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임무우문호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폐하……”정말 이상한 일 투성이다, 아바마마는 뜻밖에 이혼에 동의하신 건가? 그리고 그 말투 짜증나네.“그대로 하면 될 일이야.” 명원제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주명취가 시집을 오고 소란이 끊이지 않았다. 작은 일은 주재상의 얼굴을 봐서 못 본 척 했지만 그렇게 눈감아 준 대가는 무법천지에 황실의 체면을 중요시 여기지 않은데다 주명취는 개인적으로 친왕들 사이의 불화를 부추겼기에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처음에 주명취의 명성은 결코 이렇지 않았으며 바깥에서 다들 주명취는 온유하고 현숙한 여인으로 주씨 집안의 자랑이었다.“아바마마.” 우문호가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아바마마의 뜻은 일곱째의 청을 받아들이시는 것입니까?”“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나? 흉기까지 본 마당에.” 명원제는 아비로서 참고 견디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혼 후 각자 혼인하면 두 집 모두에게 잘된 일이지.”우문호는 심지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아바마마의 이 말은 진짜 위선적인데, 전혀 위선인 줄 알아볼 수 없도록, 오히려 각별히 마음을 쓰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하다.“이 일은 7일 내에 합당하게 처리하고, 처리하지 못할 시에는 돌아와서 벌을 받도록, 가봐.” 명원제가 차갑게 말했다.우문호는 명을 받들고 제왕을 찾아 형제가 서로 부축해주며 궁을 나왔다.명원제는 아직 장계를 읽고 지시를 내려야 했다, 황제란 다른 사람보다 의자가 좀 큰 거 빼고는 나은 게 뭐가 있지?황제는 다 짧게 살았다.목여태감이 옆에서 먹을 갈며 기쁘게: “폐하께서 제왕과 초왕 사이에 의가 상하지 않은 것을 보셨으니 안심되시겠습니다.”명원제는 낮은 목소리로: “다섯째는 생각이 많고, 일곱째는 사고가 단순하니 다행히 이렇지만 만약 다른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싸움이 났을 것이고 싸우지 않으면 앞으로 서로 암투를 벌이겠지, 역대로 여자때문에 형제가 서로 반목하고 원수가 된 일이 어디 한 둘인가, 그래서 이 이혼 건은 단단히 틀어쥐고 다시는 주명취가 풍파를 부추기게 해
주명취에 대한 진심을 말하는 제왕우문호는 반쯤 엎드려 있고 제왕은 반쯤 누워있어 두 사람은 어딘가 모지리들처럼 얘기하고 있다.“다섯째 형, 아바마마께서 내가 왕비 쫓아내는 걸 형 더러 도우하고 했어?” 제왕은 약간 믿을 수 없는게, 당시에 아바마마께 말했을 때 아바마마는 나가라고 화를 내셨단 말이지.“그래, 주재상의 체면을 상하지 않게 하라고 말씀 하셨어.” 우문호 입장이 상당히 난처한 게, 헤어지기로 합의를 했든, 일방적으로 소박을 맞았던 주씨 가문 입장에선 남편에게 버림받은 아내를 내놓는 건 마찬가진데 어떻게 체면을 상하지 않을 수 있겠어?“아바마마는 왜 형한테 시켰어? 본인이 생각하신 방법대로 하시면 되잖아? 우리보다 머리도 잘 쓰시던데.”우문호는 조심스레 뒤쪽을 치켜들어 최대한 통증을 줄여보는 가운데 끙끙거리며, “아바마마께서 주재상의 체면을 구기지 않는 방법을 생각해 내셨다면 오늘밤 네 형이 매를 맞을 필요도 없었지, 아바마마께선 어찌해봐도 안되시거든, 성지를 내리는 건 더더군다나 안되는 게 그러면 주재상이 얼굴 들고 다닐 수 있겠어?”