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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90화

원경릉은 손왕비의 말이 이해가지 않았다.

“왕부의 여인이 어떻게 임신을 한 거죠? 누구 씨랍니까?”

“셋째 씨래요. 어휴… 그 여자가 위왕비가 구해준 은혜를 원수로 갚은 거지”손왕비가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형님 자세하게 얘기 좀 해주세요.” 원경릉이 물었다.

원경릉은 위왕비 최씨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최씨는 소박하고 온화했다. 그녀의 집안도 주명취 못지 않게 빵빵했지만 주명취처럼 기세등등하거나 안하무인 하지 않았다. 최씨는 작년에 임신을 했었는데 아이가 태어난 지 반년 만에 죽어버리는 바람에 슬픔에 잠겨 지금까지 은둔생활을 했었다.

“위왕비도 불쌍하지… 이 얘기를 하면서 엉엉 우는데 나도 마음이 아파서 힘들었습니다. 위왕이 무슨 귀신에 씌였는지, 위왕비한테 소리소리를 지르면서 그 여인을 후궁으로 들이겠다고 했답니다! 그리고 위왕비가 그 여인을 괴롭힌다면 위왕비를 내쫓겠다고 협박까지 했대요.”

원경릉은 혀를 찼다.

“세상에 그렇게나 심각하다고요? 그 여자가 엄청 예쁜가요?”

“예쁘다고? 그 여자 나이가 서른입니다. 위왕비랑 같이 서있으면 위왕비를 모시는 늙은 몸종 같다니까요?” 손왕비가 콧방귀를 뀌었다.

“근데 어쩌다가 그런 여자한테 위왕은 코를 꿰었답니까?”

“…… 뭐 그런게…… 좋았겠죠?” 손왕비가 우물쭈물했다.

원경릉은 입이 떡 벌어졌다.

“그렇지 않으면 위왕이 넘어갔겠어요? 위왕비 시녀가 말하길 그 여자가 위왕에게 입에 발린 말을 그렇게 잘한답니다. 남자 기를 엄청 세워준대요. 예전에 위왕 내외가 둘이 죽고 못 살았잖아요. 위왕비도 원래 정혼자가 있었는데 그걸 마다하고 위왕하고 혼인하겠다고 밥도 안 먹고 투쟁을 했답니다. 위왕도 위왕비의 집안을 설득하려고 굉장한 노력을 했어요. 근데 결국 이게 뭡니까? 늙은 여우한테 잡아먹혔죠 뭐.”

원경릉은 남의 집안일에 왈가불가하기 싫어서 말을 아꼈지만, 속으로는 위왕비가 애처롭게 느껴졌다.

‘님에다가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라더니. 진짜다.’

손왕비가 떠난 뒤 원경릉은 희상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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