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은 원용의의 말을 듣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평소에는 거칠고 우악스러운 원용의가 저런 말을 하다니……’제왕은 원용의가 생각보다 철이 들었다고 느꼈다. 그는 그녀의 말에서 가르침을 얻게 되었다. 그는 문득 깨달은 눈빛으로 원용의를 보았다.“사실 오늘 모후께서 본왕을 꾸짖었다. 모후는 주명취가 본왕의 앞날을 생각해서 그러는 거라고 하시더라, 모후께서는 주명취가 한 모든 행동이 본왕의 대업을 이룰 수 있게끔 하려고 그런 것이라고…… 그러니 본왕이 그녀를 받아줘야 한다고 설득했다.”그가 조용히 원용의를 바라보았다.“모후와 얘기를 나누고 나 자신이 너무 쓸모없는 놈이라고 생각이 들었어…… 궁 밖으로 나와서도 자꾸 의심이 들었다. 나는 쓸모없는 인간인가? 주명취가 진짜 나를 위해서…? 아니면 그녀는 본왕을 통해 자신이 목적을 이루려고 하는 것인가? 근데 오늘 너와 얘기를 나누고 난 뒤에 해답을 얻었다. 고마워.”그의 말을 들으며 원용의의 입가에는 엄마 미소가 지어졌다.제왕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천천히 일어났다.우문호와 원경릉이 나오자 탕양이 그들에게 제왕이 이미 왕부를 떠나서 식사는 하지 않는다고 알려주었다.“왜? 갑자기 어딜?”우문호가 물었다.“왕부로 가신다고 했습니다.”원용의가 들어오다가 우문호를 보고 멈칫하며 한 걸을 물러서며“제왕은 제왕비랑 얘기를 나누러 갔습니다.”라고 말했다.“그래? 내기하자! 빨리 돈 걸어! 걔 둘이 이혼할지 안 할지!”우문호가 말했다.“이번엔 잘 모르겠다.” 원경릉이 무심하게 답했다.우문호는 원경릉을 부축해 앉혔다.“넌 왜 이렇게 평온해?” 우문호가 그녀에게 물었다.“주명취 너도 잘 알잖아? 그게 쉽게 해결이 되겠어?”“당연하지. 걔는 어휴…” 우문호가 고개를 저었다.“용의야, 너도 제왕부로 가봐. 가면서 조어의도 데리고 가고.” 원경릉이 말했다.“예? 어의는 왜요? 설마… 또 맞을까 봐요?”“내가 시키는 대로 해. 혹시 모르니까 가서 지켜봐.” 원용의는 그녀의 말을 믿고 조
탕양은 이 말을 듣고 놀라서 눈알이 빠질 것 같았다.사식이도 들어와 놀란 눈으로 “뭐가 움직였다고요?”라고 물었다.“본왕의 아들!” 우문호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사식이가 놀라서 탕양을 바라보았고, 탕양은 처음 보는 우문호의 환한 미소에 그가 미친 게 아닌가 생각했다.원경릉은 웃으며 “됐어! 빨리 밥이나 먹자고!” 라고 말했다.“우리 큰 언니는요?” 사식이가 물었다.“왕부로 돌아갔어.”“제왕이 아까 우리 언니랑 서일을 의심했어요. 큰언니 화나면 정말 무서운데, 제왕은 겁도 없지 말입니다.”우문호는 태동을 느끼고 기분이 좋은 듯 웃으며 사식이를 보았다.“네가 일곱째를 몰라서 그러는가 본데, 일곱째도 무술로 어디 가서 빠지지 않아.”“에? 정말요? 병든 닭 같던데……”우문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손으로 계란 정도는 깰 수 있어.”라고 말했다.“소인은 맨손으로 돌도 깰 수 있습니다.”사식이의 말에 우문호가 웃었다.“제왕이 무술을 배웠다고?” 원경릉이 물었다.“황제의 아들이라면 무조건 무술을 배우도록 되어있어. 근데 무슨 이유인지 일곱째가 무술을 배우다가 말더라고.”“왜죠?” 사식이가 물었다.“나도 몰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래도 얻어 맞고 다닐 수준은 아니야.”“근데 제왕비한테는 왜 맞고 사는 거죠?” 사식이가 물었다.“걔는 여자는 안 때려.”*그 시각 제왕은 단숨에 왕부로 돌아와 주명취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주명취는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있었지만 제왕이 들어오자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성지가 내려왔어? 황제께서 나를 내쫓은 거야?”그녀의 눈빛에서 제왕을 무시하는 게 느껴졌다.‘겁쟁이.’오늘 아침 그녀를 찾아와 하는 말을 보니 제왕은 실로 무능력하고 강단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제왕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를 보며 “괜찮아졌어?”라고 물었다.“이제야 관심을 주는구나? 퍽이나 괜찮겠다!” 주명취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녀는 제왕이 무릎을 꿇고 자신에게 잘못했다고 빌 것이
