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궁하는 제왕과 초왕주명취는 어디로 가야하나?뒤로는 스산한 바람이 휩쓸고 지나가는데 주명취는 덜덜 떨렸다. 꿈이 깨졌으니 살아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지만 이렇게 죽는 걸 주명취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황후는 화가 나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와 주명취가 간 뒤로 엄청나게 성화를 부리고 나서야 아들의 상처가 아직 낫지 않았음을 떠올리고 황급히 사람을 보냈다. 그리고 그때 바로 옆 건물에 우문호와 제왕이 어명을 받들어 입궁했다.궁 문에 도착하자 마침 제왕의 마차도 도착해 있었다.제왕이 안에 누워 있는데 우문호가 그것을 보고 크게 놀란 나머지, 제왕이 자객에게 당한 줄 알고 서둘러 이유를 물었다.주명취에게 찔린 것이란 말을 듣고 우문호는 한참동안 넋이 나갔다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원 선생이 조어의에게 가보라고 하더니 딱 이었구나.”제왕이 힘든 표정을 짓자 우문호는 자신이 실언했음을 알고: “이미 날이 어두워졌고 너도 걸을 수 없으니 가마를 들고 오라고 하자.”궁 문에서 기다리던 목여태감이 하는 수 없다는 듯: “폐하께서 제왕 전하께 가마를 윤허하지 않는다는 어명을 내리셨습니다.”제왕이 거의 울 것 같은 상태로, “아바마마께서 분명 화가 나셨겠지,”“그렇습니다, 주씨 집안에서 증조마님과 제왕비가 먼저 입궁하셔서 고소하시길 제왕 전하께서 첩을 총애하고 본처를 멸시하여 제왕비가 울컥한 나머지 전하를 해쳤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전하 이 기회에 어떻게 변명하시지 잘 생각해 보시지요.” 목여태감이 일깨워주었다.제왕의 긴 속눈썹 아래에 빛이 점점 사그라지며, “왕비가 그리 얘기했느냐?”“예.” 목여태감이 말했다.제왕이 우문호를 보고 뜻밖에도 웃음을 짓는데 한 줄기 씁쓸한 눈빛이 스치며, “다섯째 형, 내가 눈이 삐었나? 당초에 어떻게 그녀를 좋아할 수가 있지?”우문호가 제왕을 부축하며, “가자, 설령 가마를 타지 못해도 내가 널 부축해서 들어갈 거야.”이미 어두워져 궁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그들 두 사람과 목여태감 뿐으로 목여태감이
황제 앞에 불려간 초왕과 제왕우문호가 다독이며: “훌쩍거리지 마, 아바마마 앞에 가서도 네가 계속 훌쩍거리면 널 겁쟁이라고 하실 거야.”제왕은 아파서 말이 나오지 않고 끙끙거리며 질질 끌려 가는데 결국 참을 수 없는지, “형, 나 업어줘.”“너 상처가 앞쪽에 나 있는데, 내가 업으며 더 아픈 거 아냐?” 우문호는 제왕의 이런 모습을 보고 근심에 쌓이는데 어찌 이렇게도 아픈 걸 못 참나?원선생이 그때 전신에 상처를 안고 입궁했으나 전부 참고 버텼는데 일곱째는 여자만도 못하다.“차라리 배가 당겨서 아픈 게, 이렇게 찢어지는 통증보다 나을 거 같아.” 제왕이 멈춰 서서 힘없이 손을 늘어뜨리고 새하얀 얼굴에 입술엔 혈색이 하나도 없다.우문호는 제왕을 업긴 업는데 제왕이 또 ‘아야야’ 비명을 지른다.우문호가: “갈 수 있겠어?”제왕이 힘겹게 고개를 돌려 목여태감에게 울상을 지으며, “아니면 둘이 날 들고 가.”목여태감이 어명을 전하기 위해 출궁한 궁인에게 사전에 물어봤을 땐, 조어의가 상처는 그렇게 엄중한 상태는 아니고, 가슴에 상처는 그래도 괜찮은데 복부의 상처는 약간 깊다고 했다.그래서 제왕이 이런 모습을 보고 목여태감은 자연히 걱정이 되어: “어의가 제대로 검사하지 못한 게 아닐까요? 상처가 내장까지 미친 건 아닌지?”제왕이 숨을 들이쉬고, “내장까지 미치게 다치진 않았어.”목여태감은 제왕의 이런 모습을 보니 이대로 들어가긴 힘들겠다 싶어: “그럼 좋습니다. 들고 가지요.”가마도 없고, 들것도 없이 들고 간다는 건 한사람이 어깨를 들고, 한 사람이 두다리를 드는 것으로 머리는 아래로 늘어뜨린 채 입에 등롱의 손잡이를 물어야 한다.하지만 이게 스스로 걷는 거 보다는 낫다.제왕은 칠흑같이 어두운 하늘과 등불의 빛을 번갈아 봤다. 궁중의 밤을 밝히기엔 부족하다.제왕은 이 모든 것이 마치 다른 세상같이 느껴졌다.그냥 걸어왔을 뿐인데, 왜 이렇게 되 버린 걸까.여전히 마음이 괴롭다.더욱이 마지막에 상처를 입은 건 자신이고 그녀가 먼저 입
황제 앞에선 우문호와 제왕우문호는 이미 숨이 턱까지 찼다.그리고 제왕도 태어나서 가장 견디기 어려운 순간이 바로 지금이다. 주명취에게 마음에 상처를 입은 건 별거 아니니 오직 이 순간이 빨리 지나길 바랄 뿐이었다.마침내 명원제가 돌계단으로 돌아와 담담하게: “들어가자!”우문호는 앞으로 푹 쓰러지며 두 손이 아래로 내려는 게 제왕이 넘어지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우문호의 두 손은 완전이 감각이 없었고 제왕은 얼결에 미끄러져 내려 여전히 우문호의 몸을 누르고 있지만 한결 편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잠시 숨을 돌리고 두 형제는 서로 부축하며 고개를 숙이고 들어갔다.안으로 들어가자 명원제는 이미 용상에 앉아 있고, 탁자를 치며 노성을 지르니: “꿇어라!”‘털썩’ 두 사람은 무릎을 꿇었다.