씨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최씨는 소박하고 온화했다. 그녀의 집안도 주명취 못지 않게 빵빵했지만 주명취처럼 기세등등하거나 안하무인 하지 않았다. 최씨는 작년에 임신을 했었는데 아이가 태어난 지 반년 만에 죽어버리는 바람에 슬픔에 잠겨 지금까지 은둔생활을 했었다.“위왕비도 불쌍하지… 이 얘기를 하면서 엉엉 우는데 나도 마음이 아파서 힘들었습니다. 위왕이 무슨 귀신에 씌였는지, 위왕비한테 소리소리를 지르면서 그 여인을 후궁으로 들이겠다고 했답니다! 그리고 위왕비가 그 여인을 괴롭힌다면 위왕비를 내쫓겠다고 협박까지 했대요.”원경릉은 혀를 찼다. “세상에 그렇게나 심각하다고요? 그 여자가 엄청 예쁜가요?”“예쁘다고? 그 여자 나이가 서른입니다. 위왕비랑 같이 서있으면 위왕비를 모시는 늙은 몸종 같다니까요?” 손왕비가 콧방귀를 뀌었다. “근데 어쩌다가 그런 여자한테 위왕은 코를 꿰었답니까?”“…… 뭐 그런게…… 좋았겠죠?” 손왕비가 우물쭈물했다.원경릉은 입이 떡 벌어졌다.“그렇지 않으면 위왕이 넘어갔겠어요? 위왕비 시녀가 말하길 그 여자가 위왕에게 입에 발린 말을 그렇게 잘한답니다. 남자 기를 엄청 세워준대요. 예전에 위왕 내외가 둘이 죽고 못 살았잖아요. 위왕비도 원래 정혼자가 있었는데 그걸 마다하고 위왕하고 혼인하겠다고 밥도 안 먹고 투쟁을 했답니다. 위왕도 위왕비의 집안을 설득하려고 굉장한 노력을 했어요. 근데 결국 이게 뭡니까? 늙은 여우한테 잡아먹혔죠 뭐.”원경릉은 남의 집안일에 왈가불가하기 싫어서 말을 아꼈지만, 속으로는 위왕비가 애처롭게 느껴졌다.‘님에다가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라더니. 진짜다.’손왕비가 떠난 뒤 원경릉은 희상궁을
이곳에 처음 떨어졌을 때, 그녀는 다른 생각 없이 그저 살고 싶었다. 사람은 모두 때가 있는 법. 만아도 분명 말 못 할 속 사정이 있을 것이다.됐고, 그녀는 더 이상 고만아 일로 우문호와 다투고 싶지 않았다.희상궁 사건 이후, 그녀는 목숨보다 중요한 대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호명의 추측이 맞았다. 만아는 부두에서 짐을 나르고 있었다. 남강 사람들은 다른 사람보다 짐을 더 나르더라도 받는 삯이 절반 밖에 안 됐다.그것이 이 부둣가에 암암리에 정해진 규칙이었다.사식이가 왕부를 나와 밖에서 일을 볼 때마다 부두에 들러 고만아를 지켜보았다.그녀는 쌀 두 포대를 날라다 소달구지에 던졌다. 다른 사람의 두 배를 날라야만 같은 삯을 받을 수 있었기에 그녀는 쉬지 않고 달렸다.사식이는 갈 때마다 점점 만아를 알아보지 못했다. 어떨 때는 누군가가 ‘남강 계집!’이라고 부르는 소리에 그녀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부두에서 일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그녀의 몸집은 전에 비해 반쪽이 되었다. 자세히 보지 않는다면 만아를 알아볼 수 없었다.어느 날 고만아가 일을 하다가 사식이를 알아보고 들고 있던 쌀 포대를 내팽개치고 달아나버렸다.그녀가 달아나자 사식이가 그녀의 뒤를 바짝 쫓았다.얼마나 뛰었을까 힘에 부친 만아는 사식이에게 붙잡혔다.“왜 도망가느냐?”만아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손을 저었다.“나는… 정말… 왕비를… 헥… 해치지 않았어요. 나는 아무것도 모릅니다.”사식이는 인상을 쓰고 “누가 너 잡으러 왔대?”라고 물었다.만아는 고개를 숙이고 무릎에 두 손을 짚은 채 사식이를 올려다보았다.“지금 나 잡으로 온 거 아닙니까? 그럼 왜 쫓아왔어요?”“도망가니까 그냥 쫓아온 건데?”만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꽤 먼 거리를 뛰었는데 사식이는 숨 하나 차지 않는 듯 평온해 보였다. 만아는 사식이의 무공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그나저나 왕비께 고맙다고 전해주시오. 그때 내가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고맙다는 말을 못 했소.”사식이는
