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명취는 화가 나서 심장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절대 이혼은 안돼! 못해!’그녀는 자신이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같았다. 만약 이렇게 이혼을 당하고 친정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녀의 인생은 이제 끝이다. 하지만 그녀도 자존심이 있기에 이혼을 다시 생각해보자고 할 수도 없었다. 마음속에는 수만 가지의 생각들이 떠올랐지만 그녀의 마음속 결론은 하나였다.“내일 혼자 가. 난 왕부에서 기다릴게.”“그래 그럼 결과는 와서 말해줄게.” 제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말을 마치고 벌떡 일어나서는 밖으로 나갔다.주명취는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렇게 망할 수는 없어. 내 인생 이렇게 끝날 수 없어! 감히 나를 버려? 어림없어!’사실 그녀도 이혼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녀는 제왕과 이혼을 하고 우문호를 찾아갈 생각이었지만 지금 우문호도 그녀를 받아주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도 받아줄 가능성이 없을 것 같았다.제왕은 비록 패기가 없고 무능력하지만 황제의 적자이니…… 언젠가는 황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녀는 그가 자신의 무능력함을 인정하고 사죄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는 그녀의 예상을 한참 빗나갔다. 그 순간 주명취의 마음속에 사나운 파도가 일었다.만약 과거로 돌아가는 시계가 있다면, 그녀는 제왕말고 우문호를 택할 것이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 돌아갈 수 없다.그녀는 태자가 되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는 제왕이 싫었다. 그녀가 그를 태자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데, 제왕은 그녀의 마음도 몰라주고 늘 좋은게 좋은 것이라는 우유부단한 태도였다. ‘내가 저런 무능력하고 야망 없는 남자에게 버림을 받다니……’배신감과 굴욕스러움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그녀는 정신이 혼미했다.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그녀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몇 번 한 후 비녀를 뽑아 비녀 끝으로 자신의 손목을 그었다.제왕이 막 정원을 나서려는데 주명취가 있던 방에서 시녀가 비명을 지르며 뛰어나왔다.그
그러나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눈물만 뚝뚝 흘리며 몸을 떨었다.제왕은 조어의와 원용의를 보며 나가 있으라고 손짓했다.원용의가 조어의를 끌고 나가려고 하자 조어의는 가루약을 내려놓으며 시녀에게 분부했다.“이것은 지혈분입니다. 상처에 뿌리고 감싸 놓으면 이틀 후에 상처가 아물 것입니다.”바닥에 흩뿌려진 피를 보고 겁을 잔뜩 먹은 시녀는 덜덜 떨며 지혈분을 받았다.제왕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을 나가라고 한 후 주명취 옆에 앉았다.“왜 그랬어.”주명취는 머리를 옆으로 돌리고 눈물만 흘렸다.제왕도 그런 그녀를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러나 제왕도 이번만큼은 애매모호하게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원용의와 대화를 하면서 그도 깨달은 바가 있었기에 주명취의 속내를 알고 싶었다.‘명취가 나를 걱정하는 마음에 그런 걸까? 내가 원하지도 않는 일은 명취가 강요할 리가 없다. 나는 이 나라의 왕이다. 내가 왜 원하지도 않는 자리를 놓고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가.’그는 피바다 속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저 온화하고 한가로운 북당의 왕으로 남고 싶었다. 하지만 똑똑한 주명취는 달랐다. 그녀는 제왕에게 태자가 되지 않으면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왕은 주수보의 외손자로 현 황후의 적자이다. 만약 맏형이 태자가 되고 그 후에 황제가 된다면 위험인물인 제왕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하지만 태자가 되면 모든 게 편해질까?제왕은 해결되지 않는 딜레마 속에 빠진 기분이 들었다. “우린 그만하는 게 좋겠어. 너와 혼인하는 그 순간부터 본왕을 알고 있었다. 네 마음속에는 내가 없다는 것을…… 본왕은 네가 다섯째 형님을 좋아한다는 걸 안다. 우리의 혼인 생활이 평탄하지 않을 거라는 것, 어느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너도 억지로 내 비위 맞추며 제왕부에 있을 필요 없다. 헤어져서 각자 편하게 지내는 것도 행복해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주명취가 고개를 돌려 제왕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손목을 그었음에도 제왕의