명원제가 살벌한 눈빛으로 먼저 우문호에게 화를 내며, “바깥에서 너와 제왕비가 정을 통한다고 소문이 났는데 도대체 어찌 된 일이냐?”우문호가 황제의 질문 내용과 목여태감을 바깥에서 기다리라고 물리신 것을 보아 오늘밤은 부자간의 대화지 군신 사이의 대화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우문호가 억울해서: “소자 그런 적 없습니다.”제왕도 우문호를 변호하며, “아바마마, 다섯째 형은 정말 그런 적이 없습니다.”“네가 아직도 할 말이 있느냐?” 명원제가 대노하며, “이 말은 네 처가 한 것으로, 네 죄상을 고발하는 것이니라.”제왕은 이미 털끝만큼도 놀라거나 상처받지 않고 변호하길: “아바마마, 소신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명원제는 두 사람을 보고 내심 안심했다.곧바로 다시 냉엄하게: “이제 와서 그런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오늘 그렇게 다섯째형의 죄를 난폭하게 지적해 댔느냐?”“소신은 정말로 그런 적이 없습니다.” 제왕은 어리둥절해 하며 말했다.명원제는 아예 제왕의 말을 듣지 않고, 냉랭하게 우문호를 훑어보더니, “이런 소문이 도는 것은 주변 사람이 믿지 않는다는 뜻이니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느냐, 네가 만약 매사에 단정하게 행동했으면 주변에서
새로운 임무우문호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폐하……”정말 이상한 일 투성이다, 아바마마는 뜻밖에 이혼에 동의하신 건가? 그리고 그 말투 짜증나네.“그대로 하면 될 일이야.” 명원제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주명취가 시집을 오고 소란이 끊이지 않았다. 작은 일은 주재상의 얼굴을 봐서 못 본 척 했지만 그렇게 눈감아 준 대가는 무법천지에 황실의 체면을 중요시 여기지 않은데다 주명취는 개인적으로 친왕들 사이의 불화를 부추겼기에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처음에 주명취의 명성은 결코 이렇지 않았으며 바깥에서 다들 주명취는 온유하고 현숙한 여인으로 주씨 집안의 자랑이었다.“아바마마.” 우문호가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아바마마의 뜻은 일곱째의 청을 받아들이시는 것입니까?”“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나? 흉기까지 본 마당에.” 명원제는 아비로서 참고 견디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혼 후 각자 혼인하면 두 집 모두에게 잘된 일이지.”우문호는 심지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아바마마의 이 말은 진짜 위선적인데, 전혀 위선인 줄 알아볼 수 없도록, 오히려 각별히 마음을 쓰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하다.“이 일은 7일 내에 합당하게 처리하고, 처리하지 못할 시에는 돌아와서 벌을 받도록, 가봐.” 명원제가 차갑게 말했다.우문호는 명을 받들고 제왕을 찾아 형제가 서로 부축해주며 궁을 나왔다.명원제는 아직 장계를 읽고 지시를 내려야 했다, 황제란 다른 사람보다 의자가 좀 큰 거 빼고는 나은 게 뭐가 있지?황제는 다 짧게 살았다.목여태감이 옆에서 먹을 갈며 기쁘게: “폐하께서 제왕과 초왕 사이에 의가 상하지 않은 것을 보셨으니 안심되시겠습니다.”명원제는 낮은 목소리로: “다섯째는 생각이 많고, 일곱째는 사고가 단순하니 다행히 이렇지만 만약 다른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싸움이 났을 것이고 싸우지 않으면 앞으로 서로 암투를 벌이겠지, 역대로 여자때문에 형제가 서로 반목하고 원수가 된 일이 어디 한 둘인가, 그래서 이 이혼 건은 단단히 틀어쥐고 다시는 주명취가 풍파를 부추기게 해
주명취에 대한 진심을 말하는 제왕우문호는 반쯤 엎드려 있고 제왕은 반쯤 누워있어 두 사람은 어딘가 모지리들처럼 얘기하고 있다.“다섯째 형, 아바마마께서 내가 왕비 쫓아내는 걸 형 더러 도우하고 했어?” 제왕은 약간 믿을 수 없는게, 당시에 아바마마께 말했을 때 아바마마는 나가라고 화를 내셨단 말이지.“그래, 주재상의 체면을 상하지 않게 하라고 말씀 하셨어.” 우문호 입장이 상당히 난처한 게, 헤어지기로 합의를 했든, 일방적으로 소박을 맞았던 주씨 가문 입장에선 남편에게 버림받은 아내를 내놓는 건 마찬가진데 어떻게 체면을 상하지 않을 수 있겠어?“아바마마는 왜 형한테 시켰어? 본인이 생각하신 방법대로 하시면 되잖아? 우리보다 머리도 잘 쓰시던데.”우문호는 조심스레 뒤쪽을 치켜들어 최대한 통증을 줄여보는 가운데 끙끙거리며, “아바마마께서 주재상의 체면을 구기지 않는 방법을 생각해 내셨다면 오늘밤 네 형이 매를 맞을 필요도 없었지, 아바마마께선 어찌해봐도 안되시거든, 성지를 내리는 건 더더군다나 안되는 게 그러면 주재상이 얼굴 들고 다닐 수 있겠어?”“그럼 형은 뭔가 방법이 생각났어?” 제왕이 물었다.“너 정말 잘 생각해 본 거 맞아?” 우문호가 머리를 그쪽으로 향하며 물었다.