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상과 어머니의 독대증조마님은 오늘 존귀하게 차려 입고 있었는데, 금은사를 엇갈리게 해서 자손 번성을 비는 박쥐 도안 구름무늬 비단 의상을 입고, 목에는 둥글고 광택이 좋은 귀한 진주목걸이를 걸었는데 이 진주는 궁중의 태후가 한 것보다 알이 굵고 둥글며 윤이 났다. 이는 증조마님의 위치가 태후 소씨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자만의 표시다.증조마님의 앉은 품세는 여전히 단정하고 고귀하다. 허리를 곧추세우고 어깨는 뒤로 젖히고 목은 길게 늘인 채 두 손은 의자 팔걸이에 놓여 있는 것이, 그렇게 단아하고 장중한 자태로 흐릿한 문밖을 바라는데 눈빛이 막막하다.그런데 주재상의 두 손은 소매속에 숨겨져 있어 길거리에 쭈그리고 앉아 장기 두는 사람을 지켜보는 동네 노인 같은데 등은 약간 굽었고, 어깨는 처졌는데 눈빛만은 형형해서 역시 바깥을 보고 있다. 바깥에 어떤 귀신이 있던지 감히 숨을 수 없는 그런 눈빛이다.“너는 어째서 네 어미를 이리 대하느냐? 나는 너를 양육하고 길러냈는데 너는 어째서 이렇게 불효하는 것이냐?”결국 증조마님이 먼저 입을 열었는데 원한이 가득하다.“불효라?” 주재상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 증조마님에게, “지난 세월간 아들이 충분히 효도하지 않았습니까? 어머니가 말씀 하시는 대로 아들이 다 했습니다. 그동안 바람이 필요하면 바람을 얻고, 비가 필요하면 비를 얻으셨지요, 매일 왕래한 식객만도 열이 넘고 어머니의 존귀와 영예에 뭐 하라도 부족한 적이 있으셨습니까?”증조마님이 냉소를 지으며, “하지만 그것들은 전부 네가 준 게 아니야.”“제가 만들어 드린 게 아니면 누가 드렸습니까? 당신은 바깥사람이, 주부의 사람이 전부 당신을 나이가 많은 어르신이라고 생각하는 줄 아십니까?” 주재상이 담담하게 얘기했다.“넌 어미에게 보복하고 있어, 세상에 너 같은 아들은 없어.” 증조마님이 열 받았다.주재상이 고개를 저으며, “당신에게 보복하는 거라면 지금까지 기다릴 필요 없었어요.”“그럼 왜 이러는 거냐?” 증조부인이 주재상을 보고 실망한 듯 고
월미암으로 떠나는 증조마님“이 양심도 없는 놈!” 증조마님이 비명을 지르고 얼굴 피부가 부들부들 떨리며 격분해서 거의 쓰러질 지경이다.주재상은 저주와 비난소리 속에서 성큼성큼 나가버렸다.다음날 이른 아침, 막 동이 트자 사람이 증조마님 대신 짐을 싸서 마차에 싣고 그녀를 월미암으로 돌려 보내려 했다.증조마님은 통상궁의 부축을 받으며 한걸음 씩 걸어 나왔다.증조마님은 아직 어젯밤 입었던 옷을 입고 있고, 그녀는 존귀한 군주다.하지만 얼굴은 이미 말라 비틀어진 것처럼 걸음도 제대로 걷질 못했다.그녀는 연신 욕을 퍼붓고 마음 속엔 원한으로 가득했다.입구에서 증조마님은 그 불효자와 마주쳤다.마음속의 모든 분노가 폭발해 따귀를 때리며 성난 목소리로: “네가 죽어서 저승에 가면 무슨 낯짝으로 조상을 뵙는지 두 눈 똑바로 뜨고 볼 것이다.”주재상은 얼굴색도 변하지 않고 피식 웃으며, “아들 된 도리로 어머니를 평생 존귀함과 영예를 누리게 해드렸는데 제가 왜 조상을 뵐 면목이 없겠습니까?”“넌 딴 생각이 있어서야, 넌 분명이 계속 날 미워 했어, 지난 세월 말을 듣는 척 내가 시키는 대로 하고 날 조금도 거역한 적이 없는 건 딴 생각을 품고 있어서 라고!” 증조마님이 목이 쉬어라 소리쳤다.“맞아요!” 주재상이 싸늘하게 증조마님을 보며, “왜냐면, 당신이 아직 안 죽어서 사람을 부릴 수 있고 저는 그녀 곁에 있을 수 없으니 그녀를 지키려면 당신이 시킨 일을 고분고분 들어야 했죠. 이젠 그럴 필요 없어요. 왜냐면 오늘부터 전 그녀 곁에 있을 거니까요, 누가 감히 그녀를 건드리나 두고 봅시다.”“너……너……”증조마님은 입을 몇 번 벙긋거리더니 결국 아무 말도 못했다.통상궁이 증조마님을 부축하고 울며: “그만 하세요, 저희 돌아가요, 군주마마.”주재상이 말을 끌고 아랫사람에게 분부하길, “증조마님을 월미암으로 모셔다 드려라.”주재상이 돌아서 말을 달리는데 마음속에 드리웠던 오랜 안개가 한 방에 걷힌 기분이다.그렇다, 오늘부터 주재상은 그녀 곁에 서서