제왕이 비틀거리며 고개를 숙여 주명취의 손을 보았다. 그녀의 손에는 혼인하고 3일 후에 그가 그녀에게 선물로 준 비녀가 들려있었다. 비녀의 끝에는 빗살 무늬처럼 촘촘하게 각인이 되어있고, ‘백년해로’라는 네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는 조금의 고통스러운 표정도 없이 배에 꽂힌 비녀를 뽑아냈다.피는 사방으로 튀었고, 피를 많이 흘린 탓인지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는 소매로 비녀에 묻은 피를 닦고, 비녀를 주명취의 앞에 놓인 탁자에 내려 놓았다.“잘 지내거라.”그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문쪽으로 걸어갔다. 주명취는 놀란 눈으로 그의 뒷모습을 보며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었다.“우문경…… 너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야.” 그녀는 조용히 읊조렸다.“아니, 내 평생 내린 결정 중에 가장 옳은 결정이야.” 제왕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주명취는 처음 보는 제왕의 결의에 찬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원용의와 조어의가 깜짝 놀라 제왕을 부축했다.조어의는 주명취가 다시 자살시도를 할 까 봐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제왕이 이런 몰골로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제왕을 부축하는 원용의의 옷은 피로 축축해졌고 그의 가슴과 배에서는 피가 뿜어져 나왔다.“와야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겁니까? 조어의! 빨리가서 어의와 시위를 불러오세요!”그녀는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제왕은 원용의의 부축을 받으며 힘 없이 “가자.”라고 말했다.원용의가 방 안을 들여다보니 맨발로 그 둘을 바라보고 있는 주명취가 보였다. 그녀의 안색은 음침하고 차가웠으며 눈은 공허해 보였다.원용의가 화가 나서 방 안으로 뛰어들어가려고 했다. 그러자 제왕이 원용의를 붙잡았다.“내가 다친 건 저 여자랑 관련 없다. 가자.”제왕이 다쳤다는 소식에 황실의 어의와 황제를 지키는 시위들도 달려왔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주명취를 내버려 두고 제왕을 부축해 자리를 떴다.제왕의 상처는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 주명취는 온 힘을 다해서 찔렀겠
황후는 주명취와 명원제를 번갈아 보며 안절부절못했다. 명원제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황후가 증조 마님에게 이 상황을 해결해달라는 식으로 눈짓을 보냈다.“황상, 황후 마마, 제왕은 황가의 자손으로서 명취가 그의 옥체를 손상시킨 것은 명백히 처벌을 받아야 하나, 억울함에 충동적으로 행동한 며느리를 용서하시고 거짓 소문을 퍼뜨린 원후궁을 엄벌하시어 황실과 주씨 집안의 체면을 바로 세우길 간곡히 청합니다.”증조 마님의 말의 결론은 주명취의 실수를 용서하고 원후궁을 벌하라는 것이다.황후는 증조 마님이 황실과 주씨 가문을 결부시켜 말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명원제의 눈치를 살폈다.노인의 말을 듣고 명원제도 썩 기분이 좋지 않은 듯 입술을 오므렸다.“노부인, 조바심 내지 마세요. 이 일은 짐이 철저하게 조사해 책임을 묻겠습니다. 참, 노부인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주수보에게 들었습니다. 늦었으니 빨리 돌아가 쉬세요.”명원제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차가운 눈빛으로 주명취를 보았다.증조 마님은 넋 나간 표정으로 명원제를 보았다. 명원제는 나가면서 목여태감에게 초왕과 제왕을 불러오라고 분부했다.“황상, 제왕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만……”“그래도 안 죽는다.” 명원제의 차가운 목소리에 목여태감도 어찌할 수 없었다.“그리고 이 일을 태후께도 알리고, 이리로 오시라고 하거라.” 명원제가 말을 덧붙였다.목여태감은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황후는 명원제가 나가는 것을 보고 증조 마님을 부축해 의자에 앉혔다.“조모, 황상께 그렇게 말씀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황상께서 지금 노하셨잖아요!”“황후, 이것이 다 당신이 잘 못해서 일어난 일입니다. 아들 하나 간수 잘 못하는 어미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습니까? 어찌 후궁이 정비를 몰아내려고 계책을 세우는 것을 모를 수가 있습니까? 명취가 얼마나 억울했겠어요!”“조모, 본궁은 북당의 어미입니다. 말을 삼가세요. 그리고 우리 경이가 우유부단한 성격이지만 아무렴 후궁의 계책에 넘어가 정비를 내쫓겠습니까? 얼마 전에
