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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92화

사식이는 왕부로 돌아가 부두에서 만아를 목격한 사실을 원경릉에게 알렸다.

작은 체구로 사내들과 짐을 나른다는 소리에 원경릉은 마음이 아팠다.

원경릉은 조용히 사식이를 불러 은화 열 냥을 만아에게 가져다주라고 했다.

“고만아가 받지 않겠다고 해도 꼭 주고 와야 한다.”

“왕비께서는 사람이 참 좋으십니다.”

사식이는 원경릉이 건네주는 은화를 받았다.

다음날 사식이는 만아를 찾아가 은화를 억지로 쥐여주고는 도망 왔다.

원경릉은 만아에게 은화를 줌으로써 마음속의 가책을 없애고 싶었다. 원경릉도 왜 자신이 만아를 가엽게 여기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만아를 생각하면 마음이 쓰였다.

저녁이 되자 우문호가 제왕과 함께 왕부로 왔다.

그는 온몸에 노기가 가득해 왕부로 돌아온 뒤 즉시 소월각으로 갔다.

원경릉은 그런 우문호를 보고 의아했다.

“왜 왕부에 오자마자 소월각으로 온 거야? 누가 널 화나게 했어?”

우문호는 소월각에 앉아서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원경릉 옆에 앉아 그녀의 배를 만지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아들아. 잘 기억해라. 나중에 네가 네 일곱째 삼촌처럼 못난 짓을 한다면 나는 너를 때려죽일 것이야.”

원경릉은 웃으며 그의 손을 찰싹 때렸다.

“딸이면 어쩌려고 아들이래! 그리고 제왕이 왜?”

“이놈이 이틀 내내 관아로 와서 귀찮아 죽겠거든? 근데 이놈이 또 집까지 쫓아온 거야. 지금 짐까지 싹 싸들고 와서 밖에 서있는데…… 몰라 오늘은 초왕부에서 자겠대.”

“왜?”

“왜겠어? 부황께 주명취랑 이혼하겠다고 하고는, 제왕부에 들어갈 엄두가 안 나는 거지. 주명취를 보기가 껄끄럽대. 참나, 제왕부는 본래 지가 주인인데, 거길 못 들어가겠다고 저러는 거야.”

“주명취가 울고 있을까 봐? 아니면 싸울 게 뻔하니까? 하긴, 볼장 다 봤는데 같이 있어 뭐 하겠어.”

“볼장 다 봤다고 해도 아직은 부부 아니야? 그리고 주명취가 울든 말든 뭐가 무서워서 못 들어가?”

“알겠어. 마침 여기에 원용의도 있으니 제왕보고 들어오라고 해서 하룻밤 묵게 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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