돌아온 제왕과 원용의, 이를 본 주명취제왕부.제왕은 이미 이틀째 돌아오지 않고 있다.주명취는 매일 엄마 생각에 울고, 제왕이 자신을 홀로 둔 박정함에 울고 내 운명이 어쩌다 이렇게 어긋나게 되었나 한탄하며 울었다.각종 달갑지 않던 것이 한방에 폭발한 것이다.그래서 제왕이 마침내 돌아왔을 때 주명취는 뛰쳐나가 제왕을 가로 막았다.그녀는 눈두덩이가 빨갛게 부어올라 눈은 실처럼 가늘다. 주명취 입장에선 요 며칠간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 제왕이 가장 필요한 순간, 그는 자리에 없었다.이런 원망과 슬픔 때문에 제왕이 그녀 앞에 무표정하게 서 있는 것을 보고, 분노가 끓어올라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제왕의 따귀를 때리며 일갈하길: “당신은 어떻게 저를 이렇게 대하실 수가 있나요?”제왕은 그녀의 거의 흉악하기까지 한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마친 모든 추악함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 순간 제왕은 주명취의 따귀를 때리고 픈 참을 수 없는 충동마저 느꼈다.하지만 제왕은 여자를 때리지 않으며, 더욱이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은 때릴 수 없다. 그래서 제왕은 아무 말없이 차갑게 그녀를 바라봤다.주명취가 제일 먼저 터트린 말은, “제가 당신에게 아직 더 잘해야 하나요? 제 온 마음은 당신 하나였기에 당신에게 시집왔어요, 제가 뭘 희생했는지 알죠? 제가 뒤에서 당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알고 있어요? 당신은 은혜를 고마워할 줄 몰라요, 당신은 정말로 은혜를 몰라요, 우문경, 제가 사람을 잘못 봤어요.”제왕 뒤에서 천천히 머리 하나가 나왔는데 그 동그란 얼굴은 입장이 매우 난처한 모양이다. 난감하네.왜 요즘 계속 이러지? 다른 사람 싸우는 거 듣지 싫은데 왜 그런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 걸까?오늘 제왕이 초왕부에 갔다가 원용의가 초왕부에 있으며 희상궁이 치료하는 것에 폐를 끼치는 것 같다는 말에, 바로 데려오려고 하니 원용의가 초왕비 언니 앞에서 싸우고 싶지 않다고 짐을 챙겨 제왕과 함께 돌아온 것이다.원래 같이 들어오
주명취를 단단히 혼내는 원용의주명취는 맞아서 정신이 없고 뭐가 뭔지 어리둥절한 가운데 원용의 손에 자수 꽃신을 보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말투로: “너 신발바닥으로 날 때린 거야?”주명취는 정신이 확 들면서 비통하고 실망스럽게 제왕을 보고 떨리는 목소리로 하소연하며, “쟤가 날 때리는 걸 당신은 그렇게 보고만 있을 거예요?”원용의는 제왕이 입을 열 기회도 주지 않고, 불붙은 대포처럼 분노해서: “왜? 네 얼굴에만 금칠 했냐? 너는 날 때려도 되고 난 너 때리면 안돼? 