제왕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윽하게 우문호를 바라보고, “다른 선택지가 없잖아?”“네 생각은 어떤데? 진심으로 합의 이혼하고 싶은 거야?” 우문호가 뜨끔한 것이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제왕의 속얘기를 물은 적이 없다.제왕은 흔들리는 마차 가리개 꼭지 쪽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하더니 속얘기를 꺼내 놓기로 결심했다. 아무튼 오늘밤 형제 사이에 다시는 비밀이 있어서는 안된다.“사실 주명취는 날 사랑한 적이 없어, 형을 사랑해. 하지만 그 사랑이 야심에 졌지. 내가 지금까지 돌아가지 않은 건 그녀를 보면 무서워서 그래. 이 일 전에 그녀랑 딱 한 번 싸웠는데 그 한 번에 내 마음이 완전히 얼어버렸어, 형 내가 무슨 말 들었는지 맞춰 볼래?”“뭔데?” 우문호가 물었다.제왕이 차갑게
궁에서 돌아오는 제왕과 초왕이 물음에 우문호는 약간 당황스러웠다.왜냐면 자기 스스로도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자연히 생각할 필요조차 없었던 게 원 선생이 아이를 가진 이래 우문호의 마음이 그녀로 가득 차 있어 다른 일이 들어올 여지가 없었다. 지금 제왕이 물어서 우문호는 잠시 당황했다가 어떤 일은 이유 같은 거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려 놓은 건 그냥 내려 놓은 거다.“형.” 우문호가 망설이며 말이 없자 제왕이 조금씩 몸을 버티다가 화들짝 놀라며 우문호에게, “아직 그녀를 좋아하는 거 아니겠지?”우문호는 제왕에게 눈을 흘기며, “말도 안돼는 소리 하지 마. 네 형수 속 좁은 거 몰라?”“그럼 형은 아직 좋아하는 거야 아니야?” 제왕이 물었다.우문호가 고개를 저으며, “안 좋아해.”“어떻게 한 거야? 이렇게 빨리 그녀를 잊을 수 있다니.”우문호는 다시 생각해보는데, 어떻게 했더라? 우문호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잠시 후 제왕은 고개를 들고 얼굴이 환해 지더니, “왜냐면 형한테는 형수가 있잖아.”“그러고 보니까, 다른 사람이 있으면 잊을 수 있다? 이거 일종의 대체 요법 이구만, 다른 여자를 찾아야 한다, 그렇지?” 제왕이 뭔가 생각이 있는듯 말했다.우문호는 속으로 전전긍긍한 것이,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일이다.하지만 겉으론 적극적으로: “ 맞아, 얼굴 동그란 기지배 있는 데를 좀 자주 가봐, 빨리 내려놓을 수 있을 거야.”원용의 얘기를 하니 제왕이 탄식하며: “이번에 원비가 조어의를 데리고 제왕부로 돌아와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그렇지 않았으면 이 목숨도 보존하지 못했을 거야.”“형수가 보낸 거야.” 우문호가 원경릉의 공로를 챙기는 게, 일곱째는 줄곧 원 선생에게 약간 편견을 가지고 있어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한 걸음도 양보하지 않고 반드시 생각을 바꿔주고야 말겠다는 일념이다.제왕은 전혀 듣지 않고 혼잣말처럼, “사실 동그란 얼굴이 사람은 괜찮지, 사려 깊게도 나에게 왕비를 소개해 주겠다 더라고.”우문호가 갑자기
맞고온 우문호의 말남의 부부가 헤어지던 말던, 다섯째가 무슨 상관인데? 굳이 밤늦게 궁으로 불러들여서 곤장을 때리다니 사람을 너무 함부로 여긴다.서일이 우문호를 침대까지 부축해서 우문호가 엎드리자 서일이 한손으로 옷을 벗기는 김에 우문호의 바지를 내리자 사식이와 녹주가 얼른 눈을 가리더니 뒤를 돌아 냅다 달아났다.우문호는 뒤쪽 하반신이 썰렁해서 돌아보더니 이를 갈며 소리치길: “서일, 당장 꺼져!”서일이 당황해서, “상처치료는 안하세요?”원경릉은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손을 내저으며, “서일 넌 가서, 물 끓여서 가져와.”서일이 ‘에’하고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한 왕야 얼굴을 멀뚱멀뚱 바라보며, 정말이지 갈수록 왕야 모시기가 힘들다고 생각했다.서일이 나가고 우문호가 성질을 부리며: “서일은 다시는 내 곁에 못 있을 줄 알아.”원경릉은 우문호의 시뻘건 허벅지와 엉덩이를 보고 비록 지난번처럼 피와 살이 엉겨 붙어 있지는 않지만 피멍이 크게 들어 있고 피하출혈이 비교적 심각해서 피부가 얇은 부분은 벌어져 피가 베어 나온다.원경릉은 약 상자를 열고 소독약을 출혈 부위에 바르며 역시 눈물을 참지 못하고, “왕야는 스무 대나 맞았는데 제왕은 몇 대 맞았어?”“일곱째는 안 맞았어.” 우문호가 침대에 엎드려 차가운 소독약 기운에 편안하다.“무슨 근거로?” 원경릉이 화가 치밀어서, “그 사람들이 헤어지는데 왜 왕야만 맞는 건데?”“몰라서 그래,” 우문호가 고개를 돌려 원경릉에게, “일곱째가 다쳤어, 주명취가 비녀로 일곱째 가슴이랑 배를 찔러서 피를 많이 흘렸어.”원경릉이 놀라서 완전 굳어버린 채, “정말?”“그렇다니까? 오늘밤 나랑 일곱째랑 같이 입궁했는데 아바마마께서 일곱째가 가마를 타지 못하게 하셔서 걸어 들어가야 하는데 일곱째가 사실 못 걸으니까 내가 들고 갈 수밖에 없었지 뭐야, 봐 내 손목이……”우문호가 말하면서 소매를 걷고 어혈이 든 손목을 드러내자 손목에 온통 어혈이 맺혀 퍼렇게 멍이 들어 있다.이 모습에 원경릉은 더욱 마음이 아팠지만
