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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91화

이곳에 처음 떨어졌을 때, 그녀는 다른 생각 없이 그저 살고 싶었다.

사람은 모두 때가 있는 법.

만아도 분명 말 못 할 속 사정이 있을 것이다.

됐고, 그녀는 더 이상 고만아 일로 우문호와 다투고 싶지 않았다.

희상궁 사건 이후, 그녀는 목숨보다 중요한 대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호명의 추측이 맞았다. 만아는 부두에서 짐을 나르고 있었다.

남강 사람들은 다른 사람보다 짐을 더 나르더라도 받는 삯이 절반 밖에 안 됐다.

그것이 이 부둣가에 암암리에 정해진 규칙이었다.

사식이가 왕부를 나와 밖에서 일을 볼 때마다 부두에 들러 고만아를 지켜보았다.

그녀는 쌀 두 포대를 날라다 소달구지에 던졌다.

다른 사람의 두 배를 날라야만 같은 삯을 받을 수 있었기에 그녀는 쉬지 않고 달렸다.

사식이는 갈 때마다 점점 만아를 알아보지 못했다.

어떨 때는 누군가가 ‘남강 계집!’이라고 부르는 소리에 그녀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부두에서 일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그녀의 몸집은 전에 비해 반쪽이 되었다.

자세히 보지 않는다면 만아를 알아볼 수 없었다.

어느 날 고만아가 일을 하다가 사식이를 알아보고 들고 있던 쌀 포대를 내팽개치고 달아나버렸다.

그녀가 달아나자 사식이가 그녀의 뒤를 바짝 쫓았다.

얼마나 뛰었을까 힘에 부친 만아는 사식이에게 붙잡혔다.

“왜 도망가느냐?”

만아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손을 저었다.

“나는… 정말… 왕비를… 헥… 해치지 않았어요. 나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사식이는 인상을 쓰고 “누가 너 잡으러 왔대?”라고 물었다.

만아는 고개를 숙이고 무릎에 두 손을 짚은 채 사식이를 올려다보았다.

“지금 나 잡으로 온 거 아닙니까? 그럼 왜 쫓아왔어요?”

“도망가니까 그냥 쫓아온 건데?”

만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꽤 먼 거리를 뛰었는데 사식이는 숨 하나 차지 않는 듯 평온해 보였다.

만아는 사식이의 무공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왕비께 고맙다고 전해주시오. 그때 내가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고맙다는 말을 못 했소.”

사식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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