주명취는 화가 나서 심장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절대 이혼은 안돼! 못해!’그녀는 자신이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같았다. 만약 이렇게 이혼을 당하고 친정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녀의 인생은 이제 끝이다. 하지만 그녀도 자존심이 있기에 이혼을 다시 생각해보자고 할 수도 없었다. 마음속에는 수만 가지의 생각들이 떠올랐지만 그녀의 마음속 결론은 하나였다.“내일 혼자 가. 난 왕부에서 기다릴게.”“그래 그럼 결과는 와서 말해줄게.” 제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말을 마치고 벌떡 일어나서는 밖으로 나갔다.주명취는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렇게 망할 수는 없어. 내 인생 이렇게 끝날 수 없어! 감히 나를 버려? 어림없어!’사실 그녀도 이혼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녀는 제왕과 이혼을 하고 우문호를 찾아갈 생각이었지만 지금 우문호도 그녀를 받아주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도 받아줄 가능성이 없을 것 같았다.제왕은 비록 패기가 없고 무능력하지만 황제의 적자이니…… 언젠가는 황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녀는 그가 자신의 무능력함을 인정하고 사죄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는 그녀의 예상을 한참 빗나갔다. 그 순간 주명취의 마음속에 사나운 파도가 일었다.만약 과거로 돌아가는 시계가 있다면, 그녀는 제왕말고 우문호를 택할 것이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 돌아갈 수 없다.그녀는 태자가 되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는 제왕이 싫었다. 그녀가 그를 태자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데, 제왕은 그녀의 마음도 몰라주고 늘 좋은게 좋은 것이라는 우유부단한 태도였다. ‘내가 저런 무능력하고 야망 없는 남자에게 버림을 받다니……’배신감과 굴욕스러움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그녀는 정신이 혼미했다.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그녀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몇 번 한 후 비녀를 뽑아 비녀 끝으로 자신의 손목을 그었다.제왕이 막 정원을 나서려는데 주명취가 있던 방에서 시녀가 비명을 지르며 뛰어나왔다.그
그러나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눈물만 뚝뚝 흘리며 몸을 떨었다.제왕은 조어의와 원용의를 보며 나가 있으라고 손짓했다.원용의가 조어의를 끌고 나가려고 하자 조어의는 가루약을 내려놓으며 시녀에게 분부했다.“이것은 지혈분입니다. 상처에 뿌리고 감싸 놓으면 이틀 후에 상처가 아물 것입니다.”바닥에 흩뿌려진 피를 보고 겁을 잔뜩 먹은 시녀는 덜덜 떨며 지혈분을 받았다.제왕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을 나가라고 한 후 주명취 옆에 앉았다.“왜 그랬어.”주명취는 머리를 옆으로 돌리고 눈물만 흘렸다.제왕도 그런 그녀를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러나 제왕도 이번만큼은 애매모호하게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원용의와 대화를 하면서 그도 깨달은 바가 있었기에 주명취의 속내를 알고 싶었다.‘명취가 나를 걱정하는 마음에 그런 걸까? 내가 원하지도 않는 일은 명취가 강요할 리가 없다. 나는 이 나라의 왕이다. 내가 왜 원하지도 않는 자리를 놓고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가.’그는 피바다 속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저 온화하고 한가로운 북당의 왕으로 남고 싶었다. 하지만 똑똑한 주명취는 달랐다. 그녀는 제왕에게 태자가 되지 않으면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왕은 주수보의 외손자로 현 황후의 적자이다. 만약 맏형이 태자가 되고 그 후에 황제가 된다면 위험인물인 제왕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하지만 태자가 되면 모든 게 편해질까?제왕은 해결되지 않는 딜레마 속에 빠진 기분이 들었다. “우린 그만하는 게 좋겠어. 너와 혼인하는 그 순간부터 본왕을 알고 있었다. 네 마음속에는 내가 없다는 것을…… 본왕은 네가 다섯째 형님을 좋아한다는 걸 안다. 우리의 혼인 생활이 평탄하지 않을 거라는 것, 어느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너도 억지로 내 비위 맞추며 제왕부에 있을 필요 없다. 헤어져서 각자 편하게 지내는 것도 행복해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주명취가 고개를 돌려 제왕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손목을 그었음에도 제왕의