사식이는 왕부로 돌아가 부두에서 만아를 목격한 사실을 원경릉에게 알렸다. 작은 체구로 사내들과 짐을 나른다는 소리에 원경릉은 마음이 아팠다. 원경릉은 조용히 사식이를 불러 은화 열 냥을 만아에게 가져다주라고 했다.“고만아가 받지 않겠다고 해도 꼭 주고 와야 한다.”“왕비께서는 사람이 참 좋으십니다.” 사식이는 원경릉이 건네주는 은화를 받았다.다음날 사식이는 만아를 찾아가 은화를 억지로 쥐여주고는 도망 왔다.원경릉은 만아에게 은화를 줌으로써 마음속의 가책을 없애고 싶었다. 원경릉도 왜 자신이 만아를 가엽게 여기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만아를 생각하면 마음이 쓰였다.저녁이 되자 우문호가 제왕과 함께 왕부로 왔다. 그는 온몸에 노기가 가득해 왕부로 돌아온 뒤 즉시 소월각으로 갔다.원경릉은 그런 우문호를 보고 의아했다.“왜 왕부에 오자마자 소월각으로 온 거야? 누가 널 화나게 했어?”우문호는 소월각에 앉아서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원경릉 옆에 앉아 그녀의 배를 만지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아들아. 잘 기억해라. 나중에 네가 네 일곱째 삼촌처럼 못난 짓을 한다면 나는 너를 때려죽일 것이야.”원경릉은 웃으며 그의 손을 찰싹 때렸다.“딸이면 어쩌려고 아들이래! 그리고 제왕이 왜?”“이놈이 이틀 내내 관아로 와서 귀찮아 죽겠거든? 근데 이놈이 또 집까지 쫓아온 거야. 지금 짐까지 싹 싸들고 와서 밖에 서있는데…… 몰라 오늘은 초왕부에서 자겠대.”“왜?”“왜겠어? 부황께 주명취랑 이혼하겠다고 하고는, 제왕부에 들어갈 엄두가 안 나는 거지. 주명취를 보기가 껄끄럽대. 참나, 제왕부는 본래 지가 주인인데, 거길 못 들어가겠다고 저러는 거야.”“주명취가 울고 있을까 봐? 아니면 싸울 게 뻔하니까? 하긴, 볼장 다 봤는데 같이 있어 뭐 하겠어.”“볼장 다 봤다고 해도 아직은 부부 아니야? 그리고 주명취가 울든 말든 뭐가 무서워서 못 들어가?” “알겠어. 마침 여기에 원용의도 있으니 제왕보고 들어오라고 해서 하룻밤 묵게 해주자.”우
제왕의 말을 듣고 원용의는 상대할 가치가 없다는 듯 정색 하고는 대꾸도 하지 않고 돌아서서 가 버렸다. ‘자존심도 없이…… 제왕비가 무서워 자기 왕부를 두고 초왕부로 피신 오다니. 한심하다 한심해.’원용의는 제왕에게 실망했고, 그런 사람의 후궁으로 들어간 자신이 창피했다.제왕은 원용의를 쫓아가서는 그녀를 잡아 세웠다.“해명하라고.”둘을 지켜보던 서일이 손을 저으며 해명하려고 하자 원용의는 그를 막았다.“동쪽에서 뺨 맞고 왜 서쪽 와서 화풀이십니까? 화를 낼 기운이 남아있으면 그 힘으로 주명취에게 가보세요.”“너……” 제왕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며 “네가 무술을 잘 한다고 해서 본왕을 무시하나 본데, 함부로 굴지 마. 내가 너 봐주는 거거든? 주제를 알아야지.”라고 말했다.서일은 제왕이 원용의에게 곤장 일도 내려칠까 무서워 황급히 제왕을 막아섰다.“제왕, 오해하지 마십시오. 