억울한 주명취와 태후의 등장주명취가 여전히 울고 있는 것을 보고 황후가 화가 나서: “질질질, 그저 질질 짤 줄만 알아, 감히 남편을 죽이려 들 땐 언제 고 울긴 왜 울어?”“그만해!” 증조 마님이 일갈했다.황후가 차갑게: “할머니, 제가 하는 말은 사실이라, 황제 폐하도 이 일에 관여하지 않으십니다. 그러니 할머니도 참견하지 마세요.”증조마님을 이런 말투로 대한 사람이 어디 있기나 했나? 바로 일어나 화를 내며: “좋다, 이 일은 어미로서 상관하지 말라고하니, 네 아비에게 신경 쓰라고 해야겠구나. 명취야, 가자.”주명취는 계속 울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그 어느때보다 맑았다.이번에 입궁해서 뭔가 논리가 안 생기면 나간 뒤에 만회할 수 없는 게 확실하다.그래서 할머니의 말을 듣고 주명취는 꿇어앉아 울며: “증조 할머니, 고모, 이 일은 분명 제가 잘못했습니다. 어찌되었든, 저도 다시는 남편을 해치지 않을 거예요.”주명취는 무릎걸음으로 앞으로 나와 황후의 치맛자락을 붙들고 눈물을 흩날리며: “고모, 조카는 정말 부부의 정을 끊을 길이 없습니다. 고모께서 말려주세요. 이 일이 그냥 이렇게 지나가면 안되나요? 앞으로 다시는 이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거예요, 제왕 전하가 원후궁을 총애하면 총애 하시라고 하죠, 조카가 다시는 성깔부리지 않겠습니다.”질투해서 다퉜다는 죄목이 그나마 다른 것보다 낫다.밖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후마마 납시오!”황후는 화들짝 놀라 서둘러 일어나며, “이 일이 어떻게 태후마마께 알려졌지?”증조마님과 주명취도 서로 마주보며 얼굴색이 굳어졌다.세 사람은 나가서 맞이하는데, 증조마님은 그동안 줄곧 안하무인 격으로 소씨 집안 사람을 무시해왔지만, 감히 현 태후가 뭐 대단하냐는 식으로 대하진 못했다.태후는 검은색 봉황 옷을 입어 위엄이 가득해 보이고, 세 사람이 무릎을 꿇고 예를 취하는 것을 보더니 안으로 들어와서야 비로소: “예는 그만 되었네, 들어들 오시게.”세 사람이 황후전 안으로 들어가자 태후가 자리
황후 앞에서 주명취의 진실이 밝혀지고황후는 그제서야 한시름 놓이는 것이 일곱째가 첩을 총애하고 본처를 멸시한다는 말이 걸렸는데, 만약 그 말이 사실이면 어전에서 벌을 논하게 되므로 앞날은 날아가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황후도 이 일이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 없이 서둘러: “만약 아직 합방을 하지 않았으면 어찌 첩을 총애하고 본처를 멸시한다고 할 수 있겠느냐? 이 말이 새나가면 세상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야.”증조마님도 멍청한 게 아니므로 주명취의 얼굴색을 보고 태후가 말한 것이 사실임을 알았다.하지만 증조마님이 멍청하지 않은 줄 알지만 사실 멍청했다. 만약 후궁 때문이 아니라면 제왕은 왜 이혼하려고 했을까?설마 원후궁이 말한 것이 사실인 걸까? 주명취와 초왕 사이에 정말 결백하지 못한 일이 있는 건가?증조마님의 얼굴이 어두워지며 태후가 자리에 있어 말하기 어려우므로 일단 입을 닫고 참아야 했다.태후는 오히려 증조마님의 체면을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노부인, 이 몸이 하나만 묻겠네. 아내 된 자가 작은 일로 자살을 하려하고 남편에게 중상을 입혔는데 뉘우치기는 커녕 사악하게도 먼저 일러바치는 사람이, 만약 노부인의 집에 있으면 어떻게 처분해야 합니까?”증조마님은 얼굴을 들 수가 없고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는 것이, 제왕 부부가 금슬이 얼마나 좋았고 후궁이 시집간지가 고작 얼마나 됐는가? 그리고 아직 합방도 하지 않았으니 아무리 첩을 총애하고 본처를 멸시했다고 억지를 부리려 해도 말이 안된다.증조마님은 그저 열 받아서: “태후마마, 제가 멍청해서 분명하게 묻지 못하고 입궁해 태후마마와 황후께 심려를 끼쳐 드렸습니다. 하지만 어린 부부가 다투는 것은 흔한 일이요 어찌 되었든 가볍게 폐비를 거론해서는 아니될 것으로 사료됩니다.”“이혼이네.” 태후가 즉시 바로 잡으며 냉정한 표정으로, “황실의 체면은 중요하네, 하지만 황실의 혈통을 잃는 것도 용서할 수 없어. 제왕은 황제의 적자로 만약 부부가 작은 일로 다툼이 일어 칼이나 무기를 든다면 강철로
입궁하는 제왕과 초왕주명취는 어디로 가야하나?뒤로는 스산한 바람이 휩쓸고 지나가는데 주명취는 덜덜 떨렸다. 꿈이 깨졌으니 살아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지만 이렇게 죽는 걸 주명취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황후는 화가 나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와 주명취가 간 뒤로 엄청나게 성화를 부리고 나서야 아들의 상처가 아직 낫지 않았음을 떠올리고 황급히 사람을 보냈다. 그리고 그때 바로 옆 건물에 우문호와 제왕이 어명을 받들어 입궁했다.궁 문에 도착하자 마침 제왕의 마차도 도착해 있었다.제왕이 안에 누워 있는데 우문호가 그것을 보고 크게 놀란 나머지, 제왕이 자객에게 당한 줄 알고 서둘러 이유를 물었다.주명취에게 찔린 것이란 말을 듣고 우문호는 한참동안 넋이 나갔다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원 선생이 조어의에게 가보라고 하더니 딱 이었구나.”