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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99화

제왕이 비틀거리며 고개를 숙여 주명취의 손을 보았다.

그녀의 손에는 혼인하고 3일 후에 그가 그녀에게 선물로 준 비녀가 들려있었다.

비녀의 끝에는 빗살 무늬처럼 촘촘하게 각인이 되어있고, ‘백년해로’라는 네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는 조금의 고통스러운 표정도 없이 배에 꽂힌 비녀를 뽑아냈다.

피는 사방으로 튀었고, 피를 많이 흘린 탓인지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는 소매로 비녀에 묻은 피를 닦고, 비녀를 주명취의 앞에 놓인 탁자에 내려 놓았다.

“잘 지내거라.”

그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문쪽으로 걸어갔다.

주명취는 놀란 눈으로 그의 뒷모습을 보며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었다.

“우문경…… 너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야.” 그녀는 조용히 읊조렸다.

“아니, 내 평생 내린 결정 중에 가장 옳은 결정이야.”

제왕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주명취는 처음 보는 제왕의 결의에 찬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원용의와 조어의가 깜짝 놀라 제왕을 부축했다.

조어의는 주명취가 다시 자살시도를 할 까 봐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제왕이 이런 몰골로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제왕을 부축하는 원용의의 옷은 피로 축축해졌고 그의 가슴과 배에서는 피가 뿜어져 나왔다.

“와야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겁니까? 조어의! 빨리가서 어의와 시위를 불러오세요!”

그녀는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제왕은 원용의의 부축을 받으며 힘 없이 “가자.”라고 말했다.

원용의가 방 안을 들여다보니 맨발로 그 둘을 바라보고 있는 주명취가 보였다.

그녀의 안색은 음침하고 차가웠으며 눈은 공허해 보였다.

원용의가 화가 나서 방 안으로 뛰어들어가려고 했다. 그러자 제왕이 원용의를 붙잡았다.

“내가 다친 건 저 여자랑 관련 없다. 가자.”

제왕이 다쳤다는 소식에 황실의 어의와 황제를 지키는 시위들도 달려왔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주명취를 내버려 두고 제왕을 부축해 자리를 떴다.

제왕의 상처는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

주명취는 온 힘을 다해서 찔렀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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