“그럼 형은 뭔가 방법이 생각났어?” 제왕이 물었다.“너 정말 잘 생각해 본 거 맞아?” 우문호가 머리를 그쪽으로 향하며 물었다.제왕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윽하게 우문호를 바라보고, “다른 선택지가 없잖아?”“네 생각은 어떤데? 진심으로 합의 이혼하고 싶은 거야?” 우문호가 뜨끔한 것이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제왕의 속얘기를 물은 적이 없다.제왕은 흔들리는 마차 가리개 꼭지 쪽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하더니 속얘기를 꺼내 놓기로 결심했다. 아무튼 오늘밤 형제 사이에 다시는 비밀이 있어서는 안된다.“사실 주명취는 날 사랑한 적이 없어, 형을 사랑해. 하지만 그 사랑이 야심에 졌지. 내가 지금까지 돌아가지 않은 건 그녀를 보면 무서워서 그래. 이 일 전에 그녀랑 딱 한 번 싸웠는데 그 한 번에 내 마음이 완전히 얼어버렸어, 형 내가 무슨 말 들었는지 맞춰 볼래?”“뭔데?” 우문호가 물었다.제왕이 차갑게
궁에서 돌아오는 제왕과 초왕이 물음에 우문호는 약간 당황스러웠다.왜냐면 자기 스스로도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자연히 생각할 필요조차 없었던 게 원 선생이 아이를 가진 이래 우문호의 마음이 그녀로 가득 차 있어 다른 일이 들어올 여지가 없었다. 지금 제왕이 물어서 우문호는 잠시 당황했다가 어떤 일은 이유 같은 거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려 놓은 건 그냥 내려 놓은 거다.“형.” 우문호가 망설이며 말이 없자 제왕이 조금씩 몸을 버티다가 화들짝 놀라며 우문호에게, “아직 그녀를 좋아하는 거 아니겠지?”우문호는 제왕에게 눈을 흘기며, “말도 안돼는 소리 하지 마. 네 형수 속 좁은 거 몰라?”“그럼 형은 아직 좋아하는 거야 아니야?” 제왕이 물었다.우문호가 고개를 저으며, “안 좋아해.”“어떻게 한 거야? 이렇게 빨리 그녀를 잊을 수 있다니.”우문호는 다시 생각해보는데, 어떻게 했더라? 우문호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잠시 후 제왕은 고개를 들고 얼굴이 환해 지더니, “왜냐면 형한테는 형수가 있잖아.”“그러고 보니까, 다른 사람이 있으면 잊을 수 있다? 이거 일종의 대체 요법 이구만, 다른 여자를 찾아야 한다, 그렇지?” 제왕이 뭔가 생각이 있는듯 말했다.우문호는 속으로 전전긍긍한 것이,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일이다.하지만 겉으론 적극적으로: “ 맞아, 얼굴 동그란 기지배 있는 데를 좀 자주 가봐, 빨리 내려놓을 수 있을 거야.”원용의 얘기를 하니 제왕이 탄식하며: “이번에 원비가 조어의를 데리고 제왕부로 돌아와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그렇지 않았으면 이 목숨도 보존하지 못했을 거야.”“형수가 보낸 거야.” 우문호가 원경릉의 공로를 챙기는 게, 일곱째는 줄곧 원 선생에게 약간 편견을 가지고 있어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한 걸음도 양보하지 않고 반드시 생각을 바꿔주고야 말겠다는 일념이다.제왕은 전혀 듣지 않고 혼잣말처럼, “사실 동그란 얼굴이 사람은 괜찮지, 사려 깊게도 나에게 왕비를 소개해 주겠다 더라고.”우문호가 갑자기