제왕이 힘든 표정을 짓자 우문호는 자신이 실언했음을 알고: “이미 날이 어두워졌고 너도 걸을 수 없으니 가마를 들고 오라고 하자.”궁 문에서 기다리던 목여태감이 하는 수 없다는 듯: “폐하께서 제왕 전하께 가마를 윤허하지 않는다는 어명을 내리셨습니다.”제왕이 거의 울 것 같은 상태로, “아바마마께서 분명 화가 나셨겠지,”“그렇습니다, 주씨 집안에서 증조마님과 제왕비가 먼저 입궁하셔서 고소하시길 제왕 전하께서 첩을 총애하고 본처를 멸시하여 제왕비가 울컥한 나머지 전하를 해쳤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전하 이 기회에 어떻게 변명하시지 잘 생각해 보시지요.” 목여태감이 일깨워주었다.제왕의 긴 속눈썹 아래에 빛이 점점 사그라지며, “왕비가 그리 얘기했느냐?”“예.” 목여태감이 말했다.제왕이 우문호를 보고 뜻밖에도 웃음을 짓는데 한 줄기 씁쓸한 눈빛이 스치며, “다섯째 형, 내가 눈이 삐었나? 당초에 어떻게 그녀를 좋아할 수가 있지?”우문호가 제왕을 부축하며, “가자, 설령 가마를 타지 못해도 내가 널 부축해서 들어갈 거야.”이미 어두워져 궁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그들 두 사람과 목여태감 뿐으로 목여태감이
황제 앞에 불려간 초왕과 제왕우문호가 다독이며: “훌쩍거리지 마, 아바마마 앞에 가서도 네가 계속 훌쩍거리면 널 겁쟁이라고 하실 거야.”제왕은 아파서 말이 나오지 않고 끙끙거리며 질질 끌려 가는데 결국 참을 수 없는지, “형, 나 업어줘.”“너 상처가 앞쪽에 나 있는데, 내가 업으며 더 아픈 거 아냐?” 우문호는 제왕의 이런 모습을 보고 근심에 쌓이는데 어찌 이렇게도 아픈 걸 못 참나?원선생이 그때 전신에 상처를 안고 입궁했으나 전부 참고 버텼는데 일곱째는 여자만도 못하다.“차라리 배가 당겨서 아픈 게, 이렇게 찢어지는 통증보다 나을 거 같아.” 제왕이 멈춰 서서 힘없이 손을 늘어뜨리고 새하얀 얼굴에 입술엔 혈색이 하나도 없다.우문호는 제왕을 업긴 업는데 제왕이 또 ‘아야야’ 비명을 지른다.우문호가: “갈 수 있겠어?”제왕이 힘겹게 고개를 돌려 목여태감에게 울상을 지으며, “아니면 둘이 날 들고 가.”목여태감이 어명을 전하기 위해 출궁한 궁인에게 사전에 물어봤을 땐, 조어의가 상처는 그렇게 엄중한 상태는 아니고, 가슴에 상처는 그래도 괜찮은데 복부의 상처는 약간 깊다고 했다.그래서 제왕이 이런 모습을 보고 목여태감은 자연히 걱정이 되어: “어의가 제대로 검사하지 못한 게 아닐까요? 상처가 내장까지 미친 건 아닌지?”제왕이 숨을 들이쉬고, “내장까지 미치게 다치진 않았어.”목여태감은 제왕의 이런 모습을 보니 이대로 들어가긴 힘들겠다 싶어: “그럼 좋습니다. 들고 가지요.”가마도 없고, 들것도 없이 들고 간다는 건 한사람이 어깨를 들고, 한 사람이 두다리를 드는 것으로 머리는 아래로 늘어뜨린 채 입에 등롱의 손잡이를 물어야 한다.하지만 이게 스스로 걷는 거 보다는 낫다.제왕은 칠흑같이 어두운 하늘과 등불의 빛을 번갈아 봤다. 궁중의 밤을 밝히기엔 부족하다.제왕은 이 모든 것이 마치 다른 세상같이 느껴졌다.그냥 걸어왔을 뿐인데, 왜 이렇게 되 버린 걸까.여전히 마음이 괴롭다.더욱이 마지막에 상처를 입은 건 자신이고 그녀가 먼저 입
위왕이 거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저는 돕지 않습니다. 택란이 폐하를 사모한다고 말하거나, 혼인을 하고 싶다고 하지 않는 한, 꿈도 꾸지 마십시오!”“그럼 난 기다리겠소!”경천이 답했다.위왕은 그의 눈빛에서 보이는 익숙하고도 강한 결단력을 보며 말했다.“정말 고집이 세시군요. 대체 어찌 말해야 할까요? 세상엔 수많은 여인이 있습니다. 택란보다 더 뛰어난 여인도 있을 텐데, 어찌 택란만 붙잡고 이러십니까?”경천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확고하게 느껴졌다.“나는 오로지 하나만 바라볼 뿐이네. 내 생애 다른 여인을 얻을 생각도, 후궁을 들일 생각도 없소. 택란만 있으면, 나는 그 누구도 마음속에 두지 않네.”위왕과 안왕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경천의 말에 다소 감동하였다.그러나 약속을 하는 것은 쉽지만, 그것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스무살, 서른이 되어서도 오늘 한 말을 기억하길 바랍니다.”위왕이 말했다.그러자 경천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택란이 돌아오자, 다시 입을 열었다.“어제 내가 한 일은 조금 어처구니없었다. 그러니 신경 쓰지 말고, 전부 없던 일로 생각해라.”“예!”택란은 조금 어리둥절했다. 그는 여전히 시선을 마주하기도 힘들 정도로 뜨거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우리는 이제 좋은 벗이 될 수도 있지 않느냐? 나를 벗으로 생각해 줄 것이냐?”경천이 미소를 지으며 택란을 바라보자, 그녀가 웃으며 대답했다.“그럼요. 저희는 벗이니깐요.”위왕은 그제야 경천이 그렇게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는 택란에게 계속 압박을 가하지 않았다. 두 나라가 협력하는 상황이니, 요구를 제기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그들이 궁을 떠나려 하자, 경천은 말리지 않고 두둑한 선물을 준비해 그들을 궁 밖으로 모시도록 했다.그들이 떠난 후, 경천은 통천각에 올라가 그들이 멀어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찌푸리고 있던 미간을 천천