제왕이 비틀거리며 고개를 숙여 주명취의 손을 보았다. 그녀의 손에는 혼인하고 3일 후에 그가 그녀에게 선물로 준 비녀가 들려있었다. 비녀의 끝에는 빗살 무늬처럼 촘촘하게 각인이 되어있고, ‘백년해로’라는 네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는 조금의 고통스러운 표정도 없이 배에 꽂힌 비녀를 뽑아냈다.피는 사방으로 튀었고, 피를 많이 흘린 탓인지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는 소매로 비녀에 묻은 피를 닦고, 비녀를 주명취의 앞에 놓인 탁자에 내려 놓았다.“잘 지내거라.”그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문쪽으로 걸어갔다. 주명취는 놀란 눈으로 그의 뒷모습을 보며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었다.“우문경…… 너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야.” 그녀는 조용히 읊조렸다.“아니, 내 평생 내린 결정 중에 가장 옳은 결정이야.” 제왕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주명취는 처음 보는 제왕의 결의에 찬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원용의와 조어의가 깜짝 놀라 제왕을 부축했다.조어의는 주명취가 다시 자살시도를 할 까 봐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제왕이 이런 몰골로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제왕을 부축하는 원용의의 옷은 피로 축축해졌고 그의 가슴과 배에서는 피가 뿜어져 나왔다.“와야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겁니까? 조어의! 빨리가서 어의와 시위를 불러오세요!”그녀는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제왕은 원용의의 부축을 받으며 힘 없이 “가자.”라고 말했다.원용의가 방 안을 들여다보니 맨발로 그 둘을 바라보고 있는 주명취가 보였다. 그녀의 안색은 음침하고 차가웠으며 눈은 공허해 보였다.원용의가 화가 나서 방 안으로 뛰어들어가려고 했다. 그러자 제왕이 원용의를 붙잡았다.“내가 다친 건 저 여자랑 관련 없다. 가자.”제왕이 다쳤다는 소식에 황실의 어의와 황제를 지키는 시위들도 달려왔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주명취를 내버려 두고 제왕을 부축해 자리를 떴다.제왕의 상처는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 주명취는 온 힘을 다해서 찔렀겠
황후는 주명취와 명원제를 번갈아 보며 안절부절못했다. 명원제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황후가 증조 마님에게 이 상황을 해결해달라는 식으로 눈짓을 보냈다.“황상, 황후 마마, 제왕은 황가의 자손으로서 명취가 그의 옥체를 손상시킨 것은 명백히 처벌을 받아야 하나, 억울함에 충동적으로 행동한 며느리를 용서하시고 거짓 소문을 퍼뜨린 원후궁을 엄벌하시어 황실과 주씨 집안의 체면을 바로 세우길 간곡히 청합니다.”증조 마님의 말의 결론은 주명취의 실수를 용서하고 원후궁을 벌하라는 것이다.황후는 증조 마님이 황실과 주씨 가문을 결부시켜 말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명원제의 눈치를 살폈다.노인의 말을 듣고 명원제도 썩 기분이 좋지 않은 듯 입술을 오므렸다.“노부인, 조바심 내지 마세요. 이 일은 짐이 철저하게 조사해 책임을 묻겠습니다. 참, 노부인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주수보에게 들었습니다. 늦었으니 빨리 돌아가 쉬세요.”명원제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차가운 눈빛으로 주명취를 보았다.증조 마님은 넋 나간 표정으로 명원제를 보았다. 명원제는 나가면서 목여태감에게 초왕과 제왕을 불러오라고 분부했다.“황상, 제왕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만……”“그래도 안 죽는다.” 명원제의 차가운 목소리에 목여태감도 어찌할 수 없었다.“그리고 이 일을 태후께도 알리고, 이리로 오시라고 하거라.” 명원제가 말을 덧붙였다.목여태감은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황후는 명원제가 나가는 것을 보고 증조 마님을 부축해 의자에 앉혔다.“조모, 황상께 그렇게 말씀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황상께서 지금 노하셨잖아요!”“황후, 이것이 다 당신이 잘 못해서 일어난 일입니다. 아들 하나 간수 잘 못하는 어미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습니까? 어찌 후궁이 정비를 몰아내려고 계책을 세우는 것을 모를 수가 있습니까? 명취가 얼마나 억울했겠어요!”“조모, 본궁은 북당의 어미입니다. 말을 삼가세요. 그리고 우리 경이가 우유부단한 성격이지만 아무렴 후궁의 계책에 넘어가 정비를 내쫓겠습니까? 얼마 전에