주명취와 이혼에 대한 서일이 내놓은 해법탕양과 원경릉이 진지하게 우문호를 보는데 둘 다 어안이 벙벙하다.원경릉이 급하게: “스무 대를 맡겨 놨다는 게 무슨 소리야? 아바마마께서 왕야한테 무슨 어려운 문제를 내셨는데?”우문호가: “아바마마께서 일곱째가 정정당당하게 주명취와 헤어지게 하되 주재상의 체면은 상하지 않게 하는 방법을 최대한 빨리 생각해 내라고 하셨어.”탕양이 고개를 흔들며, “아마도 주재상의 체면을 상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않을까요, 버림받은 아내를 배출한 것은 어찌해도 체면을 구기는 것인데 헤어지는 거든 쫓겨나는 거든 누가 신경 쓰겠습니까?”우문호가 턱으로 머리를 지탱하고 짙은 눈썹을 찌푸리며, “내가 어찌 모르겠는가? 하지만 아바마마의 어명이 그러하셨네.”원경릉이 근심에 쌓여, “이번 이혼은 원래 체면을 따질 일이 아니라 둘이 못 살겠다는 거잖아. 보통 못살겠는 데는 원한이 있기 마련이고 원한이 있는 상황에 체면을 따질 겨를이 어디 있어, 정말 어렵네.”탕양도: “이번은 정말 불시의 재난입니다. 제왕 부부가 이혼하는데 어쩌다 초왕부 사람이 불행을 당합니까.”원경릉도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만 방법이 있나? 이 세계는 원래 절대적인 공평이란 게 없다.세사람이 말없이 머리를 짜내서 생각을 거듭했다.약주를 바르자 어혈이 좀 사라지며 우문호도 꽤 편해져서 일어나 몇 걸음 걷더니, “많이 나아졌어.”원경릉이 우문호를 부축하며 걱정스럽게: “이번엔 심하게 안 맞았지만 이번에 시킨 일을 제대로 못했을 때 스무 대는 만만치 않을 거야.”우문호가 위로하듯: “너무 걱정하지 마, 이 일은 적어도 며칠은 끌 수 있어.”“며칠 끌면 방법이 있어?” 원경릉이 얼른 물었다.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방법은 없지, 하지만 며칠 뒤에 내 상처는 괜찮아질 테니까 다시 스무 대를 더 맞아도 버틸 수 있어.”원경릉은 순간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세 사람은 한없이 서글퍼졌다.문 앞에 머리 하나가 안을 살피는데 서일이 안절부절 못하는 얼굴로 조그맣게: “재상이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안 된다. 술은 19세부터 마실 수 있는 법이다.”만두는 약간 실망한 듯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예. 말을 따르겠습니다.”기분이 좋아진 우문호는 팔꿈치로 원경릉을 살짝 찌르며 말했다.“한 모금만 주오. 아직 어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리다고 하기도 훨씬 지난 나이네. 집에서 한 모금 정도는 괜찮소. 밖에서는 안 마시면 되지.”경단과 찰떡도 원경릉을 바라보며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기만을 기다렸다.원경릉은 아이들이 모두 아빠와 함께 술을 마시고 싶어 하는 걸 보며, 오늘처럼 즐거운 날은 한 번쯤 허락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직접 아이들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작은 잔에 술향이 은은하게 퍼졌고, 아이들은 금세 웃음을 터뜨렸다.세 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문호를 향해 잔을 높이며 말했다.“아바마마, 아바마마께 한 잔 올리겠습니다!”우문호는 아이들의 풋풋함을 간직한 똑같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성인이 되려고 애쓰는 그들을 보며 그는 뿌듯함과 감동이 교차했다. 그는 아이들과 잔을 부딪치며 말했다.“그래, 부자끼리 한잔하자!”참으로 묘한 느낌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품에 안겨 있던 작은 아이들이 지금은 그와 함께 잔을 부딪치고 있었다.현대에서 지내는 동안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줄어들다 보니, 아이들이 어느 순간 훌쩍 커버린 듯한 착각이 들었다.은은한 촛불이 아이들의 기뻐하는 얼굴을 비췄다. 탁자 아래, 우문호는 원경릉의 손을 잡고 서로 미소를 주고받았다.아이들은 부모님에게 열심히 음식을 챙겨주었다. 환타가 원경릉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어마마마, 드시지요. 아바마마도 손잡지 마시고 어서 드십시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그래. 먹자, 다 같이 밥 먹자!”그녀는 그릇에 담긴 음식을 우문호의 그릇으로 조금 옮기며 말했다.“다 못 먹으니, 조금 먹어주시오.”우문호가 답했다.“그럼, 좋아하는 것만 먹고, 싫어하는 건 나한테 주시오.”그는 그릇을 내려놓고 새우를 까서 마늘장에 찍어