“이득을 취할 수는 있지만, 약속은 해줄 수 없다.”위왕이 웃으며 말하자, 택란또한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하하하. 참 현명하십니다!”“그럼! 국사는 국사, 개인적인 일과 섞여서는 안 된다.”택란도 동의했다.“그럼 저도 오늘 밤 장관에 머물겠습니다. 내일 저와 함께 궁으로 들어가시지요.”“그래, 걱정하지 마라. 내가 함께 가마.”안왕이 말했다.택란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하고 물러나, 주 아가씨와 냉명여를 데리고 나갔다.다음 날 그녀는 두 친왕과 함께 동행하였고, 궁에 도착하자마자 삼 태감이 직접 그들을 어서방으로 모셨다.경천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듯, 안색이 다소 어두워 보였다. 하지만 택란을 보자 눈동자, 그의 눈망울은 여전히 빛이 났다.협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러 왔기에, 안왕과 위왕도 편견을 내려놓았다. 경천이 택란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며, 두사람은 못내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그들 역시 젊었었고 사랑에 빠졌던 적이 있었기에, 그 사람을 위해 유치하고 때로는 무서운 짓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경천이 한 일도 그저 좋아하는 사람을 얻기 위해 노력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비록 책략이 다소 대담하긴 했지만, 혈기 왕성한 나이니 이해할 만했다.경천은 상석에서 내려와 직접 두 친왕에게 사과를 올렸다.“어젯밤 내내 생각해 보니, 어제 일로 두 분께 큰 불편을 가져다주었을 것이오. 부디 용서해 주시오!”위왕은 급히 일어나 예를 올리며 말했다. “폐하, 그렇게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어젯밤 일은 저희도 이해합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앞으로 두 나라가 자주 오갈 것이라는 점입니다. 작은 일이니,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경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는 말이오. 앞으로도 자주 오가며 지낼 것이네.”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택란을 힐끗 쳐다보았다. 택란은 계획서를 들여다보고 있다가, 뜨거운 시선을 느낀듯 고개를 들었다.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미소를 지었고, 하얀 볼도 살짝 불그스레해졌다.두 나라 모두 광물 채굴
위왕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혹시 복수하려는 것이냐?”“복수가 아니라, 그저 사실을 말할 뿐입니다.”안왕은 그에게 책임을 떠넘겨 혼자 감당하게 한 위왕을 보며 만족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위왕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어찌 다섯째에게 설명할지 생각해 보거라. 보책은 아직 네 손안에 있잖냐.”안왕은 여전히 두꺼운 보책을 손에 쥐고 있었다. 잃어버릴 수 없는 귀한 것이지만, 가만히 들고 있기도 거슬렸다.이렇게 골치 아픈 상황이 생길 줄 알았다면 차라리 꾀병을 부리고 위왕 혼자 오게 한 것이 더 나았을 텐데 말이다. 그렇게 각자 방으로 돌아가 목욕을 한 후, 막 침대에 누웠을 때 택란이 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두 사람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고, 바로 택란을 만나러 나갔다.안왕은 보책을 가지려 했으나, 택란에게 넘겨받으면 곧 금나라 황후임을 인정하는 셈이 되므로, 절대 넘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적어도 어린 황제는 아직 그들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택란은 두 분 큰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린 후 자리에 앉아 말했다.“큰아버지, 오늘 일은 아바마마께 절대 말하지 마십시오.”안왕도 원하던 바였기에 다급히 답했다.“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먼저 네 아버지한테 숨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예. 저도 그것이 걱정입니다.”택란의 가장 큰 걱정은 바로 아버지였다.“어린 황제도 참, 어린 시절의 약속마저 진지하게 받아들이다니… 설령 너와 혼사를 약속했다 해도, 네가 승낙하지 않을 것 아니더냐.”안왕이 말하자 택란은 잠시 머뭇거리며 말했다.“그때 이미 동의했었습니다.”다만 그때는 그저 그를 달래, 그의 상처가 심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 뿐이었다.“승낙했다니?”안왕과 위왕은 서로 놀란 표정으로 시선을 마주했다. 그러면 이 일은 전적으로 어린 황제의 탓도 아니다.“하지만 넌 그때 겨우 여덟, 아홉 살이었다. 그저 아이들의 장난일 뿐일 테니, 동의했다고 해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도 된다.”위왕이 재빨