맞고온 우문호의 말남의 부부가 헤어지던 말던, 다섯째가 무슨 상관인데? 굳이 밤늦게 궁으로 불러들여서 곤장을 때리다니 사람을 너무 함부로 여긴다.서일이 우문호를 침대까지 부축해서 우문호가 엎드리자 서일이 한손으로 옷을 벗기는 김에 우문호의 바지를 내리자 사식이와 녹주가 얼른 눈을 가리더니 뒤를 돌아 냅다 달아났다.우문호는 뒤쪽 하반신이 썰렁해서 돌아보더니 이를 갈며 소리치길: “서일, 당장 꺼져!”서일이 당황해서, “상처치료는 안하세요?”원경릉은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손을 내저으며, “서일 넌 가서, 물 끓여서 가져와.”서일이 ‘에’하고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한 왕야 얼굴을 멀뚱멀뚱 바라보며, 정말이지 갈수록 왕야 모시기가 힘들다고 생각했다.서일이 나가고 우문호가 성질을 부리며: “서일은 다시는 내 곁에 못 있을 줄 알아.”원경릉은 우문호의 시뻘건 허벅지와 엉덩이를 보고 비록 지난번처럼 피와 살이 엉겨 붙어 있지는 않지만 피멍이 크게 들어 있고 피하출혈이 비교적 심각해서 피부가 얇은 부분은 벌어져 피가 베어 나온다.원경릉은 약 상자를 열고 소독약을 출혈 부위에 바르며 역시 눈물을 참지 못하고, “왕야는 스무 대나 맞았는데 제왕은 몇 대 맞았어?”“일곱째는 안 맞았어.” 우문호가 침대에 엎드려 차가운 소독약 기운에 편안하다.“무슨 근거로?” 원경릉이 화가 치밀어서, “그 사람들이 헤어지는데 왜 왕야만 맞는 건데?”“몰라서 그래,” 우문호가 고개를 돌려 원경릉에게, “일곱째가 다쳤어, 주명취가 비녀로 일곱째 가슴이랑 배를 찔러서 피를 많이 흘렸어.”원경릉이 놀라서 완전 굳어버린 채, “정말?”“그렇다니까? 오늘밤 나랑 일곱째랑 같이 입궁했는데 아바마마께서 일곱째가 가마를 타지 못하게 하셔서 걸어 들어가야 하는데 일곱째가 사실 못 걸으니까 내가 들고 갈 수밖에 없었지 뭐야, 봐 내 손목이……”우문호가 말하면서 소매를 걷고 어혈이 든 손목을 드러내자 손목에 온통 어혈이 맺혀 퍼렇게 멍이 들어 있다.이 모습에 원경릉은 더욱 마음이 아팠지만
주명취와 이혼에 대한 서일이 내놓은 해법탕양과 원경릉이 진지하게 우문호를 보는데 둘 다 어안이 벙벙하다.원경릉이 급하게: “스무 대를 맡겨 놨다는 게 무슨 소리야? 아바마마께서 왕야한테 무슨 어려운 문제를 내셨는데?”우문호가: “아바마마께서 일곱째가 정정당당하게 주명취와 헤어지게 하되 주재상의 체면은 상하지 않게 하는 방법을 최대한 빨리 생각해 내라고 하셨어.”탕양이 고개를 흔들며, “아마도 주재상의 체면을 상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않을까요, 버림받은 아내를 배출한 것은 어찌해도 체면을 구기는 것인데 헤어지는 거든 쫓겨나는 거든 누가 신경 쓰겠습니까?”우문호가 턱으로 머리를 지탱하고 짙은 눈썹을 찌푸리며, “내가 어찌 모르겠는가? 하지만 아바마마의 어명이 그러하셨네.”원경릉이 근심에 쌓여, “이번 이혼은 원래 체면을 따질 일이 아니라 둘이 못 살겠다는 거잖아. 보통 못살겠는 데는 원한이 있기 마련이고 원한이 있는 상황에 체면을 따질 겨를이 어디 있어, 정말 어렵네.”탕양도: “이번은 정말 불시의 재난입니다. 제왕 부부가 이혼하는데 어쩌다 초왕부 사람이 불행을 당합니까.”원경릉도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만 방법이 있나? 이 세계는 원래 절대적인 공평이란 게 없다.세사람이 말없이 머리를 짜내서 생각을 거듭했다.약주를 바르자 어혈이 좀 사라지며 우문호도 꽤 편해져서 일어나 몇 걸음 걷더니, “많이 나아졌어.”