다섯째는 평소 아이들의 자잘한 일들에 항상 주목했다. 아이들을 자랑스러워하다가 금세 우울해지곤 했는데, 원경릉은 그의 모습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게 그의 즐거움이었고, 그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했다.계란이의 길쭉한 팔다리가 앞으로 절대 키가 작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다만 아직 클 나이에 이르지 않았다.원경릉은 예전에 아이들이 빨리 자라길 바랐지만, 이제는 천천히 자라길 바랐다. 그래야 아이들이 곁에 머무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길어질 것이다.섣달그믐날 그들은 연회를 올렸다. 관례대로라면 숙왕부에서 무상황과 함께 보내야 했지만, 올해는 무상황이 미리 사람을 보내 섣달그믐날 숙왕부는 아무런 손님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명을 전했다. 어르신들끼리 다채롭게 보낼 준비가 되어 있으니, 아이들이 와서 방해하지 못하게 하라고 뜻을 전했다.다섯째는 오히려 이 소식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동안 어르신들 앞에서 태상황으로서 위엄을 세우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대우는커녕 오히려 재롱까지 부려야 했기에, 그는 항상 처지가 곤란했었다.무상황이 사람을 보내 궁에 있는 우문호에게 각자 알아서 새해를 보내고, 올해는 함께 모이지 않기로 소식을 전했다.황태후도 어린 공주를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친정 식구들과 명절을 함께 보내본 적이 없다며 어린 공주를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갔다.우문호 역시 만족스러웠다. 항상 북적이는 설날을 보내다 보면, 기진맥진하게 되니 차라리 가족끼리 조용히 보내는 게 훨씬 편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여덟 식구끼리 쉴 수도 있었다.이 소식을 들은 후, 우문호는 아이와 원경릉이 좋아하는 음식을 해놓으라 미리 전했다. 원경릉은 원 할머니를 초대하려 했지만, 원 할머니는 한참 망설이다가 단호히 거절했다. 자주 그녀와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밥도 먹지만 숙왕부의 어르신들과는 그런 기회가 적으니, 이번에는 그들과 함께 명절을 보내겠다고 했다.원경릉은 이 말을 듣고 의아했다. 어르신들과
추 할머니의 건강 상태는 약을 먹은 후 많이 안정되었다. 이전에 폐종양이 신경을 압박해 유발했던 통증이 크게 완화되었고, 이제는 진통제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통증이 사라졌으니, 삶의 질도 개선되었다. 추 할머니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자, 모두가 기뻐했다.숙왕부의 노인들은 갑자기 건강 관리에 눈을 뜬 것처럼 건강한 음식을 먹고,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햇빛을 쬐기 시작했다.운동은 늘 해왔던 일이지만, 과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적당한 운동을 하게 되었다.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그들의 전담 의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 외에도 식단을 짜고, 그에 따라 식사하도록 했다.다들 갑자기 이렇게 말을 잘 들으니,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의아해했다. 나중에야 그들이 회의를 열었고, 새로운 목표를 세운 것을 알게 되었다.그 목표는 바로 20년 후의 북당을 보는 것이었다. 안풍친왕과 무상황이 말하길, 20년 후의 북당은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북당은 그들 심혈을 기울여 온 나라니, 더 나은 북당을 보기 위해 기꺼이 노력하고자 했다.원경릉과 우문호는 마음이 놓였다. 집안에 노인이 있으면 보물이 있는 것과 같고, 나라에 이런 노인들이 있다면 나라의 기반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우문호는 걱정 없이 북당을 힘차게 이끌 수 있었다.그렇게 북당의 경제 발전이 최우선 순위에 놓였다.이리 나리는 나라의 발전을 지휘하는 사람으로서 이전의 여유로운 삶을 지낼 수 없었다. 그는 바쁜 나날을 보내며 산업마다 노조를 설립하였고, 각 노조는 나라의 법에 따라 방향을 잡고 나아가고 있었다.그들은 주변 나라와 장사를 하며 자원을 구매했다.지금 우문호와 이리 나리는 약도성의 철광에 목표를 맞추고 있었다. 북당의 철광 자원은 충분하지 않아 그동안 계속 구매해 왔었다. 하지만 금속은 수출량이 제한적이었기에, 이를 극복하려면 자원을 개발해야 했다.약도성의 철광은 매우 풍부했다. 조사 결과, 금나라와 접경한 산맥 외에도 다른 광산 자원이 발견되었다.