“폐하, 공주께서 폐하가 드리신 선물을 받지 않으신 것입니까?”언제 올라온 건지, 진이는 어느새 그의 곁에 서 있었다.“응.”경천은 뒤돌아 상자와 두 개의 옥패를 바라보았다. 그가 오랜 시간 동안 배우며 수많은 옥을 망친 끝에 겨우 지금과 같은 모습을 조각해 낸 것이었다.하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다.“속상해하지 마십시오. 공주께서 아직 어리셔서 폐하의 노고를 다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깐요.”진이가 위로하자 경천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 그녀는 아주 잘 알고 있어서 받지 않는 것이다.”진이가 잠시 멈칫했다.“너무 잘 안다니요? 그런 것 같진 않아 보였는데요.”경천은 이미 실망한 기분을 떨쳐버렸고, 대신 굳건한 의지를 다졌다.“진아, 나는 그녀의 뜻을 완전히 이해했다. 그녀는 먼저 좋은 황제가 되어주기를 바란단다. 이곳을 떠나기 전, 나에게 한 나라의 군주라 하지 않았냐? 황제로서 역할을 다하기를 바라는 것이다.”“아... 그런 것입니까!”진이는 비록 이해하지 못했지만, 황제가 속상해하지 않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택란 일행은 궁을 나섰다. 냉명여가 그녀에게 물었다.“누나, 어찌 황제가 주신 옥패를 받지 않으시나요? 그를 싫어하시는 것입니까?”택란은 웃으며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는 절대 그를 싫어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강단 있는 황제이고, 뛰어난 통치로 금나라가 정권 이양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그는 두 나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두 나라에 평화를 가져왔다.”“그럼, 어찌 그의 선물을 받지 않으셨습니까?”냉명여는 다른 사람의 선의를 함부로 거절하면 안 된다고 배웠기에, 그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택란이 답했다.“그 옥패가 약속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명여야, ‘약속’이라는 말은 무거운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만약 네가 그것을 이행할 능력이 없다면, 함부로 약속하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하지만 그도 누나와 혼사를 올리겠다고 한 말에 대한 약속을 지키려는 것 아닙니까?”“그래. 하지만 나
경천은 그녀의 말을 반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택란이 말했다."어쩌면 5년 후에는 오늘 한 모든 일이 어리석고 충동적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좋아하는 여인을 만나게 될 때, 그 감정이 단순한 사모인지 은혜 때문인지 알게 되실 것이고, 오늘의 행동을 후회하게 될지도 모릅니다."경천은 단 한 마디만 응한 뒤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태도가 이렇게나 분명하니, 절대 그런 말로 그녀를 얽매여 부담을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오늘 한 모든 일은 그의 결정이며 그의 태도였다. 그녀는 몰라도 되고,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긴 하지만, 그는 언제나 그녀를 기다릴 것이었다.그리고 그녀의 인정을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택란은 한숨 놓은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해한다니 다행입니다.""알고 있다."경천의 얼굴은 약간 창백했지만, 애써 미소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삼 태감이 책자를 가져왔다. 경천은 그것을 택란에게 건넸고, 택란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았다. 그가 제시한 조건은 매우 공정했으며, 심지어 약도성에 이익을 양보한 정도였다.책자를 접은 후, 그녀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약도성을 생각해 줘서 고맙습니다. 두 나라의 원한을 풀기 위해 애써줘서, 그리고 약도성의 백성과 조정이 화해할 수 있도록 도와줘서 고맙습니다.""알고 있었던 것이냐?"경천이 다소 놀라며 묻자, 택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예. 알아봤습니다.""오해하지 마라. 그저 너를 위하여 한 일이 아니니,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그는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해명했다.택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오해하지 마시지요. 저는 정말 부담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를 위해 이렇게 많은 일을 해줘서 고마울 뿐입니다. 오늘도 사실 많이 감동했습니다. 다만, 저는 아직 혼사에 대해 논할 나이가 아니고, 사적인 감정보다는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 어리고, 앞으로 혼사를 하더라도 반드시 아바마마