억울한 주명취와 태후의 등장주명취가 여전히 울고 있는 것을 보고 황후가 화가 나서: “질질질, 그저 질질 짤 줄만 알아, 감히 남편을 죽이려 들 땐 언제 고 울긴 왜 울어?”“그만해!” 증조 마님이 일갈했다.황후가 차갑게: “할머니, 제가 하는 말은 사실이라, 황제 폐하도 이 일에 관여하지 않으십니다. 그러니 할머니도 참견하지 마세요.”증조마님을 이런 말투로 대한 사람이 어디 있기나 했나? 바로 일어나 화를 내며: “좋다, 이 일은 어미로서 상관하지 말라고하니, 네 아비에게 신경 쓰라고 해야겠구나. 명취야, 가자.”주명취는 계속 울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그 어느때보다 맑았다.이번에 입궁해서 뭔가 논리가 안 생기면 나간 뒤에 만회할 수 없는 게 확실하다.그래서 할머니의 말을 듣고 주명취는 꿇어앉아 울며: “증조 할머니, 고모, 이 일은 분명 제가 잘못했습니다. 어찌되었든, 저도 다시는 남편을 해치지 않을 거예요.”주명취는 무릎걸음으로 앞으로 나와 황후의 치맛자락을 붙들고 눈물을 흩날리며: “고모, 조카는 정말 부부의 정을 끊을 길이 없습니다. 고모께서 말려주세요. 이 일이 그냥 이렇게 지나가면 안되나요? 앞으로 다시는 이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거예요, 제왕 전하가 원후궁을 총애하면 총애 하시라고 하죠, 조카가 다시는 성깔부리지 않겠습니다.”질투해서 다퉜다는 죄목이 그나마 다른 것보다 낫다.밖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후마마 납시오!”황후는 화들짝 놀라 서둘러 일어나며, “이 일이 어떻게 태후마마께 알려졌지?”증조마님과 주명취도 서로 마주보며 얼굴색이 굳어졌다.세 사람은 나가서 맞이하는데, 증조마님은 그동안 줄곧 안하무인 격으로 소씨 집안 사람을 무시해왔지만, 감히 현 태후가 뭐 대단하냐는 식으로 대하진 못했다.태후는 검은색 봉황 옷을 입어 위엄이 가득해 보이고, 세 사람이 무릎을 꿇고 예를 취하는 것을 보더니 안으로 들어와서야 비로소: “예는 그만 되었네, 들어들 오시게.”세 사람이 황후전 안으로 들어가자 태후가 자리
황후 앞에서 주명취의 진실이 밝혀지고황후는 그제서야 한시름 놓이는 것이 일곱째가 첩을 총애하고 본처를 멸시한다는 말이 걸렸는데, 만약 그 말이 사실이면 어전에서 벌을 논하게 되므로 앞날은 날아가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황후도 이 일이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 없이 서둘러: “만약 아직 합방을 하지 않았으면 어찌 첩을 총애하고 본처를 멸시한다고 할 수 있겠느냐? 이 말이 새나가면 세상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야.”증조마님도 멍청한 게 아니므로 주명취의 얼굴색을 보고 태후가 말한 것이 사실임을 알았다.하지만 증조마님이 멍청하지 않은 줄 알지만 사실 멍청했다. 만약 후궁 때문이 아니라면 제왕은 왜 이혼하려고 했을까?설마 원후궁이 말한 것이 사실인 걸까? 주명취와 초왕 사이에 정말 결백하지 못한 일이 있는 건가?증조마님의 얼굴이 어두워지며 태후가 자리에 있어 말하기 어려우므로 일단 입을 닫고 참아야 했다.태후는 오히려 증조마님의 체면을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노부인, 이 몸이 하나만 묻겠네. 아내 된 자가 작은 일로 자살을 하려하고 남편에게 중상을 입혔는데 뉘우치기는 커녕 사악하게도 먼저 일러바치는 사람이, 만약 노부인의 집에 있으면 어떻게 처분해야 합니까?”증조마님은 얼굴을 들 수가 없고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는 것이, 제왕 부부가 금슬이 얼마나 좋았고 후궁이 시집간지가 고작 얼마나 됐는가? 그리고 아직 합방도 하지 않았으니 아무리 첩을 총애하고 본처를 멸시했다고 억지를 부리려 해도 말이 안된다.증조마님은 그저 열 받아서: “태후마마, 제가 멍청해서 분명하게 묻지 못하고 입궁해 태후마마와 황후께 심려를 끼쳐 드렸습니다. 하지만 어린 부부가 다투는 것은 흔한 일이요 어찌 되었든 가볍게 폐비를 거론해서는 아니될 것으로 사료됩니다.”“이혼이네.” 태후가 즉시 바로 잡으며 냉정한 표정으로, “황실의 체면은 중요하네, 하지만 황실의 혈통을 잃는 것도 용서할 수 없어. 제왕은 황제의 적자로 만약 부부가 작은 일로 다툼이 일어 칼이나 무기를 든다면 강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