미색은 몰래 원경릉에게 말했다.“이 방법은 왕비 마마께서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그들에게 부드럽게 대하면 안 되고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약한 자는 괴롭히지만, 강한 자에게는 굴복한다고 하셨지요.”원경릉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말 맞는 말 같았다.이틀 후, 원경릉은 청우헌에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때 왕비가 사람을 보내 약이 도착했으니, 원경릉에게 추 할머니의 방으로 오라고 전했다.원경릉은 급히 추 할머니의 방으로 향했다. 방에 들어가 보니 왕비와 다른 두 사람이 추 할머니의 침대 옆에 있었다.두 사람은 현대적인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남자는 짧은 머리에 센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고 잘생긴 생김새에 이리 나리와 비슷한 나이로 보였다. 하지만 그의 몸에서 풍기는 깨끗하고 강인한 기운을 느낀 원경릉은 그가 현대 군인임을 직감했다.그리고 여자는 짧은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고 외모가 왕비와 매우 닮았었다.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있었지만 단정하고 유능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도 역시... 군인처럼 보였다.두 사람의 강한 기를 보아, 계급이 낮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원경릉은 그들이 왕비의 두 자녀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소 흥분했다.그 순간, 왕비가 담담하게 한 마디 소개했다.“이쪽은 나의 아들 진예와 딸 진리다.”원경릉의 흥분된 마음은 단번에 깨져버렸지만, 그래도 예의를 지키며 앞으로 나아가 악수하였다.“안녕하십니까? 저는 원경릉이라고 합니다...”세 사람은 악수하며 웃었다.“들어봐서 자네를 알고 있네.”“정말입니까? 그럼 제가... 삼촌과 이모라고 불러야겠습니다.”원경릉은 여전히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호칭은 중요하지 않네!”진예가 말했다.“약을 갖고 왔다.“왕비가 원경릉에게 귀띔해 주었다.“예, 알겠습니다. 어디 보지요!”원경릉은 서둘러 돌아서서 약을 확인했다. 약은 한 상자 가득했고, 반 해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약이기에, 그녀의 약 상
추 할머니 방에서 나온 원경릉은 마음이 몹시 무거워졌다.사실, 추 할머니는 이미 연세가 많고, 그동안 몸이 계속 좋지 않아 치료를 반복하는 것에 지쳤을 것이 당연했다. 오랜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쉽게 포기하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아마도 추 할머니는 주위 사람들과 이별하기 싫어서 끝까지 버티고 있는 것 같다.원경릉은 그저 새로운 약이 효과가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녀 또한 평생을 함께해온 이들이 드디어 모였을 때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다.모든 것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릴 수 있기를 바랐다.아마도 지금이 그들에게 있어 가장 아름답고, 걱정 없이, 짐 없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일 것이다.요즘 미색도 자주 숙왕부에 들러 작은 일들을 도와주고, 어르신들을 돌보며 노력했다. 미색은 오기 전, 손왕비에게도 함께 가자고 권유했지만, 손왕비는 무상황을 겁내며 오려 하지 않았다.그는 미색에게 원경릉은 이제 더 이상 초왕비나 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황후로서의 신분을 지키며 조심해야 하며, 혼자서 궁 밖으로 자주 나가는 것은 위험하니 반드시 호위를 대동해야 한다고 당부하라고 전해달라고 했다. 손왕비의 말은 선의였지만, 미색은 늘 그래왔듯 그녀를 반박했다."신분이라니요? 신분으로 따지면 숙왕부의 어르신들도 황후 못지않게 귀한 분들입니다!"숙왕부에 도착한 미색은 이 말을 원경릉에게 그대로 전했다.원경릉은 듣고 웃으며 말했다."둘째 형수도 선의로 말한 것이오. 하지만 자네의 말도 맞소. 신분이 뭐가 중요하오? 신분으로 따지면 나는 원래 의원이라네. 황후는 그저 자리일 뿐, 결코 내 영광이 아니라고 생각하네.""전적으로 동의합니다!"미색이 그녀를 지지했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회왕비였지만, 황실의 신분에 얽매이지 않으며, 자신을 대흥 군주라고 여기지 않고 늑대파 출신이라고 자처했다. 그녀는 험난한 강호에서 버틴 사람으로서 자신의 사업을 가지고 있었다.미색은 앞으로 손왕비에게도 일을 시작하라고 권유하