무슨 근거로 모든 사람이 너한테 져줘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넌 너 자신 좋아하고, 네가 꼴리는 길 가, 그런데 너한테 맞고, 널 위해서 목숨도 버릴 수 있는 개새끼가 나는 아니야. 네가 어떤 사림인지 똑똑히 봐주지, 자존심은 하늘보다 높은데 팔자는 백지장보다 얇고 조금도 억울한 걸 못 참으니 원. 진짜 이렇게 야심이 가득하다니 기왕비한테 좀 배운 모양인데, 기왕비는 어쨌든 수년간 계획하고 일을 꾸미는데 엄청난 은자를 지불하고 심혈을 기울였어, 기왕비가 지금 절반이상의 세력과 인맥을 확보한 건 그녀가 쟁취한 거라고, 그런데 넌 뭘 했는데? 제왕전하에게 태자 지위를 쟁취해 오라고 요구만 해댔지 그를 위해 뭘 계획하고 준비한 게 있어?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제왕전하를 위하고 그를 위해 희생했다고 지껄이는데 초왕비 자리 희생한 게 다잖아? 내뱉는 대로 희생했다고 하면 그게 귀한 줄 몰라, 너 초왕비 자리 안중에도 없었으면서 희생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주명취는 원용의에게 통렬하게 혼이 나더니 열 받아 거의 넘어갈 지경으로 제왕을 노려보며, “쟤가 있으면 난 없을 줄 알아요, 이 자리에서 얘기해 봐요.”제왕이 원용의를 제지하고 화를 내며: “됐어, 입 다물어!”원용의는 한 팔로 제왕의 손에서 벗어나며, “저 막지 마세요, 당신이 오늘 저 여자를 편애해서 싸고 돌면 당신도 때릴 거야.”제왕은 본래 원용의가 초왕비 얘기를 꺼내는 탓에 열 받아 막은 것인데, 원용의가 악귀처럼 제왕도 때리겠
열덕주점에서 만난 주명취와 우문호주명취는 울면 울수록 마음이 아파 점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결국 시녀에게 화장과 옷시중을 들게 하고 두껍게 화장을 해서 부은 눈두덩이를 가리더니 외출 할 것이라며 가마를 대령하게 했다.그때 우문호는 퇴근하고 바로 말을 달려 초왕부로 돌아왔다.막 입구에 들어서는데 누군가 붙잡는다.우문호는 말을 멈추고 그 사람을 보니 행수 복장에 얼굴이 약간 낯이 익은지라 아마도 열덕주점(悅德酒館) 행수 같아 묻길: “무슨 일이지?”행수가 예를 취하며 앞으로 나와, “소인 초왕 전하를 뵌 적이 있습니다. 구사라는 작은 나리께서 소인에게 여기서 전하를 기다리라고 하시며, 구사 나으리께서 전하를 모셔 오라고 긴한 말씀이 있다고 하셨습니다.”“구사가?” 우문호는 인상을 찌푸렸다. 구사 이 자식 낯에 당직 아닌가? 아직 해도 안 떨어졌는데 출궁 했다고? 출궁 하자마자 술을 마시러 가? 썩었 구만, 썩어빠졌어.“예, 구사 나으리께서 전하께 꼭 오시라고 청하셨습니다.” 행수는 계속 예를 취하며, “중요한 일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가서 내가 일이 있어 가지 않는다고 알려라.” 초왕이 말했다.행수가 서둘러: “전하, 구사 나으리께서 전하를 위해 20년된 여아홍(女兒紅)을 가져오셨으니 꼭 가셨으면 합니다.”우문호는 얼굴에 불쾌함을 드러내며 자신이 말 잘 듣고 착한 남편으로 일찍 돌아와 아내와 같이 있고 싶어하는 걸 잘 알면서 술을 마시자고 불러 내다니, 이런 나쁜 친구는 따끔하게 한마디 하고 하는 김에 술도 몰수해야 한다.못 된 녀석, 20년된 여아홍을 입수했으면 진작에 알렸어 야지, 어쩐지 출궁 하자마자 마신다 했다. 이렇게 좋은 술을 구했으면 당직이 아닐 때 마시면 되는데 구사의 인내력에 탄복했다.우문호는 발로 말의 배를 차며 호기롭게: “길을 안내해라.”행수가 우문호를 모시고 열덕주점으로 가자 입구에서 누가 우문호의 말을 대신 끌고 가고 우문호를 사랑으로 안내했다.우문호가 들어가자 문이 잠겼다.방안에는 술냄새가 코를 찌르고