소인이 왕비께서 넘어질 것 같아서 부축을 하려던 것뿐입니다. 왕야께서 생각하시는 그런…… 불미스러운 관계는 절대! 전혀 아닙니다! 더군다나 원비 마마 같은 분은 제 취향도 아닙니다!”서일의 말을 듣고 원용의가 화가 났다.“서일! 취향? 입 다물어!”사식이는 서일을 끌며 “빨리 가자고요.”라며 자리를 피했다.서일은 난처한 표정으로 사식이를 보았다. “설마 치고받고 싸우는 건 아니겠지?”사식이는 웃으며 “걱정 마요. 적수가 못 됩니다.”라고 말했다.이 말을 들은 제왕이 크게 노했다.“사식아, 누가 누구의 적수가 아니라는 것이냐?”“당신 생각은 어때? 당신이 내 적수나 되려나?” 원용의가 말을 가로챘다.“경고하는데 함부로 입 놀리지 마. 알겠어?”그 말을 들은 원용의는 눈살을 찌푸렸다.“제왕, 여기는 초왕부니까 우리 둘다 자중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아참, 이혼하기로 한 건 어떻게 됐죠?”“내가 이혼하는 거랑 너랑 무슨 상관이야?”원용의는 노발대발하며 “그게 왜 나랑 상관없어요? 말 안 할 겁니까?”라고 말했다.그녀가 버럭 하자 제왕은 깜짝 놀라 입을 삐
원용의의 말에 제왕은 화가 났다.“어린애 달래는 말투 집어치워라! 네가 감히 본왕에게 정비를 소개해 줘? 내 혼사는 모후께서 알아서 하실 거야!”원용의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조모께서 남자는 아이와 같아 어르고 달래야 한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당신의 모후께서……”“당신 모후? 예의를 차려라!” 제왕이 버럭 했다.원용의는 머쓱한 표정으로 코를 만졌다.“나는 정비가 아니니 모후라고 부를 수 없죠.”제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네가 계속 내 심기를 건드리는구나.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뭐야? 설마 정비라고 되고 싶은 것이야?”라고 말했다.“정비가 되면 뭐가 좋은데요?” 원용의가 물었다.“좋은 거 많지.” 제왕이 잠시 생각하더니 “적어도 어디 가서 왕비라고 불릴 것 아니야. 정비가 되면 나와 합법적 부부가 되는 것이고!”라고 말했다.“합법적 부부가 되면 뭐가 좋은데요?” 원용의가 물었다.제왕이 그녀를 보며 “정비가 되면 하인들을 네 마음대로 다룰 수 있고, 백성들도 너를 칭송하겠지”라고 말했다. “하인들은 지금도 내 마음대로 다룰 수 있고, 백성들도 내 말 잘 듣는데요?”“또! 정비가 되면 황실 행사에 본왕과 함께 참석할 수 있다.”원용의가 웃었다.“지금도 갈 수 있는데요?”제왕이 그녀를 노려보았다.“지금 말장난하는 거지? 정비는 내 본처야! 후궁은 첩이니 신분이 다르지!”“본처든 후궁이든 내가 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나는 당신의 정비가 될 생각 없으니 빨리 주명취가 나간 후 대체할 사람을 찾는 게 좋을 겁니다. 주명취가 폐비되는 것은 찬성하지만 그 이유는 그 여자가 내 상전으로 있으니 피곤해서 그런 겁니다. 당신이 정비를 새로 들이든 말든 나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말은 마친 그녀가 벌떡 일어서자 제왕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가지 마.”“밥 먹으러 갈 겁니다.”원용의는 제왕과 말다툼을 하느라 허기가 졌다.“그럼 이 얘기만 듣고 가. 본왕이 너한테 묻고 싶은 게 있어. 아주 중요한 일이야.”원용의는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