손에 쥐니, 차가운 촉감이 느껴졌다. 그 옥의 차가운 느낌이 서서히 스며들자, 그녀는 기분이 좋았다.그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놀라운 표정을 지었을 때, 그는 미세하게 안도하며, 그녀가 좋아할 것이라 믿었다."직접 만든 것입니까?"택란은 마음에 든 듯 손에 꼭 쥐고 있었다. 그녀의 밝은 눈동자에는 존경이 가득했다."응!"그는 힘주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마음에 드냐?""예. 정말 마음에 듭니다!"택란도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더욱 빛나는 미소를 지었다.그러자 그가 약간 흥분된 표정으로 물었다."그럼, 이걸 직접 나에게 선물해 줄 수 있느냐?""예?"택란이 잠시 멈칫하며, 놀라 물었다."저에게 준 선물이 아닙니까?"그가 미세하게 떨리는 손끝으로 소매 주머니에서 또 다른 옥 조각을 꺼내 손바닥에 올려놓으며, 진지하게 말했다."이건 내가 네게 직접 주고 싶은 것이다."택란은 그가 손에 든 것을 바라보았다. 옥질도 동일하게 맑고 투명했고, 손바닥의 선도 보일 정도였는데, 그 조각에는 경천의 모양이 새겨져 있었다.옥에는 미소를 짓고 있는 준수한 그의 모습이 새겨져 있었고,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입고 있던 옷이 새겨져 있었다. 비록 색은 알 수 없었지만, 자수가 명확하게 새겨져 있었다.그녀는 기억력이 매우 좋았기에, 그때의 기억이 선명히 떠올랐다.그녀는 두 개의 옥을 손바닥에 놓았다. 그제야 그녀는 옥에 3년 전 그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가 시간을 되돌려 3년 전 만남을 담은 것이었다!경천은 택란을 바라보며, 애써 차분함을 유지하려 했다. 하지만 심장은 거의 목구멍까지 올라올 듯했다.택란이 두 개의 옥을 서둘러 상자에 다시 넣으며 말했다."두 개 모두 오라버니께서 먼저 가지고 있으세요."경천은 눈시울을 붉히며 다시 건네받은 상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눈을 내리깔며, 애써 실망이 드리운 눈빛을 숨겼다.삼 태감이 정교한 음식을 올려놓았고, 모두 택란이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그녀는 가볍게 숨을 내쉬며, 알 수 없는 작은 흥분을 억누르고, 표정을 고쳐서 천천히 돌아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북당 백성인 란이 언니와의 혼사는 다 거짓인 겁니까?"경천의 동공이 흔들렸다."혹시... 화가 난 것이냐?""아닙니다."택란이 고개를 젓자, 밝은 빛이 그녀의 깨끗한 얼굴에 비쳤고, 고르게 정리된 이마 밑의 눈동자는 다시 차분해졌다."그런데 어찌 사람을 시켜 저를 찾고 있다고 직접 저게 소식을 전하지 않으셨습니까? 만약 편지를 보냈다면, 저도 오라버니를 만나러 왔을 것입니다. 심지어 혼사에 하객까지 청하며 일을 이렇게나 크게 벌였는데, 대체 어떻게 수습하려고 하십니까?"그는 갑자기 결단을 내린 듯, 천천히 그녀 앞에 섰다. 그러고는 그녀의 까만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위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수습할 필요 없다. 나는 이미 천하에 나의 황후가 우문택란이라고 선언했다. 나는 그녀가 어서 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택란은 순간 놀라하며, 굳어진 얼굴로 물었다.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까?"경천은 그녀가 화가 난 것 같아, 마음이 내려앉았다. 그의 눈동자엔 어두운 그림자가 깔렸고, 이내 조심스레 물었다."응할 수... 있겠느냐?"택란은 잠시 망설였다. 기억 속의 그 소년이 지금 별빛을 받으며 그녀 곁으로 돌아왔다. 이전의 그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10년 후 그가 죽지 않으면 돌아와서 그녀를 부인으로 맞겠다고 열정적으로 말했었다. 그 열정이 가득한 목소리는 지금도 그녀의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그런 과거와 현재가 얽혀 버리자, 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저는..."경천은 그녀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의 반응이 너무 당황스러워서, 얼굴을 조금 숙이며 말했다."지금 바로 대답할 필요 없다. 몇 년 후라도, 10년, 아니 20년 후라도 괜찮다.""하지만...""아니, 말하지 말거라."그는 방금까지만해도 가득찼던 자신감을 더 이상 보여줄 수 없