원경릉이 우문호를 부축하며 걱정스럽게: “이번엔 심하게 안 맞았지만 이번에 시킨 일을 제대로 못했을 때 스무 대는 만만치 않을 거야.”우문호가 위로하듯: “너무 걱정하지 마, 이 일은 적어도 며칠은 끌 수 있어.”“며칠 끌면 방법이 있어?” 원경릉이 얼른 물었다.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방법은 없지, 하지만 며칠 뒤에 내 상처는 괜찮아질 테니까 다시 스무 대를 더 맞아도 버틸 수 있어.”원경릉은 순간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세 사람은 한없이 서글퍼졌다.문 앞에 머리 하나가 안을 살피는데 서일이 안절부절 못하는 얼굴로 조그맣게: “재상이
주재상을 부른 희상궁과 선물“마음이 아픈 걸.” 원경릉이 우문호의 가슴에 엎드려 오열했다.둘이 같이 있으며 지금까지 반 년 정도 시간에 칼에 찔리고 곤장을 맞는 등 얼마나 많이 다쳤는지 알아?우문호의 몸이 성할 날이 없다.우문호가 원경릉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네가 이렇게 말해주니까, 내가 앞으로 어떤 고충을 당해도, 아무리 매를 맞아도 하나도 억울하지 않아.”우문호는 원경릉을 똑바로 눕히며, “이렇게 엎드리지 마, 배 눌리면 어떡해.”우문호는 손을 원경릉의 배에 올려놓고 옆으로 안으며 그녀의 입술에 뽀뽀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푹 자,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어.”원경릉이 우문호의 얼굴을 바라보니 형제 지간의 차별과 편애 생각에 마음 속은 여전히 부글부글 하지만 관두자, 제왕도 지금 불쌍하고 이 일은 제왕 탓이 아니니까.원경릉은 이혼 문제가 순조롭게 해결 돼서 앞으로 생활이 그 사람때문에 망치는 일이 없길 바랬다.다음날 우문호가 출근하고 원경릉은 바로 희상궁에게 가서 이 일을 얘기했다.희상궁이 듣더니 역시 우문호를 마음 아파하며, “지난번에 매를 맞고 어젯밤 또 스무 대를 맞으셨는데 만약 이 일이 틀어져서 또 스무 대를 더 맞으시게 되면 왕야께서 어찌 매를 이기시겠습니까?”희상궁이 원경릉을 위로하며: “왕비마마도 걱정 마세요. 제왕 부부의 이혼은 8, 9할은 이미 끝난 일인데다 황제 폐하의 뜻이 그러하시니 결국 누군가의 명예에 금이 가더라도 이 일은 진행시켜야 지요. 주씨 집안에서 조금이라도 체면을 생각한다면 자기들이 처리하는 편이 낫지요. 사람을 시켜 쪽지를 보내 내일 그분께 오시라고 해서 이 일을 얘기하겠습니다.”원경릉이 감격해서: “희상궁, 정말 너무 고마워요.”희상궁이 웃으며, “왕비마마 무슨 말씀 이세요? 감사라니요? 이 목숨은 왕비마마께서 구해주신 거잖아요.”원경릉이 이제 편하게 웃으며, “그런 말 하지도 마요, 한 지붕아래 산 인연인데.”희상궁이 사람을 시켜 쪽지를 보내고 내일이나
희상궁과 처음 밥을 먹는 주재상이쪽에서는 아랫사람들에게 주재상이 왔다는 말을 듣고 희상궁은 우선 직접 찻물을 준비하고 특별히 호명(胡名)을 시켜 주방에 간단한 요리를 두개를 만들어 달라고 분부했다. 이 시간에 오는 걸 보면 아마 식사를 못했을 테니 말이다.주재상이 와서 희상궁과 먼저 차를 마시고 있는데 밥과 반찬이 다 돼서 들어왔다.주재상이 이렇게 많이 왔지만 남아서 밥을 먹긴 처음이다.시중을 드는 건 호명으로, 주재상이 매우 정중하게 호명에게 은자 한 덩이를 하사하니, 황송해서 호명이 감히 손을 뻗어 받지 못했다.희상궁이 웃으며: “어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려야지?”호명이 얼른 감사인사를 하고, 주재상은 호명이 나가자 단정하게 앉았다.