황실에 새로운 가족이 생긴 것은 큰일이었기에, 서둘러 잔치를 준비해야 했다.이전에 원 할머니는 숙왕부에서 자주 연회를 열면 안 된다며 경고한 적이 있었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에겐 고기를 많이 먹는 것이 좋지 않은데 연회라 그저 고기만 먹는 것이 아니라 술도 같이 마시게 되니 절제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 할머니는 큰 경사가 아니면 고기를 금지한다는 엄명을 내렸었다.하지만 제왕 부부가 딸을 낳은 지금은 큰 경사였기에 한 무리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이 기대하는 눈빛으로 원 할머니에게 허락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러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차례로 설득에 나섰고, 결국 원 할머니도 어쩔 수 없이 허락하며, 술과 고기의 양은 반드시 자신이 통제한다는 조건을 붙었다.그녀는 이제 숙왕부의 집사처럼 보일 정도로 나서서 제지했고, 그녀도 이 역할을 즐기는 것 같았다. 그녀가 가장 원하던 노후 생활은 존경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니 말이다.추 할머니의 병세는 약물 치료 후 조금 호전되었다. 병세가 더 악화하지 않았고, 진통제 주사의 빈도도 줄어들었다.사실 원경릉이 사용하는 약물이 병세를 억제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모두의 격려와 그녀의 강한 의지가 병세를 멈춘 이유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숙왕부 사람들은 이것만으로도 또 한 번 연회를 열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원 할머니는 단호히 거절했다.연회가 열리는 날, 원경릉도 참석했다. 그녀는 숙왕부의 활기를 또 한 번 느끼고 싶었고, 그 분위기가 역시나 그녀를 매우 기쁘게 만들었다.나이 든 늙은이들이 마련한 연회가 젊은 그녀조차도 활기를 느낄 정도로 생동감이 넘쳤다.고기의 양은 엄히 제한되었고, 채식 요리가 늘어났다. 원 할머니는 야채를 구워도 맛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었다. 다들 원 할머니의 말을 따르듯 채소를 먹긴 했지만, 여전히 제한된 고기를 서로 차지하려고 분주했다. 모닥불이 모든 사람의 기쁨 어린 얼굴을 비추고 있었고, 안풍친왕 부부도 직접 고기를 구워 열기를 더했다.식사가
며칠 뒤, 다섯째가 정말 아이를 데리고 궁에서 나왔다.원경릉은 이미 화를 풀었다. 그가 어찌 나쁜 마음을 품었겠는가? 그는 단지 딸과 단둘이 시간을 더 보내고 싶었을 뿐이었다.그리고 사실이 증명하듯이, 계란이는 무상황을 만난 후 아버지를 금세 잊어버렸다. 그녀는 무상황을 태조부라고 부르며 함께 뜰을 산책하고, 함께 식사하며, 얼굴과 손을 닦아 주고, 함께 바둑도 두었다.이때 택란이가 조심히 원경릉에게만 말했다.“어마마마,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이 돈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들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금이고 은이고 다 주려 한다면, 틀림없이 아주 사랑한다는 증거일 것입니다.”원경릉은 순간 자신이 이 사실을 잊고 지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 무상황의 계란이에 대한 애정은 누구보다 특별했다.예전에 그녀는 무상황이 계란이를 너무 편애하여 다른 왕비들이 질투해, 형제자매 사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했었다.실제로 손왕비가 몇 마디 불평하며 약간 질투를 내비치긴 했지만, 미색이 바로 반박했다. “뭘 안다고 그러십니까? 이 금을 계란이에게 준다면, 앞으로 조정에 돈이 필요할 때 계란이가 가만히 보고만 있겠습니까? 손왕비나 제가 받았다면, 돈을 내놓으려 하겠습니까?”이 말에 손왕비는 순식간에 화를 가라앉히고, 곧장 원경릉에게 사과했고, 그 이후로 원경릉도 더는 걱정하지 않았다.우문호와 원경릉은 함께 정원을 거닐며, 안풍친왕의 자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섯째도 이 소식에 안도하며 말했다.“그들을 만나보고 싶소. 삼촌이라고 불러야 하오? 아니면 작은아버지라고 불러야 하오?”아직 그는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지 적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그들이 돌아온다고 들었지만, 언제가 될지는 모르오.”원경릉이 대답했다.“안풍친왕의 성격을 생각하니, 자녀들도 그를 닮았을지 궁금해졌소.”원경릉이 웃으며 여우 같은 한 가족이진 않을까 생각했다.안풍친왕의 자녀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지만, 원용의에게서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원용의가 아이를 낳았다.제왕은 아이를