냉명유는 팔짱을 낀 채 검을 가슴 앞으로 옮기며, 차갑게 말했다."누님께서 어디로 가든, 저도 무조건 함께 갈 것입니다."“하… 하지만."삼 태감이 무척 난감해했다."그래. 함께 가자. 이 거월통천각이 정말 달을 딸 수 있는지 어디 가서 보자꾸나!"그러자 택란이 웃으며 말했다.주 아가씨는 조금 의심스러웠다. 정말 공주가 만나고 싶다면, 어찌 공주한테 이렇게 높은 계단을 오르게 할 수 있는가?그러고는 계단 위에 새겨진 난초꽃을 힐끗 보고는 순간 멈칫했다. 시선을 위로 올려보니, 계단의 각 층마다 난초꽃이 새겨져 있었다.황제가 자신의 그리움을 돌계단에 새긴 것이었다!택란도 계단을 오르며, 이 사실을 눈치챘다.게다가 각 난초의 형태와 크기는 매우 똑같았다. 처음에는 선이 조금 거칠게 느껴지긴 했지만, 후에는 점점 더 섬세하고 부드러워 보였다.이건 분명 같은 사람이 새긴 것 같았다. 그가 직접 조각한 것일까? 금나라가 이곳으로 수도를 옮긴지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잠시 후, 그들은 거월통천각의 가장 높은 층에 도착했다. 다행히 냉명여는 문 앞에서 멈추고 안까지 들어가지 않았다.택란은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는데, 안에는 정교하게 조각된 네개의 용 모양 기둥이 세워져 있었고, 네 모서리에는 각각 올라가 쉴 수 있는 정자가 있었다. 정자에는 난간이 둘러져 있었으며, 가운데에는 탁자와 두 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다. 떠힌. 네 면에 걸려져 있는 대나무 커튼이 걷혀 있어, 사방에서 밖을 볼 수 있었다.그 사이에서 청색 비단옷 차림의 남자가 통천각 옆 난간에 기대어 택란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매우 긴장한 듯 손과 발을 살짝 떨고 있었다. 별빛처럼 맑은 눈동자에 약간 숨이 가쁜 듯 보였다. 그는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그녀를 보자마자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재회를 위해 최선을 다하며 가장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그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이 만남을 특별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반짝이는 별들도 그중 하나였다.하지만
손님들이 하나둘씩 떠나자, 경천 황제는 서둘러 궁으로 돌아가 푸른 비단옷으로 갈아입었다.옅은 청색 옷자락에, 소매 끝에는 난초꽃이 수놓아져 있었고, 나머지 부분은 어두운 구름 문양으로 수놓아져 있었다. 이 옷감은 북당에서 온 것이었다."폐하, 꼬마 은인께서 궁문에 도착하셨다고 합니다."삼 태감이 와서 보고했다."좋소."그는 거울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깊은숨을 내쉬었다."택수운천으로 가겠네."택수운천은 그가 즉위한 후, 궁궐 안에 지은 새 궁전으로, 세 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궁전 옆에는 거월통천각이 있었는데, 이는 량주성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거월통천각 안에 있으면 마치 손바닥에 달을 담을 수 있을정도로 웅장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거월통천각에서 멀게는 약도성과 량주가 인접한 산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녀가 생각날 때면, 늘 거월통천각의 가장 높은 층으로 올라가 풍경을 멀리 바라보곤 했다."진이야, 너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해 본 적이 있느냐?"그가 준수한 옷차림으로 난간에 기대어 먼 곳을 바라보며 물었다. 바람이 서서히 불며 청색 옷자락이 휘날리자, 옷자락의 네 끝에 박힌 고급스러운 야명주가 그의 선명하고 잘생긴 얼굴을 비추었다.그때, 저 멀리서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궁 시위를 따라, 아치과 복도를 지나 거월통천각으로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젊은 금군 통령 진이가 그의 모습을 보고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런 적 없습니다.""사모의 마음을 품어보거라. 떨리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느낌만큼 좋은 것이 없다."그는 그녀를 멍하니 보며 말했다. 천천히 다가오는 탓에 그녀의 얼굴이 자세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13세 전까지의 그의 인생에는 나라와 백성들 뿐이었지만, 13세 이후 그의 인새은 온통 그녀뿐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지금 그녀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진이는 황제의 시선을 따라, 천천히 다가오는 세 명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