우문호에게 애원하는 주명취주명취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오로지 우문호를 바라보며, “이미 제왕에게 이혼하자고 했어요, 계속 당신을 잊을 수가 없어요, 알아요 당신은 이미 날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하지만 포기할 수가 없는 걸요. 아무리 제왕이 나에게 잘해 줘도, 나도 우리의 옛날을 잊을 수가……”우문호는 그녀의 말을 끊고, “우리 옛날은 얘기하지 마, 우리 옛날이 뭐, 그리고 네 입으로 말하는 옛날은 내 생각에 맛이 변했어.”우문호는 여기 더 머물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집에 질투쟁이가 한 분 계신데, 들쑤셔 놓은 뒤 앞날이 어떨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이 말을 마치고 발을 빼서 나가려고 했다.그런데 주명취가 우문호에게 확 안기더니 얼굴을 그의 가슴에 묻고 울며: “아니, 아니, 이렇게 나한테 하지 말아요, 난 당신을 잊을 수가 없어요, 당신을 따르겠어요, 첩이면 어떻고 노비면 어때요,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 아무것도 따지지 않아요, 명분도 필요 없어요.”우문호는 펄쩍 뛰며 그녀를 떼어놓고 화를 내며: “앞으로 다시는 날 찾지 마라, 난 원선생이 오해하는 걸 원하지 않아, 나와 넌 각자 혼인했을 때 이미 아무런 상관도 없어졌어.”주명취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주먹을 쥐고 비분강개한 말투로: “초왕비가 오해할 까봐 겁난다고? 그녀가 힘들까 겁나요? 그녀한테만 떳떳하면 되나요, 나한테는 떳떳한 가요? 나한테 뭐라고 약속했어요? 말했잖아요, 내가 원하기만 하면 날 도울 거라고. 내가 태자비가 되게 도울 것이고, 내가 황후가 되게 도울 거라고, 고작 일년 남짓 지났는데 당신은 완전 변했어요, 황족은 정을 저버린다더니.”우문호는 차갑게 주명취에게, “이 말은 분명히 해둬야 할 것 같아. 당시 나와 너는 비록 약혼을 하진 않았지만 아바마마와 네 친정이 모두 우리 둘을 맺어 주실 뜻이 있으셨어. 그런데 공주부의 일이 터지고 내 스스로도 부끄러움을 감당하기 힘든데, 네가 내 앞에서 상심해서 죽고 싶다고 하니 내가 순간 사리분별을 못하고 앞으로 네
우문호는 밖으로 나가면서 술집 주인을 밀치고 의자를 집어 들어 입구를 부숴 버렸다. 그는 급히 말에 올라타 왕부로 돌아와서는 원경릉도 보지 않고 온천으로 가서 목욕을 했다. 그는 오늘 입었던 옷을 갖다 버리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주워다가 사람을 시켜 끓는 물에 반복해 끓이라고 했다.그는 이 일을 원경릉에게 숨길 수도 숨기고 싶지도 않았다.목욕을 한 후 그는 소월각으로 돌아가 월경릉 옆에 누웠다. “오늘 주명취가 찾아왔어.”원경릉은 그가 왕부로 돌아오자마자 옷을 벗어던지고 목욕을 한 것을 이상하게 여겼지만 화는 내지 않았다.“그래서?”“제왕하고 헤어지겠다고 하더라……”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고 그녀가 한 말을 그대로 알려주었다.“주명취 말을 듣고 난 거들떠보지도 않았어. 정말이야.”“그래 난 널 믿어.” 원경릉이 웃었다.우문호는 의외라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좋은 말은 하나도 안 했어. 질책과 경고만 했지. 아! 다시 찾아오면 주수보에게 말하겠다고도 했다.”“알겠어. 믿는다니까.”