“황조부님, 다섯째와 계란이가 왔습니까?”원경릉이 무상황에게 묻자, 무상황이 순간 하던 동작을 멈추고, 얼굴에 기쁨을 띄우며 말했다.“그들이 온다고? 그럼, 얼른 사람을 불러 음식을 더 준비하라 해서 둘이 술 한잔해야겠구나!”원경릉은 깜짝 놀랐다. 그의 말을 들으니, 그들 부녀가 아직 오지 않은 듯했다.그들은 그녀를 찾으러 궁을 나선 것이 아니었던가? 평소 바쁘던 그가, 오늘 이렇게 일찍 업무를 마쳤는데, 자신을 찾지 않았다면 대체 어디로 간 걸까?그녀가 궁을 나설 때, 그는 틈이 나면 왕부에 들르겠다고 약속했었다.무상황은 그녀가 말이 없자 물었다.“그래서 온다는 것이냐, 안 온다는 것이냐?”원경릉은 그들 부녀가 자신을 두고 나가 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안 옵니다.”무상황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래, 무슨 계란이를 데리고 나를 보러 오겠느냐?! 쓸데없는 생각이구나.”그의 심기가 불편해지는 것 같자, 원경릉이 더 기분 상할 틈도 주지 않게 서둘러 그를 달랬다. “분명 온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일이 많은 탓에 아직도 바삐 보내나 봅니다.”“거짓이다!”하지만 무상황은 여전히 믿지 않았다.“계속 바쁘면 직접 오지 않고, 사람을 시켜 아이만 보내면 되지 않느냐? 그놈은 계란이가 이곳에 오면 궁에 가지 않을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계란이를 빼앗아 갈지 걱정해서지.”그럴 가능성도 있었다. 딸에 대한 다섯째의 애정은 언제나 독단적이었다. 심지어, 어머니인 그녀의 자리를 탐낼 때도 있었다.원경릉이 서둘러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왕비님께 자녀가 있다고 들었는데, 조부님께선 알고 계셨습니까?”“알고 있지.”무상황이 순간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되물었다. “넌 몰랐단 말이냐?”“아무도 제게 말해주지 않았습니다.”원경릉은 억울해하며 답했다.“부부라면 자녀가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걸 일일이 말해줘야 하는 것이냐?”무상황은 그녀를 약간 어리석게 여겼다.“……”원경릉은 잠시 생각하다
원경릉은 추 할머니와 함께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뒤, 이리 나리를 몰래 끌고 나가 조용히 물었다.“왕비께 자녀가 있습니까?”그러자 이리 나리가 되물었다. “예이와 진이를 말하는 것이냐?”원경릉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네, 예이와 진이입니다. 그들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북당에는 없다. 하지만 스승님께서 이미 추 마마를 보러 오라고 하셨다는구나.”추 할머니와 왕비가 같은 세대 사람이였기 때문에 이리 나리는 항상 추 할머니를 마마라고 불렀다.“그들이 돌아온다니… 정말입니까?”원경릉은 순간 이유 모를 흥분을 느꼈다. 그들에게 자녀가 있다는 것을 몰랐을 때, 북당이 그들을 제대로 대우해 주지 않아,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한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그들에게 자녀가 있다는 말을 들으니 정말 기뻤다.“그래. 돌아올지 말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돌아올 것 같다고 생각한다. 사부님이 명을 내렸으니, 감히 거역하지 못할 것이다.”“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아마 다섯째도 만나고 싶을 것입니다. 어찌 그들은 친왕과 왕비의 곁에서 지내지 않는 것입니까?”“상황을 대충 알고 있지 않느냐? 사부님께서 한때 황태자가 될 뻔하셨다. 그래서 그들은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무상황도 장인어른께서도 황위에서 물러나 다섯째가 황제가 되었다. 상황이 변했으니, 그들도 이제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혹시 그들이 너무 조심스러웠던 건 아닙니까? 굳이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될 것입니다.”원경릉이 답했다.이리 나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주 작은 위험이라도 있을 수 없다. 작은 일이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니 조정에 폐를 끼칠 수 있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동안 일이 참 많지 않았냐?”원경릉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라에 수많은 문제가 쌓여 있어 몇십 년 동안도 해결되지 않았으니, 굳이 더 많은 문제를 만들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자세히 생각하니, 북당이 그들에게 빚진 것이 참 많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