처음으로 자기가 사랑하는 여인과 밥을 먹는데 조금이라도 수고비를 더 주는 게 남자의 체면이고 도리라고 생각했다.희상궁이 미소를 지으며: “이 요리는 제가 만든 게 아닙니다, 당신이 오실 줄 알았으면 제가 직접 주방에 가서 만들어 드리는 건데.”“앞으로 기회는 많네.” 주재상이 희상궁을 보고 여전히 엄숙하나 눈빛은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네!” 희상궁이 미소를 지으며, “그럼 식사하세요.”주재상이 희상궁에게, “사람을 시켜 쪽지를 가져오라고 해, 일부터 얘기 해야지 안 그러면 밥이 제대로 넘어 가겠나.”희상궁이 주재상에게 차를 따르며, “식사를 안하시면 차 한잔 더 드세요.”주재상이 한 모금 하더니, “마셨어, 말해봐.”희상궁이 어이없다는 듯, “이렇게 하면 제가 어떻게 얘기를 해요? 입을 못 떼겠네요.”“나한테 부탁할 거 있어?” 주재상이 물었다.희상궁이 고개를 끄덕이며, “예.”“초왕비가 부탁하라고 했어?” 주재상은 역시 주재상이다.희상궁이 계속 차를 따르며, “왕비가 청한 게 아니라, 제 자신의 뜻이에요.”“그러니까 초왕비가 부탁을 다하고 어쩐 일이야? 초왕비가 나한테 간청하면 내가 들어줄 수도 있는데.” 주재상이 패기 있게 말했다.희상궁이 주재상을 보고 찻주전자를 내려놓은 뒤 두 손을 가
주재상의 손수건과 불안한 원경릉주재상이: “초왕부에 두 번 빚을 졌지, 만약 이 일을 내가 해서 모두 안심이라면 내가 하면 돼.”희상궁이 한시름 놓고 묻길: “당신이 왜 초왕부에 두 번 빚을 졌어요?”주재상이 밥을 먹으며 애매모호하게: “초왕비가 당신을 두 번 구해주지 않았어?”희상궁이 당황해서 주재상을 멍하니 쳐다보고, 눈가에 순간 눈물이 맺히는데 감추듯 얼른 닦아내고: “식사해요.”주재상이 찬찬히 희상궁을 보더니 어디서인지 모르게 손수건을 꺼내서 그녀에게 건네며, “눈물 닦아, 앞으론 쉽게 울지 말고. 눈 상해, 자신을 소중히 여겨야지. 머리카락 한 올도 소홀히 다뤄선 안돼, 이 생이 고작 이 만큼 남았단 말이야.”희상궁이 손수건을 받아 들어 눈물을 닦고, “손수건은 어디서 났어요? 이렇게 나이 든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고운 손수건을 들고 다녀요?”“초왕비에게 호랑이무늬 신발 한 쌍 선물했는데 이건 그 신발 싼 거야.” 주재상이 말했다.희상궁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당신이 사람을 시켜서 만든 호랑이무늬 신발이요? 당신 올때마다 선물을 하나씩 가져 온다면서요.”“가져와야지, 신세를 지고 있는 마당에, 나는 매번 소소한 장난감 같은 거 가져와서 돈 별로 안 들어, 하지만 도리는 다 해야 내가 자주 와도 초왕비가 안 싫어하지.” 주재상이 이렇게 말했다.희상궁이 웃으며: “안 가져와도 당신 안 싫어해요.”“그래도 가져 올까 봐, 초왕비 배속에 아이를 당신이 좋아하니까, 나도 좋아 할거야.” 주재상이 밥그릇을 들고, “어서 먹어, 밥 먹을 시간을 놓치면 위장에 좋지 않아, 회복하는데 신경 써야지.”“에.” 희상궁도 먹기 시작했는데 식사하며 주재상을 흘깃 보니 진지하게 꼭꼭 씹어 먹는게 정말 건강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희상궁은 말할 수 없이 감개가 무량했다.주재상이 요즘 특별하게 자신을 아껴주고, 하루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애쓰는 걸 안다.그녀도 이렇게 하는 게 마땅하다.이쪽에서 주재상의 승락을 얻었다고, 주재상이 간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