원경릉은 옆에 있는 천을 집어 들더니 아기 옷에 수를 놓기 시작했다. 우문호는 그녀의 평온한 표정을 보고 당황했다.“아니 경릉아 내 말 들어봐. 그녀가 나를 안으려고 할 때 내가 걔를 바로 밀어냈어. 이걸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 나는 오늘 있었던 일은 다 솔직하게 말했어. 못 믿겠으면 주명취를 불러다가 삼자대면해도 좋아.”“알겠다고. 믿겠다고.”원경릉은 바느질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정말? 나는 네가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우문호의 말을 듣고 원경릉은 바늘과 실을 한쪽으로 치웠다.“전에는 네가 나한테 거짓말을 해서 화를 낸 거고, 네가 나한테 진실을 말해주는데 내가 왜 화를 내겠어?”“아… 정말이야?”“내가 너를 속일 이유가 뭐 있겠어.”우문호는 멋쩍은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그럼 전에는 내가 너한테 진실을 말하지 않아서 화가 난 거야? 여자들이 나를 안거나 입을 맞추려고 해서 화가 난 게 아니라?”“여자들
“원용의가 주명취한테 얼마나 세게 맞았는지 약까지 처방 했다니까. 귀가 멍하니 울린다고 하더라.”“걔는 도대체 왜 그렇게 변한 거야?”우문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네가 거절했으니 그 여자가 또 무슨 짓을 할지 몰라.”“원용의랑 주명취 사이에서 벌어진 일을 알고 있다는 걸 주명취가 안다면 너한테 불똥이 튀는 거 아니야?”지금 우문호는 무슨 일이든 원경릉과 연관시켜 생각했다. 외부가 소란스러우면 그는 아내 원경릉을 먼저 걱정했다. 원경릉은 고개를 저었다.“그럴 가능성은 없어. 그 여자는 아주 냉정한 사람이야. 내 생각에는 그녀가 일부러 과격한 행동을 한 것 같아. 만약 초왕부가 주명취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걔도 제왕부를 나오지 않을 거야. 내 생각에는 자살 시도를 해서 제왕의 마음을 약하게 하려고 하는 걸걸?”“그럴 수도 있다. 일곱째가 마음이 진짜 약하거든.”“그래서 둘이 갈라서는 것은 불가능해.” 원경릉이 싱겁게 웃었다.“나는 일곱째가 그 여자를 쫓아내는 것에 찬성해. 이렇게 계속 가다가는 일곱째도 그 여자 꼬임에 시달리게 될 거야.”“너 나 잘해.” 원경릉은 그의 볼을 툭툭 쳤다.“맞다! 여덟째는 어때? 저번에 입궁했을 때 봤어?”우문호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저번에 입궁했을 때 마음에 걱정이 많아서 여덟째를 챙길 겨를이 없었어. 내일 입궁해서 볼 텐데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이튿날.원경릉은 기왕비의 수액을 갈아준 후에 요패(腰牌)를 들고 궁으로 들어갔다.팔황자는 전보다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 팔황자는 원경릉이 입궁하자 매우 기뻐하며 자기가 직접 그린 그림을 보여 주었다. 원경릉은 그의 그림에서 구황자를 보고 웃으며 “아홉 동생을 그렸네? 구황자가 좋습니까?”라고 물었다.“예. 구황자가 나를 구해줬다고 노태감께서 말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이 일은 모후께서 알면 안 됩니다. 모후는 구황자를 싫어해서 그를 쫓아낼 수 있습니다.” 팔황자가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그 말을 듣고 원경릉은 마음이 쓰렸다. 그녀는 손을